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 보유 5조원, 국내 297개 공공기관 중 19위
⊙ 새만금 사업,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정부 핵심 과제 선도
⊙ LH공사 제치고 새만금 산업용지 시행자로 선정된 비결
⊙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변화가 아니라 개혁을 했다
홍문표
⊙ 1947년 출생. 건국대 농화학과 졸업. 한양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 한나라당 조직담당 사무부총장, 17대 국회의원, 17대 대통령선거 한나라당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장, 17대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인수위원, (사)선행칭찬운동본부 이사장 역임.
⊙ 現 대한하키협회 회장 겸 아시아하키협회 부회장, 한국해상재난구조단 총재.
⊙ 새만금 사업,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정부 핵심 과제 선도
⊙ LH공사 제치고 새만금 산업용지 시행자로 선정된 비결
⊙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변화가 아니라 개혁을 했다
홍문표
⊙ 1947년 출생. 건국대 농화학과 졸업. 한양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 한나라당 조직담당 사무부총장, 17대 국회의원, 17대 대통령선거 한나라당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장, 17대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인수위원, (사)선행칭찬운동본부 이사장 역임.
⊙ 現 대한하키협회 회장 겸 아시아하키협회 부회장, 한국해상재난구조단 총재.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어업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를 지원해 온 공기업이다. 경지정리와 농업용수 종합관리, 농지은행을 통한 전업농가 육성 등 주로 농업에 국한된 사업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유사 기관인 도로공사나 수자원공사, 토지주택공사(LH공사)에 비해 대(對)국민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도시민에게는 여전히 낯선 이 공기업이 이명박(李明博) 정부 들어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핵심 정책인 새만금 사업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선도하고, 어촌 개발권까지 확보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업무개선으로 MB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공기업 선진화’에도 가장 적극적인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33.9km에 이르는 세계 최장(最長) 새만금 방조제(防潮堤)를 장장 19년에 걸쳐 축조한 데 이어 5대 선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조제 다기능 부지 명소화 사업, 농업용지 구간 방수제(防水堤) 축조 사업, 매립토 조달 사업, 만경·동진강 하천종합정비 사업, 산업용지 개발 사업 등이다.
이 중 산업용지 개발 사업은 2008년 말 LH공사를 제치고 선정된 것이어서 업계는 물론 정부마저 놀라게 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런 대규모 국책 사업은 대부분 LH공사가 시행자로 선정되는 게 관례여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농어촌공사가 간척지 부지조성 사업에 참여하게 된 건 처음이라고 한다.
농어촌공사의 한 관계자는 “농어촌공사가 새만금 산업용지 조성 시행자로 선정된 것은 정치인 출신인 홍문표(洪文杓) 사장의 뚝심과 공격적 경영 마인드가 일군 성과”라고 말했다. 직원들 사이에 홍 사장은 저돌적인 CEO이자 농정(農政) 박사로 통했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농어촌공사 본사에서 만난 홍문표 사장은 외모에서부터 ‘뚝심’이 느껴졌다. 체구가 운동선수 출신인 양 건장했고, 목소리도 크고 에너지가 넘쳤다.
충남 홍성 태생의 홍 사장은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았다. 1985년 야당인 신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그는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폈다.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인수위원을 지낸 뒤 18대 총선에 충남 홍성 후보로 출마했으나 17대 총선 당시 자신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이회창(李會昌) 자유선진당 총재에 패해 낙선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서울시장 시절부터 알고 지냈고, 이상득(李相得) 의원과는 야당 시절부터 교류해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농어촌공사 사장에는 2008년 9월 취임했다.
의원 시절 발의한 저수지 개발 특별법 시행
2008년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국내 297개 공공기관 중 자산 보유(5조원) 기준 19위에 올라 있는 기관이다. 경기도 의왕시 소재 본사와 전국에 있는 지역본부 및 지사에 근무하는 총 직원이 5000여 명에 이른다. 올해 예산만 3조원이 넘는다. 규모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말에 홍문표 사장은 “농촌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농업·농촌은 국가 주요 정책에서 항상 밀리는 신세였습니다. 국회에서 예산집행할 때부터 뒤로 밀려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했지요. 그러는 동안 농민들이 늙고 병들어 가자 그때서야 정부나 사회는 ‘안됐다’며 동정 정책, 선심 정책을 썼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다 해 주겠다고 마구 흔들어 놓고 끝나면 책임져 주는 이가 없으니 도농(都農) 격차는 날로 커질 수밖에 없었죠. 이게 오늘의 농촌 현실입니다.”
