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독도 문제를 직접적으로, 단시간에 해결하려 하면 절대 못 풉니다. 감정적으로 나서지 말고 (韓日간)에너지 문제와 안보·문화 교류에 많은 비중을 둬야 독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 일본內 독도 문제 부각은 국내 정치用. 한국은 흥분할 필요 없어
⊙ 일본이 독도 물리적 지배하려 든다면 韓日간 충돌 가능성 배제 못해
⊙ 우리(일본)는 독도보다 중국이 영유권 주장하는 센카쿠열도 문제에 훨씬 민감
⊙ 김정은의 후계 지위 불안. 예측하지 못한 상황 발생할 수 있어
⊙ 천안함 사건 직후 북한 소행이라 확신
나가시마 아키히사
⊙ 49세. 慶應義塾大學 헌법학 석사·美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학 석사.
⊙ 외교문제평의회 주임연구원, 일본 衆議院 외무위원회 筆頭이사, 민주당 외교안전보장조사회
사무국장, 방위성 정무관, 3選 衆議員, ‘전략적 日韓관계를 구축하는 의원모임’ 간사장.
⊙ 일본內 독도 문제 부각은 국내 정치用. 한국은 흥분할 필요 없어
⊙ 일본이 독도 물리적 지배하려 든다면 韓日간 충돌 가능성 배제 못해
⊙ 우리(일본)는 독도보다 중국이 영유권 주장하는 센카쿠열도 문제에 훨씬 민감
⊙ 김정은의 후계 지위 불안. 예측하지 못한 상황 발생할 수 있어
⊙ 천안함 사건 직후 북한 소행이라 확신
나가시마 아키히사
⊙ 49세. 慶應義塾大學 헌법학 석사·美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학 석사.
⊙ 외교문제평의회 주임연구원, 일본 衆議院 외무위원회 筆頭이사, 민주당 외교안전보장조사회
사무국장, 방위성 정무관, 3選 衆議員, ‘전략적 日韓관계를 구축하는 의원모임’ 간사장.
한일(韓日)관계가 독도(獨島) 문제로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지난 3월 동북부지역 대지진으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이 독도 문제를 또 다시 들고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작년 8월 한일합방 100주년을 기념해 “식민지 지배가 가져다준 많은 손해와 고통에 대해 다시 한 번 통절한 반성과 사죄의 기분을 표명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최근 그는 일본 중의원(衆議院) 예산위원회에서 “한국의 독도 실효적 지배에 적극 대응하라”는 자민당(自民黨) 의원의 주문에 “한국 국회의원이 독도에서 특위를 개최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대국적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가 직접 발표한 ‘한일합방 100주년 기념 사과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나가시마는 일본 新권력의 핵심인물
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현역 일본 정치인 두 명을 소개받았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동북아담당 고문을 맡고 있는 일본 전문가 윤성준(尹星駿)씨가 주선했다.
2009년부터 작년까지 방위성 정무관(政務官·우리의 차관보)을 지낸 중의원(衆議員) 3선(選) 출신의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의원과 참의원(參議員) 초선인 가자마 나오키(風間直樹) 의원을 만났다.
이들은 집권여당(민주당) 소속으로 ‘전략적 일한관계를 구축하는 의원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는 이 모임의 간사장인 나가시마 의원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나가시마 의원은 일본 신권력의 핵심(核心)인물이다. 2003년 총선 당시 도쿄21지역구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2009년 민주당이 집권하자마자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로 방위성(국방부) 정무관이 됐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장관 그룹으로 분류되며,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前) 외무장관과 가까운 사이다.
나가시마 의원은 “한일 양국의 우호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최근에 불거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 문제로 두 나라가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민주당이 집권한 후 두 나라는 과거에 비해 많이 가까워지는 듯했습니다.
“민주당 정권은 일·한 관계에 있어 몇 가지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창의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양국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죠. 과거사 문제는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해 합방 100주년 때 전향적인 사과문이 나온 겁니다. ‘전략적 일한관계를 구축하는 의원모임’이 물밑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을 해 왔습니까.
“한국 정치인들과 여러 차례 만났어요. 도쿄에서도 한국 관계자들을 초청해 양국의 미래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어요. 이명박 대통령도 만났습니다. 최근에는 일·한 FTA와 에너지를 주제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계속 접촉하고 있습니다.”
“우리(일본)땅이라 배웠기에 그렇게 생각”
‘전략적 한일관계를 구축하는 의원모임’은 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오랫동안 한일 관계를 주도해 온 자민당 중심의 ‘한일의원연맹’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주당이 집권 후 새로운 차원의 의원모임을 만든 것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를 비롯해 마에하라 전 외상, 이치무라 중의원, 오다치·가자마 참의원 등 한국과 인연 있는 의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일본 집권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간 나오토 총리마저 독도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도 문제는 국내 정치용(用)의 성격이 강해요. 일본의 경우, 재집권을 노리는 자민당이 집권당인 민주당을 공격할 거리로 독도를 거론하고 있어요. 자민당은 민주당이 대한(對韓) 정책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도입니다. 한국 또한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는데 독도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없지요.”
