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좌담] 한국인이 본 일본, 일본인이 본 한국 : 월간조선

지난 1월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찾았다. 인터뷰는 이곳에 위치한 한국마루베니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영하 10도의 매서운 날씨였지만, 롯데백화점 주변은 일본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20대(代)로 보이는 일본 여성들은 한류(韓流)스타의 얼굴이 걸린 광고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 한류스타는 매력적인 존재임이 분명해 보였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한국어가 유창한 오카마쓰 나오카쓰 고문이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간단히 소개를 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20여 년 동안 양국(兩國)을 오간 사람들인만큼, 그 세월의 변화에 대한 얘기로 시작했다.

장상인 대표는 일본을 600번 이상 오가면서 소위 ‘잃어버린 10년’을 실감했다고 한다.

“일본을 처음 들락거렸던 1980년대 중반은 ‘버블기’였습니다.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가 활달했고, 거래처인 건설회사나 상사가 돈을 많이 썼어요. 회식때 2, 3차까지 갔죠. 돈의 유통 자체가 많았다고나 할까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느낀 것은 1992년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의 씀씀이가 어느 순간 확 줄더군요. 은행, 기업들이 합병되고, 종신고용제도가 없어지고 구조조정이 시작됐습니다. 요즘 회식할 때 맥주 몇 잔 하고 헤어집니다. 가라오케는 상상할 수 없죠. 후쿠오카에 ‘나카쓰’라는 큰 환락가가 있습니다. 술집만 3500개가 모여 있습니다. 일본 경기가 좋을 때는 택시 잡기가 힘들었는데 요즘은 택시들이 몇 십 미터씩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입니다.

건설회사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가지마건설(鹿島建設·1930년에 설립된 일본의 대표 토목, 항만건설 회사다)’의 매출이 2조5000억엔 정도였는데 현재 1조엔대로 떨어졌습니다. 일본의 건설사는 지금 ‘숨넘어가기 직전’ 정도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한국에는 용산 등 개발지가 남아 있지만 일본은 인프라가 모두 끝났습니다. 재개발, 재건축 빼고는 없거든요. 그나마 일본 사람들이 버티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 씀씀이를 줄여서 저축을 하기 때문일 겁니다. 일본은 예금 이자가 제로(0)에 가까운데도 말입니다.”

증권 객장에 앉아 있는 한국 아줌마 보고 큰 충격

오카마쓰 고문이 이 대목에서 끼어들었다.

“일본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무리해서 은행에 저축을 합니다. 일본에서는 직접 주식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한국에 와서 놀란 일 중에 하나가 주식 시장이었어요. 요즘처럼 인터넷 주식이 활성화되기 전에 장(場) 열리기 전부터 아줌마들이 객장에 나가 앉아 있었잖아요. 뉴스에서 그 모습을 볼 때 참 신기했습니다. 이 부분은 여전히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축의 패턴이 다른 거죠. 객장에 있는 사람들이 남성보다 아줌마들이어서 더욱 놀란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과 일본 아줌마들은 차이가 크거든요.”

사회: 어떻게 다른가요.

장상인(이하 호칭 생략): 단편적으로 골프 얘기를 해 보죠. 일본에 골프장이 2000개 정도 있는데 운영이 안돼 망한 곳이 많습니다. 기업들이 예전에 열었던 골프대회가 없어졌고, 여자들이 골프를 치지 않는 것도 이유입니다. 한국에서 평일날 골프장에 가면 여성들이 많은데 일본 주부들은 골프를 안 쳐요.

오카마쓰: 요즘 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주부들은 안 하는 편이죠. 1990년대에는 골프가 ‘접대용’이라는 인식이 컸고, 라운딩 한 번에 40만원 정도여서 주부들에게는 부담스러웠습니다. 사회적으로 주부들이 골프 치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집사람도 골프는 하지 않습니다.

역동적인 한국 vs 침체된 일본

사회: 오카마쓰 고문은 한국의 변화를 어떻게 실감하십니까.

오카마쓰: 1987년에 처음 주재원으로 와서 가족들과 시내버스를 탔을 때입니다. 그때 용산 동부이촌동에 살았고, 아이들(2남1녀)은 강남 대치동에 있는 일본인 학교를 다녔습니다. 저희 가족은 일본어만 할 줄 아니까 당연히 버스에서 일본어로 대화를 했어요. 승객 중에 한 명이 ‘한국말로 얘기해!’라고 고함친 적이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그 말도 못 알아들으니까 제가 ‘일본어로 얘기하면 안된다’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대중교통을 타면 일본말을 거의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본인에 대한 차별을 많이 느꼈죠.

