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반성할 것 많다. 중소기업 숨통 놔줘라”
⊙ “소통 여전히 문제… 政務수석은 여의도(국회)에 살아야”
⊙ “반값등록금을 두고 與野 정치권이 말도 안 되는 소리 해”
⊙ “노무현 ‘자식들’은 主君 죽어도 충성. 이명박 ‘자식들’은 패배주의에 빠져”
金大植
⊙ 49세. 경남고ㆍ동의대 졸업. 한남대 석사, 일본 오타니대 문학박사.
⊙ 부산 동서대 일문과 교수, 한국일본학연합회장, 전국대학교 학생처장협의회 32대 회장,
바른대학 교육실천협의회장, 17대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 인수위원.
대통령 직속 민주평통 사무처장 역임.
⊙ “소통 여전히 문제… 政務수석은 여의도(국회)에 살아야”
⊙ “반값등록금을 두고 與野 정치권이 말도 안 되는 소리 해”
⊙ “노무현 ‘자식들’은 主君 죽어도 충성. 이명박 ‘자식들’은 패배주의에 빠져”
金大植
⊙ 49세. 경남고ㆍ동의대 졸업. 한남대 석사, 일본 오타니대 문학박사.
⊙ 부산 동서대 일문과 교수, 한국일본학연합회장, 전국대학교 학생처장협의회 32대 회장,
바른대학 교육실천협의회장, 17대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 인수위원.
대통령 직속 민주평통 사무처장 역임.
김대식(金大植)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부위원장(사무처장 겸임)의 동그란 얼굴이 까맣게 타 보였다.
“지방 출장이 잦고 외부활동이 많아요. 지난달에 아프리카에 열흘 동안 다녀왔는데 얼굴 색깔이 돌아오질 않는군요.”
그는 지난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아프리카 회의에 다녀왔다고 한다. 3월에는 국제 반(反)부패기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을 다녀왔다.
올해 초 권익위 부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지금까지 그가 활동한 기록을 들여다봤다. 정책현장 설명회 24회, 강연회 10회, 간담회 26회 등 100여 건의 출장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현장을 찾은 셈이다.
‘어공’은 밖으로 돌아야
김대식 부위원장의 ‘활동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는 2007년 대선(大選) 때 이명박(李明博) 캠프의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운영하면서 전국을 여섯 번 돌았다. 당시 타고 다녔던 승용차는 선거 후 폐차(廢車)했다. 정권 출범 후 민주평통 사무처장으로 일할 때는 지구를 열 바퀴가량 돌았다. 공직자의 항공 마일리지 누적량에서 랭킹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외교부 공무원을 제외하면 그가 첫 번째다.
―현장 방문은 여전하군요.
“그러게요. 일하는 곳마다 출장이 많네요. 권익위의 일이 공직사회 부패방지와 국민의 권리 구제 아닙니까.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만나야지요. 4대강 현장에도 가보고 남대문시장, 시골 장터에도 갑니다.”
―현장 목소리가 결코 듣기에 편하지 않을 텐데요.
“물가(物價) 때문에 못살겠다고 해요. 그만큼 살기 어렵다는 얘기지요.”
―만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줍니까.
“정부 정책을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차근차근 설명하면 이해를 해요. 정부의 대화가 부족한 거죠.”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족은 2008년 광우병 사건 때부터 터져 나왔습니다. 집권 4년차인 지금까지 소통이 잘 안 된다면 심각한 문제 아닌가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소통을 맡고 있는 공직자는 전부 현장에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청와대 정무수석은 아침에 VIP(대통령)와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여의도로 달려가 그곳에서 살아야 합니다. 일상 업무는 행정관료나 국장들 이른바 ‘늘공’이 하면 됩니다. ‘늘 공무원’인 직업공무원들 말입니다. 저 같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어공’은 밖으로 돌아야 해요. 무슨 자리를 맡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죠. 저 또한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아쉬운 게 많아요.”
고약한 웅덩이에서 허우적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정권 창출의 주역 중 한 사람으로서 어떤 생각이 듭니까.