―일본 국민들은 독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100% 일본 땅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렇게 배워 왔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배우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독도를 지배·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일본의 주장대로라면 한국 사람들이 일본땅을 불법 점령하고 있는 셈인데요.
“일본이 물리적으로 독도를 지배하려고 하면 한국과 일본 간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그런 불행한 사태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겁니다.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이라는 신분을 떠나 개인적으로 독도는 어느 나라 땅이라고 생각합니까.
“아주 복잡한 문제입니다.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도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에는 일본땅이었습니다. 1905년에 체결된 을사조약(乙巳條約)으로 독도는 명확히 일본땅이 됐습니다. 당시 조선은 외교권도 없었지요. 그러나 당시 조선이 식민상태였던 점을 고려하면 지금 한국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역사 자료를 보면 독도는 1500년이 넘도록 한국땅이었습니다. 1905년에 체결된 을사조약은 일본이 한반도를 장악하기 위해 불법(不法)으로 체결한 조약에 불과하죠.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역사적·법적 자료는 일본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법적으로 보면 1951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제2차 종전 이후 일본과 연합국 48개국이 맺은 평화조약)에 독도는 빠져 있어요. 당시 한국은 독도가 제외되자 미국 측에 항의했는데 미국은 한국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1948년 취임한 후 한국 사람들이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상징하는 징표로 ‘독도’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이제 독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양국이 역사적 자료와 법적 근거를 들이대며 독도 얘기 하면 절대 안 통합니다.”
SCAPIN 제677호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나가시마 의원이 언급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은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논거(論據)이다. 대일(對日)강화조약으로 불리는 이 조약은 1951년 9월, 세계 연합국 대표들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모여 전후(戰後) 일본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맺은 평화조약을 말한다. 조약 2장 2조에 의하면, ‘일본은 한국의 독립을 인정하며 제주도·거문도·울릉도를 포함, 한국(한반도)에 대한 모든 권리·권원·청구권을 포기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독도가 빠져 있다는 이유로 일본은 독도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약체결 당시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연합국은 합의에 따라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분명히 했다. 연합국 최고사령관은 조약 체결 1년 뒤인 1952년 “독도는 한국 영토이므로 일본 영토에서 제외한다”는 SCAPIN 제677호를 재확인했다. SCAPIN 제677호는 1946년 1월 연합국 최고사령관이 발표한 지령으로, 3조에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1948년 8월 미군정(美軍政)으로부터 한반도 영토를 인수받은 이승만 정부는 독도를 포함한 대한민국 전역을 한국 영토로 규정했다. SCAPIN 제677호에 명시돼 있는 ‘독도 관련 조항’은 지령 발표 이후 단 한 차례도 변경된 사실이 없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또한 SCAPIN 제677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평화조약에 독도가 명시되지 않은 것은 당시 일본 정부의 고문으로 활동했던 미국인 시볼트(Sebald)의 로비 때문이었다.
1952년 일본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이 외무성의 도움을 받아 발행한 《대일본평화조약》 해설서에 실린 <일본영역도>에도 독도는 한국땅으로 돼 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후 일본은 독도가 한국땅임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나가시마 의원은 독도의 역사와 국제조약에 대해 내용을 대충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지 못했다. 그에게 “만약 일본 정치인이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공개석상에서 말한다면 어떻게 되는가”라고 물었다.
“그 순간 정치 생명은 끝나죠. 일본 내각을 맡은 정치인으로서 절대 그렇게 말할 수 없지요.”
―테러도 당할까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일본 사람들이 독도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아요.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머리속에 담아 두고 있을 뿐입니다. 일본 정부나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양쪽이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쉽게 말해 ‘독도는 한국땅이고 다케시마는 일본땅으로 하자’는 것이죠. 저 또한 이 같은 현상유지가 서로에게 좋다고 봅니다.”
센카쿠열도·쿠릴열도 그리고 獨島
현재 일본은 독도뿐 아니라 센카쿠(尖閣)열도와 쿠릴열도를 놓고도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센카쿠열도는 동중국해 남서쪽에 있는 무인군도(無人群島)로,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중국도 영유권을 주장한다. 우리의 독도처럼 일본은 센카쿠열도에서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쿠릴열도(Kuril Islands)는 일본 홋카이도와 캄차카반도 사이에 있는 56개 섬과 바위섬을 말한다. 16~17세기 일본과 러시아가 이 일대를 느슨하게 지배하다가 1855년 러일통호조약, 1875년 사할린-쿠릴 교환조약 등을 체결하면서 경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45년 2차대전 후 러시아가 대부분을 점령했고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으로 러시아에 완전 귀속됐다. 일본 입장에서는 과거에 지배했던 땅을 빼앗긴 셈이다.
