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작품은 연간 100여 편. 뉴욕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보다
편수로는 더 많아
⊙ 한국의 뮤지컬 작품들이 로열티 받고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공연될 날도 머지않았다
⊙ 來韓한 巨匠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 사라 장과 협연 도중 건강 이상 생겨 나고야에 머물던
유리 테미르카노프로 급거 교체하기도
安浩相
⊙ 1959년 출생. 서강대 정외과 졸업. 영국문화원 초청 영국 극장연수, UCLA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과정 수료. 단국대 대중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뮤지컬·연극 전공) 수료.
⊙ 예술의전당 공연사업국장·예술사업국장 역임.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대회 조직위원.
편수로는 더 많아
⊙ 한국의 뮤지컬 작품들이 로열티 받고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공연될 날도 머지않았다
⊙ 來韓한 巨匠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 사라 장과 협연 도중 건강 이상 생겨 나고야에 머물던
유리 테미르카노프로 급거 교체하기도
安浩相
⊙ 1959년 출생. 서강대 정외과 졸업. 영국문화원 초청 영국 극장연수, UCLA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과정 수료. 단국대 대중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뮤지컬·연극 전공) 수료.
⊙ 예술의전당 공연사업국장·예술사업국장 역임.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대회 조직위원.
안호상(安浩相)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공연예술계의 대부(代父)이자 산증인이다. 대학을 졸업한 1984년 한창 건립이 추진되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입사한 이래 예술의전당 건물 신축업무에서부터 시작해 공연장이 완공된 후에는 공연기획부장, 공연사업국장, 예술사업국장을 맡았다.
안 대표는 2007년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23년여 예술의전당에 근무하면서 이 공연장에서 막이 오른 각종 오페라·뮤지컬·오케스트라 연주·클래식 음악회·발레·현대무용·연극에 이르기까지 숱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기획자 겸 감독관 역할을 해 왔다.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모든 작품에 그의 손길이 미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예술 인생은 우연치 않게 시작됐다. 서강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안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전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예술의전당과 인연을 맺었다.
“섬유업을 하시던 부친은 맺힌 게 많았는지 저에게 ‘은행이나 섬유 대기업에 입사하라’고 권유했어요. 부친의 희망에 따라 은행과, 모 대기업에 응시하여 합격을 했습니다. 그 무렵 우연한 기회에 예술의전당 신입사원 공채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전문 문화행정 요원 모집’이라는 말에 자석에 끌리듯 끌려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을 한 겁니다.”
그는 부친의 희망을 뒤로하고 예술의전당에 입사해 문화예술과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그 무렵 전두환(全斗煥) 정권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과천 이전, 독립기념관 신축, 예술의전당 건립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동시다발로 진행하고 있었다. 서울 서초동에 터를 잡은 예술의전당은 그 아래를 관통하는 우면산 터널 건설과 관련하여 서울시와의 협의가 꼬이면서 계속 늦어졌다. 당초 계획보다 2년 정도 늦은 1988년에 음악당과 서예관이 개관돼 88서울올림픽의 문화예술축전 공연장으로 세계인에게 첫선을 보였다.
이후 1990년에 한가람미술관과 자료관, 1993년에 오페라극장이 개관했다. 오페라극장은 좌석수 2340석으로 대규모 오페라와 발레, 뮤지컬 공연을 소화할 수 있다. 710석의 토월극장은 연극, 소규모 뮤지컬과 오페라 등을 위한 무대이며, 300~600석의 가변식 극장인 자유소극장은 소규모 실험 공연을 위한 공간이다.
예술의전당 건물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음악당은 국내 최초의 콘서트 전용 공연장인 콘서트홀(2523석)과 독주회나 실내악 등 소규모 공연이 이루어지는 리사이틀홀(354석)로 구성되어 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흥행 대박
세종문화회관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공연이 명맥을 이어 오던 이 나라에 난데없이 오페라극장, 콘서트홀, 토월극장, 리사이틀홀 등 엄청난 공연장이 공급되면서 문화예술계에서 난리가 났다.
“예술의전당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자 1980년대에 비해 공연시설 공급이 무려 50배나 늘어난 셈이 됐습니다. 공연장은 폭증했는데 그곳에 올릴 콘텐츠, 즉 작품이 턱없이 부족한 거예요. 공황상태에 빠진 문화예술계에서는 ‘저렇게 큰 극장이 왜 필요한가’ 하면서 일부 인사들이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어요.”
