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槿惠 얕보는 당내 낙관주의 심각
⊙ “이(해찬)-박(지원) 연대, 상층부 엘리트들 간의 정치적 거래일 뿐”
⊙ “安哲秀 리더십, 거친 정치판에서 통할지는 지켜봐야”
黃柱洪
⊙ 60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同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 석·박사.
⊙ 국회 정책연구위원 실장,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남 강진군수 역임.
⊙ 現 19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 “이(해찬)-박(지원) 연대, 상층부 엘리트들 간의 정치적 거래일 뿐”
⊙ “安哲秀 리더십, 거친 정치판에서 통할지는 지켜봐야”
黃柱洪
⊙ 60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同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 석·박사.
⊙ 국회 정책연구위원 실장,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남 강진군수 역임.
⊙ 現 19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기획 의원총회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개발언에 나선 의원들은 민주통합당 박지원(朴智元) 원내대표를 향해 충성맹세하듯 눈물까지 훔치며 결사옹위의 자세를 보였다. 7월 30일 민주통합당 의원총회 모습을 얘기하는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로, 이날 의총은 박 원내대표가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 거부해야 하느냐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거부할 경우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표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밖에 나가보면 절대다수 국민이 박지원 원내대표가 검찰소환에 응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저는 엉터리 정보와 언론의 조작에 이끌려 다니는 국민이 원망스럽습니다.” “박 원내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당 의원 모두에 대한 탄압이므로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아냅시다”와 같은 ‘충성 발언’이 의원총회장에 가득 찼다.
기자가 보기에도 민주당의 입장에서,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의 기획력, 정보력에다 부지런함까지 민주당으로선 그만한 보배가 없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그가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아주 구체적인 의혹을 받고 있고, 이를 국민들이 의혹 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어떤 입장일까. 야당으로서는 검찰의 박지원 원내대표 소환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의원들이 원내대표를 일방 옹호하는 것을 전혀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아마도 이런 이심전심(以心傳心)이 7월 30일 의원총회장을 엄습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를 지키고, 집권경험이 있는 정당이 ‘권력형 비리’를 감싸는 것은 더 큰 것을 잃는 것이다. 이런 대의(大義)·정의(正義)는 대부분 집단 이기심 앞에서 움츠러드는 게 현실이다. 치열한 아귀다툼을 벌이는 정치판에서 특히 그렇다.
18대 국회까지 우리는 조순형(趙舜衡) 의원을 보았다. 그는 어느 정당에 소속돼 있든지 주로 대의와 정의의 편에 섰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미스터 쓴소리’라고 불렀다. 이런 ‘미스터 쓴소리’가 19대 국회에도 등장했다. 기자의 기억에 그의 말은 정상궤도를 이탈한 적이 없다.
‘대통령 국회 출석 때 기립’ 주장한 야당 의원
바로 7월 30일 의원총회에서도 많은 의원의 비리 감싸기에 일침을 가한 의원이 있었다. 황주홍(黃柱洪) 의원이 그였다. 그는 “국민에게 한 표라도 더 얻는 사람들이 집권한다. 그런 국민을 우리가 우습게 보면 되겠는가.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5%가 박 원내대표가 검찰소환에 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저는 (박 원내대표가) 검찰소환에 응하는 것이 순리이며 그것이 민주당과 12월 대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제발 국민 여론에 맞서지 말고 민주당과 박 원내대표를 분리하자”고도 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믿으면, 적어도 75%의 국민이 그의 말을 지지한다고 봐야 한다. 상식적으로 봐도 그의 말은 민주당 내 분위기를 역행하는 것일지는 몰라도 정도(正道)인 것은 틀림없다.
황주홍 의원의 ‘쓴소리’는 이번만이 아니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시장·군수·구청장 등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재임 중 위법행위를 한 경우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소환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선출직임에도 국회의원은 예외다. 한번 뽑아놓으면 아무리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소환할 수가 없다. 바로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황 의원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자 이런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권 하나를 내려놓겠다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국회의원들로선 달가울 리가 없다.
“대통령에게 禮 갖춰야”
야당 의원인 그는 또 하나 ‘사고’를 쳤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은 7월 3일 국회 연설을 했다. 대통령은 최고통수권자다. 아무리 국회가 국민의 최고 대의기관이라지만 국가의 최고통수권자에 대해서는 예(禮)를 갖추는 게 상식이고 도리다. 그 예는 ‘이명박’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위상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식은 어느 나라든 똑같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그렇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본회의장 입장 때 여당 의원들은 일어나서 박수를 치는데, 야당 의원들은 어정쩡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에 대해 황 의원은 개인 블로그에 올린 ‘초선일지’에서 이렇게 적었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할 때 기립박수까지는 몰라도 기립해 주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여당은 기립해서 박수치고 있는데 야당만 앉아 있는 것이 조금 어정쩡해 보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에 대해 말로 할 때는 항상 깍듯이 경어, 경칭을 사용합니다. 정작 그 대통령이 몇 년 만에 국회를 방문해 오니까 우두커니 앉은 채 외면하는 듯한 반응이랄까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조금 모순적인 것 같습니다.”
