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품 국산화가 防産수출의 핵심… 정부 산하기관(ADD)이 무기 개발하기 때문에 해외 신뢰도 높아
⊙ K계열 무기는 전력화 서두르다 발생… 初度 量産 때 ‘필드 테스트’ 거치도록 해
⊙ 불량 군납업체 제재기간 2배로 늘려… ‘원가관리제도’가 방산업체들 국산화 개발 소홀히 하게 해
⊙ 정보통신(IT) 강국이기 때문에 중소 벤처업체들이 주축이 되는 ‘스마트 무기 개발’에 강점이 있을 것
⊙ 北의 비대칭 공격능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방위력 증강해야
盧大來
⊙ 55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독일 쾰른대 경제학부 재정경제학과
박사과정 수료.
⊙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독일대사관 재정관,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국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조달청장 역임.
⊙ 現 방위사업청장.
⊙ 저서: 《공정거래백서》(공저) 《동구시장의 현황과 우리기업의 진출방안》.
⊙ K계열 무기는 전력화 서두르다 발생… 初度 量産 때 ‘필드 테스트’ 거치도록 해
⊙ 불량 군납업체 제재기간 2배로 늘려… ‘원가관리제도’가 방산업체들 국산화 개발 소홀히 하게 해
⊙ 정보통신(IT) 강국이기 때문에 중소 벤처업체들이 주축이 되는 ‘스마트 무기 개발’에 강점이 있을 것
⊙ 北의 비대칭 공격능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방위력 증강해야
盧大來
⊙ 55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독일 쾰른대 경제학부 재정경제학과
박사과정 수료.
⊙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독일대사관 재정관,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국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조달청장 역임.
⊙ 現 방위사업청장.
⊙ 저서: 《공정거래백서》(공저) 《동구시장의 현황과 우리기업의 진출방안》.
노대래(盧大來) 방위사업청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박재완(朴宰完) 기획재정부 장관과 행정고시 동기(23회)라는 그가 제6대 방사청장으로 임명되자, 정가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전임 장수만(張秀萬) 청장에 이어 ‘경제 청장’을 보내 방사청의 구조를 개혁하려는 것 아니냐”란 말이 떠돌았다.
지난 3월 18일, 노대래 청장은 부임하자마자 방사청 조직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그는 올해 4월 사업관리본부장과 주요 전력사업부장 등 현역 장성들이 맡아 온 주요 직위들을 문민화하고, 해당 직위의 현역들을 소속 군으로 복귀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각에선 노대래 청장이 앞으로 사업청 소속 현역 장교 830여 명 가운데 최대 20% 가량을 민간인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방위사업청의 현역 군인은 830여 명, 공무원은 820여 명이다. 얼마전 노 청장은 현역 소장 몫의 사업관리본부장 자리에 T-50 고등훈련기 개발을 주도했던 오태식(吳泰植)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장을 임명하는 등 방사청 핵심 보직에 외부 민간 전문가를 속속 기용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 인근에 위치한 방사청에서 노대래 청장을 만났다. 충남 서천 출신인 노 청장은 1m87cm의 훤칠한 키, 충청도 사투리가 묻어나는 서글서글한 말투로 방위산업의 핵심과 문제점들을 짚어냈다.
노 청장은 “방사청은 국방부, 조달본부와 각 군 사업단 등 획득관련 8개 기관을 통합해 만든 조직으로, 물리적으로는 합쳤지만 화학적으로는 융합하지 못했다”면서 “육·해·공 간, 군과 공무원 간의 벽이 존재했고, 정책부서는 공무원이, 사업부서는 주로 군인들이 맡으면서 ‘끼리끼리’ 문화가 존재했었다”고 했다.
보호 위주의 방산정책 버려야
―현재 방사청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방위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보호와 규제 위주의 방산(防産) 육성정책을 계속해야 한다는 1970~1980년대식 사고가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는 겁니다. 보호 위주의 방산정책을 통해 방위산업이 크게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최근 방산비리나 원가부정 사례가 빈번하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현재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갈 수가 없습니다. 특히 정부가 방산물자의 안정조달이라는 슬로건 아래 내수산업 육성정책으로 일관해 방산업체 스스로 대외경쟁력을 갖추도록 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투명성(透明性)과 귀책성(歸責性)을 높이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해 비리·부정에 취약한 구조가 형성됐다고 봅니다.”
