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패스 이용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 현재 고속도로 통행 차량의 50%가 이용
⊙ 통행료 합리적 조정 필요
⊙ 올해 10월 부산에서 전 세계 교통전문가 3만명이 참가하는 ITS(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
세계대회 열려
柳徹浩
⊙ 1948년 출생.
⊙ 경기고ㆍ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 대우건설 토목사업본부장, 대한토목학회 부회장, 대우건설 해외사업담당 부사장,
경수고속도로 대표이사 역임. 現 한국도로공사 사장.
⊙ 통행료 합리적 조정 필요
⊙ 올해 10월 부산에서 전 세계 교통전문가 3만명이 참가하는 ITS(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
세계대회 열려
柳徹浩
⊙ 1948년 출생.
⊙ 경기고ㆍ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 대우건설 토목사업본부장, 대한토목학회 부회장, 대우건설 해외사업담당 부사장,
경수고속도로 대표이사 역임. 現 한국도로공사 사장.
오는 7월 7일은 한반도 산업의 대동맥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경기도 성남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만난 류철호(柳徹浩ㆍ62) 사장은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경부고속도로의 개통과 더불어 시작되었다”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경부고속도로 개통 40주년을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산업화의 대동맥 역할을 해온 경부고속도로의 역사는 1964년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독일 방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 뤼브케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은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불린 전후(戰後) 독일경제의 부흥에 큰 감동을 받았다. 방문 이틀째 박 대통령이 탄 벤츠 승용차가 본~쾰른 간 20km의 아우토반을 시속 160km의 속도로 달렸다. 박 대통령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동승한 독일 의전실장에게 아우토반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경제전문가였던 독일 의전실장은 “고속도로망은 서베를린을 중심으로 전국에 뻗어 있어 30분 이내에 어디에나 닿을 수 있다”며 지도를 펴 놓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의전실장의 말을 메모해 가며 귀 기울여 들었다. 박 대통령은 이후 에르하르트 수상으로부터 “전후 참혹할 정도로 경제난을 겪어야 했던 독일이 빠른 경제회복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비록 히틀러가 건설한 것이긴 했지만 아우토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박정희,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재무부에 맡겨
독일에서 돌아온 박 대통령은 고속도로 건설을 직접 구상했다. 계획은 철저한 비밀이었다. 외부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국내 경제 현실을 이유로 반대여론이 봇물처럼 일 것을 내다보았기 때문이다. 당시엔 고속도로를 만들 돈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처음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건설부에 맡겼다. 건설부가 계획을 세워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박 대통령은 아무런 추가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어 재무부(현재의 기획재정부)에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세우라고 했다. 김용환(金龍煥) 재무부 이재과장이 실무자로 임명됐다. 김 과장은 건설부 계획까지 챙겨 검토했다. ‘건설 문외한’인 김 과장의 눈에 건설부 계획은 흠 잡을 데가 많지 않았다. 순간 “도로 건설 계획 수립을 왜 재무부에 맡겼을까”라는 생각이 김 과장의 머리를 스쳤다. “재원(財源) 때문이다”고 생각한 김 과장은 그날 이후 재원을 찾는 데 주력했다. 이렇게 탄생한 게 유류세(油類稅)라고 한다. 즉 기름에 세금을 매겨 그 돈으로 고속도로를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박 대통령은 무릎을 쳤고, 김 과장을 청와대로 불러 막걸리를 직접 따라주었다고 한다.
1967년 5월, 박정희 대통령은 드디어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전국을 큰대(大) 자로 연결하는 대국토 건설계획을 내놓았다. 당시 고속도로 타당성 분석을 했던 백영훈(白永勳)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은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고속도로가 필수조건이었다”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온종일 걸리는 도로사정으로는 산업화를 이룰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공장을 지어서 물건을 생산해도 수출을 하거나 소비자에게 팔려면 대도시나 항구로 수송해야 하는데 고속도로가 없으면 물류가 막혀 산업이 활성화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1967년은 제2차 경제개발 계획이 시작되는 해였다. 1971년까지 추진하기로 한 2차 경제개발 계획을 달성하려면 낙후한 기존 도로망을 시급하게 개선해야 했다. 1967년 12월 국가기간 고속도로 건설계획조사단이 현판식을 갖고 업무에 착수했다. 마침내 1968년 2월 경부고속도로가 착공되었고, 1968년 12월 서울~오산 구간(45.5km)이 먼저 개통되었으며, 1970년 7월 7일 전체 준공식을 가졌다.