홍 사장은 “도농 격차를 줄이려면 농촌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법과 제도를 만들어 말로만 끝나지 않게 확실히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법과 제도 없는 지원은 거름만 주어 열매는 없고 잎만 무성한 농작물을 키우는 꼴”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시절 우리 농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안을 수없이 냈지만 번번이 뒤로 밀렸다”고 말했다. 저수지 주변 유휴지를 관광휴양 단지로 개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발의한 ‘농업생산기반시설 및 주변지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도 그중 하나다. 이 법안은 그의 끈질긴 노력으로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전국 1만7679개 저수지의 주변지역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이들 대부분의 저수지를 관리하는 곳이 농어촌공사다. 국회의원 시절에 낸 법안이 시행기관에 와서 통과됐고 6월이면 시행령이 떨어지니 그와 농어촌공사는 운명적 관계인 모양이다.
―저수지 주변 개발 특별법을 내게 된 동기는 뭐였습니까.
“어느 지역이든 저수지는 경관이 수려하고 진입로가 잘 닦여 있습니다. 관광 자원으로서 잠재력이 많은 곳인데, 그동안은 1년에 한 번 농수로 사용한 것 외에는 낚시터로만 활용돼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안되었죠. 무분별하게 난개발돼 오염될 위험성도 있었고요. 그런 저수지 주변을 친환경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한다면 농촌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착안한 것이지요.”
―저수지 주변을 어떻게 개발한다는 것이죠.
“저수지 주변에 100평 정도의 지역농산물 직거래장터를 만들어 시장 군수가 보증하는 친환경 고품질 농산물을 1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한다면 도시의 실수요자들이 찾지 않겠습니까. 직거래장터 옆에 텐트촌과 유스호스텔을 지어 저렴하게 임대하고, 자전거 도로나 승마장 같은 레저스포츠 공간까지 마련한다면 더없이 훌륭한 친환경 관광단지가 될 거라고 봅니다. 이렇게 되면 저수지 하나가 지역을 먹여살릴 수도 있어요.”
―그렇게 하자면 돈이 많이 들 텐데 재원은 어떻게 확보할 생각인가요.
“농어촌공사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에서 일부를 투자하고, 부족한 부분은 민자유치로 해결할 생각입니다.”
―저수지 사업으로 생기는 이익금은 어떻게 쓸 생각인가요.
“농어촌공사는 투자금만 환수한 뒤 관리유지비 외에는 모든 이익금이 지자체에 가도록 할 생각입니다. 똑똑한 시장·군수 중에는 이를 알고 특별법이 통과되자마자 저수지 주변 땅을 확보해 놓은 상황인데, 일부 지자체장들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 법이 통과된 것조차 모르고 있더군요. 그런 분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이번 선거에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수지 주변 땅값이 많이 올랐겠는데요.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오른 곳이 많죠. 대부분 시·군유지였던 곳을 과거 일반인에게 판 곳이 많아 이 사업을 위해서는 되사들여야 할 형편이죠. 그런데 시기를 놓쳐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곳의 경우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참,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죠.”
‘새만금 포기하라’ 모 기관서 압력받기도
새만금특별법도 그가 국회의원 시절 발의해 통과된 법안이다. 사실 이 법안은 오래전부터 야당 활동을 함께해 온 김원기(金元基) 당시 국회의장의 권유로 발의하게 됐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당시 저는 야당이었지만 정당을 떠나 새만금 사업은 추진돼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에게 하루는 김원기 의장이 불러 ‘새만금 특별법’을 여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에서 대표발의하면 어떻겠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당시 김완주(金完柱) 전북지사가 우리 방에서 살다시피 했죠.”
이 법이 통과되자 김완주 지사는 “새만금에 김원기 의장과 홍문표 의원의 동상을 세워 주겠다”고 할 정도로 고마워했다고 한다.
―새만금 산업용지 조성 사업은 그때 인연으로 따낸 것인가요.
