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탄 군납, 빵 공장, 건어물 장수 거쳐 원양어업 투신
⊙ 국내 최초로 참다랑어 양식 中… 고급생선 ‘메로’ 들여와
⊙ 주인의식 고취 위해 직원들에게 15% 無償 양도
朴仁成
⊙ 1938년生. 강경중학교 졸업. 제일합자회사 대표사원, 재원실업 대표이사 역임.
⊙ 現 인성실업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건양장학회 이사.
⊙ 국내 최초로 참다랑어 양식 中… 고급생선 ‘메로’ 들여와
⊙ 주인의식 고취 위해 직원들에게 15% 無償 양도
朴仁成
⊙ 1938년生. 강경중학교 졸업. 제일합자회사 대표사원, 재원실업 대표이사 역임.
⊙ 現 인성실업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건양장학회 이사.
참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이다 싶었다.
4대(代) 독자여서 군(軍)에 갈 의무가 없음에도 ‘먹을 것이 없어’ 자원 입대를 했고, 자식들을 교육시키려고 무작정 상경했다 사기를 당해 집 두 채를 날렸다. 이민 허가를 받았는데 큰아들이 반대해 주저앉았고, 오징어, 명태 등을 팔다가 배 두 척을 사서 원양어업과 인연을 맺었다. 사업이 성공할 즈음에 동업자와 결별해 홀로서기에 나섰고, 어종(魚種)을 개발하러 칠레에 갔다 몇 달 만에 80만 달러를 날렸다. 우연한 기회에 맛본 ‘메로’라는 생선을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왔고, 불가능(不可能)으로 여겨져 온 참다랑어(참치) 양식에 도전하고 있다. 평범한 건어물 장수가 원양어업자로 성공하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주인공은 박인성(朴仁成) 인성실업 회장이다. 인성실업은 원양어업, 수산물 가공 및 유통, 양식사업을 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 1133억원, 영업이익 59억원, 순이익 10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6일, 용산구 한남동 본사에서 박인성 회장을 만났다. ‘일흔둘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박 회장이 “여전히 청춘인 줄 알고 일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건어물 장사 시작도 전에 사기당해
충남 논산이 고향인 그가 수산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뜻밖에도 ‘아이들 교육’ 때문이었다. ‘많이 배우지 못해 한(恨)이 맺혔다’는 그는 1969년, 2남1녀를 서울에서 교육시킬 생각으로 무작정 고향을 떠났다. 그는 고향에서 안정적인 빵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과 논산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느껴졌고, 고향 선배들처럼 오징어 장사를 하려고 묵호항에서 500만원어치를 가계약했다. 버스비 10원, 집 한 채가 200여만 원이던 때였다. 오징어를 서울 중부시장에 내다팔 생각이었다. 그런데 중간판매업자가 그에게 사기를 쳤다. 서울 생활에 적응도 하기 전에 당한 일이었다.
박 회장은 “집 두 채를 날렸다고 생각하니 암담할 뿐이었다. 너무 부끄러워서 고향 사람들에게 사기당했다는 얘기조차 못했다”고 했다.
낯선 사업 분야에 뛰어들기도 전에 실패한 그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이 땅을 뜨자’는 것이었다.
집 전세자금을 빼내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찾아갔다.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서 그곳에서 오징어 장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민신청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허가가 떨어졌다. 뜻밖에도 큰아들(박철웅 인성실업 대표이사)이 말렸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서반아어를 하느냐’면서. 장남의 얘기에 그의 마음이 흔들렸다.
“들어 보니 큰놈 말이 맞더라고. 여기서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남의 나라에서 얼마나 잘하겠나 싶었습니다. 다시 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번에는 명태를 팔기로 했습니다.”
박리다매 원칙
―오징어 장사를 시작도 못해 보고 사기를 당했는데, 또 생선 장사가 하고 싶었습니까.
“배운 것이 그건데 어쩝니까. 서울에서 장사를 하려고 오징어, 명태 등 바닷고기에 대해 공부를 했었거든. 당시에 우리 인근해역에서는 명태가 잘 나지 않아서 원양어선이 잡아 올 때였습니다. 어선에서 명태를 한짝 두짝씩 받아다 팔았습니다.”
―물건을 파는 것은 자신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원칙을 세웠습니다. 천 원짜리 팔아서 10원만 남기자고요. 남들보다 마진을 덜 남기면 많이 팔 수 있는 법입니다.”
―마진을 높게 붙이면 이득이 많잖습니까.
“생선 장사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하든 말든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긴 명태를 대 주던 고려원양의 고(故) 이학수(李學洙) 회장이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한 짝 팔아서 얼마 남겼어’라고 물었습니다.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만 판다’고 하니까, ‘이 사람, 거짓말하지 말고 어서 나가’라고 했습니다. 제게 물건을 사 간 사람들에게 일일이 확인을 하고는 저를 다시 불렀습니다. 그 양반이 제 세일즈 방식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고려원양과 나중에 선박 통째로 계약해서 명태를 팔았고, 이 회장과 자유롭게 사업 문제를 논의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지금도 변함없는 원칙입니까.
“여전하죠. 최소한의 이윤만 남기자, 대신 많이 팔자고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의 ‘박리다매’ 원칙은 그가 원양어업에 뛰어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처음으로 산 배가 고 이학수 회장 소유였으니 말이다. 박 회장이 고려원양과 원만한 관계를 이어 가며 사업을 한 지 10여 년. 꽤 오랫동안 생선 장사를 하다 보니 직접 생선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오래전에 아르헨티나로 이민 가서 오징어를 잡으려 했던 그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욕심이었다.
그는 고 이 회장을 찾아가 ‘은대구 잡는 배를 달라’고 했다. 고 이 회장은 단번에 거절했다.
