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友錫
⊙ 50세.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ㆍ박사. 美 하버드 의대 교환교수, 인제대 의대 교수 역임.
現 JMO 피부과 원장.
⊙ 50세.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ㆍ박사. 美 하버드 의대 교환교수, 인제대 의대 교수 역임.
現 JMO 피부과 원장.
‘제모 이외의 다른 시술은 하지 않습니다.’
하얀색 벽면에 새겨진 선명한 검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내용도 있었다.
‘합리적 제모 비용을 만들도록 노력합니다. 한 번에 10% 이상 급격하게 변경하지 않습니다.’
취재차 숱하게 피부과를 드나들었지만 이런 문구를 떡 하니, 그것도 병원 입구에 써놓은 곳은 처음 봤다. 이 문구는 ‘JMO피부과’ 고우석(高友錫) 원장의 ‘모토’다.
“저희 병원은 털 뽑는 일만 합니다. 피부 치료나 피부 미용 관리 등 어떤 것도 하지 않습니다. 제모(除毛)는 현재는 수익률이 낮은 아이템입니다. 환자들이 고가(高價)의 비용을 지불하고 치료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죠. 뇌수술, 심장수술에는 관심이 크고, 성형수술에는 비용이 높을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암수술, 쌍꺼풀 수술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제모는 별것 아니라는 생각에 비싼 돈을 내지 않습니다. 제가 다른 피부과 진료를 하면 그 수익성에 빠져 제모를 소홀히 할까 걱정돼서, 영구 제모 이외에는 어떤 시술도 하지 않습니다.(웃음)”
흔히 피부과 의사들은 돈벌이에 열을 올린다고 생각해 왔기에 고우석 원장의 말은 뜻밖이었다. 하지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병원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단호했다.
―주변에 머리털이 빠져서 고민하는 이는 많지만 영구 제모에 관심 있는 이가 많은지 몰랐습니다.
“제모는 사소한 일로 치부되지만 분명히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정직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저희 병원의 존재 목적입니다.”
털이 온몸을 뒤덮은 20대 여성
고우석 원장의 첫 환자는 여고(女高)에 근무하는 남자 교사였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여학생들이 슬금슬금 피하기에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얼굴을 뒤덮은 수염 때문이었단다. 별명이 ‘장비’일 정도로 수염이 덥수룩했던 교사가 병원을 찾았다.
“남자 환자 중에 구레나룻과 볼, 코밑에서 턱, 목까지 털로 덮여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침에 깨끗하게 면도를 하고 나섰는데도 오후 3~4시쯤 되면 덥수룩해지는 겁니다. 얼굴에 수염이 나면 나이 들어 보이고, 지저분해 보이고, 심할 경우에는 주위에서 ‘자기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답니다. 수염 많은 비즈니스맨들이 저를 찾아와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대개 털이 뻣뻣해서 전기 면도기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질레트’나 고전적인 면도날을 이용하지 않으면 ‘바짝 면도’가 안 되기 때문에 수시로 면도를 할 수 없는 거죠. 의외로 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의 환자 중에는 ‘말 못 할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면도를 너무 자주 해서 피부가 상한 사람, 털이 너무 많아서 평생 반팔, 반바지를 입어보지 못한 사람, 항문 주위의 털이 엉덩이를 뒤덮은 사람, 얼굴에 이마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머리털이 이마를 덮은 사람, 성기 부분(비키니 라인)에 털이 풍성해 허벅지까지 내려온 사람 등이 혼자 속으로 끙끙 앓다가 병원을 찾는다.
뇌성마비를 앓아 팔다리가 불편했던 한 환자는 매일 어머니께 면도를 부탁했다가 결국 병원을 찾았다.
‘제모 전문가’인 고우석 박사를 놀라게 한 환자도 있었다. 털이 온몸을 덮은 20대 여성이었다. 서울 시내의 웬만한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전기침을 이용해 제모한 통에 온몸이 흉터 투성이였다. 풍성한 털 때문에 학교를 자퇴하기를 여러 번, 동네 상점에도 늦은 밤에만 다녔다는 이 환자를 위해 고우석 박사는 무료로 100여 차례 이상 제모 치료를 해주고 있다.
