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디루이펑 淸華大 경제경영학부 교수가 말하는 한반도와 중국 : 월간조선

경기침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경제발전’과 ‘사회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고 나섰다. 최근 종료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7.5%를 달성하고 아울러 부정부패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리커창 총리는 “부패에 대해 무관용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서울을 방문한 디루이펑(狄瑞鵬) 칭화대(淸華大) 경제경영학부 부(副)학장은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질적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줍니다. 특히 중국 경제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초미의 관심사죠. 얼마 전 중국 정부가 7.5%의 경제성장률을 발표했는데 사실 수치는 중요하지 않아요. 과거에 비하면 7.5%는 낮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제 중국도 어느 정도 경제적 체력을 갖췄기 때문에 이 수치는 절대 낮은 게 아닙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 이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어요. 문제는 얼마나 탄탄한 질적 성장을 이룩하는가입니다.”

빈부격차, 사회불안 요인이자 성장 걸림돌

디루이펑 교수는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국제경제학을 공부한 후 미국 뉴올리언스대학에서 경제학 석사와 금융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칭화대 교수로 부임해 학부와 대학원에서 ‘회사재무론’ ‘중국자본시장’ ‘중국기업전략’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속해 있는 경제경영학부는 칭화대 전체 재학생의 8분의 1이 다닐 정도로 칭화대학 내에서 가장 큰 단과대이다. 학사, 석·박사 과정의 재학생이 총 4000여 명에 달한다. 중국 최고 대학인 칭화대 내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경제경영학부에 다닌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경제발전에 따른 환경 문제입니다. 다행히 시진핑, 리커창 등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어요. 이번 양회에서 ‘스모그’와 같은 환경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거론됐습니다. 지금부터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황사(黃砂), 스모그 등 대기오염 문제는 한국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어요.”

디 교수는 ‘분배’ 문제도 지적했다.

“소득 불균형을 두 번째로 들 수 있어요.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익을 분배하느냐는 얘기입니다. 중국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해요. 지금까지 관상(官商·정경유착)으로 인해 자원배분이 잘 안 됐어요. 소수 몇 %의 특권층만이 부(富)를 축적해 왔습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공(農民工)에 대한 혜택은 아주 적어요. 소득 불균형은 사회불안의 요인이자 경제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소득분배가 제대로 되어야 농촌지역의 도시화도 해결할 수 있지요.”

—부동산 문제는 어떻습니까.

“베이징의 부동산 가격은 뉴욕보다 더 비싸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죠. 중국의 부동산 거품 현상은 일본과 한국이 겪고 있는 것처럼 조만간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겁니다. 중국에서 또 하나 지적할 문제는 이른바 ‘그림자 금융’과 정부 부채입니다. 현재 중국에는 통화량이 너무 많아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금융시스템을 손질해야 해요.”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중국 최고 정치 연례행사에서 ‘부정부패 척결’과 ‘빈부격차 해소’를 강조했습니다. 최고 지도부의 의도와 달리 개혁정책이 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소비가 줄어드는 등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개혁에 대한 결심은 확고부동합니다. 태자당 출신인 시진핑 주석은 중국 공산당은 물론 개혁발전위원회, 국가안전위원회, 심화개혁영도소조 등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도 이런 권력을 쥐지는 못했지요. 이런 상황을 볼 때 시진핑 주석은 개혁을 끝까지 펴 나갈 것입니다. 시진핑의 말처럼, 호랑이도 잡고 파리도 잡고 무송(호랑이를 잡는 사람)이도 잡을 겁니다. 부정적 부(富)의 원천을 처단하겠다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일반 국민들에게도 이익이 골고루 나눠질까요.

“기존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요. 현재까지는 이익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지켜봐야겠지요.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요. 긴 세월을 놓고 본다면 중국 사회가 투명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상당 기간 고통이 따를 거예요. 스스로 권좌(權座)에서 물러나는 권력자들도 많이 나타날 겁니다.”

중국기업의 최대 약점은 브랜딩

—개방 이후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기술력 또한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됐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Made in China’ 하면 ‘싸구려’ 인식이 존재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중국이 경제적 개방을 한 지 30년이 됐는데 과거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요. 그러나 중국 사람조차도 중국산(産)을 ‘싼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솔직히 기술력 면에서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중국 기업과 함께 현지에서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중국 기업은 이제 더 이상 현대자동차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술력을 쌓았습니다. 중국에는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품(名品) 자동차 회사들이 다 들어와 있어요.”

—그렇다면 뭐가 문제입니까.

“중국 기업의 최대 약점은 브랜딩(Branding) 분야입니다. 중국 브랜드의 긍정적 이미지와 느낌, 정체성을 고객의 마음에 깊이 심어 주는 것이 약해요. 싸구려 이미지에서 제대로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으로부터 제품 브랜딩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 중입니다.”

디 교수는 과거 해외 출장을 나갈 때면 주위 사람들이 유럽 명품을 많이 사 달라고 부탁했는데 요즘은 한국의 가죽제품이나 화장품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중국 지식인 사회에서 한국 제품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디 교수는 중국 사회에서 0.1% 안에 드는 엘리트 지식인으로, 그의 지인(知人)들도 비슷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의 근로자 임금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싼 노동력 시장을 보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인건비 문제로 경영난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현지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고요.