결국 예술의전당이 직접 나서서 대규모 공연장에 필요한 공연을 기획하여 무대에 올리게 됐고, 공연기획의 실무자로 안호상 대표가 나서게 된다. 1993년부터 그의 손을 거쳐 무대에 오른 오페라, 발레, 현대무용, 연극, 뮤지컬이 몇 편인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대한민국에서 행세깨나 하는 공연기획자, 연출자, 지휘자, 안무가, 연주자들 중 그와 인연을 맺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가 손 대는 작품마다 흥행 대박을 터뜨려 예술의전당은 많은 돈을 벌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맘마미아’, 부천필하모니와 함께한 말러 콘서트가 흥행성적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공연 성공으로 번 돈은 직원들이 나눠 쓴 것이 아니라 인기 없는 연극이나 현대무용 제작비로 투자하여 장르별 균형 발전을 꾀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에 열린 영국 극단 초청연극 오셀로는 국내 최초로 달러 티켓과 원화 티켓 두 가지 상품으로 기획돼 흥행에 성공한 사례. 우리나라에서 열린 공연 중 달러 티켓을 판매한 것은 ‘오셀로’ 공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당시 IMF를 맞아 자고 일어나면 환율이 뛰어오르니 초청극단 개런티가 큰 문제였어요. 고민 끝에 입장티켓을 달러용, 원화용 두 가지로 만들어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적극 홍보했죠. 그랬더니 외국인들이 대거 몰려와 외환위기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예술의전당은 순수예술을 위한 공간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대중음악인에게는 문호를 닫아걸고 있다. 단 한 사람의 예외가 있었으니, ‘국민가수’ 조용필이 그 주인공.
“1997년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사망했을 때 제가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다이애나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회가 분열돼 있을 때인데 앨튼 존이 추모음악회를 열어 화합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며 크게 감동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공연을 한번 열어 보자고 작심했습니다. 마침 밀레니엄을 맞아 조용필씨 공연을 무대에 올렸는데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조용필씨 공연은 그 후로도 2005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열렸다고 한다.
지휘자 교체 사건
즐겁고 행복했던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페라 공연 도중 주역을 맡은 테너의 목에 이상이 생겨 황급히 더블 캐스팅된 대역을 투입해 공연을 진행한 적도 있다. 또 초청된 지휘자나 연주자가 건강 악화로 비상이 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안 대표가 소개한 가장 극적인 사례는 2001년 10월 24일부터 이틀간 세계적인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가 지휘하는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의 협연.
2회 공연이 예정되어 전 석이 매진됐는데, 첫날 공연에서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의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겨 다음 날 지휘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안 대표는 쿠르트 마주어를 대신하여 런던필을 지휘할 지휘자를 급히 수배하기 시작했다.
당시 긴급 동원이 가능한 거장 지휘자로는 KBS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던 드미트리 키타옌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바이에른 주립오페라극장 음악감독인 볼프강 자발리슈,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연락 결과 키타옌코는 휴가를 얻어 고향 러시아로 돌아가는 중이었고, 볼프강 자발리슈는 싱가포르에 있었으나 다음 날 연주 일정이 있어 한국행이 불가능했다. 마지막으로 나고야에 체류 중이던 유리 테미르카노프와 연락이 닿았다. 때마침 유리 테미르카노프의 일정이 비어 지휘를 맡기로 했다. 그때가 10월 25일 새벽 4시였다.
안 대표는 나고야 총영사관에 급전을 날려 유리 테미르카노프의 한국 입국 비자 발급을 요청했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돼 유리 테미르카노프는 오전 9시 한국에 입국하여 런던필과 한 차례 연습한 후 무대에 섰다. 급조된 무대였지만 그날 연주는 환상적으로 이어져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예술의전당은 아시아권에서는 도쿄의 신국립국장, 싱가포르의 에스트라나드, 베이징의 국가대극원과 함께 손꼽히는 본격 오페라 하우스다. 예술의전당과 쌍벽을 이루는 세종문화회관은 다목적용 건물이라서 라이브로 오페라나 음악 공연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또 오페라나 오케스트라, 발레 공연을 위해서는 무대가 좁고 깊어야 하는데, 세종문화회관은 무대가 너무 넓고 산만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것.
