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4월, 33km 세계 최장의 방조제 완공. 이제 내부 개발공사 돌입
⊙ 金大中 정부 시절 방조제 60%나 진척된 상황에서 공사 중단 지시, 막대한 예산 낭비하고
10여 년 허송세월
⊙ 국회의원 대부분이 환경단체 말만 듣고 ‘새만금사업 중단’ 지지
⊙ 중국 빈하이 특구처럼 땅을 분양하지 않고 일부 부지에 대해 저렴한 비용에 임대
⊙ 작년 방조제 공사 현장에 250만명 다녀가
姜賢旭
⊙ 1938년 전북 익산 출생.
⊙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 대통령 경제비서관,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전북도지사, 동력자원부·경제기획원 차관,
농림수산부·환경부 장관, 제15대 국회의원, 대통령직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새만금 TF팀장
역임.
⊙ 金大中 정부 시절 방조제 60%나 진척된 상황에서 공사 중단 지시, 막대한 예산 낭비하고
10여 년 허송세월
⊙ 국회의원 대부분이 환경단체 말만 듣고 ‘새만금사업 중단’ 지지
⊙ 중국 빈하이 특구처럼 땅을 분양하지 않고 일부 부지에 대해 저렴한 비용에 임대
⊙ 작년 방조제 공사 현장에 250만명 다녀가
姜賢旭
⊙ 1938년 전북 익산 출생.
⊙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 대통령 경제비서관,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전북도지사, 동력자원부·경제기획원 차관,
농림수산부·환경부 장관, 제15대 국회의원, 대통령직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새만금 TF팀장
역임.
새만금 사업은 올 4월 33km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가 완공돼 내부 개발작업이 본격화된다. 새만금 방조제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길었던 네덜란드의 자위더르 방조제(32.5km)보다 500m가 더 길다.
전북 부안과 군산, 김제 앞바다를 연결한 이 방조제는 완공까지 그 길이만큼이나 길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환경단체와 종교계 지도자들의 극심한 반대 시위와 일부 정치인들의 일관성 없는 정책 변경으로 몇 차례 공사가 중단됐고, 반대론자들의 법적 소송으로 대법원까지 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새만금 사업 정부추진기구인 국무총리실 산하 새만금위원회의 강현욱(姜賢旭) 공동위원장은 새만금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전북 익산 출신인 그는 재무부 이재국장, 대통령 경제비서관,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전북도지사, 경제기획원 차관, 농림수산부 장관, 환경부 장관, 국회의원 등 주요 관직을 두루 거치면서 ‘서해안 간척지사업’으로 출발한 새만금 사업의 입안 과정에서부터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는 현재까지 깊이 관여해 왔다.
강 위원장은 2005년 전북도지사 시절 환경단체의 반발과 법적 소송으로 새만금 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하자 “새만금 사업이 중단되면 지사직을 사퇴하겠다”며 강경하게 대처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새만금당으로 출마하겠다”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새만금 사업에 강한 애착과 의지를 보여 왔다.
1987년 새만금 財源 아이디어 제공
―새만금과는 언제부터 인연을 맺으셨습니까.
“1987년 청와대 비서관을 하다 경제기획원 예산실장으로 갔을 때 김주호(金周浩) 농림부 장관이 저를 찾아와 ‘서해안 간척지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반대가 심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농지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라 저는 개인적으로 서해안 간척사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간척사업을 대체농지 조성기금으로 시작해 보라’고 조언했어요.”
당시 농림부는 대체농지 조성기금(현 농어촌기금)을 만들어 농지를 훼손하거나 농지에 공장을 짓는 사람들에게 부담금을 받아 기금을 조성한 다음, 농지를 만드는 사람에게 지원해 주고 있었다. 그 기금을 활용하면 재원 조달이 가능할 것이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다.
“그때가 전두환(全斗煥) 정권 시절이었는데, 김주호 장관에게 ‘이 사업을 하시려면 대통령 결재를 받아 오십시오’라고 했더니 김 장관이 바로 전 대통령에게 가서 결재를 받아 오더군요. 대통령 결재가 난 그해 5월부터 타당성 조사, 환경영향 평가 등 기초조사 작업에 돌입한 것이 새만금 사업의 시초입니다.”
그 후 강 위원장이 경제기획원 차관으로 있던 1991년 추가경정 예산으로 200억원을 계상했고, 이듬해 강 위원장이 농림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본격적인 공사가 개시됐으니 그는 ‘새만금의 산 역사’나 다름없다.
―사업 초기부터 반대 의견이 제기됐는데, 당시에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농업 경쟁력이 없는데 농지조성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어요. 그분들은 이 사업의 한 면만을 본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농업용지뿐만 아니라 공업용지, 산업용지가 부족해 기본적으로 땅을 조성해야 합니다. 또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척을 통해 방조제를 만들면 거대한 담수호가 생겨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새만금 프로젝트는 담수호와 육지를 만드는 것이 사업의 목표였고, 그것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결론이 나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게 된 겁니다.”
반대여론에 갈팡질팡한 정부
기초조사가 끝난 1991년부터 물막이 공사가 시작됐다.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작업이 중단된 1999년에는 이미 물막이 공사가 19.1km(60%)나 진척된 상황이었다.