그런데 ‘88올림픽’을 치르고 나서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고 느꼈습니다. ‘아, 한국사람들이 이제 자신이 생겼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말하는 것이며 외국인에 대한 행동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국가적으로나 국민들의 자신감이 충만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일본인에 대한 배타적 분위기가 한결 없어졌지요. 일본이 그 시기 동안 침체된 분위기였다면 한국은 그렇지 않았지요.

사회: 어떻게 다릅니까.

오카마쓰: 1990년에 울산과 여수에 화학단지가 생기고, 삼성과 현대, LG 같은 대기업들이 생기면서 GDP가 올라가고 생활이 나아진 것을 실감합니다. 솔직히 IMF 때에는 충격이 컸어요. 택시를 타면 거리에 자동차가 없어서 길이 잘 뚫렸거든요. 늘 막히던 길인데 정말 경제상황이 안 좋은가 보다 싶어서 놀랐습니다. 나중에 차 막히는 것을 보면서 ‘경제가 회복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말할 것도 없지요. 생동감 있고 활력 있는 경제국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사람들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목표설정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일본사람과 다른 점이고, 제 입장에서는 부럽죠.

장상인: 예전에 나고야(名古屋) 사람들 몇 명이 서울을 방문해서 청계천을 보여줬습니다. 그들이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청계천의 모습이 변해도 너무 변한 것이지요. 도심 한가운데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감탄하던 모습이 아직도 잊어지지 않습니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변화는 놀랄 만한 수준이죠.

장상인 대표의 얘기에 따르면, 얼마 전 일본의 한 신문이 성년의 날을 맞아 흥미로운 조사를 해서 보도했다고 한다. 일본인이 생각하는 ‘일본’이라는 국가의 나이였다. 일본사람들은 ‘일본’의 평균연령을 52세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의 평균연령이 44세인데, 국가 나이가 이보다 여덟 살이나 더 많다고 느끼는 것이다. 다른 국가에서 비슷한 조사를 한 결과, 국가의 평균연령은 30대로 집계됐단다. 일본의 이 신문은 이 통계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상인 대표는 “오카마쓰 상이 말하는 대로 일본 국민들의 국가의 미래비전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15년 이상 계속되고,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었지만 정치적으로 변화가 없어서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카마쓰 고문은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망이 크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의 교통편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이어졌다.

일본 택시에 두고 내린 카메라 한 달 만에 돌려받아

사회: 오카마쓰 고문은 한국에서 주로 택시를 이용하나요.

오카마쓰: 요즘은 길이 많이 막혀서 지하철을 주로 탑니다. 여러모로 편리하고, 특히 KTX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택시에 합승이 많고, 밤에는 ‘따블’을 해야 탈 수 있어서 불편했는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죠.

장상인: 택시문화는 일본이 앞섰다고 봅니다. 일본에서는 택시를 예약해서 타니까 참 편합니다. 티켓에 출발지와 도착지, 비용을 정확히 적어 놓습니다. 택시 얘기를 하면 잊히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 하카타(博多)에서 택시를 탔다가 카메라를 차 안에 두고 내렸어요. 택시 번호, 회사 이름, 운전사 이름 뭐 하나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기억나는 건 하얀색 택시였다는 거 하나였어요. 바로 택시조합 사무실에 전화를 하고, 오쓰보 시게다카(大坪重隆) 씨와 하카타역 파출소에 신고를 했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오쓰보 씨가 찾을 것 같다고 연락을 해 왔습니다. 카메라를 돌려받았고, 일본인 택시기사에게 감사를 표시하려고 국제전화를 했습니다. 택시기사가 오히려 제 카메라 걱정을 했더군요. 제가 카메라를 놓고 내리자마자 조합에 무전으로 신고를 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찾아가지 않아 걱정했다는 겁니다. ‘손님이 내릴 때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하는 말에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일본사람들이 정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 또 한 번 놀랐어요.

일본인은 절대 보증 서지 않는다

사회: 일본인이 보기에 한국사람들은 어떤가요.

