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우병 사태 당시 농식품부장관으로 이제는 한나라당 최고위원, 한나라당 구제역특위위원장,
한식재단이사장 맡아
⊙ 구제역 死體 묻으면 더 위험, 분쇄·멸균해 퇴비 만들어야
⊙ 한나라, 지금 같은 지역정당으로는 총선용 인재 영입 불가
鄭雲天
⊙ 57세.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 한국참다래협회 회장, 참다래유통사업단 대표,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역임. 現 한나라당 최고위원,
한식재단 이사장.
한식재단이사장 맡아
⊙ 구제역 死體 묻으면 더 위험, 분쇄·멸균해 퇴비 만들어야
⊙ 한나라, 지금 같은 지역정당으로는 총선용 인재 영입 불가
鄭雲天
⊙ 57세.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 한국참다래협회 회장, 참다래유통사업단 대표,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역임. 現 한나라당 최고위원,
한식재단 이사장.
지난 3월 7일 월요일, 경기도 이천의 한 축산농가에서 한나라당 정운천 최고위원이 ‘구제역 침출수 자원화 시연회’를 열었다. 정 위원이 2월 17일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내가 농업 해 봐서 아는데, 침출수는 화학적 폐기물이 아닌 유기물인 만큼 이를 활용하면 퇴비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 야당과 네티즌 등의 거센 비난을 받게 되자 “직접 보여주겠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침출수를 퇴비로 만드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침출수와 구제역 사체를 기계에서 분쇄하고 고온멸균하면 유익한 유기물 퇴비가 된다는 것이었다.
침출수는 물론 구제역 동물의 사체 역시 퇴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 위원의 주장이었다. 시연회 현장에는 사체를 분쇄하고 멸균할 수 있는 기계가 준비돼 있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돼지 또는 소가 사망하면 바로 소멸되며, 사체나 침출수를 섭씨 170도로 일정 시간 가열하면 다른 균도 모두 소멸되는 만큼 사체나 침출수는 무독성 유기물질이 된다는 것이다. 또 이는 동물의 분뇨보다 훨씬 질 좋은 퇴비가 될 수 있으며, 구제역 사체를 매몰하고 방치해 농촌에 유해한 균을 퍼뜨리는 것보다는 퇴비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 정 위원의 주장이었다.
자원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을 비롯해 기자 수십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는 검붉은 색의 구제역 사체 침출수와 시장에서 구입한 돼지머리가 준비돼 있었다. 정 위원은 “사체를 준비하지 못해 부득이 돼지머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밀봉돼 있던 침출수가 개봉되자 심한 악취가 퍼졌고, 정 위원은 침출수와 돼지머리를 기계에 투입했다. 농장 측은 “유기물이 고형 퇴비가 될 수 있도록 결합제인 톱밥과 겨 등을 넣어 두었다”고 설명했다. 분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한참 후 기계에서 갈색의 가루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멸균처리된 침출수와 사체가 톱밥 등과 결합해 만들어진 퇴비였다.
따끈한 온기가 느껴지는 ‘생산품’에서는 역한 냄새가 아닌, 발효음식 냄새같기도 한 묘한 냄새가 났다. 다 나오자 정 위원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맨손을 더미에 쑥 집어넣고 한 움큼 떠내 코에 갖다댔다.
“이거 봐. 구수한 냄새가 나네. 냄새 좋다.” 침출수 퇴비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거나 반신반의하던 기자들도 이 장면을 보고는 더 이상 퇴비화 가능 여부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이날 이 자리에 참석한 축산인들은 “구제역 가축을 무조건 매몰하고 3년 동안 건드리지 못하게 하며, 농장 내에서 생산한 퇴비를 외부에 제공 또는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지금의 법은 문제가 있다”며 “구제역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구제역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위원은 “구제역 사체를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묻어 두면 O-157이나 살모넬라균 등 훨씬 유해한 균들이 계속 번식해 더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며 “구제역 사체와 침출수를 자원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쉴틈 없는 이슈 생산
정 위원은 최근 몇 년간 계속 ‘이슈의 인물’이었다. 키위 국내생산에 성공해 주목받는 농업인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촛불시위 당시 좌파단체로부터 ‘광우병 5적’으로 지목되고,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서는 기적에 가까운 18%의 지지율을 얻었다. 구제역 대란의 한가운데서 침출수로 퇴비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참다래 아저씨, 광우병 5적, 쌍발통 후보, 꼬끼오 후보 등등 그동안 얻은 별명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에는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이 되면서 여당 지도부에서 이색적인 주장을 계속 펴내 ‘튀는’ 캐릭터를 가진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구제역특별위원회 위원장,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여당 내의 ‘농업 담당’, ‘호남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연회 며칠 후 서울 양재동 한식재단 사무실에서 정 위원을 만났다. 촛불시위와 도지사 선거 낙선, 악플 등 많은 고난의 당사자였지만 그는 시종 미소를 띠며 유쾌한 대화를 이끌었다.