털이 우리 몸에서 하는 기능이 있을까
고우석 원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왜 누구는 털이 많고 적은지에 대한 결론은 없습니다. 통상 남성호르몬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그 외에 여러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영양 상태와 관련이 있을 듯싶지만 정확지 않고요. 확실한 것은 털 하나하나가 자기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는 겁니다. 털은 지키려고 하면 빠지고, 뽑으려고 하면 잘 빠지지 않습니다.”
―무슨 얘기입니까.
“털은 세포의 사이클에 따라 자랐다가 빠지고, 가늘어지다가 끝에 가서는 다 사라집니다. 일정 비율의 털이 매일 빠지고 올라오기를 반복합니다. 털은 자기 수명을 갖고 태어납니다. 성장기간은 부위마다 다른데 머리카락이 성장기간이 길어서 길게 자라는 겁니다.”
고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털 굵기는 가늘면 20~30마이크로미터, 굵으면 100~110마이크로미터란다. 동양인의 털이 서양인보다 조금 더 굵고, 밀도는 떨어진다. 대신 서양인의 털은 가늘지만 촘촘하게 나 있다. 여성의 코밑수염은 가는 털이고, 겨드랑이나 종아리 부위는 중간, 남자 수염은 굵다. 하지만 털의 신체적 기능은 크게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 고 원장의 설명이다.
“무모증 환자가 단명했다는 사례가 학계에 보고된 것이 없는 것으로 볼 때 털의 신체적 기능은 없어 보입니다. ‘신이 필요하니까 만들어 놓은 것 아니겠어’라고 물으면 답하기 어렵지만 현재까지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분명 원하지 않는 털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 사회가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지요. 털 좀 있다고 차별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런 인식의 변화가 어려우니 털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영구 제모 시술이 사용되는 겁니다.”
레이저로 털 줄기세포 파괴하면 영구 제모
사실 ‘털 뽑기’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유럽, 캐나다 등에서는 전기침을 털 주변에 삽입해 털을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처음 레이저 기계가 만들어진 것은 1960년대였다. 이후 1990년대 들어서야 영구적으로 털을 제거하는 기계가 시판되기 시작했다.
레이저 기계를 통한 시술의 원리는 이렇다. 털의 색을 결정짓는 멜라닌 색소에 잘 흡수되는 레이저 빛을 피부에 쪼인다. 털 멜라닌 색소는 이 레이저를 흡수하고, 레이저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털을 만드는 세포들이 파괴된다. 털에도 줄기세포가 있는데, 이 줄기세포들이 영구적으로 제거되면서 영원히 털이 나지 않는 원리다. 제모 기계 한 대당 가격은 2000만~2억원대로 천차만별이다. 제모를 단순히 족집게로 털을 하나하나 뽑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면 원시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수염 완전 없애려면 5~6차례 시술해야
고우석 원장은 20대 한 환자의 덥수룩한 수염 사진을 보여주면서 제모 과정을 설명했다. 사진 속의 젊은이는 구레나룻에서부터 볼, 목까지 털이 덮여 있었다. 매일 면도를 하는 데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시술을 위해 깨끗하게 면도를 끝낸 이후에도 전체적으로 얼굴이 푸르스름했다. 고 원장은 푸르스름한 부분은 ‘숨은 털’ 때문이라고 했다.
“푸르스름한 부분이 두드러질수록 그 부분에 숨겨진 털이 많다는 소리입니다. 밀도가 높은 부분이지요. 털의 특징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숨는 겁니다. 털의 뿌리에 해당하는 줄기세포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으면 없어지지 않습니다. 시차를 두고 털이 다시 올라오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켜봐야 합니다.”
―한 번 시술받으면 영구 제모되는 것 아닙니까.
“‘영구 제모’라는 단어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3번에서 많게는 10번까지 시술을 받아야 합니다. 처음에 시술을 받으면 환자들이 상당히 만족해합니다. 겉으로 볼 때 털이 완벽하게 제거된 것처럼 깨끗하니까요. 하지만 실은 20% 정도만 제거된 것이고, 그 속에 숨어 있는 털이 언제든 나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술 중간중간에 시차를 두면서 경과를 살펴봐야 합니다.”
―남자 수염을 영구 제모하는 과정은 얼마나 걸릴까요.
