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이라면, CEO를 뽑을 때 회사의 이윤과 가치를 극대화해 낼 사람을 뽑을 것 아닙니까? 전번엔 A사업 출신이 CEO가 됐으니, 이번에는 B사업 출신이 CEO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기업이 있습니까? (합참의장 輪番制 주장에 대해)
⊙ 2015년 전작권 전환에 대비, 한반도 작전 위해 지휘구조 개편 반드시 필요
⊙ 합참의장에게 부여한 제한적인 ‘군정권’은 ‘필요한’ 최소한의 권한일 뿐
⊙ 軍의 본령은 ‘전투’… 참모총장에게 지휘부담이 과다해진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려워
⊙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가 보지 않은 길’… “2015년까지 단계별로 평가작업 거쳐 보완”
林官彬
⊙ 57세, 육군사관학교 졸업(32기),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미국합동참모대 졸업.
⊙ 6사단장(소장), 육군본부 정책홍보실장,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 수도군단장,
육군본부 참모차장(중장), 국방대 총장 역임. 예비역 육군 중장.
⊙ 現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 저서: 《성공하고 싶다면 오피던트가 되라》 《늘 푸른 병영》.
⊙ 2015년 전작권 전환에 대비, 한반도 작전 위해 지휘구조 개편 반드시 필요
⊙ 합참의장에게 부여한 제한적인 ‘군정권’은 ‘필요한’ 최소한의 권한일 뿐
⊙ 軍의 본령은 ‘전투’… 참모총장에게 지휘부담이 과다해진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려워
⊙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가 보지 않은 길’… “2015년까지 단계별로 평가작업 거쳐 보완”
林官彬
⊙ 57세, 육군사관학교 졸업(32기),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미국합동참모대 졸업.
⊙ 6사단장(소장), 육군본부 정책홍보실장,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 수도군단장,
육군본부 참모차장(중장), 국방대 총장 역임. 예비역 육군 중장.
⊙ 現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 저서: 《성공하고 싶다면 오피던트가 되라》 《늘 푸른 병영》.
지난 8월 10일, 서울 용산의 국방부 청사에서 만난 임관빈(林官彬·58)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최근 해·공군을 중심으로 한 예비역 장성들이 “합참의장에게 권한을 지나치게 집중시키고, 육군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합참의장을 윤번제(輪番制)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싸워서 이기는 군대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군사 문제를 권력 배분의 문제로 접근하면 안보에는 구멍이 뚫린다”고 했다.
그는 “고대 로마황제들은 권력 2인자인 집정관(Consul)을 견제하기 위해 두 명의 집정관에게 번갈아 가며 전쟁수행을 맡겼다”면서, “로마는 전투에서 패배했다”고 했다.
충주고를 졸업하고 육사 32기로 임관한 그는 청와대 국방담당관, 6사단장, 수도군단장, 육군참모차장, 국방대 총장을 거쳤고, 지난 4월 전역하면서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기자에게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에 대해 국민들이 속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핵심적인 쟁점들을 모두 물어 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반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지요?
“지난 5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국방개혁 관련 5개 법률 개정안은 국회 국방위 법안심사소위 심사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얼마 전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77.6%가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반대는 5%에 불과했지요. 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사령관도 한국군의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예비역들 대다수도 국방부의 노력을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 반대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방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시기 때문에 잘 추진될 겁니다.”