오카마쓰: 좋게 말하면 용기가 있고, 나쁘게 말하면 ‘무대뽀’적인 면이 있죠. 예전에 오사카(大阪)에서 근무할 때 오사카 사람이 한국인들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한국인들은 굉장히 낙관적이고 플러스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반면, 일본사람들은 마이너스 사고방식을 가진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일본사람들은 용기가 필요할 때에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굉장히 신중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이죠. 한국사람들처럼 ‘우선 해보자’거나, ‘저질러 놓고 보자’는 식의 의지와 행동력이 없습니다. 이런 것이 국민문화인지 국민성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본인들에게는 라틴민족의 색채가 거의 없죠.

장상인: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가지마건설’의 기획부장이었던 야마다 상이랑 친합니다. 지인의 딸이 일본에 유학을 갔는데, 집 월세를 계약하려면 일본인 보증이 있어야 한다더군요. 제가 야마다 부장에게 보증을 부탁했는데 정중히 거절을 하는 겁니다. 저랑 워낙 친한 사이여서 그 정도 부탁이야 뭐가 힘든 일이랴 싶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야마다 상이 ‘보증을 섰다가 불이 나거나, 일이 생기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해 주기 어렵겠다’며 장문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한국사람들에게는 그냥 사인 하나일 뿐인데, 일본사람들은 칼 같더라고요. 그때 ‘한국과 일본은 다르구나’를 느꼈습니다.

오카마쓰: 일본사람들은 아무리 가까워도 절대로 보증을 서지 않습니다.

장상인: 일본사람들이 칼 같다는 건 여러 번 느꼈습니다. 예전에 니혼바시(日本橋)에 있는 백화점 얘기를 듣고 정말 놀랐습니다. 백화점에서 송년 선물 발송 여부를 체크하던 중에 한 개가 발송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답니다. 1000엔짜리 과자 하나였고 가야 할 곳이 후쿠오카(福岡) 였답니다. 그날이 12월 31일이었기 때문에 당일날 도착하지 못하면 한 해를 넘기는 거죠. 판매 책임자가 상사에게 보고를 해서 곧장 항공편으로 선물을 배달했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은 정말 철저해요.

첫 대면 자리에서 ‘형님 아우’ 하는 한국인들 당황스러워

사회자: 일본사람 입장에서 보면, 한국사람들의 행동이 저돌적이거나 당황스럽다고, 또는 무례하다고 느낀 적이 많겠네요.

오카마쓰: 몇 번밖에 만난 적이 없고, 친하지 않은 사람인데 제가 일본에 다녀온다고 하면 ‘나중에 돈을 줄 테니 어떤 물건을 사다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사고방식에는 나중에 돈을 준다고 해도, 사다 주는 행위 자체를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돈을 달라고 말하기가 좀 애매하죠. 못해 주겠다고 하면 되는 일이지만, 그 말을 하기가 또 어려우니까 조금 힘들었죠. 또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이를 따져서 ‘형님, 아우’라고 하는 문화는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장상인: 일본사람들은 신중하고, 남의 사생활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지난번에 일본에서 지하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고 죽은 고(故) 이수현씨의 일이 일본에서 일대 화제가 됐었죠. 일본사람 입장에서는 이수현씨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겁니다. 메이지 시대 때 법을 보면 ‘남의 일에는 관여하지 말아라’라고 해 놨을 정도죠. 우리는 길거리에서 싸우는 사람이 있으면 상관없는 남이라도 일단 말리잖아요. 일본사람들은 ‘경찰이 할 일이지 내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지나갑니다.

오카마쓰: 특히 도쿄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남의 일에 관심이 없습니다. 옆집 사람이 죽어도 모릅니다. 오사카 사람들은 그런 측면에서 한국사람이랑 비슷합니다. 앞집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인을 도와주고 합니다. 도쿄 사람은 그런 사람이 전혀 없습니다. 오사카 사람들은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사람도 많지만, 도쿄 사람들은 전혀 그런 것이 없죠. 신호도 칼같이 지킵니다. 오사카 사람들은 전철 탈 때도 사람들 내리기도 전에 막 탑니다. 그런데 도쿄 사람들은 줄을 서서 내리고 나면 탑니다. 생활방식 같은 것이 도쿄와 오사카에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과 서울의 차이는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쿠오카 사람들이 한국인과 비슷해

소주잔을 부딪치는 장상인 대표(왼쪽)와 오카마쓰 고문.

