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 韓流의 전문가 尹炅雨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 월간조선

“중국 내 한류(韓流)는 1990년대 말보다 다소 약화됐지만, 저변이 중국 전역으로 넓어졌습니다. 장르도 음악에서 영화, 드라마, 서적으로까지 확대됐어요. 그런데 돈은 못 벌어요. 이게 중국 한류의 아이러니입니다.”

중국에서 한류에 빠진 사람을 일러 합한족(哈韩族))이라고 한다. 해석하면 ‘한국을 몹시 원하는 무리’ 정도가 된다. ‘哈’ 은 사전적으로는 단순한 의성어에 불과한데, 대만을 중심으로 한 중화권 청소년 사이에서 ‘얻기를 몹시 원하다’의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또 다른 용어로 한류미(韓流迷)가 있다. ‘迷’는 마니아란 뜻이다. 합한족이든 한류미든 뜻은 ‘한국에 미친 무리나 종족’이다.

싸이라는 수퍼스타의 등장으로 중국의 한류도 최근 다시 상승세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중국 국영 방송사인 CCTV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을 연일 도배할 정도다. 이 방송사는 홈페이지 한편에 아예 싸이 특집란을 마련해 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 어린이들에게 ‘뽀통령’이라고 불리는 ‘뽀로로 극장판 3D 애니메이션’이 중국 내 약 7000여 상영관에서 개봉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한류는 중국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랑을 받으며, 중국 대중문화의 한 축이 됐다. 하지만 중국 내 한류 현상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내 한류에 대해 연구해 온 윤경우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류의 인기와 실제 경제적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한류를 통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 유통 등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대 북악관 연구실에서 윤경우 교수를 만나 중국 내 한류에 대해 들어봤다. 윤경우 교수는 지난달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하 한류재단)이 펴낸 한류총서 시리즈 5편 《한류포에버-세계는 한류스타일》에서 중국편 저자를 맡았다. 한류총서 시리즈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한류재단에서 제작, 발간해 오고 있다. 이번 5편은 아시아, 미주, 유럽, 중동 등 세계 지역의 한류를 심층분석했다.

反한류는 과장된 측면이 많아

—국제관계학 전공인 학자가 중국 한류에 대해 연구한 계기가 뭡니까.

“2000년 초반에 베이징(北京)과 옌볜(延邊)에서 약 2년 동안 교수생활을 했습니다. 박사 논문도 ‘중국시’에 대해서 썼기 때문에 중국 경제, 정치, 사회에 대해서 늘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2005년 우리 드라마 <대장금>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동시에 반(反)한류에 관한 기사가 우리 언론에 오르내리더군요. 그래서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해 봤더니, 실제 반한류 움직임은 아주 미미했습니다. 양쪽 언론들이 과장한 측면이 많았어요.”

—어떻게 과장이 된 겁니까.

“당시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지앙궈룬탄(强國論壇)’이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당신은 친한류(親韓流)냐, 캉한류(抗韓流·중국에서는 반한류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냐’는 질문에, 중국 네티즌의 90%가 ‘나는 친한류’라고 투표를 했더군요. 그런데 온라인 댓글에는 온통 한류를 비난하는 글로만 도배가 돼 있었어요. ‘이 차이는 뭔가?’ 해서 자세히 살펴봤지요.”

—뭐가 문제였습니까.

“온라인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문제였습니다. 아주 소수의 동일한 네티즌들이 비난글을 도배하는 거지요. 동일한 닉네임으로 수십 개를 올리기도 하고, 닉네임을 바꿔서 또 수십 개를 올리는 겁니다. 이런 현상을 연구해서 한국정치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는데,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언론 등에서 일부 네티즌들의 글을 놓고 마치 중국 사회의 주류 의견인 것처럼 호도한 거죠.”

—반한류 현상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잖습니까.

“외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 두려움은 어느 나라·문화권에도 있습니다. 이를 얼마나 정확히 바라보고 해석하느냐가 중요하지요. 실제 한류가 너무 거세니까, 영화배우 청룽(成龍) 같은 대스타도 ‘중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좋은데, 왜 중국 젊은이들이 한국 것만 찾는지 모르겠다’고 말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본질적으로 2000년대 들어와서 중국인들은 한류를 좋아하고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에서 만나는 고위 공무원, 교수, 정치인, 기업가들은 만나기만 하면 마치 인사처럼 ‘우리 마누라가, 자식들이 한류에 빠져 있다’는 말을 합니다. 심지어 시간이 갈수록 ‘내가 최근 이런이런 드라마를 본다’고 말하는 남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윤경우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990년 후반부터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애국주의 교육을 넣어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이른바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자)나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자) 세대의 민족주의 의식이 매우 높아졌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한류뿐만 아니라, 일본문화, 미국문화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자극적인 글로 온라인을 도배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중국에서 일상화, 저변화 확대된 한류

—최근 중국 내 한류는 어떤 특성을 보입니까.