―원론적인 질문입니다만, 왜 상부지휘구조 개편이 이 시점에 필요하다고 봅니까.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이 천안함 폭침(爆沈)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천안함 사태 훨씬 이전부터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개혁과제로 검토해 왔습니다. 2015년이면 미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가져오는 등 우리의 안보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무기체계가 첨단화하는 등 21세기 전장환경도 놀랍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부합하는 군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후면 아이패드나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 PC’가 대세가 될 것이 분명한데, 신제품 개발은 너무 위험하고 힘이 드니 기존의 PC 공장 라인만 잘 보수해서 쓰자고 한다면, 그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소니가 삼성에 추월당한 것도 변화에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군정·군령이 통합된 합동군형 지휘구조
임관빈 실장은 “상부지휘구조 개편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국방부가 상부지휘구조를 개편하고자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첫째,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우리 군의 전구작전 능력을 구축해야 합니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에게 작전권을 이양한 이후 작전지휘는 미군이 주도적으로 해 오지 않았습니까? 한미연합사가 2015년에 해체되면 연합사가 담당하고 있는 전시(戰時) 한반도 전구(戰區·독자적으로 맡아서 전쟁을 수행하는 구역) 차원의 작전지휘를 우리 군이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국지전·전면전·불안정 사태 등 다양한 안보위협에 대응하고, 21세기 전장환경에 부합하도록 군의 합동작전 지휘체계를 강화시키며, 합참과 각 군 본부 등 상부지휘구조를 작전중심의 지휘체계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둘째, 1990년에 실시한 군 구조 개편(일명 8·18 계획) 이후 군정(육·해·공군 본부)과 군령(합참·작전사)의 이원화에 따른 폐해(弊害)를 시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군은 지난 20여 년 동안 군정·군령 개념을 획일적으로 분리해 적용하면서 상부조직이 비대해지고 상부 제대(梯隊) 간 기능이 중복됐으며, 군의 운용이 행정화하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각 군 총장에게 군령권을 부여하고, 각 군 본부 차원에서 군정과 군령을 일원화시켜 일사불란한 작전중심의 지휘체계를 갖추고자 하는 것입니다.
셋째, 각 군 본부와 작전사를 통합해 상부구조를 슬림화하고, 하부 전술제대의 능력을 강화시켜야 할 필요성 때문입니다. 현재의 각 군 본부와 작전사는 유사, 중복되는 조직이 있어 많은 인력이 낭비적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 군의 작전사(1·3군 사령부, 해군·공군 작전사)를 각 군 본부와 통합하고, 여기서 절감된 인원을 예하 전투부대로 보내 직접 전투를 수행하는 하부제대의 전투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머리만 크고 팔다리가 허약한 기형적 체형을 팔다리도 튼튼한 균형 잡힌 체형으로 바꾸자는 것이지요.
전 세계 주요국가의 군제(軍制)를 살펴보더라도, 통합군제를 운용하고 있는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의 대부분이 우리 군이 지향하는 ‘군정·군령이 통합된 합동군형 지휘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세 가지 약점
―상부지휘구조 개편 필요성을 듣다 보니, 현재 우리 군의 지휘구조에 문제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현재 우리 군은 지휘구조 측면에서 크게 세 가지의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합참의장에게 군령(軍令) 기능, 즉 작전지휘 기능만을 부여하고 작전지휘에 필수적인 일부 군정(軍政) 기능은 부여하지 않은 것입니다.
합참의장이 합참 내부인원에 대한 인사권, 작전지휘에 대한 징계권, 합동작전 지원에 필요한 군수계획 수립과 군수준비 태세 유지에 대한 지시권 등의 기초적인 군정권도 없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합동작전을 효과적으로 지휘하기가 곤란합니다. 작전에 대한 책임을 주었으면,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권한을 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두 번째는 각 군 참모총장을 군령 계선(系線)에서 배제시켜 군정 기능만 행사하도록 한 것도 문제입니다. 전투를 준비하는 지휘관과 실제 전투를 할 지휘관이 달라지겠죠? 지난 6월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80.2%는 참모총장들이 당연히 예하부대에 대한 작전지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국방장관께서도 여러차례 예를 들었듯, 선수를 선발해 훈련시키는 감독과 실제 경기를 운영하는 감독이 따로 있는 모양새입니다. 각 군에서 최고의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참모총장이 작전을 지휘하지 않아 작전계획 수립, 전투준비, 작전수행에 있어 그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각 군 참모총장이 작전에 앞장선다면, 현재 작전사령관이 작전을 지휘하는 체계보다 한 차원 높은 작전을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셋째는 2015년 전작권이 전환되면 연합사가 수행하던 한반도 전구작전 사령부 기능을 한국 합참이 수행하게 됩니다. 현재와 같은 상부지휘구조를 계속 유지하면 합참이 10개 작전사령부를 직접 작전지휘해야 하고, 작전지원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각 군 총장과 협의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합참의장이 한반도 전체를 조망하는 전구차원의 작전지휘와 대통령과 장관을 보좌하는 군령보좌 기능이 약화되고, 작전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천안함 사태 시 드러난 것처럼, 각 작전사령부는 합참과 각 군 본부로부터 각각 통제를 받기 때문에 지휘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고, 업무부담도 가중될 것입니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한마디로 우리 군 수뇌들부터 전투임무를 ‘제1과업’으로 생각하고, 상부구조를 슬림화해 하부구조를 보강하며, 지휘체계를 단순화해 싸우면 이기는 전투임무 위주의 강한 군대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물 떠 오는 게 바빠서 불 못 끄겠다고 말하나?