“얘기를 듣자마자 그 양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겁니다. 처남이 달라고 했을 때에도 거절했다면서요. 그 배를 꼭 갖고 싶어서 이 회장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고, 조르고…. 나중에 그분이 두손 두발 다 들 때까지 졸라서 11억원에 두 척을 샀습니다.”
고려원양에서 배 두 척 구입하며 원양어업 뛰어들어
―원양어업을 할 수 있는 밑천이 마련됐군요.
“그동안 번 돈에 동업자를 끼워 겨우 샀습니다. 참,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왜요.
“기분이 좋아 날아갈 것 같은 줄 알았는데 희한하게 그렇지가 않습디다. 그날부터 걱정이 돼서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그제야 전(全) 재산을 쏟아 부은 것이 실감 났습니다. 선원들을 뽑아 배를 출항시켰는데 때마침 배를 사겠다는 업자가 나타났습니다. ‘무슨 원양어업이냐. 팔자’고 생각하고 계약을 하러 나갔는데 상대편이 마음이 변해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원양어업을 할 팔자였던 거지. 운명, 그거지.”
정말 원양어업을 할 팔자였던 모양이다. 사자마자 팔아 치우려 했던, 영국령 포클랜드로 출항한 ‘재원11호’와 ‘재원22호’가 불과 몇 개월 뒤에 만선(滿船)으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1984년이었다.
이 배들이 향한 포클랜드는 수십 년 동안 통제되던 바다였다. 선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곳 바다는 물 반 오징어 반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박 회장의 배는 완벽하게 수리를 끝내고 출항한 상태여서 다른 배가 700t 정도를 잡을 때 최고 3000t을 잡기도 했다. 밤에는 오징어를 잡고, 낮에는 얼려서 운반선에 싣는 작업이 석 달 이상 계속됐다.
하루 최대 오징어 어획으로 기네스북 기록 보유
어느 날, ‘재원호’가 포클랜드에서 쓸어 담다시피 한 오징어가 부산항에 도착했다. 박인성 회장은 이 얘기를 하면서 눈을 지긋하게 감았다. 벌써 25년이 지났지만,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부산항에 직접 갔습니까.
“그럼요.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사기를 당하고, 10원 남기려고 악착같이 생선 팔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오징어를 눈앞에서 보니 ‘꿈’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 꿈이라는 것은 정말 이루어지는구나’ 싶었습니다. 이제는 남은 인생에서 내가 못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국내 경기가 좋아지고 소비가 촉진되면서, 그의 오징어는 폭발적으로 팔렸다. 배 두 척을 산 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회수됐다.
박 회장은 본격적으로 원양어업을 하기 위해 추가로 배를 샀다. 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져서, 1988년에는 미국의 캠벨사(社)에 1500t짜리 배를 발주했다. ‘코리아 박이 10년 동안 잠자던 미국의 조선업을 깨웠다’며 미국 언론에서 그를 주목했다. 이렇게 탄생한 ‘재원마스터호’는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1991년 6월에 하루 650t의 오징어를 잡았기 때문이다. 하루 동안 이렇게 많은 오징어를 잡은 배는 이전까지 없었다. 건어물 장사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그는 전 세계의 바다를 도전의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람의 인생인 모양이다.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를 즈음에, 그에게는 변화가 닥쳤다. 동업자가 독립을 원했고, 그는 1992년 회사를 떠났다. 회사에 기여한 공로로 받은 100억원과 참치잡이 배 두 척을 들고 나왔다. 박인성 회장은 개양흥산을 인수해 인성실업으로 사명(社名)을 바꿨다. 그는 “회사에 들어설 때마다 책임감을 더 느끼기 위해서 내 이름을 따서 회사 명칭을 정했다”고 했다.
쉰셋에 독립, 새 회사 시작
그의 나이 쉰셋, 또 다른 새 출발이었다.
일 년에도 서너 달씩 해외 어장을 개척하고자 열을 올렸던 그는, 회사를 세우고 난 뒤 부인 황광자씨와 함께 칠레로 날아갔다. 그는 타지에서 먹는 음식에 쉽게 적응을 못하는 편이다. 때문에 보름이 넘는 출장에는 늘 부인과 동행을 해 왔다. 이번 칠레 오징어 어장 개척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인과 함께 단칸방을 하나 얻어 놓고 지내기를 몇 달. 그는 아무 수확 없이 80만 달러를 고스란히 날렸다.
“바다는 참으로 묘한 존재입니다. 오징어는 보통 섭씨 15도의 수온에서 사는데 그때 칠레 앞바다의 수온이 10도로 떨어진 겁니다. 바다의 형질이 바뀌는 것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회사를 새롭게 시작하자마자 돈을 날리고, 이렇다 할 수확은 없고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기만 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대신에 ‘메로’를 얻었으니까요.”
―무슨 얘깁니까.
“하루는 수도 산티아고의 일식당에서 15달러짜리 도시락을 주문했는데 기름기가 도는 구운 생선이 나왔습니다. 한입 먹었는데 그 맛이 기막히게 좋은 겁니다. 생선을 더 주문했더니 없어서 못 준다고 했습니다. 극한(極寒) 지역의 수심 2000m 아래에 사는 ‘메로’라는 생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이 생선을 잡아서 한국으로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징어 어장을 개척하려다가 뜻밖의 기회를 얻었군요.
“그 생선이 아주 추운 남극해에서 난다는 얘기를 듣고 칠레의 해군에 선을 대서 어렵사리 남극에 갔습니다. 어장을 개척하는 데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간단치가 않았습니다. 조업할 수 있는 쿼터제가 ‘남극생물자원보존기구’라는 곳에 있었습니다. 이 기구의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기구에 소속된 과학자회의가 호주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는데, 결국 그 회의를 서울에 유치하고 그들과 여러 번 접촉한 끝에 어획권을 따낼 수 있었습니다.”
