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해외농업의 代父李光吉 총제 : 월간조선

이광길(李光吉·59) 돌나라한농복구회 총제(總弟·‘총회장’이라는 뜻)는 작년 12월 17일 대구 경북대학교 대강당에서 ‘대한민국 지키기 국민참여 발대식’을 열었다.

대한민국 지키기!

언뜻 생각하면 공산주의나 종북(從北)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할 것을 결의하는 행사인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이 점은 이날 이광길 총제가 행한 연설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이날 “식량문제는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면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최선의 방위산업이 식량안보요,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는 최고의 복지사업이 식품안보”라고 역설했다. 주최 측에 의하면 이날 행사에는 추미애 민주당 국회의원, 권오을 전 국회사무총장, 김각영 전 검찰총장, 성백영 상주시장, 한동수 청송군수 등 저명인사들을 비롯해 2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지키기’ 행사를 주최한 이광길 총제는 지난 1989년부터 25년간 무공해(無公害) 농업과 해외농업개발에 앞장서 온 인물. 중국 동북3성(東北3省)과 러시아 연해주(沿海州), 키르기스스탄, 미국 테네시주, 필리핀, 페루, 케냐 등에 농장을 설립했고, 현재도 브라질에서 여의도 면적의 30배에 달하는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지난 1월 7일 선정릉(宣靖陵)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사무실에서 이광길 총제와 만났다.

“돈이 있어도 식량을 살 수 없는 세상”

이광길 총제는 작년 12월 17일 대구에서 대한민국 지키기 행사를 개최했다.

—‘대한민국 지키기’라기에 ‘종북척결’ 행사인 줄 알았습니다.

“종북은 뽑으면 뽑히기나 하죠. 식량안보·식품안보는 그보다 훨씬 절박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식량수입 세계 5위의 식량 절대부족 국가입니다. 50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1년에 약 2000만 톤으로 먹고 삽니다. 700만 톤은 식용으로 소비하고 300만 톤은 가공용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나머지 1000만 톤은 사료용으로 가축을 키워서 고기를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2000만 톤 중에 국내 생산하는 식량이 600만 톤이며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약 1400만 톤 정도 됩니다. 쌀을 포함한 식량자급률은 22.6%, 쌀을 제외한 곡물의 자급률은 겨우 3.5%입니다. 콩 자급률 6.4%, 밀 자급률 1.1%, 옥수수 자급률 0.8%, 목화, 사탕무 자급률 0%입니다.

오늘날은 돈이 있어도 식량을 살 수 없는 ‘식량이 무기화된 세상’입니다. 유럽처럼 식량을 자급하고도 남아서 수출하는 나라들도 ‘식량의 무기화’라는 구호를 전국에 선간판으로 써 붙여서 식량 자급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데, 정작 식량 절대부족 국가인 대한민국 국민들은 태평합니다. 거기에 더해 세계 곡물 메이저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곡물의 60% 이상을 이들을 통해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식량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자는 것이 ‘식량안보’입니다.”

—‘식량안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식품안보’라는 말은 생소합니다. 어떻게 다른가요.

“‘식량안보’가 양적(量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면, ‘식품안보’는 인체에 유해한 불량 식품으로부터의 안전이라는 질적(質的) 측면에서 접근하는 개념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합니다. 2012년 대한민국 하루 평균 사망자가 730명인데 이 중에 200여 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가히 암공화국이라고 할 만합니다. 국민 10명 중 한 명이 ‘현대판 흑사병(黑死病)’이라고 하는 당뇨병에 걸려 있고, 신생아의 3분의 1이 ‘현대판 문둥병’이라고 하는 아토피에 걸려 태어납니다. 제일 문제되는 질병은 비만입니다. 비만은 고혈압이나 당뇨, 암 등 모든 성인병(成人病)의 원인입니다. 이 4대 질병으로 매년 나가는 의료비가 약 20조원 이상입니다.

이러한 각종 질병은 못 먹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농약이나 비료를 남용하거나 성장촉진제를 사용해서 재배한 식자재나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각종 불량 먹거리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불량 먹거리 대신 토종식품이나 각종 친(親)환경 농산물, 유기농 식자재로 만든 건강식단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자는 것이 ‘식품안보’입니다.”

