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기업 연매출 총액은 全세계 GDP의 11%, 자산 총액은 전세계 GDP보다 많은 55조 달러
⊙ 李明博 대통령의 아이디어로 시작
⊙ <포천> 상위 30대 기업 중 11개 기업 참석, 빌 게이츠도 올 예정
⊙ HSBC, 로열더치셸, 도이체방크, 보쉬, 퀄컴, 네슬레 CEO 참석
吳永鎬
⊙ 1952년생. 서울대 화공과 졸업, 美 버지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경희대 경제학 박사.
⊙ 상공부 사무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美 대사관 상무관, 산업자원부 제1차관,
서강대 서강미래기술연구원 교수 역임.
⊙ 現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 李明博 대통령의 아이디어로 시작
⊙ <포천> 상위 30대 기업 중 11개 기업 참석, 빌 게이츠도 올 예정
⊙ HSBC, 로열더치셸, 도이체방크, 보쉬, 퀄컴, 네슬레 CEO 참석
吳永鎬
⊙ 1952년생. 서울대 화공과 졸업, 美 버지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경희대 경제학 박사.
⊙ 상공부 사무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美 대사관 상무관, 산업자원부 제1차관,
서강대 서강미래기술연구원 교수 역임.
⊙ 現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10월 초,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그 주변은 11월 11~12일 열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수많은 플래카드와 안내 팻말 등이 가득해 축제를 앞둔 분위기였다. 코엑스 옆의 무역센터빌딩도 마찬가지다. 한국무역협회를 비롯해 무역회사들이 입주한 이 빌딩에서는 곳곳에서 비즈니스맨들의 바쁜 목소리 중에서 ‘비즈니스 서밋(business summit)’이라는 단어가 종종 들려왔다.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은 ‘G20 정상(頂上)회의(서밋)’에 하루 앞서 열리는 전세계 기업인들의 회담이다.
HSBC·도이체방크(Deutsche Bank)·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비자(VISA) 등 세계의 주요 금융권은 물론 글로벌 제조·IT·에너지 업체들의 CEO 120여 명이 참석한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다는 것은 G20의 정상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진행하고 있는 오영호(吳永鎬) G20 비즈니스 서밋 집행위원장(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무역센터빌딩 50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기업들의 ‘유엔총회’, 現 대통령의 아이디어
“세계적인 기업 CEO들을 100명 이상 초청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는 질문에 오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임원급도 아니고, 회장이나 CEO들이 직접 모이는 일은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前例)를 찾기 힘들 겁니다. 그야말로 기업들의 유엔총회라 할 수 있죠.”
이번 서밋 참석업체 중 하나인 로열더치셸의 매출은 2851억 달러. 이는 남아공(南阿共)의 1년 GDP와 맞먹는 액수이며, 국가로 본다면 세계 31위의 경제주체다. 이런 회사들이 120여 개 참석한다. 참석 기업들의 연매출을 합치면 전세계 GDP의 11%에 달한다.
“G20이라는 것이 애초부터 각국의 경제공조를 위해 마련된 것이잖아요. 세계적인 경제공조를 위해서는 기업인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만큼 G20 비즈니스 서밋은 정말 적절한 아이디어였다고 봅니다.” 민간기업인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를 만들자는 것은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 오 위원장은 “기업인 출신이라 역시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G20은 민간부문이 제외된 20개국 정부간의 협의체다. G20 실무회의는 재무장·차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와 셰르파(실무그룹)회의가 양 축을 이룬다. G20 정상회의에 앞서 이 두 회의가 몇 차례 열리면서 의제를 논의하는 것. 그 결과물이 최종적으로 G20 정상회의에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이 두 회의에 ‘비즈니스 서밋’이 추가됐다.
“사실 우리가 주최국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민간기업 회의를 추가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아이디어 자체가 시의적절했기 때문에 G20 회원국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그러나 처음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이 G20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서밋을 처음 제안했을 때는 거의 모든 국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세계의 기업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행사가 처음이었기에 다들 낯설어했던 것이다.