“도시에서는 일상화됐고 시골은 전성기이며 전체적으로 저변은 확대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1990년대 말보다 인기가 한풀 수그러들었습니다. 당시는 H.O.T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대중음악이 일본, 대만, 미국 음악을 모조리 따돌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 연예인들을 따라하는 게 유행이 돼서 한국식 머리 염색, 의상 등도 인기였죠. 그러다 2005년 드라마 <대장금>이 후난성(湖南省)에서 운영하는 후난TV에 방영되며, 한류의 인기는 최고조가 됐습니다. 그때는 중국 모든 TV에서 거의 매일 <대장금>을 방송하고, 대도시에서 거리에 나가면 한국 음악이 중국음악보다 더 많이 들렸습니다.”

—중국의 시골은 요새가 전성기입니까.

“네. 중국 시골로 가면 1990년대 말처럼 한류 인기가 높아요. 중국 후난성 시골에 가도 상점 간판에 한류 스타들의 얼굴이 걸려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저변이 확대됐다는 건, 수용자층이 넓어졌다는 겁니까.

“시골까지 한류가 확대됐다는 측면에서도 저변이 확대된 거고, 한류 콘텐츠가 다양화됐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초기 한류가 음악 일변도였다가, <가을동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죠. 전지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가 인기를 얻자 영화에서도 한류 바람이 불었지요. 동시에 한국의 게임이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석권했습니다. 한때 중국 인기 온라인 게임의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한국산이었어요. 그러다 최근에는 한국 서적도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책이 인기가 있다는 건 언론에 나왔지만, 교육 관련 한국 서적도 인기가 높아요. 동화책이나 중고생들이 읽을 만한 역사, 미술 등에 관한 교양서적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석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류 인기에 비해 소득은 적어

—한류재단이 발행한 한류총서 중국편에 따르면, 한국이 2011년 대 중국 문화콘텐츠 수출액이 11억 달러(1조2000억원)입니다. 일본에 수출한 액수보다 적을 뿐만 아니라, 총액 기준으로 봐도 크지 않습니다.

“중국의 한류 열풍에 비하면 벌어들이는 액수가 생각보다 적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들이 제값을 못 받았습니다. 중국 내 한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드라마 <대장금>은 MBC가 대만 방송국에 싸게 팔았어요. 그런데 대만에서 인기를 끌자 대만 방송국이 중국 후난TV에 비싸게 팔아서 돈을 벌었어요. 후난TV도 엄청난 시청률 덕분에 광고를 끌어들여서 그야말로 떼돈을 벌었고요. 영화 <엽기적인 그녀>도 판권을 싸게 넘겼고, 러닝 개런티 계약도 없어서 중국 수입업자와 극장만 돈을 벌었습니다. 영화, 드라마 등은 이런 식으로 제값에 판권을 못 팔아서 돈을 못 벌었어요. 또 중국의 대부분 포털사이트가 한국 드라마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부터 과거 드라마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합니다. 중국 1위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는 유쿠투더우(優酷土豆)도 한국에서 판권을 사서 드라마를 공급하고 있는데, 한국 측에 큰 수입이 되지 않습니다.”

윤경우 교수에 따르면, 2001년 개봉된 한국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그해 DVD가 400만 장 이상 판매됐으며 해적판을 포함하면 수천만 장 팔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때 동방신기와 H.O.T 인기가 최고였습니다. 이들의 음반 수입도 엄청나지 않았나요.

“대중음악이 한류의 시발(始發)이었고 중심이었습니다. 사실 한류라는 용어도 1996년 3월 베이징 FM 방송국에 ‘서울음악실’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했던 우전소프트 김윤호 사장이 처음 사용하면서 유행된 겁니다. 당시에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 H.O.T의 ‘행복’이 담긴 앨범 등이 공전의 대히트를 하면서 한류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생겼어요. 하지만 가수들의 수입은 대부분 앨범 판매에서 나오는데, 알다시피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는 해적판 때문에 돈이 안됐고 인터넷이 발달하니 무료 다운로드 때문에 역시 돈을 많이 못 벌었습니다.”

—결국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 때문에 중국에서 아무리 인기를 끌어도 돈이 안된다는 건가요.