환경단체들이 새만금 사업의 백지화를 부르짖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시화호 수질오염이 사회문제로 대두됐을 무렵이다. 이들은 담수호로 조성될 새만금 역시 심각한 오염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종교계 지도자들이 가세한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는 끈질기게 사업 백지화 운동을 펼쳐나갔다. 이 와중에 출범한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1999년 5월 새만금 사업을 중단하고 환경영향에 대해 1년 동안 민관(民官) 공동조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환경영향, 경제성 평가, 수질 등 3개 분과로 나뉘어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했으나 쉽게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2000년 8월 조사결과보고서를 받은 정부 역시 사업 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2001년 5월에야 비로소 정부는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주재로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를 열어 새만금 간척사업을 환경친화적인 순차개발방식으로 재개하는 정부안을 최종 확정했다. 순차개발방식은 갯벌유실 등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애초의 사업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환경문제가 덜한 동진강 쪽부터 개발하고 만경강은 나중에 개발한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는 사회 각계 인사 1400여 명이 서명한 새만금 사업 중단촉구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극렬히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2003년에는 문규현(文奎鉉) 신부, 수경 스님,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 등 종교 지도자를 중심으로 30여 명이 새만금 간첩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전북 부안에서 서울까지 300여㎞를 ‘삼보일배’하며 행진했다. 그해 6월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공사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자 서울행정법원은 새만금 방조제 공사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농림부가 2004년 1월에 제기한 항고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농림부 측 주장을 받아들여 집행정지 결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후 공사가 재개됐으나 새만금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계속 반대 소송을 제기해 정부와 이들 간의 법적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사업 10년 만에 재검토 지시한 金大中 대통령
―1990년대 후반 방조제 공사가 중단됐을 때 현장에 간 적이 있는데,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규모와 달리 상상을 초월하는 둑이 만들어지고 있더군요. 사업 구상 때부터 규모가 그렇게 컸던 것인가요.
“서해안 간척지 사업은 1970년대부터 구상됐는데 처음에는 김제 쪽만 생각하다가 나중에 군산, 부안까지 넣는 종합계획을 만들자고 해서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입니다. 규모가 커지는 바람에 공사비도 초기에는 9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2조800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강 위원장은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2조원 정도면 끝났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니까 환경단체들의 반대, 정부의 우유부단한 대응으로 8000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셈이라는 것이다.
―처음 사업 시작할 때 물막이 공사는 언제쯤 완공될 것으로 예상했습니까.
“대체농지 기금 사정, 정부 예산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아무리 늦어도 10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일부 사회단체들 반대로 물막이 공사에만 거의 20년이 걸리지 않았습니까. 잃어버린 10년은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글쎄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그만큼 잃게 됐지요.”
―새만금 공사는 우리 사회에서 개발과 환경보전이라는 논리가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충돌한 사건 중 하나입니다. 이런 갈등 구조를 국가 차원에서 슬기롭게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까.
“새만금 사업은 19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체 계획안에 서명한 후 4년 동안 기본계획 수립과 환경영향 평가 등 기초조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후 1991년 예산을 계상해 착공했는데, 사업이 추진된 지 10년 만에 정부가 재검토하자고 나오는 바람에 정말 황당했어요. 당사자인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 총재 시절에는 정부를 향해 ‘새만금 예산을 계상해 주지 않으면 전체 예산을 보이콧하겠다’고 나섰던 분이에요. 그런데 대통령이 되자 재검토 지시를 해서 2년 동안 공사가 중단됐고, 사업계획이 표류하게 되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죠.”
―새만금을 생각하면 우리 정치인들이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듭니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착공한 지 10년 가까이 흘러 공사의 60%가 진행된 상황에서 재검토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농수산위원들, 현장 본 뒤 사업 계속 지지
―DJ 정부가 공사 중단, 재검토 지시를 내렸을 때 강 위원장께서는 국회의원이셨죠.
“2001년 저는 국회 농수산위 소속이었습니다. 당시 위원장이 김영진(金泳鎭) 의원이었는데, 그 무렵 환경단체가 들고 일어나니까 국회의원들 사이에 새만금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졌어요. 국회의원 대부분이 여기에 서명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주무위원회인 농수산위는 보고만 있었습니까.
“국회가 중단을 결의하면 예산 배정도 끝이라서 저는 김영진 위원장을 찾아가 ‘현장이라도 한 번 가 보고 결정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그날로 버스 한 대를 대절해 농수산위 소속 의원 전체가 현장으로 내려갔어요. 현장을 둘러본 의원들이 내린 결론은 ‘이거 중단하면 큰일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막이 공사가 60%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사업을 중단하면 누가 봐도 엄청난 자연재해와 국고낭비 등 재앙이 초래될 것이 뻔했거든요. 다음날 아침 열린 국회 농수산위에서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새만금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아 사업이 연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공사 중단에 서명한 국회의원들은 현장에 가 보지도 않고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대부분 의원들이 현장에 가보지 못했거나 사업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였다고 봅니다.”
―물막이 공사가 3분의 2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중단할 것을 요청한 환경단체는 사후(事後) 대책이 있었습니까.
“아직 연결되지 않은 부분에 다리를 놓자고 합디다. 그게 뭐 하자는 것인지….”
―어느 시대에나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 정부가 사업을 추진할 때면 반대 논리를 펴는 세력이 있었지요. 고속도로 건설 때도 그렇고, 신공항 건설 때도 그런 주장이 제기되지 않았습니까.
“경부고속도로 만들 때, 훗날 대통령 했던 분들이 길거리에 누워서 시위를 했습니다. 이후 두 분 다 고속도로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한 것으로 압니다. 새만금 때도 순수한 환경단체 같으면 대화를 했을 텐데,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대화가 불가능했어요. 환경단체들은 새만금은 무조건 안 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니까요.”
개발가능한 땅이 서울 전체의 3분의 2
―이제 방조제가 완성됐고, 내부 개발에 돌입해야 할 때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선포된 경제자유구역은 의도한 대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새만금은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국내 지자체에서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하겠다고 선포한 곳은 부산, 대구, 평택, 인천, 새만금, 광양 등 6곳입니다. 이 중 매립을 통해 새로운 땅을 만든 곳은 새만금과 인천의 일부 지역(송도 1700만평·5619만m²)인데, 어느 누구의 이해관계 없이 정부 예산으로 새로운 땅을 조성한 곳은 새만금이 유일합니다.”
