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삼화장품 개발한 강석창 소망화장품 대표이사 : 월간조선

“이제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얘기는 뜻밖이었다. 기자는 자수성가한 중견 기업인의 성공스토리를 듣기 위해 그를 찾은 터였다. 그런데 그간의 무용담을 자랑하기는커녕, 이제야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니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강석창(姜錫昌) 소망화장품 대표이사와의 인터뷰는 예상 밖의 얘기로 시작됐다. 소망화장품은 올해로 창립 19년째를 맞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강석창 대표는 ‘믿음, 소망, 사랑’의 기독교 가치에서 이름을 따 1992년, 회사를 설립했다. ‘꽃을 든 남자’, ‘다나한’, ‘십장생’ 등 남녀 화장품과 헤어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181억원, 순익 61억원. 외국 브랜드들이 즐비한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중견 화장품 회사다.

Rg2는 홍삼 5000뿌리에서 딱 1g 나와

그가 이제야 성공의 느낌이 든다는 이유는 얼마 전에 출시한 ‘다나한 알지투(RG II)’라는 화장품 덕분이다.

‘RG II’는 홍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화장품인데, 강 대표가 원광대 연구소팀과 12년 동안 연구를 한 끝에 내놓았다. 상품명으로 사용되고 있는 ‘Rg2’는 홍삼의 ‘사포닌’이라는 성분이다. 피부 노화를 막고, 주름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한다. 세계적인 권위의 SCI급 논문에도 이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Rg2’는 홍삼 5000뿌리에서 딱 1g만 추출할 수 있다.

“벌써 12년 전입니다. 식약청의 회사 감사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화장품 아이디어가 오갔습니다. 감사팀 사람에게서 ‘인삼, 홍삼 제조공장의 생산라인 아줌마들 피부가 유난히 좋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홍삼을 연구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부터 홍삼을 복용해 효과를 봤고, 홍삼이 좋다고들 하니까 화장품에 활용해 보자는 생각을 한 거죠. 마침 원광대 생명과학연구소의 박종군(朴鍾君) 교수팀이 홍삼 연구를 하고 있기에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막연하게 좋다는 것보다는 왜 좋은지,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연구할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했군요.

“사업이 그렇습니다. 작은 기회를 흘려보내면 안 됩니다. 처음에는 홍삼 엑기스를 피부에 발랐더니 효과가 좋은 겁니다. 사람의 피부는 떨어질 것은 떨어지고, 살아날 것은 살아나면 문제가 없습니다. 피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면 검버섯이 생기고, 피부암이 생깁니다.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홍삼 엑기스를 발라보니 순환이 원활해졌는데 어떤 성분 때문에 이런 것인지를 밝혀야 했습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홍삼 사포닌 성분 중 ‘Rg2’를 찾게 된 겁니다.”

―이 성분을 찾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린 겁니까.

“그게 간단치 않더라고요. 사람의 몸에는 4만여 개의 유전자가 있습니다. 4만여 개를 전부 분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Rg2’가 피부의 세포 중 항노화유전자(GADD45)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노화를 늦추는 유전자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Rg2’였습니다. 이것을 피부에 투입하면 피부 세포의 수명이 85% 연장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결국 원리 규명에 시간을 많이 쏟은 거네요.

“네. 저는 이 제품이 3세대 유전자 화장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1세대 화장품이 단순히 미용, 색조 등에 치중했다면 2세대 화장품은 미백, 주름 등 특정한 분야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습니다. 하지만 어떤 성분이 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말할 때, 그것이 어떤 유전자를 활성화시켜서 주름을 개선시키는지에 대한 원리를 규명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좋다고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왜 좋은지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화장품을 ‘유전자 화장품’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최근 과학이 발달하면서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적 성질을 극복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잖습니까. 피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존의 유전자가 썩 좋지 않더라도 이제는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화장품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고 확신합니다.”

연구 결과를 SCI급 논문에도 발표

강석창 대표이사의 말이 갈수록 빨라졌다. 마치 종교에 빠진 사람처럼, 자신이 탄생시킨 제품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하긴 한 분야에 푹 빠져 무려 12년을 연구했고, 또 그 결과물이 권위 있는 논문에 실렸으니 그럴 만했다. 최근 ‘Rg2’의 항노화 세포 활성화 연구물은 세계적인 권위의 SCI급 논문에 실렸다.

이렇게 원리 규명이 끝났다고 해서 제품이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홍삼의 ‘Rg2’ 성분을 규명했지만 상품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홍삼 색이 너무 진해서 화장품이 시꺼멓고 냄새가 진해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홍삼을 바르는 것이 누구에게나 다 좋은 것도 아니고요. 도대체 어느 정도의 양을, 어떤 식으로 넣어야 피부 부작용이 없는지를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수많은 소비자 조사와 케이스를 비교해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소망화장품이 내놓는 이 화장품은 생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친다. 좋은 품질의 홍삼을 준비해 3~5회의 추출과정을 거쳐 사포닌 추출물을 모은다. 이것은 다시 3~5회 분리해 30여 개의 사포닌으로 분리하고, 다시 분리기에 넣어 ‘Rg2’ 성분만을 뽑는다. 이렇게 모인 ‘Rg2’를 진공상태에서 가열한 후 농축하고, 화장품에 넣게 된다. 하나의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참 복잡했다.

제품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12년. 중간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강석창 대표이사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는 “원래부터 장기 과제였다”고 했다.

“사업가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홍삼을 개발할 때부터 장기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된다는 확신이 있었는데,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응이 걱정됐습니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를 거치고, 권위 있는 기관에서 인정까지 받게 된다면, 제품이 정직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망화장품의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애로사항이 있지 않았나요.