박 대통령, 경부고속도로 준공식 때 울어
<한국도로공사 40년사>에는 경부고속도로 준공일 풍경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이 고속도로 공사 관계자들에게 훈장을 달아 주는 동안 젊은 위관급 도로 기술자들은 부동자세로 선 채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도 울었다”고 기록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로 자신감을 얻은 정부는 1973년 11월 호남ㆍ남해 고속도로, 1975년 10월 영동ㆍ동해고속도로, 1977년 구마고속도로를 개통하여 전국적인 교통망을 갖추었다.
고속도로가 개통된 해인 1970년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었고, 그해 수출 10억 달러를 달성했다. 1973년 포항종합제철 공장이 준공되어 중화학공업의 기틀을 다졌으며, 1977년 드디어 꿈에 그리던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산업화는 고속도로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는 총 연장 428km로 건설되었지만, 현재 우리의 고속도로는 31개 노선 3776km(민자 고속도로 280km)에 이른다. 고속도로는 전국 어디서나 30분 안에 진입할 수가 있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2006년 현재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경제적 효과가 연간 약 300조원이라고 산정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과 수출 같은 경제성장지수는 고속도로의 확충과 함께 정비례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은 “지난 시기 우리나라가 고속도로 건설에 매진해 왔다면 이제는 고속도로 본연의 역할인 ‘소통’이 잘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고속도로라는 ‘제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신경을 써 왔습니다. 이제는 ‘소통’이라는 고속도로 본연의 서비스에 좀 더 신경을 쓸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취임 후 우리 공사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빠른 길, 편한 길, 안전한 길’로 정했는데 바로 고속도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자는 뜻을 담은 표어입니다.”
현재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류 사장은 “조직과 인력이 최고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영을 개선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공기업의 선진화’의 핵심은 바로 공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막히지 않는 빠른 고속도로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류철호 사장은 하이패스 전도사
취임 만 2년째를 맞은 류 사장은 도로공사 직원들 사이에 ‘하이패스 전도사’로 통한다. 그는 “하이패스 보급이야말로 고속도로 정체를 해결하면서도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정확하게 부합한다”고 말했다.
2010년 2월 우리나라 고속도로 하이패스 이용률은 45%를 돌파했으며, 현재는 50% 가까이 된다. 하이패스 단말기는 현재 410만 대가 보급되었고, 특히 신용카드 방식의 후불제 하이패스 카드가 등장하면서 하이패스 이용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류 사장은 “후불 법인카드는 특히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출장 다닐 때마다 챙겨야 했던 정산용 영수증이 사라져서 기업 회계가 간편해졌다”고 말했다.
“제가 하도 하이패스 단말기 보급을 강조하니까 직원들이 처음에는 ‘우리가 회사 영업사원도 아닌데 하이패스 단말기까지 보급해야 하나’하는 눈치더군요. 하지만 요즘은 직원들이 솔선해서 하이패스 단말기를 보급하고 있어 뿌듯합니다. 지역의 마라톤 행사가 있으면 직원들이 하이패스 홍보용 띠를 두르고 참여하고, 고속도로 버스 회사를 찾아다니며 하이패스 단말기를 직접 보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하이패스 이용률이 부족합니다. 2013년까지 70% 선으로 끌어올릴 생각입니다. 고속도로는 무정차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하이패스 사용으로 연평균 7만7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10년간 약 1000억원 정도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해 교통 과소비 시대 끝내야”
현재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망은 약 3700km에 이르지만, 2020년경에는 약 6000km로 늘어날 예정이다. 류철호 사장은 “바둑판형 고속도로망은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지만, 문제는 차로(車路) 수”라며 “고속도로에서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주요 구간의 차로 수가 확보되지 않은 것이 정체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류 사장의 설명이다.
