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적 복지개념 도입·맞춤형 복지제도 시행
⊙ 노사문화大賞 수상… 2014년 5월 전북혁신도시 이전해 제2 創社 준비
朴鐵坤
⊙ 62세. 방송대 행정학과·한양대 행정학과 졸업. 전주대 법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학 연수,
서울대 국가정책과정 이수.
⊙ 행시 25회, 총무처 사무관, 국무조정실 기획총괄·교육·의전담당 과장, 기획관리조정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역임. 한국조폐공사 비상임이사, 한양대 특임교수, 혁신창조경제포럼 회장.
⊙ 홍조근정훈장, 황조근정훈장, 2013 대한민국 창조경제 CEO대상 수상.
⊙ 노사문화大賞 수상… 2014년 5월 전북혁신도시 이전해 제2 創社 준비
朴鐵坤
⊙ 62세. 방송대 행정학과·한양대 행정학과 졸업. 전주대 법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학 연수,
서울대 국가정책과정 이수.
⊙ 행시 25회, 총무처 사무관, 국무조정실 기획총괄·교육·의전담당 과장, 기획관리조정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역임. 한국조폐공사 비상임이사, 한양대 특임교수, 혁신창조경제포럼 회장.
⊙ 홍조근정훈장, 황조근정훈장, 2013 대한민국 창조경제 CEO대상 수상.
‘수서발(發) KTX 자회사 설립’을 놓고 철도노조가 대규모 파업을 강행한 가운데, 공사(公社) 설립 이래 단 한 차례의 노사(勞使) 분규도 발생하지 않은 공기업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2014년 설립 40주년을 맞는 한국전기안전공사(이하 전기안전공사)는 자사(自社) 노조가 강성(强性)의 민주노총 산하임에도 무(無)분규, 무파업을 기록했다. 이 같은 노사화합 분위기로 전기안전공사는 2013년 6월 고용노동부에 의해 ‘2013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11월에는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이 주최한 ‘2013년도 노사문화 대상(大賞)’에서 공공기관 중 최고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노사문화대상은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 중에서 상생과 협력의 노사문화를 모범적으로 실천한 기업에 수여하는 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3년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현장실사와 사례발표 경진대회 등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 전기안전공사를 최고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정신적 복지’ 도입
전기안전공사의 모범적 노사문화 조성에는 박철곤(朴鐵坤) 사장의 노력이 작지 않았다. 코레일 노조의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12월 10일 서울 본사에서 만난 박 사장은 “노사는 수레의 양 바퀴처럼 함께 발을 맞춰 나가야 하는 운명공동체”라며 “노사문화대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 공사가 추구해 온 협력적 노사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11년 취임하자마자 ‘노사상생’을 선언하고 ‘선진노사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노사 간 협력이 기업발전의 전제조건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죠. 물론 20년 이상 국무총리실에서 체득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정신적 복지’ 개념을 도입하고, 맞춤형 복지 제도를 폈습니다.”
—전기안전공사의 젊은 직원들은 회사에서 결혼도 시켜 준다고 하는데 정신적 복지 차원에서 추진한 건가요.