어렵사리 ‘메로’라는 생선을 잡아 왔거늘, 그는 이 생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박 회장은 처음에는 과거에 오징어, 명태를 말리듯이 강원도에 덕장을 만들어 ‘메로’를 말렸다. 기름기(불포화지방산)가 많은 이 생선이 오징어처럼 바싹 마를 리 없었다. 결국은 박 회장은 ‘메로’ 요리법을 개발해서 일일이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생선을 팔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 생선은 골프장 사장을 대상으로 한 시연회에서 히트를 치면서, 고급 음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동물 사료의 중요성 전파할 터
한 사람이 70년 넘는 인생을 한자리에서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법이다. 인터뷰가 두 시간을 넘기고 있었지만, 박인성 회장은 꼿꼿한 자세로 말을 이어 갔다. ‘도전’, ‘집념’이라는 단어가 그의 모습과 오버랩됐다.
하긴 일흔을 넘긴 그가 요즘 새롭게 ‘꽂힌’ 사업은 원양어업이 아니라 동물 사료다. 도대체 생선과 동물 사료가 무슨 연관이 있기에.
박인성 회장은 “항생제와 살충제로 오염된 사료를 가축에게 먹이다 보니 신종플루니, 집단 식중독 같은 병이 생기는 것”이라며 “말 못하는 동물들에게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품질의 사료를 먹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남은 인생을 동물 사료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올인하겠다”고도 했다.
박 회장의 얘기다.
“1997년에 북한 주민들이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식량개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남빙양에 있는 크릴 어장이었습니다. ‘크릴’이라는 것이 새우처럼 생긴 해양 동물인데 고래나 펭귄, 사람에게 중요한 식량 자원이 되는 생물이거든요. 남극해에서 잡을 수 있는데 우리 정부 차원에서 십 수년 동안 시험조업을 했지만 상업화를 못 시켰던 일이었습니다. 어장이 방치돼 있었는데, 여기에 100억원 정도를 투입해서 겨우 상업화의 초석을 마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억울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만.”
동원산업과의 크릴새우 전쟁
―무슨 사연이 있습니까.
“어업허가를 받아서 1999년부터 우리의 ‘인성호’가 크릴새우를 잡아 와서 국내에 팔았습니다. 크릴새우는 낚시용이나 식용(食用)으로 쓰이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피땀 흘려 개척한 시장에 다른 업체가 조업을 하겠다며 들어온 겁니다. 어장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했던 자본을 미처 회수하기도 전에 말입니다. 어렵게 개발해서 성공단계에 이르니까 그렇게 한 겁니다.”
―권한을 가진 정부 부처에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최소의 투자비용이라도 회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사이 우리와 동원이 협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도중에 동원이 어업허가권을 얻었습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이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2005년에 일본에서 배를 한 척 샀습니다. 기존에 크릴새우를 잡던 배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난 ‘광자호’라는 배였습니다. 이 선박으로 어업허가 신청을 했는데 허가가 나지 않더라고요.”
―거기에도 또 다른 사연이 있습니까.
“저쪽이 크릴사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등 이유를 대면서 ‘광자호’에 어업허가를 내주면 안 된다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질의서를 제출하고 우리에게 허가 나는 것을 반대했다네요. 결국 인성의 제품을 국내에 들여오지 못하고 전부 해외로 수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크릴새우가 인체에 유익한 제품이어서 덕분에 사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지만, 여하튼 무슨 악연인지.”
동원, “인성과 다툰 일 없어”
하지만 박인성 회장의 주장에 대해 동원산업은 반박하고 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남빙양 크릴어장은 인성실업이 출어하기 전부터 정부가 개발비를 지급해 남북수산, 대호원양, 동방원양 등이 개척한 어장이다. 동원산업이 인성실업이 개발한 어장에 무임승차를 한 게 아니다”며 “동원산업이 크릴어장에 진출할 때 인성실업이 국내 시장이 협소하다며 오히려 동원산업의 크릴어장 출어를 극렬히 반대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인성실업이 ‘광자호’에 대해 새롭게 어업허가를 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우리가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질의서나 반대의견을 제출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인성실업이 동원산업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펴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남빙해에서 건져 올린 ‘크릴새우’를 놓고 분쟁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를 계기로 그는 ‘사료’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얻었다.
박인성 회장의 얘기다.
“크릴이라는 것이 고도의 불포화지방산 생물입니다. 고기의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맛 좋은 고기로 만들죠. 크릴새우에 대해서 연구하면서 친환경적이고, 무항생제 사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품질 어분(魚粉)을 사용한 사료나 항생제, 살충제를 쓴 원료로 만든 사료를 먹이면 결국 사람에게 영향이 가는 겁니다. 자연산 회가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오염된 환경에서 자란 자연산 회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된 사료를 먹고 자란 양식 회가 훨씬 맛이 좋고 신선합니다. 마지막 인생은 동물에게 먹이는 사료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바칠 겁니다.”
남해안에서 참치 양식 中
박 회장은 이런 계획을 벌써 실행에 옮기고 있다.
경남 통영 삼덕항에서 배로 한 시간 떨어진 섬 ‘욕지도’ 앞바다에는 인성실업의 가두리양식장이 있다. 이곳에는 인성실업이 치어를 잡아다 키우고 있는 참다랑어(참치)가 살고 있다.
고급 어종인 참치는 예로부터 양식이 어렵다고 여겨져 온 생선이다. 참치가 우리나라처럼 온도가 낮은 차가운 바다에서 살지 않는 데다, 예민해서 사람의 손을 타면 금방 죽기 때문이다. 참치 양식이 성공할 경우 꽤 큰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생길 것으로 추산되지만, 섣불리 양식을 시도하지 못했던 것이 이런 애로사항 때문이었다.
