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柱洪
⊙ 1952년 출생.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同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 석·박사.
⊙ 국회 정책연구위원 실장,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임.
⊙ 現 정당공천폐지 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 1952년 출생.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同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 석·박사.
⊙ 국회 정책연구위원 실장,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임.
⊙ 現 정당공천폐지 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지난 3월 초 기자는 귀농·귀촌 1번지로 떠오른 전남 강진을 다녀왔다. 딸기·장미 재배, 축산의 꿈을 안고 정착한 귀농인들을 인터뷰하면서 황주홍(黃柱洪) 군수가 강진 군민들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즈음 한 지역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황 군수는 60%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왔다. 2008년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데 이어 일찌감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그가 민주당 텃밭에서 3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당시의 예감은 3개월 후 현실로 나타났다. 6·2 지방선거에서 황주홍 군수가 민주당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선한 것이다.
당선 직후 그는 지역신문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높은 지지율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전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정당공천제’를 거부하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저를 관심과 기대 속에 지켜봐 주신 강진 군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의 결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진 태생의 황 군수는 정당인에서 교수로, 교수에서 기초단체장으로 변신한 이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유학 중 당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귀국 후 아태평화재단에서 일했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 때는 DJ 선거 캠프의 방송선거기획단에서 방송전략기획팀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건국대 정외과 교수로 지내다 2004년 민주당 공천(강진·완도)으로 총선에 출마했으나 노무현(盧武鉉) 탄핵 역풍으로 분패했다. 그해 10월에 치러진 강진군수 보궐선거에 나가 승리했고, 1년6개월 뒤 치러진 5·31 지방선거에서는 광주·전남 지역 최고 득표율(76.1%)로 재선에 성공했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며 그는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절감, 정당공천제 폐지 운동의 중심에 섰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당공천폐지 특별위원장과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국민운동전국본부’의 상임 공동대표를 맡아 1000만 서명운동을 벌였다. 여야 공히 ‘공천=꿀단지’로 여기는 국내 정치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 당적과 공천반대는 별개라며 당적을 유지해 온 그는 지난 2월 민주당을 탈당, 독자 출마의 길을 걸어온 끝에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선거에서 광주·전남 지역은 황 군수를 포함해 총 8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 무소속 바람을 일으켰다. 황 군수는 각종 언론으로부터 ‘광주·전남 지역 무소속 돌풍의 진앙지’로 지목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6월 11일 오후 황주홍 강진군수를 전화 인터뷰했다.
지배 권력의 비방과 음해 공작 이겨냈다
―당선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무소속으로 3선 단체장이 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군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기회까지 주신 것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깨끗하게 열심히 고향 발전을 위해 헌신할 계획이에요. 한국의 지방정치 발전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무소속 출마 선언 후에도 여론 지지율이 높았던 것으로 압니다. 당선을 확신했습니까.
“60% 이상의 득표로 당선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적게(56.5%) 나왔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제왕적 위치에 있는 민주당의 마지막 집결 현상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민주당의 마지막 집결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습니까.
“민주당을 포함해 오랫동안 지배 권력을 행사해 온 정당들의 특징 있지 않습니까. 비방과 음해와 불법 선거 운동에 이골이 난, 나쁜 의미로 이런 데 최고의 순발력과 노하우가 막판에 유감없이 발휘됐지요. 가령 5월 31일 밤에 우리 친형이 돈을 살포하다 적발됐다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를 지역언론을 통해 유포했습니다. 일언반구 반론의 기회도 주지 않고 쓴 일방적인 기사였는데, 상대 후보 진영에서는 이를 지역언론의 보도라며 수만 통의 문자 메시지로 발송했지요. 전제군주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21세기 대명천지에 일어난 겁니다. 여론이 술렁거렸던 만큼 여기서 수천 표가 떨어져 나갔을 거예요.”
황 군수는 “선거가 끝난 지금도 상대 진영의 흑색선전은 계속되고 있다”며 “선관위라든가 사법기관에서 거짓 선거, 불법 선거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건강한 선거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처럼 조그만 지역에서는 불법으로 구전 홍보전단 만들어 돌릴 경우 상대 후보가 변명하고 해명할 기회도 없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로 최소한 강진 군민은 당이 아닌 인물과 정책을 보고 선택한다는 게 입증됐네요.
