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제 스타일이다 보니 그런 별명(저승사자, 해파리)이 붙은 것 같습니다“
⊙ G20 기간 중 제한적 차량 2부제 실시해야
⊙ G20 앞두고 탈북 위장 간첩 검거에 만전
⊙ 경찰청장의 인사권을 지방청장에게 대폭 이양하겠다
⊙ 경찰청장 직급을 경찰조직 규모에 걸맞게 장관급으로 격상 논의 필요
⊙ 성과주의와 무리한 수사는 관련이 없어
⊙ 연간 4만5000여 명이 적성검사 미필로 운전 면허취소를 당하는 비정상적 상황 개선
趙顯五
⊙ 1955년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법학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 법과대학원 법학 석사.
⊙ 제15회 외무고등고시 합격. 부산·경기·서울지방경찰청 청장.
⊙ G20 기간 중 제한적 차량 2부제 실시해야
⊙ G20 앞두고 탈북 위장 간첩 검거에 만전
⊙ 경찰청장의 인사권을 지방청장에게 대폭 이양하겠다
⊙ 경찰청장 직급을 경찰조직 규모에 걸맞게 장관급으로 격상 논의 필요
⊙ 성과주의와 무리한 수사는 관련이 없어
⊙ 연간 4만5000여 명이 적성검사 미필로 운전 면허취소를 당하는 비정상적 상황 개선
趙顯五
⊙ 1955년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법학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 법과대학원 법학 석사.
⊙ 제15회 외무고등고시 합격. 부산·경기·서울지방경찰청 청장.
조현오(趙顯五) 경찰청장은 외무공무원 출신이다. 지난 1981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후 외무부 국제법규과, 동구(東歐)과 등에서 9년간 근무하다가 경찰에 투신했다. 그때가 1990년이니까 올해로 20년째 경찰복을 입고 있는 셈이다.
경찰 투신 후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대통령비서실 치안행정관, 경찰청 외사관리관, 감사관, 경찰청 경비국장을 거쳤다. ‘경찰관의 꽃’이라는 총경 시절, 울산 남부경찰서장을 시작으로 경남 사천경찰서장, 서울 종암경찰서장을 지냈다. 2008년 부산지방경찰청장, 2009년 경기지방경찰청장, 2010년 1월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될 때까지 그의 저돌적인 추진력 때문에 ‘독선적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탄탄대로였다.
그런 조 청장이 인생의 걸림돌 이상의 가시밭길을 만난 것은 지난 8월 8일 경찰청장에 내정되면서부터다.
조 청장은 서울경찰청장 시절인 지난 3월 31일, 서울경찰청 대강당에서 서울청 산하 5개 기동단 팀장 이상 464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대부분의 내용이 경찰의 최대 현안인 G20 정상회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교육한 내용이었다. 당연히 G20 정상회의 시기에 발생할 집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이때 강연의 주된 흐름에서 보면 곁가지라고 할 수 있는 조 청장의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노무현(盧武鉉) 전(前) 대통령 차명계좌의 존재’와 ‘천안함 유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던 것이다. 이 강연은 녹화됐고,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 교육을 위해 CD로 제작됐다. 경찰청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 CD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언론에 조 청장의 ‘문제의 발언’이 보도됐고, 야권과 여권 일부에서도 조 청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경찰청장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는 조 청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조 청장의 청장 후보직 사퇴를 당연시했다.
경찰 인생뿐만 아니라 조 청장 인생에서 최대 고비였다. 그런데 그를 향해 폭풍이 치고 천둥소리 요란했지만, 그렇게 20여 일의 시간이 지난 후 그는 결국 경찰 최고 수장자리에 올랐다. 지난 10월 12일 오후 조현오 경찰청장을 만났다.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 또 한 번의 시련이 예상됐던 경찰청 국감도 끝나가는 상황이었다. 온갖 풍상을 너무 짧은 시간에 겪었지만 매력적인 중저음의 음성을 가진 그의 모습은 평온해 보였다.
가족 힘들었지만…
―취임사에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했는데 벌써 취임 40일이 넘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지휘부 인사를 전후하여 혼란스럽던 경찰조직이 안정을 되찾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 본래의 임무에 전념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장 내정 직후부터 인사청문회 때까지 수난을 많이 당했는데 중도에 사퇴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까.
“그런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제 동영상 강의 중 차명계좌 부분과 천안함 부분이 중점적으로 부각됐을 때 저는 ‘참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과 병행해서 제가 평소에 ‘성과주의에 집착해 직원들도 괴롭히고 결과적으로 시민들도 괴롭게 한다, 무조건 파면 해임시킨다, 가혹하다’ 이런 이야기가 계속 들렸죠. 그래서 저는 청장 안돼도 좋으니까 인사청문회에는 꼭 나가고 싶었습니다. 거기서 제가 강연 때 말실수를 했지만 제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의 취지가 무엇이라는 걸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청문회 때 이야기를 제대로 못했잖습니까. 못하고 나니까, 제가 옳게 이야기도 못하고 나니까 청문회가 끝나고 나서는 ‘내가 임명됐으면 좋겠다, 임명돼서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천안함 유족 관련 발언 등이 담긴 강연 동영상이 퍼지면서 야권 인사들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질타를 받았습니다. 항상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고통받는 게 가족입니다. 당시 가족 반응은 어떠했는지요.
“우선 저의 발언이 외부에 잘못 알려지면서 많은 고통을 받으신 유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당시 저의 가족도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제가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안쓰러워했지만, 저의 발언 내용이 잘못 전달되는 바람에 노 전 대통령과 천안함 희생장병 유족이 고통받을 것에 대해 무척이나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사 청문회를 무사히 마치고 경찰청장이 되는 것보다, 그분들에게 제 발언의 취지나 진위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언도 해주었죠.”
차명계좌
―차명계좌 발언의 진위는?
“그거 이야기 않겠습니다.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에게 죄송스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못된 언론 보도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강연 동영상을 보면, 조 청장은 유족이 울부짖은 걸 문제 삼은 게 아니라 울부짖는 장면을 감성적으로 반복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격식을 갖추라고 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일부 언론이 “유족이 동물처럼 울부짖은 게 잘못”이라고 말한 것으로 왜곡했습니다. 또 “OO(잘 들리지 않음)처럼 울부짖어”를 “소, 돼지처럼 울부짖지 말고 품격 있게 슬퍼하라”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말 ‘소, 돼지’라는 표현을 썼는지요.
“어떻게 소, 돼지라는 표현을 쓸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제가 반박을 하게 되면 오히려 논란을 더 키움으로써 힘들어하던 유족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특별히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인사 청문회에서 부조금 의혹이 불거졌죠? 이 사실이 청장께서 서울청장 시절 기업형 유흥업소 운영자와 자주 통화한 경찰관 39명을 적발, 6명을 파면·해임하고 33명에게 감봉·견책 조치한 일과 맞물려 “청장은 부조금으로 1억7000여만 원이나 받아먹었다는데, 우리는 밥 한 끼 얻어먹었다고 처벌받아야 하느냐”고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합니다.
“제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 부산에서 초·중·고를 졸업했기 때문에 동창, 친구들이 많았고 경남, 부산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아는 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에 부조금 액수가 다소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친인척을 제외하면 과도한 금액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만약 있었다면 돌려주었을 겁니다. 공직자로서 법령에 어긋나거나 부정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성실하게 재산 등록했음을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유흥업소 업주와 유착한 경찰관과 부조금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성매매업소, 불법오락실 업주와 조직폭력배 등 경찰대상 관계자와 유착한 행위는 금액 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밥 한 끼일지라도 작은 호의가 종국에는 유착의 싹이 되고 큰 비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대상업소 업주 등과의 유착행위 예방을 위하여 업무 외(外)적인 일체의 접촉행위를 금지토록 지시했고 위반 시 엄중 문책하겠다고 했음에도, 이러한 지시를 위반하여 유착의혹을 불러일으킨 경찰관들에 대하여 경중을 감안해 처벌한 것입니다.”