―각 군 참모총장이 군정·군령을 모두 행사하면 총장의 지휘부담이 과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참모총장이 작전지휘까지 하게 되면, 군정 기능만 수행하는 지금보다 업무가 분명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업무도 아니고, 또 작전지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참모조직이 보강되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참모총장보다 지휘 폭이 더욱 넓은 국방장관도 군정과 군령권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전투를 빈번하게 치르는 이스라엘 군대를 보더라도 3성 장군인 총참모장이 17만명의 육·해·공군 전력에 대해 군령과 군정권 모두를 훌륭히 행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 육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을 모두 거치신 윤용남(尹龍男) 장군도 ‘참모총장이 군정과 군령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소방서의 존재목적은 불이 나면 불을 끄고 사람을 구해 내는 것입니다. 막상 불이 났는데 경험과 능력이 가장 뛰어난 소방서장이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지휘하지 않고 물 떠오는 것을 지휘하러 간다면 적절한 임무수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각 군 참모총장이 지휘계선에 포함되면 작전지휘 구조가 복잡해지고 보고라인이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개편 안의 작전지휘 계선은 합참의장-각 군 총장-작전부대 지휘관으로 이어져, 기존의 합참의장-작전사령관-작전부대의 단계와 동일합니다. 각 군 본부와 작전사가 하나의 조직체로 통합돼 작전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향상될 것입니다. 합참과 각 군 본부에 작전지휘를 보좌하기 위해 새롭게 신설되는 ‘차장직’은 지휘관이 아니라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을 보좌하는 ‘참모’ 조직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포함시켜 지휘계선이 늘어난다고 하는 것은 오해이거나 과장된 것입니다. 지금도 군사령부, 군단, 사단에 가면 부지휘관도 있고, 참모장도 있지만, 이들 때문에 지휘계선이 늘어난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이 이뤄지면, 각 군 참모총장이 전시에 ‘작전지휘본부’와 ‘작전지원본부’를 왕래하며 지휘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지휘가 매우 어렵다는 것 아닌가요.
“군사작전에 있어 지휘소는 효율성, 생존성, 융통성 보장을 고려해 필요에 따라 기능별로 분리해서 운용합니다. 그리고 그 위치는 임무와 여건, 통신능력 등에 따라 얼마든지 떨어뜨려 정할 수 있습니다. 사단 이상의 제대에서는 주(主)지휘소와 더불어 후방지휘소, 전술지휘소를 필요에 따라 각각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고, 미군(美軍)의 경우에도 제대별로 주지휘소, 전술지휘소, 기동지휘소와 전투근무지원운영본부를 분리해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전 당시 다국적군의 경우, 다국적군사령부(정책·전략·지원)와 실제 작전을 지휘하는 합동작전본부(정보·작전)를 2개 지역에 분리해 운용하면서, 전술지휘통신체계(C4I)를 이용해 사령관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성공적으로 지휘한 적이 있습니다. 아덴만 여명작전 때도 한국에 있는 합참과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화상으로 현장을 보면서 작전을 지휘했고요. 실시간 정보공유가 가능한 C4I 체계를 이용하면, 지리적으로 구애받지 않고 작전지휘와 지원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전시에 C4I 시스템의 장애가 발생할 경우에는 어떡하냐는 말도 들립니다.
“현재 운용 중인 합참과 각 군의 C4I 체계는 전·평시의 생존성 보장과 실시간 정보공유를 위해 서버와 통제장비를 이원화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전투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장비 고장이나 네트워크 장애 등 예상되는 모든 우발상황에 대비한 대응책이 준비돼 있고, 상부지휘구조 개편에 따른 C4I 체계 보강계획도 있습니다.”
