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강 자전거길, 새재길 등 명품 자전거길 만드는 데 앞장
⊙ 자전거길 따라 지역경제도 활성화하는 1석2조 효과
⊙ 장관 재임 중 구제역 때 힘들었지만 침출수 샌 곳 없어 다행
⊙ ‘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 구축으로 지자체 재정위기 예방
⊙ 성장의 온기가 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맹형규
⊙ 64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연합통신 런던특파원, SBS 8시 뉴스 앵커. 15·16·17대 국회의원, 국회 산업자원위원장,
한나라당 정책委의장,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대통령실 정무특별보좌관.
⊙ 자전거길 따라 지역경제도 활성화하는 1석2조 효과
⊙ 장관 재임 중 구제역 때 힘들었지만 침출수 샌 곳 없어 다행
⊙ ‘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 구축으로 지자체 재정위기 예방
⊙ 성장의 온기가 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맹형규
⊙ 64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연합통신 런던특파원, SBS 8시 뉴스 앵커. 15·16·17대 국회의원, 국회 산업자원위원장,
한나라당 정책委의장,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대통령실 정무특별보좌관.
맹형규(孟亨奎) 행정안전부 장관은 3선(選) 의원 출신이다. 내리 3선을 하면서 낙선(落選)을 한 적이 없지만 그는 국회의원 선거를 네 번 치렀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가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실패한 후 다시 자신의 지역구였던 송파갑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됐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시절 초대 ‘백봉신사상’ 수상을 시작으로 이 상을 6번 받았을 정도로 ‘정치권의 신사’로 불린다. 기자 초년병 시절에는 ‘깡다구’가 좋다고 ‘맹다구’로 불리기도 했던 맹 장관이지만 정치권 입문 후 그의 이미지와 행동은 언제나 ‘신사’였다. 2008년 실시된 18대 총선에서는 공천 탈락했지만 자신을 있게 해준 “당을 배신할 수 없다”며 공천경쟁을 벌였던 한나라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중립을 지켰던 맹 장관은 현 정부 들어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무특보로도 일했다. 여야(與野)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은 데다 원만한 성품 때문이라는 게 당시 중평(衆評)이었다.
지난해 4월 행정안전부 장관에 취임한 후 맹 장관은 ‘정치권의 신사’라는 별칭 외에 ‘자전거 전도사’라는 별칭을 새로 얻었다. 지난 11월 11일 오후 정부종합청사에서 맹형규 장관을 만났다. 장관 재임 1년7개월이 지난 그에게 재임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물었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인 겁니다. 금년에 제가 ‘안전 대한민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습니다. 특히 어린이 안전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린이 교통사고 줄이기’ 사업은 작년부터 해왔는데 사고가 절반 정도 줄었을 겁니다. 녹색어머니회가 와서 감사패도 줬는데 고맙게 받았죠.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어린이나 여성들을 위한 ‘SOS 국민안심서비스’가 범죄 예방과 검거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도 보람입니다. 최근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남한강 자전거길을 비롯한 새재길 등 명품 자전거길을 만드는 일도 큰 보람입니다.”
―구제역 사태 때가 가장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중앙재난대책본부장으로서 링거를 맞으며 버틸 정도로 무척 힘든 시기였죠. 대통령께서도 직접 상황실에 와서 걱정을 하시기에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요. 정말 직을 걸고 일했는데 다행히 잘 수습이 됐습니다. 지난여름에 그렇게 비가 많이 왔는데 매몰지 4700여 곳에서 침출수가 샌 곳이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혹한의 날씨에서 방역활동을 벌이다가 사망자 11명을 포함해 23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늘 제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가축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그거 잘못된 얘기예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침출수 유출 기준과 관련하여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국산 자전거를 샀더니…
지난 10월 8일 경기도 남양주와 양평을 잇는 길이 27km의 남한강 자전거길이 개통됐다. 버려졌던 중앙선 폐철도와 폐철교를 이용해 만들어진 자전거길이다. 이 길은 4대강 자전거길의 관문이다. 자전거길은 한강과 서해를 잇는 아라뱃길에서 행주대교, 팔당대교를 거쳐 경기도 양평, 이화령 고개를 넘어 낙동강을 따라 부산까지 연결될 예정이다. 올 연말까지 4대강을 따라 만들어지는 자전거길의 총 연장은 1692km이다. 남한강 자전거길을 비롯해 4대강 자전거길 단절구간 연결사업은 행정안전부가 책임지고 있다. 맹 장관은 만능스포츠맨으로도 알려져 있다.
―요즘 자전거를 자주 탄다고 들었습니다.
“그전에는 자전거를 탈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타보았던 게 전부입니다. 장관으로 부임해 남한강 자전거길과 4대강 자전거길 단절구간 연결사업을 책임지면서 평소 소신대로 현장을 구석구석 살펴보기 위해 자전거를 타게 되었습니다. 자전거길을 점검하려고 하니 자동차로는 접근이 안 되는 곳이 많고, 도보로 점검하기에도 너무 멀었습니다. 결국, 이용자의 입장에서 제대로 점검하기 위해서는 직접 자전거를 타야 했습니다. 지금은 시간 날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주로 밤 시간에 한강 자전거길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텐데요.
“잘 못 알아봐요. 주말 같은 때는 선글라스를 쓰죠. 사실 얼굴 타지 말라고 하는 건데 전혀 몰라보시죠. 자전거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교통혼잡 완화와 유산소 운동으로 건강에도 아주 좋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미 정착이 됐죠. 2006년 기준으로 자전거 교통분담률이 우리나라는 1.2%인 데 반해 일본은 14%, 네덜란드는 27%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개년 장기계획인 국가 자전거 도로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자전거가 저탄소 녹색성장 측면에서 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지금 타고 있는 자전거는 국산인가요?
“국산 브랜드입니다. 국내 유명 자전거 메이커에서 만든 제품인데 알고 보니 프레임을 제외하고는 전부 외제더군요.”