계속되는 그의 얘기다.
“수온이며 여러 조건 때문에 참치 양식이 어렵다고들 했습니다. 일본에서 참치 양식을 하고 있는 친구를 불러 우리나라에서 적당한 곳이 있을까를 물색했습니다.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을 전부 돌고 있는데, 이 친구가 욕지도를 보더니 이곳에서라면 가능하겠다는 겁니다. 이곳에 양식장을 세우고, 어린 새끼 참치들을 잡았습니다.”
2002년이었다. 박 회장은 이곳에서 참치, 고등어, 아지 등을 키우며, 무항생제 사료로 이들을 먹여 실험적으로 키워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이런 의지로 인해 인성실업은 2007년 통영 앞바다에서 새끼 참치 10여 마리를 잡아, 지름 20m, 깊이 14m짜리 가두리양식장에 넣었다. 이후 이들에게 고등어, 전갱이와 같은 생선과 영양제까지 먹여 키우고 있다. 원래 5kg이었던 새끼 참치들은 3년 만에 60kg의 거구로 변신했다.
박인성 회장은 “사람이 먹어도 좋을 정도의 질(質) 좋은 사료를 물고기들에게 먹이니 동물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성장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투자비용을 10원도 회수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완전히 양식에 성공할 경우 국내 수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치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인성실업은 욕지도에서 혼마구로(참치) 3000마리 등 총 40만 마리의 생선을 양식 중이다. 여태까지 이곳 양식장에는 약 7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박인성 회장의 ‘사료’에 대한 애착은 끝이 없어 보인다.
최근에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있는 닭 농장을 인수했다. 이곳에서는 전혀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최고급 사료만 먹여 키우는 닭이 자라고 있다.
욕지도의 한편에도 이런 시험용 닭들이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인 국산 닭에 비해 크릴을 먹인 닭은 ‘DHA’와 ‘EPA’ 성분이 훨씬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사료란 대체 무엇일까. 박 회장의 얘기다.
“선도(鮮度)가 좋은 것, 농약이나 살충제가 일절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 좋은 사료입니다. 화학 조미료,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가축들을 건강하게 기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겁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깨끗하고 신선한 사료가 좋은 사료죠.”
첫 사업은 연탄 군납
박인성 회장의 살아온 얘기를 듣고 있자니, ‘집념’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938년생인 그는 여덟 살 되던 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충남 강경에서 10km 떨어진 외진 시골이 그의 고향이다. 그의 어머니는 콩나물을 키워 장에 내다 팔아 1남3녀를 먹여 살렸다. 박인성 회장이 4대 독자로 귀한 아들이었던 터라, 어머니의 그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고 한다. 누이들이 보리밥을 먹을 때 그의 상에는 하얀 쌀밥이 올라왔고, 어머니는 당신의 옷을 팔아서 그에게 새 옷을 사 입혔다.
박 회장은 “누이 중 한 명이 그의 닭죽을 뺏어 먹었다가 어머니에게 혼쭐이 나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어서 외갓집의 사랑은 남달랐다.
그는 “경제적으로는 끼니를 잇기 어려울 정도로 궁핍했지만, 외갓집에서 사랑만큼은 듬뿍 받고 자랐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먹고살기 위해’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 자유당 시절이었다. 군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고 싶었던 그는 뜻하지 않게 일찍 제대 명령을 받게 됐다. 자유당이 3·15 부정선거를 치르기 위해서 군인들의 군 복무 기간을 확 줄인 것이다. 남들은 군에서 제대를 한다고 들떠 있는데, 정작 박 회장은 전역이 다가올 수록 근심이 늘어 갔다.
논산훈련소 경리부에서 군생활을 했던 그는 한때 군에 남을 생각을 했다. 전두환(全斗煥) 전(前) 대통령의 장인인 고 이규동(李圭東)씨가 육군본부 경리감이었는데, 그가 박 회장을 꽤 예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손자를 하나 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한동네에 살던 처녀와 스물두 살에 결혼을 했고, 군을 제대했다.
군에서 만난 지인의 도움으로 삼화연료주식회사를 만들어, ‘81공탄’, ‘39공탄’을 군에 납품한 것이 그의 첫 사회생활이었다. ‘군납’이라고 하면 돈을 꽤 벌었을 터인데, 정작 그는 그러지 못했다.
박인성 회장의 얘기다.
“자유당 때 군납을 하려 했는데 4·19가 터지면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그러더니 신파, 구파가 매일 바뀌고, 결국 5·16이 지나고 난 다음에야 겨우 군에 납품을 하게 된 겁니다. 그때 고리채였거든. 시골 놈이 서울 군부대에 왔다 갔다 하면서 쏟아 부은 돈이 감당이 안된 겁니다. 남들이 군납을 했다고 하면 돈깨나 벌었겠구나 생각을 하는데 정작 저는 반대였습니다. 고리채를 감당하지 못해서 어머니께서 남긴 유산 논 다섯 마지기까지 전부 날렸습니다.”
직원들에게 주식 15% 무상 양도
첫 번째 사회생활에서 빚만 남았던 그는 이번에는 부도난 빵공장를 맡게 됐다. 제일합자회사라는 빵공장의 대표사원이 된 것이다. 그는 이 공장에서 건빵, 생과자 등을 만들어 군대에 납품을 하다가 자녀교육 때문에 서울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수산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그는 꽤 사연 많은 인생을 산 셈이다.
박인성 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비상장 회사의 주식 15%를 무상으로 나눠 줬다. 직원 중에 회사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박 회장은 “내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도 모두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 달라는 의미에서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 줬다”고 했다.