―국제관계를 다루는 일본 정치인으로서 볼 때, 센카쿠열도·쿠릴열도·독도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센카쿠열도가 정치적으로 가장 예민합니다.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이 현재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향후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센카쿠열도는 영토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센카쿠열도는 일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류쿠왕국(琉球王國·오키나와현에 있던 옛 왕국으로 1609년부터 일본 본토의 지배를 받음)의 영토였습니다. 센카쿠열도를 내놓으라는 것은 오키나와를 내놓으라는 것과 같아요. 논리적으로 맞지 않죠.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독도는 신라의 통치를 받은 섬이었지요. 센카쿠열도와 다를 바 없군요.
“어…. 그렇게 되는 건가요.(웃음)”
―지난 5월 한국의 강창일(姜昌一) 의원이 쿠릴열도를 방문한 사실을 두고 일본 정치권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강창일 의원님을 저도 압니다. 일본에서 공부도 하고 한일관계에 대해 많이 알지요. 일본을 잘 아시는 분이 쿠릴열도를 방문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어요. 정치적으로 전혀 의미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한국의 국익(國益)에도 도움이 안돼요. 만약 강창일 의원이 독도에 갈 경우 일본 정치권이 ‘독도는 우리땅인데 왜 함부로 그곳에 가느냐’며 항의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최근 들어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일본 외무성이 소속 공무원들에게 “한국 비행기인 대한항공 이용을 자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하토야마 정권이 출범한 후 일본은 한국에 대해 우호적 사인을 계속 보냈습니다. 그 와중에 한국이 독도에 새로운 시설을 짓겠다고 했는데 당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한국에 항의를 하지 않았어요. 이후 한국이 이런저런 독도정책을 발표하고, 최근에 대한항공의 비행기가 독도 상공을 나니까 일본 자민당의 불만이 터졌습니다. 자민당은 민주당 내각에 강력히 항의했고 내각 또한 더 이상 자민당의 입장을 무시할 수는 없었어요.”
―일본 정치권의 역학관계 때문이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게 제일 큽니다. 저의 기본적인 생각은 이런 조그만 일로 민주당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한 상호협력 관계가 손상돼서는 절대 안 돼요. 저는 일부 자민당 의원이 한국의 울릉도를 방문하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아울러 강창일 의원처럼 한국 정치인은 일본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쿠릴열도를 방문해 일본을 자극할 필요가 없어요.”
“일본은 독도를 영원히 포기하지 않을 것”
나가시마 의원은 “일본 정부 입장에서 독도를 포기하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일본 교과서 문제도 이런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다케시마는 일본땅인데 어떻게 포기하겠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교과서에 관련 내용을 수록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외교전서·방위백서에도 표기하는 겁니다. 앞으로 일본 정치인이 독도에 실제로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냥 지금처럼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을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독도 문제를 직접적으로, 단시간에 해결하려고 하면 절대 못 풉니다. 독도 문제에 흥분하지 말고 에너지 문제와 안보·문화 교류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독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한국 정부는 일본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歪曲)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겁니다.
“한국은 일본 정부에 ‘교과서, 방위백서를 수정하라’고 요구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그런 주문을 하지 않습니다. 만약 일본이 지금의 교과서나 외교전서, 방위백서 수준을 넘어 또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며 큰 불행이 올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일·한 우호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갈 것으로 봅니까.
“그렇게 하자는 견해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ICJ에 응할 가능성이 없지요. 독도와 다케시마는 절대로 통역할 수 없는 ‘단어’라는 것을 서로 이해해야 합니다.”
韓美日 군사동맹에 깊숙이 관여
나가시마 의원은 일본 정계에서 대표적인 친미(親美) 인사로 알려져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한 후 1997년 미국 외교문제평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주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한반도 평화구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2년 출간한 《일미동맹의 새로운 설계도》는 미군 재편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나가시마 의원은 방위성 정무관으로 있으면서 일본 방위계획 대강(大綱)을 연구하고 보고서를 만들었다.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 미군 재편과 군사안보, 자위대의 인도양·아프가니스탄 지원 문제 등을 담당했다. 특히 미·일(美日)동맹, 한·미·일(韓美日) 군사적 안전보장 등에 대해 깊숙이 관여해 왔다.