“지역구 의원은 군수와 군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데 올인했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을 제압하려면 수도권 사정은 어려우니 여기서 승리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식의, 유권자를 기만하는 선거운동을 펼쳤죠. 그 말에 동조하고 흔들리는 일부 유권자도 있었지만 다수의 유권자는 당이 아니라 인물과 정책이 우선이라는 데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무소속들, 법정 홍보물 한 페이지를 공동 제작
그는 이번 선거에서 광주·전남 지역에 출마한 무소속 후보 7명을 모아 연대를 주도했다. 광주 남구청장 황일봉(黃一奉) 후보, 나주시장 주향득 후보, 순천시장 노관규(盧官奎) 후보, 광양시장 이성웅(李聖雄) 후보, 장성군수 이청(李淸) 후보, 신안군수 박우량(朴禹良) 후보 등이다. 이 중 황 군수를 포함한 4명의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겨뤄 승리했다.
―무소속 후보 연대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한 건가요.
“우선 12쪽짜리 법정 홍보물 한 페이지를 공동으로 제작했습니다. 무소속 7명의 이름을 넣고 ‘우리는 당선 후에도 무소속으로 갈 것이고, 깨끗한 행정을 할 것이며, 정당공천제 폐지에 노력할 것’이라는 결의를 담았죠. 법정 홍보물은 정당들도 공동으로 제작한 역사가 없습니다. 이는 정당공천제의 무용(無用)함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죠.”
―연대후보 지원연설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5월 29일, 선거를 며칠 앞둔 상황에서 다섯 군데를 돌며 연대후보 지원연설을 했습니다. 후보 중 몇 분에게 함께 다니자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난색을 표해 혼자 다녔죠. 지역이 넓다 보니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선거 유세 13일 동안 하루를 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자기 선거구 관리를 뒤로 미루고 다른 지역 후보 지원연설을 한 경우는 없을 겁니다. 제 나름 연대의 신의(信義)를 지켰다고 자부합니다.”
그는 이부영(李富榮) 전 열린우리당 중앙위의장과 함께 순천, 광양, 나주, 장성, 광주 남구 등을 돌며 유권자들 앞에서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알리고, 지역 후보자에 대한 지원연설을 했다”고 한다.
―이번 선거 중 민주당은 무소속 현역 단체장을 낙선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압니다.
“저를 두고 ‘악의 축’이다, ‘배신자’다, 이런 사람은 씨를 말려야 한다고 공격하더군요. 상대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선거가 끝났는데도 지역구 의원은 물론 패배 후보도 지금껏 전화 한 통 없어요. 저는 민주당 후보 경선 당시 승자와 패자에게 축하와 위로의 전화를 하고,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자고 얘기했습니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그것이 최소한의 양식이자 교양이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죠. 이래저래 생각이 참 많았던 선거였습니다.”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이 선거유세 현장에 와 지원연설을 했죠.
“권노갑 고문이 오실 때 사정이 상당히 복잡했습니다. 지역의 유선호(柳宣浩) 의원이 여러 차례 걸쳐 권 전 고문께 오시지 말라고 했던 모양이에요. ‘강진군수 선거는 이미 끝났다. 황주홍이 될 텐데 뭐 하러 오시느냐’고 했대요. 그래 놓고 정작 본인은 마이크 잡고 다니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 연설하고 다녔죠.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정말 저급한 플레이를 했어요. 저에 대한 권 전 고문님의 지원연설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논의가 됐다고 해요. 그런데 모 최고위원이 ‘권 전 고문과 황주홍은 정치를 떠나 인간적으로 오랜 신뢰 관계가 있으니 가는 것으로 양해를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지원연설이 가능했죠.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세 번 연설해 주셨습니다.”
전국 무소속 단체장과도 연대할 계획
―이번 선거의 승리로 정당공천제 폐지 운동이 상당히 힘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운동을 전개해 갈 생각인가요.