자전거는 중독성이 있어
―주무 부처 장관은 아니지만 자전거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겠네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프레임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분들은 거의 생산을 못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어나 브레이크 같은 주요한 부품들은 90% 이상이 일본제입니다. 앞으로 국산자동차를 만들 듯, 국산자전거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도 자전거 동호인 숫자가 엄청나게 늘고 있잖아요. 내수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만들면 자동차 수출하듯 수출할 수 있는 거거든요. 관련된 분들 만나면 투자 좀 해서 만들라고 이야기합니다. 지식경제부 장관과도 그와 관련해서 이야기 많이 했죠.”
―‘자전거 전도사’라는 호칭은 맘에 드나요.
“잘 모르겠네요(웃음). 제가 어디에 한번 꽂히면 깊이 들어가는 성격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그렇고 구제역 때도 그랬고 자전거에 몰입을 하다 보니 인터넷에서 자전거에 대한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자전거 생활》이라는 잡지도 구독합니다. 지나가다가 자전거 가게가 있으면 들릅니다. 들어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어보고 최근 경향이나 추세도 들어보고. 얼마나 무거운지 들어보기도 하죠. 제 경험으로는 자전거가 굉장히 중독성이 강해요. 한번 타기 시작하면 담배 끊기 어렵듯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요. 굉장히 매력적이고요.”
―혹시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했습니까.
“그런 건 없어요. 저희 동네에 자전거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함께 타죠.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잘 다녀요. 자전거 타고 충주도 가보고, 11월 27일 개통하는 새재 자전거길도 점검 차원에서 미리 가보고 했죠. 서울에서 양평까지는 자주 왔다갔다 하니까 눈감고도 훤하죠. 양평에서부터 충주까지 107km 정도 됩니다. 그 길을 쭉 자전거 타고 점검한 적이 있어요. 가다가 쉬었다가 하면서요. 하루에 100km를 탈 수 있을까 했는데 되더라고요. 서울에서 남한강 이포보까지도 한 100km 되고요.”
―4대강 이포보 이야기가 나왔는데 4대강 성과를 자전거 도로 홍보를 통해서 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건 아니라고 알고 있고요. 4대강 개발을 하면서 자전거길은 부수적으로 생기는 걸로 돼 있었고요. 솔직히 4대강 개발 성과가 논란과 비판세력 때문에 폄훼가 됐잖아요. 엄청난 비가 쏟아진 지난여름에 홍수를 막고 그런 성과를 느꼈지만 사람들이 크게 관심이 없어요. 저는 남한강 자전거길을 만들면서 자전거길이 엄청난 명품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수도권 2000만명을 4대강과 정서적으로 이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상당히 성공한 거 같아요. 지금 자전거길이 주가 된 듯한 느낌은 받습니다. 언론에 집중 조명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전거길이 부각되고 있는 거죠.”
폐철도와 폐철교를 자전거길로
맹 장관이 한밤중에도 찾아가 점검할 정도로 조성에 많은 정성을 들인 남한강 자전거길의 랜드마크는 북한강 철교다. 철교에 투명 강화유리를 설치해 철교 아래 흘러가는 강물을 볼 수 있게 했다. 야간에도 보이도록 경관 조명도 설치했다. 남한강 자전거길의 랜드마크가 된 이 철교는 사실 철거될 운명이었다고 한다.
“중앙선 복선화로 쓸모가 없어진 기존 중앙선의 폐철도와 북한강 철교를 철거하려고 했어요. 그걸 자전거길로 활용한 거죠. 철교를 철거하는 데 드는 비용이 162억원이 소요될 예정이었답니다. 그만큼 예산도 절약한 셈이죠. 환경적으로도 좋죠. 터널이 9개 있는데 모두 방치돼 있었어요. 그곳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자전거길로 만들었습니다. 개통 후 어느 유명한 자전거 여행가로부터 ‘독일 라인강이나 일본 최후의 청류(淸流)라는 오시노강의 자전거길보다 훨씬 낫다’는 말을 듣고는 자긍심도 느꼈습니다.”
남한강 자전거길이 개통된 이후 주말에는 1만여 명이 평일에는 3000여 명이 이 길을 찾는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찾아오니까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지역상권이 생기면서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자전거 이용객들을 위한 자전거 대여점, 음료, 다과점 등 작은 가게와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거죠. 특히 폐역사였던 능내역 주변은 영농조합에서 자전거 용품 판매점과 수리센터를 운영하는 등 자발적 변화도 생기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마을기업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어서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해 국가 자전거 도로 기본계획이 수립됐는데, 국가가 나서야 할 만큼 중요한 사업인가요?
“자동차의 급증으로 인해 교통체증, 주차문제, 에너지 과소비, 대기오염, 교통사고 등 많은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자전거와 같은 친환경 저탄소 녹색교통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전거가 생활 속 교통수단으로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편리하고 안전한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현재 1.2%에 불과한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으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자전거 이용 활성화 대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합니까.
“국가 자전거 도로 구축사업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총 1조205억원을 투입해 총 연장 2175km의 자전거 도로를 구축하는 중장기 사업으로 연차별 투자계획에 의해 재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소요재원의 50%씩을 분담하고 있고 매년 50여 개 지자체에서 평균 10억원 내외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문경새재 자전거길은 마치 ‘昇天’을 한 느낌
―국가 자전거 도로는 4대강 자전거길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겁니까.
“국가 자전거 도로는 통학, 통근 등이 편리하도록 아파트단지, 대중교통시설 등을 연계하는 도심생활형 자전거 도로를 중심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4대강 자전거길을 포함해 지역을 연계함으로써 전국의 자전거 도로가 네트워크화될겁니다.”