해외 무대서 주연·조연급 성악가 1000명 활동 중
공연예술 전문가인 안 대표가 진단하는 우리나라 공연예술 분야의 현주소는 ‘지극히 희망적’이다. 먼저 오페라 분야. 안 대표는 한국에서는 오페라가 너무 무겁고 접근이 어려운 장르라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들어 오페라 관객이 꾸준히 늘고 있어 뮤지컬 못지않게 대중화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 오페라 제작 수준은 아시아권에서는 최고로 꼽히고, 특히 성악가들은 세계 톱 수준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성악가 중 해외에 진출한 성악가는 3000여 명, 그중 주연 및 조연급으로 활약하는 성악가가 1000여 명에 달합니다. 독일 이탈리아 등의 오페라단은 한국 성악가들 없으면 공연이 불가능할 정도예요. 일본의 오페라 제작자들은 한국의 풍부한 성악가 자원과 기량을 대단히 부러워합니다.”
한국의 공연예술 중 가장 활발한 분야가 뮤지컬이다. 현재 국내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작품이 연간 100여 편으로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런던의 웨스트엔드보다 편수로는 더 많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작품이 동시다발적으로 공연되려면 배우와 연출, 스태프 등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안 대표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노래와 춤, 연기력이 뛰어난 뮤지컬 배우 자원이 넘쳐나기 때문에 연간 100여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올라가면서도 배우의 기량이 문제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창작 뮤지컬이 엄청나게 많이 공연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안 대표의 말이다.
“단일 극단으로는 세계 최대의 뮤지컬 단체인 일본 사계 극단도 40년 역사에서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 것은 단 한 작품에 불과했어요. 반면에 우리나라 제작자들은 로열티 주고 수입해 온 뮤지컬로 돈을 벌었다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창작 뮤지컬, 그것도 초대형 창작 뮤지컬 제작에 뛰어듭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 제작자들이 창작 뮤지컬 제작에 뛰어드는 이유는 우리 제작자들의 도전정신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관객들이 세계화 바람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으로 우리 것에 대한 요구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관객들이 우리 이야기에 더 감동하고, 감성적으로 반응하다 보니 우리나라 뮤지컬, 영화, 음악 등의 수준이 급상승했고, 그 결과 한류(韓流) 붐으로 해외에서도 통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제 외국의 콘텐츠를 들여다 일방적으로 연주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문화예술계에서 ‘우리 것’에 대한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국내 영화시장에서 국산영화가 시장점유율 5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요. 1980년대만 해도 음반 판매의 80%가 팝이었으나 조용필이 등장한 이래 우리 음반시장의 50% 이상을 외국에 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뮤지컬 작품 제작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제외하면 한국이 꼽힙니다. 편수도 많고 작품의 질도 우수해 ‘명성황후’나 ‘영웅’ 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통할 정도라는 평을 듣고 있어요.”
연출·안무·지휘 분야는 취약
클래식 음악 분야는 유명 오케스트라나 세계적인 솔로이스트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들어 한국의 연주자들이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첼로 등 가리지 않고 세계대회를 휩쓸어 국민적 관심 증대와 함께 연주자의 스타화(化)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임동혁, 김선욱 등 비유학파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모습입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 공연예술 중 가장 취약한 분야가 현대무용이라고 분석했다. 그것은 우리 현대무용가들이 우리나라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친숙한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안 대표는 또 우리나라의 연출, 안무, 지휘 분야 등 종합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분야는 아직도 외국에 비해 취약한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삶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함께 문화예술 분야에 눈을 뜨는 것은 어느 사회나 공통된 현상이다. 덕분에 한국의 문화예술계도 아직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 수준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문화예술이 단지 내수용만이 아니라 수출산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해외에서의 한류 붐이 웅변하고 있다. 중국의 클래식 시장, 뮤지컬 시장이 꿈틀대는 모습을 보면 한국의 연주자와 뮤지컬 작품들이 로열티를 받고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공연될 날도 머지않았음이 피부로 느껴진다.