여기서 이광길 총제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원래 저는 몸이 몹시 약했습니다. 6형제의 막내로 태어나 결핵으로 군대에도 못 갔어요. 간과 위장도 안 좋았고…. 형님들이 ‘저 애가 몇 살 때까지 살 수 있으려나’ 하면서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저 역시 젊은 나이였지만, 건강이 안 좋다 보니 매사에 자신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석선 박명호 선생(오른쪽)과 돌나라 농장원들의 체육대회를 관람하는 이광길 총제.

1989년 설날 친구의 권유로 석선(石仙) 박명호 선생님을 찾아뵙고, 얼마 후에는 그분의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건강과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무공해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유기농업이니 ‘친(親)환경농업’ 같은 말은 없을 때였죠.

석선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난 후, ‘몸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시골로 내려가 무공해 농사를 지으면서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내도 찬성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뉴코아미술관 관장직을 그만두고 충북 보은으로 내려가서 느타리버섯 등을 재배하기 시작했죠. 육식(肉食)을 하지 않고 유기농 건강식으로 된 신선식단으로 식사를 하면서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제 건강을 걱정하던 형님들 가운데 네 분은 40~50대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저는 얼마 전 건강진단에서도 모든 것이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을 정도로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국민형편이 나아져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할 때여서였을까? 이광길 총제에 의하면 석선 선생의 강연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광길 총제처럼 석선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 낙향(落鄕)해서 무공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경북 울진·상주·청송·봉화, 경남 산청, 강원 원주·평창, 전북 전주, 전남 장흥 등지에 유기농 농업단지를 조성했다. 김영삼(金泳三) 정권 시절에는 이들을 수상한 종교집단으로 보는 투서(投書)가 청와대로 들어가서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돌나라한농복구회의 전신(前身)인 한국농촌복구청년불빛회(약칭 한농복구회)가 만들어진 것은 1994년. 석선 선생이 “이 좋은 것을 우리만 먹을 수 있느냐. 세상에 널리 알리고 함께하도록 하자”고 하면서부터였다. 한농복구회는 후일 현재의 명칭인 돌나라한농복구회로 개칭했다.

돌나라한농복구회란?

돌나라한농복구회는 1994년 한국농촌복구청년불빛회로 출범했다. ‘돌나라’란 ‘돌같이 변질되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돌나라한농복구회는 ‘땅에도, 우리 몸에도, 마음에도 모두 좋은 것을 하고 나쁜 것을 하지 않는다(DGNB: Do Good, Not Bad)’는 모토 아래 유기농 농사를 통해 병든 땅, 병든 몸, 병든 마음을 회복하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친환경농업 보급, 천연치료, 지구환경 회복, 친환경 인증, 해외농업개발, 저개발국 농업기술 보급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경북 울진·상주·청송·봉화, 경남 산청, 강원 원주·평창, 전북 전주, 전남 장흥 등지의 유기농 농업단지에서는 유기농 벼, 고추, 야콘, 감자, 토마토, 사과, 채소, 버섯, 마늘, 양파 등을 재배하는 한편, 이들 농산물을 가공한 식품이나 천연약제 등도 생산하고 있다. 이들 유기농단지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의 품질을 인정받아 한농복구회는 대통령상을 세 차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네 차례 받았다.

돌나라한농복구회의 정신적 지주는 석선 박명호(71) 선생이다. 채식(菜食)만 해온 그는 일찍부터 “대한민국이 살길은 무공해 농사”라고 역설하면서 천연농법의 개발과 보급에 힘써 왔다.

‘천국은 가정에서부터’라는 모토 아래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그는 “부모님은 보이는 하나님”이라면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 잘 보이려고 하지 말고 보이는 하나님인 부모님을 잘 섬기라”고 가르쳐왔다.

스스로 높아지려는 마음을 경계하여 그가 관련된 조직에서는 직함에 아우 제(弟)를 쓰고 있다. 총회장(總會長)은 총제(總弟), 회장(會長)은 회제(會弟), 지부장은 지부제(支部弟), 교장은 교제(敎弟), 총무는 총무제(總務弟)라고 한다.