“모든 정책은 현장 중심으로 집행되어야 해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고 있어요. 야당이 쳐놓은 ‘그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도 큰 원인이고요. ‘고소영 내각’ ‘MB악법’ ‘형님예산’처럼 고약한 ‘웅덩이’에서 허우적대고 있어요.”
―탈출할 방법이 있나요.
“머리를 잘 써야 해요. 창조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든다면.
“사회 전 분야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불어넣어야 해요. 우리는 지금 1인당 GNP 2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었고, G20 의장국이 됐으며, 유엔사무총장도 배출했어요. 이제 소외계층을 따뜻하게 돌봐야 합니다. 사람 향기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해요.”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같은 정책을 펴야겠군요.
“그런 건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에 불과해요. 어떻게 반값등록금이 있을 수 있습니까. 시골에 있는 한 법과대학은 한명의 9급 공무원도 배출하지 못했는데 그게 무슨 대학입니까. 그런 학교에 정부 예산을 왜 지원해야 합니까. 대학에 가지 않고 독학을 해서라도 성공하는 사람이 나와야 해요. 솔직히 저 같은 사람이 이 사회에 많아야 합니다. 저는 중학교 때 먹을 게 없어 물로 배를 채웠어요. 고등학교 때는 연탄 한 장 땔 돈이 없어 베개를 움켜잡고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지방대학을 어렵게 나와 이 자리까지 올라왔어요. 정부 정책은 국민으로 하여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야 합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않아 인기가 떨어졌다는 얘기군요.
“지지율에 연연해서는 안 됩니다. 일관성 있게 정책을 펴나가면 이 정부가 끝날 무렵 우리 국민들은 그 진정성을 알 것이라 봐요. 현 정부는 상생(相生), 동반성장, 공정(公正)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대기업이 반성할 게 많다고 봐요. 대기업은 자기 욕심을 줄이고 중소기업이 살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해요. 대기업이 통닭, 떡볶이, 호떡까지 다 만들어 파니 중소상공인은 먹고살 것이 없어요. 현장에 가 보면 이런 불만이 굉장히 많아요. 중소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단돈 200만원이 모자라 이율이 높은 제2금융권에 가서 돈을 빌립니다. 대출금 200만원에 80만원의 이자를 내는 사람이 200만명입니다. 권익위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 중에는 ‘대학등록금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요.
“물론 없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 정치권이 주장하는 반값등록금은 옳지 않습니다. 등록금을 낮추는 방향은 맞지만 방법론이 잘못돼 있어요. 반값등록금을 실시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지요. 국립대학ㆍ사립대학 총장이나 이사장들과 함께 대학 구조조정부터 해야 해요. 대학이 너무 많아요. 학생 수업료만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니에요. 우리나라처럼 대학진학률이 높은 나라도 없어요. 대학이 졸업장 장사를 하는 겁니다.”
등록금 폐지는 나라 망치는 얘기
―얼마 전 서울 광화문에서 ‘반값등록금’ 집회가 열렸는데 야당(野黨) 지도자들이 모두 모였더군요. 민주당 모(某) 인사의 지지자들은 반값등록금을 넘어 ‘등록금 폐지’를 주장하는 전단을 뿌려 논란이 됐습니다.
“나라를 망치겠다는 얘기죠.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큰 이유죠. 그런데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어요. 과연 일자리가 없을까요. 중소기업은 지금도 사람을 못 구해 안달입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중소기업을 안 가요. 중소기업의 사정이 안 좋기 때문이지요. 여기에는 대기업의 책임이 큽니다. 중소기업의 숨통을 죄고 있으니 작은 회사가 어떻게 크겠습니까.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동반(同伴) 성장하면 대학생들도 굳이 대기업만 고집하지 않을 겁니다.”
―‘반값등록금’ ‘무상복지’와 관련해 한나라당도 표를 의식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잘못됐다는 겁니다.”
―직접 정치권에 뛰어들어야겠군요. 권익위 부위원장이라는 ‘옷’이 너무 작은 것 아닙니까.
“이런 문제를 푸는 것은 권익위의 일이기도 해요. 국민의 고충을 처리하고 개선해야 할 불합리한 행정제도가 너무 많아요.”