별명이 저승사자, 해파리인 까닭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면서 나름 소감이 있다면
“‘카더라’ 식, ‘아니면 말고’ 식의 음해성 이야기도 많이 나왔는데 그 부분이 참 답답하고 억울했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아무리 미워도 ‘거물 조직폭력배와 의형제’이고 ‘부산에서 검사를 스폰서 했다고 폭로한 사람하고 유착돼 있다’는 억울한 소리까지 하던데, 그 사람들과는 통화해 본 적도 없고 같은 공간에 존재해 본 사실조차 없었습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한 까닭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요.
“대통령님의 인사 이유에 대해 제가 이렇다저렇다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통령께서 저를 믿고 임명해 주신 이상,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경찰분위기를 일신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과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습니까.
“대통령님과 개인적으로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 주간지에 ‘청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라는 기사가 나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강하게 밀어붙이는 타입이라 별명이 저승사자, 해임·파면을 많이 시킨다 하여 해파리였다고 합니다. 알고 있었는지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어 안타깝습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제 스타일이다 보니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나름 ‘소통과 화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장 경찰관들과 간담회 형식을 빌려 많은 대화를 하고, 전자우편도 항상 개방해 직접 답변하는 등 가급적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서울청장 재임 시, 토론회 8회 등 총 81회에 걸쳐 간담회를 실시했습니다.”
―해임·파면을 많이 시킨다고 해서 해파리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맞습니까.
“그 별명은 제가 지방청장 재임 시 해임·파면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2008년 부산청장 시절 징계건수는 58건으로, 전년대비 49% 증가(전국 38% 증가)했습니다. 당시 검찰에서 업소유착·도박 등 총 12명을 징계 통보해서 중징계가 증가했지만 자체사고는 오히려 43% 감소했습니다. 2009년 경기청장 시절 징계건수는 225건으로, 전년대비 42% 증가(전국 46% 증가)했습니다. 비리척결을 위해 조폭·성매매·불법오락실 업주유착 등을 강도 높게 사정한 결과 자체사고는 54%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청장 시절(2010년 7월까지) 징계건수는 216건으로, 전년대비 0.9% 감소(전국 5% 감소)했고, 파면·해임은 42건이에요. 그 이전 연도보다 많지 않습니다. 제가 다른 분들보다 특별히 파면·해임을 많이 시킨 것은 아니죠.”
―고압적인 업무 집행 방식, 성과주의 등 자신의 업무 스타일과 관련해 후회는 없는지요.
“소신이 서면 추진력을 가지고 업무를 실행하다 보니, 다소 강한 이미지로 비친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압적이다’라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토론을 좋아하고 제 의견을 제시할 때는 ‘내 의견에 끼어 맞추기 식의 일을 하지 말고, 국민과 현장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일하라’는 말을 꼭 덧붙이고 있습니다.”
성과주의
―올해 경찰관 수가 처음으로 10만명이 넘었습니다. 지방경찰청이 16개, 경찰서가 247개로 알고 있는데, 경찰청은 인력이나 조직 면에서 대단히 방대한 규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장은 차관급인데 경찰업무의 중요성이나 난이도 등을 감안할 때 그런 직급 때문에 정책수립이나 추진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역할과 책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위상은 경찰의 사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타(他) 부처와 정책협의를 하거나, 국가의 주요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데도 애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의 책임과 조직의 규모에 걸맞게, 장관급 격상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부산·경기·서울청장을 거치면서 ‘성과주의’가 조 청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됐습니다. 강·절도범 검거실적 향상 등 성과도 있었지만 지나친 실적경쟁으로 인한 무리한 수사유발 등 논란도 많았습니다. 무리한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경찰청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안전과 치안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입니다. 지방청·경찰서에서는 그 지역 실정과 주민의 필요·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성이 반영된 지표를 정해 추진하도록 하고, 단속·검거의 산출물뿐만 아니라 출퇴근 및 등하굣길 교통안전 업무 등에 투입되는 노력도 성과로 인정할 것입니다. 무리한 수사 차단문제는 사실 성과주의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앞으로 증거와 기소 가능성에 바탕을 둔 수사, 무리한 여죄 추궁 수사 금지 등으로 풀어나갈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들은 불편·불안해하는데, 경찰끼리 박수치고 상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 개정안’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에서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보완을 권고했고, 민변이나 일부 시민단체에서도 불심검문 권한이 강화된다고 반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정안에 대한 경찰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지난 4월 여·야 합의로 국회 행정안전위를 통과한 후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입니다. 행안위 심사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은 대부분 삭제돼 개정안은 경찰권 행사와 인권 보호에 관한 규정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불심검문도 ‘직무질문→신원확인→동행요구’로 구체화·단계화했을 뿐, 상대방의 동의·협조가 필요한 임의절차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인권위에서 불심검문이 강제절차가 아닌 임의절차임을 보다 명확히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함에 따라, 법사위 심사과정에서 일부 수정·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연근무제 도입 검토
―야간집회 관련 문제인데요. G20 특별법이 제정돼 있어 굳이 집시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성공적인 개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던데요.
“G20특별법은 경호안전구역 내(內) 집회시위만을 제한할 수 있어 G20 관련 모든 집회시위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집시법 미(未)개정에 따라 24시간 신고 후 장기농성이 합법화돼 경호안전구역 외 지역에서 밤샘집회 등이 이어질 경우 투쟁 거점화 등 행사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합니다. 금년 7~8월에만 522건의 야간집회 개최로 인해 소음 등 민원이 90건 발생해 시민들이 집회금지까지 요구하는 등 체감피해는 심각합니다. 특히 11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좌파·노동단체들의 대규모 불법폭력시위 개최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G20 이전 개정이 긴요합니다.”
―야간집회 허용 이후 야간폭력집회가 한 건도 없었다는 이유 등으로 야간집회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느끼는 시각들도 많은데요.
“지난 7월 1일 야간집회 허용 이후, 단기간 내에 불법 폭력사례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야간집회 제한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소음 피해 등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지난 7월 초순 모 노조연대 주최로 경남 창원 LG공장 앞에서 10여 일간 계속된 야간집회에서 집회 소음으로 인해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43회나 수면권을 침해받는다며 집회현장을 항의방문해 피해를 호소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국민 불편이 확인되었고, 집회보호 등을 위해 다수의 경찰관이 동원돼 치안부담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파출소·지구대 경찰관들의 야간근무 시스템과 관련, 내부에서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안으로 ‘치안맞춤형 유연근무제’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내놓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요.
“현행 근무체제는 지역별·시간대별로 치안수요에 차이가 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치안력을 투입한다는 근본적 문제점이 있습니다. 대안으로 제시한 치안맞춤형 유연근무제는 영국, 미국 등 선진국 경찰에는 이미 정착되어 있는 제도로 지역별·시간대별 치안수요에 따라 치안력 투입을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치안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더 많은 경찰관을 투입하되, 야간근무 시간을 대폭 줄여 밀도 있는 근무가 되게 하자는 제도입니다. 그래도 부족한 인원에 대해서는 시민 자율방범대 등을 유급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 경찰관들의 밤샘근무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근무인원이 줄면서 현장의 경찰력도 약해지는 것 아닌가요?
