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동양철학 붐이 일고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분위기와 아시아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는 자의식이 고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5년째 대중을 향해 고전강의를 하는 동양철학자 박재희 원장, 웬만한 기업의 CEO는 거의 그의 제자이다.
⊙ 1995년 마포평생학습관에서 <명심보감> 강의 시작, KBS 1라디오 <3분 고전>, EBS <손자병법과
21세기> 등 출연
⊙ 능률협회와 상우재 최고경영자 과정 개설, 송자(전 연세대 총장) 송병락(서울대 명예교수)
허태수(GS홈쇼핑 사장) 이종구(금융위 상임위원) 김성회(국회의원) 등 수강
⊙ 수업연한 30년의 상암서원 개설, “전국 지자체에 228개 서원 세우겠다”
朴在熙
⊙ 1964년생.
⊙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同대학원 졸업(동양철학·철학박사), 국역연수원(현 고전번역원) 수료,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수학.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역임. 現 POSCO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KBS 제1라디오 <시사고전> 진행.
⊙ 저서: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3분 古典> 외 다수.
⊙ 1995년 마포평생학습관에서 <명심보감> 강의 시작, KBS 1라디오 <3분 고전>, EBS <손자병법과
21세기> 등 출연
⊙ 능률협회와 상우재 최고경영자 과정 개설, 송자(전 연세대 총장) 송병락(서울대 명예교수)
허태수(GS홈쇼핑 사장) 이종구(금융위 상임위원) 김성회(국회의원) 등 수강
⊙ 수업연한 30년의 상암서원 개설, “전국 지자체에 228개 서원 세우겠다”
朴在熙
⊙ 1964년생.
⊙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同대학원 졸업(동양철학·철학박사), 국역연수원(현 고전번역원) 수료,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수학.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역임. 現 POSCO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KBS 제1라디오 <시사고전> 진행.
⊙ 저서: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3분 古典> 외 다수.
기업에 때아닌 인문학(人文學) 열풍이 불고 있다. 통상적으로 리더십과 고객만족, 마케팅 교육을 해 온 기업들이 동양철학에 심취했다는 소식이다. 업무와 별 관련 없어 보이는 고전 강의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기업체 초청 1순위인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 박재희(朴在熙·46) 원장을 만나 기업에 불어닥친 동양철학 붐에 대해 들어 보았다.
박재희 원장은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에서 수학(修學)한 동양철학자이다. 15년 전부터 동양철학 대중강의를 해 온 박재희 원장은 5~6년 전부터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요즘 트렌드는 인문학에 대한 높은 관심입니다. 옛날에 별 관심 없었던 고전(古典)에 관심이 많아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이 시대의 화두(話頭)로 떠올랐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30만부 이상 팔린 것도 이런 풍조에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박 원장은 미국의 월가(街)가 쓰러지는 등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시각이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총장들이 ‘우리가 잘못 가르쳤다. 지식은 가르쳤지만 인간의 기본은 가르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고 합니다. 기업이 이윤창출을 목표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 단기간에 이익을 남겼지만 지속성이 없었던 겁니다. 비(非)정상적인 천민(賤民)자본주의로 이익을 남기면서 기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문제가 생기면서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는 것이 박 원장의 의견이다.
CEO에게 손자병법, 검사에게 韓非子 강의
“동양이 세계사의 비주류라는 콤플렉스가 극복된 것도 한 가지 연유가 되었을 겁니다. 조선(造船)·반도체·휴대폰 등 세계 1위 제품이 많아지고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우승 같은 탁월한 성과를 통해 아시아가 더 이상 현대 산업사회의 변방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이 아시아적 가치를 대변하는 고전(古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11월 2일 오후 2시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을 찾았을 때 그는 오전에 2개의 강의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120명의 벤처CEO들에게 벤처인의 자세를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비유해 풀었어요. 주최 측에서 다른 강의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다들 인문학 강의를 원했다더군요. ‘나 혼자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병사를 살려 고향으로 돌려보내 조국을 살려야 한다는 정신으로 사업하라. 먹튀(먹고 튀다)하지 말라. 그건 벤처정신이 아니다’ 그런 요지의 얘기를 했습니다. 사실 구태의연한 얘기인데 동감하더군요. 이 시대가 고전에 목말라 있습니다.”