그는 정무관 시절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김태영(金泰榮) 전 국방장관 등 국방부 인사들을 만났고,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때 한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나가시마 의원은 방위성 관료들을 혁신하는 데도 역할을 했다. 민주당 정부는 자민당의 오랜 집권으로 공무원 사회에 깊숙이 퍼져 있던 ‘파벌주의’ ‘연공서열’ ‘관료지배’ 등을 타파하기 위해 ‘정치가가 정책을 결정한다’는 명분으로 정무관의 권한을 강화했다.
“핵무기 제조기술 수출로 돈 버는 북한”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어떻게 돼 갑니까.
“아직 결정된 게 없지만 민주당 내각은 미군기지를 오키나와현(縣) 외(外)로 이전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에 그대로 두는 게 낫다는 분위기죠. 하토야마 전 총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오키나와현 내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수는 있다는 입장입니다.”
―2009년 민주당 정권 출범 직후 미국과의 관계가 어색해졌는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하토야마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동(東)아시아공동체론을 들고 나왔어요. 그는 ‘일본은 그동안 미국에 의존을 많이 해 왔는데 이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해 미국을 자극했습니다. 당시 오카다 외상도 ‘동아시아공동체는 미국을 제외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지요. 과거 자민당 정권의 대미관계는 좋았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일본의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정권 출범 후 최악이었던 일·미 관계는 현재 과거처럼 회복되지 않았지만 많이 좋아졌어요. 특히 지난 3월 대지진 이후 미국이 일본에 많은 도움을 주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어요.”
―방위성 정무관으로 있으면서 북한 관련 정보도 많이 접했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사실상 핵(核)보유국이 됐어요. 장거리 미사일 제조 능력은 물론 핵탄두 소형화 능력도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이 부족한 외화(外貨)를 벌어들이기 위해 핵무기 관련 기술을 다른 나라에 팔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북한 핵무장으로 일본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부 보수파들이 그런 얘기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일본 국민들은 핵무기를 가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어요. 일본 핵무장은 군사·외교·경제적으로 의미가 없어요.”
―만약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데 그런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당장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김정일(金正日)의 건강 관련 정보도 들어 본 적이 있습니까. 김정일의 건강 문제는 동북아 안보에 아주 중요한데요.
“김정일의 건강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권력승계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권력승계가 성공할까요.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것은 확실한데 지위가 불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향후 권력승계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일본과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면밀히 대비해야 해요.”
“천안함 사건 때 중국의 태도에 거부감 느껴”
―김정일 이후 친중(親中)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은.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중국도 북한을 이용해야 하고, 북한도 중국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로서는 한국과 공조할 수밖에요.”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일본의 군사적 대응방안은 무엇입니까.
“자위대는 군사적으로 미군을 지원하기로 돼 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 교민을 안전하게 보호·탈출시키는 일이 핵심입니다. 일·한 간 과거사 문제로 일본 자위대가 한국 땅을 직접 밟는 데 거부감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미군을 통해 작전을 펼친다는 게 기본 입장입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을 때 일본 군부(軍部)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방위성 정무관으로 있을 때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는데 우리는 사건 직후 북한 소행이라 확신했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사항은 당시 중국이 보여준 태도입니다. 북한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였잖아요. 우리는 거부감이 많았어요. 김태영 국방장관이 많이 고생했어요. 결국 북한 도발로 장관에서 물러나 안타까웠습니다.”
―남북 문제는 남북한 2차방정식이 아닌 4차원의 고차방정식이 된 지 오랩니다.
“그러니까 일·한·미 협력이 중요한 겁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각국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중국이 열쇠를 갖고 있다고 봐요. 중국이 지금처럼 일직선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중도에 몰락할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왕조가 번성했다가 몰락했습니다. 현재 중국은 공산당 독재체제입니다. 인터넷 등 정보유통 통로가 발전하면서 과연 공산당 체제가 유지될지 의문입니다. 경제성장도 계속하고 있지만 어느 시점에 가면 정체될 겁니다.
중국 주변국으로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합니다. 먼저, 중국이 지금처럼 계속 성장하면 에너지, 자원 문제가 심각해질 겁니다. 한국과 일본은 러시아, 호주 등 자원이 많은 나라와 합심해 대비해야 해요. 군사안보 문제도 주변국들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시나리오는 중국이 성장을 멈추고 몰락할 때입니다. 중국의 분열이 가져올 혼란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미니인터뷰] 가자마 나오키(風間直樹) 민주당 참의원
“한국민들이여, 정치인의 말에 속지 마세요”
최근 일본 민주당 정권은 무상(無償) 복지정책과 관련해 대(對)국민 사과를 했다.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간사장과 간 나오토 총리가 직접 나섰다. 간 총리는 “매니페스토(민주당 공약)는 방향 면에서 틀리지 않았지만, 재원 마련이 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실패한 정책이다. 국민들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은 2009년 선거 당시 국공립고교 무상교육과 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아동수당 지급 등 무상 복지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어 집권했다.