“해당 지역과 시간의 치안수요에 합당한 경찰력을 투입해 경찰력을 보다 과학적·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이므로 현장 대응능력이 약화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결정된 것은 아니고 시범운영의 결과를 충분히 검토하고 국민과 현장의 여론을 수렴하여 도입할 것입니다.”
운전면허 취득 제도 간소화
―이번에 ‘귀를 물어뜯긴 여경’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 법질서 확립에는 주취자 문제 등 우리 일상 주변에서의 법질서 확립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취자 문제는 어떻게 관리할 생각입니까.
“사건 발생 즉시 피해 여경을 직접 만나 위로하면서 동료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딸 가진 부모로서 너무도 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주취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파출소 등에서 경찰관들이 뚜렷한 제재수단도 없이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공공장소에서 주취자에 대한 제지를 가능하게 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과 공공기관 주취소란자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규정을 포함한 경범죄처벌법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조속히 통과되기를 희망합니다.”
―양천서 고문사건 이후 경찰의 수사상 가혹행위 방지를 위한 제도가 개선은 됐는지요. 또한 경찰 법집행상의 인권보호를 위한 체질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요.
“자백 위주 수사 관행을 지양하고 선(先)증거 수집 후(後)체포를 원칙으로 하는 과학수사를 정착시켜 나갈 것입니다. 여죄 수사 평가방법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검거보다는 실질적인 체감치안 및 주민 만족도를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는 등 인권침해 요소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또한 수사사무실, 진술녹화실 등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에 CCTV를 추가 설치해 24시간 녹화할 방침입니다.”
―경찰이 내세우는 친서민 교통정책 가운데 운전면허 제도 간소화, 적성검사 기간연장 등의 내용은 편의성 면에서는 훌륭하지만 일부에서는 교통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운전면허 제도 간소화는 면허취득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시간·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안전에 관련된 내용은 간소화 대상이 아닙니다. 기능시험은 간소화하는 대신 도로주행 시험을 보다 강화하고 안전운행 위주로 실시할 것입니다. 적성검사 기간 연장도 과거에 비해 개선된 교통여건, 생활상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특히 연간 4만5000여 명이 적성검사 미필로 면허취소를 당하는 비정상적인 상황도 개선하고자 합니다.”
북한 사이버전 대응 위해 전문가 특채
―올해 들어 국내체류 외국인이 12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경찰청 분석자료에 의하면 외국인 밀집지역 또한 전국적으로 90개 지역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체류 외국인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외국인 범죄가 큰 문제인데요.
“서울·경기청에서 운영 중인 국제범죄수사대를 금년 10월부터 부산·인천청 등 5개 지방청에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약·강폭력 사범 등 중요 외국인 범죄에 대해서는 일반 형사들도 수사를 하도록 하고 있고 연중 ‘집중단속’으로 외국인 범죄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에서 북한체제를 선전하는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는 등 온라인상 유해 사이트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경찰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서 날로 늘어나는 친북 사이트와 범람하는 북한체제 선전물에 대하여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요.
“북한은 해외 친북사이트와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대남(對南)투쟁을 선동하고 남남(南南)갈등을 유발하는 등 우리 사회의 혼란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트위터 등을 선동매체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대남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해외 친북사이트 총 106개가 미국 등 해외에서 활동 중이고 이 중 60개를 차단했습니다. 경찰에서는 지방청에 ‘보안사이버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역량을 강화해 올해 해외 친북사이트 12개를 차단하고, 친북선전물 5만8622건을 삭제했고 트위터 계정 등 30개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는 등 철저히 대처하고 있습니다. 날로 진화하는 북한의 사이버전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IT분야 전문가 5명(경장)을 특별 채용할 예정이며 사이버 수사에 필요한 첨단장비를 확충하고 전문 기술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정예요원 양성에 주력할 것입니다.”
―2000년 이후 매년 2000명 이상의 탈북자가 입국하고 있으며, 연말이 되면 2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4월에는 황장엽(黃長燁)씨 살해목적 탈북자 위장 간첩 검거, 5월에는 기밀문서를 수집한 여성 탈북자가 검거되었습니다. 오는 G20 정상회의에 대비해 탈북위장 간첩 색출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북한이탈주민은 올해도 3000여 명이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재북(在北)시 직위·활동경력 등에 따른 위해도(危害度)를 고려, 담당경찰관을 지정, 신변보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위장 공작원 등 불순세력의 ‘G20정상회의’ 방해책동에 대비해 북한이탈주민 입국 시 위장 탈북자 색출을 위하여 관계기관과 합동신문을 강화하고 있고 첩보수집 및 내·수사활동을 통하여 탈북위장 간첩 검거에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인사정의 구현
―지난해 쌍용차 사태와 관련 경찰이 법과 원칙을 지켜냄으로써 산업현장에 법질서를 확립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하는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노사관계 생산성 순위는 58개국 중 56위를 기록, ‘꼴찌’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불법 노사분규에 대한 경찰의 대응방안은 무엇입니까.
“개인적으로 저는 지난해 쌍용차 사태 해결은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상생의 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소위 ‘쌍용차 학습효과’로 인해 대형 노사분규 발생이 없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경찰은 노사 자율해결 원칙을 존중, 대화에 의한 타결을 적극 지원할 것이지만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 산업현장 법질서를 확립하여 국가경쟁력이 제고되도록 뒷받침할 것입니다.”
―기존에 강한 사정활동을 해온 이미지가 있고, 이번에도 강력한 부패비리 근절대책을 내놓았는데, 경찰 내부의 부패비리가 실제로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요.
“대표적 사정기관인 경찰의 부패비리에 대해서 국민들은 보다 엄격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찰의 자정의지도 강하다고 봅니다. 성매매업소 등 고수익 유해업소는 어떻게든 경찰관과 유착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담당 경찰관의 주기적 교체, 업무 외 접촉 금지, 교차단속 등의 방안을 시행해 왔는데, 국민들 가까이 있어야 하는 경찰 업무의 특성상 유착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고민입니다. 그래서 해당 주무부처에서 특별사법경찰이 1차적 단속을 하게 하고 경찰과 상호견제토록 하는 방안은 어떨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신촌지구대에서 야간근무를 현장 체험한 것으로 아는데 직접 체험해 보니 어떻던가요?
“가끔씩 언론에 보도되는 경찰 부정부패 비리사건을 보시고 많은 국민이 걱정하시겠지만 대부분의 경찰관은 깨끗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9월 25일 제가 직접 신촌지구대에서 13시간 야간근무를 현장 경찰관들과 함께 체험한 일이 있습니다. 그때 느낀 점은 우리 현장 경찰관들이 부정을 저지를 겨를도 없이 일에 파묻혀 지낸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부의 부정부패와 비리조차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겁니다. 또한 일선 형사들이 수사비가 부족할 때 자비를 들여 수사활동을 하는 현실은 부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사비 증액 등을 포함해 우리 현장 경찰관들이 일한 만큼 보상받는 수당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사정의 구현’이란 말도 했지만 경찰인사는 항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요.
“국민 모두를 위해 기강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 조직이 만사(萬事)인 인사에서 외부 청탁으로 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청장의 입장에서 보면 그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사권자와 대상자가 서로를 잘 모르고’, ‘일 시키는 사람 따로, 승진 시키는 사람 따로’, ‘일한 만큼 평가하는 시스템 미흡’ 등에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인사권자가 잘 모르는, 자신 없는 인사를 하기 때문에 외부 청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법령을 고쳐 과감하게 지방청·경찰서에 그 권한을 위임할 예정입니다.”