“웬걸요. 제딴엔 그때 생각으로 김완주 지사를 만나러 갔는데 눈빛이 벌써 LH공사 쪽으로 기울어 있더라고요. 당시에는 사실 저희 쪽 이사들까지도 지금껏 따 본 적이 없는 일이니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모 기관으로부터 압력을 받기도 했죠. 그런 분위기를 무시하고 나름 큰 기대로 찾아간 것인데, 아예 눈도 맞추지 않으려는 걸 보니 참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대체 이것은 윤리 도덕도 없고, 인간적인 관계도 없는 순전히 잇속 장사 개념이구나. 이걸 내가 깨야겠다’ 뭐 이런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MB도 놀란 농어촌 공사의 새만금 수주
경합에서 진다 해도 노하우를 쌓는 것이니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의 평가 결과는 LH공사보다 농어촌공사가 11점 앞서면서 승리했다. 심사위원들은 산업단지 예정 지역의 수심이 깊어 방조제 축조 노하우가 있는 농어촌공사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경합에서 LH공사가 밀리자 여기저기서 “그 일을 LH공사가 해야지 왜 농어촌공사가 하느냐”는 말이 나왔다. 중국 순방 중이었던 대통령도 귀국 후 보고를 받고는 “LH공사가 아니고?”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사장은 정부 관계자들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농어촌공사의 입장을 이렇게 전달했다고 한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19년 동안 눈 비 태풍을 맞으며 방조제를 쌓았습니다. 중간에 환경단체와 일부 국민의 소송으로 재판도 받았죠. 한여름 뙤약볕에서 목이 탈 때 물 한 모금 갖다준 곳 없어도 묵묵히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힘들 때는 관심조차 없다가 이제 물건이 좀 되겠다 싶으니까 덤비는 조직에 더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방조제 쌓으며 얻은 노하우로 산업단지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습니다. 국민을 대표한 심사위원들의 채점 결과가 뒤집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정부 관계자들이나 비서실장 모두 그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결국 대통령 결재로 새만금 산업단지 조성은 농어촌공사가 맡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총 2조원 규모의 사업을 1조9011억원에 낙찰받았다”고 한다. 새만금 산업단지 면적은 190ha(570만평). 이 중 95ha가 매립됐다. 이곳은 깊이 3~4m, 폭 100m의 물길을 만들어 화물과 인력 운송이 가능한 해양개방형(water-front)으로 개발된다.
현재 1공구, 2공구로 나눠 개발 중이다. 1공구의 경우 8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분양을 시행할 계획이다. 홍 사장은 “이곳에 신재생에너지, 첨단부품소재, 자동차부품, 조선기자재 등 미래형 산업 분야를 유치해 지식 창조형 산업 및 환경친화형 산업의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에 콩·옥수수, 탄자니아에 벼·옥수수 생산단지 확보
―방조제 다기능 부지 명소화 사업에 대해서도 좀 설명해 주십시오.
“33.9km에 이르는 방조제 중간중간에는 유휴지가 있습니다. 이게 420ha 규모인데, 이곳에 각종 휴양·숙박시설과 생태·체험공원 등을 조성해 두바이와 같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드는 사업입니다. 신시도와 야미도를 연결하는 3호 방조제 구간의 경우 360도 바다 조망이 가능해 관광지로서 최적인 지역이죠. 이곳을 케이블카로 연결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는 물론 휴양시설이 들어서는 복합리조트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작년 한 해 새만금 전시관을 찾은 관광객이 200만명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 사업이 완료되는 2018년이 되면 연간 640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전체 면적(4만100ha)의 30%를 차지하는 농업용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형 복합영농 단지와 대규모 식량생산 단지로 조성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및 세계 식량무기화에 대비할 계획이다.
―세계 식량무기화 시대에 대비해 해외농업 개발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압니다.