민주당으로선 아픈 대목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황 의원은 강진군수를 세 번 했다. 그러면서 기초 지방자치단체(시·군·구청)의 장(長)에 대한 정당 공천 배제 운동을 해왔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중앙당으로선 괘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중앙당과 국회의원은 바로 그 공천권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입바른 행동 때문에 그는 세 번째 강진군수를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 말뚝만 박아도 당선된다는 호남에서 그의 이런 행동은 ‘죽기’를 각오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그는 뜻을 같이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고, 이런 그의 ‘용기’에 강진군민들이 화답하면서 그는 호남의 정당정치사에 새 장을 열었다.
19대 국회를 개원하면서 몇 달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화제에 오르고 있는 황 의원을 만났다.
“민주당, 대중을 깔본다”
―정파를 초월한 발언과 주장으로 당내에선 욕을 먹겠지만 국민들 사이에선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조순형 전 의원에 이어 뉴 ‘미스터 쓴소리’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과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치의 유일 척도는 국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자세로 정치에 임하고 있고요. 70%가 넘는 국민 여론이 박 원내대표가 검찰소환에 응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왜 그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습니까. 국민 여론과 맞서 싸우면 안 됩니다. 민주통합당이 국민을 이기려 한다면 12월에 어떤 성적표를 받겠습니까. 현재 저희 당은 수퍼 엘리트주의(super elitism)에 빠져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우월주의지요. 대중의 표로 선택된 사람들이 대중을 깔보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가 극복돼야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정치검찰의 공작수사라고 주장하며 소환에 불응했잖아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제까지 검찰의 모습을 보면 국민의 절대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정치색’이 배제됐다고 봅니다.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소환하기 전 누구를 조사했습니까. 대통령의 친형을 불러다 조사했습니다. 정치검찰이었다면 아마 면죄부를 줬겠지만 그렇지도 않았어요. 지금 이상득 전 의원이 어디 있습니까. 교도소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국민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소환에 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던 것이고요.”
―전략적 선택일 수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황 의원 주장대로 박 원내대표가 소환(7월 31일 자진 출두)에 응했는데요, 등 돌린 민심이 되돌아올까요.
“늦은 감은 있지만, 박 원내대표가 검찰소환에 응한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표가 많이 날아간 것은 사실입니다. 왜 진작 국민 여론에 호응, 순응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등 돌린 민심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각성이 필요합니다. 독선과 오만이 가득한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민심과 당심 사이의 불일치가 상당한데요, 민주당 내의 질서, 의식구조, 의사결정과정 등을 국민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민주당에 대한민국을 5년간 맡겨도 괜찮겠구나’하고 생각할 것 아닙니까.”
―당내에서는 “혼자 튀기 위해 그런다”라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이 적잖은 게 사실인데요.
“인간 사회니까 질투나 견제가 있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닙니까. 우리 한국 정당 문화와 구조가 그렇습니다. 새누리당,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당론과 국론(국민 여론)이 배치할 경우 당연히 국론을 좇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생기는 질투와 견제는 이겨내야 하고요.”
―그래도 당내에서 ‘미운털’이 박히면 현실적으로 재선(再選) 도전이 쉽지 않잖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불의에 맞섬으로써 외롭도록 정의를 지킨다’입니다. 물론 제가 다선의원이 못 될 수도 있고, 정치적으로 더 큰 꿈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제 길을 가겠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지난 3월 민주통합당 공천심사를 받을 때 현역의원인 공심위원이 ‘황 후보는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한 분인데 민주당 당론이 정당공천 유지이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더군요. 당연히 ‘당론에 따르겠다’고 대답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 하겠더라고요. 소신대로 민주당 당론이 정당공천 폐지 쪽으로 바뀌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저를 아껴주시던 권노갑 고문님이 전화를 주셨기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권 고문께서 ‘아이고 이 사람아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지, 당론에 따른다고 이야기해야지’하며 아쉬워하시더라고요. 저도 교수 하면서 학생들 채점을 해본 사람인데 답을 왜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3선, 4선 못 하면 어떻습니까. 이런 각오와 다짐으로 의정 활동에 임하려 합니다.”