“지금 고속도로 상습 정체구간이 약 150km 정도 됩니다. 그나마 꾸준한 도로 확장으로 정체구간을 많이 줄인 게 이 정도입니다. 이러한 상습 정체구간을 없애려면 차로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 때문에 아직 우리 고속도로는 투자가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도로 확장과 함께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 출퇴근 시 서울 인근 고속도로의 정체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올려서 출퇴근 인구를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류 사장은 “현재 우리 정부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교통정책의 패러다임을 에너지 소비 감소를 유도하는 ‘녹색 교통’으로 전환하는 중”이라며 “우리 공사도 고속도로의 불필요한 통행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통행을 줄이는 핵심은 통행료 인상입니다. 우리 공사는 고속도로 상습 정체를 줄이기 위해 갓길차로제 도입, 하이패스 확충, 고속도로 확장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고,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나 홀로 차량을 그냥 두고서는 상습 정체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고속도로 정체를 공급적 측면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수요조절을 통한 도로기능 회복을 생각할 때입니다. 일종의 고속도로 이용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류 사장은 고속도로 통행량을 조절하기 위해 ‘녹색요금체계’라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가 추진 중인 녹색요금체계는 고속도로의 총 통행량을 억제하고, 혼잡구간을 해소하기 위한 내용으로 짜여 있다. 류 사장의 설명.
“총 통행량을 줄이려면 단거리나 비경제 활동 차량의 고속도로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활성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또한 혼잡구간을 없애려면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고, 출퇴근 통행료 할인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고속도로 통행료를 인상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류 사장은 “우리나라 고속도로 통행료는 2006년 이후 오르지 않고 있다”며 “현재를 누리며 사는 우리가 통행료 인상을 미루는 건 후대에 고스란히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솔직히 나 홀로 승용차를 끌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보다 왜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합니까? 수도권의 도시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에 들어가려면 1700원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자가용 출퇴근자들은 대개 900원이면 서울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경차를 이용하거나 출퇴근 할인 등을 받으면 통행료가 더 떨어집니다. 저는 수도권에서 고속도로를 한 번 이용하면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최소한 대중교통 요금보다는 더 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에게 지금 교통 과소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똑똑한 고속도로 ‘스마트 하이웨이’가 눈앞에
류철호 사장은 도로공사 역사상 첫 민간인 출신 사장이라고 할 수 있다. 도로공사 41년의 역사 중에 28년을 군인이, 나머지는 행정관료 출신들이 사장에 임명되었다. 1975년 대우건설에 입사한 류 사장은 30년 회사 생활 중 절반인 15년을 해외 건설현장을 누비며 보냈다.
“도로공사의 주 업무가 ‘건설과 운영’입니다. 저는 대우건설에 있으면서 ‘을(乙)’의 입장에서 도로 건설은 수도 없이 해 보았고, 대우건설 부사장과 경수고속도로 대표로 있으면서 회사 운영도 해 보았습니다. 제가 도로공사 현장을 자주 방문하는데, 현장 업체들의 고충과 기술적인 문제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들과 대화가 잘되는 편입니다.”
―산을 깎으면서 건설되는 고속도로 특성상 환경파괴가 심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얼마간의 환경파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온종일 차를 타고 가면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매연을 발생시키는 것보다는 4~5시간 만에 빨리 가는 것이 환경에 더 이롭다고 봅니다. 도로정체가 온실가스의 주범이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 우리 공사는 하이패스 이용 확대에 온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또한 ‘로하수(路荷樹) 1000 프로젝트’라고 해서 2012년까지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09년에만 297만 그루를 심었어요.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2013년까지 28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 10월 부산에서 ITS(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 세계대회가 열린다고 하는데 이것이 무슨 대회인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현재 우리는 건설과 IT(정보통신기술)가 융합된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한 ‘스마트하이웨이’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ITS 세계대회는 이런 선진형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로 80여 개국에서 교통전문가와 고위 공무원 등 3만여 명이 참가할 예정입니다. 특히 올해 11월에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개최되는데, ITS의 성공적인 개최가 G20 정상회의의 성공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하여 최선을 다해 준비 중입니다.”
도로공사가 2007년부터 추진 중인 ‘스마트 하이웨이’ 사업은 2017년까지 1000억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마디로 무재해, 무정체, 무정차라는 3무(無) 달성 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 하이웨이가 완성되면 도로포장을 개선해 폭우나 기상악화에 따른 사고를 막고, 고속도로 주행 중에 운전자가 도로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이패스보다 발전한 무정차 톨게이트 시스템도 도입해 고속도로 진입 시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으며, 도로에서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첨단 도로 건설 기술력은 해외고속도로 건설의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류 사장의 설명이다.