바다를 벗 삼아, 도전의 상대로 삼아 살아온 40여 년의 인생. 하지만 노년의 회장은 여전히 열정이 넘쳤다.
“저는 아직도 고기를 잡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늙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웃음) 모르죠. 제가 도전할 일이 또 남아 있을는지요. 도전을,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작은 성공에 지나치게 기뻐하지도 마십시오. 도전과 실패가 거듭되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사진 : 서경리
4대(代) 독자여서 군(軍)에 갈 의무가 없음에도 ‘먹을 것이 없어’ 자원 입대를 했고, 자식들을 교육시키려고 무작정 상경했다 사기를 당해 집 두 채를 날렸다. 이민 허가를 받았는데 큰아들이 반대해 주저앉았고, 오징어, 명태 등을 팔다가 배 두 척을 사서 원양어업과 인연을 맺었다. 사업이 성공할 즈음에 동업자와 결별해 홀로서기에 나섰고, 어종(魚種)을 개발하러 칠레에 갔다 몇 달 만에 80만 달러를 날렸다. 우연한 기회에 맛본 ‘메로’라는 생선을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왔고, 불가능(不可能)으로 여겨져 온 참다랑어(참치) 양식에 도전하고 있다. 평범한 건어물 장수가 원양어업자로 성공하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주인공은 박인성(朴仁成) 인성실업 회장이다. 인성실업은 원양어업, 수산물 가공 및 유통, 양식사업을 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 1133억원, 영업이익 59억원, 순이익 10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6일, 용산구 한남동 본사에서 박인성 회장을 만났다. ‘일흔둘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박 회장이 “여전히 청춘인 줄 알고 일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건어물 장사 시작도 전에 사기당해
충남 논산이 고향인 그가 수산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뜻밖에도 ‘아이들 교육’ 때문이었다. ‘많이 배우지 못해 한(恨)이 맺혔다’는 그는 1969년, 2남1녀를 서울에서 교육시킬 생각으로 무작정 고향을 떠났다. 그는 고향에서 안정적인 빵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과 논산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느껴졌고, 고향 선배들처럼 오징어 장사를 하려고 묵호항에서 500만원어치를 가계약했다. 버스비 10원, 집 한 채가 200여만 원이던 때였다. 오징어를 서울 중부시장에 내다팔 생각이었다. 그런데 중간판매업자가 그에게 사기를 쳤다. 서울 생활에 적응도 하기 전에 당한 일이었다.
박 회장은 “집 두 채를 날렸다고 생각하니 암담할 뿐이었다. 너무 부끄러워서 고향 사람들에게 사기당했다는 얘기조차 못했다”고 했다.
낯선 사업 분야에 뛰어들기도 전에 실패한 그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이 땅을 뜨자’는 것이었다.
집 전세자금을 빼내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찾아갔다.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서 그곳에서 오징어 장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민신청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허가가 떨어졌다. 뜻밖에도 큰아들(박철웅 인성실업 대표이사)이 말렸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서반아어를 하느냐’면서. 장남의 얘기에 그의 마음이 흔들렸다.
“들어 보니 큰놈 말이 맞더라고. 여기서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남의 나라에서 얼마나 잘하겠나 싶었습니다. 다시 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번에는 명태를 팔기로 했습니다.”
박리다매 원칙
―오징어 장사를 시작도 못해 보고 사기를 당했는데, 또 생선 장사가 하고 싶었습니까.
“배운 것이 그건데 어쩝니까. 서울에서 장사를 하려고 오징어, 명태 등 바닷고기에 대해 공부를 했었거든. 당시에 우리 인근해역에서는 명태가 잘 나지 않아서 원양어선이 잡아 올 때였습니다. 어선에서 명태를 한짝 두짝씩 받아다 팔았습니다.”
―물건을 파는 것은 자신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원칙을 세웠습니다. 천 원짜리 팔아서 10원만 남기자고요. 남들보다 마진을 덜 남기면 많이 팔 수 있는 법입니다.”
―마진을 높게 붙이면 이득이 많잖습니까.
“생선 장사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하든 말든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긴 명태를 대 주던 고려원양의 고(故) 이학수(李學洙) 회장이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한 짝 팔아서 얼마 남겼어’라고 물었습니다.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만 판다’고 하니까, ‘이 사람, 거짓말하지 말고 어서 나가’라고 했습니다. 제게 물건을 사 간 사람들에게 일일이 확인을 하고는 저를 다시 불렀습니다. 그 양반이 제 세일즈 방식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고려원양과 나중에 선박 통째로 계약해서 명태를 팔았고, 이 회장과 자유롭게 사업 문제를 논의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지금도 변함없는 원칙입니까.
“여전하죠. 최소한의 이윤만 남기자, 대신 많이 팔자고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의 ‘박리다매’ 원칙은 그가 원양어업에 뛰어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처음으로 산 배가 고 이학수 회장 소유였으니 말이다. 박 회장이 고려원양과 원만한 관계를 이어 가며 사업을 한 지 10여 년. 꽤 오랫동안 생선 장사를 하다 보니 직접 생선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오래전에 아르헨티나로 이민 가서 오징어를 잡으려 했던 그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욕심이었다.
그는 고 이 회장을 찾아가 ‘은대구 잡는 배를 달라’고 했다. 고 이 회장은 단번에 거절했다.
“얘기를 듣자마자 그 양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겁니다. 처남이 달라고 했을 때에도 거절했다면서요. 그 배를 꼭 갖고 싶어서 이 회장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고, 조르고…. 나중에 그분이 두손 두발 다 들 때까지 졸라서 11억원에 두 척을 샀습니다.”