황 의원은 인터뷰 중 유독 ‘국민’이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렸다. 그러면서 국민을 섬겨야 할 정치권의 국민을 아래로 보는 오만함이 ‘안철수 현상’을 불러왔다며 안타까워했다. 대화는 자연히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옮겨갔다.
“안철수 거친 광야에서 통할지 지켜봐야”
―안철수 원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안 원장은 민주당의 한계와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자산이죠. 저희가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원장의 지지율이 계속 유지가 되면 민주당 후보와 9월 말이나 10월에 야권 단일화 시도가 있을 텐데요, 극적인 흥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야권 후보 단일화 이야기를 했는데 안 원장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제1 야당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되지 않겠습니까.
“안 원장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민주통합당은 무력감에 빠지겠지요. 하지만 안 원장과 저희 당 후보가 단일화한다면 안 원장의 지지자들도 민주통합당을 지지하지 않겠습니까. 민주통합당의 외연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또 안 원장이 단일 후보가 된다고 민주통합당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안 원장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봅니까.
“잘 모르겠어요. 최근 안 원장이 출연한 SBS <힐링캠프>를 봤는데 참 바른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신의 의중을 설득력 있는 언어구조를 통해 잘 정리해 내는 것을 보고 상당한 내공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험난한 정치권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요. 안 원장은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곳에서 이야기했지, 격렬한 토론과정을 거친 적이 없어요. 정치권에서는 선문답하듯 고답(高踏)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안 원장의 포스트모던한 리더십이 거친 광야에서도 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서전 《강진군에서도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에서 정직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벌어진 안 원장의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 논란을 보면 그가 정직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요.
“어떤 사람이나 시간이 흐르면서 본인의 생각과 입장, 철학과 소신이 변경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날 안 원장의 언행과 지금의 언행이 꼭 일치할 수는 없다는 뜻이죠. 바뀐다는 것은 성장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사람이 세 살부터 여든 살까지 똑같은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행여나 바뀐 게 잘못됐다면 시인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안 원장은 브이소사이어티 문제와 관련해 곧장 사과했습니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김효석(金孝錫) 전 의원이 안 원장과 각별한 사이인데요,황 의원은 안 원장과 인연이 있나요.
“김 전 의원과는 가끔 통화도 하고 하는데 안 원장과는 일면식도 없습니다.”
朴槿惠 만만찮은 상대
안 원장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 만큼 여권 유력 대권 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에 대한 견해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와 관련, “박정희 독재정치와 이명박 정권의 국정 실패에 대한 두 가지 공동책임이 있다”며 “대선경쟁 속에서 국민적 검증이 이뤄진다면 그의 실체가 밝혀질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이런 주장에 황 의원도 동의할까. 또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자당(自當)의 대권 주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박 전 대표 정도는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일반 국민은 박 전 대표를 원칙과 신뢰를 일관성 있게 잘 지켜온 지도자로 보고 있습니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지요. 당 일각에서 ‘박근혜 정도는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 ‘박근혜는 콘텐츠가 부족해서 후보 검증 과정에서 밑천이 드러날 것이다’ ‘검증이 본격화되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것이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낙관주의는 사태를 심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안이(安易)한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박 전 대표는 만만치 않은 상대입니다.”
―그렇죠. 지지율로만 봤을 때 민주통합당 대권 주자들은 박 전 대표를 상대하기 버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왜 민주통합당 주자들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을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제가 주목하는 것은 처음 대선 경선 국면 때보다 현재 당내 대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입니다. 저는 개별 후보들의 부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주당 전체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민주통합당이 후보들에게 득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공천헌금’ 파문으로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는데요, 당연히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큰 타격을 주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지지율이 빠질 것입니다. 국민 여론은 기계가 아닙니다. 안 좋으면 빠지게 돼 있습니다.”
실제 공천헌금 파문 이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떨어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8월 8~9일 1500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 1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 다자 대결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6.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2일 조사(39.0%) 때보다 2.6%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비례대표 없애야 공천헌금 해결
―새누리당 ‘공천헌금’ 파문이 분명 민주당에는 호재(好材)입니다. 하지만 한 달 전 민주당에서도 공천헌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과연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요.
“민감한 질문이네요. 민주통합당 공천헌금 사건은 돈을 건넨 박모씨가 공천에서 떨어졌습니다. 성공한 로비가 아니었지요. 새누리당은 로비를 벌인 현영희(玄永姬)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습니까. 사안의 심각성에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네요. 로비를 했고, 누군가 돈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되는 것 아닙니까.