류 사장은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변천사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난 40년이 도로, 휴게소, 요금징수체계 등이 단순히 집합된 인테그레이션(Integration) 시기였다면, 현재는 도로와 IT가 융합되어 시너지효과가 발휘되는 컨버전스(Convergence)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조만간 컨버전스 시대를 지나 하이패스, 로하수 프로젝트 등 녹색교통체계의 등장에 따른 새로운 교통문화가 성립되는 매시업(Mash-up) 시기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리라 봅니다.”
―지난겨울에 폭설이 많이 왔는데, 고속도로 상황은 어땠습니까?
“2004년 3월 폭설 때 도로에 갇혔던 사람들로부터 소송을 당했습니다. 그 이후 눈이나 비가 올 때 완벽한 통행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철저한 대비를 해 왔습니다. 지난겨울 서울에 기상 관측 이래 최고의 폭설이 내렸다고 했는데, 서울은 교통마비가 되었지만, 고속도로는 상대적으로 소통이 원활했습니다. 직원들이 그동안 철저히 대비를 해 왔고, 밤낮 가리지 않고, 눈을 치운 결과라고 봅니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어떻습니까. 많이 줄어들고 있는지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사망률이 km당 0.05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0.1명으로 아직은 조금 더 높은 상태입니다.
작년에 375명이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교통사고 사망 원인의 30.6%가 졸음운전으로 조사됐습니다. 과속에 의한 교통사고는 23.4%로, 졸음운전이나 전방주시 태만(25.4%)보다 낮은 편입니다. 졸음운전 방지와 사고예방을 위한 계도 캠페인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이는 운전자 스스로 안전운전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졸리면 반드시 휴게소에 들러 쉬었다 가야 합니다.”
“공기업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류철호 사장은 “공기업 사장을 맡아 보니 우리 사회가 우수한 공기업 인력 자원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도로공사에 와 보니까 우수한 인재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기를 살려주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국정감사 때 직원들이 ‘올해 지적받은 것은 내년에 다시는 지적을 받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 공기업을 매도하고, 기를 죽이는 분위기만 조성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취임 후 경영방침으로 섬김 경영, 숫자 경영, 윤리 경영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 가운데 섬김 경영은 ‘고객을 섬긴다’는 뜻도 있지만, 직원을 섬긴다는 저의 마음자세가 담긴 것이기도 합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기자는 류 사장이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도로공사에서 하이패스 장학금 지급이나 기타 여러 가지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류 사장의 철학을 묻자 “공사는 공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서비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류 사장의 설명이다.
“물론 공기업이 소외계층을 돕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맞물린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게다가 이것이 충실한 공사 본연의 업무 이행 가운데 함께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헌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면서 다른 생명을 직접적으로 살릴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기업 최초로 헌혈뱅크를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총 3500명이 헌혈에 참여하여, 140만㎖의 혈액을 공급했습니다.”