훈련 통해 현재 지휘구조 개편 타당성 입증
―개편안에 대해 합참의장에게 권한을 지나치게 집중시키고, 육군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합참의장을 윤번제로 하자는 의견도 있는데요.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합동성이 강화된 전투 임무 중심의 조직으로 상부구조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 근본 취지입니다. 이를 위해 합참의장에게 작전지휘에 필수적인 제한된 군정권만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작전의 효율성 측면보다는 권력구조의 시각으로 봄으로써 문민통제(文民統制) 침해, 통합군 우려 등 개편 취지와 다른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편 후에도 합참의장이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지휘·감독 아래 있기 때문에 문민통제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편을 통해 합참의장에게 부여될 군정권(軍政權)은 지나친 권한이 아닌 작전지휘에 꼭 필요한 매우 제한적인 권한입니다. 대부분의 군정권은 현재와 같이 각 군 참모총장이 행사하기 때문에 합동군제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임관빈 실장은 “3군의 균형발전은 군(軍)이 추구해야 할 또 하나의 기본 방향”이라면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 역시 이러한 기본 방향이 유지되도록 합참 구성원의 육·해·공군 비율을 2:1:1로 계속 유지하고, 합동참모회의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등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주요 회의체에서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의 권한은 동등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하지만 합참의장은 헌법과 군인사법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職位)로 3군 균형편성의 대상이 아닙니다. 합참의장을 윤번제로 하면 오히려 적임자(適任者) 보임을 어렵게 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또 합참의장은 유사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대한민국을 지켜야 할 최고의 장수입니다. 그런 장수의 자리를 능력이 아니라 정해진 순번에 따라 돌아가며 맡는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민간기업이라면, CEO(최고경영자)를 뽑을 때, 회사를 잘 이끌어 기업의 이윤과 가치를 극대화해 낼 사람을 뽑을 것 아닙니까? 전번엔 A사업 출신이 CEO가 됐으니, 이번에는 B사업 출신이 CEO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기업이 있습니까?”
―한나라당 김장수(金章洙) 의원은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가 보지 않은 길이므로, 철저히 검증해 보고 나서 결정하는 게 옳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군이나 민간 분야나 무엇을 새로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서도 일부에서 사전 검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며 이에 유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5월에 있었던 ‘태극연습’ 때도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을 반영해 각 군 참모총장이 직접 작전지휘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당시 새로운 지휘구조에서 작전 효율성이 높아지고, 정보공유를 통해 의사결정 시간이 단축됐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금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도 각 군 총장들의 작전지휘와 작전지원 분야 통합수행 능력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에 대해 2015년까지 태극연습, 키리졸브(KR), UFG 등 연합·합동 연습 등을 통해 단계별로 평가해 우리 군이 보다 완벽한 지휘 시스템을 갖추도록 할 것입니다.”
지금이 지휘구조 개편의 適期
―2012년은 대내외적으로 안보취약 시기입니다. 이 시점에 새로운 상부지휘구조로 개편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2012년은 대내외 안보상황을 고려해 볼 때 매우 중요한 시기인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러시아 등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계획돼 있고, 중국은 제5세대 지도자로 주석이 교체될 예정입니다. 북한은 김일성(金日成) 생일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선포한 해이기도 하고요.
우리 군은 과거에도 그랬듯, 어떠한 안보환경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한 군사대비 태세를 갖추고 국방개혁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안보취약 시기일수록 우리 군이 더 강한 모습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고 봅니다. 일부 정보들을 보면, 북한이 우리의 국방개혁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국방개혁이 더 강한 군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방증(傍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부에서 2012년에 모든 지휘구조가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12년도에 바뀌는 것은 그해 11월 1일 자로 각 군 총장이 평시(平時)작전에 한해 작전지휘 계선에 포함되는 것 하나뿐입니다. 기타 모든 것은 전작권 전환일정과 연계해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2015년 전작권이 전환되기 전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은 연합사령관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연합사령관이 전시 임무를 책임지고 수행해 줄 동안, 한국은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을 충분히 평가하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안보적으로도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되며, 대다수의 국민이 지지해 주는 지금이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위한 적기(適期)라고 확신합니다.”