<포천> 선정 상위권 기업들의 최고의사결정권자 초청
그런 가운데서도 올 초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가 출범했고, 갖은 노력을 통해 진행과 초청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나 싶더니 천안함 사태가 터졌다. 초청수락 회신이 뚝 끊겼다. 4월 한 달 내내 사무실이 파리를 날릴 정도였다. 4월이 지나고 다시 초청작업에 진척이 이뤄지나 했더니 여름 휴가철이 찾아왔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기업인들이 두 달 정도 휴가를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또다시 작업은 느려졌다.
위원회는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2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초청작업을 진행했다.
초청기업을 정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글로벌 대기업의 수장은 1~2년 전부터 스케줄이 꽉 차 있는 것이 보통이다. 비서실과 연락조차 잘 안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기업의 한국지사는 물론 재외공관, 주한 외국공관, 국내기업 등 모든 채널을 동원해 초청작업에 나섰다.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 유수기업과 ‘핫라인’이 있지 않겠냐는 기대에 대기업에 의뢰하기도 했지만 글로벌기업 CEO와 직접 통하는 국내기업은 거의 없었다. 또 일정이 비어 있더라도 한국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 참석을 기피하거나 너무 멀어서 갈 수 없다는 대답도 많았다.
“회의 포맷 새로 만들어”
그때부터 위원회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서밋과 G20 정상회의와의 연계성을 적극 홍보하기 시작했다. “G20은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경제의 중요한 틀을 만드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부상했습니다. 그래서 G20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민간기업들도 초미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죠. 기업인들의 토론내용이 직접 G20 정상회의의 의제로 올라간다는 사실은 CEO들이 참석을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라고 봤습니다. 특히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정상들 전부는 아니지만 여러 명 참석합니다. 글로벌 기업인이라도 타국의 정상과 한 테이블에 앉아 세계경제를 주제로 토론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 있겠죠.”
오 위원장은 “다보스포럼 등 각국 정상이나 장관,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행사는 몇 있지만 대부분 연설과 질의응답으로 끝나는 것이 전부였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포맷을 새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각국 정상과 글로벌기업의 CEO들이 한자리에 앉아서 토론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사전준비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20명의 글로벌기업 CEO들은 7월부터 석 달 동안 12개의 소주제에 대해 보고서 작성을 진행해 왔어요. 물론 대기업 직속 연구소나 TF팀들이 많은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10월 말에 보고서가 완성되면 G20 재무장·차관 회의, 셰르파 회의에 회람을 하면서 양측의 의견을 조율합니다. 그 과정에서 G20회의 측과 비즈니스 서밋 간 의견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민간의 목소리가 G20회의에 감안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제된 쟁점사안에 대해서는 비즈니스 서밋 당일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는 G20 일부 정상들과 논의를 벌이게 되는 거죠. 이런 형식이 CEO들에게 어필했던 것 같습니다.”
위원회가 7월부터 G20 정상회담과 비즈니스 서밋의 연계성을 적극 홍보하기 시작하면서 휴가가 끝난 대기업 CEO들이 참석의사를 밝혀 왔다. 로열더치셸과 중국공상은행 등 대기업들이 속속 회신을 보냈고, 초청대상이 아닌데도 참석하고 싶다고 연락해 오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당초 100명 참석을 목표로 했지만, 참석열기가 높아져 인원을 120명으로 늘렸다. 80명을 넘길 수 있을까 불안해했던 몇 달 전 상황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참석기업 자산 모두 합치면 55조달러… 전세계 GDP보다 많아
지금까지 참석이 확정된 기업인의 면면은 화려하다. <포천> 상위 30대기업 중 11개 기업이 참석하고, 특히 HSBC, 스탠다드차타드, 씨티, 비자, 도이체방크, 노무라증권 등 전세계 금융권 CEO들은 대부분 참석 예정이다. 미국의 퀄컴, 독일의 보쉬,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 스위스의 네슬레, 중국의 리&펑 등 ‘잘나가는’ 제조·유통업체들도 즐비하다. 중국과 인도 등 브릭스(BRICs)의 대기업들도 대거 참석한다.