―새만금은 백지(白紙)처럼 손 타지 않은 땅이라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새만금 개발은 기존의 옷에 짜깁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새 양복지를 재단해 명품 옷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송도도 간척사업으로 땅을 5619만m²나 조성했지만 평당 조성비용 150만원에 분양가가 600만원이나 돼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새만금은 농지를 30%로 축소하기로 했으니 나머지 70%의 면적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에 미래가 달려 있지요.”
새만금은 전체 면적이 2억8429만m²(8600만평)로 여의도의 140배, 서울 전체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강 위원장은 “산을 뺀 서울의 평지 면적과 비슷한 규모”라고 말했다. 이 중 농지로 이용되는 곳을 제외하면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1억9834만m²(6000만평) 정도다. 이 1억9834만m²의 땅 위에 한국의 미래를 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강 위원장의 구상이다.
강 위원장은 새만금 물막이 사업의 지연이 결과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게 됐다는 이설(異說)을 내놓았다.
“우리가 사업 중단으로 고심하고 있는 동안 중국과 인도가 세계경제 최강국으로 부상하는 등 세계 경제지도가 크게 바뀌었어요. 이제 세계 경제 중심이 될 중국과 인도를 염두에 두고 새만금을 확실하게 디자인할 수 있게 됐으니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죠.”
―강 위원장께서 보시기에 새만금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중국을 바라보고 있고, 앞으로 뭐든지 그릴 수 있는 백지 상태의 땅이라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값싼 땅에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항만을 건설하고 공항까지 만들어 중국과 협력하면 새만금은 세계 경제의 요충지가 될 거예요.
관광산업을 예로 들면 우리는 새만금에 중국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10억원 이상의 자산가가 1억5000만명이나 된다고 해요. 부자가 우리 전체 인구의 3배나 되는 것이죠. 소득 격차가 심해 지금도 해안가 도시에 사는 당 간부나 기업인들의 재산은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규제 없는 국제도시로 건설
―새만금을 중국의 부자들이 찾는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뜻인가요.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의 부자들도 오고 싶어하는 명소로 만들어야죠. 2008년 통계를 보면 390만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찾았는데,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110만명에 불과하더군요. 중국인들을 이곳으로 불러오려면 우선 교통편이 좋아야 합니다. 중국의 춘추항공처럼 빠르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저가 항공사가 운행돼야 해요. 중국 춘추항공이 제주공항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춘추항공 측은 인천을 거치지 않고 제주에 바로 내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 연간 관광객 250만명을 데려오겠다고 했다는군요. 새만금도 이들 저가항공사가 마음대로 드나들게 해야 합니다.”
강 위원장은 “돈 많은 중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교통편과 더불어 그들이 머물며 즐길 수 있는 호텔, 컨벤션센터, 체육시설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말씀하신 것들이 가능하려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규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풀려야 하는데요.
“현재 대한민국에 비자 없이 들어와서 쉬다 갈 수 있는 곳은 제주도가 유일합니다. 새만금도 제주도처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야 합니다. 외환거래에도 시비를 걸지 말아야 합니다. 외환거래를 자유화하고,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하고 교육·의료 서비스 수준을 높이면 이곳에 사람들이 몰릴 겁니다. 아예 눌러앉아 살면서 병 치료도 하고 교육도 받을 거예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런 걸 할 만한 곳은 새만금밖에 없습니다.”
―경관이 빼어난 서해안, 특히 새만금은 관광지로서 경쟁력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다만 외국인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해외에 마케팅할 것이냐가 숙제인 것 같습니다.
“새만금에 해외 투자자들이 오겠느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여건만 갖추면 그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동안 외국기업 유치에 신경을 쓴 중국이 앞으로는 자국 기업을 외국에 내보내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죠. 중간 공정까지 마친 제품을 한국에 보내 완성하면 ‘made in Korea’가 돼 똑같은 상품이라도 3~4배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중국은 잘 알고 있습니다. 또 IT 같은 첨단 분야는 한국 기업연구소 옆에 자리 잡아야 기술 습득이 빠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요. 새만금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만들어주려 합니다.”
1월 말 종합실천계획안 확정
―문제는 분양가가 비싸면 모두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요.
“작년 12월 중국 톈진(天津)의 빈하이 특구에 가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빈하이 특구는 사회주의 체제라 분양은 없고 임대만 있더군요. 새만금도 전체가 다 정부 땅이니까 분양을 하지 말고 임대로 하면 어떨까. 임대료 면에서 빈하이 특구와 새만금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 많은 해외 투자자가 우리 쪽으로 오지 않겠습니까.”
―이명박 정부 들어 새만금을 동북아경제중심지, 녹색성장 거점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거기에 걸맞은 청사진이 나와 있습니까.
“1월 28일에 새만금에 대한 기본구상과 종합실천계획안을 확정 발표합니다. 그걸 기준으로 관계 부처가 모여 도로를 어디로 내고, 각종 용도별 도시조성 계획을 세우고 항만은 어디에 지을지 등 마스터플랜을 만들게 됩니다.”
강 위원장은 “마스터플랜은 1년 정도면 완성될 것”이라고 했다.
“새만금에는 아직 물속에 잠겨 있는 미래의 땅도 있지만 이미 땅으로 조성된 곳도 있어요. 조성된 지역은 올 초부터 투자자를 모집해 개발에 착수할 수 있습니다.”
―새만금의 경우 3.3㎡(1평)당 조성원가가 50만원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조성원가를 50만원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만 소유권을 국가가 갖고 있기 때문에 임대할 경우 더 싸게 내릴 수 있어요. 신문에 보니까 세종시가 50만㎡ 이상 개발 기업에게 원형지 형태로 3.3㎡당 36만~40만원 정도로 싸게 분양한다고 나와 있던데, 전기·도로 등 기반시설을 해 주지 않을 경우 추가비용이 들기 때문에 결코 싼 것이 아닙니다. 기본 인프라를 국가가 모두 깔아주면서도 평당 50만원 정도인 새만금이야말로 경쟁력이 있는 것이죠.”