안산지역의 검사들과 기업인들에게는 ‘<논어>(論語)와 대인(對人)관계’에 관한 강의를 했다고 한다.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을 예로 들며 ‘피의자도 인간으로 대하라. 원래 착한 사람인데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죄를 저질렀다’, 한비자(韓非子)의 법철학을 얘기하면서 ‘법만으로도 안되는 게 있다. 덕(德)이라는 가치를 갖고 보라’고 얘기했습니다. 어릴 때 밥상머리에서 들었던 얘기를 전문가가 재(再)해석해서 맞춤형 강의를 하니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박재희 원장은 고전을 현실에 맞게 재해석해서 전달하는 일에 프라이드를 가진다고 말했다. 공자 노자(老子) 손자 장자(莊子) 한비자 맹자 등 성인들의 철학을 대중에게 강의한다. 전국을 무대로 달리는 가운데 특별히 POSCO와 다국적기업 SGS코리아에서 3년째 강의를 하고 있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동양고전을 줄줄 외울 정도로 해박합니다. 창의성이 꽃피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수적이라는 게 정 회장의 지론입니다. 2주에 한 번씩 만나 고전과 기업문화에 대해 얘기하다가 포스코 내에 전략(戰略)대학을 세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정식으로 인문학을 가르치는 대학입니다. 엔지니어는 문과계통을, 문과는 기술계통을 섭렵하는 통섭형(統攝型)인물로 키우자는 것이 포스코의 전략입니다.”
박 원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올 7월에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碩座)교수로 부임했다.
동양고전을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부지런히 다녔지만 강의요청을 3분의 1 정도밖에 소화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능률협회와 제휴하여 2009년 3월부터 ‘상우재’(尙友齋)라는 최고경영자과정을 개설했다. <대학>(大學)과 최고경영, <중용>(中庸)과 인생경영, <맹자>와 행복경영, <논어>와 의사결정, <도덕경>(道德經)과 섬김경영, <손자병법>과 성과경영, <명심보감>(明心寶鑑)과 가정경영 등 동양고전을 6개월 동안 읽고 재해석한다.
“상암서원의 수업연한은 30년”
첫 기수부터 정원보다 많은 사람이 지원했다. 동양오리온그룹 이화경 대표이사, GS홈쇼핑 허태수 대표이사, 한국바스프 조진욱 회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정찬형 대표이사, 현대오일뱅크 신방호 부사장 등 경영자들과 금융위원회 이종구 상임위원, 김성회 한나라당 국회의원, 서울대학교 송병락 명예교수, 송자 전 연세대학교 총장, 과학기술인공제회 조청원 이사장 등이 상우재에서 공부했다. 현재 4기 강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출석률이 99%이고 중도 탈락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학비도 다른 최고위과정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소개했다.
―최고경영자들에게 어떤 말을 가장 강조합니까.
“단기간의 성과에 연연하지 말라. 길게 보라. 그게 진짜 위대한 CEO고 오너다. 손해나도 언젠가 남들이 알아줄 거다, 그런 말을 주로 합니다. 도요타가 처음에 리콜을 했으면 해결이 됐을 텐데 끝까지 속이려다 문제가 되었잖아요. 진실은 오래간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CEO들이 고전 강의를 많이 들으면서 기업윤리가 많이 나아졌습니까.
“치유가 금방 되는 게 아니니까 앞으로 더 해야지요. 한국인은 양심이 있는 민족입니다. 자신에 대해 회의(懷疑)하는 선비정신이 남아 있어요. 학습에 대한 어마어마한 동기가 있습니다. 교수가 존경받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에 대한 평가가 좋아요. CEO 조찬이 활성화된 데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박 원장은 상우재 과정을 마친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더 공부하고 싶다고 요청함에 따라 서울 상암동에 오피스텔을 마련, 작년에 상암서원(上岩書院)을 개설했다. 상우재 졸업생이 늘어나면서 장소가 좁아져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강의실을 빌려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
―상암서원의 수업연한은 어떻게 됩니까.
“30년을 약속하고 시작한 겁니다. 끝도 없는 힘든 길이죠. 6개월 과정을 마치고 고전이 좋아 더 하겠다고 온 만큼 그 정도 각오는 해야죠. 한 과목 끝나고 그만두는 분들도 있지만 계속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상암서원은 매주 월요일 새벽 5시부터 8시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현재 논어와 도덕경을 끝냈는데 무슨 과목이든 1장부터 끝까지 다 읽는다.
매월 넷째 토요일 무료강의 열어
상우재나 상암서원은 비공개 수업이지만 누구나 가서 들을 수 있는 강의도 있다. 매월 넷째 토요일 아침 9시에 건국대학교 산학협동관 1층 대강당에서 무료 고전강의를 한다. 2007년에 강원도 홍천의 장락산 밑에 작은 터를 잡아 시작할 때 20여 명이 왔는데 점차 인원이 많아져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요즘 200여 분씩 참석하세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강의하는데 1시간은 <명심보감>, 2시간은 <주역>(周易) 강의를 합니다. 강의 앞뒤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와서 공연도 하고 봄 가을로 야외수업도 하고 아주 재미있습니다. 수강생들이 부산과 대구에서도 와요. 신청할 필요 없이 그냥 오시면 됩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bakjaehee) ‘동양고전오디세이’에 가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박재희 원장은 1995년에 마포평생학습관에서 <명심보감>을 가르치면서 대중과 만나기 시작했다. 당시 동네 유선방송업자가 밥 한 끼 사주면서 촬영한 것을 계속 방송하는 바람에 그는 마포지역 유명인사가 되었다. 2000년에 경기케이블TV에서 <논어> 50편을 찍었는데 그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방송했다. 두 군데 출연으로 수입은 없었지만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세리CEO(www.sericeo.org)에서 ‘신(新)손자병법’을 오래 강의하고 신문연재와 라디오 출연을 많이 한 것도 그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도 매일 KBS 1라디오에서 아침 7시56분부터 ‘3분 고전’을 강의한다. 최근 방송내용을 모아 <3분 고전(古典)>이라는 책을 펴냈다.