사회: 장 대표가 일본을 자주 다녔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되는 점을 지적한다면요.

장상인: 일본에 가면 모든 게 매뉴얼화돼 있어요. 가령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서 마음이 바뀌어서 취소하려면 그게 잘 안돼요. 취소 절차가 무척 복잡하고 불편하거든요. 우리식으로 ‘몇 초 전에 주문한 건데 그냥 바꿔 주면 안되나’가 안됩니다. 한국에서는 약속 없이 남의 사무실을 불쑥 찾아가는 일이 종종 있잖아요. 어떨 때는 그게 반갑기도 하고요. 일본은 며칠 전, 한달 전부터 약속을 해서 만나고, 그마나 사무실이 아닌 따로 마련된 응접실에서 만납니다. 중국이나 한국은 비즈니스를 할 때 친화력을 앞세우지만, 일본은 절차에 따라서 해요.

제가 보기에는 후쿠오카 사람들이 한국사람들과 비슷합니다. 제가 아는 후쿠오카 사람들 중에는 약속 없이 갑자기 한국 왔다고 연락오기도 하고 그래요. 제가 ‘당신 일본사람 맞냐’고 우스갯소리도 하고 그럽니다. 또 일본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질서의식,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들이 몸에 밴 사람들이에요.

오카마쓰: 한국은 ‘우리’라는 사고방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한국 회사와 약속을 하고 시간에 맞춰 방문해도 갑자기 회사 내에 회의가 소집돼서 기다려야 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방문한 경우에는 다음에 다시 오면 되지만, 외국 등 먼 곳에서 왔을 때는 기다려야 하니까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반면에 한국인들이 너무 좋아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어요. 대중교통 탈 때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게 대표적이에요.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노모(老母)를 모시고 왔었습니다. 근데 어머니를 모시고 나갈 때 아무 걱정이 없었어요. 지하철이나 버스가 아무리 붐벼도 한국사람들이 어머니께 자리를 양보해 준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일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나요? 교육 시스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좋은 점 중 하나예요.

장상인: 그건 미덕입니다. 예전에 후쿠오카대학 학장이 서울에 와서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뿌듯했죠. 우리가 계속 계승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쿠오카 오징어회(일본)와 삼겹살(한국)이 최고

일본인 관광객들이 서울 소공동의 롯데백화점에 세워둔 한류스타 사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터뷰가 중단됐다. 일행은 서울시청 부근의 일본식 선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첫 잔은 ‘아사히 맥주’로 시작됐다.

오카마쓰 고문은 “한국 소주를 좋아하지만 아사히 생맥주를 한 잔 들이켜야 제 맛”이라고 했다. 그는 식당으로 이동하는 내내 삼겹살 집 대신에 선술집에 예약한 것을 아쉬워했다.

오카마쓰 고문의 얘기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삼겹살에 소주예요. 매운 것도 좋아하지만, 삼겹살에 생마늘 먹을 때가 가장 맛있습니다. 서울에서 지내면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습니다. 초밥도 좋지만, 삼계탕이나 낙지볶음, 삼겹살이 최고예요. 한국 음식은 경쟁력이 있는 음식이에요”

2주는 서울에, 2주는 도쿄에서 지내는 그는 일본에서도 삼겹살 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퇴근할 때 둘이서 소주 한 병만 먹고 가자고 시작하는데 한 병이 두 병이 되고, 병을 셀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삼겹살이 좋다”고 했다.

장상인 대표의 추천 음식은 ‘후쿠오카 갑오징어 회’였다.

“후쿠오카 회가 싸고 맛있습니다. 오징어 사시미는 후쿠오카에서 남쪽에 있는 ‘요부코(呼子)’라는 지역이 최고예요. 일종의 갑오징어인데 가운데 부분은 회로 떠 먹고, 몸체와 다리는 덴푸라나 소금구이로 먹습니다. 이 지역 오징어 만두도 맛이 기가 막히지요. 나고야의 장어덮밥도 명물이죠. 큰 통에 밥을 해서 주걱으로 밥을 4등분합니다. 한 등분은 본래 장어 그대로와 먹고, 하나는 와사비랑 장어를 비벼서 먹고, 하나는 오차즈케랑 같이 먹습니다. 남은 밥 한 덩어리는 먹어 본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자기 마음에 드는 식(式)으로 먹죠.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장어를 와사비, 파와 비벼 먹는 것을 선택하는데, 일본사람들이 ‘역시 한국사람들은 비빔밥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장 대표의 얘기에 오카마쓰 고문이 눈을 크게 떴다.