“남미의 브라질에 콩과 옥수수 생산농지를 확보했고,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벼 재배단지와 옥수수 생산·가공단지를 조성하는 등 지난해까지 세계 21개국에서 84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도 자카르타의 상수원 확보를 위한 댐 설계를 우리가 했기 때문에 댐과 도수로(導水路) 건설까지 수주하려 협의 중이지요. 중국이 ‘댐 건설은 공짜로 해 줄 테니 도수로 공사를 달라’며 뒤늦게 뛰어드는 바람에 변수가 생겼지만 기술 경쟁에서 우리가 앞서는 만큼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는 7월 중순쯤이면 결과가 나올 거예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인구 850만여 명(2006년 기준)이 사는 대도시임에도 아직까지 상수도 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도시민의 45%가 수도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고민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 인근 섬에 댐을 건설해 수도권 식수로 사용할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홍 사장은 “세계 최장의 새만금 방조제 건설과 세계 최고 수준의 농수로 건설 기술을 수출할 기회이니만큼 인도네시아 건은 반드시 수주할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농어촌공사는 새만금 사업 외에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4대강 유역에 있는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추진, 전체 96개 저수지 중 80개 저수지에 2조2986억원을 투자해 2012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에 들어가는 올해 예산은 3366억원이다. 홍 사장은 “저수지 둑 높이기는 4대강 사업이 아니더라도 그대로 놔두면 홍수 피해가 우려될 만큼 노후화돼 보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업현장 가 보니 허위보고도 있어
농어촌공사의 사업영역은 전 국토는 물론 해외에까지 광범위하고 분야도 다양하다. 현재 전국에서 진행 중인 사업현장만 1200여 군데에 이른다. 홍 사장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휴가조차 반납한 채 3개월 동안 500여 군데의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진행상황을 일일이 점검했다. 농어촌공사의 한 직원은 “사장님 때문에 작년에 휴가 못 간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현장경영은 올해도 계속되는 것으로 압니다. 보고서에 올라오는 내용과 현장이 많이 다르던가요.
“농어촌공사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많이 시행하고 있어서 결제 규모도 큽니다. 한 번 결제로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몇백억 원이 나가지요. 현장을 모르고 함부로 결제했다가는 혈세를 낭비하겠다 싶어 우선 규모가 크고 위험요소가 많은 곳, 중간에 설계가 변경된 곳 등을 집중적으로 돌아다녔습니다. 그랬더니 우리가 맡고 있는 사업이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직원들이 허위 보고서를 올리는 일도 없고요.”
―허위 보고서가 올라온 적도 있습니까.
“이거 얘기하면 해당 부서 직원이 피해를 보는데…. 현장에 가 보니 이런저런 일로 농어촌공사를 상대로 시위를 하는 지역민이 있더군요. 무슨 일로 그러나 알아보니 도수로 공사로 편입된 토지에 대해 보상해 달라는 요구 건인데, 이미 보상을 한 것으로 보고가 된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3분의 2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받은 모 지역의 배수로 공사 현장은 직접 가서 보니 절반밖에 안돼 있더군요. 또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농자재 중에는 기준미달인 것이 많은데 정상적인 것처럼 보고서가 올라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현장에서 발굴해 해당 직원들의 인사고과에 반영했지요.”
홍 사장이 현장을 돌기 시작하면서 보고서에 의존하던 팀장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현장을 확인한 후 신중히 결재하는 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는 것이다. 홍 사장에게 “지난 1년여 동안 변화가 많았네요”라고 하자 그는 “우리는 변화가 아니라 개혁을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취임 초기 공기업 꼴찌를 1등으로
―취임 초기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죠.
“취임 당시 농어촌공사의 경쟁력은 300여 공기업 중 290등이었습니다. 오자마자 인력 구조부터 진단했죠. 6000여 명의 직원을 그래프로 그리니 다리는 부실한데 배만 볼록한 항아리형이 나오더군요. 항아리형을 피라미드형으로 바꾸기 위해 삼각자를 대어 넘치는 부분을 구조조정했습니다. 본사 5개 부서와 30개 팀을 줄여 지사로 보내고, 전체 인력의 15%인 844명을 감축했죠.”
―노조의 반발이 심했을 텐데….
“노조는 기본적으로 약자 편인데, 퇴출자 대부분이 3급 이상의 상급자들이라 크게 반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직을 개편하는 데는 반발이 심해 노조원 전체를 일일이 설득했지요. 또 고통분담 차원에서 나가는 직원에게 위로금을 주기 위해 전 직원이 월급의 5~30%를 내놓았습니다. 사장인 저는 절반을 내놓았지요.”