안호상 대표는 “우리나라의 또 하나의 문화예술 자원은 그것을 소비하는 관객이 젊고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초청을 계속 거절하던 한 유명 연주자가 한국에서 공연을 하고 나서는 “이렇게 훌륭한 관객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면서 감동한다는 것.
안호상 대표가 예술의전당에서 행한 임무가 일종의 ‘엘리트 예술’ 육성이었다면, 서울문화재단에서 행하고 있는 임무는 ‘생활예술’ 저변확대다. 서울시가 문화예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04년 5월 설립한 것이 서울문화재단이다. 주요 사업은 문화예술 창작환경 조성,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 서비스 확대, 서울의 문화 경쟁력 강화, 서울의 문예진흥 기반 구축 등이다.
안 대표가 서울문화재단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예술의전당에서 한 일이 상위 5%의 예술소비 계층을 위한 활동이었다면 나머지 95% 사람들이 생활 주변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서울시민 모두를 문화예술에 참여시킨다’
서울문화재단의 연간 예산은 520억원. 이 예산을 가지고 구로동, 문래동, 신당동, 성북구 등의 지역에서 통폐합되어 비어 있는 동사무소 건물을 창작공간으로 꾸며 예술가와 주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또 25개 자치구의 문예회관을 통해 문화예술 콘텐츠를 보급하고, 서울시내 80여 개의 공공도서관을 문화커뮤니티 센터로 탈바꿈시켜 사서들과 공동으로 문화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또 서울 각 지역의 복지관에 근무하는 복지사들을 문화기획자로 교육시켜 ‘서울시민 모두를 문화예술에 참여시킨다’는 것이 목표다.
안 대표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초·중등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후 예술교육이다. 미술, 음악, 연극 등을 통합한 방과후 교육에는 사물놀이의 김덕수, 성악가 김동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씨 등 유명 예술인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각 학교에 파견되어 아이들의 예술활동을 지도하면서 아이들에게서는 놀라운 변화가 일고 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자신이 걸어온 문화예술 외길에 대해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세계 최고의 트럼페터 윈턴 마살리스, 정명훈, 조수미, 장영주 등 세계 유명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은 것은 내 인생에서 횡재를 한 셈”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혼자서 연습해야 하는 고독한 작업이자 협업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입니다. 세계적인 거장들은 인간적인 매력도 있지만 파트너십을 존중하고 자신의 재능을 사회와 나누는 것에 익숙합니다. 윈턴 마살리스는 내한공연 중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재즈 아티스트들의 공연장을 찾아가 무료로 공연을 하고 즉석에서 원포인트 지도도 해 주더군요. 그런 것을 보면서 프로의 책임감이 무엇인지 절실하게 배웠습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 공업기술은 3대 강국 수준에 올랐기 때문에 이제는 제품에 문화와 예술의 옷을 입혀야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업인은 물론 소비자들도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은 공장 지을 땅이 없는 도시이기 때문에 산업의 87%가 서비스업입니다. 따라서 서비스의 질, 그중에서도 문화예술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대한민국의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죠. 21세기 감성경쟁 시대가 열리면 서울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도시가 될 것입니다.”⊙
사진 : 서경리
안 대표는 2007년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23년여 예술의전당에 근무하면서 이 공연장에서 막이 오른 각종 오페라·뮤지컬·오케스트라 연주·클래식 음악회·발레·현대무용·연극에 이르기까지 숱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기획자 겸 감독관 역할을 해 왔다.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모든 작품에 그의 손길이 미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예술 인생은 우연치 않게 시작됐다. 서강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안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전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예술의전당과 인연을 맺었다.
“섬유업을 하시던 부친은 맺힌 게 많았는지 저에게 ‘은행이나 섬유 대기업에 입사하라’고 권유했어요. 부친의 희망에 따라 은행과, 모 대기업에 응시하여 합격을 했습니다. 그 무렵 우연한 기회에 예술의전당 신입사원 공채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전문 문화행정 요원 모집’이라는 말에 자석에 끌리듯 끌려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을 한 겁니다.”