―공직사회의 부패 예방도 권익위의 주요 업무입니다. 그런데 최근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금융기관을 관리ㆍ감독해야 할 정부기관이 오히려 부패와 사기(詐欺)의 주범(主犯)이었습니다. 과거 국가청렴위원회가 국민권익위로 통합되면서 부패방지 기능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까.
“조직이 통합됐다고 기능이 축소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썩을 대로 썩은 공직자의 도덕성에 있다고 봐요. 저축은행 사건을 적당히 처리해서는 절대 안 돼요. 곪아 터진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서민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썩은 공직자와 썩은 경영자가 갈취한 사건입니다. 서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거죠. 돈 있고, 빽 있고, 힘있는 사람들이 서민의 등을 쳐 먹은 거란 말입니다. 정부는 서민의 아픔을 빨리 치유해 줘야 해요.”
―권익위 차원에서 내놓은 대책은 뭡니까.
“4급 이상 퇴직 고위공직자가 연간 매출액 300억원을 초과하는 로펌이나 회계법인에 취업을 금지(禁止)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함께 추진 중입니다. 검사나 판사 출신이 로펌에 가면 수임한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앙정부의 고위공직자가 로펌이나 회계법인에 가게 되면 정부정책에 관여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권익위는 공직자를 대상으로 청렴성 교육도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낮은 국가 청렴도
국민권익위는 지난 3월 상하이총영사관 사건이 터진 후 외교관의 청렴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인적ㆍ물적 교류가 많은 주요 재외공관과 물의를 빚은 공관을 대상으로 청렴도 평가를 실시하고, 해외파견 예정 공직자는 8시간 이상, 해외근무 중인 공직자는 매년 5시간 이상의 청렴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권익위는 또 ‘고위공직자의 청렴성 향상’을 주요 역점사업으로 정했다. 청렴성 평가모형을 개발, 각급 공공기관에 보급해 부도덕한 공직자는 자리를 맡지 못하는 풍토를 만들고 있다. 권익위는 최근까지 행정안전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129개의 기관, 4900명을 대상으로 청렴도 평가를 실시했다고 한다.
환경ㆍ안전ㆍ공정거래 등 공익(公益) 침해 사례를 신고하는 제보자를 보호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도 만들어 오는 9월부터 집행에 들어간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정사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는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공직자와 사회지도층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에 힘을 쏟고 있어요. 알선ㆍ청탁을 뿌리뽑고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고쳐 비리를 사전에 막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반(反)부패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청렴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ㆍ국가별 청렴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지난해 5.4점을 받아 세계 39위에 머물렀다. 지난 3월 PERC(Political & Economic Risk Consultancyㆍ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가 아시아 1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패지수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009년(6위)보다 3단계 떨어진 9위를 기록했다. 김대식 부위원장은 “민간 분야의 협조 없이 국가청렴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전경련 등 경제 5단체와 협력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윤리경영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3월 국제 반부패기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네덜란드 국가청렴원, 덴마크 중대경제범죄검찰청, 스위스 세계경제포럼, 벨기에 EU부패방지총국을 다녀왔다. 지난 5월에는 ‘세계경제포럼 아프리카 회의’에 참석차 남아공, 짐바브웨, 보츠와나 등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을 방문했다.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 배경은 뭔가요.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덴마크 사람들은 ‘부패’라는 단어를 잘 몰라요. 어릴 때부터 정직ㆍ청렴교육을 받기 때문이지요.”
―세계경제포럼 아프리카 회의에서 각국 정부 지도자를 많이 만났더군요.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세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데 대해 부러워했어요. 현지에서 만난 인사들은 선진국이 되려면 국가부터 청렴해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코피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은 국가와 기업의 부패행위 처리를 위해 UN 등 국제기구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더군요. 부패를 없애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과 민원 처리제도를 소개했더니 매우 놀라워했어요.”
명예 국민권익 상담위원 신설
―최근 국민권익위는 유엔이 제정한 공공행정상(UN Public Service Award)을 받았습니다.