그렇게 해서 모인 86억원을 퇴직자 전원에게 균등하게 배분했다. 이 사실을 안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의 공식석상에서 농어촌공사를 공기업 개혁의 모범사례로 자주 언급했다. 이에 힘을 얻은 홍 사장은 개방형 승진심사 제도와 문제 있는 직원을 상시 퇴출하는 프로그램을 도입, 공기업 선진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1인 1자격증’ 따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현재 전 직원의 87%가 토목, 지질, 조경 등 공사 사업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다.
이런 노력으로 농어촌공사는 기획재정부의 ‘2008년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 실적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지식경제부의 ‘국가생산성대회’에서 종합대상 기관으로 뽑혔다. 또한 <포브스>가 선정하는 ‘경영품질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홍 사장은 “임직원들의 뛰어난 능력으로 공기업 꼴찌였던 농어촌공사가 1등이 됐으니 이제 정부 의존이 아닌 자체 수익을 낼 수 있는 신규사업 활성화로 자립도를 높이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사진 : 서경리
도시민에게는 여전히 낯선 이 공기업이 이명박(李明博) 정부 들어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핵심 정책인 새만금 사업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선도하고, 어촌 개발권까지 확보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업무개선으로 MB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공기업 선진화’에도 가장 적극적인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33.9km에 이르는 세계 최장(最長) 새만금 방조제(防潮堤)를 장장 19년에 걸쳐 축조한 데 이어 5대 선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조제 다기능 부지 명소화 사업, 농업용지 구간 방수제(防水堤) 축조 사업, 매립토 조달 사업, 만경·동진강 하천종합정비 사업, 산업용지 개발 사업 등이다.
이 중 산업용지 개발 사업은 2008년 말 LH공사를 제치고 선정된 것이어서 업계는 물론 정부마저 놀라게 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런 대규모 국책 사업은 대부분 LH공사가 시행자로 선정되는 게 관례여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농어촌공사가 간척지 부지조성 사업에 참여하게 된 건 처음이라고 한다.
농어촌공사의 한 관계자는 “농어촌공사가 새만금 산업용지 조성 시행자로 선정된 것은 정치인 출신인 홍문표(洪文杓) 사장의 뚝심과 공격적 경영 마인드가 일군 성과”라고 말했다. 직원들 사이에 홍 사장은 저돌적인 CEO이자 농정(農政) 박사로 통했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농어촌공사 본사에서 만난 홍문표 사장은 외모에서부터 ‘뚝심’이 느껴졌다. 체구가 운동선수 출신인 양 건장했고, 목소리도 크고 에너지가 넘쳤다.
충남 홍성 태생의 홍 사장은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았다. 1985년 야당인 신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그는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폈다.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인수위원을 지낸 뒤 18대 총선에 충남 홍성 후보로 출마했으나 17대 총선 당시 자신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이회창(李會昌) 자유선진당 총재에 패해 낙선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서울시장 시절부터 알고 지냈고, 이상득(李相得) 의원과는 야당 시절부터 교류해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농어촌공사 사장에는 2008년 9월 취임했다.
의원 시절 발의한 저수지 개발 특별법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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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시도 배수갑문 상공에서 내려다본 새만금 방조제. 멀리 보이는 섬이 야미도다. |
“지금까지 농업·농촌은 국가 주요 정책에서 항상 밀리는 신세였습니다. 국회에서 예산집행할 때부터 뒤로 밀려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했지요. 그러는 동안 농민들이 늙고 병들어 가자 그때서야 정부나 사회는 ‘안됐다’며 동정 정책, 선심 정책을 썼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다 해 주겠다고 마구 흔들어 놓고 끝나면 책임져 주는 이가 없으니 도농(都農) 격차는 날로 커질 수밖에 없었죠. 이게 오늘의 농촌 현실입니다.”
홍 사장은 “도농 격차를 줄이려면 농촌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법과 제도를 만들어 말로만 끝나지 않게 확실히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법과 제도 없는 지원은 거름만 주어 열매는 없고 잎만 무성한 농작물을 키우는 꼴”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시절 우리 농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안을 수없이 냈지만 번번이 뒤로 밀렸다”고 말했다. 저수지 주변 유휴지를 관광휴양 단지로 개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발의한 ‘농업생산기반시설 및 주변지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도 그중 하나다. 이 법안은 그의 끈질긴 노력으로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전국 1만7679개 저수지의 주변지역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이들 대부분의 저수지를 관리하는 곳이 농어촌공사다. 국회의원 시절에 낸 법안이 시행기관에 와서 통과됐고 6월이면 시행령이 떨어지니 그와 농어촌공사는 운명적 관계인 모양이다.