―침출수 퇴비화 논란은 시연회 이후 비난이 많이 잠잠해질 것 같던데요.
“내가 농업을 해 봐서 안다고 하는데도 말도 안된다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농업을 아는 사람이 공격했으면 저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이제라도 국민들이 다들 이해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하지만 악플은 여전해요. 퇴비에서 구수한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그럼 밥 비벼 먹어라’라는 리플도 많더라고요.(웃음)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악플 정도는 괜찮아요. 국민 앞에 분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당당합니다.”
―퇴비화 과정을 보여주긴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구제역 발생지역이 대부분 한강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는 곳입니다. 현재 매몰된 사체들에서 침출수가 나온다면 당연히 옮겨야 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과 유해성이 만만치 않아요. 매몰현장을 개봉하면 유해가스가 일대를 뒤덮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매몰한 지역에서는 침출수만 뽑아내서 멸균 후 퇴비화한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죠. 각 농가가 침출수를 추출해 멸균·가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아가 사체 등 축산 부산물을 퇴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 합니다. 구제역특위가 정부·국회와 접촉하며 각종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가축을 퇴비화한다는 데 대한 반감도 있는데요.
“동식물은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인간이 동식물을 섭취하고 이용하는 것은 잡식동물로서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를 무리하게 비약시킬 필요는 없지요.”
광우병 관련 고소사건 무혐의로
‘정운천’이란 이름을 들으면 촛불시위와 광우병 논란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촛불시위 이후 광우병 논란을 제기한 제작진을, 민동석 현(現) 외교통상부 2차관과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진보신당은 정 위원과 민 차관이 농림부 예산 등 국가예산을 변호사비로 사용했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로 맞고소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월 1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마음의 짐을 많이 덜었겠군요.
“분명히 내 변호 비용은 내 돈으로 해결했고, 송금한 내역까지 있는데 뭘 걱정했겠어요. 그런 사건 자체가 상대방이 얼마나 근거 없는 비난을 일삼는지 알려주는 예가 아니겠습니까.”
한 중앙일간지는 최근 정 위원과 엄기영 전 MBC 사장을 비교하는 사설을 실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나라당이 촛불 허위난동에 용감히 맞섰던 인물인 정운천 전 장관을 최고위원으로 영입한 것은 그의 소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런 정권이 거꾸로 사태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방송국 사장을 끌어들였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도덕적 데드라인을 넘고 있다.> “사설 내용은 차치하고 저를 용기있는 사람으로 평가해 줬다는 점이 고맙더라고요. 제가 제 변호를 위해 나서지 않아도 알아주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힘이 됩니다.”
―정 위원에게 아픔을 안겨 주었던 당시 회사의 사장이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그 당의 최고위원으로서 혹시 영입을 반대하지는 않았습니까.
“저는 누구에게나 미운 감정을 오래 가져 본 일이 없어요. 촛불시위 때 조경태 의원이 청문회에서 저를 난도질하지 않았습니까. 그날 청문회를 본 지인들의 위로전화가 엄청나게 걸려 오더군요. 그런데 저는 그날 밤 푹 잘 잤어요. 아내만 밤잠 못 이루고 뒤척댔다 하더군요. 제 할 일 하기도 바쁜데 비난하는 사람들까지 일일이 신경쓸 이유가 없지요. 엄 전 사장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요.”
―광우병에 대한 입장엔 변함이 없습니까.
“광우병의 진원지인 영국에도 광우병 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소에게 육골분 사료만 주지 않아도 해결되는 병이에요. 아마 4~5년 내로 광우병은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사람에게는 전혀 영향이 없는 병이고요.”