“제가 사건 내용을 자세히 모릅니다. 여기까지만 하시죠.”
서울중앙지법은 7월 16일 4·11총선 당시 예비후보 박모씨로부터 공천 대가로 1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전 사무부총장 심모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심씨에게 1000만원을 받은 당 대표 비서실 차장 김모씨도 유죄가 인정됐다. 심씨는 한명숙 전 대표의 총리 재임 시절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최측근이다. 당 대표의 측근들이 총선 공천을 미끼로 거액을 받아 챙긴 전형적인 공천헌금 사건이었다.
―공천헌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요.
“선거제도를 손 봐야 하는데 당장 비례대표를 없애야 합니다. 비례대표는 중앙당에 충성하고, 돈을 갖다 바치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천헌금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미국 보세요. 비례대표 없어도 잘 굴러가지 않습니까. 비례대표 제도가 사라지면 충성과 돈을 바치는 사례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1976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13개월간 복역한 이력이 있던데요, 박 전 대표의 5·16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말도 안 되는 것이죠. 대한민국의 리더가 되겠다는 후보가 그런 갇힌 인식을 지니고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5·16을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박 전 대표의 고집이고 아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양자 구도로 치러질 것입니다. 친박 측에서 바라는 3자 구도는 가능성이 작습니다. 제가 봤을 때 안 원장은 민주당 후보와 무조건 단일화를 할 것입니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지 야권 단일 후보 쪽에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야권연대, 통합진보당만 좋은 일 시켜줘”
민주통합당의 아킬레스건은 친노(친노무현)그룹과 동교동계 사이의 갈등이다. 내재돼 있던 갈등은 4·11총선 공천을 계기로 폭발했다. 친노(親盧)는 공천을 받았지만 비노(非盧)는 철저히 배제됐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당내 화합을 내세우며 손을 잡았지만, 동교동계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아태평화재단 멤버로 정치권에 입문한 황 의원은 동교동계와 가깝다. 그에게 현재 동교동계의 분위기를 물었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손을 잡았습니다. 친노와 동교동계가 화해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상층부 엘리트들 간의 정치적인 거래라고 봐야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다는 말씀이군요.
“방금 이야기했던 정도만 하겠습니다.”
―친노와 동교동계는 야권연대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납니다. 야권연대를 하지 않았다면 이석기·김재연 같은 종북(從北) 성향의 의원이 당선되지 않았죠.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야권연대 전 통합진보당 지지율이 3~4%였어요. 그런데 야권연대를 하고 4월 총선에서 10.3% 지지율을 얻었죠.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 전인 2월에는 지지율이 40%까지 올랐는데 정작 야권연대 이후 총선 때 받은 지지율은 36.45%에 머물렀습니다. 100% 야권연대 때문에 내려왔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야권연대로 인한 이득을 민주통합당은 보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야권연대는 통합진보당만 좋은 일 시켜준 것이지요.”
―그래도 12월에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야권연대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야권연대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결정 중 하나입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문제로 밖의 여론이 들끓으면 신속하게 대응을 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석기·김재연 좋다고 하는 국민이 몇 %나 되겠습니까. 야권연대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수입니다. 그럼 따라가면 됩니다. 왜 자꾸 국민을 무시하고 이기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국민들과 똑같은 생각입니다.”
한 인터넷 진보언론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6%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에 찬성했다. 하지만 두 의원의 제명은 지난 7월 26일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부결됐다.
―이석기 의원은 종북보다 종미(從美)가 더 큰 문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황 의원께서도 미국 유학 시절 ‘미국을 증오해 멀쩡한 길을 놔두고 잔디밭을 가로질러 밟고 다니며 반미에 대한 결의를 표현했다’고 했는데요,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니요. 미국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미국을 전두환 체제의 후견국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대한 분노, 적대감이 컸지요. 미국이 아시아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보면 부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정치만 해도 그렇습니다. 지도자들이 탈권위적이고, 겸손하고 친절합니다. 정치가 잘 돌아갈 수밖에 없지요. 개인적으로 우리가 가장 가까이하고 가장 가까이서 배워야 할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원들 잘난 척 좀 안 했으면”
민생국회, 쇄신국회, 일하는 국회, 몸싸움 없는 국회, 국회의원의 특권 포기…. 19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국민에게 내건 화려한 약속과 다짐들이다. 하지만 첫 임시국회 회기가 끝난 시점에서 매긴 19대 국회 첫 학기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새누리당 정두언(鄭斗彦)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정치권의 호언은 공언(空言)이 됐다.