노 청장은 “방위사업청(사업관리), 국방과학연구소(연구개발), 국방기술품질원(품질관리) 등 세 기관은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마치 ‘샴쌍둥이’처럼 서로 맡은 임무는 달라도 방위산업이라는 ‘몸통’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불량 없는 무기개발을 원한다”면서 “완벽한 품질 확보는 국방기술품질원뿐만 아니라 사업관리를 하는 방위사업청,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오랫동안 예산전문가로 일해 왔습니다. 일각에서는 민간인 예산전문가가 군(軍)이라는 생소한 집단의 무기체계 전반을 다루는 일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방위산업은 경제논리로만 접근해서도 안 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기획재정부에서 순수 경제정책뿐만 아니라, 복지·노동·부동산·교육 등 다방면의 정책을 다루었기 때문에 방산업무를 추진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업무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경제논리나 경제적인 고려 없이 획득업무나 구매사업을 하면, 경제적 이익방어나 방위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고 봅니다. 경쟁을 하지 않으면서 원가를 부풀리면 부풀릴수록 이익이 더 커지는 구조로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제정책과 ‘효과성’을 중시하는 안보분야는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과 잣대에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국가안보는 1%의 허점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안보는 국민들에게 그만큼 체감지수가 높기 때문입니다.”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해외판매 회사도 설립
노대래 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터키, 덴마크, 프랑스 등을 다녀오는 등 ‘방산 세일즈’를 활발히 하고 있다. 그에게 “방문국들은 국산무기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라고 묻자, “우리 기술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고, 우리와의 협력 요구가 많았다”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같은 정부 산하기관에서 무기를 개발하기 때문에 민간기업이 개발하는 다른 나라들의 경우보다 신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다른 상품과 달리 무기는 사기도 쉽지 않고 팔기는 더 어렵습니다. 수요자가 상대국의 군이나 정부기관이기 때문에 기업이 직접 마케팅에 나서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기단계에는 정부가 다리를 놓아야 하고, 그것이 방사청장의 소명이라고 봅니다. 외국의 정부 관계자나 군 관계자들이 제 사무실에 수시로 찾아오는데,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무기거래에는 온갖 루머가 따라다니기 때문에 이번에 T-50 고등훈련기 인도네시아 수출에서 보는 것처럼 양국 정상 간의 논의가 선행되면 실무적으로 일을 풀어 나가기가 쉽습니다.”
―최근 T-50 고등훈련기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로 확정했고, 209급 잠수함을 수출하기로 양국 간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습니다. 방사청의 예년 수출실적 1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액수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T-50처럼 첫 수출에 몰두한 나머지 실속 없는 수출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실적에만 치중하는 방산수출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적에만 치중해서 수출을 한다면 진짜 문제지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수출한 가격은 다른 나라에 수출할 때 참고가격이 되기 때문에 손해 보는 가격으로 수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무기는 한번 수출하면 보통 20년 이상 운용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부품, 정비서비스 등도 따라갑니다. 다시 말하면, 이런 것들도 수출 예약이 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에서 전투기를 도입하면 전투기 일생 동안 투입하는 유지보수 비용이 처음 들여올 때 전투기 가격의 2배 정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다목적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발하면서 세계 11번째 헬기 제작국이 됐습니다. 수리온은 올 연말 기체생산에 들어가는데, 방사청은 수리온을 해외에 판매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까.
“수리온은 유로콥터사와 기술제휴로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방사청은 수리온 해외판매를 위해 지난 2월 수리온을 생산하는 KAI와 유로콥터사 간 수리온의 해외수출을 전담하는 판매회사(JVC)를 설립했습니다. JVC는 총자본금 800만 달러로, KAI가 51%, 유로콥터가 4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방사청은 유로콥터사에 기술료를 지불하는 대신 마케팅에 전념하도록 20만 유로를 판매수수료로 주기로 했습니다.”
―현재 해외 무기시장에 우리가 팔 만한 무기체계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금까지 지상의 전차(흑표)와 자주포(K-9), 공중의 훈련기(T-50), 해상의 잠수함(209급)까지 팔았습니다만, 앞으로는 부가가치가 엄청난 유도 무기쪽으로 선회해야 할 겁니다. 우리나라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고, 마진도 기대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보호로 방산업체들이 원가절감 안 하는 게 문제
―무기산업 활성화를 위해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국제방산전시회에 가 보면 무기가 소형화·정밀화·무인화하면서 업체들 중에도 대규모 업체가 아닌 중소 벤처기업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무기를 소프트웨어가 제어하기 때문에 중소 장비업체와 소프트웨어 업체 간의 컨소시엄이나 전략적 제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정보통신(IT) 강국이기 때문에 중소 벤처업체들이 주축이 되는 ‘스마트 무기 개발’에 강점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일반무기 개발을 ADD 전담 개발에서 업체 주관 개발로 전환했기 때문에 앞으로 중소 ‘무기벤처’의 활동영역이 확대될 것입니다.”