―자전거길은 국토부가 담당해야 할 거 같은데 행안부가 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원래 이전부터 전국에 자전거망을 깔 계획이 있었습니다. 국토부의 경우는 4대강 공사를 하면서 강을 파고 양쪽 둑에 길을 만듭니다. 우리나라 국토가 들락날락 복잡하잖아요. 그런 구간은 행안부가 맡아달라 해서 우리가 맡은 거죠. 쉽게 말해 단절구간을 우리가 맡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려운 거나 아름다운 구간은 행안부가 한 구간이 많죠. 11월 27일 개통되는 새재 자전거길도 우리가 맡고 있죠.”
―새재 자전거길은 직접 점검해 봤습니까.
“그럼요. 한번 가보시면 알겠지만 거기서 내려다본 경치가 참 아름답죠. 새벽에, 아침에 안개가 쫙 깔리는데 천상에 와 있는 느낌이죠. 새재길을 이화령이라고 하는데 제가 설마 이화령을 자전거로 넘을 수 있을까 했는데 넘었습니다. 신났죠. 한 세 번 쉬었나?”
―자전거를 직접 타보면서 당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법이나 제도는 어떤 게 있다고 느꼈습니까.
“일부 자전거 이용자 가운데 과속운행과 보행자 안전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 느껴졌습니다. 간혹 자전거로 시속 30km 이상을 질주하는 아찔한 모습을 목격하기도 하는데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전거도 속도를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모 착용, 전조등, 후미등 등 안전장비 착용 의무화도 필요하고요. 앞으로는 자전거에 대한 하드웨어 인프라 못지않게 법령과 제도 등 소프트웨어 인프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난 10월 말 행안부에 자전거정책TF팀을 정식 과(課) 직제로 승격시켜 법령·제도팀을 신설했습니다.”
―자전거 등록제는 강행하는 겁니까.
“방향은 거기로 가야 한다고 보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극단적으로 한꺼번에 해치우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자연스럽게 가야지 한꺼번에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죠. 도난 같은 것을 방지하려면 등록제를 해야 하지만 지금은 다수의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천천히 하면 돼요. 도로 주소명 하듯.”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 교통체계 개편을 추진할 용의는 없습니까.
“우선 기존 차도 중 일부 구간을 자전거와 차량이 함께 이용하는 도로나눔 방식의 공유도로 도입·확산 등을 위한 교통체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전거와 차량이 함께 다니는 도로에서 자전거에 통행 우선권을 부여하는 자전거 우선차로제 도입 등에 대해서도 관계 부처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립해 나갈 계획입니다.”
자전거 관련 교통사고 감소 추세
―서울시내는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는 게 어렵지 않나요.
“굉장히 어렵죠. 차가 다니는 도로 옆에 자전거길을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가능한 지역도 있긴 하지만 그걸 억지로 자전거도 안 다니는데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 합니다. 도로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만들어진 도로를 안전하게 고쳐나가는 쪽으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여의도 같은 데 가보면 자전거길이라고 만들어놨는데 전부 주차장이 됐죠. 안 좋죠.”
―자전거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자전거 관련 교통사고도 증가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지난해 자전거 교통사고는 총 1만1259건이 발생했습니다. 사망자가 297명이었고 부상자가 1만1441명이었죠. 다행스러운 것은 이 수치가 2009년과 비교하면 10.2% 감소한 수치라는 점입니다. 매년 증가하던 교통사고가 지난해부터 감소 추세로 전환되기 시작한 거죠. 자전거 인프라 구축과 초·중학교 등에서 자전거에 대한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언제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절구간 없이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겁니까.
“얼마 안 남았습니다. 서울서 충주까지는 거의 완벽하게 다 해놨고. 새재길도 곧 개통됩니다. 낙동강길이 문제인데 두 곳 정도 위험한 구간이 있어요. 큰길을 자동차와 자전거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구간이 있어요. 그래서 길 가운데에 가드레일을 설치하든지 다른 길을 우회하게 하든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현장에 가서 좀 보려고 그래요. 그 두 군데 빼놓고는 아마 금년 말까지는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임금 못 주는 지자체 없다
―내년부터 자전거 애호가들이 신나겠네요.
“그럴 겁니다. 이런 문화가 생길 겁니다. 저도 나중에는 하고 싶은데, 일주일을 잡아서 친구들하고 같이 자전거길을 쭉 타고 내려가서 여주나 어디서 하루 자고 그 다음 날 새재 넘고 그 다음 날 상주 가고 이런 식으로 하면 굉장히 재밌을 거 같아요. 중간중간에 잠잘 곳도 많잖아요.”
맹형규 장관의 자전거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의 말대로 정말 자전거에 제대로 꽂혀 있는 것 같았다. 어렵게 지자체와 관련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디폴트를 염려할 정도로 지자체의 재정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태가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부채비율을 봐도 아직은 괜찮죠. 그런데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내수 진작을 위해서 투자를 한다면서 지방채를 좀 많이 발행했어요. 정부도 어떤 의미에서는 묵인, 방조, 조장한 측면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방이 그때 부채를 많이 지게 됐죠. 그렇다 하더라도 부채비율을 따지면 아직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고 봐요.”
―그렇다면 지난 9월 행안부가 ‘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만든 이유는 뭡니까.
“장기적으로 볼 때 지방 재정구조를 건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지자체에 제재를 가하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예방차원에서 만든 겁니다. 제가 장관을 1년7개월 했습니다. 장관은 한 번 왔다가면 그만 아닌가요? 장관이 바뀌고 나면 부처가 달라지곤 하는데 그게 바람직한 게 아니죠. ‘내가 떠나더라도 제가 있을 적에 시스템을 많이 만들면 장관 경질과는 상관없이 정부의 정책은 그대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운용하고 있습니까.
“예산 대비 채무비율 등 7개 지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재정위험이 심각한 자치단체는 지방재정심사위원회에서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하고 지정된 단체는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해 이행해야 합니다. 또 지방채 발행이나 신규 투·융자사업 추진이 제한되는 등 엄격한 재정관리가 이루어집니다.”
―현실적으로 재정상태가 어려운 지자체가 있는 것은 사실인데요.