“조선시대 때의 ‘신문고’에 착안해 만든 ‘국민신문고’ 덕분이지요. 국민신문고는 연간 80만 건에 달하는 민원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국민의 불편사항을 해결하는 ‘지식관리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유엔이 이 점을 인정한 거죠. 국민신문고는 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ㆍ베트남어ㆍ우즈베키스탄어(語) 등 8개 외국어의 민원창구도 운영 중인데 향후 방글라데시ㆍ캄보디아어도 추가할 생각입니다. 공공행정상 수상을 계기로 국민신문고 시스템의 해외 수출도 고려 중입니다.”
권익위는 해외동포의 권익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명예 국민권익 상담위원’이 그것이다. 네트워크에 남다른 재주를 갖고 있는 김 부위원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세계 109개국에 거주하는 교민 2000여 명을 위촉해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도록 할 생각이다.
“750만 해외동포에게 참정권을 주는 마당에 해외동포의 권익도 당연히 보호해야죠. 교민을 대상으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그건 사정을 몰라서 하는 얘기입니다. 교포사회의 고충과 애로를 우리는 잘 몰라요. 해외동포청 설치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 정부의 창업공신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견제가 심하겠지요.
“대표적인 게 김영란(金英蘭) 권익위 위원장과의 알력설(說)입니다. 대법관 출신을 허수아비로 앉혀놓고 정권 실세가 다 해 먹는다는 얘기지요. 야당 쪽에서 흘러나와요. 못난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취임 초기에 ‘김영란 위원장님을 어떻게 모시는지 두고 보시라’고 공언(公言)했지요.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보배 같은 분입니다. 그런 분을 제가 어떻게 잘 모시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일을 하면서 궁합도 잘 맞아요. 지금까지 불협화음이란 1만 분의 1도 없었어요. 위원장님께 직접 확인해 보세요.”
―이명박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임명하면서 특별히 지시한 사항이 있습니까.
“현장을 강조하셨지요. ‘현장을 많이 뛰어라. 사회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작은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도와줘라. 얼굴이 타는지 안 타는지 보겠다’고 하셨어요. 제 얼굴 좀 보세요. 많이 탄 것 같지 않나요. 어제는 경기도를, 다음 주는 전라도를 한 바퀴 돕니다. 공정사회와 공직자의 청렴을 주제로 강의도 하고요.”
―‘현 정부에서 호남 민원은 김대식이를 통하면 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저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호남의 가교(架橋) 역할을 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작년 지방선거 때 전남도지사에 출마했던 겁니다. 다행히 도민들이 제게 보낸 지지는 예상 밖이었어요. 선거운동 때 ‘한나라당만 아니면 도지사는 대식이인데…’라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죠. 저는 득표율 13.9%로 박준영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어요. 역대 전남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10%를 넘은 것은 처음입니다. 모두 5% 이하였어요. 항상 2위를 차지하던 민노당 후보를 제친 것도 처음이지요. 저는 비록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현 정부와 호남을 잇는 ‘다리’ 역할을 계속 할 겁니다. 그게 13.9%의 뜻이지요.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는 지역사람들이 무작정 찾아와요. 저는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얘기를 들어주죠. 그러고 나면 민원인이 원하는 대로 처리가 안 되더라도 억울함의 반은 사라집니다.”
썩은 밀알이 되겠다
―국민고충 해결사로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까.
“전남 광양, 경북 고령, 충북 진천의 지역 민원이 생각납니다. 기업 애로사항, 아파트 소음, 도로 진입로 건설 등이 문제였는데 모두 원만히 처리했어요. 그랬더니 지역 언론이 ‘김대식의 힘을 봤다’고 하더군요. 저는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얼마 전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이 그만뒀습니다. 현 정부 출범 주역 중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분들이 많지 않은데 장수 비결이 따로 있습니까.