“우리 공사는 2014년 5월 전북 전주로 이사를 갑니다. 지방으로 간다는 사실에 젊은 미혼 직원들이 심적 동요를 갖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같은 곳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과 협의해 각 기관의 젊은 직원들을 서로 소개해 주는 ‘커플매칭’ 행사를 가진 겁니다. 가정이 안정돼야 회사 일도 잘할 수 있지요. 이른바 ‘연애 복지’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애사심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전기안전공사는 2014년 5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 40년 서울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전북시대를 열게 된다. 전북 전주시 인근(완주 이서면 갈산리) 5만1899m²(약 1만6000평) 규모의 대지에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신사옥이 들어선다. 신사옥은 ‘새울림’으로 불릴 예정이다. ‘새’는 새롭다는 의미로 미래와 발전을 의미하고, ‘울’은 북의 울림과 같이 화합과 소통의 상징이며, ‘림’은 빽빽한 나무숲과 같은 친환경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전기안전공사 측은 신사옥이 전북혁신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철곤 사장은 “단순히 사옥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제2의 창사(創社)’ 개념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2011년 사장으로 취임한 후 2년이 넘었습니다. 임기 만료를 4~5달가량 남겨 두고 있는데 취임 초기와 비교할 때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봅니까.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후회 없이 일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지 말고 능동적으로 움직이자’고 했습니다. 정해진 업무만 할 게 아니라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신(新)성장동력을 찾도록 유도했지요. ‘내일 경영’이 그래서 나온 겁니다. 내 일(business work)을 내 일(my work)처럼 하면 나와 회사에 내일(tomorrow)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낡은 관행과 높은 벽을 실감할 때도 있었지만 보람이 더 컸던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어려운 일은 있어도 안 되는 일은 없다
박철곤 사장은 30년 공직생활 중 만 24년을 국무총리실에서 보냈다. 2009년 국무차관으로 퇴임했는데 국정기획, 노사, 환경, 안전, 복지, 국제협력 등 총리실 전 분야를 ‘섭렵’했다. 하는 일마다 복잡한 문제를 쉽게 해결해 ‘총리실 해결사’로 불렸다. 그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더 빠른 성공의 지름길이 없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다”고 했다.
“30년 공직생활 경험으로 터득한 원칙이 있습니다. ‘어려운 일은 있어도 안 되는 일은 없다’는 거죠. 작은 일, 눈에 안 띄는 일, 모두가 꺼리는 일조차 ‘내 일’처럼 열정을 다해 일하면 안 되는 게 없어요. 주인의식과 열정은 성공의 지름길을 달리는 두 개의 수레바퀴입니다.”
이런 생각은 그가 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오면서 ‘성과보상’과 ‘주식시장형 인사제도’ 도입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거나 정년이 가깝다는 이유로 승진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히 성과를 내면 보상을 해 줬어요. 내일 퇴임하더라도 열심히 일한 직원에 대해서는 회사가 끝까지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박철곤 사장은 고졸할당제와 지역인재 등용을 통해 인사제도를 바꿨다. 사회적 약자에게도 취업기회의 형평성을 부여하기 위해 고졸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시니어 직원(55세 이상) 등 채용형태를 다각화했다. 전라북도와는 ‘지역 연계사업 협력약정’을 체결해 신규직원 채용 시 전북 출신 인재를 10% 이상 선발하기로 했다.
노사문화 정착, 인사제도 혁신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음에도 공기업 평가에서 전기안전공사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박 사장의 말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공기업 평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와 무척 아쉬웠습니다. 우리 공사는 일부 전기·원자력 관련 공기업과 달리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일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칭찬 받을 일을 많이 했는데도 평가는 낮았습니다.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사실 우리 기관이 수익을 많이 내면 오히려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아무튼 전기안전공사가 ‘힘’ 없는 기관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습니다.”
최근 현오석(玄旿錫) 부총리는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며 공기업 개혁을 예고했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공기업 부채만 봐도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전체 295개 공기업 부채는 493조원으로 국가채무 442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LH공사, 한국전력, 한국수자원공사 등 대형 공기업 12개의 부채만 무려 412조원에 달한다.
—고용세습 관행 근절, 기관장과 임원 연봉 삭감 등 기존의 개혁안을 비롯해 공기업 지배구조 혁신, 낙하산 등 공정인사,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공명정대한 노사합의 등 대대적인 개혁이 절실합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개혁할 수는 없겠지만 당사자인 공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야 합니다. 흔히 ‘공무원 조직은 시대의 흐름에 둔감하다’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공기업에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생각해요. 공기업을 관리하는 쪽에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공기업을 평가하고 관리, 감독해야 합니다.”
