‘청담동 미다스의 손’ 비포앤애프터클리닉 한규리 원장 : 월간조선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회를 거듭하면서 출연자들이 처음보다 훨씬 세련되고 멋진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미 데뷔한 연예인들도 날이 갈수록 세련되고 예뻐지는 것은 물론, 작품 콘셉트에 따라 획기적인 변신을 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연예인 본인일까 아니면 기획사 사장 또는 미용실 원장이나 스타일리스트일까.

몇몇 취재원으로부터 이 분야의 독보적 인물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비포앤애프터클리닉을 찾았다. 취재원들은 “한규리 원장에게 가면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어준다”고 했다.

비포앤애프터클리닉 한규리 원장은 20여 년 전 청담동에서 에스테틱(피부관리실)으로 시작해 2002년 성형외과, 피부과 전문의들과 함께 성형·피부·체형 등 토털 관리 클리닉(비포앤애프터클리닉)을 열어 수많은 연예인과 아이돌의 외모 및 이미지를 ‘만들어’ 온 인물이다.

소녀시대, 빅뱅, 2NE1 등 수많은 아이돌의 외모와 이미지를 만들고 관리해 준 것은 물론 SM과 YG, JYP 등 대형기획사의 대표들과 친밀하게 지내며 그들로부터 “연습생(연예인 데뷔 전 훈련 및 연습 중인 연예인 후보)을 보낼 테니 잘 좀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가장 많이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SBS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K-POP STAR)>의 공식 전속 컨설팅을 맡아 출연자들의 외모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연예인을 꿈꾸는 시대다. 그러나 아무리 능력과 끼가 있어도 외모와 성격 등에서 ‘스타성’이 보이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곳이 연예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유명 연예인과 아이돌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관리되는 것인지 이 분야에서 20여 년을 종사해 온 한규리 원장에게 얘기를 들었다.

성형·피부·체형 3박자 관리

청담동 명품거리 대로변 빌딩의 3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비포앤애프터클리닉에는 진료실과 수술실, 피부관리실, 휴식공간뿐만 아니라 트레이너가 상주하는 작은 피트니스 클럽까지 있었다. 이른바 프라이빗 짐(Private Gym)이다. 기자가 클리닉을 찾았을 때는 훤칠한 키에 날씬한 몸매, 조막만 한 얼굴의 한 젊은 여성이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미스코리아 지망생이라고 했다. 미스코리아 지역예선을 두 달 앞두고 있는데, 그때까지 체중 10kg을 더 감량해야 한다고 한규리 원장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는 기자에게 한 원장은 “저 정도의 몸이면 화면에는 ‘거인’으로 보이게 된다”며 “여성 연예인의 몸무게는 45kg이 기준”이라고 말했다. 키가 엄청나게 큰 모델이 아닌 이상 45kg이라는 기준을 맞춰야 방송에 나갔을 때 예쁘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48kg만 돼도 군살이 보이며, 그 이상이면 바로 방송 관계자와 네티즌 등 여러 사람에게 ‘관리 안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한다. 성형과 피부 관리는 기본이고, 연예인들이 체형 관리에 쏟는 정성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조금만 관리가 부족해도 뱃살이 보인다느니 엉덩이가 처졌다느니 턱선이 무너졌다느니 하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업무는 외모와 관련한 모든 것을 총괄하는 ‘이미지 컨설팅’이다. 한 원장은 고객과 상담을 마치고 나면 피부 관리, 성형, 시술, 식단 관리, PT 등의 프로그램을 짜준다. 비포앤애프터가 청담동의 다른 성형외과나 피부과와 달리 클리닉 안에 피트니스를 만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성형, 시술, 피부 관리, 운동을 각각 다른 곳에서 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될 수밖에 없는 만큼 ‘몸만들기’의 전 과정을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포앤애프터는 올 상반기 중 3개 층을 5개 층으로 확대해 더 편리하고 여유 있는 토털 관리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한 원장의 얘기다. “이곳에 오면 원스톱으로 모든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어요. 몸을 만들려면 피부과와 성형외과, 피부관리숍, 피트니스 클럽을 모두 다녀야 하는데 늘 시간에 쫓기는 연예인들은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거든요.”