“사람들이 제게 혈액형을 물으면 저는 O형이라고 하지 않고 ‘긍정형’이라고 말해요. 민주주의는 51%의 찬성과 49%의 반대로 움직입니다. 반대하는 49%를 저주해서는 안 됩니다. 그 사람이 왜 반대하는가를 파악하고 그들을 설득해야 해요. 일본의 ‘물(水)’ 연구가인 에모토 마사루 씨가 쓴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똑같은 물을 두 잔 떠 놓고 한쪽은 폐수(廢水)라는 저주를, 다른 한쪽은 내 목을 적셔주는 생명의 물이라며 칭찬을 합니다. 신기하게도 칭찬받은 물은 육각수로 변해 춤을 춘다는 거예요. 다시 말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칭찬하면 나쁜 환경도 좋게 변하죠. 저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은 없습니까.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출마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당연히 해야지요. 대통령께서 ‘광화문 사거리에 나가 길바닥을 쓸어라’고 하면 저는 온몸으로 그리할 것입니다.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자식새끼들’을 봐요. 그들은 주군(主君)이 세상을 떠나도 충성을 해요. 이명박 대통령의 ‘자식새끼들’은 지금 뭐하고 있습니까. 패배주의에 빠져 있어요. 긍정 모드로 바꿔야 해요. 저는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썩은 밀알이라도 될 작정입니다.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슨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잖아요.”⊙
“지방 출장이 잦고 외부활동이 많아요. 지난달에 아프리카에 열흘 동안 다녀왔는데 얼굴 색깔이 돌아오질 않는군요.”
그는 지난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아프리카 회의에 다녀왔다고 한다. 3월에는 국제 반(反)부패기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을 다녀왔다.
올해 초 권익위 부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지금까지 그가 활동한 기록을 들여다봤다. 정책현장 설명회 24회, 강연회 10회, 간담회 26회 등 100여 건의 출장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현장을 찾은 셈이다.
‘어공’은 밖으로 돌아야
김대식 부위원장의 ‘활동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는 2007년 대선(大選) 때 이명박(李明博) 캠프의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운영하면서 전국을 여섯 번 돌았다. 당시 타고 다녔던 승용차는 선거 후 폐차(廢車)했다. 정권 출범 후 민주평통 사무처장으로 일할 때는 지구를 열 바퀴가량 돌았다. 공직자의 항공 마일리지 누적량에서 랭킹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외교부 공무원을 제외하면 그가 첫 번째다.
―현장 방문은 여전하군요.
“그러게요. 일하는 곳마다 출장이 많네요. 권익위의 일이 공직사회 부패방지와 국민의 권리 구제 아닙니까.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만나야지요. 4대강 현장에도 가보고 남대문시장, 시골 장터에도 갑니다.”
―현장 목소리가 결코 듣기에 편하지 않을 텐데요.
“물가(物價) 때문에 못살겠다고 해요. 그만큼 살기 어렵다는 얘기지요.”
―만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줍니까.
“정부 정책을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차근차근 설명하면 이해를 해요. 정부의 대화가 부족한 거죠.”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족은 2008년 광우병 사건 때부터 터져 나왔습니다. 집권 4년차인 지금까지 소통이 잘 안 된다면 심각한 문제 아닌가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소통을 맡고 있는 공직자는 전부 현장에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청와대 정무수석은 아침에 VIP(대통령)와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여의도로 달려가 그곳에서 살아야 합니다. 일상 업무는 행정관료나 국장들 이른바 ‘늘공’이 하면 됩니다. ‘늘 공무원’인 직업공무원들 말입니다. 저 같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어공’은 밖으로 돌아야 해요. 무슨 자리를 맡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죠. 저 또한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아쉬운 게 많아요.”
고약한 웅덩이에서 허우적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정권 창출의 주역 중 한 사람으로서 어떤 생각이 듭니까.
“모든 정책은 현장 중심으로 집행되어야 해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고 있어요. 야당이 쳐놓은 ‘그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도 큰 원인이고요. ‘고소영 내각’ ‘MB악법’ ‘형님예산’처럼 고약한 ‘웅덩이’에서 허우적대고 있어요.”
―탈출할 방법이 있나요.
“머리를 잘 써야 해요. 창조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든다면.
“사회 전 분야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불어넣어야 해요. 우리는 지금 1인당 GNP 2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었고, G20 의장국이 됐으며, 유엔사무총장도 배출했어요. 이제 소외계층을 따뜻하게 돌봐야 합니다. 사람 향기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해요.”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같은 정책을 펴야겠군요.