2002년에 EBS 기획시리즈 ‘손자병법과 21세기 44편’을 방영한 이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공중파(空中波) TV의 효과는 금방 나타나 2003년부터 기업체와 관공서에서 그를 초청하기 시작했다. 기업체에서 연락이 왔을 때 “경제를 모른다”고 거절하자 “알아서 듣겠다. 아는 내용을 얘기해 달라”고 했다. 청와대 행정관, 총리실 직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행정담당자들을 많이 만났으나 국회에서는 자신을 한 번도 초청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죽어야 할 공자, 살려야 할 공자
―정치인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셨습니까.
“‘기본으로 돌아가서 왜 이 자리에 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하라. 그래야 한때 성공한 자로 끝나지 않고 오래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지자체장 부인들에게는 ‘남편이 이 자리에 있다고 어깨에 힘주지 말라. 남편이 고생길로 들어섰는데 국민을 어떻게 보호하고 나라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동양철학이라고 하면 유교(儒敎)를 떠올리고, ‘유교적 습관’은 나쁜 습관이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유교는 공자주의(孔子主義)입니다. 아시아적 가치의 한 축(軸)이죠. 초기 공자 때는 그 시대 새로운 혁명사상이었어요. 역사 속에 수많은 지층(地層)이 있어요. 때로 이데올로기로 변해 양반들의 전유물일 때도 있었죠. 지층들이 다양하니 죽어야 할 공자, 살려야 할 공자가 생긴 거죠. 역사의 유물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한 사상을 하나의 측면으로 바라보면 안 됩니다. 지나간 걸 기반삼아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 법고창신(法古創新)이 인문학자들의 역할입니다.”
―유교에서 살려야 할 것과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유교를 양반문화의 못된 잔여물(殘餘物)이라고만 말하면 우리 민족 전체를 부정하는 일이 됩니다. 유교에서 살려야 할 건 사람이 중요하다는 인본주의 마음과 어질고 의롭고 예의바르고 지혜로움의 인의예지(仁義禮智)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고민하고, 신의를 지키고, 측은한 마음과 어진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유교의 폐해로 잘못 알려진 것들로는 남성중심, 성적불평등, 형식주의, 본질경시, 족벌(族閥)주의, 폐쇄주의 같은 건데 다 없어져야지요.”
―유교를 종교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1985년 인구센서스에서 유교를 종교라고 답한 사람이 20만명이었어요. 지금은 유교가 종교항목에서 제외되었는데, 유교는 종교가 아닌 사유(思惟)방식입니다. 내세(來世)도 전생(前生)도 말하지 않습니다.”
“공부하자, 공부하자, 공부하자”
―동양철학에서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논어>에 ‘죽음이란 뭡니까’라는 질문이 딱 한 번 나옵니다. 공자가 ‘사는 것도 모르는데 내가 죽음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단칼에 쳐버립니다. 죽은 사람의 관점이 아닌 산 사람의 관점에서 죽음을 보는 거죠. 죽음이란 인식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식 가능한 상태에서는 죽음을 ‘기억날 때까지’로 정의합니다. 기억이 없어지면 누가 그 사람을 추모합니까.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겁니다. 제사도 기억나는 사람만 지내는 겁니다.”
―죄(罪) 문제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죄는 지을 수 있지만 고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개과천선(改過遷善), 과오를 고치고 선한 데로 옮겨가는 지향점이 인간이 살아가는 길입니다. <논어>에 ‘잘못을 하는 게 잘못이 아니라 또다시 잘못을 하는 게 잘못’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대가를 치르든 상대방에게 보답을 하든 죄의 값을 치러야겠지만 원죄(原罪)의식은 없습니다.”
박 원장은 장락서원과 상암서원에서 외치는 네 가지 구호를 소개했다.
‘내세가 아닌 현세(現世)에서, 종교가 아닌 철학으로, 자본이 아닌 마음으로, 타율(他律)이 아닌 자율(自律)로’를 외친 다음 ‘공부하자, 공부하자, 공부하자’ 세 번 부르짖습니다.”
서양도 아시아적 가치에 관심
―동양철학을 아시아적 가치라고 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중국적 가치 아닌가요.