도지사 선거에 떨어졌지만 비례대표 3명 당선시켜
그는 2010년 6·2 지방선거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그가 전북도지사 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얻은 표는 18.2%. 낙선했지만 주민 10명 중 2명이 그를 지지한 셈이었다. 호남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이런 지지를 얻은 것은 처음이다.
―아무도 당선 가능성을 쳐 주지 않는 곳에서 출마한 기분이 어땠습니까.
“득표율 두 자릿수만 얻어도 선방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괜찮은데 25년 동안 종사한 교직에 사표를 내고 운동에 나섰던 아내에게 제일 미안했지요.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면 덜 미안했겠지만요. 당시 전북 자치단체 선출직 522명 중 한나라당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그래도 제가 출마해서 비례대표 3명을 당선시키고 왔으니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내세운 표어가 ‘쌍발통’, ‘꼬끼오’였지요. 어찌 보면 친근하기도 하고 정치권 표어로는 생소하기도 합니다.
“전북의 현실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여당이라는, 확실하게 이용할 수 있는 두 번째 발통(바퀴)이 있는데 첫 번째 발통(야당)만 쳐다보고 한숨쉬고 있는 거예요. 발통은 한 개가 아닌 한 쌍이 있어야 신나게 굴러가지 않습니까. 여기에 첫 번째 발통보다 강한 두 번째 발통이 있다, 발통은 두 개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쌍발통이라는 단어가 친근하면서도 발음이 재미있잖아요. 유세 때도 쌍발통을 강조했더니 제가 지나가면 아이들이 ‘쌍발통 간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그렇게 뿌듯하더라고요. 꼬끼오 역시 임팩트(충격)를 주기 위해 제가 스스로 만들어 낸 겁니다. 선거가 2주 정도 남았던 무렵이었어요. 지지율이 9.6%에 불과하더라고요. 온 가족이 모든 걸 걸고 내려왔는데 한 자릿수라니 암담하더라고요. 그때 TV토론이 열렸습니다. 밤 10시에 시작하는데 제가 1번이잖아요. 목청 높여 ‘꼬끼오’라고 외쳤습니다. 음향 담당자가 기계이상을 걱정할 정도였죠. ‘장닭이 새벽을 깨우듯, 전북의 새벽을 깨우러 정운천이 왔습니다’라고 외쳤어요. 이후 유세 때도 차량에 장닭 모형을 싣고 다니고, ‘꼬끼오, 꼬끼오’ 하는 소리를 녹음해 놓고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틀고 다녔어요.”
―소음이 됐을 텐데, 호남 분위기에서 주민들의 항의가 없던가요. 선거법 위반 얘기도 나왔을 법하고요.
“떨어질 후보가 선거법 무서워서 할 수 있는 일 안 할 필요가 있겠어요? 저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유권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전북도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개표 다음날 아침 아내와 ‘10년은 더 준비하자’고 다짐했어요. 농사지어 성공하는 데 25년 걸렸는데, 지역 장벽을 깨려면 최소한 10년은 노력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현 정치인들은 지역주의 독과점의 수혜자들
정 위원은 최근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당선시키는 석패율제도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석패율제는 ‘영호남 교차할당 석패율제’로, 지역감정이 가장 심각한 영남과 호남에서 취약한 쪽 정당의 낙선자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인 사람을 당선시키자는 것이다. 그는 이 제도 도입을 통해 지역화합을 이끌어 내는 동시에 각 정당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고위원으로 취임할 당시 취임인사에서 석패율제를 언급했고, 올해 초 정책위의장을 뽑는 의원총회 자리에서도 석패율제를 제안했다. 또 2월 20일 청와대 만찬에서 한 건배사에서도 석패율제를 언급했다. 중요한 자리마다 계속해서 석패율 전도를 하고 다닌다.
“정치권에서는 무리다 싶을 정도로 계속 언급하지 않으면 주목해 주지 않아요. 사실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은 이 제도에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 정치인들 중 상당수가 지역주의 독과점의 수혜자들 아닙니까. 많은 국민에게 이 제도가 알려져서 민심이 동요하고 정치인들이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가 돼야 합니다.”
―취약지역 당선을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도 있지 않습니까.