“지금 무소속 당선자들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국 무소속 단체장 연대를 갖고, 몇 가지 결의할 사항이 있어서죠. 이분들께 ‘기존 거대 정당의 문을 두드리고 스스로 걸어 들어가거나 기웃거리는 어리석은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부탁할 생각입니다.”
―결의할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4기 기초단체장 중 45%가 구속됐다는 걸 알리고, 5기인 우리는 비리 연루자가 한 명도 없게 만들어 보자고 결의할 생각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든가 중앙당의 눈치 보지 말고, 과잉충성도 하지 말자. 주민과 유권자들에게만 절대 충성하자. 정당공천 당선자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보여주자’ 등 정당공천제 폐지의 실천적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들이죠.”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정당공천제 폐해는 뭔가요.
“정당공천을 통해 출마하면 결과적으로 선거를 세 번 치릅니다. 본선거 외에 한 번은 당 공천 과정에서 경선을 치르고, 마지막 한 번은 경선을 치르기 위해 군소 후보끼리 단일화하기 위해 치르게 되죠. 정당공천이 없으면 한 번으로 끝날 선거를 세 번이나 치르니 시간과 에너지와 돈 낭비에 지역민의 갈등까지 폐해가 많습니다. 정당공천을 통한 무투표 당선도 폐해 중 하나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강진 지역의 도의원 중 한 분은 민주당 경선을 통해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습니다.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의 경우 본선에 출마할 수 없어서 이런 일이 생겼죠. 호남의 경우 영암군수가, 영남의 경우 청송군수가 같은 절차로 무투표 당선됐습니다. 이게 공산당 일당 독재와 뭐가 다른가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의 오만한 공천 권력으로 실제 해당 주민들은 6·2 지방선거도 치르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이 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최근 박준영(朴晙瑩) 전남지사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반대하지만 영산강 정비는 계속돼야 한다’고 발언해 민주당 측에서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당의 입장과 도지사 입장이 동시에 반영된 미묘한 발언이었는데, 이것도 정당공천제의 폐해일까요.
“그동안 광역단체장에 대해서는 정당공천이 필요하고, 230개의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에는 불필요하다고 얘기해 왔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광역시도 정당공천이 불필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도(都)라든가 현(縣) 지사의 97%가 무소속입니다. 사실상 일본은 광역도 정당공천이 없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선 왜 정당공천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지방자치의 영역에는 정당 간의 입장 차이가 불필요한 곳이죠.”
―강진군수로서 4대강 사업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박준영 지사의 입장과 완벽하게 일치하고 그것을 지지합니다.”
강진을 번영의 반석 위에 올려놓을 터
지난 5년여 동안 강진군을 이끌어 온 황 군수는 앞으로 4년 더 강진군 살림을 맡게 된다. 그동안 그는 강진군을 출산율 전국 1위, 귀농·귀촌 1위, 소득 1억원 이상 농가수 전남 2위 지역으로 만들었다. 강진군 전체 예산의 13%에 불과했던 농업예산을 30%대로 끌어올렸고, 170여억 원의 군민 장학금을 조성해 공교육 명문 지역으로 만들었다. 축구를 비롯해 각종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고 겨울 전지훈련지로 조성하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직·간접적 경제효과를 창출했다. 그 결과 매년 13% 안팎의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황 군수는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농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공무원들이 열심히 뒷받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진군은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 대한민국 공직사회에서 유일하게 과장이나 담당(계장)이 없는 성과 위주의 팀제로 운영 중이다. 그는 “주민에 대한 친절과 정성을 행정의 제1의 가치에 두고 있는 것이 팀제”라고 말했다.
―앞으로 4년 동안은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할 생각인가요.