“지휘구조 개편에 예산문제는 없어”
―앞서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위해 C4I 체계 확보 문제를 말했는데,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이 필요할 것입니다. 노무현(盧武鉉) 정부에서 추진한 ‘국방개혁 2020’도 소요재원(621조)을 확보하지 못해 큰 차질을 빚었던 사례가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추진 중인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은 현재의 C4I 체계만으로도 제한적이지만 작전지휘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보다 효율적인 작전지휘를 위해서 일부 보강 소요(所要)가 있습니다. 우선, 각 군 본부가 작전지원에서 작전지휘까지 역할이 늘어남에 따라 현재 운용 중인 연합 또는 합동 C4I 체계의 단말기 숫자와 서버의 용량이 늘어나야 합니다. 수시로 공조회의가 가능하도록 화상회의(VTC) 장비를 보강해야 하고, 각 군 총장이 이동할 때도 지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약 3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C4I 체계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것은 체계개발입니다. 체계개발은 이미 해 놨기 때문에, 이번 상부지휘구조 개편에 따라 소요되는 예산은 하드웨어의 보강만 이뤄지면 되므로 예산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아직도 법안의 국회통과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일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군 자체의 개혁의지가 높고, 국민들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다수의 예비역과 전문가들도 지지하고 성원해 주고 있기 때문에 잘 추진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임관빈 국방정책실장은 “8·18계획도 그렇고 이제까지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부분을 타협하느라 개혁안의 본래 취지가 퇴색하는 경우를 종종 봐 왔다”면서 “이번 개혁안이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했다. 그는 “소모적 논란으로 인해 2015년까지 진행돼야 할 절차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으나,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의견수렴을 계속해 개혁의 질(質)과 완성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대 로마황제들은 권력 2인자인 집정관(Consul)을 견제하기 위해 두 명의 집정관에게 번갈아 가며 전쟁수행을 맡겼다”면서, “로마는 전투에서 패배했다”고 했다.
충주고를 졸업하고 육사 32기로 임관한 그는 청와대 국방담당관, 6사단장, 수도군단장, 육군참모차장, 국방대 총장을 거쳤고, 지난 4월 전역하면서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기자에게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에 대해 국민들이 속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핵심적인 쟁점들을 모두 물어 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반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지요?
“지난 5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국방개혁 관련 5개 법률 개정안은 국회 국방위 법안심사소위 심사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얼마 전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77.6%가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반대는 5%에 불과했지요. 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사령관도 한국군의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예비역들 대다수도 국방부의 노력을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 반대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방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시기 때문에 잘 추진될 겁니다.”
―원론적인 질문입니다만, 왜 상부지휘구조 개편이 이 시점에 필요하다고 봅니까.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이 천안함 폭침(爆沈)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천안함 사태 훨씬 이전부터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개혁과제로 검토해 왔습니다. 2015년이면 미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가져오는 등 우리의 안보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무기체계가 첨단화하는 등 21세기 전장환경도 놀랍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부합하는 군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후면 아이패드나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 PC’가 대세가 될 것이 분명한데, 신제품 개발은 너무 위험하고 힘이 드니 기존의 PC 공장 라인만 잘 보수해서 쓰자고 한다면, 그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소니가 삼성에 추월당한 것도 변화에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군정·군령이 통합된 합동군형 지휘구조
임관빈 실장은 “상부지휘구조 개편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국방부가 상부지휘구조를 개편하고자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첫째,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우리 군의 전구작전 능력을 구축해야 합니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에게 작전권을 이양한 이후 작전지휘는 미군이 주도적으로 해 오지 않았습니까? 한미연합사가 2015년에 해체되면 연합사가 담당하고 있는 전시(戰時) 한반도 전구(戰區·독자적으로 맡아서 전쟁을 수행하는 구역) 차원의 작전지휘를 우리 군이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국지전·전면전·불안정 사태 등 다양한 안보위협에 대응하고, 21세기 전장환경에 부합하도록 군의 합동작전 지휘체계를 강화시키며, 합참과 각 군 본부 등 상부지휘구조를 작전중심의 지휘체계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둘째, 1990년에 실시한 군 구조 개편(일명 8·18 계획) 이후 군정(육·해·공군 본부)과 군령(합참·작전사)의 이원화에 따른 폐해(弊害)를 시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군은 지난 20여 년 동안 군정·군령 개념을 획일적으로 분리해 적용하면서 상부조직이 비대해지고 상부 제대(梯隊) 간 기능이 중복됐으며, 군의 운용이 행정화하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각 군 총장에게 군령권을 부여하고, 각 군 본부 차원에서 군정과 군령을 일원화시켜 일사불란한 작전중심의 지휘체계를 갖추고자 하는 것입니다.