“중·대선거구제는 선거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수반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봅니다. 석패율제 도입은 개헌하지 않고 선거개혁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고, 갈등해소와 인재발굴의 효과가 확실해요. 개헌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개헌하기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석패율제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한나라당 후보로도 호남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이죠.
“호남출신 한나라당 인재, 영남출신 민주당 인재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지금은 적극적으로 우수인재를 발굴, 영입해야 할 시기인데 인재풀이 한정돼 있어요. 한나라당이 호남출신 인재에게 줄 수 있는 ‘당근’이 없는 겁니다. 훌륭한 사람들을 이런 이유로 야당에 뺏기긴 억울하잖아요. 야당도 마찬가지예요. 새로운 인재가 영입되지 않는 정당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국민화합이라는 명분을 위해서나 정당의 실리를 위해서나 교차당선을 위한 석패율제 도입은 불가피합니다.”
3김 사라졌는데 지역주의 깃발은 나부껴
정 위원은 과거 박정희-김대중 대결에서 파생된 지역구도가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실 지역대결도 아니었지요.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발전이라는 명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라는 확실한 명분이 있었어요. 이를 대표할 사람으로 영호남의 맹주가 있었던 겁니다. 지금은 그분들을 포함해 지역주의의 상징으로 불렸던 3김 모두 정치권에서 사라졌는데 지역주의는 왜 여전히 없어지지 않을까요. 정치인들이 본인의 자리 보전에만 신경쓰다 보니 상극의 정치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거예요.”
―내년 총선에도 호남에서 출마할 계획입니까.
“여당 내의 호남출신 인재들은 대부분 수도권이나 비례대표를 노리는 것이 현실이죠. 하지만 호남발전특위 위원장으로서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하려 합니다. 석패율제 도입도 계속 추진할 거고요. 전북도지사 선거 당시 전주에서는 득표율이 23.5% 나왔어요. 전북도민들도 저 때문에 어느 정도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고 봅니다.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반드시 실패한다고 볼 이유는 없습니다.”
한식 먹은 사람이 정자수와 활동성에서 우수
그는 장관·정치인이라는 직책을 거치며 두 가지 신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첫째는 농업을 국가 주요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지역장벽을 극복하겠다는 것이었다.
정 위원은 현재 한식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농업과 식품, 한식은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저희 어머니는 시집올 때 가져온 간장을 수십년 동안 저장하셨고, 집에는 늘 3년 된 소금 항아리가 있었어요. 중학교 때 제가 많이 아팠던 적이 있는데, 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오셨던 25년 된 간장을 먹고 나았다고 하더라고요. 한식은 건강한 음식입니다. 현대인에게 흔한 비만·당뇨·고혈압은 다 식습관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천일염을 기반으로 한 한식만 먹어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한식 세계화는 ‘발효식품을 통해 세계인을 건강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발효음식인 된장·간장·고추장·김치·젓갈을 한식 5대 음식으로 지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식 세계화를 진행하고 있다.
“전북대에서 남성 20명을 대상으로 식생활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1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한식과 양식을 먹게 했어요. 한 달 후 정자수와 활동성을 검사해 보니 한식 그룹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식생활만 고쳐도 현대인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는 거예요.”
―한식 세계화가 웬만큼 진행된 건가요. 어떻게 됐습니까.
“한류 바람을 타고 한식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드라마 <대장금>과 만화·영화 <식객>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봐요. 뉴욕의 한국 식당도 현지 언론이 관심을 많이 갖습니다. 이제 한국 음식들은 많이 유명해진 편이고, 장독문화와 발효문화 등 우리나라 식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단계가 됐다고 봅니다.”
―영부인도 홍보대사로 나서고 있으니 일종의 국책사업 아닙니까.
“사실 사람들이 영부인에 대한 관심이 많다 보니 (나는)역차별받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한식세계화 관련 예산이 국회에서 공격당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92%가 한식세계화 사업에 찬성한다고 합니다. 한식은 우리 문화 중에서도 세계에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는 고급 문화입니다. 세계 방방곡곡에 한국 식당이 촘촘히 들어서는 것은 꿈이 아니에요.”
최고위원 회의의 분위기 메이커
정 위원은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물론 가끔 엉뚱한 의견을 발표하기도 하고, 우스갯소리도 잘하는 편이다. ‘얼굴 두껍다’는 말도 들어 봤다고 한다.