고려인 돕기 운동

한농복구회는 출범 직후부터 해외농업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광길 총제에 의하면, 아무리 무공해 유기농업을 하더라도 옆에서 농사를 짓는 다른 농민들이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공해 농업을 제대로 하려면 ‘큰땅 농사’를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대단위 유기농단지를 조성해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이와 함께 해외에서 넓은 농장을 개척해 농사를 짓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처음 진출한 곳은 옌지(延吉), 룽징(龍井), 퉁화(通化), 무단장(牧丹江) 등 중국 동북3성 지역이었다. 이광길 총제는 “중국에서는 수업료를 많이 냈다”며 씁쓸해했다.

“처음에는 참 잘해 주는데 나중이 되니 작은 것을 빌미로 다 빼앗아가더군요.”

결국 동북3성 지역의 농장들은 1999년 러시아 연해주로 진출하면서 접었다. 연해주에서는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 사이에 있는 달레네친스크 지역에 만든 석국(石國·‘돌나라’의 한자표기)농장(120ha)을 비롯해 1200ha 가량의 농장 6곳을 확보했다. 이 총제는 “과거 군(軍)부대가 있던 곳이었는데, 러시아 정부에서 스탈린 시절 강제이주에 대한 보상의 의미로 중앙아시아에서 연해주로 돌아온 고려인들에게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소련 시절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큰땅 농사’의 경험이 많은 고려인들을 유치(誘致)하기로 했다.

고려인들의 연해주 재(再)정착은 한때 국내에서도 관심이 많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이유가 뭘까? 이 총제의 말이다.

“땅은 넓은데 기온이 빨리 떨어져 수확기를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게다가 한국인·중국인들이 연해주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는 데 대한 현지 정부와 주민들의 경계심이 높아졌고, 법이 자주 바뀌는 데다가 현지 마피아와 손잡지 않으면 사업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해 온 고려인들이 농사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 고려인들이 한국어를 잊어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것도 문제였다고 한다. 이 총제는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결국 러시아 내 다섯 개 농장은 이미 접었고, 마지막 남은 석국 농장도 정리한다”고 말했다.

연해주 진출을 계기로 이 총제는 1999년 고려인돕기운동본부를 창립했다. 고려인돕기운동본부는 2007년 이후 독립군 후손 고국방문단 사업을 벌여 매년 100명 안팎의 고려인을 초청하고 있다. 이 총제는 “금년은 조선 말기 조선인들이 연해주로 이주하기 시작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우리 국민들이 일제(日帝)시대 항일(抗日)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인 고려인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카예프 대통령

연해주 이주 고려인들과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중앙아시아 진출로 이어졌다. 2000년 한농복구회는 키르기스스탄에 네 개의 고려인 농장을 만들었다. 이 총제는 “당시 아스카르 아카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교육받은 인재들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에 성공한 한국으로부터 배우려는 의지가 강했다”면서 “아카예프 대통령이 ‘원하는 땅을 마음대로 고르라’고 해서 용수(用水)사정이 좋은 이스쿨 호숫가에 농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카예프 대통령은 대통령궁(宮) 내에 유기농 농장을 만들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이 총제는 2002년에는 타나예바 키르기스스탄 총리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아카예프 대통령은 2005년 3월 ‘튤립혁명’으로 하야(下野)한 후 망명했지만, 이 총제는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튤립혁명이 있기 얼마 전, 아카예프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시국(時局)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더군요. 그에게 ‘농작물의 열매는 언제 맺히는 줄 아느냐? 밤에 맺힌다. 지금 이 나라가 진통을 겪고 있지만, 이 순간만 넘기면 뿌리를 뻗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아카예프 대통령은 ‘고맙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반정부시위가 계속 격화되자 아카예프 대통령은 결국 유혈(流血)사태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사임했습니다. 측근들의 부정과 잘못 때문에 그런 상황을 만나긴 했지만, 그는 키르기스스탄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애국자입니다.”