“평균 시차를 두고 5~6번 시술을 하고, 마지막 후에도 반년 이상을 기다려 숨은 털이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처음 시술에서 털이 영구 제거된 것을 확인하기까지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통증 큰 것이 유일한 단점
‘JMO피부과’를 찾는 환자는 먼저 자신의 상태를 남겨놓기 위해 사진 촬영을 한다. 시술 전에 말끔하게 면도를 하고, 마취 연고를 바른 상태에서 1시간 반 정도를 기다린다. ‘영구 제모’의 가장 큰 문제점이 ‘통증’이다. 고우석 원장은 “느긋하게 잠을 자는 환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큰 통증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마취가 되면 레이저를 쪼입니다. 피부 상태, 밀도, 털 상태 등에 따라서 의사의 재량으로 강도를 정하고, 누락 부위 없이 꼼꼼하게 시술을 합니다. 남자 면도 부위의 털 제거는 평균 4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제가 직접 시술을 받아봤는데 ‘칼로 째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팠습니다. 영구 제모를 하면 면도 시간을 아낄 수 있고, 깔끔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는데 통증이 문제입니다.”
―마취를 해도 아픕니까.
“환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통증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피부에 해가 된다거나, 피가 나지는 않습니다. 시술 후 30분 정도가 지나면 화끈거림이 사라집니다. 하루 이틀 만에 붉기가 가라앉고 별도의 진통제를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순간적인 통증이 있어서 환자들에게 이 점은 시술 전에 숙지시킵니다. 2, 3차로 넘어갈수록 통증이 줄어듭니다.”
레이저를 쪼인 털은 마치 용암이 밀려나오듯이 피부 밑에서 위로 녹아 나온다.
디자인 제모 시대
고우석 원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처음 시술 후에 한 달 정도 기간을 두고 다시 환자를 만나면 곳곳에 듬성듬성 털이 자라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방 수염’이라고, 드문드문 조금씩 나온 것이죠. 이때 2차 시술을 합니다. 통상 레이저의 강도를 1차 때보다 높이는데,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얼마 뒤에 제모 시술을 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의사의 경험에 달려 있습니다. 때문에 단순해 보이는 제모도 전문의에게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고 원장의 말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5~6차례 시술을 받고 난 다음에야 완벽하게 털이 제거된다. 하지만 ‘영구’라는 단어는 언제나 미련을 남기기 마련이다. 무엇인가를 영원히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어찌 보면 아쉬움일 수 있지 않을까. 고우석 원장 역시 이 대목에서 고민을 했다고 했다.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혹 40년 이상을 더 살다 보면 수염을 기르고 싶어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즈음 환자들이 먼저 요청을 했습니다. 가령 코밑 털을 남겨놓고 볼 쪽은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요즘 얼굴 털의 제모는 디자인으로 추세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마 털 뽑기와 대머리는 연관 없다
고우석 원장 집무실의 한쪽 책장에는 ‘얼굴 디자인’과 관련된 책이 꽂혀 있었다. 눈, 코, 입의 간격과 비율, 이상적인 사이즈 등을 적은 미대 석고 데생 같은 책이었다. 고 박사는 이 책을 간간이 들춰보며 디자인을 한다.
“남자 중에서 머리카락이 이마를 뒤덮어서 이마를 넓히고자 방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머리카락을 뽑아서 이마를 넓히는 시술입니다. 털은 굵기, 밀도, 단면도가 다르고, 게다가 얼굴을 디자인까지 해야 해서 간단하면서도 간단치 않은 작업입니다. 관상이 좋아지려 오는 남자 환자, 미용으로 이마를 넓히려는 여자 환자 등 다양합니다. 머리털을 없애서 얼굴 비례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합니다. 나이에 따라, 얼굴형에 따라, 털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 미래의 꿈이 그림을 잘 그리는 겁니다.(웃음)”
―혹시 이마에 난 머리카락을 뽑으면 빨리 대머리가 되는 것 아닙니까.
“이마를 넓히고 싶으면서도 그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털은 원래 생로병사의 주기를 갖고 태어납니다. 앞머리 털을 제거했다고 뒷머리 털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원래 대머리가 될 운명이었던 시점에 털이 빠지는 것뿐입니다.”
―이마 털 제거는 수염보다 왠지 위험할 것 같습니다.
“더 위험하고 덜 위험한 부위라는 건 없습니다. 여성의 경우 항문이나 성기 부위는 살이 여린 편이어서 신중하게 하지만 기본적으로 똑같습니다. 상대적으로 겨드랑이나 종아리 제모는 간단하고요. 남자 이마를 디자인하는 것도 경험 많은 의사가 해야 합니다.”