셋째, 각 군 본부와 작전사를 통합해 상부구조를 슬림화하고, 하부 전술제대의 능력을 강화시켜야 할 필요성 때문입니다. 현재의 각 군 본부와 작전사는 유사, 중복되는 조직이 있어 많은 인력이 낭비적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 군의 작전사(1·3군 사령부, 해군·공군 작전사)를 각 군 본부와 통합하고, 여기서 절감된 인원을 예하 전투부대로 보내 직접 전투를 수행하는 하부제대의 전투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머리만 크고 팔다리가 허약한 기형적 체형을 팔다리도 튼튼한 균형 잡힌 체형으로 바꾸자는 것이지요.
전 세계 주요국가의 군제(軍制)를 살펴보더라도, 통합군제를 운용하고 있는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의 대부분이 우리 군이 지향하는 ‘군정·군령이 통합된 합동군형 지휘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세 가지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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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8월 4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한국국방연구원 주최로 국방개혁의 성공 조건과 과제를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포럼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앞줄 오른쪽)도 참석했다. |
“현재 우리 군은 지휘구조 측면에서 크게 세 가지의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합참의장에게 군령(軍令) 기능, 즉 작전지휘 기능만을 부여하고 작전지휘에 필수적인 일부 군정(軍政) 기능은 부여하지 않은 것입니다.
합참의장이 합참 내부인원에 대한 인사권, 작전지휘에 대한 징계권, 합동작전 지원에 필요한 군수계획 수립과 군수준비 태세 유지에 대한 지시권 등의 기초적인 군정권도 없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합동작전을 효과적으로 지휘하기가 곤란합니다. 작전에 대한 책임을 주었으면,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권한을 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두 번째는 각 군 참모총장을 군령 계선(系線)에서 배제시켜 군정 기능만 행사하도록 한 것도 문제입니다. 전투를 준비하는 지휘관과 실제 전투를 할 지휘관이 달라지겠죠? 지난 6월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80.2%는 참모총장들이 당연히 예하부대에 대한 작전지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국방장관께서도 여러차례 예를 들었듯, 선수를 선발해 훈련시키는 감독과 실제 경기를 운영하는 감독이 따로 있는 모양새입니다. 각 군에서 최고의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참모총장이 작전을 지휘하지 않아 작전계획 수립, 전투준비, 작전수행에 있어 그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각 군 참모총장이 작전에 앞장선다면, 현재 작전사령관이 작전을 지휘하는 체계보다 한 차원 높은 작전을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셋째는 2015년 전작권이 전환되면 연합사가 수행하던 한반도 전구작전 사령부 기능을 한국 합참이 수행하게 됩니다. 현재와 같은 상부지휘구조를 계속 유지하면 합참이 10개 작전사령부를 직접 작전지휘해야 하고, 작전지원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각 군 총장과 협의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합참의장이 한반도 전체를 조망하는 전구차원의 작전지휘와 대통령과 장관을 보좌하는 군령보좌 기능이 약화되고, 작전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천안함 사태 시 드러난 것처럼, 각 작전사령부는 합참과 각 군 본부로부터 각각 통제를 받기 때문에 지휘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고, 업무부담도 가중될 것입니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한마디로 우리 군 수뇌들부터 전투임무를 ‘제1과업’으로 생각하고, 상부구조를 슬림화해 하부구조를 보강하며, 지휘체계를 단순화해 싸우면 이기는 전투임무 위주의 강한 군대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물 떠 오는 게 바빠서 불 못 끄겠다고 말하나?