―첫 임시국회 회기가 끝났는데 가장 크게 느낀 점이 무엇입니까.
“국회의원들이 실정법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국회의원의 본업이 무엇입니까. 입법 활동 아닙니까. 법을 만드는 사람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지 않습니까. 19대 국회도 국회법에 규정된 개원일(6월 5일)보다 27일 늦은 7월 2일에 개원했습니다. 이게 뭡니까.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들이 실정법을 지키지 않으니 국민에게 지탄받고 한국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입니다.”
―‘쇼’라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 개원 지연에 따라 6월분 세비를 반납했습니다. 그래도 새누리당은 국회법을 어긴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 것 아닌가요.
“제가 참 아쉬운 게 있어요. 4월 18일 날 당선자 의원총회 때였어요. 국회의원 특권과 관련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내려놓을 것이냐이다.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최대 관심은 정치권의 쇄신이다’라며 당내 정치 쇄신특위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새누리당한테 이슈를 선점당했죠.”
―꼭 내려놔야 할 국회의원 특권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겸직이죠. 왜 겸직을 합니까. 국민 중에는 일자리를 못 구해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데, 국회의원 월급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국회의원 배지도 안 달고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한번은 배지를 달지 말자고 했더니 몇몇 의원이 이런 소리를 합디다. 배지를 달아야 행동을 조심한다고. 아니 배지를 안 단다고 함부로 하는 사람이 무슨 정치 지도자입니까. 말도 안 되는 논리지요. 그냥 달고 싶어서 다는 것입니다. 과시하고 싶어서.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자기자랑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밖에 나가보면 절대다수 국민이 박지원 원내대표가 검찰소환에 응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저는 엉터리 정보와 언론의 조작에 이끌려 다니는 국민이 원망스럽습니다.” “박 원내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당 의원 모두에 대한 탄압이므로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아냅시다”와 같은 ‘충성 발언’이 의원총회장에 가득 찼다.
기자가 보기에도 민주당의 입장에서,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의 기획력, 정보력에다 부지런함까지 민주당으로선 그만한 보배가 없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그가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아주 구체적인 의혹을 받고 있고, 이를 국민들이 의혹 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어떤 입장일까. 야당으로서는 검찰의 박지원 원내대표 소환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의원들이 원내대표를 일방 옹호하는 것을 전혀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아마도 이런 이심전심(以心傳心)이 7월 30일 의원총회장을 엄습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를 지키고, 집권경험이 있는 정당이 ‘권력형 비리’를 감싸는 것은 더 큰 것을 잃는 것이다. 이런 대의(大義)·정의(正義)는 대부분 집단 이기심 앞에서 움츠러드는 게 현실이다. 치열한 아귀다툼을 벌이는 정치판에서 특히 그렇다.
18대 국회까지 우리는 조순형(趙舜衡) 의원을 보았다. 그는 어느 정당에 소속돼 있든지 주로 대의와 정의의 편에 섰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미스터 쓴소리’라고 불렀다. 이런 ‘미스터 쓴소리’가 19대 국회에도 등장했다. 기자의 기억에 그의 말은 정상궤도를 이탈한 적이 없다.
‘대통령 국회 출석 때 기립’ 주장한 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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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7월 31일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
황주홍 의원의 ‘쓴소리’는 이번만이 아니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시장·군수·구청장 등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재임 중 위법행위를 한 경우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소환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선출직임에도 국회의원은 예외다. 한번 뽑아놓으면 아무리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소환할 수가 없다. 바로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황 의원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자 이런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권 하나를 내려놓겠다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국회의원들로선 달가울 리가 없다.
“대통령에게 禮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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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2월 17일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강진군수 3선에 도전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황주홍 의원. |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할 때 기립박수까지는 몰라도 기립해 주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여당은 기립해서 박수치고 있는데 야당만 앉아 있는 것이 조금 어정쩡해 보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에 대해 말로 할 때는 항상 깍듯이 경어, 경칭을 사용합니다. 정작 그 대통령이 몇 년 만에 국회를 방문해 오니까 우두커니 앉은 채 외면하는 듯한 반응이랄까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조금 모순적인 것 같습니다.”
민주당으로선 아픈 대목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황 의원은 강진군수를 세 번 했다. 그러면서 기초 지방자치단체(시·군·구청)의 장(長)에 대한 정당 공천 배제 운동을 해왔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중앙당으로선 괘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중앙당과 국회의원은 바로 그 공천권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입바른 행동 때문에 그는 세 번째 강진군수를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 말뚝만 박아도 당선된다는 호남에서 그의 이런 행동은 ‘죽기’를 각오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그는 뜻을 같이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고, 이런 그의 ‘용기’에 강진군민들이 화답하면서 그는 호남의 정당정치사에 새 장을 열었다.
