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교육감 보수 후보 단일화 앞장선 安洋玉 교총 회장 : 월간조선

장황하다는 느낌이었지만 그의 어투는 강했다. 18만 회원을 이끌어갈 만한 힘이 느껴졌다. 크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밝힐 때 상하좌우로 흔드는 절도 있는 손동작도 그랬다. 강한 어투와 절도 있는 손동작은 그의 신념을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이었다. 참다운 보수적 가치의 실현. 그것이 그의 신념이다.

안양옥(安洋玉)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회장. 그가 이끌고 있는 교총은 교직원, 교사, 교수 등 18만 회원을 거느린 대한민국 최대 교원 단체다. 지난 11월 2일 오후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만났을 때 그의 얼굴은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다. 오는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보수 진영 단일 후보를 추대하고 오는 길이었다.

- 오늘 보수 진영 서울시 교육감 단일 후보 추대 문제는 잘 해결된 겁니까.

급하게 약속장소로 달려온 듯 그는 물 한 컵을 시원하게 들이켜며 말문을 열었다. 힘든 일을 해결한 뒤에 볼 수 있는 개운한 표정이었다.

“일단 잘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를 우리 보수 진영 단일 후보로 막 추대하고 오는 길입니다.”

보수 성향의 교육계 인사들로 구성된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상임공동대표 이상주)와 교육계원로회의(대표의장 이돈희)는 지난 10월 서울시 교육감 단일화 후보 등록을 신청해 총 9명의 예비후보를 받았다. 이 9명의 보수 성향 후보 가운데 김진성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 공동대표, 문용린 명예교수, 서정화 홍익대사범대 부속고 교장 등 3명이 결선에 진출했고 이들 3명을 놓고 후보 추대위원 20명이 이날 투표를 통해 문 교수를 추대한 것이다.

지난 2010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진보 진영은 곽노현 전 교육감을 중심으로 단일화한 반면 보수 진영은 단일화에 실패한 선례가 있다.

- 단일화 후보 등록을 안 한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들도 있는 걸로 아는데요.

“반발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꼭 보수 쪽도 단일화돼야 하고 그렇게 될 걸로 봅니다.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실패로 패한 만큼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은 분이 갖고 있습니다. 좌파의 단일 후보에게 또다시 서울시 교육감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는 서울시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다른 보수 성향의 후보들도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무엇이 진정으로 교육을 살리는 길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후보 단일화에 불쏘시개 역할

지난 11월 2일 보수 진영 서울시 교육감 단일 후보로 선출된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가운데)가 다른 후보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일찌감치 불출마선언을 해 보수 후보 단일화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안 회장은 본인 스스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실천한 사람이다. 안 회장은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 출마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다. 그랬던 그였지만 지난 9월 27일 그는 “후보 단일화와 훌륭한 교육감을 모시는 데 힘을 다하겠다”며 “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서울시 교육감 불출마 선언은 주변의 권유 때문이었습니까, 스스로의 선택이었습니까.

“제가 선택한 일입니다. 제가 불출마 선언을 한 후 우리 회원들 가운데 실망한 분들도 꽤 많아요. 하지만 제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이기 때문에 보수 진영의 승리를 위해서 저는 저보다 더 중량감 있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저의 진정성과 노력이 평가를 받아 이번 보수 후보 단일화에 일조했다고 자부합니다. 바깥에서는 보수 진영 단일화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지만 제 불출마 선언이 그 일을 가능하게 하는데 일조한 것 같아 보람도 느낍니다.”

- 후보 단일화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셈이네요.

“뭐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보수 진영은 자기희생을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려는 소명감이 부족합니다. 자기 역량과 능력도 희생할 줄 아는 게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생각합니다.”

- 출마를 강행했으면 당선할 자신이 있었습니까.

안 회장은 에둘러 답변했다.

“저는 게임을 잘합니다. 제가 정치가도 아니고 정치학자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게임을 해서 져본 적이 없습니다.”

-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의 교육감으로서의 문제는 뭐였습니까.