―각 군 참모총장이 군정·군령을 모두 행사하면 총장의 지휘부담이 과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참모총장이 작전지휘까지 하게 되면, 군정 기능만 수행하는 지금보다 업무가 분명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업무도 아니고, 또 작전지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참모조직이 보강되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참모총장보다 지휘 폭이 더욱 넓은 국방장관도 군정과 군령권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전투를 빈번하게 치르는 이스라엘 군대를 보더라도 3성 장군인 총참모장이 17만명의 육·해·공군 전력에 대해 군령과 군정권 모두를 훌륭히 행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 육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을 모두 거치신 윤용남(尹龍男) 장군도 ‘참모총장이 군정과 군령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소방서의 존재목적은 불이 나면 불을 끄고 사람을 구해 내는 것입니다. 막상 불이 났는데 경험과 능력이 가장 뛰어난 소방서장이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지휘하지 않고 물 떠오는 것을 지휘하러 간다면 적절한 임무수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각 군 참모총장이 지휘계선에 포함되면 작전지휘 구조가 복잡해지고 보고라인이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개편 안의 작전지휘 계선은 합참의장-각 군 총장-작전부대 지휘관으로 이어져, 기존의 합참의장-작전사령관-작전부대의 단계와 동일합니다. 각 군 본부와 작전사가 하나의 조직체로 통합돼 작전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향상될 것입니다. 합참과 각 군 본부에 작전지휘를 보좌하기 위해 새롭게 신설되는 ‘차장직’은 지휘관이 아니라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을 보좌하는 ‘참모’ 조직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포함시켜 지휘계선이 늘어난다고 하는 것은 오해이거나 과장된 것입니다. 지금도 군사령부, 군단, 사단에 가면 부지휘관도 있고, 참모장도 있지만, 이들 때문에 지휘계선이 늘어난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이 이뤄지면, 각 군 참모총장이 전시에 ‘작전지휘본부’와 ‘작전지원본부’를 왕래하며 지휘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지휘가 매우 어렵다는 것 아닌가요.
“군사작전에 있어 지휘소는 효율성, 생존성, 융통성 보장을 고려해 필요에 따라 기능별로 분리해서 운용합니다. 그리고 그 위치는 임무와 여건, 통신능력 등에 따라 얼마든지 떨어뜨려 정할 수 있습니다. 사단 이상의 제대에서는 주(主)지휘소와 더불어 후방지휘소, 전술지휘소를 필요에 따라 각각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고, 미군(美軍)의 경우에도 제대별로 주지휘소, 전술지휘소, 기동지휘소와 전투근무지원운영본부를 분리해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전 당시 다국적군의 경우, 다국적군사령부(정책·전략·지원)와 실제 작전을 지휘하는 합동작전본부(정보·작전)를 2개 지역에 분리해 운용하면서, 전술지휘통신체계(C4I)를 이용해 사령관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성공적으로 지휘한 적이 있습니다. 아덴만 여명작전 때도 한국에 있는 합참과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화상으로 현장을 보면서 작전을 지휘했고요. 실시간 정보공유가 가능한 C4I 체계를 이용하면, 지리적으로 구애받지 않고 작전지휘와 지원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전시에 C4I 시스템의 장애가 발생할 경우에는 어떡하냐는 말도 들립니다.
“현재 운용 중인 합참과 각 군의 C4I 체계는 전·평시의 생존성 보장과 실시간 정보공유를 위해 서버와 통제장비를 이원화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전투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장비 고장이나 네트워크 장애 등 예상되는 모든 우발상황에 대비한 대응책이 준비돼 있고, 상부지휘구조 개편에 따른 C4I 체계 보강계획도 있습니다.”
훈련 통해 현재 지휘구조 개편 타당성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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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홍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소속 대항군 장병들이 전투를 벌이기 위해 달려나가고 있다. 장병들이 든 소총에는 레이저를 발사하는 ‘마일즈’ 장비가 달려있다. |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합동성이 강화된 전투 임무 중심의 조직으로 상부구조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 근본 취지입니다. 이를 위해 합참의장에게 작전지휘에 필수적인 제한된 군정권만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작전의 효율성 측면보다는 권력구조의 시각으로 봄으로써 문민통제(文民統制) 침해, 통합군 우려 등 개편 취지와 다른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편 후에도 합참의장이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지휘·감독 아래 있기 때문에 문민통제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편을 통해 합참의장에게 부여될 군정권(軍政權)은 지나친 권한이 아닌 작전지휘에 꼭 필요한 매우 제한적인 권한입니다. 대부분의 군정권은 현재와 같이 각 군 참모총장이 행사하기 때문에 합동군제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임관빈 실장은 “3군의 균형발전은 군(軍)이 추구해야 할 또 하나의 기본 방향”이라면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 역시 이러한 기본 방향이 유지되도록 합참 구성원의 육·해·공군 비율을 2:1:1로 계속 유지하고, 합동참모회의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등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주요 회의체에서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의 권한은 동등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하지만 합참의장은 헌법과 군인사법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職位)로 3군 균형편성의 대상이 아닙니다. 합참의장을 윤번제로 하면 오히려 적임자(適任者) 보임을 어렵게 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또 합참의장은 유사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대한민국을 지켜야 할 최고의 장수입니다. 그런 장수의 자리를 능력이 아니라 정해진 순번에 따라 돌아가며 맡는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민간기업이라면, CEO(최고경영자)를 뽑을 때, 회사를 잘 이끌어 기업의 이윤과 가치를 극대화해 낼 사람을 뽑을 것 아닙니까? 전번엔 A사업 출신이 CEO가 됐으니, 이번에는 B사업 출신이 CEO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기업이 있습니까?”