―총경 승진인사 등 경찰청장의 인사권을 지방청장에게 위임한다는 것은 다소 파격적이기도 하고 이례적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앞서도 말했지만 경찰청장이 일면식도 없는 지방의 경정에 대한 총경 승진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또 새로 부임한 청장이 작년의 성과를 평가해 올해 승진대상자를 결정하는 등 인사권자가 잘 모르는, 자신 없는 인사를 하기 때문에 승진하려는 경찰관은 어떻게든 자신을 알리려 외부 청탁을 하게 된다는 생각에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마찬가지로 지방청장도 경감승진 등에 있어 경찰서장에게 권한 위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속한 법령 개정과 정비를 통해 인사 권한을 위임할 것이고 개정 전이라도 그러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인사 방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서울청장 재임 당시 인사청탁을 한 사람의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있을 인사도 그렇게 할 것인가요?
“내부적으로는 최근 ‘청장의 의지를 시험하고자 하는 사람은 외부 청탁을 하거나 인사부정을 저질러보라’고 강하게 경고한 상태입니다. 인사권자에게 자신의 공적을 알리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보장하고 미리 다각도의 평가를 통해 성과우수자 그룹을 공개함으로써 외부 청탁에 의존한 승진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생각입니다. 또 외부 청탁과 인사 부정을 한 경찰관은 반드시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입니다.”
경찰대 對 非경찰대
―경찰대 출신 대 비(非)경찰대 출신 갈등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찰조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순경 출신 경찰관들이 승진기회 등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직 전체로 보아서도 문제가 있을 듯한데, 어떻게 해소할 생각입니까.
“조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순경공채 출신들에게 상위직 진출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동기부여를 통한 조직 활성화뿐만 아니라 우수인력의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승진을 통한 발전과 자아실현의 기회가 막혀 있는 조직에 우수한 인재가 들어올 리 없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총경 이상 승진인사에서 순경공채 출신을 우대하도록 하고, 기획부서 및 주요보직에도 일정비율 이상 공채출신들을 배치하는 것을 의무화하여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와 함께, 직급구조와 특진제도를 개선하여 ‘일 잘하는 사람’이 빨리 승진하여 상위직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경찰대학 출신들이 우수한 인재들임에는 분명한데도 내부에서 이렇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요.
“경찰대학은 조직에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경찰의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조직 내외의 평가가 분명 존재합니다. 논란의 시작은 ‘대졸자 입직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지나친 특혜다’, ‘순경 입직 경찰관들의 승진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이었지만, 최근 경위근속승진 도입에 의해 함께 순찰하거나 각 기능 팀원으로 근무하는 등 그 의미는 퇴색되었고, 이제 ‘시대 변화에 따른 역할 변화의 미흡’, ‘상위직의 다수를 점하게 됨으로써 제기되는 순혈주의’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수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경찰대 출신이 일정기간 수사부서에 의무 근무하도록 하고, 경찰 승진제도 개혁을 통해 일정기간 직무에 전념한 후 승진을 하게 하는 등 경찰대 출신의 조로현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대학 입학정원 재검토, 졸업사정제 도입, 학비 등 비용부담문제 등을 포함하여 국민과 경찰 전체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개선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사청문회 당시 문제가 됐던 동영상에 대해 ‘경찰 내부인이 강연 동영상을 일부러 언론에 유출했다, 권력 암투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대 출신과 불화가 있었다, 내부 고발자는 경찰대 출신일 것이다’ 등 동영상 내부 유포설이 나왔습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요.
“‘경찰대 출신과 불화설’, ‘경대 비경대 암투’ 등 이야기들은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었지만,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비경대 출신임을 들어 마치 경찰대 출신들과 불화 상태에 있다고 하는데, 사실 제 주변에는 경찰대 출신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동영상 유포자가 경찰대 출신이라는 것은 근거 없는 것입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 있음에도 경찰의 이미지는 과거보다 썩 좋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렇다고 봅니까. 어떻게 개선할 생각인가요.
“우리 경찰이 세계 어느 나라 경찰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우수하고 헌신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조직 내외의 기형적이고 비정상적인 법령이나 제도, 관행, 인식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취임 이후 경찰청에 T/F팀을 구성하고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치안행정 전반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G20 폭력 시위 대비 만전
―서울 G20 정상회의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입니다. 경비 대책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전 세계 주요 국가 정상과 수행원, 언론인 등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과거 어느 국제행사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요인경호와 행사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경찰은 경호안전통제단을 중심으로 관련 부처 간 긴밀한 협조하에 총 5만여 명의 경찰력과 동원가능한 모든 장비를 투입하여 정상회의 기간 동안 안전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G20 특별법’이 집회시위 등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통제한다는 비판이 있던데요?
“우리나라에 세계 각국의 정상 32분이 오십니다. 한두 분이 오셔도 어려운데 얼마나 어려움이 많겠습니까.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국가적 대사에 동참하신다는 생각으로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찰에서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과도한 통제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예정입니다. 특히, 행사장 주변 주민과 상인, 상근자들의 통행 편의를 위해 출입 스티커(나들이 스티커)를 운용할 계획입니다.”
―경찰이 회의장 주변에 장벽을 둘러칠 계획이라는 언론보도도 있었는데요.
“다소 사실관계가 확대 해석되어 보도됐습니다. 대규모 국제행사마다 반(反)세계화 폭력시위가 상례화돼 있고 역대 G20 정상회의에서도 폭력시위가 여러 차례 발생했습니다. 특히 올해 6월 토론토 회의시에는 경찰차 방화, 시내 중심가 다국적 기업 상점 수십 곳 손괴 등 과격한 폭력시위가 발생해 G20 정상회의의 개최 의미마저 퇴색시킨 바 있습니다.”
―다른 사례는 없습니까.
“많습니다. 1999년에 열린 시애틀 WTO 각료회의 때는 시위대 5만여 명이 행사장을 포위해서 각국 대표가 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해 개·폐막식이 무산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가 시위대의 회의장 난입으로 하루 만에 취소되는 일도 있었죠. 이에 따라, 선진 외국에서 회의장을 시위대 접근이 어려운 지역으로 선정하고, 회의장 주변에 철조망 펜스 등 시위대 차단시설을 설치했던 사례를 참고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안전한 차단장비를 새로 개발한 것입니다. 이 장비는 평상시에는 설치하지 않다가 G20 정상회의의 안전이 위협받는 최악의 경우에 설치할 계획입니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가적 중요행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외국 사례를 거론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요.
“2007년 6월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G8 정상회의가 개최되었을 때 독일정부는 회의장이 외딴 시골이었음에도 시위대의 행사 방해를 우려하여 회의장 주변 12km 구간에 157억원의 예산을 들여 철조망을 설치, 철통같이 경호한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도 콘크리트와 철조망이 결합된 3m 높이의 안전펜스를 회의장 주변 3.5km 구간에 3중으로 설치하여 행사안전을 확보한 사례가 있습니다.”
외교관 생활 9년
―북한이 G20 정상회의 방해 논의를 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테러에 대비한 경찰의 대책은 무엇인지요.
“2005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G8 정상회의가 개최되던 중 500km 떨어진 런던에서 테러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경찰은 이를 거울삼아 전국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시설에 취약시간대 위주로 경찰력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회의장에도 상반기부터 전담부대를 배치하여 행사 이전에 사건사고가 없도록 경비를 강화했습니다. 또한 지하철 대테러 안전시설을 보강했고 주민신고 시스템도 강화하는 등 철저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G20 기간 중 교통통제로 시민불편이 예상되는데 대책은 무엇인가요?
“G20 기간 중 교통통제를 할 경우 그 영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교통혼잡이 서울 전역에서 장시간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회의기간 중 차량 2부제 실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2부제를 하더라도 꼭 필요한 지역과 시간에 제한적으로 운영해서 시민불편을 최소화할 겁니다. 예를 들면 행사장과 멀리 떨어진 강서지역에서 마포나 은평지역으로 이동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2부제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이죠.”