―원칙 있는 경쟁과 인센티브 경쟁을 추진해 방산품질 고도화를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방산업체들을 대상으로 ‘원가관리(原價管理)’를 하게 되면 어떤 효과가 있나요. 이 때문에 방산업체들의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수의계약을 하고 소요비용을 사후에 정산해 주는 ‘원가관리제도’를 운용하다 보니 관련업체들은 굳이 원가절감을 할 필요가 없게 되고, 원가를 줄이기 위한 국산화 개발도 소홀히 하게 됩니다. 정부가 방산업체에 원가에다 일정한 비율을 곱해서 보상을 해 주다 보니, 원가를 부풀리면 부풀릴수록 이익이 커져요. 이렇게 되니 생산공정을 개선하거나 개발기간을 줄이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반 산업분야에서는 이미 1980년대에 ‘가격관리제도’를 폐지했던 것입니다.”
그는 “가능한 한 경쟁을 확대해서 경쟁가격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경쟁이 어려운 분야는 투명성과 귀책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면서 “불만을 가지는 방산업체들도 있겠지만, 방산업체의 사적인 이해관계보다는 국가 전체적으로 방산업체가 경쟁력을 갖고 계속 발전해 나가려면 원가관리는 당위성의 문제”라고 했다.
“무기 잘못 만들면 사업 못하게 하겠다”
―흑표(K-2) 전차의 파워팩, K-21 장갑차 침수(浸水), 유도탄고속함 2번함(한상국함)의 ‘갈지자 운행’, K-11 복합소총의 사격통제장치 결함 등 K계열 무기들이 잇달아 문제를 일으키면서 국산무기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들 K계열 무기체계들의 문제점은 해결됐습니까.
“그간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서 보완작업을 추진한 결과, 지금은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됐고, 일부 문제는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주(主)기능상의 문제라기보다 끝마무리 단계에서 검사를 소홀히 하거나 전력화를 서두르다 발생한 문제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K-2 전차의 파워팩은 냉각기능 등을 보완해 시험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두 가지의 시험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올해 말부터는 야전(野戰)에서 실제 운용하면서 시험평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K-21 장갑차는 침수 문제점을 보완해 확인시험을 완료했습니다. 지난 3월말 국방부·국회·언론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수상운행 시범을 이상 없이 마치고 5월부터 군 부대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갈지자’ 항해로 문제가 된 차기고속정도 추진기를 개선해 문제점을 해결했고, 최근 시운전을 통해 이를 입증했습니다. K-11 복합소총의 경우에도 정밀전자 장치의 충격흡수 성능을 보완해 문제를 해결했고, 야전에서 3~4개월 실제로 운영해 본 후 문제가 전혀 없을 때 군에 보급할 예정입니다.”
노대래 청장은 “K계열 문제 때문에 방사청의 이미지 실추도 문제지만, 우리 무기들이 이제 막 해외시장으로 본격 진출하고 있는데 대외신뢰도를 잃지 않을까가 더 걱정”이라며 “초도 양산분을 야전에 있는 중대나 대대급 부대에 먼저 배치해 ‘필드 테스트’를 거친 다음, 문제가 없는 경우에만 본격 양산하도록 제도를 고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잇따른 방산비리와 무기결함을 근절하기 위해 방위산업 정책의 변화가 절실합니다. 불량 군수품을 납품하는 업체에 강한 제재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품질경영의 확대, 부정당 업체에 대한 제재강화, 경쟁 확대가 되어야 방산비리와 무기결함이 근절될 수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제재 수준으로는 업체가 규정을 위반해도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입니다. 실제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해 제재를 무력화시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제재수준을 지금보다 2배로 강화할 수 있게 국가계약관련 규정의 개정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제재 조치 2배 강화는 방위산업을 계속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조치입니다.”
그는 “특히 장병들의 의식주(衣食住)와 관련한 불량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향후 독점업체를 줄이고 관련 납품업체를 ‘복수’로 둘 계획”이라고 했다.
해외로 무기 많이 팔지 않으면 안 돼
―방위산업을 규제가 아닌 시장의 원리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그 방안은?