―저수지 주변 개발 특별법을 내게 된 동기는 뭐였습니까.
“어느 지역이든 저수지는 경관이 수려하고 진입로가 잘 닦여 있습니다. 관광 자원으로서 잠재력이 많은 곳인데, 그동안은 1년에 한 번 농수로 사용한 것 외에는 낚시터로만 활용돼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안되었죠. 무분별하게 난개발돼 오염될 위험성도 있었고요. 그런 저수지 주변을 친환경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한다면 농촌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착안한 것이지요.”
―저수지 주변을 어떻게 개발한다는 것이죠.
“저수지 주변에 100평 정도의 지역농산물 직거래장터를 만들어 시장 군수가 보증하는 친환경 고품질 농산물을 1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한다면 도시의 실수요자들이 찾지 않겠습니까. 직거래장터 옆에 텐트촌과 유스호스텔을 지어 저렴하게 임대하고, 자전거 도로나 승마장 같은 레저스포츠 공간까지 마련한다면 더없이 훌륭한 친환경 관광단지가 될 거라고 봅니다. 이렇게 되면 저수지 하나가 지역을 먹여살릴 수도 있어요.”
―그렇게 하자면 돈이 많이 들 텐데 재원은 어떻게 확보할 생각인가요.
“농어촌공사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에서 일부를 투자하고, 부족한 부분은 민자유치로 해결할 생각입니다.”
―저수지 사업으로 생기는 이익금은 어떻게 쓸 생각인가요.
“농어촌공사는 투자금만 환수한 뒤 관리유지비 외에는 모든 이익금이 지자체에 가도록 할 생각입니다. 똑똑한 시장·군수 중에는 이를 알고 특별법이 통과되자마자 저수지 주변 땅을 확보해 놓은 상황인데, 일부 지자체장들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 법이 통과된 것조차 모르고 있더군요. 그런 분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이번 선거에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수지 주변 땅값이 많이 올랐겠는데요.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오른 곳이 많죠. 대부분 시·군유지였던 곳을 과거 일반인에게 판 곳이 많아 이 사업을 위해서는 되사들여야 할 형편이죠. 그런데 시기를 놓쳐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곳의 경우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참,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죠.”
‘새만금 포기하라’ 모 기관서 압력받기도
새만금특별법도 그가 국회의원 시절 발의해 통과된 법안이다. 사실 이 법안은 오래전부터 야당 활동을 함께해 온 김원기(金元基) 당시 국회의장의 권유로 발의하게 됐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당시 저는 야당이었지만 정당을 떠나 새만금 사업은 추진돼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에게 하루는 김원기 의장이 불러 ‘새만금 특별법’을 여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에서 대표발의하면 어떻겠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당시 김완주(金完柱) 전북지사가 우리 방에서 살다시피 했죠.”
이 법이 통과되자 김완주 지사는 “새만금에 김원기 의장과 홍문표 의원의 동상을 세워 주겠다”고 할 정도로 고마워했다고 한다.
―새만금 산업용지 조성 사업은 그때 인연으로 따낸 것인가요.