“고전의 원류는 중국이지만 문화혁명 때 중국이 자기들 본원적 가치를 잃고 마르크스주의로 전환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중국 고전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요즘 다시 고전을 살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경제를 논하면서 ‘자꾸 걸으면 길이 난다’는 맹자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클린턴 국무장관과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고전을 인용해 의사를 전달했죠. 서양에서도 아시아적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시아적 가치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겁니까.
“서양 가치와 겹치는 부분도 있겠지만 반대되는 개념이죠. 이윤창출을 위해 삭막한 인간관계가 맺어지는 게 서양적 가치라면, 아시아적 가치는 가족주의 문화입니다. 기업이 힘들 때는 월급을 쪼개서 끝까지 같이 가자는 게 아시아적 가치입니다. 끈끈한 가족애, 선후배 유대감, 고객에 대한 신뢰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40대 후반이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실정입니다.
“기업에 가서 ‘인간이 가장 중요한 조직의 꽃이고 장사는 이익이 아닌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고 강의합니다. ‘동료가 다리 아픈데 놔두고 가면 되나, 상생(相生)을 꿈꾸라’고 하자 CEO들이 ‘기업해 보라. 성과가 안 나오는데 어떻게 끌고 가나’라고 하더군요. ‘단기간의 성과를 바라지 말고 오래가려면 끝까지 같이 가라. 자본이든 기술이든 남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기업에서 한 번 듣고 또 와 달라고 하는 거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봅니다. 기업문화가 달라지고 있어요. 기업광고에 제주 거상(巨商) 김만덕, 경주 최부잣집이 등장하고 ‘같이 갑시다’ ‘기본으로 돌아갑시다’ 같은 문구를 쓰잖아요.”
―고전공부를 하면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가 오나요.
“화를 다스리면서 얼굴이 선하게 변합니다. 공부를 오래 하다 보면 차근차근 변해 다들 얼굴이 비슷해져요. 저는 공부할 때 나이, 배경, 지위, 그런 것 묻지 않아요. 내가 누군데, 내 나이가 몇인데 하면서 어깨에 힘주는 사람은 근접 못합니다. 겸손하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만 남습니다.”
“전국에 228개의 서원을 세우겠다”
―동양철학 대중강의를 하는 분은 박 원장 외에 거의 없는데 어떤 대책을 세웠나요.
“지금 상암서원에서 공부하는 분들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성취감을 맛본 분입니다. 이분들이 60세쯤 은퇴하면 기업체에 가서 동양철학 강의를 하게 될 겁니다. 초기 인원을 30명 정도로 봅니다. 신념이 같아지고 어떤 계산도 없이 하나가 되었을 때 시작하게 되겠죠.”
장락서원, 상암서원에 이어 곧 세곡동에 세곡서원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지자체장들에게 강의할 때 지방마다 하나씩 228개의 서원을 세울 거라고 공표했습니다. 15년 전에 전국에 서원을 만들 거라고 하면 다들 ‘꿈같은 얘기다. 동양철학 갖고 되겠냐’고 했는데 지금 거의 다 왔어요. 프로그램과 사람 준비는 다 되어 있어요. 7년 가뭄에 비가 온다고, 때가 오고 있습니다.”
그의 꿈은 ‘우리나라 사람을 철학하는 국민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관(觀)이 있다는 뜻입니다. 율곡(栗谷) 선생이 사회와 가정이 잘되려면 ‘아이울음소리, 베틀소리, 글 읽는 소리’가 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잭 웰치나 피터 드러커가 관심을 끌 때가 있었고 스티븐 코비의 7가지 습관을 실천해 보고 싶을 때가 있었지만 몸에 안 맞는다는 걸 느꼈을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유전인자 속에 동양적 콘텐츠와 가치를 받아들이는 인문학적 DNA가 있습니다. 배우기 좋아하고,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고, 오래된 것에 애착을 가지지요.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잘 듣습니다. 한국 애들이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쉽게 받아들이는 접속 코드가 있어요.“
―체벌(體罰)이 금지된 후 교육하기 힘들다는 교사들이 있습니다.
“체벌하지 않는 것이 아시아적 가치고 유교정신입니다. 아이들을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 대해 줘야 합니다. 전통사회를 잘못 이해한 분들이 아이를 때렸지, 제대로 된 집안에서는 아이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스스로 깨닫도록 따끔하게 충고했습니다.”
“사람의 향기를 갖고 살아야”
―요즘 성취보다 행복에 관심이 많은데 행복이란 어떤 걸까요.
“작지만 의미있는 것, 성공이나 합격이 아니라 일반적이지만 의미있는 것이 행복입니다. 1000원 갖고 김밥천국에 가면 그게 행복이죠. 남들 5000원짜리 먹는데 나는 왜 천원짜리냐, 남들은 골프 치는데 나는 왜 그런 형편이 안되나, 그런 상실감은 철학이 없어서 생기는 겁니다. 철학이 없는 시대가 되어 상처 나고 슬프고 자살하고 미워하는 겁니다. 일상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철학입니다.”