“강진의 농·축산을 번영의 반석 위에 올려놓는 것, 농업해서도 제대로 먹고살 수 있다는 신화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2013년에는 청자엑스포를 하는데, 한 나라가 월드컵을 치르고 올림픽을 개최하는 그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산업 클러스터로 조성 중인 성전산단 농공단지에 제조업 공장 100여 개를 유치하려고 노력 중이고요. 일부는 착실히 추진하고 있고, 연말쯤에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겁니다. 이런 노력으로 고용과 인구를 증대시키고, 관광도 일으키는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펼쳐 갈 생각입니다.”⊙
그즈음 한 지역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황 군수는 60%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왔다. 2008년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데 이어 일찌감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그가 민주당 텃밭에서 3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당시의 예감은 3개월 후 현실로 나타났다. 6·2 지방선거에서 황주홍 군수가 민주당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선한 것이다.
당선 직후 그는 지역신문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높은 지지율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전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정당공천제’를 거부하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저를 관심과 기대 속에 지켜봐 주신 강진 군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의 결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진 태생의 황 군수는 정당인에서 교수로, 교수에서 기초단체장으로 변신한 이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유학 중 당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귀국 후 아태평화재단에서 일했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 때는 DJ 선거 캠프의 방송선거기획단에서 방송전략기획팀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건국대 정외과 교수로 지내다 2004년 민주당 공천(강진·완도)으로 총선에 출마했으나 노무현(盧武鉉) 탄핵 역풍으로 분패했다. 그해 10월에 치러진 강진군수 보궐선거에 나가 승리했고, 1년6개월 뒤 치러진 5·31 지방선거에서는 광주·전남 지역 최고 득표율(76.1%)로 재선에 성공했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며 그는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절감, 정당공천제 폐지 운동의 중심에 섰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당공천폐지 특별위원장과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국민운동전국본부’의 상임 공동대표를 맡아 1000만 서명운동을 벌였다. 여야 공히 ‘공천=꿀단지’로 여기는 국내 정치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 당적과 공천반대는 별개라며 당적을 유지해 온 그는 지난 2월 민주당을 탈당, 독자 출마의 길을 걸어온 끝에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선거에서 광주·전남 지역은 황 군수를 포함해 총 8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 무소속 바람을 일으켰다. 황 군수는 각종 언론으로부터 ‘광주·전남 지역 무소속 돌풍의 진앙지’로 지목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6월 11일 오후 황주홍 강진군수를 전화 인터뷰했다.
지배 권력의 비방과 음해 공작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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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 군수가 당선 직후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으면 부인과 기뻐하고 있는 모습. |
“무소속으로 3선 단체장이 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군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기회까지 주신 것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깨끗하게 열심히 고향 발전을 위해 헌신할 계획이에요. 한국의 지방정치 발전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무소속 출마 선언 후에도 여론 지지율이 높았던 것으로 압니다. 당선을 확신했습니까.
“60% 이상의 득표로 당선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적게(56.5%) 나왔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제왕적 위치에 있는 민주당의 마지막 집결 현상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민주당의 마지막 집결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습니까.
“민주당을 포함해 오랫동안 지배 권력을 행사해 온 정당들의 특징 있지 않습니까. 비방과 음해와 불법 선거 운동에 이골이 난, 나쁜 의미로 이런 데 최고의 순발력과 노하우가 막판에 유감없이 발휘됐지요. 가령 5월 31일 밤에 우리 친형이 돈을 살포하다 적발됐다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를 지역언론을 통해 유포했습니다. 일언반구 반론의 기회도 주지 않고 쓴 일방적인 기사였는데, 상대 후보 진영에서는 이를 지역언론의 보도라며 수만 통의 문자 메시지로 발송했지요. 전제군주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21세기 대명천지에 일어난 겁니다. 여론이 술렁거렸던 만큼 여기서 수천 표가 떨어져 나갔을 거예요.”
황 군수는 “선거가 끝난 지금도 상대 진영의 흑색선전은 계속되고 있다”며 “선관위라든가 사법기관에서 거짓 선거, 불법 선거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건강한 선거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처럼 조그만 지역에서는 불법으로 구전 홍보전단 만들어 돌릴 경우 상대 후보가 변명하고 해명할 기회도 없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로 최소한 강진 군민은 당이 아닌 인물과 정책을 보고 선택한다는 게 입증됐네요.