“그런 건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에 불과해요. 어떻게 반값등록금이 있을 수 있습니까. 시골에 있는 한 법과대학은 한명의 9급 공무원도 배출하지 못했는데 그게 무슨 대학입니까. 그런 학교에 정부 예산을 왜 지원해야 합니까. 대학에 가지 않고 독학을 해서라도 성공하는 사람이 나와야 해요. 솔직히 저 같은 사람이 이 사회에 많아야 합니다. 저는 중학교 때 먹을 게 없어 물로 배를 채웠어요. 고등학교 때는 연탄 한 장 땔 돈이 없어 베개를 움켜잡고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지방대학을 어렵게 나와 이 자리까지 올라왔어요. 정부 정책은 국민으로 하여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야 합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않아 인기가 떨어졌다는 얘기군요.
“지지율에 연연해서는 안 됩니다. 일관성 있게 정책을 펴나가면 이 정부가 끝날 무렵 우리 국민들은 그 진정성을 알 것이라 봐요. 현 정부는 상생(相生), 동반성장, 공정(公正)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대기업이 반성할 게 많다고 봐요. 대기업은 자기 욕심을 줄이고 중소기업이 살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해요. 대기업이 통닭, 떡볶이, 호떡까지 다 만들어 파니 중소상공인은 먹고살 것이 없어요. 현장에 가 보면 이런 불만이 굉장히 많아요. 중소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단돈 200만원이 모자라 이율이 높은 제2금융권에 가서 돈을 빌립니다. 대출금 200만원에 80만원의 이자를 내는 사람이 200만명입니다. 권익위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 중에는 ‘대학등록금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요.
“물론 없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 정치권이 주장하는 반값등록금은 옳지 않습니다. 등록금을 낮추는 방향은 맞지만 방법론이 잘못돼 있어요. 반값등록금을 실시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지요. 국립대학ㆍ사립대학 총장이나 이사장들과 함께 대학 구조조정부터 해야 해요. 대학이 너무 많아요. 학생 수업료만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니에요. 우리나라처럼 대학진학률이 높은 나라도 없어요. 대학이 졸업장 장사를 하는 겁니다.”
 |
| 김대식 부위원장은 코피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을 만나 UN 등 국제사회와의 반부패 국제공조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
등록금 폐지는 나라 망치는 얘기
―얼마 전 서울 광화문에서 ‘반값등록금’ 집회가 열렸는데 야당(野黨) 지도자들이 모두 모였더군요. 민주당 모(某) 인사의 지지자들은 반값등록금을 넘어 ‘등록금 폐지’를 주장하는 전단을 뿌려 논란이 됐습니다.
“나라를 망치겠다는 얘기죠.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큰 이유죠. 그런데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어요. 과연 일자리가 없을까요. 중소기업은 지금도 사람을 못 구해 안달입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중소기업을 안 가요. 중소기업의 사정이 안 좋기 때문이지요. 여기에는 대기업의 책임이 큽니다. 중소기업의 숨통을 죄고 있으니 작은 회사가 어떻게 크겠습니까.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동반(同伴) 성장하면 대학생들도 굳이 대기업만 고집하지 않을 겁니다.”
―‘반값등록금’ ‘무상복지’와 관련해 한나라당도 표를 의식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잘못됐다는 겁니다.”
―직접 정치권에 뛰어들어야겠군요. 권익위 부위원장이라는 ‘옷’이 너무 작은 것 아닙니까.
“이런 문제를 푸는 것은 권익위의 일이기도 해요. 국민의 고충을 처리하고 개선해야 할 불합리한 행정제도가 너무 많아요.”
―공직사회의 부패 예방도 권익위의 주요 업무입니다. 그런데 최근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금융기관을 관리ㆍ감독해야 할 정부기관이 오히려 부패와 사기(詐欺)의 주범(主犯)이었습니다. 과거 국가청렴위원회가 국민권익위로 통합되면서 부패방지 기능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까.
“조직이 통합됐다고 기능이 축소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썩을 대로 썩은 공직자의 도덕성에 있다고 봐요. 저축은행 사건을 적당히 처리해서는 절대 안 돼요. 곪아 터진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서민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썩은 공직자와 썩은 경영자가 갈취한 사건입니다. 서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거죠. 돈 있고, 빽 있고, 힘있는 사람들이 서민의 등을 쳐 먹은 거란 말입니다. 정부는 서민의 아픔을 빨리 치유해 줘야 해요.”