―외교관 생활을 9년이나 하다가 경찰에 투신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경찰관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습니다. 제가 부산 동래에서 태어났는데 부근에 동래경찰서가 있어요. 그곳을 오가는 경찰들의 제복이 너무 멋져 보이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꿈이었고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도 경찰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제가 1990년에 경찰이 됐지만 1985년부터 경찰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죠.”
―가족을 위해 요리도 하곤 합니까.
“외교관 시절에는 주말에 꽁치찌개, 김치찌개, 부대찌개, 불고기 요리를 만들었었죠. 제가 고등학교 때 산악반을 해서 기본적인 요리는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경찰에 오고 나서는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거의 못 했어요. 외교부에 있을 때는 설거지에 빨래도 자주 했는데(웃음).”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조 청장은 인터뷰 말미에 활짝 웃었다. 중저음의 사내는 경찰로서 바쁘다는 게 아주 즐거운 눈치였다.⊙
<취재지원=李彩炫 月刊朝鮮 인턴기자>
사진 : 서경리
경찰 투신 후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대통령비서실 치안행정관, 경찰청 외사관리관, 감사관, 경찰청 경비국장을 거쳤다. ‘경찰관의 꽃’이라는 총경 시절, 울산 남부경찰서장을 시작으로 경남 사천경찰서장, 서울 종암경찰서장을 지냈다. 2008년 부산지방경찰청장, 2009년 경기지방경찰청장, 2010년 1월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될 때까지 그의 저돌적인 추진력 때문에 ‘독선적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탄탄대로였다.
그런 조 청장이 인생의 걸림돌 이상의 가시밭길을 만난 것은 지난 8월 8일 경찰청장에 내정되면서부터다.
조 청장은 서울경찰청장 시절인 지난 3월 31일, 서울경찰청 대강당에서 서울청 산하 5개 기동단 팀장 이상 464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대부분의 내용이 경찰의 최대 현안인 G20 정상회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교육한 내용이었다. 당연히 G20 정상회의 시기에 발생할 집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이때 강연의 주된 흐름에서 보면 곁가지라고 할 수 있는 조 청장의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노무현(盧武鉉) 전(前) 대통령 차명계좌의 존재’와 ‘천안함 유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던 것이다. 이 강연은 녹화됐고,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 교육을 위해 CD로 제작됐다. 경찰청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 CD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언론에 조 청장의 ‘문제의 발언’이 보도됐고, 야권과 여권 일부에서도 조 청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경찰청장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는 조 청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조 청장의 청장 후보직 사퇴를 당연시했다.
경찰 인생뿐만 아니라 조 청장 인생에서 최대 고비였다. 그런데 그를 향해 폭풍이 치고 천둥소리 요란했지만, 그렇게 20여 일의 시간이 지난 후 그는 결국 경찰 최고 수장자리에 올랐다. 지난 10월 12일 오후 조현오 경찰청장을 만났다.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 또 한 번의 시련이 예상됐던 경찰청 국감도 끝나가는 상황이었다. 온갖 풍상을 너무 짧은 시간에 겪었지만 매력적인 중저음의 음성을 가진 그의 모습은 평온해 보였다.
가족 힘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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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8월 30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제16대 경찰청장 취임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짧은 기간이었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지휘부 인사를 전후하여 혼란스럽던 경찰조직이 안정을 되찾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 본래의 임무에 전념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장 내정 직후부터 인사청문회 때까지 수난을 많이 당했는데 중도에 사퇴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까.
“그런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제 동영상 강의 중 차명계좌 부분과 천안함 부분이 중점적으로 부각됐을 때 저는 ‘참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과 병행해서 제가 평소에 ‘성과주의에 집착해 직원들도 괴롭히고 결과적으로 시민들도 괴롭게 한다, 무조건 파면 해임시킨다, 가혹하다’ 이런 이야기가 계속 들렸죠. 그래서 저는 청장 안돼도 좋으니까 인사청문회에는 꼭 나가고 싶었습니다. 거기서 제가 강연 때 말실수를 했지만 제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의 취지가 무엇이라는 걸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청문회 때 이야기를 제대로 못했잖습니까. 못하고 나니까, 제가 옳게 이야기도 못하고 나니까 청문회가 끝나고 나서는 ‘내가 임명됐으면 좋겠다, 임명돼서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천안함 유족 관련 발언 등이 담긴 강연 동영상이 퍼지면서 야권 인사들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질타를 받았습니다. 항상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고통받는 게 가족입니다. 당시 가족 반응은 어떠했는지요.
“우선 저의 발언이 외부에 잘못 알려지면서 많은 고통을 받으신 유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당시 저의 가족도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제가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안쓰러워했지만, 저의 발언 내용이 잘못 전달되는 바람에 노 전 대통령과 천안함 희생장병 유족이 고통받을 것에 대해 무척이나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사 청문회를 무사히 마치고 경찰청장이 되는 것보다, 그분들에게 제 발언의 취지나 진위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언도 해주었죠.”
차명계좌
―차명계좌 발언의 진위는?
“그거 이야기 않겠습니다.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에게 죄송스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못된 언론 보도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강연 동영상을 보면, 조 청장은 유족이 울부짖은 걸 문제 삼은 게 아니라 울부짖는 장면을 감성적으로 반복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격식을 갖추라고 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일부 언론이 “유족이 동물처럼 울부짖은 게 잘못”이라고 말한 것으로 왜곡했습니다. 또 “OO(잘 들리지 않음)처럼 울부짖어”를 “소, 돼지처럼 울부짖지 말고 품격 있게 슬퍼하라”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말 ‘소, 돼지’라는 표현을 썼는지요.
“어떻게 소, 돼지라는 표현을 쓸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제가 반박을 하게 되면 오히려 논란을 더 키움으로써 힘들어하던 유족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특별히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인사 청문회에서 부조금 의혹이 불거졌죠? 이 사실이 청장께서 서울청장 시절 기업형 유흥업소 운영자와 자주 통화한 경찰관 39명을 적발, 6명을 파면·해임하고 33명에게 감봉·견책 조치한 일과 맞물려 “청장은 부조금으로 1억7000여만 원이나 받아먹었다는데, 우리는 밥 한 끼 얻어먹었다고 처벌받아야 하느냐”고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합니다.
“제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 부산에서 초·중·고를 졸업했기 때문에 동창, 친구들이 많았고 경남, 부산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아는 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에 부조금 액수가 다소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친인척을 제외하면 과도한 금액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만약 있었다면 돌려주었을 겁니다. 공직자로서 법령에 어긋나거나 부정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성실하게 재산 등록했음을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유흥업소 업주와 유착한 경찰관과 부조금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성매매업소, 불법오락실 업주와 조직폭력배 등 경찰대상 관계자와 유착한 행위는 금액 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밥 한 끼일지라도 작은 호의가 종국에는 유착의 싹이 되고 큰 비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대상업소 업주 등과의 유착행위 예방을 위하여 업무 외(外)적인 일체의 접촉행위를 금지토록 지시했고 위반 시 엄중 문책하겠다고 했음에도, 이러한 지시를 위반하여 유착의혹을 불러일으킨 경찰관들에 대하여 경중을 감안해 처벌한 것입니다.”