“방위산업에 시장원리를 적용하지 못했던 이유는 좁은 시장과 낮은 투자수익률, 이를 보전해 주는 원가관리제도에 있다고 봅니다. 좁은 시장에서 시장규율로의 전환은 불가하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물론 시장규율로 전면 전환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와 같은 관치(官治) 위주의 방산제도를 유지할 경우, 우리 방산업체들에 비전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어렵더라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시장규율로 최대한 전환해 나가되, 전환이 지극히 어려운 분야는 투명성(Transparency)과 귀책성(Accountability)을 엄격히 정립해서 시장의 실패와 비효율을 최소화해 나가야 합니다. 언론은 ‘방산비리’에 민감하겠지만, 경제관료 입장에서 보면 ‘비효율’이 더 큰 문제입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의 국방비는 약 276억 달러 수준으로,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규모로만 보면 우리 내수시장이 작은 시장이 아닌 것이다. 그는 “우리보다 시장규모가 작은 이스라엘, 스웨덴, 터키 등도 방위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는 좁은 국내시장을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메웠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우리 방산업체들에 내수만으로도 이윤을 보장해 준 것이 오히려 독(毒)이 되었다고 봅니다. 내수시장 위주로 방위산업을 육성해 온 것이 시장원리를 도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 각국이 무기분야에 대한 지출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의회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무기개발 예산을 축소하고 있잖아요? 수요는 줄고, 공급자 간 경쟁은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만 예외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외국의 우수기술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무기 구매력을 ‘판매력(selling power)’으로 연결시켜야 합니다.”
“경쟁체제로 바꿀것”
―내년 10월 FX 3차 사업을 결정하면서, 벌써부터 관련업체가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작전운용성을 고려해 미국산 전투기를 구입하느냐, 우리에게 성능만 맞다면 값이 싼 유럽산을 선택하느냐는 해묵은 논란거리입니다. 무기구입에 합리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3차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까.
“이미 군의 요구성능을 낮추어 업체 간 경쟁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게 무엇이냐가 업체선정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성능·가격·대응판매·핵심기술 제공 등을 점수화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기종을 고를 것입니다.”
―과거 차세대 전투기 도입사업(FX)처럼 이번에도 미군과의 작전 상호운용성에 비중을 둘 생각입니까. 유럽항공방위우주사업(EADS)사는 ‘유로파이터 타이푼’ 기종을 이번 FX 3차에 경쟁기종으로 내놓고 있습니다만, 한국의 태도에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 FX 3차 사업에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6월 ‘파리에어쇼’에서 EADS의 루이 갈루아 회장을 만났습니다. 그에게 ‘나는 무기의 성능은 모르지만, 경제부처에 근무한 비즈니스맨’이라며, ‘미국과의 거래를 끊으려면 미국을 설득시킬 논리를 가져야 한다’고 했어요. 절충교역으로 한국 무기를 구입해 준다든지, 구체적인 제안을 문서로 하라고 했습니다. 얼마전 EADS는 한 세미나에서 한국형전투기개발사업(KFX)을 공동으로 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더군요. 경쟁사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긴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기 도입을 경쟁으로 해야 로비가 없어집니다. 그렇게 안 하면 로비 등살에 직원이 많이 다칩니다. 제 철칙(鐵則)이죠.”
그는 “전세계에 바잉(buying) 파워가 약해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연간 9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무기도입을 하는 바잉 파워 강국이므로 이것을 셀링 파워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했다.
―KFX는 지금 탐색개발(연구) 단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나요.
“방사청은 KFX 사업을 위해 기술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리스트업해 놓았습니다. 기술이란 것은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사 오게 되면 코스트가 대단히 비쌉니다. 지금처럼 FX 사업을 추진하면서 절충교역으로 하나하나 준비해 놓으면, 어렵지 않게 스스로의 힘으로 전투기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현재 국방예산에서 방위력개선 사업비는 적정한가요.
“무기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고, 재정관리자의 입장에서 보면 적정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같은 예산이라도 무기의 편제(編制)와 개발기간을 어떻게 하느냐, 무기를 사용하는 군 인력의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방위력 개선효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균형재정 달성이 중요하고 사회복지비 지출증가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방위력개선비의 대폭적인 증가는 쉽지 않지만 평균수준 이상의 증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약 7.5% 수준의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범위에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방위력 증강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北의 미사일·핵·특수전에 대응하는 무기 들여오겠다
―북한을 위시한 주변의 잠재적 위협세력에 대해 날이 갈수록 현대전에 맞는 무기체계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방위력 개선사업은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 할까요.