오 위원장의 설명이다.
“로열더치셸을 비롯,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의 최대 에너지 기업인 토털, 에니, 렙솔 등 각국의 1등 에너지 기업들이 총출동합니다. 더불어 세계 최대의 물 기업인 베올리아, 역시 세계 1등의 풍력회사인 베스타스윈드시스템, 원자력으로 세계 톱인 아레바 등 다양한 에너지 분야의 세계 1등 기업들이 모두 모여 대체 에너지를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녹색산업의 성장방안을 논의합니다.
위기 이후 세계경제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브릭스에서도 주요 기업들이 많이 옵니다. 중국에서는 전력(스테이트그리드), 통신(차이나모바일), 금융(중국공상은행) 분야에서 각각 1위 기업이 다 옵니다. 인도에서는 최대 에너지 업체인 인디안 오일 코퍼레이션과 2위 IT 업체인 인포시스가 옵니다. 또 브라질에서는 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인 발레의 최고경영자가 내한하는 등 명실상부한 브릭스 간판기업들이 집결하죠.
금융의 경우도 면면이 화려한데, 세계 톱3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 모건 체이스, 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가 한꺼번에 오고, HSBC, BNP파리바 등 세계 최고의 금융권위지 뱅커스 선정 글로벌 톱10 중 8개 기업이 서울에 모입니다.”
특히 현재 CEO는 아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참석할 예정이다. 오 위원장의 설명.
“세계적인 기업은 거의 다 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 오는 기업들의 자산을 모두 합치면 총 55조 달러로 전 세계 GDP를 모두 합친 액수보다도 많으며 전 세계 인구가 하루 2번씩 3.58달러짜리 빅맥 세트를 3년4개월간 먹을 수 있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또 서울 회의에 참석하는 기업들의 매출액을 합치면 전세계 GDP의 11%를 차지합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모이는지를 가늠할 수 있죠.”
국내 대기업 총수 대부분 참석
지난 8월말 언론을 통해 발표된 국내 기업 참석자 리스트도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도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 포스코 정준양 회장, GS칼텍스 허동수 회장, 현대중공업 민계식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KT 이석채 회장, 두산그룹 박용현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대우증권 임기영 사장 등 자산규모 상위권 12개 기업의 오너 혹은 총수들이 모두 참석한다. 이 중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12개 소주제 중 ‘신재생에너지·천연자원개발’ 분야의 컨비너(진행자)로 활약할 예정이다.
오 위원장은 외국기업 CEO 초청에 비하면 국내기업 CEO들 참석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이뤄졌다고 털어놨다. 우리 대통령이 주창해 만들어진 국제회의인 만큼 국내 대기업 CEO들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나섰다는 것.
“대기업 위주의 ‘그들만의 리그’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에 오 위원장은 “물론 국내기업들에 최대한 참석의 기회를 주고 싶지만, 간판급 기업들을 초청한다는 취지 아래 글로벌 포천 250위 전후의 기업들을 기준으로 내세우면서 한국기업들에만 이중 잣대를 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참석대상은 제한하지만, 국내 재계가 이번 기회를 비즈니스 창출의 기회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1대1 비즈니스 미팅’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철강, 녹색산업 등 업종별 간담회도 주선 중이다.
‘코리아 이니셔티브’ 만들 것
한국에서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처음으로 시도한 G20 비즈니스 서밋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게 아닐까”라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다음 G20 주최국인 프랑스에서도 이를 이어받을 예정이다.