고우석 원장의 병원에는 여성 환자들의 제모를 위해 세 명의 여의사가 시술을 맡고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복잡한 것이 ‘털 뽑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기계를 써야 하고 전문의사가 직접 시술을 해야 합니다. 얼마나 강하게 레이저를 쏠 것이냐, 또 꼼꼼하게, 일부러 느슨하게 치료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치료든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재량에 따라 결정하는데, 경험 많은 의사에게 맡겨야죠.”
홈페이지에 시술 비용을 공개하는 이유
‘JMO피부과’의 모든 상담은 철저한 예약제로 이뤄진다. 말 못 할 사연을 지닌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얘기를 차분히 들어주는 것이 의사의 의무라고 생각을 해서다.
이 병원은 정찰제다. 개업 이후 12년 동안 지켜온 원칙이다. 누구의 소개로 왔다고 해서 디스카운트를 해주지 않는다. 만일 5번 치료 비용을 냈는데, 3번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면 나머지 돈을 환불해 준다. 시술 부위에 따른 비용은 아주 자세하게 설명한다. 병원 홈페이지(www.e-jemo.co.kr)에도 비용을 낱낱이 공개했다. 이 역시 병원을 개원할 때부터 그가 고수해 온 원칙이다.
고우석 원장의 얘기다.
“우리나라 의료법은 비용을 공개하게 돼 있습니다. 병원에서 비용 얘기 하기를 꺼려 하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몇몇으로 인해 개인병원이 탈세의 온상처럼 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희 병원은 디스카운트 제도가 없고, 현금 결제나 카드 결제를 똑같이 생각합니다. 시술 부위도 면적에 따라, 또 몇 번 시술을 받느냐에 따라 금액적인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때에는 환자들에게 비용을 전액 환불합니다. 털 제거가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일입니다. 그런 환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저희 병원의 목적이기 때문에 비용 역시 합리적이죠.”
면도 전에 따뜻한 수건 덮어놓으면 피부 보호
대학병원 피부과 전문의였던 그가 이처럼 개인병원의, 또 제모만을 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서울대 의대에 다닐 때 ‘구리증기 레이저의 혈관치료’라는 레이저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레이저에 관심이 컸던 그는 교환교수를 떠날 때 미국 하버드행(行)을 주저 없이 선택했다. 하버드 의대에는 레이저의 ‘대가’인 락스 앤더슨 박사가 있었다.
1998년, 때마침 하버드 의대는 레이저 기기를 통한 영구 제모에 큰 관심을 갖고 연구 개발에 몰두하던 터였다. 하버드 의대팀과 함께 1년 반 이상 제모와 혈관 레이저를 연구한 고우석 원장은 대학병원으로 돌아와 기계 구입을 요청했다 거절당했다. 그는 미련없이 개업을 해, 최신형 레이저 기기를 샀다. 현재 그의 병원에는 한 대당 3억원이 넘는 영구 제모용 레이저 기기가 있다. 그리고 이후, 그는 ‘제모’라는 한 우물만 파기 시작했다.
고우석 원장에 따르면 고통을 참고서라도 제모를 받고 싶은 이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은 딱 하나다. 바로 햇빛을 멀리하는 것이다.
“선탠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선탠을 하면 멜라닌 색소가 피부 표면에 많아지는데 털로 가야 할 레이저를 멜라닌 색소가 차단해 버리거든요. 골프 치는 분들이 유의해야 하는데, 햇빛 차단제를 정말 열심히 발라야 합니다. 보통 6홀 라운딩을 할 때마다 한 번씩 바르라고 말합니다.”
―혼자 집에서 제모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시죠.
“흔히 찜질방에서 실면도를 하는데 꼭 나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면도 후에 알레르기가 생기거나 모낭염에 걸리면 중단해야 합니다. 한 번 해봐서 덧나면 그 방법은 빨리 포기하세요. 족집게로 털을 뽑는 분들은 털의 방향을 유심히 봐야 합니다. 털이 나는 방향에 따라 뽑으면 트러블이 생길 확률이 줄어듭니다. 털 자란 반대 방향으로 뽑으면 피부가 상하고 트러블이 생기니 유의해야 합니다.”
―남성들이 면도를 잘하는 방법은요.