키르기스스탄의 농장에서는 주로 밀을 재배했다. 이 총제의 말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재배한 밀은 대부분 한국동아제분(주)에서 수입, 가공한 후 롯데제과, 크라운제과, 오뚜기,대상,칠갑산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에 납품했습니다. 이들 기업에서 만든 과자나 면류(麵類)들이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 등을 통해 유통되면서 전국 어디서나 유기농밀로 만든 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간 2000~3000t의 밀을 생산했는데, 일반 밀이 톤당 200달러 정도 할 때, 우리는 300~350달러를 받았어요.”

위기도 있었다.

“2009년, 식량난 때문에 키르기스스탄 국회에서 식량 수출금지법안을 만들려 했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우리가 재배한 밀을 키르기스스탄 밖으로 수출할 수가 없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믿고 들어왔는데, 이런 법을 만들면 앞으로 누가 이 나라에 투자하려 하겠느냐’고 호소했습니다. 결국 이 법은 한 표 차이로 부결되었습니다.”

해외농업개발의 新세계, 브라질

끝없이 펼쳐진 브라질의 콩밭에 아들과 함께 선 이광길 총제.

한창 키르기스스탄에서 재미를 보던 2008년, 석선 선생이 브라질 진출을 권유해 왔다.

“솔직히 처음에는 별로 내키지 않았어요. 브라질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한국까지 물류(物流)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막상 가보았더니 브라질은 해외농업개발의 신세계(新世界)였습니다. 마치 《성경》에서 말하는 가나안 땅 같았습니다.”

—브라질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습니까.

“먼저 값싸고 광활한 농토를 들 수 있습니다. 땅값이 국내의 50분의 1에 불과했어요. 농사를 짓는 데는 물이 가장 중요한데, 브라질은 세계 담수(淡水)의 13%를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공기가 맑고, 기후도 일정해 유기농 농사를 짓기에는 아주 적지(適地)입니다. 게다가 교육받은 농업 인력이 풍부하고 농업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읍(邑) 단위 지역까지 5대 메이저 회사의 창고들이, 면(面) 단위까지 세계적인 농기구회사의 판매점들이 들어와 있어요.”

이 총제는 “가장 걱정했던 물류비용도 걱정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열차로, 거기서 다시 부산까지 컨테이너 하나를 나르는 데 시간은 25~30일이 걸리고, 비용은 2000~2400달러가 들었습니다. 그런데 브라질에서 한국까지는 시간이 한 달로 거의 비슷하게 걸리지만, 물류비용은 1600달러면 가능하더군요. 화물량이 많고 고정적이면 컨테이너 하나당 600달러에 해주겠다는 회사까지 있습니다.”

—왜 그렇게 물류비용이 싼 거죠.

“한·중·일(韓中日) 등 동북아(東北亞)에서 브라질 등 남미(南美)로 가는 물동량(物動量)이 남미에서 동북아로 오는 것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남미로 수출품을 운송한 배가 동북아로 돌아올 때는 텅텅 비어 돌아오는 형편입니다. 때문에 해운회사들로서는 싼값에라도 화물을 날라주는 게 이익인 거죠.”

브라질에 3개 농장 확보

돌나라한농복구회는 현재 브라질에 세 개의 농장을 갖고 있다. 브라질 동부 바이아주 포르모사 두 히우프레토시에 있는 오아시스 농장(제1농장)이 1만656ha로 가장 넓다. 같은 바이아주 바헤이라스시에는 900ha 면적의 망아탕 농장(제2농장)이, 상파울루주 라란자우 파울리스타시에는 293ha 면적의 오루베르지 농장(제3농장)이 있다. 이 농장을 매입하는 데는 농어촌공사에서 지원받은 660만 달러를 비롯해 1500만 달러 정도가 들어갔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농장을 사고팔 때에는 참 재미있습니다. ‘클로즈드 게이트(closed gate)’라고 해서, 땅은 물론 농장 안에 있는 모든 가축과 시설, 동산을 통째로 팝니다. 농장주는 자기 옷만 싸들고 나가죠.”