전기안전 검사실력 세계적 수준
—최근 들어 원전(原電)부품 위조 등 관련 업계 비리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기안전 관련 기관의 경영책임자로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이 같은 위법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 받을 수 없지요. 원전이 가동되지 않음으로 인해 피해액수도 엄청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전력설비 안전관리 제도를 대대적으로 바꿔야 해요. 현재 원자력발전시설의 경우, 전기안전공사의 ‘사용 전 검사’는 대상에 포함이 안 돼 있습니다. 제3의 기관이 검사를 해야 객관적으로, 독립적으로 진단할 수 있어요. 현재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검사를 관할합니다. 전력의 생산자와 안전관리 주체를 분리해 안전검사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기관 간 이해 다툼이나 밥그릇 지키기가 아닌 사용자인 국민 입장서 검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전기안전공사의 검사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우리 공사의 검사능력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어요. 2012년 8월 영흥화력발전 5호기에서 일본 H사(社)가 제작한 부품에 용접 결함을 발견하고 시정조치를 했습니다. 해당 회사 측은 처음에 결함 사실을 극구 부인했지만 객관적 검사결과를 보고 마침내 인정했던 겁니다. 2013년에는 당진복합화력발전소에 투입된 독일 G사 제품에서 하자(瑕疵)가 발생해 조치를 취하도록 했고, 평택복합화력발전소의 경우에는 미국계 K사가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사실도 적발했습니다.”
—전기안전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근본적으로 어떤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가장 큰 원인은 전력사용 과부하로 인한 변압기 고장을 들 수 있는데 현재 20년 이상의 오래된 변압기들이 적지 않아요. 필요 용량에 맞게 변압기를 교체하고, 아울러 한계용량 이내로 전기를 아껴 쓰는 절약정신이 필요합니다. 현재 전기안전공사는 3년마다 변압기 적합 여부를 검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압기 상태만 확인할 뿐 용량 부족 여부는 걸러내지 못하고 있어요. 변전설비 안전 강화를 위해선 현행 제도를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 겨울철에도 전력수급이 충분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기안전공사 차원의 대응방안은 있나요.
“국가 전력설비안전 책임기관으로서 여러 가지 방안을 세워 두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하도록 기술을 지원하고 있고, 이를 민간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공사 차원의 절전(節電)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본사 포함 전국 60개 사업소를 대상으로 사무실 밖 ‘원격근무제’도 시행했어요. 무엇보다 전력 위기 극복은 전(全)국민의 참여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안전개념 대폭 확대
—전기사고와 관련해 서민들이 사고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합니다. 전기안전공사 차원의 대책은 뭔가요.
“현 정부의 역점 과제로 ‘친서민 에너지 복지’가 있습니다. 사회의 양극화 심화로 에너지 복지 개념이 대두되고 이에 대한 관심과 수요 또한 늘고 있어요. 전기안전공사는 긴급출동 고충처리 서비스 ‘스피드콜’을 도입해 전기안전 분야의 ‘119’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2년 1월부터는 도서(島嶼), 오지(奧地)의 전기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전기공사업체와 협약을 맺어 위탁관리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2013년부터는 쪽방촌의 전기설비 개선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가보훈처, 보훈공단과 연계해 국가유공자와 참전유공자의 주거 복지도 지원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 전기안전공사 주도로 전기안전의 개념을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안전사고는 항상 익숙함과 타성에서 비롯되기 마련입니다. 사후 복구보다 사전 예방 노력이 더욱 중요하죠. 문제의 발생 소지를 원천에서 제거하자는 뜻에서 안전의 개념을 대폭 확대한 겁니다.”
박철곤 사장은 “재해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라며 “전기안전공사 CEO로서 사전 예방 관점의 선제적 안전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한 경영책임자라는 평가를 나중에라도 받고 싶다”고 했다.⊙
노사문화대상은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 중에서 상생과 협력의 노사문화를 모범적으로 실천한 기업에 수여하는 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3년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현장실사와 사례발표 경진대회 등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 전기안전공사를 최고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정신적 복지’ 도입
전기안전공사의 모범적 노사문화 조성에는 박철곤(朴鐵坤) 사장의 노력이 작지 않았다. 코레일 노조의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12월 10일 서울 본사에서 만난 박 사장은 “노사는 수레의 양 바퀴처럼 함께 발을 맞춰 나가야 하는 운명공동체”라며 “노사문화대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 공사가 추구해 온 협력적 노사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11년 취임하자마자 ‘노사상생’을 선언하고 ‘선진노사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노사 간 협력이 기업발전의 전제조건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죠. 물론 20년 이상 국무총리실에서 체득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정신적 복지’ 개념을 도입하고, 맞춤형 복지 제도를 폈습니다.”