“장 대표의 얘기를 듣고 보니 후쿠오카 오징어회 먹으러 가고 싶네요. 저희 부부가 노년(老年)에 후쿠오카에서 살까 하고 생각을 하거든요. 물가가 도쿄의 70% 수준이니까요. 일본은 지방과 도시 격차가 별로 없어요. 거의 다 평균이기 때문에 굳이 도쿄에서 살 필요가 없어요. 한국이랑 많이 다르죠.”

사회: 오카마쓰 고문은 서울 이외에 어떤 지역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오카마쓰: 경주, 부산, 설악산, 목포 등 다 좋았습니다. 무주에서의 겨울 보드 여행도 좋았고, 부여에서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았죠. 지리산에 며칠 있으면서 강물처럼 보이는 구름을 감상해 보고 싶은데 아직 못해서 아쉬워요. 앞으로 계속 돌아다녀야지요. 서울과 지방은 정말 달라요.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에 ‘지방도시다’라고 느낄 정도예요. 저는 사투리를 못 쓰니까, 택시 기사들이 ‘손님은 서울에서 오셨어요?’ 이래요. ‘일본에서 왔다’고 하면 다들 놀라죠. 일본은 어느 지방이든 격차가 크지 않은데 한국은 그 차이가 확실하죠.

양국의 술문화

식탁에 안주가 나오고, 일행의 술은 소주로 바뀌었다. 오카마쓰 고문이 한두 잔을 하더니, 상대방에게 자신의 잔을 내밀었다. 그는 “거래처 분들과 잔을 돌려 먹다 보니 요즘은 제가 먼저 잔을 돌린다”고 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양국의 ‘술문화’로 넘어갔다.

장상인: 일본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여러 가지를 마시는데, 우선 맥주를 마셔요. 일본사람들 말로는 ‘맥주로 위를 포장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사케나 소주를 취향대로 마십니다. 일본사람들은 한 가지로 통일하라고 강요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남긴다고 화내면서 원샷을 강요하거나 하지 않고, 잔이 비면 채워 줍니다. 지역별로 음식에 따라 여러가지 술을 마십니다.

오카마쓰: 일본에서는 잔이 비면 바로 채워 줘서 얼마나 마셨는지 측정이 안되는 단점이 있어요.(웃음)

장상인: 언론사 간부들과 일본에 갔을 때예요. 다섯 명이서 술을 마시는데, 술집 주인이 서비스로 옛날 사무라이들의 방식대로 큰 잔에 술을 따라 왔습니다. 다섯 명이서 조금씩 나눠 마시라는 뜻이었는데, 모 편집장이 그것을 ‘원샷’해 버렸습니다. 술집 주인이 놀라고, 동석(同席)했던 일본사람이 도망갔습니다.

오카마쓰: 한국사람들이 1차에서 소주 먹고, 2차에 맥주 마시러 가는 문화가 참 희한했습니다. 2차를 가자기에 당연히 양주를 마시러 갈 줄 알았어요. 술이라는 것이 도수를 높여 가며 먹는 것인데, 그냥 맥주 마시러 가서 조금 놀랐어요. 참, 한국 여자분들 술 세요. 일본 여자보다 다섯 배는 강한 것 같아요. 한국 여자들은 기가 굉장히 센 것 같습니다. 한국 회사들과 거래를 하다 보면 여자 영업사원들이 술도 잘 먹고, 일도 잘하고, 뭐 못하는 게 없어요.

일본인과 과거사 문제 토론

사회: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등으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뉴스를 보면 어떤가요.

오카마쓰: 그런 뉴스를 보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주장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장상인: 축구를 할 때 보면 역사적 원한이 서려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2002년 월드컵 때 일본에 있었습니다. 후쿠오카에서 한일전을 보는데, 일본이 지니까 옆에 앉아 있던 일본 젊은이가 어찌나 씩씩거리는지 잊어지지 않습니다. ‘4년 뒤에 두고 보자’며 씩씩거리고 나가더라고요.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위안부 문제나 독도 문제에 대해 돌출발언을 하는데 좀 자제했으면 싶은 심정이 들어요. 일본에서 자극을 하니까 과격한 시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오카마쓰: 독도인지 다케시마인지 역사적으로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 외무부에서 나오는 자료를 보면 ‘다케시마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사과를 해야 할 문제인데 왜 정식으로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신중한 일본인의 특성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점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 장 대표는 일본인 친구들과 과거사 얘기를 합니까.