이 총제에 의하면, 현재 브라질 농장에는 120명의 한국인이 일하고 있는데, 이 중 65명은 브라질 영주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총제는 “‘큰땅 농사’의 경험이 많은 고려인들을 브라질로 이주시킬 생각인데, 이미 두 가구가 이주했다”고 말했다. 연간 1500명가량의 현지인을 고용하는 데 일당은 우리 돈으로 2만~3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이들 농장에서는 옥수수, 콩, 깨 등을 재배하고 있는데, 최근에 콩 20t을 시범적으로 국내에 들여왔지만 아직은 현지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통일 대비해서도 해외농업개발 필요”

2002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와 만나 해외농업개발과 유기농 농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총제의 꿈은 브라질에 100만ha의 농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브라질에서 100만ha의 농지를 확보하는 데는 농지를 구입하는 데 50억 달러(5조3000억원), 농기계 구입 및 대형 저장고 설치에 10억 달러(1조600억원), 영농비 10억 달러 등 70억 달러(8조5000억원)가량이 들어갑니다. 이 농지에서 옥수수, 밀, 콩 등을 재배해 판매하면 연간 15억6300만 달러(약 1조6568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요. 물론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겠지만, 판매가는 일반농산물을 판매할 경우를 기준으로 산정했습니다. 토질개선 기간 2년을 포함하더라도 10년이면 충분히 원리금(元利金) 상환이 가능합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이들 작물의 자급률을 1% 높이는 데 약 8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지난 2012년 옥수수, 밀, 콩 수입에 쓴 돈만 약 41억3400만 달러입니다. 연간 곡물 및 사료 수입액수 정도면 자손대대(子孫代代)로 먹고살 땅을 브라질에 마련할 수 있습니다. 식량자급률을 10% 높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면 농지 구입비는 물론 시설비와 영농비까지 충당할 수 있습니다.”

말을 듣고 보니, 가슴이 뛴다. 문득 ‘노무현 정권 이후 세종시 건설에 쏟아부은 돈 22조원의 절반 정도만 해외농업개발에 투자했어도 국가를 위해 훨씬 값어치 있는 성과를 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광길 총제는 “브라질의 땅값은 매년 25% 이상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브라질에 농토를 구입하는 것은 개인이나 국가 차원에서도 부(富)를 증식하는 좋은 방안이 되겠지만, 늦으면 늦을수록 우리가 구입할 수 있는 땅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제는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동안 옥수수, 밀, 콩 수입량은 거의 변화가 없지만 가격은 16억 달러에서 48억 달러로 3.2배 늘었다”면서 “앞으로도 국제식량가격이 얼마나 뛸지 모르는 것을 생각하면, 해외농업을 개척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항구적인 식량안보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통일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서도 해외농업개발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원자탄보다 먹거리폭탄이 세다”

—정부에 해외농업개발에 대해 건의한 적은 없습니까.

“2000년 박태준 당시 총리를 찾아뵙고 건의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박 총리는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우리 꼭 같이 이 일을 해내자’며 격려해 주었는데, 얼마 후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이 총제는 2002년과 2010년에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2010년에 뵈었을 때에는 대통령이 되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십사 부탁을 드리면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정무장관이 다음 대통령으로 유력하니 한국으로 초대하거나, 브라질을 한번 방문해 보라’고 건의했습니다. 박근혜 의원은 ‘내가 컴퓨터를 공부했지만, 배가 고플 때 컴퓨터를 깨 먹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라면서 ‘이 대표님이 애국, 생명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이 총제의 열변은 끝이 없었다. 당초에 내심 2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하고 시작한 인터뷰였는데, 어느덧 3시간 반이나 흘러 있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 총제는 “원자폭탄보다 더 무서운 것이 ‘먹거리폭탄’”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원자탄이라는 무서운 무기를 가지고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것도 결국은 체제 안정을 위해서 아닙니까? 체제 안정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이 먹거리입니다. 북한 국민이 다들 잘 먹고 잘산다면 저렇게 원자탄을 가지고 벼랑 끝 전술을 펼치겠습니까. 하지만 죽이는 원자폭탄보다 살리는 먹거리폭탄이 더 셉니다. ‘식량안보’는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가장 중요한 안보정책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