새만금 방조제는 총 사업부지가 420ha다. 이 중 주변 환경과 잠재적 경쟁력이 뛰어난 신시도와 야미도 구간(3호 방조제)의 부지 200ha를 민간투자 유치로 우선 개발한다. 또 2008년 4월에 지정된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5개 지구 6698㏊) 중 새만금 지역에 있는 산업지구 1870㏊를 올 하반기부터 분양한다.
새만금 산업지구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미래형 첨단 신산업 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2018년까지 총 1조9437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우선 1-①공구 190㏊를 2012년까지 조성하기 위해 공유수면매립권리 양도·양수 인가 등의 법적 절차를 밟는 동시에 2009년 3월 매립 공사를 시작했다. 현재 96%의 매립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새만금 통합시 만들어야
이에 따라 수요자 중심으로 산업용지를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대행개발 방식을 도입하고, 올 하반기에는 선(先)분양하여 2012년부터는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주로 어느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나요.
“큰 기업들은 대부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정부에서 50%, 지자체에서 50%를 책임지는 매칭펀드 방식을 도입하는 바람에 인프라 건설이 제대로 안되는 등 문제가 생겼는데요.
“인천은 땅을 조성하는 데 있어 정부가 기반시설만 좀 갖춰주었을 뿐 매립은 인천개발공사가 자본을 댔습니다.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땅을 분양해 얻은 이익금으로 개발을 하고 있어요. 매립하는 데 150만원이 들어갔다면 300만원이나 500만원을 받아 이익을 내서 사업을 추진하는 식이죠. 그러다 보니 땅 장사를 하는 것으로 비치는 겁니다. 새만금은 정부 책임으로 조성한 땅이라 꼭 이익을 남길 필요는 없어요.”
―사업이 농지 중심에서 복합단지로 바뀌면서 힘든 부분은 없습니까.
“주무부처가 많아 추진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농지 중심일 경우에는 추진주체가 농림부 한 곳이었는데, 복합단지로 방향이 바뀌면서 문화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등이 참여하게 됐어요. 이 때문에 각 부처들이 각기 다른 의견을 내세우면 합리적 의사결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추진체계를 하루빨리 단일화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새만금 개발을 위해 염두에 둔 벤치마킹 모델이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베니스, 암스테르담 얘기를 하는데 먼 장래를 보고 건설하는 새만금은 어디서 모델을 가져오기는 어렵습니다. 새만금은 새만금만의 독창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는 곳이니까요.”
―최근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등이 새만금 영토권를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땅이 만들어지면 자기 걸 더 많이 차지하려는 싸움이지요. 앞으로 이런 싸움을 없애려면 세종시가 들어설 공주시와 연기군이 통합하듯이 통합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만금이 빈하이와 다른 점
―정부가 세종시를 돌파하느라 새만금이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새만금과 세종시는 성격과 차원이 다릅니다. 면적이나 건설 기간도 다르고요.”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이 발표되면 ‘새만금이 어떤 방향으로 간다’는 마스터플랜이 확정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마스터플랜을 보고 투자자들은 어디에 땅을 확보하는 게 유리한지 판단하고 투자자들이 땅을 선택할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려고 합니다.”
―새만금 지역의 매립이 끝나는 시기는 언제입니까.
“앞으로 10년 동안 열심히 하면 토지는 70% 정도는 완성될 것입니다.”
―2020년쯤에나 70%의 땅이 완성된다는 얘기네요.
“새만금 사업은 현재 1단계 토지계획에 안 들어가 있더라도, 투자자들이 필요한 땅이라고 말하면 먼저 개발할 수 있습니다. 즉 수요 여부에 따라 유연성 있게 대처할 계획입니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새만금은 물류, IT, 녹색성장, 관광 등 복합적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영종도 하면 ‘동북아 물류중심’, 부산 하면 ‘동북아의 허브 항만’ 이런 식으로 새만금을 좀 더 단순한 이미지로 상징화할 수는 없을까요.
“저는 중국 투자자들에게 새만금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은 우리보다 늦게 시작해서 새만금의 5배나 되는 빈하이 특구를 거의 완성했다. 반면 우리는 공사를 오래 끌면서 중국인들에게 두 가지를 얻었다.
첫째, 20년 전 우리가 물막이 공사를 시작해 계획대로 10년 전에 땅을 만들었다면 우리는 중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물막이 공사로 20년을 끄는 동안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 급부상해 중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 바로 이 시기에 새만금 개발이 본격화되는 만큼 중국과 우리가 힘을 합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둘째, 교토의정서니, 코펜하겐 기후변화 대책회의니 하며 지구온난화 문제로 전 세계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환경과 수질 문제가 지구인의 공통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새만금은 지난 20년 동안 환경단체로부터 수없이 비판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환경 문제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게 돼 새만금을 녹색성장의 시범단지로 만들 계획이다. 그러니 이제는 중국이 우리에게 배워야 할 차례다.’
이렇게 얘기했더니 박수를 치며 좋아하더군요.”
강 위원장은 이런 말도 했다.
“중국은 아직도 많이 배워야 해요. 톈진에 가서 타워에 올라가 보니 매연 때문에 도시 경관이 보이질 않아요. 이런 상태에서 관광이니, 삶의 질이니 하는 것을 따지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방조제 완공 행사에 세계 각국 정부인사 초청
―새만금에 대한 대(對)국민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언론이 새만금을 환경파괴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라고 보도해서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 제가 ‘새만금코리아’라는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데, 월 5만 부씩 찍어 전국 방방곡곡에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언론사에도 홍보를 하고 있고요.”
―방조제 완공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나요.
“각국의 정부인사는 물론 언론인과 학자들을 초빙하는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방조제는 지난 연말에 이미 완공했습니다만,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와서 올해 4월로 연기했어요.”