“지역구 의원은 군수와 군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데 올인했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을 제압하려면 수도권 사정은 어려우니 여기서 승리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식의, 유권자를 기만하는 선거운동을 펼쳤죠. 그 말에 동조하고 흔들리는 일부 유권자도 있었지만 다수의 유권자는 당이 아니라 인물과 정책이 우선이라는 데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무소속들, 법정 홍보물 한 페이지를 공동 제작
그는 이번 선거에서 광주·전남 지역에 출마한 무소속 후보 7명을 모아 연대를 주도했다. 광주 남구청장 황일봉(黃一奉) 후보, 나주시장 주향득 후보, 순천시장 노관규(盧官奎) 후보, 광양시장 이성웅(李聖雄) 후보, 장성군수 이청(李淸) 후보, 신안군수 박우량(朴禹良) 후보 등이다. 이 중 황 군수를 포함한 4명의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겨뤄 승리했다.
―무소속 후보 연대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한 건가요.
“우선 12쪽짜리 법정 홍보물 한 페이지를 공동으로 제작했습니다. 무소속 7명의 이름을 넣고 ‘우리는 당선 후에도 무소속으로 갈 것이고, 깨끗한 행정을 할 것이며, 정당공천제 폐지에 노력할 것’이라는 결의를 담았죠. 법정 홍보물은 정당들도 공동으로 제작한 역사가 없습니다. 이는 정당공천제의 무용(無用)함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죠.”
―연대후보 지원연설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5월 29일, 선거를 며칠 앞둔 상황에서 다섯 군데를 돌며 연대후보 지원연설을 했습니다. 후보 중 몇 분에게 함께 다니자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난색을 표해 혼자 다녔죠. 지역이 넓다 보니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선거 유세 13일 동안 하루를 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자기 선거구 관리를 뒤로 미루고 다른 지역 후보 지원연설을 한 경우는 없을 겁니다. 제 나름 연대의 신의(信義)를 지켰다고 자부합니다.”
그는 이부영(李富榮) 전 열린우리당 중앙위의장과 함께 순천, 광양, 나주, 장성, 광주 남구 등을 돌며 유권자들 앞에서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알리고, 지역 후보자에 대한 지원연설을 했다”고 한다.
―이번 선거 중 민주당은 무소속 현역 단체장을 낙선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압니다.
“저를 두고 ‘악의 축’이다, ‘배신자’다, 이런 사람은 씨를 말려야 한다고 공격하더군요. 상대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선거가 끝났는데도 지역구 의원은 물론 패배 후보도 지금껏 전화 한 통 없어요. 저는 민주당 후보 경선 당시 승자와 패자에게 축하와 위로의 전화를 하고,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자고 얘기했습니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그것이 최소한의 양식이자 교양이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죠. 이래저래 생각이 참 많았던 선거였습니다.”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이 선거유세 현장에 와 지원연설을 했죠.
“권노갑 고문이 오실 때 사정이 상당히 복잡했습니다. 지역의 유선호(柳宣浩) 의원이 여러 차례 걸쳐 권 전 고문께 오시지 말라고 했던 모양이에요. ‘강진군수 선거는 이미 끝났다. 황주홍이 될 텐데 뭐 하러 오시느냐’고 했대요. 그래 놓고 정작 본인은 마이크 잡고 다니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 연설하고 다녔죠.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정말 저급한 플레이를 했어요. 저에 대한 권 전 고문님의 지원연설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논의가 됐다고 해요. 그런데 모 최고위원이 ‘권 전 고문과 황주홍은 정치를 떠나 인간적으로 오랜 신뢰 관계가 있으니 가는 것으로 양해를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지원연설이 가능했죠.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세 번 연설해 주셨습니다.”
전국 무소속 단체장과도 연대할 계획
―이번 선거의 승리로 정당공천제 폐지 운동이 상당히 힘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운동을 전개해 갈 생각인가요.
“지금 무소속 당선자들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국 무소속 단체장 연대를 갖고, 몇 가지 결의할 사항이 있어서죠. 이분들께 ‘기존 거대 정당의 문을 두드리고 스스로 걸어 들어가거나 기웃거리는 어리석은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부탁할 생각입니다.”