그의 컨설팅 프로그램은 목표에 따라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다양하다. 새 작품을 앞두고 새로운 이미지를 원하는 연예인, 새 앨범을 준비 중인 아이돌그룹, 연예기획사 오디션을 앞두고 찾아오는 중·고등학생, 경쟁자들보다 더 눈에 띄고 싶어하는 연습생, 아나운서나 미스코리아 선발을 준비하는 대학생, 대기업 취업을 원하는 취업준비생, 선거를 앞두고 이미지 변신을 원하는 정치인 등이 비포앤애프터클리닉을 찾아온다. 배우나 아이돌 등은 소속 연예기획사에서 컨설팅 및 관리를 해달라며 데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찾아오는 연예인도 많다. 수십 년간 청담동에서 유명 연예인들의 외모와 이미지를 책임지고 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고객층도 다양해진 것이다.

아이돌 만드는 과정은?

그가 이미지 컨설팅을 해준 연예인은 빅뱅, 2NE1, 소녀시대 등이 대표적이다. 3대 기획사(SM, YG, JYP)의 아이돌 그룹 상당수가 한 원장의 손을 거쳐 갔다. 하정우, 공효진, 류승범, 공유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도 한 원장이 컨설팅해 준 연예인이라고 한다. 2012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 준우승자였던 이하이는 오디션 당시 통통한 체구의 학생이었지만 한 원장이 관리를 맡으면서 한 달여 만에 아이돌급 외모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하이를 스카우트한 YG 양현석 대표도 못 알아봤다고 할 정도의 변신이었다.

한 원장은 연예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해 줬다. 청담동에서 20년 이상 거주하며 양현석, 박진영 등 거대기획사 대표들과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한 원장은 “트렌드를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조연 한 명 뽑는 데 전국 각 지역에서 잘나고 끼 있는 인물들이 수천 명씩 모여든다. 보통 사람이 보기엔 모두 잘생기고 잘 빠지고 끼 있고 멋진 인물들이다. 이 중에 어떻게 한 명을 뽑아낼 수 있을까? 20여 년간 청담동에서 연예인 지망생을 보아 온 한 원장의 말은 이렇다. 하루에도 몇 명씩 연예인이 되게 해달라며 청담동 그의 클리닉을 찾아온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 옥석을 가려내는 걸까.

그는 오디션 심사자로 참가했던 경험이 공중파와 케이블채널을 합해 수백 번에 달한다. “20여 년간 연예인 지망생을 보다 보니 예쁘고 잘생긴 것과 별개로 어떤 아이가 스타가 될지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능력과 자신감, 끼가 충만한 지망생은 외모가 조금 부족해도 ‘조금만 손 봐주면 되겠다’는 느낌이 온다는 것이었다. 또 외모 자체가 스타성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가 한눈에 점찍은 아이돌은 f(x)의 크리스탈이었다. “몸매와 얼굴을 보는 순간 한눈에 유전자가 우월해 다른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 원장은 말했다. 크리스탈과 자매지간인 소녀시대의 제시카도 마찬가지였다. 동안형 얼굴에 뽀얗고 맑은 피부를 보는 순간 “잘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기자가 “어쨌든 머리가 크거나 뼈대가 굵은 사람은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한 원장은 “외모가 다소 부적합해도 다른 장점이 탁월하다면 방송이나 스크린에 적절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 성공의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컨설팅한 한 유명 걸그룹에 대해 “솔직히 인터넷에 퍼진 데뷔 전 사진을 다들 보지 않았느냐”며 “처음부터 그림같이 예쁘고 날씬한 아이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관리하고 이미지를 만들어주면 톱스타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수많은 연예인과 아이돌을 관리해 왔지만 부정적인 내용에 대해 실명을 직접 거론하는 것은 꺼렸다. “이 동네(청담동)에서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일을 그만두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찌라시(소문) 내용인 연예계 관계자들의 얘기는 이 동네에 처음 들어온 사람들이 신기해서 얘기하는 사건일 뿐이에요. 여기에서 10여 년 이상 지내온 사람들은 남의 얘기를 가족한테도 하지 않아요. 본인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왜 얘기하겠어요.” 그는 두 시간에 걸쳐 기자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실명을 밝히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몇몇 아이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돌들의 보호자 ‘이모’