―권익위 차원에서 내놓은 대책은 뭡니까.
“4급 이상 퇴직 고위공직자가 연간 매출액 300억원을 초과하는 로펌이나 회계법인에 취업을 금지(禁止)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함께 추진 중입니다. 검사나 판사 출신이 로펌에 가면 수임한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앙정부의 고위공직자가 로펌이나 회계법인에 가게 되면 정부정책에 관여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권익위는 공직자를 대상으로 청렴성 교육도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낮은 국가 청렴도
 |
| 김대식 부위원장이 지난 5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아프리카 회의에 참가해 가봉의 알리 온딤바(Ali-Ben Bongo Ondimba) 대통령과 만나 한국의 온라인민원 시스템을 지원하기로 했다. |
권익위는 또 ‘고위공직자의 청렴성 향상’을 주요 역점사업으로 정했다. 청렴성 평가모형을 개발, 각급 공공기관에 보급해 부도덕한 공직자는 자리를 맡지 못하는 풍토를 만들고 있다. 권익위는 최근까지 행정안전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129개의 기관, 4900명을 대상으로 청렴도 평가를 실시했다고 한다.
환경ㆍ안전ㆍ공정거래 등 공익(公益) 침해 사례를 신고하는 제보자를 보호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도 만들어 오는 9월부터 집행에 들어간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정사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는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공직자와 사회지도층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에 힘을 쏟고 있어요. 알선ㆍ청탁을 뿌리뽑고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고쳐 비리를 사전에 막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반(反)부패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청렴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ㆍ국가별 청렴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지난해 5.4점을 받아 세계 39위에 머물렀다. 지난 3월 PERC(Political & Economic Risk Consultancyㆍ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가 아시아 1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패지수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009년(6위)보다 3단계 떨어진 9위를 기록했다. 김대식 부위원장은 “민간 분야의 협조 없이 국가청렴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전경련 등 경제 5단체와 협력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윤리경영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3월 국제 반부패기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네덜란드 국가청렴원, 덴마크 중대경제범죄검찰청, 스위스 세계경제포럼, 벨기에 EU부패방지총국을 다녀왔다. 지난 5월에는 ‘세계경제포럼 아프리카 회의’에 참석차 남아공, 짐바브웨, 보츠와나 등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을 방문했다.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 배경은 뭔가요.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덴마크 사람들은 ‘부패’라는 단어를 잘 몰라요. 어릴 때부터 정직ㆍ청렴교육을 받기 때문이지요.”
―세계경제포럼 아프리카 회의에서 각국 정부 지도자를 많이 만났더군요.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세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데 대해 부러워했어요. 현지에서 만난 인사들은 선진국이 되려면 국가부터 청렴해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코피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은 국가와 기업의 부패행위 처리를 위해 UN 등 국제기구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더군요. 부패를 없애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과 민원 처리제도를 소개했더니 매우 놀라워했어요.”
명예 국민권익 상담위원 신설
―최근 국민권익위는 유엔이 제정한 공공행정상(UN Public Service Award)을 받았습니다.
“조선시대 때의 ‘신문고’에 착안해 만든 ‘국민신문고’ 덕분이지요. 국민신문고는 연간 80만 건에 달하는 민원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국민의 불편사항을 해결하는 ‘지식관리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유엔이 이 점을 인정한 거죠. 국민신문고는 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ㆍ베트남어ㆍ우즈베키스탄어(語) 등 8개 외국어의 민원창구도 운영 중인데 향후 방글라데시ㆍ캄보디아어도 추가할 생각입니다. 공공행정상 수상을 계기로 국민신문고 시스템의 해외 수출도 고려 중입니다.”
권익위는 해외동포의 권익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명예 국민권익 상담위원’이 그것이다. 네트워크에 남다른 재주를 갖고 있는 김 부위원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세계 109개국에 거주하는 교민 2000여 명을 위촉해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도록 할 생각이다.
“750만 해외동포에게 참정권을 주는 마당에 해외동포의 권익도 당연히 보호해야죠. 교민을 대상으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그건 사정을 몰라서 하는 얘기입니다. 교포사회의 고충과 애로를 우리는 잘 몰라요. 해외동포청 설치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 정부의 창업공신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견제가 심하겠지요.