장상인: 종종 하고, 과거사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수긍을 합니다. 지난번에 식당에 갔는데, 일본인 주인이 제가 한국사람인 것을 모르고 ‘왜 한국사람들은 다케시마가 자기네 땅이라는 거야’라고 하더군요. 독도 문제는 ‘서로 자기 땅이다’라는 정도만 얘기하고 그치는 적이 많습니다. 서로 건드리지 않으려는 부분이 좀 있죠. 일본은 항상 국제재판소에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 기록을 낸다고 합니다. 우리가 기록을 잘하지 않으면 100년, 200년 후에 독도가 일본 땅이 돼 버릴 수 있어요. 독도 문제는 생각이 각각인 것 같고, 과거사와 관련해서는 대부분 잘못을 인정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情)이 많고 화끈하니까, 일본사람들이 속 시원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면 될 것 같은데 잘 안되고 있지요.

오카마쓰: 제가 생각해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굳이 한국에 갈 필요가 없었는데 왜 그랬는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아요.

장상인: 일본사람과 한국사람 모두 민간인들은 잘 지내는데 일본의 몇몇 정치인들이 자극하지 않나 싶어요. 한국사람들에게 여유가 생겼고, 한일 관계가 한 단계 점프할 정도가 충분히 돼 있다고 느껴집니다. 후쿠오카에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지역 언론인을 중심으로 기업인, 교수들이 주축인 하카다회는 친한(親韓) 클럽입니다. 회장인 후지이 시케도시(藤井戊利) 박사는 서울대 규장각을 뒤져서 일본의 고대어가 한국에서 전래됐다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입증했잖습니까. 하카다회 회칙을 보면 마치 한국인들의 모임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한국적입니다.

조센징 vs 쪽바리

일행의 대화는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됐다. 하지만 장상인 대표는 일본어가 유창한 데다, 간혹 어려운 한국어 단어가 튀어나올 때에는 일본어를 섞어서 얘기했다. 얘기 와중에, 문득 “한국사람들이 일본사람들보다 언어를 사용할 때 욕(비속어)을 많이 사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카마쓰 고문은 이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장상인 대표의 얘기다.

“일본에는 한국처럼 욕이 많지 않습니다. 오사카 말 등 사투리에 욕이 있긴 하지만요. 회사 친구들끼리 그런 말을 절대로 쓰지 않습니다. ‘스고(나가 죽어)’, ‘바카야로(바보녀석)’, ‘아호(바보)’ 등 비속어가 있긴 합니다. ‘바카야로’는 도쿄에서 종종 씁니다. 오사카에서 ‘아호’라고 하면 서로 큰 충격을 받지 않아요. 하지만 오사카에서 ‘바카야로’라고 하면 난리가 나기 때문에 절대 사용하면 안됩니다.”

사회: 비속어 문제도 있지만, 흔히 양국 사람들을 비하할 때 조센징, 쪽바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요.

장상인: 일본사람들이 게다(일본 나막신)를 신을 때 발이 두 개로 갈라져 있다고 해서 쪽바리라고 부른 겁니다. 요즘은 거의 그런 말을 쓰지 않지만, 제가 아는 일본사람들 중에 명함을 건네면서 농담으로 ‘저 쪽바리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카마쓰: 조센징의 어원인 ‘조선’이라는 단어는 거의 써 본 적이 없습니다. 오사카(大阪)에는 북한에서 온 사람이 종종 있어서 조선이라는 말을 쓰지만, 조센징이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지요. 요즘 한국사람들의 인기는 일본에서 대단합니다. 한류열풍이라는 표현이 딱 맞죠. 제 아내의 언니는 한국드라마를 한국어로 듣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한국어를 할 줄 아니까 저한테 한국어 표현을 물어봅니다.

〈겨울연가〉 보느라 가게 영업 안 해

‘한류열풍’을 일으키는 데 공을 세운 KBS드라마 〈겨울연가〉.