“면도하기 전에 약간 따뜻한 수건으로 덮어 모공을 여는 것이 좋습니다. 한 3~4분 정도 따뜻하게 한 뒤 셰이빙 크림을 바르고 면도를 하면 피부 자극이 한결 줄어들 겁니다.”⊙
하얀색 벽면에 새겨진 선명한 검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내용도 있었다.
‘합리적 제모 비용을 만들도록 노력합니다. 한 번에 10% 이상 급격하게 변경하지 않습니다.’
취재차 숱하게 피부과를 드나들었지만 이런 문구를 떡 하니, 그것도 병원 입구에 써놓은 곳은 처음 봤다. 이 문구는 ‘JMO피부과’ 고우석(高友錫) 원장의 ‘모토’다.
“저희 병원은 털 뽑는 일만 합니다. 피부 치료나 피부 미용 관리 등 어떤 것도 하지 않습니다. 제모(除毛)는 현재는 수익률이 낮은 아이템입니다. 환자들이 고가(高價)의 비용을 지불하고 치료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죠. 뇌수술, 심장수술에는 관심이 크고, 성형수술에는 비용이 높을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암수술, 쌍꺼풀 수술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제모는 별것 아니라는 생각에 비싼 돈을 내지 않습니다. 제가 다른 피부과 진료를 하면 그 수익성에 빠져 제모를 소홀히 할까 걱정돼서, 영구 제모 이외에는 어떤 시술도 하지 않습니다.(웃음)”
흔히 피부과 의사들은 돈벌이에 열을 올린다고 생각해 왔기에 고우석 원장의 말은 뜻밖이었다. 하지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병원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단호했다.
―주변에 머리털이 빠져서 고민하는 이는 많지만 영구 제모에 관심 있는 이가 많은지 몰랐습니다.
“제모는 사소한 일로 치부되지만 분명히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정직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저희 병원의 존재 목적입니다.”
털이 온몸을 뒤덮은 20대 여성
고우석 원장의 첫 환자는 여고(女高)에 근무하는 남자 교사였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여학생들이 슬금슬금 피하기에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얼굴을 뒤덮은 수염 때문이었단다. 별명이 ‘장비’일 정도로 수염이 덥수룩했던 교사가 병원을 찾았다.
“남자 환자 중에 구레나룻과 볼, 코밑에서 턱, 목까지 털로 덮여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침에 깨끗하게 면도를 하고 나섰는데도 오후 3~4시쯤 되면 덥수룩해지는 겁니다. 얼굴에 수염이 나면 나이 들어 보이고, 지저분해 보이고, 심할 경우에는 주위에서 ‘자기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답니다. 수염 많은 비즈니스맨들이 저를 찾아와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대개 털이 뻣뻣해서 전기 면도기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질레트’나 고전적인 면도날을 이용하지 않으면 ‘바짝 면도’가 안 되기 때문에 수시로 면도를 할 수 없는 거죠. 의외로 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의 환자 중에는 ‘말 못 할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면도를 너무 자주 해서 피부가 상한 사람, 털이 너무 많아서 평생 반팔, 반바지를 입어보지 못한 사람, 항문 주위의 털이 엉덩이를 뒤덮은 사람, 얼굴에 이마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머리털이 이마를 덮은 사람, 성기 부분(비키니 라인)에 털이 풍성해 허벅지까지 내려온 사람 등이 혼자 속으로 끙끙 앓다가 병원을 찾는다.
뇌성마비를 앓아 팔다리가 불편했던 한 환자는 매일 어머니께 면도를 부탁했다가 결국 병원을 찾았다.
‘제모 전문가’인 고우석 박사를 놀라게 한 환자도 있었다. 털이 온몸을 덮은 20대 여성이었다. 서울 시내의 웬만한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전기침을 이용해 제모한 통에 온몸이 흉터 투성이였다. 풍성한 털 때문에 학교를 자퇴하기를 여러 번, 동네 상점에도 늦은 밤에만 다녔다는 이 환자를 위해 고우석 박사는 무료로 100여 차례 이상 제모 치료를 해주고 있다.
털이 우리 몸에서 하는 기능이 있을까
고우석 원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왜 누구는 털이 많고 적은지에 대한 결론은 없습니다. 통상 남성호르몬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그 외에 여러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영양 상태와 관련이 있을 듯싶지만 정확지 않고요. 확실한 것은 털 하나하나가 자기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는 겁니다. 털은 지키려고 하면 빠지고, 뽑으려고 하면 잘 빠지지 않습니다.”