19대 국회를 개원하면서 몇 달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화제에 오르고 있는 황 의원을 만났다.
“민주당, 대중을 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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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 의원은 이-박 연대에 대해 상층부 엘리트들 간의 정치적인 거래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7월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지원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과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치의 유일 척도는 국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자세로 정치에 임하고 있고요. 70%가 넘는 국민 여론이 박 원내대표가 검찰소환에 응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왜 그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습니까. 국민 여론과 맞서 싸우면 안 됩니다. 민주통합당이 국민을 이기려 한다면 12월에 어떤 성적표를 받겠습니까. 현재 저희 당은 수퍼 엘리트주의(super elitism)에 빠져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우월주의지요. 대중의 표로 선택된 사람들이 대중을 깔보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가 극복돼야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정치검찰의 공작수사라고 주장하며 소환에 불응했잖아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제까지 검찰의 모습을 보면 국민의 절대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정치색’이 배제됐다고 봅니다.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소환하기 전 누구를 조사했습니까. 대통령의 친형을 불러다 조사했습니다. 정치검찰이었다면 아마 면죄부를 줬겠지만 그렇지도 않았어요. 지금 이상득 전 의원이 어디 있습니까. 교도소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국민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소환에 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던 것이고요.”
―전략적 선택일 수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황 의원 주장대로 박 원내대표가 소환(7월 31일 자진 출두)에 응했는데요, 등 돌린 민심이 되돌아올까요.
“늦은 감은 있지만, 박 원내대표가 검찰소환에 응한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표가 많이 날아간 것은 사실입니다. 왜 진작 국민 여론에 호응, 순응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등 돌린 민심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각성이 필요합니다. 독선과 오만이 가득한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민심과 당심 사이의 불일치가 상당한데요, 민주당 내의 질서, 의식구조, 의사결정과정 등을 국민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민주당에 대한민국을 5년간 맡겨도 괜찮겠구나’하고 생각할 것 아닙니까.”
―당내에서는 “혼자 튀기 위해 그런다”라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이 적잖은 게 사실인데요.
“인간 사회니까 질투나 견제가 있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닙니까. 우리 한국 정당 문화와 구조가 그렇습니다. 새누리당,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당론과 국론(국민 여론)이 배치할 경우 당연히 국론을 좇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생기는 질투와 견제는 이겨내야 하고요.”
―그래도 당내에서 ‘미운털’이 박히면 현실적으로 재선(再選) 도전이 쉽지 않잖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불의에 맞섬으로써 외롭도록 정의를 지킨다’입니다. 물론 제가 다선의원이 못 될 수도 있고, 정치적으로 더 큰 꿈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제 길을 가겠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지난 3월 민주통합당 공천심사를 받을 때 현역의원인 공심위원이 ‘황 후보는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한 분인데 민주당 당론이 정당공천 유지이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더군요. 당연히 ‘당론에 따르겠다’고 대답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 하겠더라고요. 소신대로 민주당 당론이 정당공천 폐지 쪽으로 바뀌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저를 아껴주시던 권노갑 고문님이 전화를 주셨기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권 고문께서 ‘아이고 이 사람아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지, 당론에 따른다고 이야기해야지’하며 아쉬워하시더라고요. 저도 교수 하면서 학생들 채점을 해본 사람인데 답을 왜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3선, 4선 못 하면 어떻습니까. 이런 각오와 다짐으로 의정 활동에 임하려 합니다.”
황 의원은 인터뷰 중 유독 ‘국민’이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렸다. 그러면서 국민을 섬겨야 할 정치권의 국민을 아래로 보는 오만함이 ‘안철수 현상’을 불러왔다며 안타까워했다. 대화는 자연히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옮겨갔다.
“안철수 거친 광야에서 통할지 지켜봐야”
―안철수 원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안 원장은 민주당의 한계와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자산이죠. 저희가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원장의 지지율이 계속 유지가 되면 민주당 후보와 9월 말이나 10월에 야권 단일화 시도가 있을 텐데요, 극적인 흥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야권 후보 단일화 이야기를 했는데 안 원장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제1 야당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되지 않겠습니까.
“안 원장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민주통합당은 무력감에 빠지겠지요. 하지만 안 원장과 저희 당 후보가 단일화한다면 안 원장의 지지자들도 민주통합당을 지지하지 않겠습니까. 민주통합당의 외연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또 안 원장이 단일 후보가 된다고 민주통합당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안 원장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봅니까.