―우리 사회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우리 사회처럼 바닥에서 우뚝 선 데가 없어요. 선한 민족이고 기회만 되면 가뭄에 비 맞듯이 바꿀 수 있는 자질을 가진 민족입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혜를 갖고 답을 찾아냅니다. 기본적인 철학이 굉장히 높아요. 우리 국민은 프라이드가 강하고 자신을 바꿔야 한다는 정신적 갈망이 있어요. 항상 자신에 대해 회의합니다. 자신을 위대하고 하늘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성 때문에 앞으로 잘될 거라고 봅니다.”
―<월간조선>(月刊朝鮮) 독자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면.
“사람의 향기를 갖고 살면 좋겠습니다. 짐승은 향기가 아니라 냄새라고 하죠. 냄새가 아닌 향기로 주변을 배려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분명한 규정을 갖고 사시기 바랍니다.”⊙
박재희 원장은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에서 수학(修學)한 동양철학자이다. 15년 전부터 동양철학 대중강의를 해 온 박재희 원장은 5~6년 전부터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요즘 트렌드는 인문학에 대한 높은 관심입니다. 옛날에 별 관심 없었던 고전(古典)에 관심이 많아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이 시대의 화두(話頭)로 떠올랐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30만부 이상 팔린 것도 이런 풍조에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박 원장은 미국의 월가(街)가 쓰러지는 등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시각이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총장들이 ‘우리가 잘못 가르쳤다. 지식은 가르쳤지만 인간의 기본은 가르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고 합니다. 기업이 이윤창출을 목표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 단기간에 이익을 남겼지만 지속성이 없었던 겁니다. 비(非)정상적인 천민(賤民)자본주의로 이익을 남기면서 기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문제가 생기면서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는 것이 박 원장의 의견이다.
CEO에게 손자병법, 검사에게 韓非子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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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우재 1기생들이 소수서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
11월 2일 오후 2시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을 찾았을 때 그는 오전에 2개의 강의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120명의 벤처CEO들에게 벤처인의 자세를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비유해 풀었어요. 주최 측에서 다른 강의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다들 인문학 강의를 원했다더군요. ‘나 혼자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병사를 살려 고향으로 돌려보내 조국을 살려야 한다는 정신으로 사업하라. 먹튀(먹고 튀다)하지 말라. 그건 벤처정신이 아니다’ 그런 요지의 얘기를 했습니다. 사실 구태의연한 얘기인데 동감하더군요. 이 시대가 고전에 목말라 있습니다.”
안산지역의 검사들과 기업인들에게는 ‘<논어>(論語)와 대인(對人)관계’에 관한 강의를 했다고 한다.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을 예로 들며 ‘피의자도 인간으로 대하라. 원래 착한 사람인데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죄를 저질렀다’, 한비자(韓非子)의 법철학을 얘기하면서 ‘법만으로도 안되는 게 있다. 덕(德)이라는 가치를 갖고 보라’고 얘기했습니다. 어릴 때 밥상머리에서 들었던 얘기를 전문가가 재(再)해석해서 맞춤형 강의를 하니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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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서원에서 상우재 학생들과 함께한 박재희 교수(맨오른쪽). |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동양고전을 줄줄 외울 정도로 해박합니다. 창의성이 꽃피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수적이라는 게 정 회장의 지론입니다. 2주에 한 번씩 만나 고전과 기업문화에 대해 얘기하다가 포스코 내에 전략(戰略)대학을 세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정식으로 인문학을 가르치는 대학입니다. 엔지니어는 문과계통을, 문과는 기술계통을 섭렵하는 통섭형(統攝型)인물로 키우자는 것이 포스코의 전략입니다.”
박 원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올 7월에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碩座)교수로 부임했다.
동양고전을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부지런히 다녔지만 강의요청을 3분의 1 정도밖에 소화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능률협회와 제휴하여 2009년 3월부터 ‘상우재’(尙友齋)라는 최고경영자과정을 개설했다. <대학>(大學)과 최고경영, <중용>(中庸)과 인생경영, <맹자>와 행복경영, <논어>와 의사결정, <도덕경>(道德經)과 섬김경영, <손자병법>과 성과경영, <명심보감>(明心寶鑑)과 가정경영 등 동양고전을 6개월 동안 읽고 재해석한다.
“상암서원의 수업연한은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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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희 교수가 사법연수원에서 전국 판사들을 대상으로 손자병법 강연을 하고 있다. |
―최고경영자들에게 어떤 말을 가장 강조합니까.
“단기간의 성과에 연연하지 말라. 길게 보라. 그게 진짜 위대한 CEO고 오너다. 손해나도 언젠가 남들이 알아줄 거다, 그런 말을 주로 합니다. 도요타가 처음에 리콜을 했으면 해결이 됐을 텐데 끝까지 속이려다 문제가 되었잖아요. 진실은 오래간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CEO들이 고전 강의를 많이 들으면서 기업윤리가 많이 나아졌습니까.