사회: 장 대표가 일본을 다니면서 언제쯤부터 한류열풍이 불기 시작했다고 느꼈습니까.

장상인: 시작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라는 영화에서 시작됐다고 봅니다. 일본에서는 〈바람(風)의 언덕(丘)〉이라는 이름으로 상영이 됐습니다. 영화가 일본에서 상영됐을 때 방송사 출신인 오쓰보 시게타카(大坪重隆)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인상적이었던 몇몇 장면까지 콕 집으면서 일본에서 한국 문화가 새롭게 인식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본격적인 것은 〈겨울연가〉지요. 후쿠오카 규슈(九州) 마에바루(前原)에 포구쪽에 세 자매가 하는 일식집이 있는데 즐겨 찾습니다. 하루는 밤 10시쯤에 맥주나 한 잔 하려고 갔더니 장사를 못한다는 겁니다. ‘NHK에서 〈겨울연가〉를 방영하기 때문에 그 드라마를 봐야 해서 힘들다’는 겁니다. 2004년 즈음에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달했다고 봅니다. 예전에 〈대장금〉을 방영할 때는 저를 만나다가도 다들 뿔뿔이 흩어져요. 친한 일본사람의 부인은 일요일에 외출을 아예 안 한답니다. 〈허준〉 드라마를 봐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일본 드라마는 구조가 단순한데 한국 드라마는 섬세하고, 끝날 때 반전이 있기 때문에 다음 편을 꼭 보게끔 만든다고 하소연들이었습니다.(웃음)

오카마쓰: 누가 뭐래도 배용준씨가 한류 열풍의 시발점이라고 봅니다. 저는 〈겨울연가〉를 방영할 때 한국에 있었는데, 한국 드라마는 등장인물이 많아서 복잡합니다.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요. 당시에 일본에는 로맨스 드라마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 여자들이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겨울연가〉 때는 드라마를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렸는데, 나중에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을 볼 때에는 100% 이해했습니다. 자꾸 보다 보니까 익숙해져서 그런지요.

장상인: 요즘은 걸그룹 ‘소녀시대’와 ‘카라’가 인기입니다. 일본사람들이 이런 걸그룹 스타일을 본 적이 없다 보니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일본 긴죠대학 교수가 학생들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해서 같이 노래방에 갔었는데, 학생들이 ‘소녀시대’, ‘카라’ 노래를 부르면서 춤까지 추더군요. 어설프지만 한국어로 유창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카라’.

일본은 무라카미의 소설, 한국은 드라마

한국에서 큰 인기를 모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IQ84〉.

사회: 일본의 드라마는 왜 한국에서 인기가 없을까요.

장상인: 한국 드라마는 카메라 테크닉이 좋고 반전이 있는데, 일본 드라마는 스토리가 단순하고 반전이 없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인기가 좋지만요. 또 대부분의 일본 드라마는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을 합니다. 드라마만을 위해 시나리오를 쓰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일본 남자들은 아내의 가사를 돕거나, 아이를 돌보는 일이 적습니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은 한없이 자상하거든요. 일본의 주부들이 가사를 돌보느라 밖에 거의 나가지 않으니까 드라마를 많이 보는데, 자상한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 푹 빠지는 겁니다. 일본에서는 백화점에 가 봐도 부부동반으로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사회: 반면 일본 소설은 인기가 좋지요.

장상인: 〈1Q84〉와 〈상실의 시대〉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 굉장히 인기가 많잖습니까. 요즘 일본을 가 보면 한류는 드라마로, 일류(日流)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 소설이 단문장이면서 감상적으로 다가옵니다. 한국사람들이 번역을 잘하기도 하고요. 반면 한국어는 형용사가 많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일본어로 옮기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고요.

오카마쓰: 제가 한국 소설을 읽어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많습니다. 같은 상황을 표현할 때도 한국 작가들은 형용사 같은 것을 많이 사용해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굉장히 어려워요. 한국 드라마는 연인들이 고백하고 헤어지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한데, 소설에도 이런 것들이 묻어나지 않나 싶습니다.

사회: 오카마쓰 고문은 한국 노래를 얼마나 압니까.