“잘 모르겠어요. 최근 안 원장이 출연한 SBS <힐링캠프>를 봤는데 참 바른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신의 의중을 설득력 있는 언어구조를 통해 잘 정리해 내는 것을 보고 상당한 내공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험난한 정치권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요. 안 원장은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곳에서 이야기했지, 격렬한 토론과정을 거친 적이 없어요. 정치권에서는 선문답하듯 고답(高踏)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안 원장의 포스트모던한 리더십이 거친 광야에서도 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서전 《강진군에서도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에서 정직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벌어진 안 원장의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 논란을 보면 그가 정직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요.
“어떤 사람이나 시간이 흐르면서 본인의 생각과 입장, 철학과 소신이 변경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날 안 원장의 언행과 지금의 언행이 꼭 일치할 수는 없다는 뜻이죠. 바뀐다는 것은 성장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사람이 세 살부터 여든 살까지 똑같은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행여나 바뀐 게 잘못됐다면 시인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안 원장은 브이소사이어티 문제와 관련해 곧장 사과했습니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김효석(金孝錫) 전 의원이 안 원장과 각별한 사이인데요,황 의원은 안 원장과 인연이 있나요.
“김 전 의원과는 가끔 통화도 하고 하는데 안 원장과는 일면식도 없습니다.”
朴槿惠 만만찮은 상대
안 원장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 만큼 여권 유력 대권 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에 대한 견해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와 관련, “박정희 독재정치와 이명박 정권의 국정 실패에 대한 두 가지 공동책임이 있다”며 “대선경쟁 속에서 국민적 검증이 이뤄진다면 그의 실체가 밝혀질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이런 주장에 황 의원도 동의할까. 또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자당(自當)의 대권 주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박 전 대표 정도는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일반 국민은 박 전 대표를 원칙과 신뢰를 일관성 있게 잘 지켜온 지도자로 보고 있습니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지요. 당 일각에서 ‘박근혜 정도는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 ‘박근혜는 콘텐츠가 부족해서 후보 검증 과정에서 밑천이 드러날 것이다’ ‘검증이 본격화되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것이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낙관주의는 사태를 심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안이(安易)한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박 전 대표는 만만치 않은 상대입니다.”
―그렇죠. 지지율로만 봤을 때 민주통합당 대권 주자들은 박 전 대표를 상대하기 버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왜 민주통합당 주자들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을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제가 주목하는 것은 처음 대선 경선 국면 때보다 현재 당내 대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입니다. 저는 개별 후보들의 부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주당 전체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민주통합당이 후보들에게 득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공천헌금’ 파문으로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는데요, 당연히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큰 타격을 주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지지율이 빠질 것입니다. 국민 여론은 기계가 아닙니다. 안 좋으면 빠지게 돼 있습니다.”
실제 공천헌금 파문 이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떨어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8월 8~9일 1500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 1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 다자 대결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6.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2일 조사(39.0%) 때보다 2.6%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비례대표 없애야 공천헌금 해결
―새누리당 ‘공천헌금’ 파문이 분명 민주당에는 호재(好材)입니다. 하지만 한 달 전 민주당에서도 공천헌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과연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요.
“민감한 질문이네요. 민주통합당 공천헌금 사건은 돈을 건넨 박모씨가 공천에서 떨어졌습니다. 성공한 로비가 아니었지요. 새누리당은 로비를 벌인 현영희(玄永姬)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습니까. 사안의 심각성에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네요. 로비를 했고, 누군가 돈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되는 것 아닙니까.
“제가 사건 내용을 자세히 모릅니다. 여기까지만 하시죠.”
서울중앙지법은 7월 16일 4·11총선 당시 예비후보 박모씨로부터 공천 대가로 1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전 사무부총장 심모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심씨에게 1000만원을 받은 당 대표 비서실 차장 김모씨도 유죄가 인정됐다. 심씨는 한명숙 전 대표의 총리 재임 시절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최측근이다. 당 대표의 측근들이 총선 공천을 미끼로 거액을 받아 챙긴 전형적인 공천헌금 사건이었다.
―공천헌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요.