걸그룹과 보이그룹을 중심으로 한 아이돌들의 일과는 어떨까. 기획사와 가까운 청담동의 숙소에서 3~10명이 동고동락한다. 아이돌그룹의 ‘왕따’ 문제와 이성교제 문제는 늘 그들 인근에 기거하는 인터넷언론의 먹잇감이다. 20대 초반의 이 어린 아이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이야기 역시 한 원장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생활은 대부분 같아요. 오후에서 밤까지는 촬영이 있고, 오전 늦게 일어나 끼니를 때우고 클리닉으로 옵니다. 오후~밤은 메이크업을 하고 사는 생활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빼면 피부와 몸을 쉬게 해야 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20대 초중반에 피부와 몸이 ‘훅 가는’ 형편이 될 수밖에 없어요. 얼굴 피부가 나빠지면 바로 혹사니 임신이니 이성교제니 하는 소문이 나고요. 클리닉이나 에스테틱에서 관리받는 시간이 그들의 쉬는 시간이지요. 그 시간 동안 만나는 저와 직원들이 그들에겐 휴식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요. 아이돌의 생활은 활동, 관리와 휴식, 운동 세 가지가 거의 전부예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들을 수 있는 아이돌들의 인맥 범위는 넓지 않다. ‘사장님’이나 ‘매니저 오빠’ ‘미용실 원장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자신의 기획사 사장이나 늘 접하는 매니저에게 아픔을 토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고민을 토로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한 원장이다. 한규리 원장의 얘기다.

“아이돌들의 아픔은 비슷해요. 장래 문제와 이성교제 문제 같은 거죠. 이걸 솔직하게 사장한테 얘기할 순 없잖아요. 그런데 그걸 ‘어른’한테 얘기하지 못하고 상담하지 못하고 스스로 삭인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의 미래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10대 후반~20대 초반 아이돌들에겐 이런 ‘어른’이 필요해요. 지금 제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거죠.”

때론 아이돌의 생활 패턴에 대해 기획사 대표에게 조언하기도 한다. “아이돌들은 대부분 숙소생활을 하는데 아무리 뛰어난 아이라도 몇 달씩 그들끼리 숙소생활을 하면 어떻게 좋은 생각이나 영감이 나오고 작곡, 작사를 할 수 있겠어요. 예술적 영감을 얻으려면 사람을 만나고 사랑도 하고 질투도 하고 이별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그런 투정을 하면 제가 기획사 사장들에게 이야기해요. 아이들이 좀 자유를 가질 필요도 있다고요. 그러면 2주 정도 휴가를 주곤 하는데 그 후에 좋은 작품이 나오더라고요. 아이돌을 숙소에 가둬두기만 한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요.”

한 유명 걸그룹 멤버는 다이어트에 계속 실패하자 한규리 원장과 며칠 동안 합숙을 하기도 했다. 한 원장의 얘기다.

“연예계가 외모평가에선 굉장히 냉정하기 때문에 (보통 키에) 체중 48kg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데뷔하면 관리가 잘 안 됐다고 말하곤 해요. 45kg을 유지하려면 철저하게 관리된 식단을 따라야 하는데 빵이나 과자 한 쪽만 먹어도 무너지거든요. 근데 어린 친구들이 그게 쉽지 않다 보니 어려움을 호소하고요. 그 아이의 그룹 데뷔를 일주일쯤 앞두고는 안 되겠다 싶어서 24시간 함께 살자고 했어요. 잘될 아이인데 몸무게 몇 킬로그램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근데 제가 잠든 사이 그 아이가 제 집에 있던 선물용 초콜릿을 수십 개 꺼내 먹고 하루 새 2kg이 쪘어요. 결국 48kg으로 데뷔했는데 통통하단 소릴 많이 들었고 그 아이도 마음고생 좀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아이돌을 만들려면 무조건 트레이닝시킬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심리와 마음을 잘 이해하고 다독여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일반인의 이미지 컨설팅

이처럼 한 원장은 이미지 컨설팅이 외모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내면의 변화가 함께하지 않는 한 비호감형이 호감형으로 쉽게 바뀔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연예인이 아니어도 이미지 컨설팅이 필요한 경우는 많다. 한규리 원장은 작년 한 대기업 취업준비생을 컨설팅해 준 예를 들었다.

