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점검 | 일본발 방사능 공포

박연수 소방방재청장 인터뷰

“최악 조건에도 동해안 지진해일은 평균 7.8m”

  • 글 : 김정우 월간조선 기자  hgu@chosun.com
  •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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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4일 전국 규모 국민대피훈련 실시”
⊙ “방사능과 관련해 소방방재청이 나설 정도의 심각한 상황 오지 않을 것”
⊙ “백두산 화산 폭발해도 南 직접적 피해 적어”

朴演守
⊙ 57세. 고려대 토목공학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도시계획학 석·박사, 美 조지타운대 객원연구원.
⊙ 제14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인천시 도시계획국장·기획관리실장, 내무부 방재계획과장,
    소방방재청 차장, 인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등 역임.
⊙ 現 소방방재청 청장.
“지진은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지진해일(쓰나미)은 예측이 가능합니다. 한국은 현재 정교한 예측 모델을 개발해 충분한 대응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국민의 입장에서도 지나친 염려보다는 대응시스템을 제대로 알고 숙달하는 게 훨씬 중요하겠죠.”
 
  박연수(朴演守) 소방방재청장은 일본 지진해일로 인한 원전 방사능 유출과 관련해 “한국은 피해를 당해도 가장 마지막에 당하는 나라”라며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식 발표를 믿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선진국민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일본 열도가 방파제 역할을 한 3·11 대지진과 달리, 일본 서쪽 해상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한국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올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2006년부터 동해에서 발생 가능한 지진해일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왔고, 동해안 전역에 대한 침수범위와 최대 파고(波高)를 분석해 침수 위험도를 예측하는 ‘지진해일 대응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예상 波高보다 원전 지반 높아 안전”
 
  소방방재청 산하 국립방재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일본 서해안 아키타(秋田)현 연안에서 규모 8.0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1시간40분 후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도착한다. 동해안 중북부 지역엔 최대 3.5m의 파고가 예측된다. 박 청장은 “모든 최악의 조건을 대입했을 때 나오는 결과가 3.5m”라며 “지진 규모와 최대 파고 모두 가능성이 극히 작다”고 밝혔다.
 
  “고리 원자력발전소(原電) 1·2호기의 지반 높이가 5.8m입니다. 나머지 원전은 모두 10m 이상이기 때문에 지진해일로 인해 우리 원전이 후쿠시마(福島)와 같이 피해를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재난은 항상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만약 8.0보다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됩니까.
 
  “최근 규모 9.0의 지진 발생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해 봤지만, 국민에게 지나친 우려를 끼칠 수 있어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도 일본 서해상에서 규모 9.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낮게 보고 있고요. 최악의 조건을 갖췄을 때 평균 7.8m의 지진해일이 발생합니다. 삼척 임원항(港)을 제외하곤 10m를 넘는 곳이 없어요. 만약 사상 최악의 지진이 발생한다 해도 일부 해안지역에 피해는 발생하겠지만 원전은 안전합니다.”
 
  한국 동해안 주민은 몇 해 전 대형 지진해일 피해를 겪은 바 있다. 1983년 5월 일본 아키타현 해안에서 7.7 규모의 지진으로 강원도 임원과 삼척 등에 지진해일이 발생해 사망 1명, 실종 2명, 부상 2명의 인명피해와 3억7000만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1993년 7월엔 홋카이도(北海道) 오쿠리시섬(奧尻島) 해역에서 규모 7.8 지진이 발생해 삼척과 동해 지역 등에 선박 35척이 파손되는 등 3억9000만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박 청장은 “과거 기록을 보면 1600년대 이후 일본 열도 서안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은 총 5회로, 기간에 비해 발생횟수가 적기 때문에 정확한 발생주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소방방재청은 2007년 내습(來襲) 위험성이 있는 동남해안을 중심으로 지진해일 예·경보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지진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지진해일이 높게 오는 것은 아닙니다. 상하로 흔들리는 직하(直下)지진이어야 하고,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해일이 일어납니다. 작은 가능성에도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위험을 과장하면서까지 공포심을 불러올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진해일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했습니까.
 