고려원양에서 배 두 척 구입하며 원양어업 뛰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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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서대서양과 남빙양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성실업의 원양어선, 제1인성호. |
“그동안 번 돈에 동업자를 끼워 겨우 샀습니다. 참,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왜요.
“기분이 좋아 날아갈 것 같은 줄 알았는데 희한하게 그렇지가 않습디다. 그날부터 걱정이 돼서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그제야 전(全) 재산을 쏟아 부은 것이 실감 났습니다. 선원들을 뽑아 배를 출항시켰는데 때마침 배를 사겠다는 업자가 나타났습니다. ‘무슨 원양어업이냐. 팔자’고 생각하고 계약을 하러 나갔는데 상대편이 마음이 변해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원양어업을 할 팔자였던 거지. 운명, 그거지.”
정말 원양어업을 할 팔자였던 모양이다. 사자마자 팔아 치우려 했던, 영국령 포클랜드로 출항한 ‘재원11호’와 ‘재원22호’가 불과 몇 개월 뒤에 만선(滿船)으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1984년이었다.
이 배들이 향한 포클랜드는 수십 년 동안 통제되던 바다였다. 선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곳 바다는 물 반 오징어 반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박 회장의 배는 완벽하게 수리를 끝내고 출항한 상태여서 다른 배가 700t 정도를 잡을 때 최고 3000t을 잡기도 했다. 밤에는 오징어를 잡고, 낮에는 얼려서 운반선에 싣는 작업이 석 달 이상 계속됐다.
하루 최대 오징어 어획으로 기네스북 기록 보유
어느 날, ‘재원호’가 포클랜드에서 쓸어 담다시피 한 오징어가 부산항에 도착했다. 박인성 회장은 이 얘기를 하면서 눈을 지긋하게 감았다. 벌써 25년이 지났지만,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부산항에 직접 갔습니까.
“그럼요.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사기를 당하고, 10원 남기려고 악착같이 생선 팔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오징어를 눈앞에서 보니 ‘꿈’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 꿈이라는 것은 정말 이루어지는구나’ 싶었습니다. 이제는 남은 인생에서 내가 못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국내 경기가 좋아지고 소비가 촉진되면서, 그의 오징어는 폭발적으로 팔렸다. 배 두 척을 산 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회수됐다.
박 회장은 본격적으로 원양어업을 하기 위해 추가로 배를 샀다. 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져서, 1988년에는 미국의 캠벨사(社)에 1500t짜리 배를 발주했다. ‘코리아 박이 10년 동안 잠자던 미국의 조선업을 깨웠다’며 미국 언론에서 그를 주목했다. 이렇게 탄생한 ‘재원마스터호’는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1991년 6월에 하루 650t의 오징어를 잡았기 때문이다. 하루 동안 이렇게 많은 오징어를 잡은 배는 이전까지 없었다. 건어물 장사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그는 전 세계의 바다를 도전의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람의 인생인 모양이다.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를 즈음에, 그에게는 변화가 닥쳤다. 동업자가 독립을 원했고, 그는 1992년 회사를 떠났다. 회사에 기여한 공로로 받은 100억원과 참치잡이 배 두 척을 들고 나왔다. 박인성 회장은 개양흥산을 인수해 인성실업으로 사명(社名)을 바꿨다. 그는 “회사에 들어설 때마다 책임감을 더 느끼기 위해서 내 이름을 따서 회사 명칭을 정했다”고 했다.
쉰셋에 독립, 새 회사 시작
그의 나이 쉰셋, 또 다른 새 출발이었다.
일 년에도 서너 달씩 해외 어장을 개척하고자 열을 올렸던 그는, 회사를 세우고 난 뒤 부인 황광자씨와 함께 칠레로 날아갔다. 그는 타지에서 먹는 음식에 쉽게 적응을 못하는 편이다. 때문에 보름이 넘는 출장에는 늘 부인과 동행을 해 왔다. 이번 칠레 오징어 어장 개척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인과 함께 단칸방을 하나 얻어 놓고 지내기를 몇 달. 그는 아무 수확 없이 80만 달러를 고스란히 날렸다.
“바다는 참으로 묘한 존재입니다. 오징어는 보통 섭씨 15도의 수온에서 사는데 그때 칠레 앞바다의 수온이 10도로 떨어진 겁니다. 바다의 형질이 바뀌는 것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회사를 새롭게 시작하자마자 돈을 날리고, 이렇다 할 수확은 없고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기만 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대신에 ‘메로’를 얻었으니까요.”
―무슨 얘깁니까.
“하루는 수도 산티아고의 일식당에서 15달러짜리 도시락을 주문했는데 기름기가 도는 구운 생선이 나왔습니다. 한입 먹었는데 그 맛이 기막히게 좋은 겁니다. 생선을 더 주문했더니 없어서 못 준다고 했습니다. 극한(極寒) 지역의 수심 2000m 아래에 사는 ‘메로’라는 생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이 생선을 잡아서 한국으로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징어 어장을 개척하려다가 뜻밖의 기회를 얻었군요.
“그 생선이 아주 추운 남극해에서 난다는 얘기를 듣고 칠레의 해군에 선을 대서 어렵사리 남극에 갔습니다. 어장을 개척하는 데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간단치가 않았습니다. 조업할 수 있는 쿼터제가 ‘남극생물자원보존기구’라는 곳에 있었습니다. 이 기구의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기구에 소속된 과학자회의가 호주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는데, 결국 그 회의를 서울에 유치하고 그들과 여러 번 접촉한 끝에 어획권을 따낼 수 있었습니다.”