“4개 국어에 능통하고 학력과 스펙 등이 나무랄 데 없는 여학생이었어요. 대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는데 서류와 필기시험 등은 거의 만점에 가깝지만 매번 면접에서 떨어진다는 거였죠. 딱 보는 순간 무슨 문제점이 있는지 알겠더라고요. 일단 인상이 너무 날카롭고 다소 무섭게 보이는 편이었죠. 인상이 그렇다면 옷 입는 스타일, 태도와 화술 등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한 원장은 그 학생을 보는 순간 외모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면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딸을 데리고 온 부모는 인상이 좋지 않아 자꾸 떨어지는 것 같다며 시술로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길 원했지만 이미지 메이킹은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아요. 얼굴 관리와 입을 옷을 스타일링해 주는 것은 물론 걸음걸이, 웃는 법, 이야기할 때 표정 등을 지도했죠. 또 면접 대비 연습도 저와 함께했어요. 전공 분야나 업무 분야는 본인이 준비해야겠지만 이미지와 스타일링, 태도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어떻게 세련되게 답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함께했고요. 제가 적어주는 정답을 말한다고 해서 면접관들이 호의를 갖지 않거든요. 본인이 만들어낸, 진정성 어린 답에 호의를 갖게 됩니다. 그렇게 연습하며 지내다 보니 스스로 면접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인상도 좋아졌어요.” 결국 그 여학생은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합격했다.

또 임원 승진을 앞둔 기업의 중진 사원들이 이미지 컨설팅을 위해 찾는 경우도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예전엔 살찐 것이 부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그 반대잖아요. 여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체형이나 얼굴 등에 관리를 하고 있죠. 뚱뚱하고 늙어 보이는 사람, 촌스러운 사람은 결국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사람이 리더의 자리에 오른다면 부하 직원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그래서 신뢰가 가는, 남들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외모와 화법은 어느 조직에서건 중요합니다.”

선거 앞둔 정치인 컨설팅 특수

그는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 떠오르는 이미지 컨설팅의 주요 고객이 정치인이라고 했다. “정치권의 이미지 컨설팅 수요는 늘 있었어요. 몇 년 전까지는 정당에서 요청을 받고 강의나 컨설팅을 해준 적도 많은데 요즘은 정치인들이 알아서 찾아와요. 특히 선거 때는 특수죠.”

요즘 트렌드는 정치인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이미지 컨설팅도 요청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직접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직계가족들을 컨설팅해 달라는 주문이 많아요. 아무리 정치인 이미지가 좋아도 부인의 이미지가 나쁘면 지역주민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거든요. 또 성인이 된 아들과 딸, 며느리나 사위 등도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기 쉽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관리를 해야 해요.”

눈에 띄는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인 한 유명 정치인이 이미지 컨설팅을 받고자 방문했을 때 한 원장은 “화려한 스타일은 피하고 말투도 상대방이 신뢰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톤 낮춰야 한다”며 이모저모 조언했다.

한 원장은 기자와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바로 지방으로 출장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6월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한 정치인이 컨설팅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젊으면서 깔끔한 이미지의 그 정치인을 어떻게 더욱 신뢰 가는 이미지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의 정치적 행보와 역경을 꼼꼼히 연구하고 체크한 것은 물론, 보좌진과 연락해 선거전략과 향후 계획 등도 미리 파악했다. “정치인의 경우 단순히 신뢰 가는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정치적 신념과 비전 등을 외모와 매치시켜야 해요.”

이미지 컨설팅의 비용은 얼마나 들까. “보통 연예인은 성형 및 시술과 피부 관리, PT 등을 함께하기 때문에 그 실제 비용의 합계가 컨설팅 총비용이라고 보면 된다”고 한 원장은 얘기했다. “컨설팅만 받겠다고 하면 소정의 컨설팅 비용을 받기도 하지만 보통 피부 관리, 메이크업, PT 등 실제로 드는 비용이 전부이기 때문에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외모 때문에 본인의 장점과 능력이 묻힌다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본인의 일, 성격, 능력과 적절히 조화되면서 남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외모를 갖는다는 것은 사는 데 분명한 장점입니다.”

아이돌, 죽지 않을 만큼 먹고 죽을 만큼 운동한다

한규리 원장이 운동 중인 여성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성형 및 외모 트렌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목표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연예인이 될 것인가, 연애를 잘할 것인가, 신뢰받는 전문직이 될 것인가 등등의 목표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었다.