“여타 좌파 교육감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그분들은 학교 현장을 감안하지 않고 한쪽의 이념과 생각을 너무 급진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곽 전 교육감은 대학교수 출신으로 현장을 너무 몰랐어요. 그러다 보니 학생인권조례와 무상급식, 혁신학교 강행과 학업성취도평가 거부 등으로 일선학교의 학생지도와 교육여건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더욱이 정부와 정책적 충돌을 일으켜 그 사이에 낀 학교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혼란을 겪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유 여하를 떠나 상대 교육감 후보자에게 거액의 돈을 줌으로써 교육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었다는 것이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입니다.”

- 다시 서울시에 좌파 교육감이 탄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앞서 말한 정부 정책과의 충돌, 포퓰리즘 등으로 학교 현장의 갈등과 혼란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저는 단언합니다. 상위법을 무시하는 인권조례로 학교 생활지도는 느슨해질 것이고 무상급식으로 인해 화장실, 과학실, 급식실 환경개선은 요원해질 겁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좌파 교육감들이 있는 지자체는 방학 중 급식, 장애우 및 다문화 가정 자녀 지원 등 다른 더 시급한 사업의 축소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또 교장을 투표로 선출하는 무자격 공모학교가 늘어날 것이고 학업성취도평가는 일제고사라는 명명하에 거부될 것이 분명합니다. 한마디로 혼란이 가중될 겁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인사권 남용

2011년 5월 13일 스승의 날 행사장에서 안양옥 회장(오른쪽)이 곽노현 당시 서울시 교육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치러지는 교육감 직선제가 과연 유지할 만한 제도인가요.

“우리 교총에서 지난 8월 전국 유·초·중등·대학교원 2087명을 대상으로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일이 있습니다. 보완해야 한다가 48.5%였고 폐지는 43.0%였습니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 90% 이상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19대 국회의원 141명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했는데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60.7%,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17.1%나 나와 정치권에서도 80% 가까운 국회의원이 개선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이 분출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어떤 문제점들이 분출되고 있습니까.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에서 보수 진영이나 좌파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사활을 거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보수, 진보 형태의 정치권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과도한 선거비용 부담 등으로 합리적 교육철학과 학식을 갖춘 인물들이 출마의 제약을 받고 있고 직선제로 선출된 서울시 교육감들의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당선 후 지원금 등의 문제로 비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건강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가 자신들의 교육철학을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직선제 교육감이 막강한 재정, 인사권을 쥐게 됨으로써 ‘자기 사람 심기’ 등 교단 안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 아닙니까.”

- 직선제 교육감의 구체적인 인사권 남용 사례가 있습니까.

“지난 2월 말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2011년 3월 1일부터 서울교육청 본청에 파견돼 있던 교사 7명의 파견을 연장하고 4명을 새로 파견한 것은 인사권 남용이라며 저희 교총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한 일이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감사원의 답변이 왔는데 서울시 교육청에 대해 교사파견 업무처리 부적정 결정을 내렸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교사파견 업무처리 부적정 결정이 뭔가”라는 질문에 안 회장은 자료를 꺼내 감사원의 통보사항을 자세히 읽어주었다.

“‘서울특별시교육감은 앞으로 소속 교육공무원에 대하여 파견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최소한의 범위에서 일시적인 업무추진에 그치도록 하고, 교사 파견의 필요성 및 타당성이 있지 아니한 경우 교사를 파견받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인데 한마디로 곽 교육감이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뜻입니다.”

- 국민들의 무관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대통령 선거나 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 선거를 치르면 투표율은 높일 수 있지만 일반 국민의 무관심 자체가 문제인 상황에서 다른 정치선거에 가려 후보자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교육감 선거를 ‘깜깜이 선거’, ‘로또선거’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선거 운영방식을 교육관계자 전원이 참여하는 방식 등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교육감 후보자에 대한 정당 관여도 배제돼야 하고요.”

- 과거처럼 간선제로 가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좌파 교육감뿐만 아니라 보수 교육감이 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직선제 교육감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 문제는 그대로 있습니다. 정 직선제를 해야 한다면 돈이 들더라도 결선 투표제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니면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교육관계자가 참여하는 방식의 제한된 직선제를 한다든가. 저는 현행과 같은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한다면 대한민국의 좌경화는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좌파는 하나로 뭉치지만 보수는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하나로 뭉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되면 좌파 교육감이 출현하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이고 그들의 주도 아래 더 좌경화한 교육이 우리 사회 전체를 좌경화로 이끌어갈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차기 정부 敎科部 해체는 안 된다

2011년 1월 17일 교총 회장실에서 안양옥 교총회장(왼쪽)과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이 만났다. 교총과 전교조 수장이 공개적으로 공식 만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 보수 진보를 떠나 어떤 사람이 교육감이 돼야 할까요.