어렵사리 ‘메로’라는 생선을 잡아 왔거늘, 그는 이 생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박 회장은 처음에는 과거에 오징어, 명태를 말리듯이 강원도에 덕장을 만들어 ‘메로’를 말렸다. 기름기(불포화지방산)가 많은 이 생선이 오징어처럼 바싹 마를 리 없었다. 결국은 박 회장은 ‘메로’ 요리법을 개발해서 일일이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생선을 팔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 생선은 골프장 사장을 대상으로 한 시연회에서 히트를 치면서, 고급 음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동물 사료의 중요성 전파할 터
한 사람이 70년 넘는 인생을 한자리에서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법이다. 인터뷰가 두 시간을 넘기고 있었지만, 박인성 회장은 꼿꼿한 자세로 말을 이어 갔다. ‘도전’, ‘집념’이라는 단어가 그의 모습과 오버랩됐다.
하긴 일흔을 넘긴 그가 요즘 새롭게 ‘꽂힌’ 사업은 원양어업이 아니라 동물 사료다. 도대체 생선과 동물 사료가 무슨 연관이 있기에.
박인성 회장은 “항생제와 살충제로 오염된 사료를 가축에게 먹이다 보니 신종플루니, 집단 식중독 같은 병이 생기는 것”이라며 “말 못하는 동물들에게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품질의 사료를 먹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남은 인생을 동물 사료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올인하겠다”고도 했다.
박 회장의 얘기다.
“1997년에 북한 주민들이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식량개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남빙양에 있는 크릴 어장이었습니다. ‘크릴’이라는 것이 새우처럼 생긴 해양 동물인데 고래나 펭귄, 사람에게 중요한 식량 자원이 되는 생물이거든요. 남극해에서 잡을 수 있는데 우리 정부 차원에서 십 수년 동안 시험조업을 했지만 상업화를 못 시켰던 일이었습니다. 어장이 방치돼 있었는데, 여기에 100억원 정도를 투입해서 겨우 상업화의 초석을 마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억울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만.”
동원산업과의 크릴새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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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원산업과 다툼을 벌인 크릴새우. |
“어업허가를 받아서 1999년부터 우리의 ‘인성호’가 크릴새우를 잡아 와서 국내에 팔았습니다. 크릴새우는 낚시용이나 식용(食用)으로 쓰이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피땀 흘려 개척한 시장에 다른 업체가 조업을 하겠다며 들어온 겁니다. 어장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했던 자본을 미처 회수하기도 전에 말입니다. 어렵게 개발해서 성공단계에 이르니까 그렇게 한 겁니다.”
―권한을 가진 정부 부처에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최소의 투자비용이라도 회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사이 우리와 동원이 협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도중에 동원이 어업허가권을 얻었습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이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2005년에 일본에서 배를 한 척 샀습니다. 기존에 크릴새우를 잡던 배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난 ‘광자호’라는 배였습니다. 이 선박으로 어업허가 신청을 했는데 허가가 나지 않더라고요.”
―거기에도 또 다른 사연이 있습니까.
“저쪽이 크릴사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등 이유를 대면서 ‘광자호’에 어업허가를 내주면 안 된다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질의서를 제출하고 우리에게 허가 나는 것을 반대했다네요. 결국 인성의 제품을 국내에 들여오지 못하고 전부 해외로 수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크릴새우가 인체에 유익한 제품이어서 덕분에 사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지만, 여하튼 무슨 악연인지.”
동원, “인성과 다툰 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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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에서 조업중인 인성실업 선원들. |
동원산업 관계자는 “남빙양 크릴어장은 인성실업이 출어하기 전부터 정부가 개발비를 지급해 남북수산, 대호원양, 동방원양 등이 개척한 어장이다. 동원산업이 인성실업이 개발한 어장에 무임승차를 한 게 아니다”며 “동원산업이 크릴어장에 진출할 때 인성실업이 국내 시장이 협소하다며 오히려 동원산업의 크릴어장 출어를 극렬히 반대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인성실업이 ‘광자호’에 대해 새롭게 어업허가를 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우리가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질의서나 반대의견을 제출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인성실업이 동원산업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펴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남빙해에서 건져 올린 ‘크릴새우’를 놓고 분쟁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를 계기로 그는 ‘사료’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얻었다.
박인성 회장의 얘기다.
“크릴이라는 것이 고도의 불포화지방산 생물입니다. 고기의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맛 좋은 고기로 만들죠. 크릴새우에 대해서 연구하면서 친환경적이고, 무항생제 사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품질 어분(魚粉)을 사용한 사료나 항생제, 살충제를 쓴 원료로 만든 사료를 먹이면 결국 사람에게 영향이 가는 겁니다. 자연산 회가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오염된 환경에서 자란 자연산 회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된 사료를 먹고 자란 양식 회가 훨씬 맛이 좋고 신선합니다. 마지막 인생은 동물에게 먹이는 사료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바칠 겁니다.”
남해안에서 참치 양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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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통영 앞바다에 있는 참다랑어 양식장. |
경남 통영 삼덕항에서 배로 한 시간 떨어진 섬 ‘욕지도’ 앞바다에는 인성실업의 가두리양식장이 있다. 이곳에는 인성실업이 치어를 잡아다 키우고 있는 참다랑어(참치)가 살고 있다.
고급 어종인 참치는 예로부터 양식이 어렵다고 여겨져 온 생선이다. 참치가 우리나라처럼 온도가 낮은 차가운 바다에서 살지 않는 데다, 예민해서 사람의 손을 타면 금방 죽기 때문이다. 참치 양식이 성공할 경우 꽤 큰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생길 것으로 추산되지만, 섣불리 양식을 시도하지 못했던 것이 이런 애로사항 때문이었다.
계속되는 그의 얘기다.
“수온이며 여러 조건 때문에 참치 양식이 어렵다고들 했습니다. 일본에서 참치 양식을 하고 있는 친구를 불러 우리나라에서 적당한 곳이 있을까를 물색했습니다.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을 전부 돌고 있는데, 이 친구가 욕지도를 보더니 이곳에서라면 가능하겠다는 겁니다. 이곳에 양식장을 세우고, 어린 새끼 참치들을 잡았습니다.”