당시 공약수립 과정을 잘 아는 가자마 나오키(風間直樹) 의원은 “일본 민주당의 복지정책은 유럽형 복지에 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일본은 유럽형 복지사회와 미국형 개인복지 중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민주당은 유럽형 복지에 가까운데 이를 실현할 돈이 없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본에선 9조 엔(90조원)이 증발했고 이번 3월 대지진으로 심한 재정부족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민주당이 내세운 정책방향은 맞았지만 돈을 마련하지 못했어요. 민주당 내부에서는 오카다 간사장과 간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잘못해 오해만 불러일으켰다며 불만을 나타내는 분들이 많아요.”
가자마 의원은 최근 한국 정치권에 불고 있는 무상 복지정책 논쟁에 대해 “국민들에게 립서비스 차원에서 무상복지를 얘기하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사실 한국의 정치상황을 걱정합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재정 문제 해결 없이는 정책을 제대로 집행할 수 없어요. 표 때문에 복지를 얘기하면 안 됩니다. 한국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니까 이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입니다. ‘한국국민들이여, 정치인의 말에 속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자마 의원은 니가타(新潟) 출신으로 게이오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미쓰이물산에서 근무하다가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한일(韓日) 현안이 있을 때마다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작년 8월 한일합방 100주년을 기념해 “식민지 지배가 가져다준 많은 손해와 고통에 대해 다시 한 번 통절한 반성과 사죄의 기분을 표명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최근 그는 일본 중의원(衆議院) 예산위원회에서 “한국의 독도 실효적 지배에 적극 대응하라”는 자민당(自民黨) 의원의 주문에 “한국 국회의원이 독도에서 특위를 개최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대국적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가 직접 발표한 ‘한일합방 100주년 기념 사과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나가시마는 일본 新권력의 핵심인물
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현역 일본 정치인 두 명을 소개받았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동북아담당 고문을 맡고 있는 일본 전문가 윤성준(尹星駿)씨가 주선했다.
2009년부터 작년까지 방위성 정무관(政務官·우리의 차관보)을 지낸 중의원(衆議員) 3선(選) 출신의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의원과 참의원(參議員) 초선인 가자마 나오키(風間直樹) 의원을 만났다.
이들은 집권여당(민주당) 소속으로 ‘전략적 일한관계를 구축하는 의원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는 이 모임의 간사장인 나가시마 의원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나가시마 의원은 일본 신권력의 핵심(核心)인물이다. 2003년 총선 당시 도쿄21지역구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2009년 민주당이 집권하자마자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로 방위성(국방부) 정무관이 됐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장관 그룹으로 분류되며,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前) 외무장관과 가까운 사이다.
나가시마 의원은 “한일 양국의 우호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최근에 불거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 문제로 두 나라가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민주당이 집권한 후 두 나라는 과거에 비해 많이 가까워지는 듯했습니다.
“민주당 정권은 일·한 관계에 있어 몇 가지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창의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양국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죠. 과거사 문제는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해 합방 100주년 때 전향적인 사과문이 나온 겁니다. ‘전략적 일한관계를 구축하는 의원모임’이 물밑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을 해 왔습니까.
“한국 정치인들과 여러 차례 만났어요. 도쿄에서도 한국 관계자들을 초청해 양국의 미래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어요. 이명박 대통령도 만났습니다. 최근에는 일·한 FTA와 에너지를 주제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계속 접촉하고 있습니다.”
“우리(일본)땅이라 배웠기에 그렇게 생각”
‘전략적 한일관계를 구축하는 의원모임’은 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오랫동안 한일 관계를 주도해 온 자민당 중심의 ‘한일의원연맹’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주당이 집권 후 새로운 차원의 의원모임을 만든 것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를 비롯해 마에하라 전 외상, 이치무라 중의원, 오다치·가자마 참의원 등 한국과 인연 있는 의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일본 집권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간 나오토 총리마저 독도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도 문제는 국내 정치용(用)의 성격이 강해요. 일본의 경우, 재집권을 노리는 자민당이 집권당인 민주당을 공격할 거리로 독도를 거론하고 있어요. 자민당은 민주당이 대한(對韓) 정책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도입니다. 한국 또한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는데 독도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없지요.”
―일본 국민들은 독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100% 일본 땅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렇게 배워 왔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배우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독도를 지배·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일본의 주장대로라면 한국 사람들이 일본땅을 불법 점령하고 있는 셈인데요.
“일본이 물리적으로 독도를 지배하려고 하면 한국과 일본 간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그런 불행한 사태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겁니다.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이라는 신분을 떠나 개인적으로 독도는 어느 나라 땅이라고 생각합니까.