“북한은 1990년대 이후 장사정포와 미사일, 핵, 특수전 병력과 같은 비대칭(非對稱) 무기의 확보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따라 우리의 국방력도 증강하기 때문에 북한이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고가(高價)의 첨단무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의 국방비가 많다고 해도 북한의 비대칭 위협이 추가로 확인될 때마다, 이에 대응하는 고가의 공격자산을 구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첨단무기 도입과 더불어 감시 정찰 자산의 확충과 효율적인 지휘통신체계(C4I) 구축으로 기존 자산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서 우리 군이 북한군 방사포에 타격을 입히지 못한 것은 K-9 자주포와 같은 타격자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대포병레이더, 무인정찰기 등 감시체계와의 연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 아이’ 도입은 감시정찰 능력의 확보를 통해 북한이 대규모로 준비해 온 비대칭 공격능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노대래 청장은 “파리에어쇼에 가 보니, 에어쇼는 우리의 물건을 팔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더라”면서 “오는 10월 성남비행장에서 열리는 서울에어쇼에 구매 가능국의 파일럿들을 대거 초청해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에 태울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월 18일, 노대래 청장은 부임하자마자 방사청 조직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그는 올해 4월 사업관리본부장과 주요 전력사업부장 등 현역 장성들이 맡아 온 주요 직위들을 문민화하고, 해당 직위의 현역들을 소속 군으로 복귀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각에선 노대래 청장이 앞으로 사업청 소속 현역 장교 830여 명 가운데 최대 20% 가량을 민간인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방위사업청의 현역 군인은 830여 명, 공무원은 820여 명이다. 얼마전 노 청장은 현역 소장 몫의 사업관리본부장 자리에 T-50 고등훈련기 개발을 주도했던 오태식(吳泰植)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장을 임명하는 등 방사청 핵심 보직에 외부 민간 전문가를 속속 기용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 인근에 위치한 방사청에서 노대래 청장을 만났다. 충남 서천 출신인 노 청장은 1m87cm의 훤칠한 키, 충청도 사투리가 묻어나는 서글서글한 말투로 방위산업의 핵심과 문제점들을 짚어냈다.
노 청장은 “방사청은 국방부, 조달본부와 각 군 사업단 등 획득관련 8개 기관을 통합해 만든 조직으로, 물리적으로는 합쳤지만 화학적으로는 융합하지 못했다”면서 “육·해·공 간, 군과 공무원 간의 벽이 존재했고, 정책부서는 공무원이, 사업부서는 주로 군인들이 맡으면서 ‘끼리끼리’ 문화가 존재했었다”고 했다.
보호 위주의 방산정책 버려야
―현재 방사청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방위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보호와 규제 위주의 방산(防産) 육성정책을 계속해야 한다는 1970~1980년대식 사고가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는 겁니다. 보호 위주의 방산정책을 통해 방위산업이 크게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최근 방산비리나 원가부정 사례가 빈번하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현재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갈 수가 없습니다. 특히 정부가 방산물자의 안정조달이라는 슬로건 아래 내수산업 육성정책으로 일관해 방산업체 스스로 대외경쟁력을 갖추도록 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투명성(透明性)과 귀책성(歸責性)을 높이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해 비리·부정에 취약한 구조가 형성됐다고 봅니다.”
노 청장은 “방위사업청(사업관리), 국방과학연구소(연구개발), 국방기술품질원(품질관리) 등 세 기관은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마치 ‘샴쌍둥이’처럼 서로 맡은 임무는 달라도 방위산업이라는 ‘몸통’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불량 없는 무기개발을 원한다”면서 “완벽한 품질 확보는 국방기술품질원뿐만 아니라 사업관리를 하는 방위사업청,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오랫동안 예산전문가로 일해 왔습니다. 일각에서는 민간인 예산전문가가 군(軍)이라는 생소한 집단의 무기체계 전반을 다루는 일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방위산업은 경제논리로만 접근해서도 안 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기획재정부에서 순수 경제정책뿐만 아니라, 복지·노동·부동산·교육 등 다방면의 정책을 다루었기 때문에 방산업무를 추진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업무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경제논리나 경제적인 고려 없이 획득업무나 구매사업을 하면, 경제적 이익방어나 방위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고 봅니다. 경쟁을 하지 않으면서 원가를 부풀리면 부풀릴수록 이익이 더 커지는 구조로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제정책과 ‘효과성’을 중시하는 안보분야는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과 잣대에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국가안보는 1%의 허점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안보는 국민들에게 그만큼 체감지수가 높기 때문입니다.”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해외판매 회사도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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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6월 22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최초 국산헬기 ‘수리온’ 초도비행 기념식에서 수리온호가 비행 시범을 보이고 있다. |
“다른 상품과 달리 무기는 사기도 쉽지 않고 팔기는 더 어렵습니다. 수요자가 상대국의 군이나 정부기관이기 때문에 기업이 직접 마케팅에 나서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기단계에는 정부가 다리를 놓아야 하고, 그것이 방사청장의 소명이라고 봅니다. 외국의 정부 관계자나 군 관계자들이 제 사무실에 수시로 찾아오는데,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무기거래에는 온갖 루머가 따라다니기 때문에 이번에 T-50 고등훈련기 인도네시아 수출에서 보는 것처럼 양국 정상 간의 논의가 선행되면 실무적으로 일을 풀어 나가기가 쉽습니다.”