  “2007년 114억 예산을 투입해 7개 시·도, 33개 시·군·구에 통제장비 24개와 경보단말기 238개를 설치했습니다. 대피소와 대피로를 지정해 매년 훈련을 실시했고요. 올해는 5월 4일 전국 지진·지진해일 국민대피훈련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5월 4일 훈련은 독도 주변 8.0 규모 강진을 가정해 실시”
 
  국민대피훈련은 대전 대덕구 동쪽 2.3km 지역에서 6.5 규모, 독도 남동쪽 97km 해상에서 8.0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는 상황을 설정해 실시된다. 소방방재청의 시뮬레이션 결과 독도 인근 해상 지진 발생 시 39분 안에 울진에 7m 파고의 지진해일이 도달한다. 포항, 삼척, 강릉, 부산 등에도 0.6~3.7m 파고의 해일이 예측됐다. 이날 경북 울진에선 원전 방사능 방재훈련도 함께 실시된다.
 
  ―일본 원전 사고 후 최인접국인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사고 후 방사성물질이 극미량이지만 우리나라에 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만약 큰 피해가 발생한다고 해도 기후 여건상 최인접국인 한국보다 미국이 먼저입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미국인들은 대부분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시민의식은 재난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그런데 한국에선 많은 사람이 전문가의 의견보다 인터넷 괴담에 더 귀를 기울이죠.
 
  정부 차원에서 원자력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기상, 식품, 해상 오염 등 전반적인 대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소방방재청이 직접 나설 단계는 아닙니다. 방사능과 관련해 소방방재청이 나설 정도면 이미 심각한 상황이 됐다는 의미죠. 분명한 사실은 이번 일에 저희가 직접 나설 일은 없다는 겁니다. 안심해도 됩니다.”
 
  ―일본 원전 방사능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해도, 13기의 원전을 보유한 중국이 현재 원전 27기를 건설 중인 것에 대해 우려가 큽니다.
 
  “사고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나치게 염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중국은 물론 모든 나라가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중국 원전에 사고가 생기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나라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입니다. 그렇다고 대비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고에 대비해 평소 방사능 누출 시 국민행동요령을 숙달하고, 국가는 대응시스템을 구축하면 됩니다.”
 
  ―일본 지진과 함께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화산이 폭발하면 홍수, 화재, 지진, 화산재 분출 순으로 피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담수량 20억㎥ 규모의 천지가 쏟아져 내리면 대형 홍수 피해가 예상됩니다. 폭발과 동시에 지진이 발생하면 주변 200km 내 큰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날 수 있어요. 남한은 홍수와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적겠지만, 화산재 확산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합니다. 당장 항공기 운항에 지장이 가고, 기온저하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할 수 있죠. 북한 난민 발생과 정국 불안 등 간접적 영향도 예상됩니다. 지진에 비해 다행인 것은 화산은 폭발 전 전조(前兆)현상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백두산 화산폭발 징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죠. 정부는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올해 말까지 범부처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화재 위험하다고 불을 쓰지 않을 순 없어”
 
  ―전문가들이 아무리 안전성을 강조해도 국민은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런데 문명은 항상 위험을 수반합니다. 인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불이에요.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지만 그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습니다. 한국에서만 매일 평균 130건의 화재가 발생합니다. 이를 방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불을 안 쓰는 거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안전하게 불을 다루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성적·합리적 선택이 필요해요. 원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전 수출국인 한국은 전체 발전량 중 상당 부분을 원전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와 관련해 소방방재청은 어떠한 대비를 하고 있습니까.
 