―무슨 얘기입니까.
“털은 세포의 사이클에 따라 자랐다가 빠지고, 가늘어지다가 끝에 가서는 다 사라집니다. 일정 비율의 털이 매일 빠지고 올라오기를 반복합니다. 털은 자기 수명을 갖고 태어납니다. 성장기간은 부위마다 다른데 머리카락이 성장기간이 길어서 길게 자라는 겁니다.”
고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털 굵기는 가늘면 20~30마이크로미터, 굵으면 100~110마이크로미터란다. 동양인의 털이 서양인보다 조금 더 굵고, 밀도는 떨어진다. 대신 서양인의 털은 가늘지만 촘촘하게 나 있다. 여성의 코밑수염은 가는 털이고, 겨드랑이나 종아리 부위는 중간, 남자 수염은 굵다. 하지만 털의 신체적 기능은 크게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 고 원장의 설명이다.
“무모증 환자가 단명했다는 사례가 학계에 보고된 것이 없는 것으로 볼 때 털의 신체적 기능은 없어 보입니다. ‘신이 필요하니까 만들어 놓은 것 아니겠어’라고 물으면 답하기 어렵지만 현재까지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분명 원하지 않는 털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 사회가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지요. 털 좀 있다고 차별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런 인식의 변화가 어려우니 털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영구 제모 시술이 사용되는 겁니다.”
레이저로 털 줄기세포 파괴하면 영구 제모
사실 ‘털 뽑기’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유럽, 캐나다 등에서는 전기침을 털 주변에 삽입해 털을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처음 레이저 기계가 만들어진 것은 1960년대였다. 이후 1990년대 들어서야 영구적으로 털을 제거하는 기계가 시판되기 시작했다.
레이저 기계를 통한 시술의 원리는 이렇다. 털의 색을 결정짓는 멜라닌 색소에 잘 흡수되는 레이저 빛을 피부에 쪼인다. 털 멜라닌 색소는 이 레이저를 흡수하고, 레이저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털을 만드는 세포들이 파괴된다. 털에도 줄기세포가 있는데, 이 줄기세포들이 영구적으로 제거되면서 영원히 털이 나지 않는 원리다. 제모 기계 한 대당 가격은 2000만~2억원대로 천차만별이다. 제모를 단순히 족집게로 털을 하나하나 뽑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면 원시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수염 완전 없애려면 5~6차례 시술해야
고우석 원장은 20대 한 환자의 덥수룩한 수염 사진을 보여주면서 제모 과정을 설명했다. 사진 속의 젊은이는 구레나룻에서부터 볼, 목까지 털이 덮여 있었다. 매일 면도를 하는 데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시술을 위해 깨끗하게 면도를 끝낸 이후에도 전체적으로 얼굴이 푸르스름했다. 고 원장은 푸르스름한 부분은 ‘숨은 털’ 때문이라고 했다.“푸르스름한 부분이 두드러질수록 그 부분에 숨겨진 털이 많다는 소리입니다. 밀도가 높은 부분이지요. 털의 특징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숨는 겁니다. 털의 뿌리에 해당하는 줄기세포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으면 없어지지 않습니다. 시차를 두고 털이 다시 올라오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켜봐야 합니다.”
―한 번 시술받으면 영구 제모되는 것 아닙니까.
“‘영구 제모’라는 단어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3번에서 많게는 10번까지 시술을 받아야 합니다. 처음에 시술을 받으면 환자들이 상당히 만족해합니다. 겉으로 볼 때 털이 완벽하게 제거된 것처럼 깨끗하니까요. 하지만 실은 20% 정도만 제거된 것이고, 그 속에 숨어 있는 털이 언제든 나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술 중간중간에 시차를 두면서 경과를 살펴봐야 합니다.”
―남자 수염을 영구 제모하는 과정은 얼마나 걸릴까요.