“아주 복잡한 문제입니다.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도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에는 일본땅이었습니다. 1905년에 체결된 을사조약(乙巳條約)으로 독도는 명확히 일본땅이 됐습니다. 당시 조선은 외교권도 없었지요. 그러나 당시 조선이 식민상태였던 점을 고려하면 지금 한국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역사 자료를 보면 독도는 1500년이 넘도록 한국땅이었습니다. 1905년에 체결된 을사조약은 일본이 한반도를 장악하기 위해 불법(不法)으로 체결한 조약에 불과하죠.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역사적·법적 자료는 일본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법적으로 보면 1951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제2차 종전 이후 일본과 연합국 48개국이 맺은 평화조약)에 독도는 빠져 있어요. 당시 한국은 독도가 제외되자 미국 측에 항의했는데 미국은 한국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1948년 취임한 후 한국 사람들이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상징하는 징표로 ‘독도’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이제 독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양국이 역사적 자료와 법적 근거를 들이대며 독도 얘기 하면 절대 안 통합니다.”
SCAPIN 제677호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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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2년 일본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이 외무성의 도움을 받아 발행한 《대일본평화조약》 해설서에 실린 <일본영역도>. 지도에 독도는 한국땅으로 돼 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후 일본은 독도가 한국땅임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
그러나 조약체결 당시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연합국은 합의에 따라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분명히 했다. 연합국 최고사령관은 조약 체결 1년 뒤인 1952년 “독도는 한국 영토이므로 일본 영토에서 제외한다”는 SCAPIN 제677호를 재확인했다. SCAPIN 제677호는 1946년 1월 연합국 최고사령관이 발표한 지령으로, 3조에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1948년 8월 미군정(美軍政)으로부터 한반도 영토를 인수받은 이승만 정부는 독도를 포함한 대한민국 전역을 한국 영토로 규정했다. SCAPIN 제677호에 명시돼 있는 ‘독도 관련 조항’은 지령 발표 이후 단 한 차례도 변경된 사실이 없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또한 SCAPIN 제677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평화조약에 독도가 명시되지 않은 것은 당시 일본 정부의 고문으로 활동했던 미국인 시볼트(Sebald)의 로비 때문이었다.
1952년 일본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이 외무성의 도움을 받아 발행한 《대일본평화조약》 해설서에 실린 <일본영역도>에도 독도는 한국땅으로 돼 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후 일본은 독도가 한국땅임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나가시마 의원은 독도의 역사와 국제조약에 대해 내용을 대충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지 못했다. 그에게 “만약 일본 정치인이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공개석상에서 말한다면 어떻게 되는가”라고 물었다.
“그 순간 정치 생명은 끝나죠. 일본 내각을 맡은 정치인으로서 절대 그렇게 말할 수 없지요.”
―테러도 당할까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일본 사람들이 독도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아요.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머리속에 담아 두고 있을 뿐입니다. 일본 정부나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양쪽이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쉽게 말해 ‘독도는 한국땅이고 다케시마는 일본땅으로 하자’는 것이죠. 저 또한 이 같은 현상유지가 서로에게 좋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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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는 독도를 영원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가시마 의원은 강조했다.(독도전경) |
센카쿠열도·쿠릴열도 그리고 獨島
현재 일본은 독도뿐 아니라 센카쿠(尖閣)열도와 쿠릴열도를 놓고도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센카쿠열도는 동중국해 남서쪽에 있는 무인군도(無人群島)로,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중국도 영유권을 주장한다. 우리의 독도처럼 일본은 센카쿠열도에서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쿠릴열도(Kuril Islands)는 일본 홋카이도와 캄차카반도 사이에 있는 56개 섬과 바위섬을 말한다. 16~17세기 일본과 러시아가 이 일대를 느슨하게 지배하다가 1855년 러일통호조약, 1875년 사할린-쿠릴 교환조약 등을 체결하면서 경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45년 2차대전 후 러시아가 대부분을 점령했고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으로 러시아에 완전 귀속됐다. 일본 입장에서는 과거에 지배했던 땅을 빼앗긴 셈이다.
―국제관계를 다루는 일본 정치인으로서 볼 때, 센카쿠열도·쿠릴열도·독도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센카쿠열도가 정치적으로 가장 예민합니다.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이 현재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향후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센카쿠열도는 영토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센카쿠열도는 일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류쿠왕국(琉球王國·오키나와현에 있던 옛 왕국으로 1609년부터 일본 본토의 지배를 받음)의 영토였습니다. 센카쿠열도를 내놓으라는 것은 오키나와를 내놓으라는 것과 같아요. 논리적으로 맞지 않죠.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독도는 신라의 통치를 받은 섬이었지요. 센카쿠열도와 다를 바 없군요.