“브랜드는 신뢰도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산(産) 화장품이 인기를 끄는 것도 제품 자체보다는 그 브랜드를 인정해 주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것을 떠나 제품만큼은 자신이 있습니다. 긴 시간, 수많은 케이스를 확인한 만큼 남들이 쉽게 쫓아오지 못하는 콘셉트입니다.”

꽃을 든 남자로 인지도 높여

강석창 대표이사는 업계에서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꼽힌다. 미용 재료상을 하던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사업을 접으려는 그를 설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사실 그에게 사업가의 길은 운명이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 그를 사업가로 탄생시켰다.

강 대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오래된 과자를 먹고 식중독을 앓게 됐다. 치료를 제때 하지 못해 만성화됐고, 치료약을 장기 복용하다 보니 ‘만성 담마진’이라는 병을 얻었다. 만성적인 두드러기다. 치료약에 들어 있는 항히스타민 성분의 부작용으로 위장장애, 시력감퇴를 겪었고, 신체가 허약해서 한 시간을 제대로 앉아 있지 못했다. 결국 그는 덕수상고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부친은 경기도 군포 당정의 열 평 남짓한 공장을 빌려서 헤어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일을 했다.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군에 입대했고, 만성 담마진 때문에 11개월 만에 조기 전역을 했다. 군에서 나와 보니 그의 부친은 사업을 접으려던 터였고, 그가 임차했던 공장은 ‘과일나라’로 유명한 현대화장품이 임차해 사용하고 있었다. 강 대표는 이곳에서 근무를 하다가 독립했다. 이때 세운 것이 지금의 소망화장품이다.

“처음부터 화장품 업계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인지도가 낮아서 우리의 강점이었던 헤어제품으로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야 했는데, 때마침 MBC에서 만든 <꽃을 든 남자>라는 영화를 알게 됐습니다. 영화가 흥행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카피라는 생각이 들어서 샀습니다.”

그의 마케팅 예상은 적중했다. 탤런트 김혜수, 축구선수 안정환을 앞세운 ‘꽃을 든 남자’는 업계에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강 대표는 “남들이 움츠릴 때 오히려 과감하게 광고를 했다”며 “IMF 때에도 광고 비용을 줄이지 않았고, 인지도가 낮은 회사를 홍보하는 대신에 제품의 카피 광고를 통해 회사의 이미지를 쌓아갔다”고 했다.

이후에도 소망화장품은 ‘꽃을 든 남자’, ‘다나한’, ‘남자의 주름은 나이와 바람기의 상징일 뿐’, ‘주름은 물려받지 마세요’ 등 다양한 제품 및 광고 카피를 내놓았다.

소망화장품은 2000년 들어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얻게 됐다. 2000년대 초반, 국내의 화장품 업계는 저가 화장품이 판을 쳤다. 강석창 대표이사는 여기에 착안해 ‘뷰티크레딧’이라는 브랜드숍을 열었다. 소망화장품이 생산하는 다양한 중가 화장품을 한 곳에 모아 판매를 하기 위해서였다. ‘뷰티크레딧’은 현재 국내 400여 개, 해외 10여 개국에 8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강 대표는 지난 2007년에는 한국도자기의 관계회사였던 ‘로제 화장품’을 인수해 한방 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다.

주식 투자의 귀재

그런데 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특이한 점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영업 수익으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영업 외 수익으로 버는 돈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회사의 영업이익은 40억원, 영업 외 이익은 231억원이었다. 영업 외 이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단기매매 증권처분이익이다.

강석창 대표이사는 회사의 여유자금을 직접 투자하는 ‘큰손’이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정상적인 직장인이 되기 힘들었습니다. 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 재미삼아 객장에 나갔습니다. 하염없이 앉아 있다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경제신문을 스크랩하면서 회사를 분석하는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한동안 주식에 투자를 꽤 했죠.”

이렇게 주식투자와 인연을 맺은 그는 주식에 투자해서 꽤 재미를 봤다고 했다. 하지만 한동안 주식을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된통 당한 탓이었다.

“좋은 회사인 줄 알고 투자를 했는데 부도가 났습니다. 알고 보니 회사가 분식 회계를 했더군요. 회사의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로는 주식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가 다시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IMF 때였다. 외국인들이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재무제표를 조작하면 회계사가 처벌받게끔 된 것이다. 그는 “이제는 믿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주식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의 주식 투자 방식은 간단하다. ‘우량한 회사에 투자하고 한동안 잊고 지내는 것’이다.

“주식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10분도 갖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냥 무던히 갖고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한 종목에 투자해서 10년 정도를 지켜봤는데, 요즘은 그 기간이 2~5년으로 줄었습니다. 주식을 오늘 샀다가 내일 파는 것은 도박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말 잘못된 투자방법입니다. 가치주에 투자하고, 장기 투자하는 것이 단순한 제 원칙입니다.”

재무제표상에 나타난 특이한 점 두 번째는 기부금 내역이 유난히 크다는 것이다. 소망화장품은 순이익의 30%를 무조건 사회에 환원한다. 나쁜 건강 탓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된 강 대표는 회사를 세웠을 때부터 불쌍한 사람들을 돕자는 원칙을 세웠다. 처음에는 매출의 1%를 기부하다가, 최근에 순이익의 30%로 원칙을 바꿨다. 소망화장품은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와 실로암안과병원, 월드비전 등에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다.

“제가 기업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을 돕고 살고 싶어서입니다. 일부에서는 순이익의 30%를 떼주는 것이 아깝지 않으냐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 이름이 ‘소망’ 아닙니까. 우리의 작은 소망이 사회에 전달되고, 많은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강석창 대표이사는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한다며 자리를 떴다. ‘사장님’ 차는 소박하게도 중형차에도 못 미치는 ‘라비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