강 위원장은 “작년에 방조제 공사 현장에 250만명 정도가 다녀갔다”면서 “당시에는 도로가 완공되기 전이라 사람들이 많이 못 들어왔는데도 그 정도였으니, 도로가 완공된 올해는 500만~600만명 정도는 새만금을 다녀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 6월에는 새만금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줄 60분짜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디스커버리’ 채널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만금과 관련해서 당부한 말은 없었습니까.
“이명박 대통령께서 농지를 30%로 줄이고, 나머지 70%의 땅에 복합단지를 만들자고 결정했습니다. 인수위 때 그분과 새만금에 대해 토론하고 보고도 했는데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시간이 좀 걸려도 상관없지만 바로 치고 나갈 부분은 지체하지 말라’며 ‘산업기지 빨리 착공하시오, 방조제 주변 땅도 빨리 분양하시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이제 새만금은 물막이 공사가 끝났으니 토지 조성사업과 마스터플랜을 그리는 일이 남았다. 강 위원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새만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고 있는 황금의 땅”이다.
새만금은 갈등의 해소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라든가, 국가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등등 우리에게 큰 교훈을 던져주었다. 이런 교훈이 빛을 발하려면 물결 찰랑대는 담수호를 땅으로 바꾼 그곳에 한국의 미래를 견인하는 거대한 성장동력 콤비나트, 클러스터를 확고부동하게 건설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시대 지도층이 미래의 한국인에게 시간과 비용을 낭비한 죄, 갈등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죄에 대해 속죄하는 길이 될 것이다.
30년쯤 후 우리는 대한민국의 한쪽에 한국판 상하이 푸둥지구, 한국판 싱가포르 등을 보게 될 것이다.⊙
전북 부안과 군산, 김제 앞바다를 연결한 이 방조제는 완공까지 그 길이만큼이나 길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환경단체와 종교계 지도자들의 극심한 반대 시위와 일부 정치인들의 일관성 없는 정책 변경으로 몇 차례 공사가 중단됐고, 반대론자들의 법적 소송으로 대법원까지 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새만금 사업 정부추진기구인 국무총리실 산하 새만금위원회의 강현욱(姜賢旭) 공동위원장은 새만금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전북 익산 출신인 그는 재무부 이재국장, 대통령 경제비서관,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전북도지사, 경제기획원 차관, 농림수산부 장관, 환경부 장관, 국회의원 등 주요 관직을 두루 거치면서 ‘서해안 간척지사업’으로 출발한 새만금 사업의 입안 과정에서부터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는 현재까지 깊이 관여해 왔다.
강 위원장은 2005년 전북도지사 시절 환경단체의 반발과 법적 소송으로 새만금 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하자 “새만금 사업이 중단되면 지사직을 사퇴하겠다”며 강경하게 대처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새만금당으로 출마하겠다”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새만금 사업에 강한 애착과 의지를 보여 왔다.
1987년 새만금 財源 아이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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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28일 확정 공개할 예정인 새만금 개발계획안. |
“1987년 청와대 비서관을 하다 경제기획원 예산실장으로 갔을 때 김주호(金周浩) 농림부 장관이 저를 찾아와 ‘서해안 간척지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반대가 심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농지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라 저는 개인적으로 서해안 간척사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간척사업을 대체농지 조성기금으로 시작해 보라’고 조언했어요.”
당시 농림부는 대체농지 조성기금(현 농어촌기금)을 만들어 농지를 훼손하거나 농지에 공장을 짓는 사람들에게 부담금을 받아 기금을 조성한 다음, 농지를 만드는 사람에게 지원해 주고 있었다. 그 기금을 활용하면 재원 조달이 가능할 것이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다.
“그때가 전두환(全斗煥) 정권 시절이었는데, 김주호 장관에게 ‘이 사업을 하시려면 대통령 결재를 받아 오십시오’라고 했더니 김 장관이 바로 전 대통령에게 가서 결재를 받아 오더군요. 대통령 결재가 난 그해 5월부터 타당성 조사, 환경영향 평가 등 기초조사 작업에 돌입한 것이 새만금 사업의 시초입니다.”
그 후 강 위원장이 경제기획원 차관으로 있던 1991년 추가경정 예산으로 200억원을 계상했고, 이듬해 강 위원장이 농림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본격적인 공사가 개시됐으니 그는 ‘새만금의 산 역사’나 다름없다.
―사업 초기부터 반대 의견이 제기됐는데, 당시에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농업 경쟁력이 없는데 농지조성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어요. 그분들은 이 사업의 한 면만을 본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농업용지뿐만 아니라 공업용지, 산업용지가 부족해 기본적으로 땅을 조성해야 합니다. 또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척을 통해 방조제를 만들면 거대한 담수호가 생겨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새만금 프로젝트는 담수호와 육지를 만드는 것이 사업의 목표였고, 그것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결론이 나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게 된 겁니다.”
반대여론에 갈팡질팡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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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새만금 갯벌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벌이고 있는 종교계 인사들. |
환경단체들이 새만금 사업의 백지화를 부르짖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시화호 수질오염이 사회문제로 대두됐을 무렵이다. 이들은 담수호로 조성될 새만금 역시 심각한 오염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종교계 지도자들이 가세한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는 끈질기게 사업 백지화 운동을 펼쳐나갔다. 이 와중에 출범한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1999년 5월 새만금 사업을 중단하고 환경영향에 대해 1년 동안 민관(民官) 공동조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환경영향, 경제성 평가, 수질 등 3개 분과로 나뉘어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했으나 쉽게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2000년 8월 조사결과보고서를 받은 정부 역시 사업 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2001년 5월에야 비로소 정부는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주재로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를 열어 새만금 간척사업을 환경친화적인 순차개발방식으로 재개하는 정부안을 최종 확정했다. 순차개발방식은 갯벌유실 등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애초의 사업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환경문제가 덜한 동진강 쪽부터 개발하고 만경강은 나중에 개발한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는 사회 각계 인사 1400여 명이 서명한 새만금 사업 중단촉구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극렬히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2003년에는 문규현(文奎鉉) 신부, 수경 스님,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 등 종교 지도자를 중심으로 30여 명이 새만금 간첩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전북 부안에서 서울까지 300여㎞를 ‘삼보일배’하며 행진했다. 그해 6월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공사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자 서울행정법원은 새만금 방조제 공사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농림부가 2004년 1월에 제기한 항고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농림부 측 주장을 받아들여 집행정지 결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후 공사가 재개됐으나 새만금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계속 반대 소송을 제기해 정부와 이들 간의 법적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사업 10년 만에 재검토 지시한 金大中 대통령
―1990년대 후반 방조제 공사가 중단됐을 때 현장에 간 적이 있는데,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규모와 달리 상상을 초월하는 둑이 만들어지고 있더군요. 사업 구상 때부터 규모가 그렇게 컸던 것인가요.