“어려운 곳이 있죠. 교부세(交付稅)라는 게 있습니다. 행안부가 그 예산을 갖고 지자체에 필요한 예산을 나눠줍니다. 교부세가 없으면 지자체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죠. 그래서 그걸 가지고 어려운 지자체는 많이 주고 그렇지 않은 지자체는 덜 주죠. 임금 못 주는 지자체가 있다는데 다 줍니다. 우리가 그렇게 놔두질 않죠. 교부세라는 게 다 그렇게 쓰라고 있는 거예요. 정부가 판단해서 적정한 수준의 지원을 하고 있죠. 그래도 언젠가 그런 제도는 없어져야겠죠. 지방재정의 균형이 맞춰지면 교부세 제도는 없애고 지방세와 국세의 비율을 맞춰서 지방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길인데 아직은 이르죠.”
창원시 다시 분리되는 일 없을 것
―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 도입에 따른 변화는 있습니까.
“인천광역시의 경우 재산매각을 통해 세입을 확충하는 한편 각종 경상경비를 절감하고 지방공기업을 4개에서 2개로 구조조정하는 등 부채감소와 운영효율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태백시의 경우도 공무원 신규채용을 억제하고 공공시설 유지 관리비와 행사성 경비 절감 등을 통해 내년 예산을 200억원 절감을 목표로 긴축적으로 편성하고 있습니다.”
―재정위기를 겪는 지자체장을 중앙정부가 직접 임명해 관리할 필요는 없습니까.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에요. 지방자치제가 그렇게 훼손되기 시작하면 민주주의가 망가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든지 지방 자체를 지원하고 키워나가야죠.”
―지자체들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선심성이나 전시성 사업들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지자체의 선심성이나 전시성 사업 추진을 막기 위해서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기준을 대폭 강화했고 심사 범위를 확대해 사업의 타당성과 수익성, 자금조달 능력 등을 사업 추진 이전 단계부터 철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행사·축제 사업에 대해서는 사후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계속 시행여부를 매년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건전재정 운영을 위한 기준을 위반할 시에는 교부세 감액 등 재정상 불이익을 줄 계획입니다.”
―말 안 듣는 지자체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는 않아요. 서로 이해를 잘하죠.”
―그래도 큰 마찰을 빚었던 지자체는 없었나요?
“아직까진 없었어요. 지자체에 고마운 것이 지난 취득세 감면사태 때였어요. 주택 취득세가 지방세인데 이 세율을 중앙정부에서 엄청 낮춰버린 겁니다. 우리 행안부는 지방과 중앙 사이에서 중앙정부에는 ‘그게 말이 안 된다. 지방세가 2조 날아가는 판인데 지방은 뭐 먹고 살라고 그러느냐’고 했죠. 또 지방에 대해서는 정부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야 되니까 ‘조금만 참으면 내가 어떻게든지 마련하겠다’고 설득했는데 굉장히 협조를 잘 해줬어요. 결국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예산을 확보해서 지방세 부족분을 채워줬죠. 그런 논란이 벌어졌을 때 지자체들이 데모를 하고 그럴 수도 있었는데 저를 믿고 협조해 줘서 고마웠죠.”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창원, 마산, 진해 3개 시가 통합해 출발했던 창원시 의회가 다시 분리하자는 결의안을 냈는데요.
“그렇게 하면 안 되죠. 저도 보고를 받았는데 그 정도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봅니다.”
―통합창원시는 행정구역 개편의 성공사례로 꼽혀 왔는데요.
“그럼요. 문제가 시청을 어디에 짓느냐 하는 것인데 그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타협을 해서 적절한 위치를 잘 찾을 겁니다.”
―행정구역 개편은 이명박 정부의 개혁과제 중 하나로 추진한 일인데 지지부진한 느낌이 있습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일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가이드라인 비슷한 걸 발표한 이후 여러 군데 지역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들어와요. 희망하는 데가 꽤 있어요. A지역은 희망하는데 B지역은 반대하고 하는 일이 있어서 그렇지 방향은 그렇게 가는 게 틀림없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의 인기가 없는 까닭
―이명박 정부에서 초기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했고 행안부 장관으로서 1년7개월째 일하고 있습니다. 이 정부에 몸담고 있는 분으로서 이명박 정부가 왜 이리 인기가 없다고 보십니까.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한 걸 잘 보면 경제정책이 우선이었습니다. 경제위기를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한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그리고 세계 경제에서 우리 위치가 많이 올라간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나라의 파이를 크게 만들었죠. 인기가 떨어진 것은 성장이 좋긴 한데 그 성장의 온기가 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안타깝죠. 대통령은 굉장히 신경을 쓰죠. 국가 비상경제 대책회의를 새벽 일찍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데 거기서 주로 논의하는 게 성장 쪽이 아니라 분배 쪽이에요. 중소기업, 서민을 어떻게 살리느냐. 대통령은 항상 ‘대기업은 도와줄 것도 없다. 중소기업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임기 말까지도 우리 대통령은 서민들이나 중산층을 지원하는 데 더 신경을 쓸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최근 대통령은 물론이고 유명 정치인들의 신뢰도가 연예인들보다도 떨어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직 국회의원으로서 또 현직 장관으로서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보는지요.
“국민들 눈에 비치는 정치인들의 행동이 그렇게 칭찬받을 모습은 아니잖아요? 그게 축적되니까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거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치권은 전통적으로 신뢰를 못 받아왔지만 요즘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아요. 여야 간에도 그렇고 국회의원 간에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임기 중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는 일이 따로 있습니까.
“지금 벌여놓은 일들이 사실 굉장히 많아요. 어떤 것들은 마무리 단계도 있고 진행할 일도 있죠. 지금 하고 있는 일들. 이걸 말끔하게 가닥을 잡아놓고 퇴임하고 싶다는 정도죠.”
―혹시 제일 중요한 게 자전거길 만드는 겁니까.