별명이 저승사자, 해파리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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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청장 내정자 시절인 2010년 8월 24일 오전 천안함 희생장병들이 안장된 대전현충원을 찾아 헌화하고 있는 조현오 청장. |
“‘카더라’ 식, ‘아니면 말고’ 식의 음해성 이야기도 많이 나왔는데 그 부분이 참 답답하고 억울했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아무리 미워도 ‘거물 조직폭력배와 의형제’이고 ‘부산에서 검사를 스폰서 했다고 폭로한 사람하고 유착돼 있다’는 억울한 소리까지 하던데, 그 사람들과는 통화해 본 적도 없고 같은 공간에 존재해 본 사실조차 없었습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한 까닭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요.
“대통령님의 인사 이유에 대해 제가 이렇다저렇다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통령께서 저를 믿고 임명해 주신 이상,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경찰분위기를 일신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과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습니까.
“대통령님과 개인적으로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 주간지에 ‘청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라는 기사가 나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강하게 밀어붙이는 타입이라 별명이 저승사자, 해임·파면을 많이 시킨다 하여 해파리였다고 합니다. 알고 있었는지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어 안타깝습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제 스타일이다 보니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나름 ‘소통과 화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장 경찰관들과 간담회 형식을 빌려 많은 대화를 하고, 전자우편도 항상 개방해 직접 답변하는 등 가급적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서울청장 재임 시, 토론회 8회 등 총 81회에 걸쳐 간담회를 실시했습니다.”
―해임·파면을 많이 시킨다고 해서 해파리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맞습니까.
“그 별명은 제가 지방청장 재임 시 해임·파면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2008년 부산청장 시절 징계건수는 58건으로, 전년대비 49% 증가(전국 38% 증가)했습니다. 당시 검찰에서 업소유착·도박 등 총 12명을 징계 통보해서 중징계가 증가했지만 자체사고는 오히려 43% 감소했습니다. 2009년 경기청장 시절 징계건수는 225건으로, 전년대비 42% 증가(전국 46% 증가)했습니다. 비리척결을 위해 조폭·성매매·불법오락실 업주유착 등을 강도 높게 사정한 결과 자체사고는 54%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청장 시절(2010년 7월까지) 징계건수는 216건으로, 전년대비 0.9% 감소(전국 5% 감소)했고, 파면·해임은 42건이에요. 그 이전 연도보다 많지 않습니다. 제가 다른 분들보다 특별히 파면·해임을 많이 시킨 것은 아니죠.”
―고압적인 업무 집행 방식, 성과주의 등 자신의 업무 스타일과 관련해 후회는 없는지요.
“소신이 서면 추진력을 가지고 업무를 실행하다 보니, 다소 강한 이미지로 비친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압적이다’라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토론을 좋아하고 제 의견을 제시할 때는 ‘내 의견에 끼어 맞추기 식의 일을 하지 말고, 국민과 현장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일하라’는 말을 꼭 덧붙이고 있습니다.”
성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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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9월 1일 G20 정상회의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경찰작전본부 현판식을 갖고 있다. |
“역할과 책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위상은 경찰의 사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타(他) 부처와 정책협의를 하거나, 국가의 주요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데도 애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의 책임과 조직의 규모에 걸맞게, 장관급 격상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부산·경기·서울청장을 거치면서 ‘성과주의’가 조 청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됐습니다. 강·절도범 검거실적 향상 등 성과도 있었지만 지나친 실적경쟁으로 인한 무리한 수사유발 등 논란도 많았습니다. 무리한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경찰청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안전과 치안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입니다. 지방청·경찰서에서는 그 지역 실정과 주민의 필요·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성이 반영된 지표를 정해 추진하도록 하고, 단속·검거의 산출물뿐만 아니라 출퇴근 및 등하굣길 교통안전 업무 등에 투입되는 노력도 성과로 인정할 것입니다. 무리한 수사 차단문제는 사실 성과주의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앞으로 증거와 기소 가능성에 바탕을 둔 수사, 무리한 여죄 추궁 수사 금지 등으로 풀어나갈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들은 불편·불안해하는데, 경찰끼리 박수치고 상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 개정안’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에서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보완을 권고했고, 민변이나 일부 시민단체에서도 불심검문 권한이 강화된다고 반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정안에 대한 경찰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지난 4월 여·야 합의로 국회 행정안전위를 통과한 후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입니다. 행안위 심사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은 대부분 삭제돼 개정안은 경찰권 행사와 인권 보호에 관한 규정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불심검문도 ‘직무질문→신원확인→동행요구’로 구체화·단계화했을 뿐, 상대방의 동의·협조가 필요한 임의절차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인권위에서 불심검문이 강제절차가 아닌 임의절차임을 보다 명확히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함에 따라, 법사위 심사과정에서 일부 수정·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연근무제 도입 검토
―야간집회 관련 문제인데요. G20 특별법이 제정돼 있어 굳이 집시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성공적인 개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던데요.
“G20특별법은 경호안전구역 내(內) 집회시위만을 제한할 수 있어 G20 관련 모든 집회시위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집시법 미(未)개정에 따라 24시간 신고 후 장기농성이 합법화돼 경호안전구역 외 지역에서 밤샘집회 등이 이어질 경우 투쟁 거점화 등 행사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합니다. 금년 7~8월에만 522건의 야간집회 개최로 인해 소음 등 민원이 90건 발생해 시민들이 집회금지까지 요구하는 등 체감피해는 심각합니다. 특히 11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좌파·노동단체들의 대규모 불법폭력시위 개최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G20 이전 개정이 긴요합니다.”
―야간집회 허용 이후 야간폭력집회가 한 건도 없었다는 이유 등으로 야간집회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느끼는 시각들도 많은데요.
“지난 7월 1일 야간집회 허용 이후, 단기간 내에 불법 폭력사례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야간집회 제한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소음 피해 등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지난 7월 초순 모 노조연대 주최로 경남 창원 LG공장 앞에서 10여 일간 계속된 야간집회에서 집회 소음으로 인해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43회나 수면권을 침해받는다며 집회현장을 항의방문해 피해를 호소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국민 불편이 확인되었고, 집회보호 등을 위해 다수의 경찰관이 동원돼 치안부담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파출소·지구대 경찰관들의 야간근무 시스템과 관련, 내부에서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안으로 ‘치안맞춤형 유연근무제’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내놓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요.
“현행 근무체제는 지역별·시간대별로 치안수요에 차이가 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치안력을 투입한다는 근본적 문제점이 있습니다. 대안으로 제시한 치안맞춤형 유연근무제는 영국, 미국 등 선진국 경찰에는 이미 정착되어 있는 제도로 지역별·시간대별 치안수요에 따라 치안력 투입을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치안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더 많은 경찰관을 투입하되, 야간근무 시간을 대폭 줄여 밀도 있는 근무가 되게 하자는 제도입니다. 그래도 부족한 인원에 대해서는 시민 자율방범대 등을 유급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 경찰관들의 밤샘근무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근무인원이 줄면서 현장의 경찰력도 약해지는 것 아닌가요?
“해당 지역과 시간의 치안수요에 합당한 경찰력을 투입해 경찰력을 보다 과학적·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이므로 현장 대응능력이 약화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결정된 것은 아니고 시범운영의 결과를 충분히 검토하고 국민과 현장의 여론을 수렴하여 도입할 것입니다.”
운전면허 취득 제도 간소화
―이번에 ‘귀를 물어뜯긴 여경’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 법질서 확립에는 주취자 문제 등 우리 일상 주변에서의 법질서 확립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취자 문제는 어떻게 관리할 생각입니까.
“사건 발생 즉시 피해 여경을 직접 만나 위로하면서 동료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딸 가진 부모로서 너무도 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주취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파출소 등에서 경찰관들이 뚜렷한 제재수단도 없이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공공장소에서 주취자에 대한 제지를 가능하게 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과 공공기관 주취소란자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규정을 포함한 경범죄처벌법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조속히 통과되기를 희망합니다.”