“치유가 금방 되는 게 아니니까 앞으로 더 해야지요. 한국인은 양심이 있는 민족입니다. 자신에 대해 회의(懷疑)하는 선비정신이 남아 있어요. 학습에 대한 어마어마한 동기가 있습니다. 교수가 존경받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에 대한 평가가 좋아요. CEO 조찬이 활성화된 데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박 원장은 상우재 과정을 마친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더 공부하고 싶다고 요청함에 따라 서울 상암동에 오피스텔을 마련, 작년에 상암서원(上岩書院)을 개설했다. 상우재 졸업생이 늘어나면서 장소가 좁아져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강의실을 빌려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
―상암서원의 수업연한은 어떻게 됩니까.
“30년을 약속하고 시작한 겁니다. 끝도 없는 힘든 길이죠. 6개월 과정을 마치고 고전이 좋아 더 하겠다고 온 만큼 그 정도 각오는 해야죠. 한 과목 끝나고 그만두는 분들도 있지만 계속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상암서원은 매주 월요일 새벽 5시부터 8시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현재 논어와 도덕경을 끝냈는데 무슨 과목이든 1장부터 끝까지 다 읽는다.
매월 넷째 토요일 무료강의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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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희 교수가 장락서원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주역을 강의하고 있다. |
“요즘 200여 분씩 참석하세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강의하는데 1시간은 <명심보감>, 2시간은 <주역>(周易) 강의를 합니다. 강의 앞뒤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와서 공연도 하고 봄 가을로 야외수업도 하고 아주 재미있습니다. 수강생들이 부산과 대구에서도 와요. 신청할 필요 없이 그냥 오시면 됩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bakjaehee) ‘동양고전오디세이’에 가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박재희 원장은 1995년에 마포평생학습관에서 <명심보감>을 가르치면서 대중과 만나기 시작했다. 당시 동네 유선방송업자가 밥 한 끼 사주면서 촬영한 것을 계속 방송하는 바람에 그는 마포지역 유명인사가 되었다. 2000년에 경기케이블TV에서 <논어> 50편을 찍었는데 그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방송했다. 두 군데 출연으로 수입은 없었지만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세리CEO(www.sericeo.org)에서 ‘신(新)손자병법’을 오래 강의하고 신문연재와 라디오 출연을 많이 한 것도 그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도 매일 KBS 1라디오에서 아침 7시56분부터 ‘3분 고전’을 강의한다. 최근 방송내용을 모아 <3분 고전(古典)>이라는 책을 펴냈다.
2002년에 EBS 기획시리즈 ‘손자병법과 21세기 44편’을 방영한 이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공중파(空中波) TV의 효과는 금방 나타나 2003년부터 기업체와 관공서에서 그를 초청하기 시작했다. 기업체에서 연락이 왔을 때 “경제를 모른다”고 거절하자 “알아서 듣겠다. 아는 내용을 얘기해 달라”고 했다. 청와대 행정관, 총리실 직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행정담당자들을 많이 만났으나 국회에서는 자신을 한 번도 초청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죽어야 할 공자, 살려야 할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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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희 교수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 공무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
“‘기본으로 돌아가서 왜 이 자리에 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하라. 그래야 한때 성공한 자로 끝나지 않고 오래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지자체장 부인들에게는 ‘남편이 이 자리에 있다고 어깨에 힘주지 말라. 남편이 고생길로 들어섰는데 국민을 어떻게 보호하고 나라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동양철학이라고 하면 유교(儒敎)를 떠올리고, ‘유교적 습관’은 나쁜 습관이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유교는 공자주의(孔子主義)입니다. 아시아적 가치의 한 축(軸)이죠. 초기 공자 때는 그 시대 새로운 혁명사상이었어요. 역사 속에 수많은 지층(地層)이 있어요. 때로 이데올로기로 변해 양반들의 전유물일 때도 있었죠. 지층들이 다양하니 죽어야 할 공자, 살려야 할 공자가 생긴 거죠. 역사의 유물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한 사상을 하나의 측면으로 바라보면 안 됩니다. 지나간 걸 기반삼아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 법고창신(法古創新)이 인문학자들의 역할입니다.”
―유교에서 살려야 할 것과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유교를 양반문화의 못된 잔여물(殘餘物)이라고만 말하면 우리 민족 전체를 부정하는 일이 됩니다. 유교에서 살려야 할 건 사람이 중요하다는 인본주의 마음과 어질고 의롭고 예의바르고 지혜로움의 인의예지(仁義禮智)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고민하고, 신의를 지키고, 측은한 마음과 어진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유교의 폐해로 잘못 알려진 것들로는 남성중심, 성적불평등, 형식주의, 본질경시, 족벌(族閥)주의, 폐쇄주의 같은 건데 다 없어져야지요.”