“그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국민안전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난이라든지 어린이 안전이라든지 안전과 관련된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OS국민안심서비스, U안심서비스 등을 널리 홍보하고 내년 말까지는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생각입니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거리를 다닐 수 있게 하는 일을 완벽히 끝냈으면 좋겠고, 잘 될 겁니다.”
―기자, 앵커, 정치인, 공무원을 했는데 어느 시절이 제일 좋았습니까.
“현장에서 기자 할 때가 제일 좋았던 거 같아요. 구두가 하얗게 될 정도로 뛰어다녔죠. 그때가 가장 재밌었고 보람도 있었고, 그런데 언론인일 때는 지적하는 걸 많이 하는데 정치인이 되니까 그보다는 책임감을 갖게 되고 마음만 잘 먹으면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더군요. 장관이 되니까 일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큰일을 내 책임하에 내가 기획해서 할 수 있는 것, 그게 참 좋죠. 행안부는 5개 부처를 합쳐놓은 자리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많아서 굉장히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취재지원= 張在軫 月刊朝鮮 인턴기자>
국회의원 시절 초대 ‘백봉신사상’ 수상을 시작으로 이 상을 6번 받았을 정도로 ‘정치권의 신사’로 불린다. 기자 초년병 시절에는 ‘깡다구’가 좋다고 ‘맹다구’로 불리기도 했던 맹 장관이지만 정치권 입문 후 그의 이미지와 행동은 언제나 ‘신사’였다. 2008년 실시된 18대 총선에서는 공천 탈락했지만 자신을 있게 해준 “당을 배신할 수 없다”며 공천경쟁을 벌였던 한나라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중립을 지켰던 맹 장관은 현 정부 들어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무특보로도 일했다. 여야(與野)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은 데다 원만한 성품 때문이라는 게 당시 중평(衆評)이었다.
지난해 4월 행정안전부 장관에 취임한 후 맹 장관은 ‘정치권의 신사’라는 별칭 외에 ‘자전거 전도사’라는 별칭을 새로 얻었다. 지난 11월 11일 오후 정부종합청사에서 맹형규 장관을 만났다. 장관 재임 1년7개월이 지난 그에게 재임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물었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인 겁니다. 금년에 제가 ‘안전 대한민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습니다. 특히 어린이 안전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린이 교통사고 줄이기’ 사업은 작년부터 해왔는데 사고가 절반 정도 줄었을 겁니다. 녹색어머니회가 와서 감사패도 줬는데 고맙게 받았죠.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어린이나 여성들을 위한 ‘SOS 국민안심서비스’가 범죄 예방과 검거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도 보람입니다. 최근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남한강 자전거길을 비롯한 새재길 등 명품 자전거길을 만드는 일도 큰 보람입니다.”
―구제역 사태 때가 가장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중앙재난대책본부장으로서 링거를 맞으며 버틸 정도로 무척 힘든 시기였죠. 대통령께서도 직접 상황실에 와서 걱정을 하시기에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요. 정말 직을 걸고 일했는데 다행히 잘 수습이 됐습니다. 지난여름에 그렇게 비가 많이 왔는데 매몰지 4700여 곳에서 침출수가 샌 곳이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혹한의 날씨에서 방역활동을 벌이다가 사망자 11명을 포함해 23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늘 제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가축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그거 잘못된 얘기예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침출수 유출 기준과 관련하여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국산 자전거를 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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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6일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북한강 자전거길 개방 전국자전거대회에 참석한 맹 장관(사진 앞줄 가운데). |
―요즘 자전거를 자주 탄다고 들었습니다.
“그전에는 자전거를 탈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타보았던 게 전부입니다. 장관으로 부임해 남한강 자전거길과 4대강 자전거길 단절구간 연결사업을 책임지면서 평소 소신대로 현장을 구석구석 살펴보기 위해 자전거를 타게 되었습니다. 자전거길을 점검하려고 하니 자동차로는 접근이 안 되는 곳이 많고, 도보로 점검하기에도 너무 멀었습니다. 결국, 이용자의 입장에서 제대로 점검하기 위해서는 직접 자전거를 타야 했습니다. 지금은 시간 날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주로 밤 시간에 한강 자전거길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텐데요.
“잘 못 알아봐요. 주말 같은 때는 선글라스를 쓰죠. 사실 얼굴 타지 말라고 하는 건데 전혀 몰라보시죠. 자전거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교통혼잡 완화와 유산소 운동으로 건강에도 아주 좋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미 정착이 됐죠. 2006년 기준으로 자전거 교통분담률이 우리나라는 1.2%인 데 반해 일본은 14%, 네덜란드는 27%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개년 장기계획인 국가 자전거 도로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자전거가 저탄소 녹색성장 측면에서 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지금 타고 있는 자전거는 국산인가요?
“국산 브랜드입니다. 국내 유명 자전거 메이커에서 만든 제품인데 알고 보니 프레임을 제외하고는 전부 외제더군요.”
자전거는 중독성이 있어
―주무 부처 장관은 아니지만 자전거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겠네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프레임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분들은 거의 생산을 못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어나 브레이크 같은 주요한 부품들은 90% 이상이 일본제입니다. 앞으로 국산자동차를 만들 듯, 국산자전거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도 자전거 동호인 숫자가 엄청나게 늘고 있잖아요. 내수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만들면 자동차 수출하듯 수출할 수 있는 거거든요. 관련된 분들 만나면 투자 좀 해서 만들라고 이야기합니다. 지식경제부 장관과도 그와 관련해서 이야기 많이 했죠.”
―‘자전거 전도사’라는 호칭은 맘에 드나요.