―최근 T-50 고등훈련기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로 확정했고, 209급 잠수함을 수출하기로 양국 간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습니다. 방사청의 예년 수출실적 1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액수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T-50처럼 첫 수출에 몰두한 나머지 실속 없는 수출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실적에만 치중하는 방산수출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적에만 치중해서 수출을 한다면 진짜 문제지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수출한 가격은 다른 나라에 수출할 때 참고가격이 되기 때문에 손해 보는 가격으로 수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무기는 한번 수출하면 보통 20년 이상 운용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부품, 정비서비스 등도 따라갑니다. 다시 말하면, 이런 것들도 수출 예약이 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에서 전투기를 도입하면 전투기 일생 동안 투입하는 유지보수 비용이 처음 들여올 때 전투기 가격의 2배 정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다목적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발하면서 세계 11번째 헬기 제작국이 됐습니다. 수리온은 올 연말 기체생산에 들어가는데, 방사청은 수리온을 해외에 판매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까.
“수리온은 유로콥터사와 기술제휴로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방사청은 수리온 해외판매를 위해 지난 2월 수리온을 생산하는 KAI와 유로콥터사 간 수리온의 해외수출을 전담하는 판매회사(JVC)를 설립했습니다. JVC는 총자본금 800만 달러로, KAI가 51%, 유로콥터가 4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방사청은 유로콥터사에 기술료를 지불하는 대신 마케팅에 전념하도록 20만 유로를 판매수수료로 주기로 했습니다.”
―현재 해외 무기시장에 우리가 팔 만한 무기체계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금까지 지상의 전차(흑표)와 자주포(K-9), 공중의 훈련기(T-50), 해상의 잠수함(209급)까지 팔았습니다만, 앞으로는 부가가치가 엄청난 유도 무기쪽으로 선회해야 할 겁니다. 우리나라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고, 마진도 기대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보호로 방산업체들이 원가절감 안 하는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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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도네시아 전투기 공동개발 착수와 관련, 연구개발을 수행할 공동연구개발센터 개소식이 지난 8월 2일 대전시 유성구 보라매사업 국제공동연구개발센터에서 열렸다. 노대래 청장(왼쪽)이 에리스 헤리안또 인도네시아 국방차관에게 T-50 고등훈련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그렇습니다. 국제방산전시회에 가 보면 무기가 소형화·정밀화·무인화하면서 업체들 중에도 대규모 업체가 아닌 중소 벤처기업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무기를 소프트웨어가 제어하기 때문에 중소 장비업체와 소프트웨어 업체 간의 컨소시엄이나 전략적 제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정보통신(IT) 강국이기 때문에 중소 벤처업체들이 주축이 되는 ‘스마트 무기 개발’에 강점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일반무기 개발을 ADD 전담 개발에서 업체 주관 개발로 전환했기 때문에 앞으로 중소 ‘무기벤처’의 활동영역이 확대될 것입니다.”
―원칙 있는 경쟁과 인센티브 경쟁을 추진해 방산품질 고도화를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방산업체들을 대상으로 ‘원가관리(原價管理)’를 하게 되면 어떤 효과가 있나요. 이 때문에 방산업체들의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수의계약을 하고 소요비용을 사후에 정산해 주는 ‘원가관리제도’를 운용하다 보니 관련업체들은 굳이 원가절감을 할 필요가 없게 되고, 원가를 줄이기 위한 국산화 개발도 소홀히 하게 됩니다. 정부가 방산업체에 원가에다 일정한 비율을 곱해서 보상을 해 주다 보니, 원가를 부풀리면 부풀릴수록 이익이 커져요. 이렇게 되니 생산공정을 개선하거나 개발기간을 줄이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반 산업분야에서는 이미 1980년대에 ‘가격관리제도’를 폐지했던 것입니다.”