“서해안 간척지 사업은 1970년대부터 구상됐는데 처음에는 김제 쪽만 생각하다가 나중에 군산, 부안까지 넣는 종합계획을 만들자고 해서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입니다. 규모가 커지는 바람에 공사비도 초기에는 9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2조800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강 위원장은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2조원 정도면 끝났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니까 환경단체들의 반대, 정부의 우유부단한 대응으로 8000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셈이라는 것이다.
―처음 사업 시작할 때 물막이 공사는 언제쯤 완공될 것으로 예상했습니까.
“대체농지 기금 사정, 정부 예산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아무리 늦어도 10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일부 사회단체들 반대로 물막이 공사에만 거의 20년이 걸리지 않았습니까. 잃어버린 10년은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글쎄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그만큼 잃게 됐지요.”
―새만금 공사는 우리 사회에서 개발과 환경보전이라는 논리가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충돌한 사건 중 하나입니다. 이런 갈등 구조를 국가 차원에서 슬기롭게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까.
“새만금 사업은 19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체 계획안에 서명한 후 4년 동안 기본계획 수립과 환경영향 평가 등 기초조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후 1991년 예산을 계상해 착공했는데, 사업이 추진된 지 10년 만에 정부가 재검토하자고 나오는 바람에 정말 황당했어요. 당사자인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 총재 시절에는 정부를 향해 ‘새만금 예산을 계상해 주지 않으면 전체 예산을 보이콧하겠다’고 나섰던 분이에요. 그런데 대통령이 되자 재검토 지시를 해서 2년 동안 공사가 중단됐고, 사업계획이 표류하게 되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죠.”
―새만금을 생각하면 우리 정치인들이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듭니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착공한 지 10년 가까이 흘러 공사의 60%가 진행된 상황에서 재검토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농수산위원들, 현장 본 뒤 사업 계속 지지
―DJ 정부가 공사 중단, 재검토 지시를 내렸을 때 강 위원장께서는 국회의원이셨죠.
“2001년 저는 국회 농수산위 소속이었습니다. 당시 위원장이 김영진(金泳鎭) 의원이었는데, 그 무렵 환경단체가 들고 일어나니까 국회의원들 사이에 새만금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졌어요. 국회의원 대부분이 여기에 서명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주무위원회인 농수산위는 보고만 있었습니까.
“국회가 중단을 결의하면 예산 배정도 끝이라서 저는 김영진 위원장을 찾아가 ‘현장이라도 한 번 가 보고 결정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그날로 버스 한 대를 대절해 농수산위 소속 의원 전체가 현장으로 내려갔어요. 현장을 둘러본 의원들이 내린 결론은 ‘이거 중단하면 큰일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막이 공사가 60%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사업을 중단하면 누가 봐도 엄청난 자연재해와 국고낭비 등 재앙이 초래될 것이 뻔했거든요. 다음날 아침 열린 국회 농수산위에서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새만금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아 사업이 연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공사 중단에 서명한 국회의원들은 현장에 가 보지도 않고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대부분 의원들이 현장에 가보지 못했거나 사업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였다고 봅니다.”
―물막이 공사가 3분의 2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중단할 것을 요청한 환경단체는 사후(事後) 대책이 있었습니까.
“아직 연결되지 않은 부분에 다리를 놓자고 합디다. 그게 뭐 하자는 것인지….”
―어느 시대에나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 정부가 사업을 추진할 때면 반대 논리를 펴는 세력이 있었지요. 고속도로 건설 때도 그렇고, 신공항 건설 때도 그런 주장이 제기되지 않았습니까.
“경부고속도로 만들 때, 훗날 대통령 했던 분들이 길거리에 누워서 시위를 했습니다. 이후 두 분 다 고속도로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한 것으로 압니다. 새만금 때도 순수한 환경단체 같으면 대화를 했을 텐데,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대화가 불가능했어요. 환경단체들은 새만금은 무조건 안 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니까요.”
개발가능한 땅이 서울 전체의 3분의 2
―이제 방조제가 완성됐고, 내부 개발에 돌입해야 할 때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선포된 경제자유구역은 의도한 대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새만금은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국내 지자체에서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하겠다고 선포한 곳은 부산, 대구, 평택, 인천, 새만금, 광양 등 6곳입니다. 이 중 매립을 통해 새로운 땅을 만든 곳은 새만금과 인천의 일부 지역(송도 1700만평·5619만m²)인데, 어느 누구의 이해관계 없이 정부 예산으로 새로운 땅을 조성한 곳은 새만금이 유일합니다.”
―새만금은 백지(白紙)처럼 손 타지 않은 땅이라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새만금 개발은 기존의 옷에 짜깁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새 양복지를 재단해 명품 옷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송도도 간척사업으로 땅을 5619만m²나 조성했지만 평당 조성비용 150만원에 분양가가 600만원이나 돼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새만금은 농지를 30%로 축소하기로 했으니 나머지 70%의 면적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에 미래가 달려 있지요.”
새만금은 전체 면적이 2억8429만m²(8600만평)로 여의도의 140배, 서울 전체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강 위원장은 “산을 뺀 서울의 평지 면적과 비슷한 규모”라고 말했다. 이 중 농지로 이용되는 곳을 제외하면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1억9834만m²(6000만평) 정도다. 이 1억9834만m²의 땅 위에 한국의 미래를 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강 위원장의 구상이다.