“잘 모르겠네요(웃음). 제가 어디에 한번 꽂히면 깊이 들어가는 성격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그렇고 구제역 때도 그랬고 자전거에 몰입을 하다 보니 인터넷에서 자전거에 대한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자전거 생활》이라는 잡지도 구독합니다. 지나가다가 자전거 가게가 있으면 들릅니다. 들어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어보고 최근 경향이나 추세도 들어보고. 얼마나 무거운지 들어보기도 하죠. 제 경험으로는 자전거가 굉장히 중독성이 강해요. 한번 타기 시작하면 담배 끊기 어렵듯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요. 굉장히 매력적이고요.”
―혹시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했습니까.
“그런 건 없어요. 저희 동네에 자전거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함께 타죠.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잘 다녀요. 자전거 타고 충주도 가보고, 11월 27일 개통하는 새재 자전거길도 점검 차원에서 미리 가보고 했죠. 서울에서 양평까지는 자주 왔다갔다 하니까 눈감고도 훤하죠. 양평에서부터 충주까지 107km 정도 됩니다. 그 길을 쭉 자전거 타고 점검한 적이 있어요. 가다가 쉬었다가 하면서요. 하루에 100km를 탈 수 있을까 했는데 되더라고요. 서울에서 남한강 이포보까지도 한 100km 되고요.”
―4대강 이포보 이야기가 나왔는데 4대강 성과를 자전거 도로 홍보를 통해서 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건 아니라고 알고 있고요. 4대강 개발을 하면서 자전거길은 부수적으로 생기는 걸로 돼 있었고요. 솔직히 4대강 개발 성과가 논란과 비판세력 때문에 폄훼가 됐잖아요. 엄청난 비가 쏟아진 지난여름에 홍수를 막고 그런 성과를 느꼈지만 사람들이 크게 관심이 없어요. 저는 남한강 자전거길을 만들면서 자전거길이 엄청난 명품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수도권 2000만명을 4대강과 정서적으로 이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상당히 성공한 거 같아요. 지금 자전거길이 주가 된 듯한 느낌은 받습니다. 언론에 집중 조명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전거길이 부각되고 있는 거죠.”
폐철도와 폐철교를 자전거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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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 장관이 지난 10월 15일 경북 상주에 있는 낙동강 자전거길 사업 현장을 방문해 현장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중앙선 복선화로 쓸모가 없어진 기존 중앙선의 폐철도와 북한강 철교를 철거하려고 했어요. 그걸 자전거길로 활용한 거죠. 철교를 철거하는 데 드는 비용이 162억원이 소요될 예정이었답니다. 그만큼 예산도 절약한 셈이죠. 환경적으로도 좋죠. 터널이 9개 있는데 모두 방치돼 있었어요. 그곳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자전거길로 만들었습니다. 개통 후 어느 유명한 자전거 여행가로부터 ‘독일 라인강이나 일본 최후의 청류(淸流)라는 오시노강의 자전거길보다 훨씬 낫다’는 말을 듣고는 자긍심도 느꼈습니다.”
남한강 자전거길이 개통된 이후 주말에는 1만여 명이 평일에는 3000여 명이 이 길을 찾는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찾아오니까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지역상권이 생기면서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자전거 이용객들을 위한 자전거 대여점, 음료, 다과점 등 작은 가게와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거죠. 특히 폐역사였던 능내역 주변은 영농조합에서 자전거 용품 판매점과 수리센터를 운영하는 등 자발적 변화도 생기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마을기업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어서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해 국가 자전거 도로 기본계획이 수립됐는데, 국가가 나서야 할 만큼 중요한 사업인가요?
“자동차의 급증으로 인해 교통체증, 주차문제, 에너지 과소비, 대기오염, 교통사고 등 많은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자전거와 같은 친환경 저탄소 녹색교통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전거가 생활 속 교통수단으로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편리하고 안전한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현재 1.2%에 불과한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으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자전거 이용 활성화 대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합니까.
“국가 자전거 도로 구축사업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총 1조205억원을 투입해 총 연장 2175km의 자전거 도로를 구축하는 중장기 사업으로 연차별 투자계획에 의해 재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소요재원의 50%씩을 분담하고 있고 매년 50여 개 지자체에서 평균 10억원 내외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문경새재 자전거길은 마치 ‘昇天’을 한 느낌
―국가 자전거 도로는 4대강 자전거길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겁니까.
“국가 자전거 도로는 통학, 통근 등이 편리하도록 아파트단지, 대중교통시설 등을 연계하는 도심생활형 자전거 도로를 중심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4대강 자전거길을 포함해 지역을 연계함으로써 전국의 자전거 도로가 네트워크화될겁니다.”
―자전거길은 국토부가 담당해야 할 거 같은데 행안부가 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원래 이전부터 전국에 자전거망을 깔 계획이 있었습니다. 국토부의 경우는 4대강 공사를 하면서 강을 파고 양쪽 둑에 길을 만듭니다. 우리나라 국토가 들락날락 복잡하잖아요. 그런 구간은 행안부가 맡아달라 해서 우리가 맡은 거죠. 쉽게 말해 단절구간을 우리가 맡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려운 거나 아름다운 구간은 행안부가 한 구간이 많죠. 11월 27일 개통되는 새재 자전거길도 우리가 맡고 있죠.”
―새재 자전거길은 직접 점검해 봤습니까.
“그럼요. 한번 가보시면 알겠지만 거기서 내려다본 경치가 참 아름답죠. 새벽에, 아침에 안개가 쫙 깔리는데 천상에 와 있는 느낌이죠. 새재길을 이화령이라고 하는데 제가 설마 이화령을 자전거로 넘을 수 있을까 했는데 넘었습니다. 신났죠. 한 세 번 쉬었나?”
―자전거를 직접 타보면서 당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법이나 제도는 어떤 게 있다고 느꼈습니까.
“일부 자전거 이용자 가운데 과속운행과 보행자 안전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 느껴졌습니다. 간혹 자전거로 시속 30km 이상을 질주하는 아찔한 모습을 목격하기도 하는데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전거도 속도를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모 착용, 전조등, 후미등 등 안전장비 착용 의무화도 필요하고요. 앞으로는 자전거에 대한 하드웨어 인프라 못지않게 법령과 제도 등 소프트웨어 인프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난 10월 말 행안부에 자전거정책TF팀을 정식 과(課) 직제로 승격시켜 법령·제도팀을 신설했습니다.”