“지난달 사공일 서울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께서 프랑스를 방문해 대통령 수석보좌관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프랑스도 서울식 모델의 비즈니스 서밋을 이어받아 개최하기로 결정했죠. 차차기 개최국인 멕시코도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서밋이 G20 회의의 일환으로 정례화된다면 ‘코리아 이니셔티브(주도권)’ 중 하나의 업적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G20의 경제적인 효과는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조사결과 총 31조원의 수출증대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있고, 기업 수출은 229억 달러어치가 늘어날 것이며, 16만명의 고용이 새로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세계인을 한국으로 불러모으는 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ASEM(2000), APEC (2005) 국제회의가 열렸던 해에는 국제회의가 평년의 두 배로 늘어나면서 국내 컨벤션·관광산업의 규모가 매우 커졌습니다. 이번 G20도 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 산업을 중흥시키는 효과가 크겠지요.”
오 위원장은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하는 세계의 기업들은 이번 행사를 동아시아 진출의 계기로 삼거나 세계 홍보의 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석기업 중에는 이번 서밋 참석을 계기로 기업을 알리고 해외진출을 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또 제휴가능한 국내기업을 소개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대학 특강을 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한 업체당 적게는 열몇 명에서 수십 명까지 서울을 방문하는 등 이번 서밋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습니다.”
국내 인사들, 줄대기 전쟁
오 위원장은 기업인 초청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글로벌기업 CEO들은 대부분 전용기를 타고 옵니다. 어떤 CEO는 한 번 움직이는 데 전용기가 2대 동원되더군요. 그런데 G20 정상회담과 비슷한 시기에 열리다 보니 전용기가 주로 이용하는 서울공항(성남) 이착륙 일정을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겁니다. 전용기를 잘 다루지 않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 이를 요청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도 못합니다.”
의전뿐만이 아니었다. 글로벌기업 CEO들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국내 인사들의 ‘줄대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그들과의 미팅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는 것이다.
“외국 CEO들과 연을 맺고 싶어하는 정치인들도 많지 않으냐”는 질문에 오 위원장은 “솔직히 국회의원들과 시·도지사들의 빗발치는 기업인 면담요청에 진땀이 날 지경”이라며 웃었다.
오 위원장은 “글로벌 대기업의 CEO 사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CEO 출신 대통령,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더라고요. 실용주의를 통해 국가를 어떻게 주도해 나갈지 궁금해합니다. 우리 정부를 외국의 민간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는 이번 비즈니스 서밋 준비과정을 통해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 ‘진정한 국제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20 비즈니스 서밋은 말하자면 ‘지구촌 유지의 모임’이잖아요. 우리나라도 유지들 사이에 끼이게 됐는데 아직 우리 기업들은 수준과 자질이 선진국 기업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서밋을 계기로 세계수준에 좀 더 가까워졌으면 합니다.”⊙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은 ‘G20 정상(頂上)회의(서밋)’에 하루 앞서 열리는 전세계 기업인들의 회담이다.
HSBC·도이체방크(Deutsche Bank)·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비자(VISA) 등 세계의 주요 금융권은 물론 글로벌 제조·IT·에너지 업체들의 CEO 120여 명이 참석한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다는 것은 G20의 정상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진행하고 있는 오영호(吳永鎬) G20 비즈니스 서밋 집행위원장(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무역센터빌딩 50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기업들의 ‘유엔총회’, 現 대통령의 아이디어
“세계적인 기업 CEO들을 100명 이상 초청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는 질문에 오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임원급도 아니고, 회장이나 CEO들이 직접 모이는 일은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前例)를 찾기 힘들 겁니다. 그야말로 기업들의 유엔총회라 할 수 있죠.”
이번 서밋 참석업체 중 하나인 로열더치셸의 매출은 2851억 달러. 이는 남아공(南阿共)의 1년 GDP와 맞먹는 액수이며, 국가로 본다면 세계 31위의 경제주체다. 이런 회사들이 120여 개 참석한다. 참석 기업들의 연매출을 합치면 전세계 GDP의 11%에 달한다.