류 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고속도로 상습 정체구간을 줄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안전운행 습관을 들여 고속도로에서 불행을 겪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업화의 대동맥 역할을 해온 경부고속도로의 역사는 1964년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독일 방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 뤼브케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은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불린 전후(戰後) 독일경제의 부흥에 큰 감동을 받았다. 방문 이틀째 박 대통령이 탄 벤츠 승용차가 본~쾰른 간 20km의 아우토반을 시속 160km의 속도로 달렸다. 박 대통령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동승한 독일 의전실장에게 아우토반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경제전문가였던 독일 의전실장은 “고속도로망은 서베를린을 중심으로 전국에 뻗어 있어 30분 이내에 어디에나 닿을 수 있다”며 지도를 펴 놓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의전실장의 말을 메모해 가며 귀 기울여 들었다. 박 대통령은 이후 에르하르트 수상으로부터 “전후 참혹할 정도로 경제난을 겪어야 했던 독일이 빠른 경제회복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비록 히틀러가 건설한 것이긴 했지만 아우토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박정희,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재무부에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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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행료 수납의 혁신을 가져온 고속도로 하이패스 시스템. 현재 고속도로 차량 중 하이패스 이용률은 50%에 달한다. |
박 대통령은 처음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건설부에 맡겼다. 건설부가 계획을 세워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박 대통령은 아무런 추가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어 재무부(현재의 기획재정부)에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세우라고 했다. 김용환(金龍煥) 재무부 이재과장이 실무자로 임명됐다. 김 과장은 건설부 계획까지 챙겨 검토했다. ‘건설 문외한’인 김 과장의 눈에 건설부 계획은 흠 잡을 데가 많지 않았다. 순간 “도로 건설 계획 수립을 왜 재무부에 맡겼을까”라는 생각이 김 과장의 머리를 스쳤다. “재원(財源) 때문이다”고 생각한 김 과장은 그날 이후 재원을 찾는 데 주력했다. 이렇게 탄생한 게 유류세(油類稅)라고 한다. 즉 기름에 세금을 매겨 그 돈으로 고속도로를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박 대통령은 무릎을 쳤고, 김 과장을 청와대로 불러 막걸리를 직접 따라주었다고 한다.
1967년 5월, 박정희 대통령은 드디어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전국을 큰대(大) 자로 연결하는 대국토 건설계획을 내놓았다. 당시 고속도로 타당성 분석을 했던 백영훈(白永勳)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은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고속도로가 필수조건이었다”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온종일 걸리는 도로사정으로는 산업화를 이룰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공장을 지어서 물건을 생산해도 수출을 하거나 소비자에게 팔려면 대도시나 항구로 수송해야 하는데 고속도로가 없으면 물류가 막혀 산업이 활성화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1967년은 제2차 경제개발 계획이 시작되는 해였다. 1971년까지 추진하기로 한 2차 경제개발 계획을 달성하려면 낙후한 기존 도로망을 시급하게 개선해야 했다. 1967년 12월 국가기간 고속도로 건설계획조사단이 현판식을 갖고 업무에 착수했다. 마침내 1968년 2월 경부고속도로가 착공되었고, 1968년 12월 서울~오산 구간(45.5km)이 먼저 개통되었으며, 1970년 7월 7일 전체 준공식을 가졌다.
박 대통령, 경부고속도로 준공식 때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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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 7월 경부고속도로의 대전~대구간 공구를 시찰하는 박정희 대통령(맨왼쪽). |
고속도로가 개통된 해인 1970년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었고, 그해 수출 10억 달러를 달성했다. 1973년 포항종합제철 공장이 준공되어 중화학공업의 기틀을 다졌으며, 1977년 드디어 꿈에 그리던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산업화는 고속도로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는 총 연장 428km로 건설되었지만, 현재 우리의 고속도로는 31개 노선 3776km(민자 고속도로 280km)에 이른다. 고속도로는 전국 어디서나 30분 안에 진입할 수가 있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2006년 현재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경제적 효과가 연간 약 300조원이라고 산정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과 수출 같은 경제성장지수는 고속도로의 확충과 함께 정비례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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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망의 근간이 된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메모. |
“그동안 우리는 고속도로라는 ‘제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신경을 써 왔습니다. 이제는 ‘소통’이라는 고속도로 본연의 서비스에 좀 더 신경을 쓸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취임 후 우리 공사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빠른 길, 편한 길, 안전한 길’로 정했는데 바로 고속도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자는 뜻을 담은 표어입니다.”
현재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류 사장은 “조직과 인력이 최고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영을 개선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공기업의 선진화’의 핵심은 바로 공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막히지 않는 빠른 고속도로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류철호 사장은 하이패스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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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과 눈물의 대장정인 경부고속도로 건설현장. |
2010년 2월 우리나라 고속도로 하이패스 이용률은 45%를 돌파했으며, 현재는 50% 가까이 된다. 하이패스 단말기는 현재 410만 대가 보급되었고, 특히 신용카드 방식의 후불제 하이패스 카드가 등장하면서 하이패스 이용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류 사장은 “후불 법인카드는 특히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출장 다닐 때마다 챙겨야 했던 정산용 영수증이 사라져서 기업 회계가 간편해졌다”고 말했다.