강 위원장은 새만금 물막이 사업의 지연이 결과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게 됐다는 이설(異說)을 내놓았다.
“우리가 사업 중단으로 고심하고 있는 동안 중국과 인도가 세계경제 최강국으로 부상하는 등 세계 경제지도가 크게 바뀌었어요. 이제 세계 경제 중심이 될 중국과 인도를 염두에 두고 새만금을 확실하게 디자인할 수 있게 됐으니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죠.”
―강 위원장께서 보시기에 새만금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중국을 바라보고 있고, 앞으로 뭐든지 그릴 수 있는 백지 상태의 땅이라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값싼 땅에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항만을 건설하고 공항까지 만들어 중국과 협력하면 새만금은 세계 경제의 요충지가 될 거예요.
관광산업을 예로 들면 우리는 새만금에 중국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10억원 이상의 자산가가 1억5000만명이나 된다고 해요. 부자가 우리 전체 인구의 3배나 되는 것이죠. 소득 격차가 심해 지금도 해안가 도시에 사는 당 간부나 기업인들의 재산은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규제 없는 국제도시로 건설
―새만금을 중국의 부자들이 찾는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뜻인가요.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의 부자들도 오고 싶어하는 명소로 만들어야죠. 2008년 통계를 보면 390만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찾았는데,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110만명에 불과하더군요. 중국인들을 이곳으로 불러오려면 우선 교통편이 좋아야 합니다. 중국의 춘추항공처럼 빠르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저가 항공사가 운행돼야 해요. 중국 춘추항공이 제주공항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춘추항공 측은 인천을 거치지 않고 제주에 바로 내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 연간 관광객 250만명을 데려오겠다고 했다는군요. 새만금도 이들 저가항공사가 마음대로 드나들게 해야 합니다.”
강 위원장은 “돈 많은 중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교통편과 더불어 그들이 머물며 즐길 수 있는 호텔, 컨벤션센터, 체육시설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말씀하신 것들이 가능하려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규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풀려야 하는데요.
“현재 대한민국에 비자 없이 들어와서 쉬다 갈 수 있는 곳은 제주도가 유일합니다. 새만금도 제주도처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야 합니다. 외환거래에도 시비를 걸지 말아야 합니다. 외환거래를 자유화하고,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하고 교육·의료 서비스 수준을 높이면 이곳에 사람들이 몰릴 겁니다. 아예 눌러앉아 살면서 병 치료도 하고 교육도 받을 거예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런 걸 할 만한 곳은 새만금밖에 없습니다.”
―경관이 빼어난 서해안, 특히 새만금은 관광지로서 경쟁력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다만 외국인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해외에 마케팅할 것이냐가 숙제인 것 같습니다.
“새만금에 해외 투자자들이 오겠느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여건만 갖추면 그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동안 외국기업 유치에 신경을 쓴 중국이 앞으로는 자국 기업을 외국에 내보내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죠. 중간 공정까지 마친 제품을 한국에 보내 완성하면 ‘made in Korea’가 돼 똑같은 상품이라도 3~4배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중국은 잘 알고 있습니다. 또 IT 같은 첨단 분야는 한국 기업연구소 옆에 자리 잡아야 기술 습득이 빠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요. 새만금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만들어주려 합니다.”
1월 말 종합실천계획안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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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한국농촌공사가 새만금 산업단지를 ‘해양ㆍ개방형 워터프론트’ 형태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공개한 산업단지 조감도. |
“작년 12월 중국 톈진(天津)의 빈하이 특구에 가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빈하이 특구는 사회주의 체제라 분양은 없고 임대만 있더군요. 새만금도 전체가 다 정부 땅이니까 분양을 하지 말고 임대로 하면 어떨까. 임대료 면에서 빈하이 특구와 새만금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 많은 해외 투자자가 우리 쪽으로 오지 않겠습니까.”
―이명박 정부 들어 새만금을 동북아경제중심지, 녹색성장 거점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거기에 걸맞은 청사진이 나와 있습니까.
“1월 28일에 새만금에 대한 기본구상과 종합실천계획안을 확정 발표합니다. 그걸 기준으로 관계 부처가 모여 도로를 어디로 내고, 각종 용도별 도시조성 계획을 세우고 항만은 어디에 지을지 등 마스터플랜을 만들게 됩니다.”
강 위원장은 “마스터플랜은 1년 정도면 완성될 것”이라고 했다.
“새만금에는 아직 물속에 잠겨 있는 미래의 땅도 있지만 이미 땅으로 조성된 곳도 있어요. 조성된 지역은 올 초부터 투자자를 모집해 개발에 착수할 수 있습니다.”
―새만금의 경우 3.3㎡(1평)당 조성원가가 50만원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조성원가를 50만원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만 소유권을 국가가 갖고 있기 때문에 임대할 경우 더 싸게 내릴 수 있어요. 신문에 보니까 세종시가 50만㎡ 이상 개발 기업에게 원형지 형태로 3.3㎡당 36만~40만원 정도로 싸게 분양한다고 나와 있던데, 전기·도로 등 기반시설을 해 주지 않을 경우 추가비용이 들기 때문에 결코 싼 것이 아닙니다. 기본 인프라를 국가가 모두 깔아주면서도 평당 50만원 정도인 새만금이야말로 경쟁력이 있는 것이죠.”
새만금 방조제는 총 사업부지가 420ha다. 이 중 주변 환경과 잠재적 경쟁력이 뛰어난 신시도와 야미도 구간(3호 방조제)의 부지 200ha를 민간투자 유치로 우선 개발한다. 또 2008년 4월에 지정된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5개 지구 6698㏊) 중 새만금 지역에 있는 산업지구 1870㏊를 올 하반기부터 분양한다.