“웬걸요. 제딴엔 그때 생각으로 김완주 지사를 만나러 갔는데 눈빛이 벌써 LH공사 쪽으로 기울어 있더라고요. 당시에는 사실 저희 쪽 이사들까지도 지금껏 따 본 적이 없는 일이니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모 기관으로부터 압력을 받기도 했죠. 그런 분위기를 무시하고 나름 큰 기대로 찾아간 것인데, 아예 눈도 맞추지 않으려는 걸 보니 참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대체 이것은 윤리 도덕도 없고, 인간적인 관계도 없는 순전히 잇속 장사 개념이구나. 이걸 내가 깨야겠다’ 뭐 이런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MB도 놀란 농어촌 공사의 새만금 수주
경합에서 진다 해도 노하우를 쌓는 것이니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의 평가 결과는 LH공사보다 농어촌공사가 11점 앞서면서 승리했다. 심사위원들은 산업단지 예정 지역의 수심이 깊어 방조제 축조 노하우가 있는 농어촌공사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경합에서 LH공사가 밀리자 여기저기서 “그 일을 LH공사가 해야지 왜 농어촌공사가 하느냐”는 말이 나왔다. 중국 순방 중이었던 대통령도 귀국 후 보고를 받고는 “LH공사가 아니고?”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사장은 정부 관계자들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농어촌공사의 입장을 이렇게 전달했다고 한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19년 동안 눈 비 태풍을 맞으며 방조제를 쌓았습니다. 중간에 환경단체와 일부 국민의 소송으로 재판도 받았죠. 한여름 뙤약볕에서 목이 탈 때 물 한 모금 갖다준 곳 없어도 묵묵히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힘들 때는 관심조차 없다가 이제 물건이 좀 되겠다 싶으니까 덤비는 조직에 더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방조제 쌓으며 얻은 노하우로 산업단지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습니다. 국민을 대표한 심사위원들의 채점 결과가 뒤집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정부 관계자들이나 비서실장 모두 그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결국 대통령 결재로 새만금 산업단지 조성은 농어촌공사가 맡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총 2조원 규모의 사업을 1조9011억원에 낙찰받았다”고 한다. 새만금 산업단지 면적은 190ha(570만평). 이 중 95ha가 매립됐다. 이곳은 깊이 3~4m, 폭 100m의 물길을 만들어 화물과 인력 운송이 가능한 해양개방형(water-front)으로 개발된다.
현재 1공구, 2공구로 나눠 개발 중이다. 1공구의 경우 8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분양을 시행할 계획이다. 홍 사장은 “이곳에 신재생에너지, 첨단부품소재, 자동차부품, 조선기자재 등 미래형 산업 분야를 유치해 지식 창조형 산업 및 환경친화형 산업의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에 콩·옥수수, 탄자니아에 벼·옥수수 생산단지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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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어촌공사는 전국 1200여 군데에서 주요사업을 진행 중이다. 홍문표 사장은 이 중 주요 현장 500여 군데를 지난해 여름 직접 방문해 점검했다. |
“33.9km에 이르는 방조제 중간중간에는 유휴지가 있습니다. 이게 420ha 규모인데, 이곳에 각종 휴양·숙박시설과 생태·체험공원 등을 조성해 두바이와 같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드는 사업입니다. 신시도와 야미도를 연결하는 3호 방조제 구간의 경우 360도 바다 조망이 가능해 관광지로서 최적인 지역이죠. 이곳을 케이블카로 연결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는 물론 휴양시설이 들어서는 복합리조트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작년 한 해 새만금 전시관을 찾은 관광객이 200만명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 사업이 완료되는 2018년이 되면 연간 640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전체 면적(4만100ha)의 30%를 차지하는 농업용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형 복합영농 단지와 대규모 식량생산 단지로 조성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및 세계 식량무기화에 대비할 계획이다.
―세계 식량무기화 시대에 대비해 해외농업 개발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압니다.
“남미의 브라질에 콩과 옥수수 생산농지를 확보했고,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벼 재배단지와 옥수수 생산·가공단지를 조성하는 등 지난해까지 세계 21개국에서 84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도 자카르타의 상수원 확보를 위한 댐 설계를 우리가 했기 때문에 댐과 도수로(導水路) 건설까지 수주하려 협의 중이지요. 중국이 ‘댐 건설은 공짜로 해 줄 테니 도수로 공사를 달라’며 뒤늦게 뛰어드는 바람에 변수가 생겼지만 기술 경쟁에서 우리가 앞서는 만큼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는 7월 중순쯤이면 결과가 나올 거예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인구 850만여 명(2006년 기준)이 사는 대도시임에도 아직까지 상수도 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도시민의 45%가 수도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고민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 인근 섬에 댐을 건설해 수도권 식수로 사용할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홍 사장은 “세계 최장의 새만금 방조제 건설과 세계 최고 수준의 농수로 건설 기술을 수출할 기회이니만큼 인도네시아 건은 반드시 수주할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농어촌공사는 새만금 사업 외에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4대강 유역에 있는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추진, 전체 96개 저수지 중 80개 저수지에 2조2986억원을 투자해 2012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에 들어가는 올해 예산은 3366억원이다. 홍 사장은 “저수지 둑 높이기는 4대강 사업이 아니더라도 그대로 놔두면 홍수 피해가 우려될 만큼 노후화돼 보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업현장 가 보니 허위보고도 있어
농어촌공사의 사업영역은 전 국토는 물론 해외에까지 광범위하고 분야도 다양하다. 현재 전국에서 진행 중인 사업현장만 1200여 군데에 이른다. 홍 사장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휴가조차 반납한 채 3개월 동안 500여 군데의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진행상황을 일일이 점검했다. 농어촌공사의 한 직원은 “사장님 때문에 작년에 휴가 못 간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현장경영은 올해도 계속되는 것으로 압니다. 보고서에 올라오는 내용과 현장이 많이 다르던가요.