“교과서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헌법으로 돌아가면 돼요. 헌법 31조 4항에서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에 부합하고 이를 현장에 잘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 지난해 2월 국회는 현 교육감과 교육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는 2014년부터 교육감의 교육경력 자격 폐지를 담은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잘못된 일입니다. 교육감 후보의 교육경력 5년 자격 부활이 필요합니다. 개정안대로라면 교육감 선거는 그야말로 정치판 선거 그 이상으로 혼탁해질 게 분명합니다.”

- 최근 교총이 서울시내 교원들을 대상으로 ‘차기 서울시 교육감의 자질 1순위’가 무엇인지 조사한 것으로 아는데요.

“지난달에 조사했는데 정식 조사 명칭은 ‘바른 서울 교육 구현을 위한 의견조사’였습니다. 차기 교육감 자질 문제도 그 항목에 포함돼 있었는데 서울시 교원들은 교육정책 조정 능력 및 추진 능력을 자질 1순위로 꼽았더군요. 학교 자율성 확보가 서울시교육청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꼽혔고 교육정책 우선순위에서 최하위는 무상급식이었습니다. 좌파 교육감들이 교원들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등 이번 대선에 출마의사를 밝힌 주요 후보들의 교육정책 공약 가운데 공통되는 것 하나가 고교 무상교육이던데요.

“수업료나 학교운영비 등 공교육의 실질적 무상화를 실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OECD 대부분의 나라는 초중등교육비에 대해 완전 무상화를 실현하고 있고 수업료, 입학금 면제는 물론 교과서, 학습재료비, 학교운영지원비, 통학비 등 무상 내용이 다양한 상황입니다.”

- 이번 대선 유력 주자들 중에는 유·초·중등 교육의 시·도 교육감 전담 방안 등 교육 행정단위를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공약을 제시하는 등의 교과부 폐지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도 있는데요.

“지금 예를 든 공약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공약으로 아는데요. 저는 교과부 폐지는 선진국 추세에 역주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해 두고 싶습니다. 주 정부의 독립성이 강한 미국조차 국가 차원의 교육전담부처가 필요하다고 인정해 1980년에 연방정부 부처에 교육부를 신설했습니다. 영국의 아동학교가족부, 독일의 연방교육본부, 일본의 문부과학성 등 주요 선진국은 중앙정부에 교육 전담 부서를 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선진국 등이 국가 교육발전 도모를 위한 중앙정부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데 우리나라만 유·초·중등 교육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교육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교과부 해체 주장은 이번 대선 후보들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는 주장인데요.

“물론 현재의 교과부 기능과 역할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돼야 합니다.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현장성을 바탕으로 한 교육정책 수립과 추진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장학·편수 기능과 현장지원 강화 등 제 기능을 찾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교과부 해체나 약화 주장에 대해 일정 부분 교과부도 스스로 책임지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全敎組, 잘한 일도 있지만…

회원 18만명인 교총은 17개 시·도 교총, 192개 시·군·구 교총, 1만2000개 학교 분회를 가진 최대 교원 조직이다. 교원 단체 내에서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회원은 6만명이다. 교총의 규모가 3배나 큰 것이다.

- 교총이 덩치는 크지만 일반 국민들의 머릿속에 교원 단체 하면 전교조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교총은 연합체예요. 교사, 행정직원, 교수 다 포함돼 있는 반면 전교조는 교사만 있어요. 우리보다 결속력이 강하죠.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평교사만 회원이다 보니까 의사 결집력도 강합니다. 전교조는 중앙집권적 시스템으로 움직이는데 우리는 시도지부가 따로 법인화돼 있는 느슨한 연대체제입니다. 전교조가 확실한 이념적 좌표를 갖고 있는 반면 우리는 큰 줄기의 이념적 좌표를 못 가졌던 겁니다. 그런 전교조의 강성이 국민들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제가 전교조 같은 교총회장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다니는데 교총의 사회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일에 힘써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자부합니다. 거기에 일조한 게 곽노현 사건이죠. 투쟁 목표가 생겼으니까요. 저는 우리 교총이 지금은 전교조보다 액티브하다고 생각합니다.”