“평균 시차를 두고 5~6번 시술을 하고, 마지막 후에도 반년 이상을 기다려 숨은 털이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처음 시술에서 털이 영구 제거된 것을 확인하기까지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통증 큰 것이 유일한 단점
‘JMO피부과’를 찾는 환자는 먼저 자신의 상태를 남겨놓기 위해 사진 촬영을 한다. 시술 전에 말끔하게 면도를 하고, 마취 연고를 바른 상태에서 1시간 반 정도를 기다린다. ‘영구 제모’의 가장 큰 문제점이 ‘통증’이다. 고우석 원장은 “느긋하게 잠을 자는 환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큰 통증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마취가 되면 레이저를 쪼입니다. 피부 상태, 밀도, 털 상태 등에 따라서 의사의 재량으로 강도를 정하고, 누락 부위 없이 꼼꼼하게 시술을 합니다. 남자 면도 부위의 털 제거는 평균 4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제가 직접 시술을 받아봤는데 ‘칼로 째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팠습니다. 영구 제모를 하면 면도 시간을 아낄 수 있고, 깔끔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는데 통증이 문제입니다.”
―마취를 해도 아픕니까.
“환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통증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피부에 해가 된다거나, 피가 나지는 않습니다. 시술 후 30분 정도가 지나면 화끈거림이 사라집니다. 하루 이틀 만에 붉기가 가라앉고 별도의 진통제를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순간적인 통증이 있어서 환자들에게 이 점은 시술 전에 숙지시킵니다. 2, 3차로 넘어갈수록 통증이 줄어듭니다.”
레이저를 쪼인 털은 마치 용암이 밀려나오듯이 피부 밑에서 위로 녹아 나온다.
디자인 제모 시대
고우석 원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처음 시술 후에 한 달 정도 기간을 두고 다시 환자를 만나면 곳곳에 듬성듬성 털이 자라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방 수염’이라고, 드문드문 조금씩 나온 것이죠. 이때 2차 시술을 합니다. 통상 레이저의 강도를 1차 때보다 높이는데,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얼마 뒤에 제모 시술을 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의사의 경험에 달려 있습니다. 때문에 단순해 보이는 제모도 전문의에게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고 원장의 말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5~6차례 시술을 받고 난 다음에야 완벽하게 털이 제거된다. 하지만 ‘영구’라는 단어는 언제나 미련을 남기기 마련이다. 무엇인가를 영원히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어찌 보면 아쉬움일 수 있지 않을까. 고우석 원장 역시 이 대목에서 고민을 했다고 했다.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혹 40년 이상을 더 살다 보면 수염을 기르고 싶어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즈음 환자들이 먼저 요청을 했습니다. 가령 코밑 털을 남겨놓고 볼 쪽은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요즘 얼굴 털의 제모는 디자인으로 추세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마 털 뽑기와 대머리는 연관 없다
고우석 원장 집무실의 한쪽 책장에는 ‘얼굴 디자인’과 관련된 책이 꽂혀 있었다. 눈, 코, 입의 간격과 비율, 이상적인 사이즈 등을 적은 미대 석고 데생 같은 책이었다. 고 박사는 이 책을 간간이 들춰보며 디자인을 한다.
“남자 중에서 머리카락이 이마를 뒤덮어서 이마를 넓히고자 방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머리카락을 뽑아서 이마를 넓히는 시술입니다. 털은 굵기, 밀도, 단면도가 다르고, 게다가 얼굴을 디자인까지 해야 해서 간단하면서도 간단치 않은 작업입니다. 관상이 좋아지려 오는 남자 환자, 미용으로 이마를 넓히려는 여자 환자 등 다양합니다. 머리털을 없애서 얼굴 비례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합니다. 나이에 따라, 얼굴형에 따라, 털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 미래의 꿈이 그림을 잘 그리는 겁니다.(웃음)”
―혹시 이마에 난 머리카락을 뽑으면 빨리 대머리가 되는 것 아닙니까.
“이마를 넓히고 싶으면서도 그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털은 원래 생로병사의 주기를 갖고 태어납니다. 앞머리 털을 제거했다고 뒷머리 털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원래 대머리가 될 운명이었던 시점에 털이 빠지는 것뿐입니다.”
―이마 털 제거는 수염보다 왠지 위험할 것 같습니다.
“더 위험하고 덜 위험한 부위라는 건 없습니다. 여성의 경우 항문이나 성기 부위는 살이 여린 편이어서 신중하게 하지만 기본적으로 똑같습니다. 상대적으로 겨드랑이나 종아리 제모는 간단하고요. 남자 이마를 디자인하는 것도 경험 많은 의사가 해야 합니다.”