그는 부친의 희망을 뒤로하고 예술의전당에 입사해 문화예술과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그 무렵 전두환(全斗煥) 정권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과천 이전, 독립기념관 신축, 예술의전당 건립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동시다발로 진행하고 있었다. 서울 서초동에 터를 잡은 예술의전당은 그 아래를 관통하는 우면산 터널 건설과 관련하여 서울시와의 협의가 꼬이면서 계속 늦어졌다. 당초 계획보다 2년 정도 늦은 1988년에 음악당과 서예관이 개관돼 88서울올림픽의 문화예술축전 공연장으로 세계인에게 첫선을 보였다.
이후 1990년에 한가람미술관과 자료관, 1993년에 오페라극장이 개관했다. 오페라극장은 좌석수 2340석으로 대규모 오페라와 발레, 뮤지컬 공연을 소화할 수 있다. 710석의 토월극장은 연극, 소규모 뮤지컬과 오페라 등을 위한 무대이며, 300~600석의 가변식 극장인 자유소극장은 소규모 실험 공연을 위한 공간이다.
예술의전당 건물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음악당은 국내 최초의 콘서트 전용 공연장인 콘서트홀(2523석)과 독주회나 실내악 등 소규모 공연이 이루어지는 리사이틀홀(354석)로 구성되어 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흥행 대박
세종문화회관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공연이 명맥을 이어 오던 이 나라에 난데없이 오페라극장, 콘서트홀, 토월극장, 리사이틀홀 등 엄청난 공연장이 공급되면서 문화예술계에서 난리가 났다.
“예술의전당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자 1980년대에 비해 공연시설 공급이 무려 50배나 늘어난 셈이 됐습니다. 공연장은 폭증했는데 그곳에 올릴 콘텐츠, 즉 작품이 턱없이 부족한 거예요. 공황상태에 빠진 문화예술계에서는 ‘저렇게 큰 극장이 왜 필요한가’ 하면서 일부 인사들이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어요.”
결국 예술의전당이 직접 나서서 대규모 공연장에 필요한 공연을 기획하여 무대에 올리게 됐고, 공연기획의 실무자로 안호상 대표가 나서게 된다. 1993년부터 그의 손을 거쳐 무대에 오른 오페라, 발레, 현대무용, 연극, 뮤지컬이 몇 편인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대한민국에서 행세깨나 하는 공연기획자, 연출자, 지휘자, 안무가, 연주자들 중 그와 인연을 맺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가 손 대는 작품마다 흥행 대박을 터뜨려 예술의전당은 많은 돈을 벌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맘마미아’, 부천필하모니와 함께한 말러 콘서트가 흥행성적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공연 성공으로 번 돈은 직원들이 나눠 쓴 것이 아니라 인기 없는 연극이나 현대무용 제작비로 투자하여 장르별 균형 발전을 꾀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에 열린 영국 극단 초청연극 오셀로는 국내 최초로 달러 티켓과 원화 티켓 두 가지 상품으로 기획돼 흥행에 성공한 사례. 우리나라에서 열린 공연 중 달러 티켓을 판매한 것은 ‘오셀로’ 공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당시 IMF를 맞아 자고 일어나면 환율이 뛰어오르니 초청극단 개런티가 큰 문제였어요. 고민 끝에 입장티켓을 달러용, 원화용 두 가지로 만들어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적극 홍보했죠. 그랬더니 외국인들이 대거 몰려와 외환위기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예술의전당은 순수예술을 위한 공간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대중음악인에게는 문호를 닫아걸고 있다. 단 한 사람의 예외가 있었으니, ‘국민가수’ 조용필이 그 주인공.
“1997년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사망했을 때 제가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다이애나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회가 분열돼 있을 때인데 앨튼 존이 추모음악회를 열어 화합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며 크게 감동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공연을 한번 열어 보자고 작심했습니다. 마침 밀레니엄을 맞아 조용필씨 공연을 무대에 올렸는데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조용필씨 공연은 그 후로도 2005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열렸다고 한다.
지휘자 교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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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9월. 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장 시절 미국ABT발레단(아메리칸 발레 시어터)내한공연시 발레단,협찬사 대표와 함께. |
2회 공연이 예정되어 전 석이 매진됐는데, 첫날 공연에서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의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겨 다음 날 지휘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안 대표는 쿠르트 마주어를 대신하여 런던필을 지휘할 지휘자를 급히 수배하기 시작했다.