“어…. 그렇게 되는 건가요.(웃음)”
―지난 5월 한국의 강창일(姜昌一) 의원이 쿠릴열도를 방문한 사실을 두고 일본 정치권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강창일 의원님을 저도 압니다. 일본에서 공부도 하고 한일관계에 대해 많이 알지요. 일본을 잘 아시는 분이 쿠릴열도를 방문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어요. 정치적으로 전혀 의미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한국의 국익(國益)에도 도움이 안돼요. 만약 강창일 의원이 독도에 갈 경우 일본 정치권이 ‘독도는 우리땅인데 왜 함부로 그곳에 가느냐’며 항의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최근 들어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일본 외무성이 소속 공무원들에게 “한국 비행기인 대한항공 이용을 자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하토야마 정권이 출범한 후 일본은 한국에 대해 우호적 사인을 계속 보냈습니다. 그 와중에 한국이 독도에 새로운 시설을 짓겠다고 했는데 당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한국에 항의를 하지 않았어요. 이후 한국이 이런저런 독도정책을 발표하고, 최근에 대한항공의 비행기가 독도 상공을 나니까 일본 자민당의 불만이 터졌습니다. 자민당은 민주당 내각에 강력히 항의했고 내각 또한 더 이상 자민당의 입장을 무시할 수는 없었어요.”
―일본 정치권의 역학관계 때문이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게 제일 큽니다. 저의 기본적인 생각은 이런 조그만 일로 민주당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한 상호협력 관계가 손상돼서는 절대 안 돼요. 저는 일부 자민당 의원이 한국의 울릉도를 방문하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아울러 강창일 의원처럼 한국 정치인은 일본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쿠릴열도를 방문해 일본을 자극할 필요가 없어요.”
“일본은 독도를 영원히 포기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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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한일합방 100주년을 기념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 |
“다케시마는 일본땅인데 어떻게 포기하겠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교과서에 관련 내용을 수록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외교전서·방위백서에도 표기하는 겁니다. 앞으로 일본 정치인이 독도에 실제로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냥 지금처럼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을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독도 문제를 직접적으로, 단시간에 해결하려고 하면 절대 못 풉니다. 독도 문제에 흥분하지 말고 에너지 문제와 안보·문화 교류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독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한국 정부는 일본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歪曲)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겁니다.
“한국은 일본 정부에 ‘교과서, 방위백서를 수정하라’고 요구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그런 주문을 하지 않습니다. 만약 일본이 지금의 교과서나 외교전서, 방위백서 수준을 넘어 또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며 큰 불행이 올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일·한 우호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갈 것으로 봅니까.
“그렇게 하자는 견해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ICJ에 응할 가능성이 없지요. 독도와 다케시마는 절대로 통역할 수 없는 ‘단어’라는 것을 서로 이해해야 합니다.”
韓美日 군사동맹에 깊숙이 관여
나가시마 의원은 일본 정계에서 대표적인 친미(親美) 인사로 알려져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한 후 1997년 미국 외교문제평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주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한반도 평화구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2년 출간한 《일미동맹의 새로운 설계도》는 미군 재편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나가시마 의원은 방위성 정무관으로 있으면서 일본 방위계획 대강(大綱)을 연구하고 보고서를 만들었다.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 미군 재편과 군사안보, 자위대의 인도양·아프가니스탄 지원 문제 등을 담당했다. 특히 미·일(美日)동맹, 한·미·일(韓美日) 군사적 안전보장 등에 대해 깊숙이 관여해 왔다.
그는 정무관 시절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김태영(金泰榮) 전 국방장관 등 국방부 인사들을 만났고,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때 한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나가시마 의원은 방위성 관료들을 혁신하는 데도 역할을 했다. 민주당 정부는 자민당의 오랜 집권으로 공무원 사회에 깊숙이 퍼져 있던 ‘파벌주의’ ‘연공서열’ ‘관료지배’ 등을 타파하기 위해 ‘정치가가 정책을 결정한다’는 명분으로 정무관의 권한을 강화했다.
“핵무기 제조기술 수출로 돈 버는 북한”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어떻게 돼 갑니까.
“아직 결정된 게 없지만 민주당 내각은 미군기지를 오키나와현(縣) 외(外)로 이전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에 그대로 두는 게 낫다는 분위기죠. 하토야마 전 총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오키나와현 내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수는 있다는 입장입니다.”
―2009년 민주당 정권 출범 직후 미국과의 관계가 어색해졌는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하토야마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동(東)아시아공동체론을 들고 나왔어요. 그는 ‘일본은 그동안 미국에 의존을 많이 해 왔는데 이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해 미국을 자극했습니다. 당시 오카다 외상도 ‘동아시아공동체는 미국을 제외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지요. 과거 자민당 정권의 대미관계는 좋았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일본의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정권 출범 후 최악이었던 일·미 관계는 현재 과거처럼 회복되지 않았지만 많이 좋아졌어요. 특히 지난 3월 대지진 이후 미국이 일본에 많은 도움을 주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어요.”