―자전거 등록제는 강행하는 겁니까.
“방향은 거기로 가야 한다고 보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극단적으로 한꺼번에 해치우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자연스럽게 가야지 한꺼번에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죠. 도난 같은 것을 방지하려면 등록제를 해야 하지만 지금은 다수의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천천히 하면 돼요. 도로 주소명 하듯.”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 교통체계 개편을 추진할 용의는 없습니까.
“우선 기존 차도 중 일부 구간을 자전거와 차량이 함께 이용하는 도로나눔 방식의 공유도로 도입·확산 등을 위한 교통체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전거와 차량이 함께 다니는 도로에서 자전거에 통행 우선권을 부여하는 자전거 우선차로제 도입 등에 대해서도 관계 부처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립해 나갈 계획입니다.”
자전거 관련 교통사고 감소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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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0일 경기도 김포에 있는 구제역 가축 매몰지 현장을 찾아 침출수 유출 여부를 점검하고 있는 맹 장관. |
“굉장히 어렵죠. 차가 다니는 도로 옆에 자전거길을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가능한 지역도 있긴 하지만 그걸 억지로 자전거도 안 다니는데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 합니다. 도로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만들어진 도로를 안전하게 고쳐나가는 쪽으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여의도 같은 데 가보면 자전거길이라고 만들어놨는데 전부 주차장이 됐죠. 안 좋죠.”
―자전거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자전거 관련 교통사고도 증가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지난해 자전거 교통사고는 총 1만1259건이 발생했습니다. 사망자가 297명이었고 부상자가 1만1441명이었죠. 다행스러운 것은 이 수치가 2009년과 비교하면 10.2% 감소한 수치라는 점입니다. 매년 증가하던 교통사고가 지난해부터 감소 추세로 전환되기 시작한 거죠. 자전거 인프라 구축과 초·중학교 등에서 자전거에 대한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언제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절구간 없이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겁니까.
“얼마 안 남았습니다. 서울서 충주까지는 거의 완벽하게 다 해놨고. 새재길도 곧 개통됩니다. 낙동강길이 문제인데 두 곳 정도 위험한 구간이 있어요. 큰길을 자동차와 자전거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구간이 있어요. 그래서 길 가운데에 가드레일을 설치하든지 다른 길을 우회하게 하든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현장에 가서 좀 보려고 그래요. 그 두 군데 빼놓고는 아마 금년 말까지는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임금 못 주는 지자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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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7일 강원 양구 자전거 평화누리길 현장을 방문한 맹 장관이 자전거 도로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그럴 겁니다. 이런 문화가 생길 겁니다. 저도 나중에는 하고 싶은데, 일주일을 잡아서 친구들하고 같이 자전거길을 쭉 타고 내려가서 여주나 어디서 하루 자고 그 다음 날 새재 넘고 그 다음 날 상주 가고 이런 식으로 하면 굉장히 재밌을 거 같아요. 중간중간에 잠잘 곳도 많잖아요.”
맹형규 장관의 자전거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의 말대로 정말 자전거에 제대로 꽂혀 있는 것 같았다. 어렵게 지자체와 관련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디폴트를 염려할 정도로 지자체의 재정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태가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부채비율을 봐도 아직은 괜찮죠. 그런데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내수 진작을 위해서 투자를 한다면서 지방채를 좀 많이 발행했어요. 정부도 어떤 의미에서는 묵인, 방조, 조장한 측면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방이 그때 부채를 많이 지게 됐죠. 그렇다 하더라도 부채비율을 따지면 아직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고 봐요.”
―그렇다면 지난 9월 행안부가 ‘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만든 이유는 뭡니까.
“장기적으로 볼 때 지방 재정구조를 건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지자체에 제재를 가하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예방차원에서 만든 겁니다. 제가 장관을 1년7개월 했습니다. 장관은 한 번 왔다가면 그만 아닌가요? 장관이 바뀌고 나면 부처가 달라지곤 하는데 그게 바람직한 게 아니죠. ‘내가 떠나더라도 제가 있을 적에 시스템을 많이 만들면 장관 경질과는 상관없이 정부의 정책은 그대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운용하고 있습니까.
“예산 대비 채무비율 등 7개 지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재정위험이 심각한 자치단체는 지방재정심사위원회에서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하고 지정된 단체는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해 이행해야 합니다. 또 지방채 발행이나 신규 투·융자사업 추진이 제한되는 등 엄격한 재정관리가 이루어집니다.”
―현실적으로 재정상태가 어려운 지자체가 있는 것은 사실인데요.
“어려운 곳이 있죠. 교부세(交付稅)라는 게 있습니다. 행안부가 그 예산을 갖고 지자체에 필요한 예산을 나눠줍니다. 교부세가 없으면 지자체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죠. 그래서 그걸 가지고 어려운 지자체는 많이 주고 그렇지 않은 지자체는 덜 주죠. 임금 못 주는 지자체가 있다는데 다 줍니다. 우리가 그렇게 놔두질 않죠. 교부세라는 게 다 그렇게 쓰라고 있는 거예요. 정부가 판단해서 적정한 수준의 지원을 하고 있죠. 그래도 언젠가 그런 제도는 없어져야겠죠. 지방재정의 균형이 맞춰지면 교부세 제도는 없애고 지방세와 국세의 비율을 맞춰서 지방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길인데 아직은 이르죠.”
창원시 다시 분리되는 일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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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조선》 주최로 지난 12일 남한강 자전거길에서 열린 자전거 대회에 참석한 행안부 이경옥 차관보(오른쪽). 행안부가 후원한 이 대회에는 1500여 명이 참가했다. |
“인천광역시의 경우 재산매각을 통해 세입을 확충하는 한편 각종 경상경비를 절감하고 지방공기업을 4개에서 2개로 구조조정하는 등 부채감소와 운영효율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태백시의 경우도 공무원 신규채용을 억제하고 공공시설 유지 관리비와 행사성 경비 절감 등을 통해 내년 예산을 200억원 절감을 목표로 긴축적으로 편성하고 있습니다.”