“제가 하도 하이패스 단말기 보급을 강조하니까 직원들이 처음에는 ‘우리가 회사 영업사원도 아닌데 하이패스 단말기까지 보급해야 하나’하는 눈치더군요. 하지만 요즘은 직원들이 솔선해서 하이패스 단말기를 보급하고 있어 뿌듯합니다. 지역의 마라톤 행사가 있으면 직원들이 하이패스 홍보용 띠를 두르고 참여하고, 고속도로 버스 회사를 찾아다니며 하이패스 단말기를 직접 보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하이패스 이용률이 부족합니다. 2013년까지 70% 선으로 끌어올릴 생각입니다. 고속도로는 무정차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하이패스 사용으로 연평균 7만7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10년간 약 1000억원 정도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해 교통 과소비 시대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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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부고속도로 신갈 IC 부근. |
“지금 고속도로 상습 정체구간이 약 150km 정도 됩니다. 그나마 꾸준한 도로 확장으로 정체구간을 많이 줄인 게 이 정도입니다. 이러한 상습 정체구간을 없애려면 차로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 때문에 아직 우리 고속도로는 투자가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도로 확장과 함께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 출퇴근 시 서울 인근 고속도로의 정체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올려서 출퇴근 인구를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류 사장은 “현재 우리 정부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교통정책의 패러다임을 에너지 소비 감소를 유도하는 ‘녹색 교통’으로 전환하는 중”이라며 “우리 공사도 고속도로의 불필요한 통행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통행을 줄이는 핵심은 통행료 인상입니다. 우리 공사는 고속도로 상습 정체를 줄이기 위해 갓길차로제 도입, 하이패스 확충, 고속도로 확장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고,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나 홀로 차량을 그냥 두고서는 상습 정체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고속도로 정체를 공급적 측면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수요조절을 통한 도로기능 회복을 생각할 때입니다. 일종의 고속도로 이용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류 사장은 고속도로 통행량을 조절하기 위해 ‘녹색요금체계’라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가 추진 중인 녹색요금체계는 고속도로의 총 통행량을 억제하고, 혼잡구간을 해소하기 위한 내용으로 짜여 있다. 류 사장의 설명.
“총 통행량을 줄이려면 단거리나 비경제 활동 차량의 고속도로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활성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또한 혼잡구간을 없애려면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고, 출퇴근 통행료 할인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고속도로 통행료를 인상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류 사장은 “우리나라 고속도로 통행료는 2006년 이후 오르지 않고 있다”며 “현재를 누리며 사는 우리가 통행료 인상을 미루는 건 후대에 고스란히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솔직히 나 홀로 승용차를 끌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보다 왜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합니까? 수도권의 도시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에 들어가려면 1700원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자가용 출퇴근자들은 대개 900원이면 서울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경차를 이용하거나 출퇴근 할인 등을 받으면 통행료가 더 떨어집니다. 저는 수도권에서 고속도로를 한 번 이용하면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최소한 대중교통 요금보다는 더 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에게 지금 교통 과소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똑똑한 고속도로 ‘스마트 하이웨이’가 눈앞에
류철호 사장은 도로공사 역사상 첫 민간인 출신 사장이라고 할 수 있다. 도로공사 41년의 역사 중에 28년을 군인이, 나머지는 행정관료 출신들이 사장에 임명되었다. 1975년 대우건설에 입사한 류 사장은 30년 회사 생활 중 절반인 15년을 해외 건설현장을 누비며 보냈다.
“도로공사의 주 업무가 ‘건설과 운영’입니다. 저는 대우건설에 있으면서 ‘을(乙)’의 입장에서 도로 건설은 수도 없이 해 보았고, 대우건설 부사장과 경수고속도로 대표로 있으면서 회사 운영도 해 보았습니다. 제가 도로공사 현장을 자주 방문하는데, 현장 업체들의 고충과 기술적인 문제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들과 대화가 잘되는 편입니다.”