그는 “가능한 한 경쟁을 확대해서 경쟁가격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경쟁이 어려운 분야는 투명성과 귀책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면서 “불만을 가지는 방산업체들도 있겠지만, 방산업체의 사적인 이해관계보다는 국가 전체적으로 방산업체가 경쟁력을 갖고 계속 발전해 나가려면 원가관리는 당위성의 문제”라고 했다.
“무기 잘못 만들면 사업 못하게 하겠다”
―흑표(K-2) 전차의 파워팩, K-21 장갑차 침수(浸水), 유도탄고속함 2번함(한상국함)의 ‘갈지자 운행’, K-11 복합소총의 사격통제장치 결함 등 K계열 무기들이 잇달아 문제를 일으키면서 국산무기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들 K계열 무기체계들의 문제점은 해결됐습니까.
“그간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서 보완작업을 추진한 결과, 지금은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됐고, 일부 문제는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주(主)기능상의 문제라기보다 끝마무리 단계에서 검사를 소홀히 하거나 전력화를 서두르다 발생한 문제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K-2 전차의 파워팩은 냉각기능 등을 보완해 시험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두 가지의 시험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올해 말부터는 야전(野戰)에서 실제 운용하면서 시험평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K-21 장갑차는 침수 문제점을 보완해 확인시험을 완료했습니다. 지난 3월말 국방부·국회·언론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수상운행 시범을 이상 없이 마치고 5월부터 군 부대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갈지자’ 항해로 문제가 된 차기고속정도 추진기를 개선해 문제점을 해결했고, 최근 시운전을 통해 이를 입증했습니다. K-11 복합소총의 경우에도 정밀전자 장치의 충격흡수 성능을 보완해 문제를 해결했고, 야전에서 3~4개월 실제로 운영해 본 후 문제가 전혀 없을 때 군에 보급할 예정입니다.”
노대래 청장은 “K계열 문제 때문에 방사청의 이미지 실추도 문제지만, 우리 무기들이 이제 막 해외시장으로 본격 진출하고 있는데 대외신뢰도를 잃지 않을까가 더 걱정”이라며 “초도 양산분을 야전에 있는 중대나 대대급 부대에 먼저 배치해 ‘필드 테스트’를 거친 다음, 문제가 없는 경우에만 본격 양산하도록 제도를 고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잇따른 방산비리와 무기결함을 근절하기 위해 방위산업 정책의 변화가 절실합니다. 불량 군수품을 납품하는 업체에 강한 제재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품질경영의 확대, 부정당 업체에 대한 제재강화, 경쟁 확대가 되어야 방산비리와 무기결함이 근절될 수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제재 수준으로는 업체가 규정을 위반해도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입니다. 실제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해 제재를 무력화시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제재수준을 지금보다 2배로 강화할 수 있게 국가계약관련 규정의 개정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제재 조치 2배 강화는 방위산업을 계속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조치입니다.”
그는 “특히 장병들의 의식주(衣食住)와 관련한 불량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향후 독점업체를 줄이고 관련 납품업체를 ‘복수’로 둘 계획”이라고 했다.
해외로 무기 많이 팔지 않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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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0월 19일 LIG넥스원 구미공장에서 대함 유도탄 방어무기체계(SAAM)인 RAM 유도탄 국산화생산 출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제품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구본상 LIG넥스원 사장, 미국 레이시온사의 신시아 데이비스 부사장. |
“방위산업에 시장원리를 적용하지 못했던 이유는 좁은 시장과 낮은 투자수익률, 이를 보전해 주는 원가관리제도에 있다고 봅니다. 좁은 시장에서 시장규율로의 전환은 불가하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물론 시장규율로 전면 전환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와 같은 관치(官治) 위주의 방산제도를 유지할 경우, 우리 방산업체들에 비전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어렵더라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시장규율로 최대한 전환해 나가되, 전환이 지극히 어려운 분야는 투명성(Transparency)과 귀책성(Accountability)을 엄격히 정립해서 시장의 실패와 비효율을 최소화해 나가야 합니다. 언론은 ‘방산비리’에 민감하겠지만, 경제관료 입장에서 보면 ‘비효율’이 더 큰 문제입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의 국방비는 약 276억 달러 수준으로,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규모로만 보면 우리 내수시장이 작은 시장이 아닌 것이다. 그는 “우리보다 시장규모가 작은 이스라엘, 스웨덴, 터키 등도 방위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는 좁은 국내시장을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메웠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우리 방산업체들에 내수만으로도 이윤을 보장해 준 것이 오히려 독(毒)이 되었다고 봅니다. 내수시장 위주로 방위산업을 육성해 온 것이 시장원리를 도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 각국이 무기분야에 대한 지출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의회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무기개발 예산을 축소하고 있잖아요? 수요는 줄고, 공급자 간 경쟁은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만 예외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외국의 우수기술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무기 구매력을 ‘판매력(selling power)’으로 연결시켜야 합니다.”