“G20이라는 것이 애초부터 각국의 경제공조를 위해 마련된 것이잖아요. 세계적인 경제공조를 위해서는 기업인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만큼 G20 비즈니스 서밋은 정말 적절한 아이디어였다고 봅니다.” 민간기업인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를 만들자는 것은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 오 위원장은 “기업인 출신이라 역시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G20은 민간부문이 제외된 20개국 정부간의 협의체다. G20 실무회의는 재무장·차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와 셰르파(실무그룹)회의가 양 축을 이룬다. G20 정상회의에 앞서 이 두 회의가 몇 차례 열리면서 의제를 논의하는 것. 그 결과물이 최종적으로 G20 정상회의에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이 두 회의에 ‘비즈니스 서밋’이 추가됐다.
“사실 우리가 주최국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민간기업 회의를 추가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아이디어 자체가 시의적절했기 때문에 G20 회원국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그러나 처음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이 G20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서밋을 처음 제안했을 때는 거의 모든 국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세계의 기업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행사가 처음이었기에 다들 낯설어했던 것이다.
<포천> 선정 상위권 기업들의 최고의사결정권자 초청
그런 가운데서도 올 초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가 출범했고, 갖은 노력을 통해 진행과 초청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나 싶더니 천안함 사태가 터졌다. 초청수락 회신이 뚝 끊겼다. 4월 한 달 내내 사무실이 파리를 날릴 정도였다. 4월이 지나고 다시 초청작업에 진척이 이뤄지나 했더니 여름 휴가철이 찾아왔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기업인들이 두 달 정도 휴가를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또다시 작업은 느려졌다.
위원회는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2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초청작업을 진행했다.
초청기업을 정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글로벌 대기업의 수장은 1~2년 전부터 스케줄이 꽉 차 있는 것이 보통이다. 비서실과 연락조차 잘 안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기업의 한국지사는 물론 재외공관, 주한 외국공관, 국내기업 등 모든 채널을 동원해 초청작업에 나섰다.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 유수기업과 ‘핫라인’이 있지 않겠냐는 기대에 대기업에 의뢰하기도 했지만 글로벌기업 CEO와 직접 통하는 국내기업은 거의 없었다. 또 일정이 비어 있더라도 한국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 참석을 기피하거나 너무 멀어서 갈 수 없다는 대답도 많았다.
“회의 포맷 새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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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 예정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
오 위원장은 “다보스포럼 등 각국 정상이나 장관,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행사는 몇 있지만 대부분 연설과 질의응답으로 끝나는 것이 전부였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포맷을 새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각국 정상과 글로벌기업의 CEO들이 한자리에 앉아서 토론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사전준비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20명의 글로벌기업 CEO들은 7월부터 석 달 동안 12개의 소주제에 대해 보고서 작성을 진행해 왔어요. 물론 대기업 직속 연구소나 TF팀들이 많은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10월 말에 보고서가 완성되면 G20 재무장·차관 회의, 셰르파 회의에 회람을 하면서 양측의 의견을 조율합니다. 그 과정에서 G20회의 측과 비즈니스 서밋 간 의견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민간의 목소리가 G20회의에 감안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제된 쟁점사안에 대해서는 비즈니스 서밋 당일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는 G20 일부 정상들과 논의를 벌이게 되는 거죠. 이런 형식이 CEO들에게 어필했던 것 같습니다.”
위원회가 7월부터 G20 정상회담과 비즈니스 서밋의 연계성을 적극 홍보하기 시작하면서 휴가가 끝난 대기업 CEO들이 참석의사를 밝혀 왔다. 로열더치셸과 중국공상은행 등 대기업들이 속속 회신을 보냈고, 초청대상이 아닌데도 참석하고 싶다고 연락해 오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당초 100명 참석을 목표로 했지만, 참석열기가 높아져 인원을 120명으로 늘렸다. 80명을 넘길 수 있을까 불안해했던 몇 달 전 상황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참석기업 자산 모두 합치면 55조달러… 전세계 GDP보다 많아
지금까지 참석이 확정된 기업인의 면면은 화려하다. <포천> 상위 30대기업 중 11개 기업이 참석하고, 특히 HSBC, 스탠다드차타드, 씨티, 비자, 도이체방크, 노무라증권 등 전세계 금융권 CEO들은 대부분 참석 예정이다. 미국의 퀄컴, 독일의 보쉬,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 스위스의 네슬레, 중국의 리&펑 등 ‘잘나가는’ 제조·유통업체들도 즐비하다. 중국과 인도 등 브릭스(BRICs)의 대기업들도 대거 참석한다.