“농어촌공사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많이 시행하고 있어서 결제 규모도 큽니다. 한 번 결제로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몇백억 원이 나가지요. 현장을 모르고 함부로 결제했다가는 혈세를 낭비하겠다 싶어 우선 규모가 크고 위험요소가 많은 곳, 중간에 설계가 변경된 곳 등을 집중적으로 돌아다녔습니다. 그랬더니 우리가 맡고 있는 사업이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직원들이 허위 보고서를 올리는 일도 없고요.”
―허위 보고서가 올라온 적도 있습니까.
“이거 얘기하면 해당 부서 직원이 피해를 보는데…. 현장에 가 보니 이런저런 일로 농어촌공사를 상대로 시위를 하는 지역민이 있더군요. 무슨 일로 그러나 알아보니 도수로 공사로 편입된 토지에 대해 보상해 달라는 요구 건인데, 이미 보상을 한 것으로 보고가 된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3분의 2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받은 모 지역의 배수로 공사 현장은 직접 가서 보니 절반밖에 안돼 있더군요. 또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농자재 중에는 기준미달인 것이 많은데 정상적인 것처럼 보고서가 올라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현장에서 발굴해 해당 직원들의 인사고과에 반영했지요.”
홍 사장이 현장을 돌기 시작하면서 보고서에 의존하던 팀장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현장을 확인한 후 신중히 결재하는 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는 것이다. 홍 사장에게 “지난 1년여 동안 변화가 많았네요”라고 하자 그는 “우리는 변화가 아니라 개혁을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취임 초기 공기업 꼴찌를 1등으로
―취임 초기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죠.
“취임 당시 농어촌공사의 경쟁력은 300여 공기업 중 290등이었습니다. 오자마자 인력 구조부터 진단했죠. 6000여 명의 직원을 그래프로 그리니 다리는 부실한데 배만 볼록한 항아리형이 나오더군요. 항아리형을 피라미드형으로 바꾸기 위해 삼각자를 대어 넘치는 부분을 구조조정했습니다. 본사 5개 부서와 30개 팀을 줄여 지사로 보내고, 전체 인력의 15%인 844명을 감축했죠.”
―노조의 반발이 심했을 텐데….
“노조는 기본적으로 약자 편인데, 퇴출자 대부분이 3급 이상의 상급자들이라 크게 반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직을 개편하는 데는 반발이 심해 노조원 전체를 일일이 설득했지요. 또 고통분담 차원에서 나가는 직원에게 위로금을 주기 위해 전 직원이 월급의 5~30%를 내놓았습니다. 사장인 저는 절반을 내놓았지요.”
그렇게 해서 모인 86억원을 퇴직자 전원에게 균등하게 배분했다. 이 사실을 안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의 공식석상에서 농어촌공사를 공기업 개혁의 모범사례로 자주 언급했다. 이에 힘을 얻은 홍 사장은 개방형 승진심사 제도와 문제 있는 직원을 상시 퇴출하는 프로그램을 도입, 공기업 선진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1인 1자격증’ 따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현재 전 직원의 87%가 토목, 지질, 조경 등 공사 사업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다.
이런 노력으로 농어촌공사는 기획재정부의 ‘2008년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 실적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지식경제부의 ‘국가생산성대회’에서 종합대상 기관으로 뽑혔다. 또한 <포브스>가 선정하는 ‘경영품질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홍 사장은 “임직원들의 뛰어난 능력으로 공기업 꼴찌였던 농어촌공사가 1등이 됐으니 이제 정부 의존이 아닌 자체 수익을 낼 수 있는 신규사업 활성화로 자립도를 높이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사진 : 서경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