―양천서 고문사건 이후 경찰의 수사상 가혹행위 방지를 위한 제도가 개선은 됐는지요. 또한 경찰 법집행상의 인권보호를 위한 체질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요.
“자백 위주 수사 관행을 지양하고 선(先)증거 수집 후(後)체포를 원칙으로 하는 과학수사를 정착시켜 나갈 것입니다. 여죄 수사 평가방법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검거보다는 실질적인 체감치안 및 주민 만족도를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는 등 인권침해 요소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또한 수사사무실, 진술녹화실 등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에 CCTV를 추가 설치해 24시간 녹화할 방침입니다.”
―경찰이 내세우는 친서민 교통정책 가운데 운전면허 제도 간소화, 적성검사 기간연장 등의 내용은 편의성 면에서는 훌륭하지만 일부에서는 교통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운전면허 제도 간소화는 면허취득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시간·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안전에 관련된 내용은 간소화 대상이 아닙니다. 기능시험은 간소화하는 대신 도로주행 시험을 보다 강화하고 안전운행 위주로 실시할 것입니다. 적성검사 기간 연장도 과거에 비해 개선된 교통여건, 생활상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특히 연간 4만5000여 명이 적성검사 미필로 면허취소를 당하는 비정상적인 상황도 개선하고자 합니다.”
북한 사이버전 대응 위해 전문가 특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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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9일 혜심원을 방문해 밥퍼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 |
“서울·경기청에서 운영 중인 국제범죄수사대를 금년 10월부터 부산·인천청 등 5개 지방청에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약·강폭력 사범 등 중요 외국인 범죄에 대해서는 일반 형사들도 수사를 하도록 하고 있고 연중 ‘집중단속’으로 외국인 범죄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에서 북한체제를 선전하는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는 등 온라인상 유해 사이트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경찰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서 날로 늘어나는 친북 사이트와 범람하는 북한체제 선전물에 대하여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요.
“북한은 해외 친북사이트와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대남(對南)투쟁을 선동하고 남남(南南)갈등을 유발하는 등 우리 사회의 혼란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트위터 등을 선동매체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대남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해외 친북사이트 총 106개가 미국 등 해외에서 활동 중이고 이 중 60개를 차단했습니다. 경찰에서는 지방청에 ‘보안사이버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역량을 강화해 올해 해외 친북사이트 12개를 차단하고, 친북선전물 5만8622건을 삭제했고 트위터 계정 등 30개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는 등 철저히 대처하고 있습니다. 날로 진화하는 북한의 사이버전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IT분야 전문가 5명(경장)을 특별 채용할 예정이며 사이버 수사에 필요한 첨단장비를 확충하고 전문 기술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정예요원 양성에 주력할 것입니다.”
―2000년 이후 매년 2000명 이상의 탈북자가 입국하고 있으며, 연말이 되면 2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4월에는 황장엽(黃長燁)씨 살해목적 탈북자 위장 간첩 검거, 5월에는 기밀문서를 수집한 여성 탈북자가 검거되었습니다. 오는 G20 정상회의에 대비해 탈북위장 간첩 색출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북한이탈주민은 올해도 3000여 명이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재북(在北)시 직위·활동경력 등에 따른 위해도(危害度)를 고려, 담당경찰관을 지정, 신변보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위장 공작원 등 불순세력의 ‘G20정상회의’ 방해책동에 대비해 북한이탈주민 입국 시 위장 탈북자 색출을 위하여 관계기관과 합동신문을 강화하고 있고 첩보수집 및 내·수사활동을 통하여 탈북위장 간첩 검거에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인사정의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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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5일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 야간근무자들과 관내 유흥가를 순찰하고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 |
“개인적으로 저는 지난해 쌍용차 사태 해결은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상생의 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소위 ‘쌍용차 학습효과’로 인해 대형 노사분규 발생이 없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경찰은 노사 자율해결 원칙을 존중, 대화에 의한 타결을 적극 지원할 것이지만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 산업현장 법질서를 확립하여 국가경쟁력이 제고되도록 뒷받침할 것입니다.”
―기존에 강한 사정활동을 해온 이미지가 있고, 이번에도 강력한 부패비리 근절대책을 내놓았는데, 경찰 내부의 부패비리가 실제로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요.
“대표적 사정기관인 경찰의 부패비리에 대해서 국민들은 보다 엄격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찰의 자정의지도 강하다고 봅니다. 성매매업소 등 고수익 유해업소는 어떻게든 경찰관과 유착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담당 경찰관의 주기적 교체, 업무 외 접촉 금지, 교차단속 등의 방안을 시행해 왔는데, 국민들 가까이 있어야 하는 경찰 업무의 특성상 유착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고민입니다. 그래서 해당 주무부처에서 특별사법경찰이 1차적 단속을 하게 하고 경찰과 상호견제토록 하는 방안은 어떨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신촌지구대에서 야간근무를 현장 체험한 것으로 아는데 직접 체험해 보니 어떻던가요?
“가끔씩 언론에 보도되는 경찰 부정부패 비리사건을 보시고 많은 국민이 걱정하시겠지만 대부분의 경찰관은 깨끗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9월 25일 제가 직접 신촌지구대에서 13시간 야간근무를 현장 경찰관들과 함께 체험한 일이 있습니다. 그때 느낀 점은 우리 현장 경찰관들이 부정을 저지를 겨를도 없이 일에 파묻혀 지낸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부의 부정부패와 비리조차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겁니다. 또한 일선 형사들이 수사비가 부족할 때 자비를 들여 수사활동을 하는 현실은 부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사비 증액 등을 포함해 우리 현장 경찰관들이 일한 만큼 보상받는 수당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사정의 구현’이란 말도 했지만 경찰인사는 항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요.
“국민 모두를 위해 기강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 조직이 만사(萬事)인 인사에서 외부 청탁으로 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청장의 입장에서 보면 그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사권자와 대상자가 서로를 잘 모르고’, ‘일 시키는 사람 따로, 승진 시키는 사람 따로’, ‘일한 만큼 평가하는 시스템 미흡’ 등에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인사권자가 잘 모르는, 자신 없는 인사를 하기 때문에 외부 청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법령을 고쳐 과감하게 지방청·경찰서에 그 권한을 위임할 예정입니다.”
―총경 승진인사 등 경찰청장의 인사권을 지방청장에게 위임한다는 것은 다소 파격적이기도 하고 이례적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앞서도 말했지만 경찰청장이 일면식도 없는 지방의 경정에 대한 총경 승진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또 새로 부임한 청장이 작년의 성과를 평가해 올해 승진대상자를 결정하는 등 인사권자가 잘 모르는, 자신 없는 인사를 하기 때문에 승진하려는 경찰관은 어떻게든 자신을 알리려 외부 청탁을 하게 된다는 생각에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마찬가지로 지방청장도 경감승진 등에 있어 경찰서장에게 권한 위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속한 법령 개정과 정비를 통해 인사 권한을 위임할 것이고 개정 전이라도 그러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인사 방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서울청장 재임 당시 인사청탁을 한 사람의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있을 인사도 그렇게 할 것인가요?
“내부적으로는 최근 ‘청장의 의지를 시험하고자 하는 사람은 외부 청탁을 하거나 인사부정을 저질러보라’고 강하게 경고한 상태입니다. 인사권자에게 자신의 공적을 알리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보장하고 미리 다각도의 평가를 통해 성과우수자 그룹을 공개함으로써 외부 청탁에 의존한 승진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생각입니다. 또 외부 청탁과 인사 부정을 한 경찰관은 반드시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입니다.”