―재정위기를 겪는 지자체장을 중앙정부가 직접 임명해 관리할 필요는 없습니까.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에요. 지방자치제가 그렇게 훼손되기 시작하면 민주주의가 망가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든지 지방 자체를 지원하고 키워나가야죠.”
―지자체들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선심성이나 전시성 사업들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지자체의 선심성이나 전시성 사업 추진을 막기 위해서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기준을 대폭 강화했고 심사 범위를 확대해 사업의 타당성과 수익성, 자금조달 능력 등을 사업 추진 이전 단계부터 철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행사·축제 사업에 대해서는 사후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계속 시행여부를 매년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건전재정 운영을 위한 기준을 위반할 시에는 교부세 감액 등 재정상 불이익을 줄 계획입니다.”
―말 안 듣는 지자체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는 않아요. 서로 이해를 잘하죠.”
―그래도 큰 마찰을 빚었던 지자체는 없었나요?
“아직까진 없었어요. 지자체에 고마운 것이 지난 취득세 감면사태 때였어요. 주택 취득세가 지방세인데 이 세율을 중앙정부에서 엄청 낮춰버린 겁니다. 우리 행안부는 지방과 중앙 사이에서 중앙정부에는 ‘그게 말이 안 된다. 지방세가 2조 날아가는 판인데 지방은 뭐 먹고 살라고 그러느냐’고 했죠. 또 지방에 대해서는 정부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야 되니까 ‘조금만 참으면 내가 어떻게든지 마련하겠다’고 설득했는데 굉장히 협조를 잘 해줬어요. 결국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예산을 확보해서 지방세 부족분을 채워줬죠. 그런 논란이 벌어졌을 때 지자체들이 데모를 하고 그럴 수도 있었는데 저를 믿고 협조해 줘서 고마웠죠.”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창원, 마산, 진해 3개 시가 통합해 출발했던 창원시 의회가 다시 분리하자는 결의안을 냈는데요.
“그렇게 하면 안 되죠. 저도 보고를 받았는데 그 정도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봅니다.”
―통합창원시는 행정구역 개편의 성공사례로 꼽혀 왔는데요.
“그럼요. 문제가 시청을 어디에 짓느냐 하는 것인데 그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타협을 해서 적절한 위치를 잘 찾을 겁니다.”
―행정구역 개편은 이명박 정부의 개혁과제 중 하나로 추진한 일인데 지지부진한 느낌이 있습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일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가이드라인 비슷한 걸 발표한 이후 여러 군데 지역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들어와요. 희망하는 데가 꽤 있어요. A지역은 희망하는데 B지역은 반대하고 하는 일이 있어서 그렇지 방향은 그렇게 가는 게 틀림없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의 인기가 없는 까닭
―이명박 정부에서 초기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했고 행안부 장관으로서 1년7개월째 일하고 있습니다. 이 정부에 몸담고 있는 분으로서 이명박 정부가 왜 이리 인기가 없다고 보십니까.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한 걸 잘 보면 경제정책이 우선이었습니다. 경제위기를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한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그리고 세계 경제에서 우리 위치가 많이 올라간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나라의 파이를 크게 만들었죠. 인기가 떨어진 것은 성장이 좋긴 한데 그 성장의 온기가 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안타깝죠. 대통령은 굉장히 신경을 쓰죠. 국가 비상경제 대책회의를 새벽 일찍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데 거기서 주로 논의하는 게 성장 쪽이 아니라 분배 쪽이에요. 중소기업, 서민을 어떻게 살리느냐. 대통령은 항상 ‘대기업은 도와줄 것도 없다. 중소기업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임기 말까지도 우리 대통령은 서민들이나 중산층을 지원하는 데 더 신경을 쓸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최근 대통령은 물론이고 유명 정치인들의 신뢰도가 연예인들보다도 떨어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직 국회의원으로서 또 현직 장관으로서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보는지요.
“국민들 눈에 비치는 정치인들의 행동이 그렇게 칭찬받을 모습은 아니잖아요? 그게 축적되니까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거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치권은 전통적으로 신뢰를 못 받아왔지만 요즘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아요. 여야 간에도 그렇고 국회의원 간에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임기 중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는 일이 따로 있습니까.
“지금 벌여놓은 일들이 사실 굉장히 많아요. 어떤 것들은 마무리 단계도 있고 진행할 일도 있죠. 지금 하고 있는 일들. 이걸 말끔하게 가닥을 잡아놓고 퇴임하고 싶다는 정도죠.”
―혹시 제일 중요한 게 자전거길 만드는 겁니까.
“그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국민안전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난이라든지 어린이 안전이라든지 안전과 관련된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OS국민안심서비스, U안심서비스 등을 널리 홍보하고 내년 말까지는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생각입니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거리를 다닐 수 있게 하는 일을 완벽히 끝냈으면 좋겠고, 잘 될 겁니다.”
―기자, 앵커, 정치인, 공무원을 했는데 어느 시절이 제일 좋았습니까.
“현장에서 기자 할 때가 제일 좋았던 거 같아요. 구두가 하얗게 될 정도로 뛰어다녔죠. 그때가 가장 재밌었고 보람도 있었고, 그런데 언론인일 때는 지적하는 걸 많이 하는데 정치인이 되니까 그보다는 책임감을 갖게 되고 마음만 잘 먹으면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더군요. 장관이 되니까 일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큰일을 내 책임하에 내가 기획해서 할 수 있는 것, 그게 참 좋죠. 행안부는 5개 부처를 합쳐놓은 자리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많아서 굉장히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취재지원= 張在軫 月刊朝鮮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