“경쟁체제로 바꿀것”
―내년 10월 FX 3차 사업을 결정하면서, 벌써부터 관련업체가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작전운용성을 고려해 미국산 전투기를 구입하느냐, 우리에게 성능만 맞다면 값이 싼 유럽산을 선택하느냐는 해묵은 논란거리입니다. 무기구입에 합리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3차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까.
“이미 군의 요구성능을 낮추어 업체 간 경쟁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게 무엇이냐가 업체선정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성능·가격·대응판매·핵심기술 제공 등을 점수화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기종을 고를 것입니다.”
―과거 차세대 전투기 도입사업(FX)처럼 이번에도 미군과의 작전 상호운용성에 비중을 둘 생각입니까. 유럽항공방위우주사업(EADS)사는 ‘유로파이터 타이푼’ 기종을 이번 FX 3차에 경쟁기종으로 내놓고 있습니다만, 한국의 태도에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 FX 3차 사업에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6월 ‘파리에어쇼’에서 EADS의 루이 갈루아 회장을 만났습니다. 그에게 ‘나는 무기의 성능은 모르지만, 경제부처에 근무한 비즈니스맨’이라며, ‘미국과의 거래를 끊으려면 미국을 설득시킬 논리를 가져야 한다’고 했어요. 절충교역으로 한국 무기를 구입해 준다든지, 구체적인 제안을 문서로 하라고 했습니다. 얼마전 EADS는 한 세미나에서 한국형전투기개발사업(KFX)을 공동으로 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더군요. 경쟁사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긴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기 도입을 경쟁으로 해야 로비가 없어집니다. 그렇게 안 하면 로비 등살에 직원이 많이 다칩니다. 제 철칙(鐵則)이죠.”
그는 “전세계에 바잉(buying) 파워가 약해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연간 9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무기도입을 하는 바잉 파워 강국이므로 이것을 셀링 파워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했다.
―KFX는 지금 탐색개발(연구) 단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나요.
“방사청은 KFX 사업을 위해 기술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리스트업해 놓았습니다. 기술이란 것은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사 오게 되면 코스트가 대단히 비쌉니다. 지금처럼 FX 사업을 추진하면서 절충교역으로 하나하나 준비해 놓으면, 어렵지 않게 스스로의 힘으로 전투기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현재 국방예산에서 방위력개선 사업비는 적정한가요.
“무기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고, 재정관리자의 입장에서 보면 적정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같은 예산이라도 무기의 편제(編制)와 개발기간을 어떻게 하느냐, 무기를 사용하는 군 인력의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방위력 개선효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균형재정 달성이 중요하고 사회복지비 지출증가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방위력개선비의 대폭적인 증가는 쉽지 않지만 평균수준 이상의 증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약 7.5% 수준의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범위에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방위력 증강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北의 미사일·핵·특수전에 대응하는 무기 들여오겠다
―북한을 위시한 주변의 잠재적 위협세력에 대해 날이 갈수록 현대전에 맞는 무기체계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방위력 개선사업은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 할까요.
“북한은 1990년대 이후 장사정포와 미사일, 핵, 특수전 병력과 같은 비대칭(非對稱) 무기의 확보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따라 우리의 국방력도 증강하기 때문에 북한이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고가(高價)의 첨단무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의 국방비가 많다고 해도 북한의 비대칭 위협이 추가로 확인될 때마다, 이에 대응하는 고가의 공격자산을 구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첨단무기 도입과 더불어 감시 정찰 자산의 확충과 효율적인 지휘통신체계(C4I) 구축으로 기존 자산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서 우리 군이 북한군 방사포에 타격을 입히지 못한 것은 K-9 자주포와 같은 타격자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대포병레이더, 무인정찰기 등 감시체계와의 연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 아이’ 도입은 감시정찰 능력의 확보를 통해 북한이 대규모로 준비해 온 비대칭 공격능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노대래 청장은 “파리에어쇼에 가 보니, 에어쇼는 우리의 물건을 팔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더라”면서 “오는 10월 성남비행장에서 열리는 서울에어쇼에 구매 가능국의 파일럿들을 대거 초청해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에 태울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