—전기안전공사의 젊은 직원들은 회사에서 결혼도 시켜 준다고 하는데 정신적 복지 차원에서 추진한 건가요.
“우리 공사는 2014년 5월 전북 전주로 이사를 갑니다. 지방으로 간다는 사실에 젊은 미혼 직원들이 심적 동요를 갖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같은 곳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과 협의해 각 기관의 젊은 직원들을 서로 소개해 주는 ‘커플매칭’ 행사를 가진 겁니다. 가정이 안정돼야 회사 일도 잘할 수 있지요. 이른바 ‘연애 복지’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애사심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전기안전공사는 2014년 5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 40년 서울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전북시대를 열게 된다. 전북 전주시 인근(완주 이서면 갈산리) 5만1899m²(약 1만6000평) 규모의 대지에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신사옥이 들어선다. 신사옥은 ‘새울림’으로 불릴 예정이다. ‘새’는 새롭다는 의미로 미래와 발전을 의미하고, ‘울’은 북의 울림과 같이 화합과 소통의 상징이며, ‘림’은 빽빽한 나무숲과 같은 친환경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전기안전공사 측은 신사옥이 전북혁신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철곤 사장은 “단순히 사옥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제2의 창사(創社)’ 개념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2011년 사장으로 취임한 후 2년이 넘었습니다. 임기 만료를 4~5달가량 남겨 두고 있는데 취임 초기와 비교할 때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봅니까.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후회 없이 일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지 말고 능동적으로 움직이자’고 했습니다. 정해진 업무만 할 게 아니라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신(新)성장동력을 찾도록 유도했지요. ‘내일 경영’이 그래서 나온 겁니다. 내 일(business work)을 내 일(my work)처럼 하면 나와 회사에 내일(tomorrow)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낡은 관행과 높은 벽을 실감할 때도 있었지만 보람이 더 컸던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어려운 일은 있어도 안 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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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신사옥 '새울림'의 조감도. |
“30년 공직생활 경험으로 터득한 원칙이 있습니다. ‘어려운 일은 있어도 안 되는 일은 없다’는 거죠. 작은 일, 눈에 안 띄는 일, 모두가 꺼리는 일조차 ‘내 일’처럼 열정을 다해 일하면 안 되는 게 없어요. 주인의식과 열정은 성공의 지름길을 달리는 두 개의 수레바퀴입니다.”
이런 생각은 그가 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오면서 ‘성과보상’과 ‘주식시장형 인사제도’ 도입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거나 정년이 가깝다는 이유로 승진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히 성과를 내면 보상을 해 줬어요. 내일 퇴임하더라도 열심히 일한 직원에 대해서는 회사가 끝까지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박철곤 사장은 고졸할당제와 지역인재 등용을 통해 인사제도를 바꿨다. 사회적 약자에게도 취업기회의 형평성을 부여하기 위해 고졸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시니어 직원(55세 이상) 등 채용형태를 다각화했다. 전라북도와는 ‘지역 연계사업 협력약정’을 체결해 신규직원 채용 시 전북 출신 인재를 10% 이상 선발하기로 했다.
노사문화 정착, 인사제도 혁신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음에도 공기업 평가에서 전기안전공사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박 사장의 말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공기업 평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와 무척 아쉬웠습니다. 우리 공사는 일부 전기·원자력 관련 공기업과 달리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일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칭찬 받을 일을 많이 했는데도 평가는 낮았습니다.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사실 우리 기관이 수익을 많이 내면 오히려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아무튼 전기안전공사가 ‘힘’ 없는 기관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습니다.”
최근 현오석(玄旿錫) 부총리는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며 공기업 개혁을 예고했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공기업 부채만 봐도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전체 295개 공기업 부채는 493조원으로 국가채무 442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LH공사, 한국전력, 한국수자원공사 등 대형 공기업 12개의 부채만 무려 412조원에 달한다.