“선거제도를 손 봐야 하는데 당장 비례대표를 없애야 합니다. 비례대표는 중앙당에 충성하고, 돈을 갖다 바치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천헌금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미국 보세요. 비례대표 없어도 잘 굴러가지 않습니까. 비례대표 제도가 사라지면 충성과 돈을 바치는 사례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1976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13개월간 복역한 이력이 있던데요, 박 전 대표의 5·16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말도 안 되는 것이죠. 대한민국의 리더가 되겠다는 후보가 그런 갇힌 인식을 지니고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5·16을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박 전 대표의 고집이고 아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양자 구도로 치러질 것입니다. 친박 측에서 바라는 3자 구도는 가능성이 작습니다. 제가 봤을 때 안 원장은 민주당 후보와 무조건 단일화를 할 것입니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지 야권 단일 후보 쪽에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야권연대, 통합진보당만 좋은 일 시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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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주홍 의원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손을 잡았습니다. 친노와 동교동계가 화해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상층부 엘리트들 간의 정치적인 거래라고 봐야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다는 말씀이군요.
“방금 이야기했던 정도만 하겠습니다.”
―친노와 동교동계는 야권연대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납니다. 야권연대를 하지 않았다면 이석기·김재연 같은 종북(從北) 성향의 의원이 당선되지 않았죠.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야권연대 전 통합진보당 지지율이 3~4%였어요. 그런데 야권연대를 하고 4월 총선에서 10.3% 지지율을 얻었죠.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 전인 2월에는 지지율이 40%까지 올랐는데 정작 야권연대 이후 총선 때 받은 지지율은 36.45%에 머물렀습니다. 100% 야권연대 때문에 내려왔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야권연대로 인한 이득을 민주통합당은 보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야권연대는 통합진보당만 좋은 일 시켜준 것이지요.”
―그래도 12월에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야권연대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야권연대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결정 중 하나입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문제로 밖의 여론이 들끓으면 신속하게 대응을 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석기·김재연 좋다고 하는 국민이 몇 %나 되겠습니까. 야권연대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수입니다. 그럼 따라가면 됩니다. 왜 자꾸 국민을 무시하고 이기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국민들과 똑같은 생각입니다.”
한 인터넷 진보언론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6%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에 찬성했다. 하지만 두 의원의 제명은 지난 7월 26일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부결됐다.
―이석기 의원은 종북보다 종미(從美)가 더 큰 문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황 의원께서도 미국 유학 시절 ‘미국을 증오해 멀쩡한 길을 놔두고 잔디밭을 가로질러 밟고 다니며 반미에 대한 결의를 표현했다’고 했는데요,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니요. 미국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미국을 전두환 체제의 후견국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대한 분노, 적대감이 컸지요. 미국이 아시아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보면 부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정치만 해도 그렇습니다. 지도자들이 탈권위적이고, 겸손하고 친절합니다. 정치가 잘 돌아갈 수밖에 없지요. 개인적으로 우리가 가장 가까이하고 가장 가까이서 배워야 할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원들 잘난 척 좀 안 했으면”
민생국회, 쇄신국회, 일하는 국회, 몸싸움 없는 국회, 국회의원의 특권 포기…. 19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국민에게 내건 화려한 약속과 다짐들이다. 하지만 첫 임시국회 회기가 끝난 시점에서 매긴 19대 국회 첫 학기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새누리당 정두언(鄭斗彦)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정치권의 호언은 공언(空言)이 됐다.
―첫 임시국회 회기가 끝났는데 가장 크게 느낀 점이 무엇입니까.
“국회의원들이 실정법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국회의원의 본업이 무엇입니까. 입법 활동 아닙니까. 법을 만드는 사람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지 않습니까. 19대 국회도 국회법에 규정된 개원일(6월 5일)보다 27일 늦은 7월 2일에 개원했습니다. 이게 뭡니까.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들이 실정법을 지키지 않으니 국민에게 지탄받고 한국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입니다.”
―‘쇼’라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 개원 지연에 따라 6월분 세비를 반납했습니다. 그래도 새누리당은 국회법을 어긴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 것 아닌가요.
“제가 참 아쉬운 게 있어요. 4월 18일 날 당선자 의원총회 때였어요. 국회의원 특권과 관련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내려놓을 것이냐이다.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최대 관심은 정치권의 쇄신이다’라며 당내 정치 쇄신특위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새누리당한테 이슈를 선점당했죠.”
―꼭 내려놔야 할 국회의원 특권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겸직이죠. 왜 겸직을 합니까. 국민 중에는 일자리를 못 구해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데, 국회의원 월급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국회의원 배지도 안 달고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한번은 배지를 달지 말자고 했더니 몇몇 의원이 이런 소리를 합디다. 배지를 달아야 행동을 조심한다고. 아니 배지를 안 단다고 함부로 하는 사람이 무슨 정치 지도자입니까. 말도 안 되는 논리지요. 그냥 달고 싶어서 다는 것입니다. 과시하고 싶어서.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자기자랑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