당시 긴급 동원이 가능한 거장 지휘자로는 KBS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던 드미트리 키타옌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바이에른 주립오페라극장 음악감독인 볼프강 자발리슈,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연락 결과 키타옌코는 휴가를 얻어 고향 러시아로 돌아가는 중이었고, 볼프강 자발리슈는 싱가포르에 있었으나 다음 날 연주 일정이 있어 한국행이 불가능했다. 마지막으로 나고야에 체류 중이던 유리 테미르카노프와 연락이 닿았다. 때마침 유리 테미르카노프의 일정이 비어 지휘를 맡기로 했다. 그때가 10월 25일 새벽 4시였다.
안 대표는 나고야 총영사관에 급전을 날려 유리 테미르카노프의 한국 입국 비자 발급을 요청했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돼 유리 테미르카노프는 오전 9시 한국에 입국하여 런던필과 한 차례 연습한 후 무대에 섰다. 급조된 무대였지만 그날 연주는 환상적으로 이어져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예술의전당은 아시아권에서는 도쿄의 신국립국장, 싱가포르의 에스트라나드, 베이징의 국가대극원과 함께 손꼽히는 본격 오페라 하우스다. 예술의전당과 쌍벽을 이루는 세종문화회관은 다목적용 건물이라서 라이브로 오페라나 음악 공연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또 오페라나 오케스트라, 발레 공연을 위해서는 무대가 좁고 깊어야 하는데, 세종문화회관은 무대가 너무 넓고 산만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것.
해외 무대서 주연·조연급 성악가 1000명 활동 중
공연예술 전문가인 안 대표가 진단하는 우리나라 공연예술 분야의 현주소는 ‘지극히 희망적’이다. 먼저 오페라 분야. 안 대표는 한국에서는 오페라가 너무 무겁고 접근이 어려운 장르라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들어 오페라 관객이 꾸준히 늘고 있어 뮤지컬 못지않게 대중화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 오페라 제작 수준은 아시아권에서는 최고로 꼽히고, 특히 성악가들은 세계 톱 수준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성악가 중 해외에 진출한 성악가는 3000여 명, 그중 주연 및 조연급으로 활약하는 성악가가 1000여 명에 달합니다. 독일 이탈리아 등의 오페라단은 한국 성악가들 없으면 공연이 불가능할 정도예요. 일본의 오페라 제작자들은 한국의 풍부한 성악가 자원과 기량을 대단히 부러워합니다.”
한국의 공연예술 중 가장 활발한 분야가 뮤지컬이다. 현재 국내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작품이 연간 100여 편으로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런던의 웨스트엔드보다 편수로는 더 많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작품이 동시다발적으로 공연되려면 배우와 연출, 스태프 등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안 대표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노래와 춤, 연기력이 뛰어난 뮤지컬 배우 자원이 넘쳐나기 때문에 연간 100여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올라가면서도 배우의 기량이 문제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창작 뮤지컬이 엄청나게 많이 공연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안 대표의 말이다.
“단일 극단으로는 세계 최대의 뮤지컬 단체인 일본 사계 극단도 40년 역사에서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 것은 단 한 작품에 불과했어요. 반면에 우리나라 제작자들은 로열티 주고 수입해 온 뮤지컬로 돈을 벌었다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창작 뮤지컬, 그것도 초대형 창작 뮤지컬 제작에 뛰어듭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 제작자들이 창작 뮤지컬 제작에 뛰어드는 이유는 우리 제작자들의 도전정신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관객들이 세계화 바람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으로 우리 것에 대한 요구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관객들이 우리 이야기에 더 감동하고, 감성적으로 반응하다 보니 우리나라 뮤지컬, 영화, 음악 등의 수준이 급상승했고, 그 결과 한류(韓流) 붐으로 해외에서도 통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제 외국의 콘텐츠를 들여다 일방적으로 연주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문화예술계에서 ‘우리 것’에 대한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국내 영화시장에서 국산영화가 시장점유율 5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요. 1980년대만 해도 음반 판매의 80%가 팝이었으나 조용필이 등장한 이래 우리 음반시장의 50% 이상을 외국에 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뮤지컬 작품 제작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제외하면 한국이 꼽힙니다. 편수도 많고 작품의 질도 우수해 ‘명성황후’나 ‘영웅’ 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통할 정도라는 평을 듣고 있어요.”