“임금상승은 경제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개별 기업들이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야 해요. 한국 기업은 더 이상 싼 노동력에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혁신을 통한 발전을 고민해야 해요. 경제구조의 고도화, 다시 말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하드 파워에서 소프트 파워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합니다.”

—중국 학자 입장에서, 한국 기업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까.

“다시 강조하지만 혁신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처럼 전(全) 분야에서 혁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중국과 한국의 입장은 아주 달라요. 중국은 자체 시장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어요. 국토가 넓고 시장이 방대하기 때문이죠. 중국은 내수(內需)로도 견딜 수 있어요. 그러나 한국의 경우, 시장이 제한돼 있지요. 국내 시장 자체가 너무 좁아요. 글로벌 전략, 즉 해외를 대상으로 영업할 수밖에 없어요. 세계 시장에서 이익을 내려면 결국 혁신뿐입니다. 한국은 중국을 새로운 시장으로 재(再)인식하고 혁신 제품을 만들어 공략할 필요가 있어요.”

북한 김일성~김정은 시대는 가장 어두운 암흑시대

—요즘 한국에는 통일(統一)이 화두입니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 봅니까.

“중국 사람 입장에서 북한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입니다. 개인적인 견해임을 분명히 밝혀 둡니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은 애증(愛憎), 즉 오래된 애정과 불만이 동시에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지금의 북한 체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다시 말해 자유를 추구하고 개인적 행복과 사랑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무너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反)인륜적 사회는 반드시 망해요.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부자(富者)가 3대(代)를 못 가는 것처럼 북한 김씨 일가도 3대를 가지 못할 것입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운 암흑시대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렇다면 중국은 한국과 북한이 통일하는 것을 지지할까요.

“한반도 주변에 강대국이 없었다면 남북한은 오래 전에 통일됐을 겁니다. 하지만 통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아요. 아마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늦을 수 있어요.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열강은 남과 북이 갈라져 있는 지금 이 상태를 원하고 있습니다. 통일보다 현상유지라고 할 수 있죠. 동서독 통일처럼 역사에는 운(運)도 크게 작용합니다. ‘분리된 것은 언젠가 합해지고, 합해진 것은 언젠가 분리된다’는 말처럼 한국도 통일을 준비하며 차분히 기다려야 합니다. 시냇물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 바다까지 가듯이 말입니다.”

—‘한반도 통일이 중국 국익(國益)에 절대 반(反)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 위정자(爲政者)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우리 정부 당국은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디 교수는 크게 웃었다.

“남북한이 갈라진 데는 중국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어요. 지금이라고 해서 달라진 게 없어요.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좋을 리 있겠습니까. 한국이 아무리 고민해도 중국 정부는 통일을 지지하지 않을 겁니다.”

디 교수는 대답 도중 다시 한번 크게 웃었다.

세계 2위의 칭화대-INSEAD EMBA 과정

최근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앞줄 왼쪽) 총리와 시진핑(가운데) 국가주석 등은 환경오염 방지와 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디루이펑 교수는 지난해 6월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칭화대 특강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

“통일을 위해서라도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중국 내(內) 분위기도 우호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문화를 정통(精通)으로 알고 있더군요. 그래서인지 역대(歷代) 한국 대통령 중에서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어요. 한국 연예인이나 한국 음악, 드라마에 대해서도 중국인의 인식은 아주 호의적입니다. 지난 춘절 때 한국 아이돌그룹이 CCTV에 나와 공연을 했는데 시청률이 최고였습니다. 이런 우호적 상황을 한국 기업이 잘 활용해야 합니다.”

—한·중·일(韓中日) 경제협력에 대해 중국 지식인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경제적인 면에서 세 나라가 상호 협조할 분야가 있겠지요. 하지만 잘 알다시피 정치, 군사, 안보를 이유로 세 나라의 경제협력은 어려울 것입니다. 일본의 우경화 정책 때문이죠. 사실 중국 내에서는 ‘한·중·일 경제협력’이란 화두(話頭) 자체가 거론되지 않아요. 중국 내수시장만 해도 워낙 크니까요.”

디루이펑 교수는 동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와 공동으로 ‘칭화대-INSEAD EMBA’ 과정을 만들었다. 인시아드는 유럽 최고의 경영대학원으로, 졸업생의 창업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명문 경영대학원이다.

‘칭화대-INSEAD EMBA’ 과정 졸업생들은 창업과 기업 인수·합병(M&A)에 강하다고 한다. 디 교수는 칭화대 졸업생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대거 진출하면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칭화대 실리콘밸리 코스’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달러 보유고(保有高)는 세계 1위입니다. 해외 진출을 많이 하고 있어요. 칭화대 제자들 중에는 기업하는 이들이 많은데 미국까지 진출해 현지 회사를 많이 사들이고 있습니다. 제자들에게는 회사 인수합병을 도와주는 한편,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미국인들에게는 중국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칭화대-INSEAD EMBA’ 과정은 작년 10월 파이낸셜타임지(FT)가 주관한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 프로그램’에서 2위를 차지했다. 정식 학위를 주는 이 과정은 중국어반(200명·2년 과정)과 영어반(40명·1년6개월)으로 나뉜다. 학비만 연간 1억원에 달한다.

디 교수에 따르면, 한국 유학생은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중국어, 영어 과정을 합해 매년 30~40여 명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는 “한국 유학생들은 예의가 바르고 단결력과 일에 대한 집중력이 뛰어나다”며 “다만 중국 학생들과는 잘 어울리는데 그 외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과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