연예인을 예로 들면 과거 황신혜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형이 인기를 끌다 얼마 전부터 어려 보이는 얼굴을 지닌 동안(童顔) 연예인이 각광을 받다, 최근 트렌드는 “원래 개성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연예인 준비생은 원래대로의 모습을 바탕으로 그 이미지를 살리면서 조금 더 고급스럽고 방송 화면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줍니다. 한때 큰 눈과 오뚝한 코, 볼록한 이마와 볼 등 비슷비슷한 얼굴을 가진 연예인들이 많았지만 요즘 데뷔하는 연예인들은 그렇지 않아요. 눈이 작거나 머리가 크거나 등등 외관상 다소 약점이 있어도 그걸 성형이나 수술로 고치기보다는 다른 개성을 더 살리는 쪽으로 만듭니다.” 그가 컨설팅한 배우 공효진이나 가수 2NE1도 원래의 개성을 살려 이미지를 만든 경우다. 공효진에게는 ‘화려한 여배우가 아닌 친근한 패셔니스타’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주었고, 개성 강한 4명의 소녀로 구성된 2NE1에게는 각각에게 차별화된 캐릭터를 심어주었다.

한 원장은 가능하면 성형은 ‘살짝 만져주는 정도로만’ 하길 권하는 편이다. 한 원장은 “연예인의 연령대가 어려지고 아이돌들은 늘 함께 지내니까 경쟁적으로 수술하는 경우도 많아요. 한 명이 하면 다른 아이들이 기획사 사장에게 ‘나는 왜 안 해 주느냐’고 경쟁하듯 따지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과도한 성형으로 원래의 개성 있는 모습을 잃어가는 연예인이 많아 안타까워요.”

한 원장은 연예인의 외모를 바꾸는 데 성형수술보다는 다이어트와 피부 관리, 운동 등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소녀시대의 매끈한 다리가 다리 성형수술 덕이라는 소문이 있다”는 질문에 그는 “성형이 아닌 교정PT(Personal Training)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소녀시대를 비롯한 여성 아이돌들은 물론 식단 관리도 하지만 대부분 바쁜 활동을 소화해 낼 만큼만 먹고 운동을 엄청나게 합니다. 활동하는 시간과 피부 관리 받는 시간을 빼면 거의 운동을 하고 있다고 보면 돼요. 예쁜 몸매를 관리하는 건 식단보다는 운동으로만 가능하거든요. 연습생이나 연예인 지망생이 오면 일단 살을 빼고 피부 관리를 하라고 조언해요. 다른 건 그다음 문제죠.”

분야별 외모 트렌드 역시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미스코리아는 예전엔 얌전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이 각광받았다면 요즘은 지적이면서도 밝은 느낌의 후보가 수상 가능성이 높아요. 아나운서나 앵커도 예전엔 지적이면서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대세였다면 요즘은 남녀 불문하고 젊고 밝아 보이는 분위기를 선호합니다.”

한국을 찾는 중국 연예인들

이처럼 한국의 연예인들이 성형보다는 토털 관리에 집중하는 가운데 중국 연예인들이 한국 성형·피부미용 시장의 중요한 고객이 되고 있다고 한규리 원장은 설명했다.

“중국 사람은 한국의 70~80년대처럼 연예인의 성형수술을 나쁜 일, 시청자들을 속이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중국 성형 시장이 아직 기술적으로 한국을 쫓아오지 못하다 보니 한 듯 안 한 듯하게 수술하는 기술을 가진 병원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중국 연예인들이 몰래 한국을 찾아 성형을 하고 가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아요.”

실제로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은 평일 낮이면 모자와 마스크, 붕대로 무장한 여성 쇼핑객이 많다. 대부분이 중국 연예인 또는 성형관광객이다. 일주일 정도의 휴가를 내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하고 회복까지 한 뒤 귀국하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도 한국 의사가 있다고 소문이 난 성형외과가 더 인기라고 한다. 비포앤애프터클리닉은 올 5월 중 상하이에 지점을 내고 올해 안에 3~4곳의 중국 지점을 열 계획이다. 지난해 론칭한 ‘비포앤애프터 화장품’ 제품도 중국 전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한규리 원장은 중국시장 공략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한류 열풍으로 중국에서 한국 유명 클리닉과 피부관리실, 트레이너 등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커요. 한국가요를 일컫는 ‘K팝’에 이어 ‘K뷰티’ 역시 중국 젊은이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고 있고요. 이 분야는 우리가 중국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는 ‘K뷰티’란 단어를 처음 듣긴 했지만 한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파생산업 중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꽤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