연출·안무·지휘 분야는 취약
클래식 음악 분야는 유명 오케스트라나 세계적인 솔로이스트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최근 들어 한국의 연주자들이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첼로 등 가리지 않고 세계대회를 휩쓸어 국민적 관심 증대와 함께 연주자의 스타화(化)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임동혁, 김선욱 등 비유학파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모습입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 공연예술 중 가장 취약한 분야가 현대무용이라고 분석했다. 그것은 우리 현대무용가들이 우리나라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친숙한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안 대표는 또 우리나라의 연출, 안무, 지휘 분야 등 종합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분야는 아직도 외국에 비해 취약한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삶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함께 문화예술 분야에 눈을 뜨는 것은 어느 사회나 공통된 현상이다. 덕분에 한국의 문화예술계도 아직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 수준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문화예술이 단지 내수용만이 아니라 수출산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해외에서의 한류 붐이 웅변하고 있다. 중국의 클래식 시장, 뮤지컬 시장이 꿈틀대는 모습을 보면 한국의 연주자와 뮤지컬 작품들이 로열티를 받고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공연될 날도 머지않았음이 피부로 느껴진다.
안호상 대표는 “우리나라의 또 하나의 문화예술 자원은 그것을 소비하는 관객이 젊고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초청을 계속 거절하던 한 유명 연주자가 한국에서 공연을 하고 나서는 “이렇게 훌륭한 관객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면서 감동한다는 것.
안호상 대표가 예술의전당에서 행한 임무가 일종의 ‘엘리트 예술’ 육성이었다면, 서울문화재단에서 행하고 있는 임무는 ‘생활예술’ 저변확대다. 서울시가 문화예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04년 5월 설립한 것이 서울문화재단이다. 주요 사업은 문화예술 창작환경 조성,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 서비스 확대, 서울의 문화 경쟁력 강화, 서울의 문예진흥 기반 구축 등이다.
안 대표가 서울문화재단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예술의전당에서 한 일이 상위 5%의 예술소비 계층을 위한 활동이었다면 나머지 95% 사람들이 생활 주변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서울시민 모두를 문화예술에 참여시킨다’
서울문화재단의 연간 예산은 520억원. 이 예산을 가지고 구로동, 문래동, 신당동, 성북구 등의 지역에서 통폐합되어 비어 있는 동사무소 건물을 창작공간으로 꾸며 예술가와 주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또 25개 자치구의 문예회관을 통해 문화예술 콘텐츠를 보급하고, 서울시내 80여 개의 공공도서관을 문화커뮤니티 센터로 탈바꿈시켜 사서들과 공동으로 문화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또 서울 각 지역의 복지관에 근무하는 복지사들을 문화기획자로 교육시켜 ‘서울시민 모두를 문화예술에 참여시킨다’는 것이 목표다.
안 대표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초·중등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후 예술교육이다. 미술, 음악, 연극 등을 통합한 방과후 교육에는 사물놀이의 김덕수, 성악가 김동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씨 등 유명 예술인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각 학교에 파견되어 아이들의 예술활동을 지도하면서 아이들에게서는 놀라운 변화가 일고 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자신이 걸어온 문화예술 외길에 대해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세계 최고의 트럼페터 윈턴 마살리스, 정명훈, 조수미, 장영주 등 세계 유명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은 것은 내 인생에서 횡재를 한 셈”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혼자서 연습해야 하는 고독한 작업이자 협업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입니다. 세계적인 거장들은 인간적인 매력도 있지만 파트너십을 존중하고 자신의 재능을 사회와 나누는 것에 익숙합니다. 윈턴 마살리스는 내한공연 중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재즈 아티스트들의 공연장을 찾아가 무료로 공연을 하고 즉석에서 원포인트 지도도 해 주더군요. 그런 것을 보면서 프로의 책임감이 무엇인지 절실하게 배웠습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 공업기술은 3대 강국 수준에 올랐기 때문에 이제는 제품에 문화와 예술의 옷을 입혀야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업인은 물론 소비자들도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은 공장 지을 땅이 없는 도시이기 때문에 산업의 87%가 서비스업입니다. 따라서 서비스의 질, 그중에서도 문화예술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대한민국의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죠. 21세기 감성경쟁 시대가 열리면 서울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도시가 될 것입니다.”⊙
사진 : 서경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