“요즘 우울한 현안이 많잖아요. 최고위원 회의도 다소 심각한 편입니다. 하지만 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이 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긍정과 희망과 창조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어야죠. 3월 18일이 한식재단 설립 1주년인데, 한복을 입고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할 것입니다. 또 다들 엉뚱하다고, 튀고 싶어한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쇼’가 국민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다면 나쁠 게 없잖아요.”
그는 필자가 만나 본 인터뷰이 중 ‘거침없이’ 말하는 것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무슨 말을 하든지 거리낌이 없었다. ‘그만큼 욕먹어 봤는데 무엇이 더 두렵겠냐’는 식이었다. TV에서만 보아 온 시련 속의 장관이 아닌, 자신만만한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침출수를 퇴비로 만드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침출수와 구제역 사체를 기계에서 분쇄하고 고온멸균하면 유익한 유기물 퇴비가 된다는 것이었다.
침출수는 물론 구제역 동물의 사체 역시 퇴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 위원의 주장이었다. 시연회 현장에는 사체를 분쇄하고 멸균할 수 있는 기계가 준비돼 있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돼지 또는 소가 사망하면 바로 소멸되며, 사체나 침출수를 섭씨 170도로 일정 시간 가열하면 다른 균도 모두 소멸되는 만큼 사체나 침출수는 무독성 유기물질이 된다는 것이다. 또 이는 동물의 분뇨보다 훨씬 질 좋은 퇴비가 될 수 있으며, 구제역 사체를 매몰하고 방치해 농촌에 유해한 균을 퍼뜨리는 것보다는 퇴비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 정 위원의 주장이었다.
자원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을 비롯해 기자 수십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는 검붉은 색의 구제역 사체 침출수와 시장에서 구입한 돼지머리가 준비돼 있었다. 정 위원은 “사체를 준비하지 못해 부득이 돼지머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밀봉돼 있던 침출수가 개봉되자 심한 악취가 퍼졌고, 정 위원은 침출수와 돼지머리를 기계에 투입했다. 농장 측은 “유기물이 고형 퇴비가 될 수 있도록 결합제인 톱밥과 겨 등을 넣어 두었다”고 설명했다. 분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한참 후 기계에서 갈색의 가루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멸균처리된 침출수와 사체가 톱밥 등과 결합해 만들어진 퇴비였다.
따끈한 온기가 느껴지는 ‘생산품’에서는 역한 냄새가 아닌, 발효음식 냄새같기도 한 묘한 냄새가 났다. 다 나오자 정 위원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맨손을 더미에 쑥 집어넣고 한 움큼 떠내 코에 갖다댔다.
“이거 봐. 구수한 냄새가 나네. 냄새 좋다.” 침출수 퇴비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거나 반신반의하던 기자들도 이 장면을 보고는 더 이상 퇴비화 가능 여부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이날 이 자리에 참석한 축산인들은 “구제역 가축을 무조건 매몰하고 3년 동안 건드리지 못하게 하며, 농장 내에서 생산한 퇴비를 외부에 제공 또는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지금의 법은 문제가 있다”며 “구제역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구제역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위원은 “구제역 사체를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묻어 두면 O-157이나 살모넬라균 등 훨씬 유해한 균들이 계속 번식해 더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며 “구제역 사체와 침출수를 자원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쉴틈 없는 이슈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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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7일 한 축산농가에서 정운천 최고위원이 ‘구제역 침출수 자원화 시연회’를 열었다. |
지난해 12월에는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이 되면서 여당 지도부에서 이색적인 주장을 계속 펴내 ‘튀는’ 캐릭터를 가진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구제역특별위원회 위원장,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여당 내의 ‘농업 담당’, ‘호남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연회 며칠 후 서울 양재동 한식재단 사무실에서 정 위원을 만났다. 촛불시위와 도지사 선거 낙선, 악플 등 많은 고난의 당사자였지만 그는 시종 미소를 띠며 유쾌한 대화를 이끌었다.
―침출수 퇴비화 논란은 시연회 이후 비난이 많이 잠잠해질 것 같던데요.