오 위원장의 설명이다.
“로열더치셸을 비롯,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의 최대 에너지 기업인 토털, 에니, 렙솔 등 각국의 1등 에너지 기업들이 총출동합니다. 더불어 세계 최대의 물 기업인 베올리아, 역시 세계 1등의 풍력회사인 베스타스윈드시스템, 원자력으로 세계 톱인 아레바 등 다양한 에너지 분야의 세계 1등 기업들이 모두 모여 대체 에너지를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녹색산업의 성장방안을 논의합니다.
위기 이후 세계경제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브릭스에서도 주요 기업들이 많이 옵니다. 중국에서는 전력(스테이트그리드), 통신(차이나모바일), 금융(중국공상은행) 분야에서 각각 1위 기업이 다 옵니다. 인도에서는 최대 에너지 업체인 인디안 오일 코퍼레이션과 2위 IT 업체인 인포시스가 옵니다. 또 브라질에서는 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인 발레의 최고경영자가 내한하는 등 명실상부한 브릭스 간판기업들이 집결하죠.
금융의 경우도 면면이 화려한데, 세계 톱3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 모건 체이스, 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가 한꺼번에 오고, HSBC, BNP파리바 등 세계 최고의 금융권위지 뱅커스 선정 글로벌 톱10 중 8개 기업이 서울에 모입니다.”
특히 현재 CEO는 아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참석할 예정이다. 오 위원장의 설명.
“세계적인 기업은 거의 다 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 오는 기업들의 자산을 모두 합치면 총 55조 달러로 전 세계 GDP를 모두 합친 액수보다도 많으며 전 세계 인구가 하루 2번씩 3.58달러짜리 빅맥 세트를 3년4개월간 먹을 수 있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또 서울 회의에 참석하는 기업들의 매출액을 합치면 전세계 GDP의 11%를 차지합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모이는지를 가늠할 수 있죠.”
국내 대기업 총수 대부분 참석
지난 8월말 언론을 통해 발표된 국내 기업 참석자 리스트도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도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 포스코 정준양 회장, GS칼텍스 허동수 회장, 현대중공업 민계식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KT 이석채 회장, 두산그룹 박용현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대우증권 임기영 사장 등 자산규모 상위권 12개 기업의 오너 혹은 총수들이 모두 참석한다. 이 중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12개 소주제 중 ‘신재생에너지·천연자원개발’ 분야의 컨비너(진행자)로 활약할 예정이다.
오 위원장은 외국기업 CEO 초청에 비하면 국내기업 CEO들 참석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이뤄졌다고 털어놨다. 우리 대통령이 주창해 만들어진 국제회의인 만큼 국내 대기업 CEO들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나섰다는 것.
“대기업 위주의 ‘그들만의 리그’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에 오 위원장은 “물론 국내기업들에 최대한 참석의 기회를 주고 싶지만, 간판급 기업들을 초청한다는 취지 아래 글로벌 포천 250위 전후의 기업들을 기준으로 내세우면서 한국기업들에만 이중 잣대를 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참석대상은 제한하지만, 국내 재계가 이번 기회를 비즈니스 창출의 기회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1대1 비즈니스 미팅’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철강, 녹색산업 등 업종별 간담회도 주선 중이다.
‘코리아 이니셔티브’ 만들 것
한국에서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처음으로 시도한 G20 비즈니스 서밋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게 아닐까”라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다음 G20 주최국인 프랑스에서도 이를 이어받을 예정이다.