―유교를 종교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1985년 인구센서스에서 유교를 종교라고 답한 사람이 20만명이었어요. 지금은 유교가 종교항목에서 제외되었는데, 유교는 종교가 아닌 사유(思惟)방식입니다. 내세(來世)도 전생(前生)도 말하지 않습니다.”
| ▣ 조직을 망치는 리더의 5가지 실수<손자병법> 첫째, 죽기만을 각오하는 장군은 적에게 죽음을 당할 수 있다 (必死可殺也·필사가살야) 둘째, 살기만을 생각하며 싸우는 장군은 적에게 포로로 잡힐 수 있다 (必生可虜也·필생가로야) 셋째, 분노를 못 이겨 재촉하는 장군은 수모를 당할 수 있다 (忿速可侮也·분속가모야) 넷째, 절개와 고귀함만을 고집하는 장군은 치욕을 당할 수 있다 (廉潔可辱也·염결가욕야) 다섯째, 병사들을 너무 아끼는 장군은 고민에 빠질 수 있다 (愛民可煩也·애민가번야) ▣ 천하를 경영하는 9가지 원칙<中庸> 첫째, 천하를 경영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몸을 수양하라! 수신(修身) 둘째, 능력 있는 인재를 우대하라! 존현(尊賢) 셋째, 친척들을 소중히 여겨라! 친친(親親) 넷째, 대신을 공경하라! 경대신(敬大臣) 다섯째, 여러 신하들을 내 몸처럼 생각하라! 체군신(體群臣) 여섯째, 서민들을 내 자식처럼 여겨라! 자서민야(子庶民也) 일곱째, 기술자들을 초빙하라! 래백공(來百工) 여덟째,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부드럽게 대하라! 유원인(柔遠人) 아홉째, 이웃 나라 제후들을 잘 품어 주어라! 회제후(懷諸候) ▣ ‘장군의 5가지 덕목’<손자병법> 첫째, 지(智=wisdom). 냉철한 분석과 업무능력인 지혜 둘째, 신(信=sincerity). 부하들의 무한한 신뢰 셋째, 인(仁=benevolence).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따뜻한 사랑 넷째, 용(勇=courage). 고통을 먼저 감내하는 솔선수범의 용기 다섯째, 엄(嚴=strictness). 조직을 위해서 아끼는 사람을 벨 줄 아는 엄격한 법의 적용 |
“공부하자, 공부하자, 공부하자”
―동양철학에서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논어>에 ‘죽음이란 뭡니까’라는 질문이 딱 한 번 나옵니다. 공자가 ‘사는 것도 모르는데 내가 죽음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단칼에 쳐버립니다. 죽은 사람의 관점이 아닌 산 사람의 관점에서 죽음을 보는 거죠. 죽음이란 인식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식 가능한 상태에서는 죽음을 ‘기억날 때까지’로 정의합니다. 기억이 없어지면 누가 그 사람을 추모합니까.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겁니다. 제사도 기억나는 사람만 지내는 겁니다.”
―죄(罪) 문제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죄는 지을 수 있지만 고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개과천선(改過遷善), 과오를 고치고 선한 데로 옮겨가는 지향점이 인간이 살아가는 길입니다. <논어>에 ‘잘못을 하는 게 잘못이 아니라 또다시 잘못을 하는 게 잘못’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대가를 치르든 상대방에게 보답을 하든 죄의 값을 치러야겠지만 원죄(原罪)의식은 없습니다.”
박 원장은 장락서원과 상암서원에서 외치는 네 가지 구호를 소개했다.
‘내세가 아닌 현세(現世)에서, 종교가 아닌 철학으로, 자본이 아닌 마음으로, 타율(他律)이 아닌 자율(自律)로’를 외친 다음 ‘공부하자, 공부하자, 공부하자’ 세 번 부르짖습니다.”
서양도 아시아적 가치에 관심
―동양철학을 아시아적 가치라고 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중국적 가치 아닌가요.
“고전의 원류는 중국이지만 문화혁명 때 중국이 자기들 본원적 가치를 잃고 마르크스주의로 전환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중국 고전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요즘 다시 고전을 살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경제를 논하면서 ‘자꾸 걸으면 길이 난다’는 맹자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클린턴 국무장관과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고전을 인용해 의사를 전달했죠. 서양에서도 아시아적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시아적 가치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겁니까.
“서양 가치와 겹치는 부분도 있겠지만 반대되는 개념이죠. 이윤창출을 위해 삭막한 인간관계가 맺어지는 게 서양적 가치라면, 아시아적 가치는 가족주의 문화입니다. 기업이 힘들 때는 월급을 쪼개서 끝까지 같이 가자는 게 아시아적 가치입니다. 끈끈한 가족애, 선후배 유대감, 고객에 대한 신뢰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40대 후반이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실정입니다.