“내가 농업을 해 봐서 안다고 하는데도 말도 안된다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농업을 아는 사람이 공격했으면 저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이제라도 국민들이 다들 이해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하지만 악플은 여전해요. 퇴비에서 구수한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그럼 밥 비벼 먹어라’라는 리플도 많더라고요.(웃음)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악플 정도는 괜찮아요. 국민 앞에 분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당당합니다.”
―퇴비화 과정을 보여주긴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구제역 발생지역이 대부분 한강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는 곳입니다. 현재 매몰된 사체들에서 침출수가 나온다면 당연히 옮겨야 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과 유해성이 만만치 않아요. 매몰현장을 개봉하면 유해가스가 일대를 뒤덮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매몰한 지역에서는 침출수만 뽑아내서 멸균 후 퇴비화한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죠. 각 농가가 침출수를 추출해 멸균·가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아가 사체 등 축산 부산물을 퇴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 합니다. 구제역특위가 정부·국회와 접촉하며 각종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가축을 퇴비화한다는 데 대한 반감도 있는데요.
“동식물은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인간이 동식물을 섭취하고 이용하는 것은 잡식동물로서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를 무리하게 비약시킬 필요는 없지요.”
광우병 관련 고소사건 무혐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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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6월 10일 촛불집회에 자유발언을 하러 나선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성난 시위대로부터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
―마음의 짐을 많이 덜었겠군요.
“분명히 내 변호 비용은 내 돈으로 해결했고, 송금한 내역까지 있는데 뭘 걱정했겠어요. 그런 사건 자체가 상대방이 얼마나 근거 없는 비난을 일삼는지 알려주는 예가 아니겠습니까.”
한 중앙일간지는 최근 정 위원과 엄기영 전 MBC 사장을 비교하는 사설을 실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나라당이 촛불 허위난동에 용감히 맞섰던 인물인 정운천 전 장관을 최고위원으로 영입한 것은 그의 소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런 정권이 거꾸로 사태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방송국 사장을 끌어들였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도덕적 데드라인을 넘고 있다.> “사설 내용은 차치하고 저를 용기있는 사람으로 평가해 줬다는 점이 고맙더라고요. 제가 제 변호를 위해 나서지 않아도 알아주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힘이 됩니다.”
―정 위원에게 아픔을 안겨 주었던 당시 회사의 사장이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그 당의 최고위원으로서 혹시 영입을 반대하지는 않았습니까.
“저는 누구에게나 미운 감정을 오래 가져 본 일이 없어요. 촛불시위 때 조경태 의원이 청문회에서 저를 난도질하지 않았습니까. 그날 청문회를 본 지인들의 위로전화가 엄청나게 걸려 오더군요. 그런데 저는 그날 밤 푹 잘 잤어요. 아내만 밤잠 못 이루고 뒤척댔다 하더군요. 제 할 일 하기도 바쁜데 비난하는 사람들까지 일일이 신경쓸 이유가 없지요. 엄 전 사장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요.”
―광우병에 대한 입장엔 변함이 없습니까.
“광우병의 진원지인 영국에도 광우병 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소에게 육골분 사료만 주지 않아도 해결되는 병이에요. 아마 4~5년 내로 광우병은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사람에게는 전혀 영향이 없는 병이고요.”
도지사 선거에 떨어졌지만 비례대표 3명 당선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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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직에 출마한 정운천 한나라당 후보는 ‘쌍발통’, ‘꼬끼오’를 외치며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
―아무도 당선 가능성을 쳐 주지 않는 곳에서 출마한 기분이 어땠습니까.
“득표율 두 자릿수만 얻어도 선방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괜찮은데 25년 동안 종사한 교직에 사표를 내고 운동에 나섰던 아내에게 제일 미안했지요.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면 덜 미안했겠지만요. 당시 전북 자치단체 선출직 522명 중 한나라당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그래도 제가 출마해서 비례대표 3명을 당선시키고 왔으니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내세운 표어가 ‘쌍발통’, ‘꼬끼오’였지요. 어찌 보면 친근하기도 하고 정치권 표어로는 생소하기도 합니다.