“대표적인 게 김영란(金英蘭) 권익위 위원장과의 알력설(說)입니다. 대법관 출신을 허수아비로 앉혀놓고 정권 실세가 다 해 먹는다는 얘기지요. 야당 쪽에서 흘러나와요. 못난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취임 초기에 ‘김영란 위원장님을 어떻게 모시는지 두고 보시라’고 공언(公言)했지요.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보배 같은 분입니다. 그런 분을 제가 어떻게 잘 모시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일을 하면서 궁합도 잘 맞아요. 지금까지 불협화음이란 1만 분의 1도 없었어요. 위원장님께 직접 확인해 보세요.”
―이명박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임명하면서 특별히 지시한 사항이 있습니까.
“현장을 강조하셨지요. ‘현장을 많이 뛰어라. 사회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작은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도와줘라. 얼굴이 타는지 안 타는지 보겠다’고 하셨어요. 제 얼굴 좀 보세요. 많이 탄 것 같지 않나요. 어제는 경기도를, 다음 주는 전라도를 한 바퀴 돕니다. 공정사회와 공직자의 청렴을 주제로 강의도 하고요.”
―‘현 정부에서 호남 민원은 김대식이를 통하면 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저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호남의 가교(架橋) 역할을 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작년 지방선거 때 전남도지사에 출마했던 겁니다. 다행히 도민들이 제게 보낸 지지는 예상 밖이었어요. 선거운동 때 ‘한나라당만 아니면 도지사는 대식이인데…’라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죠. 저는 득표율 13.9%로 박준영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어요. 역대 전남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10%를 넘은 것은 처음입니다. 모두 5% 이하였어요. 항상 2위를 차지하던 민노당 후보를 제친 것도 처음이지요. 저는 비록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현 정부와 호남을 잇는 ‘다리’ 역할을 계속 할 겁니다. 그게 13.9%의 뜻이지요.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는 지역사람들이 무작정 찾아와요. 저는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얘기를 들어주죠. 그러고 나면 민원인이 원하는 대로 처리가 안 되더라도 억울함의 반은 사라집니다.”
썩은 밀알이 되겠다
 |
| 고충 해결사를 자임하고 나선 김 부위원장이 지난 4월 경북 고령 민원현장에서 지역주민의 어려움을 듣고 있다. |
“전남 광양, 경북 고령, 충북 진천의 지역 민원이 생각납니다. 기업 애로사항, 아파트 소음, 도로 진입로 건설 등이 문제였는데 모두 원만히 처리했어요. 그랬더니 지역 언론이 ‘김대식의 힘을 봤다’고 하더군요. 저는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얼마 전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이 그만뒀습니다. 현 정부 출범 주역 중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분들이 많지 않은데 장수 비결이 따로 있습니까.
“사람들이 제게 혈액형을 물으면 저는 O형이라고 하지 않고 ‘긍정형’이라고 말해요. 민주주의는 51%의 찬성과 49%의 반대로 움직입니다. 반대하는 49%를 저주해서는 안 됩니다. 그 사람이 왜 반대하는가를 파악하고 그들을 설득해야 해요. 일본의 ‘물(水)’ 연구가인 에모토 마사루 씨가 쓴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똑같은 물을 두 잔 떠 놓고 한쪽은 폐수(廢水)라는 저주를, 다른 한쪽은 내 목을 적셔주는 생명의 물이라며 칭찬을 합니다. 신기하게도 칭찬받은 물은 육각수로 변해 춤을 춘다는 거예요. 다시 말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칭찬하면 나쁜 환경도 좋게 변하죠. 저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은 없습니까.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출마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당연히 해야지요. 대통령께서 ‘광화문 사거리에 나가 길바닥을 쓸어라’고 하면 저는 온몸으로 그리할 것입니다.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자식새끼들’을 봐요. 그들은 주군(主君)이 세상을 떠나도 충성을 해요. 이명박 대통령의 ‘자식새끼들’은 지금 뭐하고 있습니까. 패배주의에 빠져 있어요. 긍정 모드로 바꿔야 해요. 저는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썩은 밀알이라도 될 작정입니다.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슨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