오카마쓰: 7080 노래는 조금 압니다. 얼마 전에 CD 파는 지하철 노점상에서 CD 5장에 만원이라기에 샀습니다. 해외 출장 다닐 때에는 기내에서 한국 노래를 챙겨 들어요. 노사연의 <만남>, 안재욱의 <친구>, 해바라기 노래를 좋아합니다.

장상인: 저는 정말 일본 노래를 사랑하는 편입니다. 한국사람들과 있을 때조차 노래방에서 일본 노래를 부를 정도니까요.

일본 술집여자, 손님과 대화 위해 신문 읽어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게임은 언제나 양국 국민들을 열광케 한다.

기자가 ‘인터뷰하러 오면서 한류스타 광고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일본 여성들이 많더라’고 얘기를 꺼내자, 자연스럽게 얘기는 양국 여성들로 넘어갔다. 오카마쓰 고문은 “일본사람들은 한국 여자들에 대해 예쁘지만, 성형수술을 해서 그렇다는 생각이 일반적인 편”이라고 했다.

오카마쓰 고문의 얘기다.

“1980년대 처음 왔을 때에는 대학생들의 화장이 너무 진해서 솔직히 술집여자 같다는 느낌이 든 적도 있어요. 한류 열풍이 불고, TV에서 예쁜 연예인들이 나오면서 한국 여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죠. 그런데 대부분은 ‘성형수술을 해서 예쁜거다’라고 생각들을 합니다. 그들에게 ‘내가 살아보니 수술 안 한 여자들이 훨씬 많다’고 얘기를 해줍니다.”

사회: 아까 잠시 언급했지만 한국 여자들이 일본 여자보다 기가 센 것 같다고 했지요.

장상인: 일본사람들은 아무래도 그런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수차례 다녔지만 일본 여자들은 술을 잘 마시지 않아요. 혹여 술집에 가도 스킨십보다는 대화가 많이 이뤄지는 편이에요. 우리의 ‘팁’ 문화도 약하고요.

오카마쓰: 일본에서는 술집 여자들이 손님들과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 낮에 신문을 읽는 일이 흔하다고도 합니다.

사회: 하지만 일본의 선정적인 애니메이션 탓인지 일본 여자들에 대한 여러 선입견들이 있잖습니까.

장상인: 제가 본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 여자들은 여전히 순종적인 문화예요. 일본 남자들이 가정에 소홀한 편이 있지만, 여자들은 거의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의 술집은 ‘2차’가 전혀 없는 점도 특이합니다.

오카마쓰: 일본 여자들이 성적(性的)으로 문란할 것이라는 일부의 생각은 전혀 잘못된 겁니다. 젊은 여성들이 옷을 섹시하게 입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전혀 생각과는 다릅니다.

장상인: 옷을 입는 것도 일종의 트렌드이고, 문화의 차이죠. 가령 일본의 결혼식 문화는 우리와 판이하게 다릅니다. 바로 옆 나라인데 어쩜 이렇게 다를까 싶을 정도입니다. 예전에 후쿠오카 ‘하야트 레지던셜호텔’의 이와타 고하치(岩田耕八) 씨의 아들 결혼식에 간 적이 있습니다. 호텔 내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식이 이뤄졌는데 결혼식 자체는 굉장히 엄숙하게 치러지더군요. 식이 끝나면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피로연이 펼쳐지는데 신혼부부의 인사말이 끝나자 이벤트가 펼쳐졌습니다.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 춤을 추고, 이 모습을 보던 신랑이 튀어나가 그들과 함께 춤을 췄습니다. 피로연이 3시간쯤 걸렸는데, 도중에 신부가 옷을 세 번이나 갈아입고 등장했습니다. 서양식의 잔치가 일본의 결혼 문화입니다. 이럴 때 보면 가깝고도 멀다는 표현이 맞는 듯도 싶네요.

이날의 인터뷰는 6시간 이상 계속됐다. 두 사람이 학자는 아니지만, 20년 가까이 실제로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때로는 의견이 일치했고, 때로는 달랐다. 인터뷰가 이뤄진 날은 때마침 오후 10시30분에 아시안컵 준결승전이 있는 날이었다. 온국민이 열광한다는 ‘한일전’이었다.

장상인 대표는 “스포츠상으로 한일전은 전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며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가장 흥미진진한 게임이 한일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오카마쓰 고문은 “일본과 맞붙지 않는 모든 경기는 한국을 응원하지만, 솔직히 한일전은 어쩔 수가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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