“전북의 현실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여당이라는, 확실하게 이용할 수 있는 두 번째 발통(바퀴)이 있는데 첫 번째 발통(야당)만 쳐다보고 한숨쉬고 있는 거예요. 발통은 한 개가 아닌 한 쌍이 있어야 신나게 굴러가지 않습니까. 여기에 첫 번째 발통보다 강한 두 번째 발통이 있다, 발통은 두 개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쌍발통이라는 단어가 친근하면서도 발음이 재미있잖아요. 유세 때도 쌍발통을 강조했더니 제가 지나가면 아이들이 ‘쌍발통 간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그렇게 뿌듯하더라고요. 꼬끼오 역시 임팩트(충격)를 주기 위해 제가 스스로 만들어 낸 겁니다. 선거가 2주 정도 남았던 무렵이었어요. 지지율이 9.6%에 불과하더라고요. 온 가족이 모든 걸 걸고 내려왔는데 한 자릿수라니 암담하더라고요. 그때 TV토론이 열렸습니다. 밤 10시에 시작하는데 제가 1번이잖아요. 목청 높여 ‘꼬끼오’라고 외쳤습니다. 음향 담당자가 기계이상을 걱정할 정도였죠. ‘장닭이 새벽을 깨우듯, 전북의 새벽을 깨우러 정운천이 왔습니다’라고 외쳤어요. 이후 유세 때도 차량에 장닭 모형을 싣고 다니고, ‘꼬끼오, 꼬끼오’ 하는 소리를 녹음해 놓고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틀고 다녔어요.”
―소음이 됐을 텐데, 호남 분위기에서 주민들의 항의가 없던가요. 선거법 위반 얘기도 나왔을 법하고요.
“떨어질 후보가 선거법 무서워서 할 수 있는 일 안 할 필요가 있겠어요? 저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유권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전북도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개표 다음날 아침 아내와 ‘10년은 더 준비하자’고 다짐했어요. 농사지어 성공하는 데 25년 걸렸는데, 지역 장벽을 깨려면 최소한 10년은 노력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현 정치인들은 지역주의 독과점의 수혜자들
정 위원은 최근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당선시키는 석패율제도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석패율제는 ‘영호남 교차할당 석패율제’로, 지역감정이 가장 심각한 영남과 호남에서 취약한 쪽 정당의 낙선자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인 사람을 당선시키자는 것이다. 그는 이 제도 도입을 통해 지역화합을 이끌어 내는 동시에 각 정당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고위원으로 취임할 당시 취임인사에서 석패율제를 언급했고, 올해 초 정책위의장을 뽑는 의원총회 자리에서도 석패율제를 제안했다. 또 2월 20일 청와대 만찬에서 한 건배사에서도 석패율제를 언급했다. 중요한 자리마다 계속해서 석패율 전도를 하고 다닌다.
“정치권에서는 무리다 싶을 정도로 계속 언급하지 않으면 주목해 주지 않아요. 사실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은 이 제도에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 정치인들 중 상당수가 지역주의 독과점의 수혜자들 아닙니까. 많은 국민에게 이 제도가 알려져서 민심이 동요하고 정치인들이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가 돼야 합니다.”
―취약지역 당선을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도 있지 않습니까.
“중·대선거구제는 선거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수반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봅니다. 석패율제 도입은 개헌하지 않고 선거개혁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고, 갈등해소와 인재발굴의 효과가 확실해요. 개헌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개헌하기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석패율제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한나라당 후보로도 호남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이죠.
“호남출신 한나라당 인재, 영남출신 민주당 인재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지금은 적극적으로 우수인재를 발굴, 영입해야 할 시기인데 인재풀이 한정돼 있어요. 한나라당이 호남출신 인재에게 줄 수 있는 ‘당근’이 없는 겁니다. 훌륭한 사람들을 이런 이유로 야당에 뺏기긴 억울하잖아요. 야당도 마찬가지예요. 새로운 인재가 영입되지 않는 정당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국민화합이라는 명분을 위해서나 정당의 실리를 위해서나 교차당선을 위한 석패율제 도입은 불가피합니다.”