―결의할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4기 기초단체장 중 45%가 구속됐다는 걸 알리고, 5기인 우리는 비리 연루자가 한 명도 없게 만들어 보자고 결의할 생각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든가 중앙당의 눈치 보지 말고, 과잉충성도 하지 말자. 주민과 유권자들에게만 절대 충성하자. 정당공천 당선자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보여주자’ 등 정당공천제 폐지의 실천적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들이죠.”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정당공천제 폐해는 뭔가요.
“정당공천을 통해 출마하면 결과적으로 선거를 세 번 치릅니다. 본선거 외에 한 번은 당 공천 과정에서 경선을 치르고, 마지막 한 번은 경선을 치르기 위해 군소 후보끼리 단일화하기 위해 치르게 되죠. 정당공천이 없으면 한 번으로 끝날 선거를 세 번이나 치르니 시간과 에너지와 돈 낭비에 지역민의 갈등까지 폐해가 많습니다. 정당공천을 통한 무투표 당선도 폐해 중 하나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강진 지역의 도의원 중 한 분은 민주당 경선을 통해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습니다.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의 경우 본선에 출마할 수 없어서 이런 일이 생겼죠. 호남의 경우 영암군수가, 영남의 경우 청송군수가 같은 절차로 무투표 당선됐습니다. 이게 공산당 일당 독재와 뭐가 다른가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의 오만한 공천 권력으로 실제 해당 주민들은 6·2 지방선거도 치르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이 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최근 박준영(朴晙瑩) 전남지사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반대하지만 영산강 정비는 계속돼야 한다’고 발언해 민주당 측에서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당의 입장과 도지사 입장이 동시에 반영된 미묘한 발언이었는데, 이것도 정당공천제의 폐해일까요.
“그동안 광역단체장에 대해서는 정당공천이 필요하고, 230개의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에는 불필요하다고 얘기해 왔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광역시도 정당공천이 불필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도(都)라든가 현(縣) 지사의 97%가 무소속입니다. 사실상 일본은 광역도 정당공천이 없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선 왜 정당공천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지방자치의 영역에는 정당 간의 입장 차이가 불필요한 곳이죠.”
―강진군수로서 4대강 사업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박준영 지사의 입장과 완벽하게 일치하고 그것을 지지합니다.”
강진을 번영의 반석 위에 올려놓을 터
지난 5년여 동안 강진군을 이끌어 온 황 군수는 앞으로 4년 더 강진군 살림을 맡게 된다. 그동안 그는 강진군을 출산율 전국 1위, 귀농·귀촌 1위, 소득 1억원 이상 농가수 전남 2위 지역으로 만들었다. 강진군 전체 예산의 13%에 불과했던 농업예산을 30%대로 끌어올렸고, 170여억 원의 군민 장학금을 조성해 공교육 명문 지역으로 만들었다. 축구를 비롯해 각종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고 겨울 전지훈련지로 조성하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직·간접적 경제효과를 창출했다. 그 결과 매년 13% 안팎의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황 군수는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농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공무원들이 열심히 뒷받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진군은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 대한민국 공직사회에서 유일하게 과장이나 담당(계장)이 없는 성과 위주의 팀제로 운영 중이다. 그는 “주민에 대한 친절과 정성을 행정의 제1의 가치에 두고 있는 것이 팀제”라고 말했다.
―앞으로 4년 동안은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할 생각인가요.
“강진의 농·축산을 번영의 반석 위에 올려놓는 것, 농업해서도 제대로 먹고살 수 있다는 신화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2013년에는 청자엑스포를 하는데, 한 나라가 월드컵을 치르고 올림픽을 개최하는 그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산업 클러스터로 조성 중인 성전산단 농공단지에 제조업 공장 100여 개를 유치하려고 노력 중이고요. 일부는 착실히 추진하고 있고, 연말쯤에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겁니다. 이런 노력으로 고용과 인구를 증대시키고, 관광도 일으키는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펼쳐 갈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