―산을 깎으면서 건설되는 고속도로 특성상 환경파괴가 심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얼마간의 환경파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온종일 차를 타고 가면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매연을 발생시키는 것보다는 4~5시간 만에 빨리 가는 것이 환경에 더 이롭다고 봅니다. 도로정체가 온실가스의 주범이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 우리 공사는 하이패스 이용 확대에 온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또한 ‘로하수(路荷樹) 1000 프로젝트’라고 해서 2012년까지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09년에만 297만 그루를 심었어요.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2013년까지 28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 10월 부산에서 ITS(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 세계대회가 열린다고 하는데 이것이 무슨 대회인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현재 우리는 건설과 IT(정보통신기술)가 융합된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한 ‘스마트하이웨이’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ITS 세계대회는 이런 선진형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로 80여 개국에서 교통전문가와 고위 공무원 등 3만여 명이 참가할 예정입니다. 특히 올해 11월에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개최되는데, ITS의 성공적인 개최가 G20 정상회의의 성공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하여 최선을 다해 준비 중입니다.”
도로공사가 2007년부터 추진 중인 ‘스마트 하이웨이’ 사업은 2017년까지 1000억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마디로 무재해, 무정체, 무정차라는 3무(無) 달성 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 하이웨이가 완성되면 도로포장을 개선해 폭우나 기상악화에 따른 사고를 막고, 고속도로 주행 중에 운전자가 도로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이패스보다 발전한 무정차 톨게이트 시스템도 도입해 고속도로 진입 시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으며, 도로에서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첨단 도로 건설 기술력은 해외고속도로 건설의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류 사장의 설명이다.
류 사장은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변천사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난 40년이 도로, 휴게소, 요금징수체계 등이 단순히 집합된 인테그레이션(Integration) 시기였다면, 현재는 도로와 IT가 융합되어 시너지효과가 발휘되는 컨버전스(Convergence)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조만간 컨버전스 시대를 지나 하이패스, 로하수 프로젝트 등 녹색교통체계의 등장에 따른 새로운 교통문화가 성립되는 매시업(Mash-up) 시기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리라 봅니다.”
―지난겨울에 폭설이 많이 왔는데, 고속도로 상황은 어땠습니까?
“2004년 3월 폭설 때 도로에 갇혔던 사람들로부터 소송을 당했습니다. 그 이후 눈이나 비가 올 때 완벽한 통행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철저한 대비를 해 왔습니다. 지난겨울 서울에 기상 관측 이래 최고의 폭설이 내렸다고 했는데, 서울은 교통마비가 되었지만, 고속도로는 상대적으로 소통이 원활했습니다. 직원들이 그동안 철저히 대비를 해 왔고, 밤낮 가리지 않고, 눈을 치운 결과라고 봅니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어떻습니까. 많이 줄어들고 있는지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사망률이 km당 0.05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0.1명으로 아직은 조금 더 높은 상태입니다.
작년에 375명이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교통사고 사망 원인의 30.6%가 졸음운전으로 조사됐습니다. 과속에 의한 교통사고는 23.4%로, 졸음운전이나 전방주시 태만(25.4%)보다 낮은 편입니다. 졸음운전 방지와 사고예방을 위한 계도 캠페인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이는 운전자 스스로 안전운전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졸리면 반드시 휴게소에 들러 쉬었다 가야 합니다.”
“공기업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류철호 사장은 “공기업 사장을 맡아 보니 우리 사회가 우수한 공기업 인력 자원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도로공사에 와 보니까 우수한 인재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기를 살려주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국정감사 때 직원들이 ‘올해 지적받은 것은 내년에 다시는 지적을 받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 공기업을 매도하고, 기를 죽이는 분위기만 조성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취임 후 경영방침으로 섬김 경영, 숫자 경영, 윤리 경영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 가운데 섬김 경영은 ‘고객을 섬긴다’는 뜻도 있지만, 직원을 섬긴다는 저의 마음자세가 담긴 것이기도 합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기자는 류 사장이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도로공사에서 하이패스 장학금 지급이나 기타 여러 가지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류 사장의 철학을 묻자 “공사는 공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서비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류 사장의 설명이다.
“물론 공기업이 소외계층을 돕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맞물린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게다가 이것이 충실한 공사 본연의 업무 이행 가운데 함께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헌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면서 다른 생명을 직접적으로 살릴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기업 최초로 헌혈뱅크를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총 3500명이 헌혈에 참여하여, 140만㎖의 혈액을 공급했습니다.”
류 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고속도로 상습 정체구간을 줄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안전운행 습관을 들여 고속도로에서 불행을 겪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