- 전교조는 회원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렇다면 교총은 증가하고 있는 겁니까.

“교총도 정체 상태입니다. 명예퇴직을 하는 교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신규 회원 가입률은 전교조보다 높은데 그만큼 소멸률도 높기 때문입니다.”

- 경쟁자로서 전교조를 칭찬한다면.

“참교육을 추구하면서 교사의 고충을 더 살피려는 노력을 했고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봅니다. 교사의 불만을 대변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많이 해왔다고 봅니다.”

- 전교조의 잘못된 점을 꼽으라면요.

“너무 정치 이념적이고 투쟁적인 모습이 중립성을 지켜야 할 교사로서 사회에 많은 우려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학생인권조례나 무상급식 같은 포퓰리즘 정책은 학교 현실을 무시한 측면이 강하고, 사회적 합의나 예산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너무 급진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교육을 자꾸 정치의 장으로 끌고 감으로써 국민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충고해 주고 싶습니다. 솔직히 전교조 교사들 가운데는 애국가 거부, 빨치산 교육 등으로 물의를 빚은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분들이 교사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새누리당 서초甲 공천 사양한 이유

지난 9월 6일 광주 무등 경기장에서 열린 야구 꿈나무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한 안양옥 회장이 시구를 하고 있다.

안양옥 회장은 지난 4·11 총선 때 새누리당으로부터 서울 서초갑 공천을 제안받았다. 서초갑은 새누리당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확실시되는 이른바 ‘새누리당 강남 벨트’ 중 한 곳이다.

- 국회의원 배지를 쉽게 달 수 있다는 유혹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평소 교육발전을 위해서는 교육전문가가 국회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해보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상투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임기를 끝까지 다하겠다’는 18만 회원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한 도리라고 판단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단체의 회장은 국회의원이 돼서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는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 교총 회장 자리가 국회의원보다 더 좋았던 것 아닙니까.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제 소망이 우리 교총을 보수 진영에서 가장 건강한 NGO로 만드는 겁니다. 우리나라 보수 단체 중에 18만 회원이 매달 회비로 1만1000원씩 꼬박꼬박 내는 단체가 어디 있습니까. 그건 대단히 큰 힘입니다. 저는 건강한 교총을 만들어야 할 책무를 지고 있습니다. 전교조를 대립 관계로만 보는 게 아니라 건전한 경쟁을 통해서 우리가 추월해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욕과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 일에 매진하는 보람도 큽니다.”

- 회장 임기를 마치고 다시 국회의원 공천 제의가 오면 그때는 응할 생각입니까.

그의 답은 명쾌했다.

“정치권에서 저나 교육전문가를 끌어들이려면 최소 교육 담당 부총재라든지 교육을 중시하는 직책을 만들어서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대한민국 최대 교원 단체 수장으로서의 자존심이고 정부나 정치권이 대한민국의 교육을 얼마나 중시하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줄곧 반장을 했다는 그는 중고등학교에 다시 교복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를 다니며 자신이 겪었던 가난 때문이다.

안 회장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 광주로 전학을 갔다가 서울로 다시 전학을 와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5·16 후 부모님의 사업이 망해 서울 동숭동 산동네 움막집에서 살며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교복을 입지 않았다면 저는 반장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 같은 시대에 움막집에서 사는 아이를 누가 반장을 시켜주겠습니까. 교복으로 제 가난을 가릴 수 있었고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하는 아이를 반장으로 뽑아주었던 겁니다. 그 덕분에 저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거고요. 교복은 사춘기 예민한 소년의 가난을 가려주기도 하지만 차별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동숭동 움막집에서 살았던 한 소년이 18만 회원을 거느린 대한민국 최대 교원 단체의 수장이 된 것이다. 그렇게 ‘개천에서 난 용’은 오늘도 이 땅의 보수적 가치의 구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