고우석 원장의 병원에는 여성 환자들의 제모를 위해 세 명의 여의사가 시술을 맡고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복잡한 것이 ‘털 뽑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기계를 써야 하고 전문의사가 직접 시술을 해야 합니다. 얼마나 강하게 레이저를 쏠 것이냐, 또 꼼꼼하게, 일부러 느슨하게 치료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치료든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재량에 따라 결정하는데, 경험 많은 의사에게 맡겨야죠.”
홈페이지에 시술 비용을 공개하는 이유
‘JMO피부과’의 모든 상담은 철저한 예약제로 이뤄진다. 말 못 할 사연을 지닌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얘기를 차분히 들어주는 것이 의사의 의무라고 생각을 해서다.
이 병원은 정찰제다. 개업 이후 12년 동안 지켜온 원칙이다. 누구의 소개로 왔다고 해서 디스카운트를 해주지 않는다. 만일 5번 치료 비용을 냈는데, 3번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면 나머지 돈을 환불해 준다. 시술 부위에 따른 비용은 아주 자세하게 설명한다. 병원 홈페이지(www.e-jemo.co.kr)에도 비용을 낱낱이 공개했다. 이 역시 병원을 개원할 때부터 그가 고수해 온 원칙이다.
고우석 원장의 얘기다.
“우리나라 의료법은 비용을 공개하게 돼 있습니다. 병원에서 비용 얘기 하기를 꺼려 하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몇몇으로 인해 개인병원이 탈세의 온상처럼 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희 병원은 디스카운트 제도가 없고, 현금 결제나 카드 결제를 똑같이 생각합니다. 시술 부위도 면적에 따라, 또 몇 번 시술을 받느냐에 따라 금액적인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때에는 환자들에게 비용을 전액 환불합니다. 털 제거가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일입니다. 그런 환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저희 병원의 목적이기 때문에 비용 역시 합리적이죠.”
면도 전에 따뜻한 수건 덮어놓으면 피부 보호
대학병원 피부과 전문의였던 그가 이처럼 개인병원의, 또 제모만을 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서울대 의대에 다닐 때 ‘구리증기 레이저의 혈관치료’라는 레이저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레이저에 관심이 컸던 그는 교환교수를 떠날 때 미국 하버드행(行)을 주저 없이 선택했다. 하버드 의대에는 레이저의 ‘대가’인 락스 앤더슨 박사가 있었다.
1998년, 때마침 하버드 의대는 레이저 기기를 통한 영구 제모에 큰 관심을 갖고 연구 개발에 몰두하던 터였다. 하버드 의대팀과 함께 1년 반 이상 제모와 혈관 레이저를 연구한 고우석 원장은 대학병원으로 돌아와 기계 구입을 요청했다 거절당했다. 그는 미련없이 개업을 해, 최신형 레이저 기기를 샀다. 현재 그의 병원에는 한 대당 3억원이 넘는 영구 제모용 레이저 기기가 있다. 그리고 이후, 그는 ‘제모’라는 한 우물만 파기 시작했다.
고우석 원장에 따르면 고통을 참고서라도 제모를 받고 싶은 이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은 딱 하나다. 바로 햇빛을 멀리하는 것이다.
“선탠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선탠을 하면 멜라닌 색소가 피부 표면에 많아지는데 털로 가야 할 레이저를 멜라닌 색소가 차단해 버리거든요. 골프 치는 분들이 유의해야 하는데, 햇빛 차단제를 정말 열심히 발라야 합니다. 보통 6홀 라운딩을 할 때마다 한 번씩 바르라고 말합니다.”
―혼자 집에서 제모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시죠.
“흔히 찜질방에서 실면도를 하는데 꼭 나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면도 후에 알레르기가 생기거나 모낭염에 걸리면 중단해야 합니다. 한 번 해봐서 덧나면 그 방법은 빨리 포기하세요. 족집게로 털을 뽑는 분들은 털의 방향을 유심히 봐야 합니다. 털이 나는 방향에 따라 뽑으면 트러블이 생길 확률이 줄어듭니다. 털 자란 반대 방향으로 뽑으면 피부가 상하고 트러블이 생기니 유의해야 합니다.”
―남성들이 면도를 잘하는 방법은요.
“면도하기 전에 약간 따뜻한 수건으로 덮어 모공을 여는 것이 좋습니다. 한 3~4분 정도 따뜻하게 한 뒤 셰이빙 크림을 바르고 면도를 하면 피부 자극이 한결 줄어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