“지난달 사공일 서울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께서 프랑스를 방문해 대통령 수석보좌관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프랑스도 서울식 모델의 비즈니스 서밋을 이어받아 개최하기로 결정했죠. 차차기 개최국인 멕시코도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서밋이 G20 회의의 일환으로 정례화된다면 ‘코리아 이니셔티브(주도권)’ 중 하나의 업적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G20의 경제적인 효과는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조사결과 총 31조원의 수출증대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있고, 기업 수출은 229억 달러어치가 늘어날 것이며, 16만명의 고용이 새로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세계인을 한국으로 불러모으는 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ASEM(2000), APEC (2005) 국제회의가 열렸던 해에는 국제회의가 평년의 두 배로 늘어나면서 국내 컨벤션·관광산업의 규모가 매우 커졌습니다. 이번 G20도 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 산업을 중흥시키는 효과가 크겠지요.”
오 위원장은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하는 세계의 기업들은 이번 행사를 동아시아 진출의 계기로 삼거나 세계 홍보의 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석기업 중에는 이번 서밋 참석을 계기로 기업을 알리고 해외진출을 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또 제휴가능한 국내기업을 소개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대학 특강을 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한 업체당 적게는 열몇 명에서 수십 명까지 서울을 방문하는 등 이번 서밋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습니다.”
국내 인사들, 줄대기 전쟁
오 위원장은 기업인 초청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글로벌기업 CEO들은 대부분 전용기를 타고 옵니다. 어떤 CEO는 한 번 움직이는 데 전용기가 2대 동원되더군요. 그런데 G20 정상회담과 비슷한 시기에 열리다 보니 전용기가 주로 이용하는 서울공항(성남) 이착륙 일정을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겁니다. 전용기를 잘 다루지 않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 이를 요청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도 못합니다.”
의전뿐만이 아니었다. 글로벌기업 CEO들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국내 인사들의 ‘줄대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그들과의 미팅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는 것이다.
“외국 CEO들과 연을 맺고 싶어하는 정치인들도 많지 않으냐”는 질문에 오 위원장은 “솔직히 국회의원들과 시·도지사들의 빗발치는 기업인 면담요청에 진땀이 날 지경”이라며 웃었다.
오 위원장은 “글로벌 대기업의 CEO 사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CEO 출신 대통령,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더라고요. 실용주의를 통해 국가를 어떻게 주도해 나갈지 궁금해합니다. 우리 정부를 외국의 민간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는 이번 비즈니스 서밋 준비과정을 통해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 ‘진정한 국제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20 비즈니스 서밋은 말하자면 ‘지구촌 유지의 모임’이잖아요. 우리나라도 유지들 사이에 끼이게 됐는데 아직 우리 기업들은 수준과 자질이 선진국 기업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서밋을 계기로 세계수준에 좀 더 가까워졌으면 합니다.”⊙
| ▣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이란 글로벌기업의 최고경영자 120여 명이 기업인의 목소리를 G20 정상회의에 전달하기 위해 모이는 행사. 2010년 11월 10~11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제1회 비즈니스 서밋이 열린다. G20 비즈니스 서밋 집행위원회는 전세계 250대 기업의 오너 또는 CEO를 초청했다. 참석하는 120여 명의 CEO들은 이번 서밋의 주제인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 무역·투자·금융·녹색성장 등 12개 분야에 걸쳐 토론을 벌인다. 비즈니스 서밋의 토론내용은 G20 정상회의에 반영될 예정이며 G20의 일부 정상들이 참석, 기업인과 함께 주요 경제사안에 대해 직접 대화하는 자리도 갖는다. 이번 비즈니스 서밋은 G20 체제에 처음으로 민간참여 채널이 구축됐다는 의미가 있다. 피터 샌즈(스탠다드차타드은행), 조셉 선더스(비자), 요제프 아커만(도이체방크), 피터 브라벡(네슬레) 등 주요 글로벌기업의 CEO들이 참석하며, 한국에서는 이건희·정몽구·최태원 등 자산규모 상위 12개 대기업 CEO가 모두 참석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