경찰대 對 非경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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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일 전북대 병원을 방문해 근무 중 부상을 당해 입원 중인 전주 완산경찰서 소속 김모(30·여) 경장을 위로하고 있는 조현오 청장. |
“조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순경공채 출신들에게 상위직 진출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동기부여를 통한 조직 활성화뿐만 아니라 우수인력의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승진을 통한 발전과 자아실현의 기회가 막혀 있는 조직에 우수한 인재가 들어올 리 없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총경 이상 승진인사에서 순경공채 출신을 우대하도록 하고, 기획부서 및 주요보직에도 일정비율 이상 공채출신들을 배치하는 것을 의무화하여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와 함께, 직급구조와 특진제도를 개선하여 ‘일 잘하는 사람’이 빨리 승진하여 상위직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경찰대학 출신들이 우수한 인재들임에는 분명한데도 내부에서 이렇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요.
“경찰대학은 조직에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경찰의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조직 내외의 평가가 분명 존재합니다. 논란의 시작은 ‘대졸자 입직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지나친 특혜다’, ‘순경 입직 경찰관들의 승진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이었지만, 최근 경위근속승진 도입에 의해 함께 순찰하거나 각 기능 팀원으로 근무하는 등 그 의미는 퇴색되었고, 이제 ‘시대 변화에 따른 역할 변화의 미흡’, ‘상위직의 다수를 점하게 됨으로써 제기되는 순혈주의’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수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경찰대 출신이 일정기간 수사부서에 의무 근무하도록 하고, 경찰 승진제도 개혁을 통해 일정기간 직무에 전념한 후 승진을 하게 하는 등 경찰대 출신의 조로현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대학 입학정원 재검토, 졸업사정제 도입, 학비 등 비용부담문제 등을 포함하여 국민과 경찰 전체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개선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사청문회 당시 문제가 됐던 동영상에 대해 ‘경찰 내부인이 강연 동영상을 일부러 언론에 유출했다, 권력 암투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대 출신과 불화가 있었다, 내부 고발자는 경찰대 출신일 것이다’ 등 동영상 내부 유포설이 나왔습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요.
“‘경찰대 출신과 불화설’, ‘경대 비경대 암투’ 등 이야기들은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었지만,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비경대 출신임을 들어 마치 경찰대 출신들과 불화 상태에 있다고 하는데, 사실 제 주변에는 경찰대 출신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동영상 유포자가 경찰대 출신이라는 것은 근거 없는 것입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 있음에도 경찰의 이미지는 과거보다 썩 좋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렇다고 봅니까. 어떻게 개선할 생각인가요.
“우리 경찰이 세계 어느 나라 경찰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우수하고 헌신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조직 내외의 기형적이고 비정상적인 법령이나 제도, 관행, 인식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취임 이후 경찰청에 T/F팀을 구성하고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치안행정 전반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G20 폭력 시위 대비 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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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8일 경찰청 대강당에서 현장 경찰관 등 4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본과 원칙 구현’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특강하고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 |
“전 세계 주요 국가 정상과 수행원, 언론인 등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과거 어느 국제행사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요인경호와 행사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경찰은 경호안전통제단을 중심으로 관련 부처 간 긴밀한 협조하에 총 5만여 명의 경찰력과 동원가능한 모든 장비를 투입하여 정상회의 기간 동안 안전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G20 특별법’이 집회시위 등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통제한다는 비판이 있던데요?
“우리나라에 세계 각국의 정상 32분이 오십니다. 한두 분이 오셔도 어려운데 얼마나 어려움이 많겠습니까.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국가적 대사에 동참하신다는 생각으로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찰에서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과도한 통제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예정입니다. 특히, 행사장 주변 주민과 상인, 상근자들의 통행 편의를 위해 출입 스티커(나들이 스티커)를 운용할 계획입니다.”
―경찰이 회의장 주변에 장벽을 둘러칠 계획이라는 언론보도도 있었는데요.
“다소 사실관계가 확대 해석되어 보도됐습니다. 대규모 국제행사마다 반(反)세계화 폭력시위가 상례화돼 있고 역대 G20 정상회의에서도 폭력시위가 여러 차례 발생했습니다. 특히 올해 6월 토론토 회의시에는 경찰차 방화, 시내 중심가 다국적 기업 상점 수십 곳 손괴 등 과격한 폭력시위가 발생해 G20 정상회의의 개최 의미마저 퇴색시킨 바 있습니다.”
―다른 사례는 없습니까.
“많습니다. 1999년에 열린 시애틀 WTO 각료회의 때는 시위대 5만여 명이 행사장을 포위해서 각국 대표가 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해 개·폐막식이 무산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가 시위대의 회의장 난입으로 하루 만에 취소되는 일도 있었죠. 이에 따라, 선진 외국에서 회의장을 시위대 접근이 어려운 지역으로 선정하고, 회의장 주변에 철조망 펜스 등 시위대 차단시설을 설치했던 사례를 참고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안전한 차단장비를 새로 개발한 것입니다. 이 장비는 평상시에는 설치하지 않다가 G20 정상회의의 안전이 위협받는 최악의 경우에 설치할 계획입니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가적 중요행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외국 사례를 거론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요.
“2007년 6월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G8 정상회의가 개최되었을 때 독일정부는 회의장이 외딴 시골이었음에도 시위대의 행사 방해를 우려하여 회의장 주변 12km 구간에 157억원의 예산을 들여 철조망을 설치, 철통같이 경호한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도 콘크리트와 철조망이 결합된 3m 높이의 안전펜스를 회의장 주변 3.5km 구간에 3중으로 설치하여 행사안전을 확보한 사례가 있습니다.”
외교관 생활 9년
―북한이 G20 정상회의 방해 논의를 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테러에 대비한 경찰의 대책은 무엇인지요.
“2005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G8 정상회의가 개최되던 중 500km 떨어진 런던에서 테러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경찰은 이를 거울삼아 전국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시설에 취약시간대 위주로 경찰력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회의장에도 상반기부터 전담부대를 배치하여 행사 이전에 사건사고가 없도록 경비를 강화했습니다. 또한 지하철 대테러 안전시설을 보강했고 주민신고 시스템도 강화하는 등 철저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G20 기간 중 교통통제로 시민불편이 예상되는데 대책은 무엇인가요?
“G20 기간 중 교통통제를 할 경우 그 영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교통혼잡이 서울 전역에서 장시간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회의기간 중 차량 2부제 실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2부제를 하더라도 꼭 필요한 지역과 시간에 제한적으로 운영해서 시민불편을 최소화할 겁니다. 예를 들면 행사장과 멀리 떨어진 강서지역에서 마포나 은평지역으로 이동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2부제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이죠.”
―외교관 생활을 9년이나 하다가 경찰에 투신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경찰관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습니다. 제가 부산 동래에서 태어났는데 부근에 동래경찰서가 있어요. 그곳을 오가는 경찰들의 제복이 너무 멋져 보이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꿈이었고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도 경찰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제가 1990년에 경찰이 됐지만 1985년부터 경찰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죠.”
―가족을 위해 요리도 하곤 합니까.
“외교관 시절에는 주말에 꽁치찌개, 김치찌개, 부대찌개, 불고기 요리를 만들었었죠. 제가 고등학교 때 산악반을 해서 기본적인 요리는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경찰에 오고 나서는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거의 못 했어요. 외교부에 있을 때는 설거지에 빨래도 자주 했는데(웃음).”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조 청장은 인터뷰 말미에 활짝 웃었다. 중저음의 사내는 경찰로서 바쁘다는 게 아주 즐거운 눈치였다.⊙
<취재지원=李彩炫 月刊朝鮮 인턴기자>
사진 : 서경리
김윤하
(201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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