2002년이었다. 박 회장은 이곳에서 참치, 고등어, 아지 등을 키우며, 무항생제 사료로 이들을 먹여 실험적으로 키워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이런 의지로 인해 인성실업은 2007년 통영 앞바다에서 새끼 참치 10여 마리를 잡아, 지름 20m, 깊이 14m짜리 가두리양식장에 넣었다. 이후 이들에게 고등어, 전갱이와 같은 생선과 영양제까지 먹여 키우고 있다. 원래 5kg이었던 새끼 참치들은 3년 만에 60kg의 거구로 변신했다.
박인성 회장은 “사람이 먹어도 좋을 정도의 질(質) 좋은 사료를 물고기들에게 먹이니 동물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성장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투자비용을 10원도 회수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완전히 양식에 성공할 경우 국내 수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치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인성실업은 욕지도에서 혼마구로(참치) 3000마리 등 총 40만 마리의 생선을 양식 중이다. 여태까지 이곳 양식장에는 약 7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박인성 회장의 ‘사료’에 대한 애착은 끝이 없어 보인다.
최근에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있는 닭 농장을 인수했다. 이곳에서는 전혀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최고급 사료만 먹여 키우는 닭이 자라고 있다.
욕지도의 한편에도 이런 시험용 닭들이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인 국산 닭에 비해 크릴을 먹인 닭은 ‘DHA’와 ‘EPA’ 성분이 훨씬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사료란 대체 무엇일까. 박 회장의 얘기다.
“선도(鮮度)가 좋은 것, 농약이나 살충제가 일절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 좋은 사료입니다. 화학 조미료,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가축들을 건강하게 기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겁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깨끗하고 신선한 사료가 좋은 사료죠.”
첫 사업은 연탄 군납
박인성 회장의 살아온 얘기를 듣고 있자니, ‘집념’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938년생인 그는 여덟 살 되던 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충남 강경에서 10km 떨어진 외진 시골이 그의 고향이다. 그의 어머니는 콩나물을 키워 장에 내다 팔아 1남3녀를 먹여 살렸다. 박인성 회장이 4대 독자로 귀한 아들이었던 터라, 어머니의 그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고 한다. 누이들이 보리밥을 먹을 때 그의 상에는 하얀 쌀밥이 올라왔고, 어머니는 당신의 옷을 팔아서 그에게 새 옷을 사 입혔다.
박 회장은 “누이 중 한 명이 그의 닭죽을 뺏어 먹었다가 어머니에게 혼쭐이 나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어서 외갓집의 사랑은 남달랐다.
그는 “경제적으로는 끼니를 잇기 어려울 정도로 궁핍했지만, 외갓집에서 사랑만큼은 듬뿍 받고 자랐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먹고살기 위해’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 자유당 시절이었다. 군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고 싶었던 그는 뜻하지 않게 일찍 제대 명령을 받게 됐다. 자유당이 3·15 부정선거를 치르기 위해서 군인들의 군 복무 기간을 확 줄인 것이다. 남들은 군에서 제대를 한다고 들떠 있는데, 정작 박 회장은 전역이 다가올 수록 근심이 늘어 갔다.
논산훈련소 경리부에서 군생활을 했던 그는 한때 군에 남을 생각을 했다. 전두환(全斗煥) 전(前) 대통령의 장인인 고 이규동(李圭東)씨가 육군본부 경리감이었는데, 그가 박 회장을 꽤 예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손자를 하나 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한동네에 살던 처녀와 스물두 살에 결혼을 했고, 군을 제대했다.
군에서 만난 지인의 도움으로 삼화연료주식회사를 만들어, ‘81공탄’, ‘39공탄’을 군에 납품한 것이 그의 첫 사회생활이었다. ‘군납’이라고 하면 돈을 꽤 벌었을 터인데, 정작 그는 그러지 못했다.
박인성 회장의 얘기다.
“자유당 때 군납을 하려 했는데 4·19가 터지면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그러더니 신파, 구파가 매일 바뀌고, 결국 5·16이 지나고 난 다음에야 겨우 군에 납품을 하게 된 겁니다. 그때 고리채였거든. 시골 놈이 서울 군부대에 왔다 갔다 하면서 쏟아 부은 돈이 감당이 안된 겁니다. 남들이 군납을 했다고 하면 돈깨나 벌었겠구나 생각을 하는데 정작 저는 반대였습니다. 고리채를 감당하지 못해서 어머니께서 남긴 유산 논 다섯 마지기까지 전부 날렸습니다.”
직원들에게 주식 15% 무상 양도
첫 번째 사회생활에서 빚만 남았던 그는 이번에는 부도난 빵공장를 맡게 됐다. 제일합자회사라는 빵공장의 대표사원이 된 것이다. 그는 이 공장에서 건빵, 생과자 등을 만들어 군대에 납품을 하다가 자녀교육 때문에 서울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수산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그는 꽤 사연 많은 인생을 산 셈이다.
박인성 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비상장 회사의 주식 15%를 무상으로 나눠 줬다. 직원 중에 회사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박 회장은 “내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도 모두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 달라는 의미에서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 줬다”고 했다.
바다를 벗 삼아, 도전의 상대로 삼아 살아온 40여 년의 인생. 하지만 노년의 회장은 여전히 열정이 넘쳤다.
“저는 아직도 고기를 잡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늙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웃음) 모르죠. 제가 도전할 일이 또 남아 있을는지요. 도전을,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작은 성공에 지나치게 기뻐하지도 마십시오. 도전과 실패가 거듭되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사진 : 서경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