―한나라당 김장수(金章洙) 의원은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가 보지 않은 길이므로, 철저히 검증해 보고 나서 결정하는 게 옳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군이나 민간 분야나 무엇을 새로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서도 일부에서 사전 검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며 이에 유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5월에 있었던 ‘태극연습’ 때도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을 반영해 각 군 참모총장이 직접 작전지휘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당시 새로운 지휘구조에서 작전 효율성이 높아지고, 정보공유를 통해 의사결정 시간이 단축됐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금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도 각 군 총장들의 작전지휘와 작전지원 분야 통합수행 능력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에 대해 2015년까지 태극연습, 키리졸브(KR), UFG 등 연합·합동 연습 등을 통해 단계별로 평가해 우리 군이 보다 완벽한 지휘 시스템을 갖추도록 할 것입니다.”
지금이 지휘구조 개편의 適期
―2012년은 대내외적으로 안보취약 시기입니다. 이 시점에 새로운 상부지휘구조로 개편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2012년은 대내외 안보상황을 고려해 볼 때 매우 중요한 시기인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러시아 등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계획돼 있고, 중국은 제5세대 지도자로 주석이 교체될 예정입니다. 북한은 김일성(金日成) 생일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선포한 해이기도 하고요.
우리 군은 과거에도 그랬듯, 어떠한 안보환경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한 군사대비 태세를 갖추고 국방개혁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안보취약 시기일수록 우리 군이 더 강한 모습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고 봅니다. 일부 정보들을 보면, 북한이 우리의 국방개혁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국방개혁이 더 강한 군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방증(傍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부에서 2012년에 모든 지휘구조가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12년도에 바뀌는 것은 그해 11월 1일 자로 각 군 총장이 평시(平時)작전에 한해 작전지휘 계선에 포함되는 것 하나뿐입니다. 기타 모든 것은 전작권 전환일정과 연계해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2015년 전작권이 전환되기 전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은 연합사령관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연합사령관이 전시 임무를 책임지고 수행해 줄 동안, 한국은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을 충분히 평가하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안보적으로도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되며, 대다수의 국민이 지지해 주는 지금이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위한 적기(適期)라고 확신합니다.”
“지휘구조 개편에 예산문제는 없어”
―앞서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위해 C4I 체계 확보 문제를 말했는데,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이 필요할 것입니다. 노무현(盧武鉉) 정부에서 추진한 ‘국방개혁 2020’도 소요재원(621조)을 확보하지 못해 큰 차질을 빚었던 사례가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추진 중인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은 현재의 C4I 체계만으로도 제한적이지만 작전지휘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보다 효율적인 작전지휘를 위해서 일부 보강 소요(所要)가 있습니다. 우선, 각 군 본부가 작전지원에서 작전지휘까지 역할이 늘어남에 따라 현재 운용 중인 연합 또는 합동 C4I 체계의 단말기 숫자와 서버의 용량이 늘어나야 합니다. 수시로 공조회의가 가능하도록 화상회의(VTC) 장비를 보강해야 하고, 각 군 총장이 이동할 때도 지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약 3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C4I 체계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것은 체계개발입니다. 체계개발은 이미 해 놨기 때문에, 이번 상부지휘구조 개편에 따라 소요되는 예산은 하드웨어의 보강만 이뤄지면 되므로 예산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아직도 법안의 국회통과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일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군 자체의 개혁의지가 높고, 국민들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다수의 예비역과 전문가들도 지지하고 성원해 주고 있기 때문에 잘 추진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임관빈 국방정책실장은 “8·18계획도 그렇고 이제까지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부분을 타협하느라 개혁안의 본래 취지가 퇴색하는 경우를 종종 봐 왔다”면서 “이번 개혁안이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했다. 그는 “소모적 논란으로 인해 2015년까지 진행돼야 할 절차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으나,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의견수렴을 계속해 개혁의 질(質)과 완성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