“기업에 가서 ‘인간이 가장 중요한 조직의 꽃이고 장사는 이익이 아닌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고 강의합니다. ‘동료가 다리 아픈데 놔두고 가면 되나, 상생(相生)을 꿈꾸라’고 하자 CEO들이 ‘기업해 보라. 성과가 안 나오는데 어떻게 끌고 가나’라고 하더군요. ‘단기간의 성과를 바라지 말고 오래가려면 끝까지 같이 가라. 자본이든 기술이든 남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기업에서 한 번 듣고 또 와 달라고 하는 거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봅니다. 기업문화가 달라지고 있어요. 기업광고에 제주 거상(巨商) 김만덕, 경주 최부잣집이 등장하고 ‘같이 갑시다’ ‘기본으로 돌아갑시다’ 같은 문구를 쓰잖아요.”
―고전공부를 하면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가 오나요.
“화를 다스리면서 얼굴이 선하게 변합니다. 공부를 오래 하다 보면 차근차근 변해 다들 얼굴이 비슷해져요. 저는 공부할 때 나이, 배경, 지위, 그런 것 묻지 않아요. 내가 누군데, 내 나이가 몇인데 하면서 어깨에 힘주는 사람은 근접 못합니다. 겸손하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만 남습니다.”
“전국에 228개의 서원을 세우겠다”
―동양철학 대중강의를 하는 분은 박 원장 외에 거의 없는데 어떤 대책을 세웠나요.
“지금 상암서원에서 공부하는 분들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성취감을 맛본 분입니다. 이분들이 60세쯤 은퇴하면 기업체에 가서 동양철학 강의를 하게 될 겁니다. 초기 인원을 30명 정도로 봅니다. 신념이 같아지고 어떤 계산도 없이 하나가 되었을 때 시작하게 되겠죠.”
장락서원, 상암서원에 이어 곧 세곡동에 세곡서원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지자체장들에게 강의할 때 지방마다 하나씩 228개의 서원을 세울 거라고 공표했습니다. 15년 전에 전국에 서원을 만들 거라고 하면 다들 ‘꿈같은 얘기다. 동양철학 갖고 되겠냐’고 했는데 지금 거의 다 왔어요. 프로그램과 사람 준비는 다 되어 있어요. 7년 가뭄에 비가 온다고, 때가 오고 있습니다.”
그의 꿈은 ‘우리나라 사람을 철학하는 국민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관(觀)이 있다는 뜻입니다. 율곡(栗谷) 선생이 사회와 가정이 잘되려면 ‘아이울음소리, 베틀소리, 글 읽는 소리’가 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잭 웰치나 피터 드러커가 관심을 끌 때가 있었고 스티븐 코비의 7가지 습관을 실천해 보고 싶을 때가 있었지만 몸에 안 맞는다는 걸 느꼈을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유전인자 속에 동양적 콘텐츠와 가치를 받아들이는 인문학적 DNA가 있습니다. 배우기 좋아하고,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고, 오래된 것에 애착을 가지지요.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잘 듣습니다. 한국 애들이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쉽게 받아들이는 접속 코드가 있어요.“
―체벌(體罰)이 금지된 후 교육하기 힘들다는 교사들이 있습니다.
“체벌하지 않는 것이 아시아적 가치고 유교정신입니다. 아이들을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 대해 줘야 합니다. 전통사회를 잘못 이해한 분들이 아이를 때렸지, 제대로 된 집안에서는 아이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스스로 깨닫도록 따끔하게 충고했습니다.”
“사람의 향기를 갖고 살아야”
―요즘 성취보다 행복에 관심이 많은데 행복이란 어떤 걸까요.
“작지만 의미있는 것, 성공이나 합격이 아니라 일반적이지만 의미있는 것이 행복입니다. 1000원 갖고 김밥천국에 가면 그게 행복이죠. 남들 5000원짜리 먹는데 나는 왜 천원짜리냐, 남들은 골프 치는데 나는 왜 그런 형편이 안되나, 그런 상실감은 철학이 없어서 생기는 겁니다. 철학이 없는 시대가 되어 상처 나고 슬프고 자살하고 미워하는 겁니다. 일상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정확히 보는 것이 철학입니다.”
―우리 사회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우리 사회처럼 바닥에서 우뚝 선 데가 없어요. 선한 민족이고 기회만 되면 가뭄에 비 맞듯이 바꿀 수 있는 자질을 가진 민족입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혜를 갖고 답을 찾아냅니다. 기본적인 철학이 굉장히 높아요. 우리 국민은 프라이드가 강하고 자신을 바꿔야 한다는 정신적 갈망이 있어요. 항상 자신에 대해 회의합니다. 자신을 위대하고 하늘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성 때문에 앞으로 잘될 거라고 봅니다.”
―<월간조선>(月刊朝鮮) 독자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면.
“사람의 향기를 갖고 살면 좋겠습니다. 짐승은 향기가 아니라 냄새라고 하죠. 냄새가 아닌 향기로 주변을 배려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분명한 규정을 갖고 사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