“한류의 인기에 비해 경제적 이익이 적은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중국이 지적재산권 부분에서 워낙 후진국이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측에 노하우와 회사 탈취당하기도

—제값에 콘텐츠를 팔지 못한 것과 지적재산권 문제 외에 수익을 제대로 얻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 기업에 노하우를 빼앗기고, 심지어는 회사조차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주로 게임업계에서 발생합니다. 일반에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중국에 수출하는 문화콘텐츠 가운데 게임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2011년 대(對) 중국 문화콘텐츠 수출액 11억 달러 가운데, 약 9억 달러가 게임에서 벌어들인 겁니다. 그런데 게임은 한국에서 만들어 그대로 수출할 수가 없어요. 게임 내용에 대한 검열이 심하기 때문에 수정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국에 회사를 차려야 하는데 중국은 문화산업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게임업체와 합작을 하지 않으면 진출할 수가 없어요. 합작을 할 때도 지분은 무조건 중국 업체가 더 많아야 합니다. 이렇게 진출해서 공동으로 게임을 출시하면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조금 돈이 된다 싶으면, 중국 업체들이 갖은 이유로 계약을 어기고 유사한 게임을 만들어서 따로 시장에 냅니다.”

—명백히 계약 위반인데 소송을 내면 되지 않습니까.

“법적으로 소송을 걸면, 오히려 갖은 수를 써서 한국 측 지분을 빼앗아 버립니다. 지분도 더 많고, 계약서도 교묘하게 써서 중국 측이 한국 측 지분을 처리할 수 있게 써 놓은 경우가 많아요. 더 중요한 건 중국 법원이 중국 기업이 이길 수 있도록 법해석을 해 줍니다. 게임 ‘미르의 전설2’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합니까.

“정말로 좋은 파트너인지 확인하고 나서 합작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에서 ‘시’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떤 방법이든 좋은 사람을 통해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소개받고, 계약을 할 때 모든 경우의 수를 꼼꼼하게 다 집어넣어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중국 측 파트너가 꼼짝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다른 수가 없어요.”

現地化는 실패할 경우가 많아

—다른 한 가지 이유는 뭡니까.

“실패한 콘텐츠 때문에 돈을 못 법니다. 무슨 얘기냐면, ‘한류에 편승하면 쉽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어정쩡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돈이 안된다는 겁니다. 보통 이런 어정쩡한 콘텐츠는 잘못된 ‘현지화’ 때문에 발생합니다. 요새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마치 현지화를 절체절명의 명제처럼 생각하는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현지화는 성공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명제가 되면 안 됩니다. 중국의 규제를 피하겠다고 영화나 드라마 부문에서 한·중 공동제작 붐이 일었습니다. 2004년 KBS가 중국과 합작으로 <북경 내사랑>을 만들었지만 중국에서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외면당했습니다. 같은 해 MBC도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장나라씨 주연으로 <굿모닝 상하이>를 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방영도 안 되고 중국에서도 미미한 시청률을 기록했어요. 이 밖에 대작 드라마 <비천무>, 옌볜조선족자치주를 배경으로 한 <초연> 등도 한국 최고 수준의 스태프가 참여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프로덕션과 산둥(山東)TV가 제작한 20부작 드라마인 <진황의 사랑>도 양국 모두에서 외면당했어요”

—이렇게 현지화가 실패하는 건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문화 콘텐츠는 우선 수입 국가의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게 최우선 아닙니까. 중국인들이 우리 드라마와 영화를 왜 보겠습니까. 자신들과 비슷한 문화권인데 더 세련되고, 화려하면서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합작을 하면, 중국 측의 입김이 들어갑니다. 시나리오 바꾸고, 촬영할 때 중국식으로 빨간색 많이 집어넣고, 자신들이 볼 때 이해 안 가는 대사나 내용은 중국식으로 바꾸고 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한류 스타들이 드라마에 나오는데, 한류 스타의 이미지와 한국 드라마의 세련됨이 부각 안 되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중국 측에서는 ‘한류 드라마인데 어쩐지 중국 냄새가 나서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한국 측에선 ‘촌스워서 싫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럼 현지화를 하지 말아야 합니까.

“현지화는 해당 국가의 관행·제도 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됩니다. 중국에서 문화콘텐츠를 잘 팔려면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구해야 합니다. ‘뽀로로 극장판 3D 애니메이션’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100% 한국이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중국 문화부 직속 국가급 기업인 중국동만집단유한공사(ACG)라는 곳과 합자회사를 설립해 지분의 30%를 이 회사에게 줬으며 애니메이션의 중국 내 유통도 맡겼습니다. 지분이 30% 있으니 수익의 30%도 이 회사가 가져갈 것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중국 내에서 이 에니메이션을 상영하는 걸림돌이 되는 모든 걸 알아서 해결하고 전국 약 7000여개 극장에 이 애니메이션을 걸었습니다. 수익은 당연히 기존 한류 어떤 영화보다 알찼겠죠? 이런 식으로 제작 노하우가 앞선 한국이 책임지고 만들고, 제대로 유통시킬 수 있는 회사를 만나 그들이 알아서 뛸 수 있도록 하는 게 제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런 식의 효율적인 현지화가 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도 없고 성공해도 제대로 수익을 가져오기 힘들다는 걸 콘텐츠 제작자들이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