  “기준치 초과 방사선량 검출 시 방사능 주관기관과 협조해 주민대피 및 피폭선량 측정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등 초동조치를 합니다. 피폭 상해자가 발생할 경우엔 긴급 인명구조를 실시하고, 과다 오염지역은 출입통제와 함께 긴급 우회도로를 확보하게 됩니다.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해 대피소와 소개(疏開)지역에 구급차를 근접 배치하고 필요 시 생활 안정화를 위한 생활용수 급수 지원을 합니다. 4월 중 원자력의학원 등 관계기관과 공동대응 합동훈련을 추진하는 등 방사능 사고대응 전문기관과의 공조체제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박 청장은 “지진 및 지진해일에 대한 대응은 크게 사전대비와 발생 후 대응으로 나뉜다”며 “사전대비의 첫째 조건은 각종 시설물을 내진기준에 따라 안전하고 튼튼하게 짓는 것”이라고 했다.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모든 신규 건축물에 대한 내진성능 확보가 의무화되고, 기존 공공시설물의 내진보강은 2010년 37%, 2015년 43%, 2030년 80%를 목표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내진설계와 함께 매뉴얼 정비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소방방재청은 지진발생 초동대응을 위해 ‘지진재난 상황관리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고, 이후 지속적인 재난상황 관리를 위해 ‘지진재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도 작성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내진설계율 3%가 안되는 한국이 일본과 같은 지진대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간적·비용적 사안을 무시한 대책이라는 비판도 있는데요.
 
  “내진보강은 지진재난 대비의 기본입니다. 내진설계라고 하면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기본개념은 건물을 튼튼히 짓는 것입니다. 비용도 2~5% 증가하는 수준이에요. 7000여 개 학교가 무너진 2008년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 당시 상자오(桑棗) 중학교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어요. 교장이 부임 직후 교육 당국을 끈질기게 설득해 보수비용을 받아내 내진보강을 한 덕분이었죠.”
 
  박 청장은 “중국 시골의 학교 교장도 혼자서 이룬 일을 한국에서 못하는 것은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며 “학교 안전을 위한 예산을 다른 곳에 쓰는 행위는 반드시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 원전 방사능 누출 시 국민행동요령
 
 
  ■ 옥내대피 상황 시 행동요령
 
  ⊙ 즉시 옥내에 대피(또는 귀가)한 후, 방사능 방재대책본부의 지시에 따라 행동.
  ⊙ 방사선은 오감으로 감지가 불가능하므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지 말 것.
  ⊙ 가축은 축사로 옮기고, 사료는 비닐 등으로 덮으며, 애완동물은 옥외로 돌아다니지 않도록 집안에 가둘 것.
  ⊙ 어린이는 모래판 등에서 놀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집안이나 콘크리트 건물 내의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 후, 창문과 문을 닫아 기밀성을 유지하고, 냉방기 및 환기설비를 꺼 외부공기의 유입을 최소화하고, 난로 등을 꺼 불꽃을 제거.
  ⊙ 라디오, TV, 민방위 조직 등을 통한 정부 지시가 있을 때까지 옥내에서 침착하게 대기. (옥내 대피 기간은 최대 2~3일을 초과하지 않음)
  ⊙ 전화통신망이 불통하지 않도록 전화 사용을 가능한 한 자제.
  ⊙ 자녀가 학교에 있을 경우, 학교에서 집단으로 대피하므로 학교에 일부러 찾아갈 필요는 없음.
  ⊙ 옥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할 때에는 가능한 한 간단하게. 야채, 과일 등 채소류는 잘 씻어야 함.
 
 
  ■ 소개 시 행동요령
 
  ⊙ 가스, 전기, 수도 등에 안전조치를 취함.
  ⊙ 긴요한 물품 및 필요한 의복만 최소한으로 준비.
  ⊙ 출입문을 잠그고 대문에 흰 수건이나 천 등을 걸어 두어 소개 완료를 표시.
  ⊙ 음식물을 지참, 애완동물 동반은 금지.
  ⊙ 유도요원의 지시에 따라 정숙을 유지한 채 사전에 지정된 집결지에 모임.
  ⊙ 대기 중인 차량에 질서 있게 동승해 구호소로 소개.
  ⊙ 비가 올 때에는 방사능 낙진이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비를 맞지 않도록 우산, 비옷 등을 휴대.
  ⊙ 모든 유언비어를 무시하고 공식 발표를 신뢰할 것.
  ⊙ 비상통신망의 혼선 또는 과부하에 의한 통신불통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화사용을 자제.
  ⊙ 오염 예상지역을 벗어나기 전까지 차량의 창문과 배기구를 밀폐하고 냉·난방기를 사용하지 말 것.
  ⊙ 반드시 지정된 소개경로를 따를 것.
 
  * 자료 : 소방방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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