―방위성 정무관으로 있으면서 북한 관련 정보도 많이 접했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사실상 핵(核)보유국이 됐어요. 장거리 미사일 제조 능력은 물론 핵탄두 소형화 능력도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이 부족한 외화(外貨)를 벌어들이기 위해 핵무기 관련 기술을 다른 나라에 팔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북한 핵무장으로 일본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부 보수파들이 그런 얘기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일본 국민들은 핵무기를 가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어요. 일본 핵무장은 군사·외교·경제적으로 의미가 없어요.”
―만약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데 그런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당장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김정일(金正日)의 건강 관련 정보도 들어 본 적이 있습니까. 김정일의 건강 문제는 동북아 안보에 아주 중요한데요.
“김정일의 건강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권력승계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권력승계가 성공할까요.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것은 확실한데 지위가 불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향후 권력승계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일본과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면밀히 대비해야 해요.”
“천안함 사건 때 중국의 태도에 거부감 느껴”
―김정일 이후 친중(親中)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은.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중국도 북한을 이용해야 하고, 북한도 중국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로서는 한국과 공조할 수밖에요.”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일본의 군사적 대응방안은 무엇입니까.
“자위대는 군사적으로 미군을 지원하기로 돼 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 교민을 안전하게 보호·탈출시키는 일이 핵심입니다. 일·한 간 과거사 문제로 일본 자위대가 한국 땅을 직접 밟는 데 거부감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미군을 통해 작전을 펼친다는 게 기본 입장입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을 때 일본 군부(軍部)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방위성 정무관으로 있을 때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는데 우리는 사건 직후 북한 소행이라 확신했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사항은 당시 중국이 보여준 태도입니다. 북한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였잖아요. 우리는 거부감이 많았어요. 김태영 국방장관이 많이 고생했어요. 결국 북한 도발로 장관에서 물러나 안타까웠습니다.”
―남북 문제는 남북한 2차방정식이 아닌 4차원의 고차방정식이 된 지 오랩니다.
“그러니까 일·한·미 협력이 중요한 겁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각국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중국이 열쇠를 갖고 있다고 봐요. 중국이 지금처럼 일직선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중도에 몰락할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왕조가 번성했다가 몰락했습니다. 현재 중국은 공산당 독재체제입니다. 인터넷 등 정보유통 통로가 발전하면서 과연 공산당 체제가 유지될지 의문입니다. 경제성장도 계속하고 있지만 어느 시점에 가면 정체될 겁니다.
중국 주변국으로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합니다. 먼저, 중국이 지금처럼 계속 성장하면 에너지, 자원 문제가 심각해질 겁니다. 한국과 일본은 러시아, 호주 등 자원이 많은 나라와 합심해 대비해야 해요. 군사안보 문제도 주변국들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시나리오는 중국이 성장을 멈추고 몰락할 때입니다. 중국의 분열이 가져올 혼란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미니인터뷰] 가자마 나오키(風間直樹) 민주당 참의원
“한국민들이여, 정치인의 말에 속지 마세요”
최근 일본 민주당 정권은 무상(無償) 복지정책과 관련해 대(對)국민 사과를 했다.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간사장과 간 나오토 총리가 직접 나섰다. 간 총리는 “매니페스토(민주당 공약)는 방향 면에서 틀리지 않았지만, 재원 마련이 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실패한 정책이다. 국민들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민주당은 2009년 선거 당시 국공립고교 무상교육과 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아동수당 지급 등 무상 복지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어 집권했다.
당시 공약수립 과정을 잘 아는 가자마 나오키(風間直樹) 의원은 “일본 민주당의 복지정책은 유럽형 복지에 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일본은 유럽형 복지사회와 미국형 개인복지 중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민주당은 유럽형 복지에 가까운데 이를 실현할 돈이 없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본에선 9조 엔(90조원)이 증발했고 이번 3월 대지진으로 심한 재정부족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민주당이 내세운 정책방향은 맞았지만 돈을 마련하지 못했어요. 민주당 내부에서는 오카다 간사장과 간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잘못해 오해만 불러일으켰다며 불만을 나타내는 분들이 많아요.”
가자마 의원은 최근 한국 정치권에 불고 있는 무상 복지정책 논쟁에 대해 “국민들에게 립서비스 차원에서 무상복지를 얘기하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사실 한국의 정치상황을 걱정합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재정 문제 해결 없이는 정책을 제대로 집행할 수 없어요. 표 때문에 복지를 얘기하면 안 됩니다. 한국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니까 이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입니다. ‘한국국민들이여, 정치인의 말에 속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자마 의원은 니가타(新潟) 출신으로 게이오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미쓰이물산에서 근무하다가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한일(韓日) 현안이 있을 때마다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