—고용세습 관행 근절, 기관장과 임원 연봉 삭감 등 기존의 개혁안을 비롯해 공기업 지배구조 혁신, 낙하산 등 공정인사,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공명정대한 노사합의 등 대대적인 개혁이 절실합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개혁할 수는 없겠지만 당사자인 공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야 합니다. 흔히 ‘공무원 조직은 시대의 흐름에 둔감하다’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공기업에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생각해요. 공기업을 관리하는 쪽에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공기업을 평가하고 관리, 감독해야 합니다.”
전기안전 검사실력 세계적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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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안전공사는 2013년도 노사문화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이 같은 위법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 받을 수 없지요. 원전이 가동되지 않음으로 인해 피해액수도 엄청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전력설비 안전관리 제도를 대대적으로 바꿔야 해요. 현재 원자력발전시설의 경우, 전기안전공사의 ‘사용 전 검사’는 대상에 포함이 안 돼 있습니다. 제3의 기관이 검사를 해야 객관적으로, 독립적으로 진단할 수 있어요. 현재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검사를 관할합니다. 전력의 생산자와 안전관리 주체를 분리해 안전검사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기관 간 이해 다툼이나 밥그릇 지키기가 아닌 사용자인 국민 입장서 검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전기안전공사의 검사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우리 공사의 검사능력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어요. 2012년 8월 영흥화력발전 5호기에서 일본 H사(社)가 제작한 부품에 용접 결함을 발견하고 시정조치를 했습니다. 해당 회사 측은 처음에 결함 사실을 극구 부인했지만 객관적 검사결과를 보고 마침내 인정했던 겁니다. 2013년에는 당진복합화력발전소에 투입된 독일 G사 제품에서 하자(瑕疵)가 발생해 조치를 취하도록 했고, 평택복합화력발전소의 경우에는 미국계 K사가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사실도 적발했습니다.”
—전기안전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근본적으로 어떤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가장 큰 원인은 전력사용 과부하로 인한 변압기 고장을 들 수 있는데 현재 20년 이상의 오래된 변압기들이 적지 않아요. 필요 용량에 맞게 변압기를 교체하고, 아울러 한계용량 이내로 전기를 아껴 쓰는 절약정신이 필요합니다. 현재 전기안전공사는 3년마다 변압기 적합 여부를 검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압기 상태만 확인할 뿐 용량 부족 여부는 걸러내지 못하고 있어요. 변전설비 안전 강화를 위해선 현행 제도를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 겨울철에도 전력수급이 충분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기안전공사 차원의 대응방안은 있나요.
“국가 전력설비안전 책임기관으로서 여러 가지 방안을 세워 두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하도록 기술을 지원하고 있고, 이를 민간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공사 차원의 절전(節電)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본사 포함 전국 60개 사업소를 대상으로 사무실 밖 ‘원격근무제’도 시행했어요. 무엇보다 전력 위기 극복은 전(全)국민의 참여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안전개념 대폭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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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안전공사는 2014년 5월 전북혁신도시(전북 완주 소재)로 이전한다. 현재 신사옥의 건설이 한창이다. |
“현 정부의 역점 과제로 ‘친서민 에너지 복지’가 있습니다. 사회의 양극화 심화로 에너지 복지 개념이 대두되고 이에 대한 관심과 수요 또한 늘고 있어요. 전기안전공사는 긴급출동 고충처리 서비스 ‘스피드콜’을 도입해 전기안전 분야의 ‘119’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2년 1월부터는 도서(島嶼), 오지(奧地)의 전기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전기공사업체와 협약을 맺어 위탁관리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2013년부터는 쪽방촌의 전기설비 개선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가보훈처, 보훈공단과 연계해 국가유공자와 참전유공자의 주거 복지도 지원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 전기안전공사 주도로 전기안전의 개념을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안전사고는 항상 익숙함과 타성에서 비롯되기 마련입니다. 사후 복구보다 사전 예방 노력이 더욱 중요하죠. 문제의 발생 소지를 원천에서 제거하자는 뜻에서 안전의 개념을 대폭 확대한 겁니다.”
박철곤 사장은 “재해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라며 “전기안전공사 CEO로서 사전 예방 관점의 선제적 안전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한 경영책임자라는 평가를 나중에라도 받고 싶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