| ▣ 석패율제(惜敗率制)란 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는 것을 허용하고 중복출마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뽑는 제도. 일본에서 1996년부터 실시해 오고 있으며, 지역구 선거에서 가장 아깝게 떨어진 후보를 구제해 주자는 것이 기본취지이다. 정당의 비례대표 명부 중 특정번호에 지역구 후보 3~4명을 올려놓고,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은 제외한 뒤 남은 사람들 중 석패율이 가장 높은 사람이 비례대표로 당선되게 하는 식이다.(석패율=낙선자 득표수/당선자 득표수X100) 1999년 새정치국민회의가 이 같은 석패율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
3김 사라졌는데 지역주의 깃발은 나부껴
정 위원은 과거 박정희-김대중 대결에서 파생된 지역구도가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실 지역대결도 아니었지요.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발전이라는 명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라는 확실한 명분이 있었어요. 이를 대표할 사람으로 영호남의 맹주가 있었던 겁니다. 지금은 그분들을 포함해 지역주의의 상징으로 불렸던 3김 모두 정치권에서 사라졌는데 지역주의는 왜 여전히 없어지지 않을까요. 정치인들이 본인의 자리 보전에만 신경쓰다 보니 상극의 정치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거예요.”
―내년 총선에도 호남에서 출마할 계획입니까.
“여당 내의 호남출신 인재들은 대부분 수도권이나 비례대표를 노리는 것이 현실이죠. 하지만 호남발전특위 위원장으로서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하려 합니다. 석패율제 도입도 계속 추진할 거고요. 전북도지사 선거 당시 전주에서는 득표율이 23.5% 나왔어요. 전북도민들도 저 때문에 어느 정도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고 봅니다.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반드시 실패한다고 볼 이유는 없습니다.”
한식 먹은 사람이 정자수와 활동성에서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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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천 한식재단 이사장이 영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지난해 말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 오픈식에 참석했다. |
정 위원은 현재 한식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농업과 식품, 한식은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저희 어머니는 시집올 때 가져온 간장을 수십년 동안 저장하셨고, 집에는 늘 3년 된 소금 항아리가 있었어요. 중학교 때 제가 많이 아팠던 적이 있는데, 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오셨던 25년 된 간장을 먹고 나았다고 하더라고요. 한식은 건강한 음식입니다. 현대인에게 흔한 비만·당뇨·고혈압은 다 식습관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천일염을 기반으로 한 한식만 먹어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한식 세계화는 ‘발효식품을 통해 세계인을 건강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발효음식인 된장·간장·고추장·김치·젓갈을 한식 5대 음식으로 지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식 세계화를 진행하고 있다.
“전북대에서 남성 20명을 대상으로 식생활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1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한식과 양식을 먹게 했어요. 한 달 후 정자수와 활동성을 검사해 보니 한식 그룹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식생활만 고쳐도 현대인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는 거예요.”
―한식 세계화가 웬만큼 진행된 건가요. 어떻게 됐습니까.
“한류 바람을 타고 한식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드라마 <대장금>과 만화·영화 <식객>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봐요. 뉴욕의 한국 식당도 현지 언론이 관심을 많이 갖습니다. 이제 한국 음식들은 많이 유명해진 편이고, 장독문화와 발효문화 등 우리나라 식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단계가 됐다고 봅니다.”
―영부인도 홍보대사로 나서고 있으니 일종의 국책사업 아닙니까.
“사실 사람들이 영부인에 대한 관심이 많다 보니 (나는)역차별받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한식세계화 관련 예산이 국회에서 공격당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92%가 한식세계화 사업에 찬성한다고 합니다. 한식은 우리 문화 중에서도 세계에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는 고급 문화입니다. 세계 방방곡곡에 한국 식당이 촘촘히 들어서는 것은 꿈이 아니에요.”
최고위원 회의의 분위기 메이커
정 위원은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물론 가끔 엉뚱한 의견을 발표하기도 하고, 우스갯소리도 잘하는 편이다. ‘얼굴 두껍다’는 말도 들어 봤다고 한다.
“요즘 우울한 현안이 많잖아요. 최고위원 회의도 다소 심각한 편입니다. 하지만 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이 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긍정과 희망과 창조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어야죠. 3월 18일이 한식재단 설립 1주년인데, 한복을 입고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할 것입니다. 또 다들 엉뚱하다고, 튀고 싶어한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쇼’가 국민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다면 나쁠 게 없잖아요.”
그는 필자가 만나 본 인터뷰이 중 ‘거침없이’ 말하는 것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무슨 말을 하든지 거리낌이 없었다. ‘그만큼 욕먹어 봤는데 무엇이 더 두렵겠냐’는 식이었다. TV에서만 보아 온 시련 속의 장관이 아닌, 자신만만한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이의덕
(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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