새만금 산업지구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미래형 첨단 신산업 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2018년까지 총 1조9437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우선 1-①공구 190㏊를 2012년까지 조성하기 위해 공유수면매립권리 양도·양수 인가 등의 법적 절차를 밟는 동시에 2009년 3월 매립 공사를 시작했다. 현재 96%의 매립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새만금 통합시 만들어야
이에 따라 수요자 중심으로 산업용지를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대행개발 방식을 도입하고, 올 하반기에는 선(先)분양하여 2012년부터는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주로 어느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나요.
“큰 기업들은 대부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정부에서 50%, 지자체에서 50%를 책임지는 매칭펀드 방식을 도입하는 바람에 인프라 건설이 제대로 안되는 등 문제가 생겼는데요.
“인천은 땅을 조성하는 데 있어 정부가 기반시설만 좀 갖춰주었을 뿐 매립은 인천개발공사가 자본을 댔습니다.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땅을 분양해 얻은 이익금으로 개발을 하고 있어요. 매립하는 데 150만원이 들어갔다면 300만원이나 500만원을 받아 이익을 내서 사업을 추진하는 식이죠. 그러다 보니 땅 장사를 하는 것으로 비치는 겁니다. 새만금은 정부 책임으로 조성한 땅이라 꼭 이익을 남길 필요는 없어요.”
―사업이 농지 중심에서 복합단지로 바뀌면서 힘든 부분은 없습니까.
“주무부처가 많아 추진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농지 중심일 경우에는 추진주체가 농림부 한 곳이었는데, 복합단지로 방향이 바뀌면서 문화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등이 참여하게 됐어요. 이 때문에 각 부처들이 각기 다른 의견을 내세우면 합리적 의사결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추진체계를 하루빨리 단일화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새만금 개발을 위해 염두에 둔 벤치마킹 모델이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베니스, 암스테르담 얘기를 하는데 먼 장래를 보고 건설하는 새만금은 어디서 모델을 가져오기는 어렵습니다. 새만금은 새만금만의 독창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는 곳이니까요.”
―최근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등이 새만금 영토권를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땅이 만들어지면 자기 걸 더 많이 차지하려는 싸움이지요. 앞으로 이런 싸움을 없애려면 세종시가 들어설 공주시와 연기군이 통합하듯이 통합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만금이 빈하이와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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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3월 18일 농림수산식품부 업무 보고를 받은 후 새만금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강현욱 당시 새만금 TF 팀장과 헬기를 타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새만금과 세종시는 성격과 차원이 다릅니다. 면적이나 건설 기간도 다르고요.”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이 발표되면 ‘새만금이 어떤 방향으로 간다’는 마스터플랜이 확정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마스터플랜을 보고 투자자들은 어디에 땅을 확보하는 게 유리한지 판단하고 투자자들이 땅을 선택할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려고 합니다.”
―새만금 지역의 매립이 끝나는 시기는 언제입니까.
“앞으로 10년 동안 열심히 하면 토지는 70% 정도는 완성될 것입니다.”
―2020년쯤에나 70%의 땅이 완성된다는 얘기네요.
“새만금 사업은 현재 1단계 토지계획에 안 들어가 있더라도, 투자자들이 필요한 땅이라고 말하면 먼저 개발할 수 있습니다. 즉 수요 여부에 따라 유연성 있게 대처할 계획입니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새만금은 물류, IT, 녹색성장, 관광 등 복합적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영종도 하면 ‘동북아 물류중심’, 부산 하면 ‘동북아의 허브 항만’ 이런 식으로 새만금을 좀 더 단순한 이미지로 상징화할 수는 없을까요.
“저는 중국 투자자들에게 새만금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은 우리보다 늦게 시작해서 새만금의 5배나 되는 빈하이 특구를 거의 완성했다. 반면 우리는 공사를 오래 끌면서 중국인들에게 두 가지를 얻었다.
첫째, 20년 전 우리가 물막이 공사를 시작해 계획대로 10년 전에 땅을 만들었다면 우리는 중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물막이 공사로 20년을 끄는 동안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 급부상해 중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 바로 이 시기에 새만금 개발이 본격화되는 만큼 중국과 우리가 힘을 합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둘째, 교토의정서니, 코펜하겐 기후변화 대책회의니 하며 지구온난화 문제로 전 세계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환경과 수질 문제가 지구인의 공통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새만금은 지난 20년 동안 환경단체로부터 수없이 비판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환경 문제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게 돼 새만금을 녹색성장의 시범단지로 만들 계획이다. 그러니 이제는 중국이 우리에게 배워야 할 차례다.’
이렇게 얘기했더니 박수를 치며 좋아하더군요.”
강 위원장은 이런 말도 했다.
“중국은 아직도 많이 배워야 해요. 톈진에 가서 타워에 올라가 보니 매연 때문에 도시 경관이 보이질 않아요. 이런 상태에서 관광이니, 삶의 질이니 하는 것을 따지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방조제 완공 행사에 세계 각국 정부인사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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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 제2방조제. 왼쪽바다가 내해, 오른쪽이 외해다. 멀리 보이는 육지는 전북 부안군 일대. |
“일부 언론이 새만금을 환경파괴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라고 보도해서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 제가 ‘새만금코리아’라는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데, 월 5만 부씩 찍어 전국 방방곡곡에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언론사에도 홍보를 하고 있고요.”
―방조제 완공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나요.
“각국의 정부인사는 물론 언론인과 학자들을 초빙하는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방조제는 지난 연말에 이미 완공했습니다만,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와서 올해 4월로 연기했어요.”
강 위원장은 “작년에 방조제 공사 현장에 250만명 정도가 다녀갔다”면서 “당시에는 도로가 완공되기 전이라 사람들이 많이 못 들어왔는데도 그 정도였으니, 도로가 완공된 올해는 500만~600만명 정도는 새만금을 다녀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 6월에는 새만금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줄 60분짜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디스커버리’ 채널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만금과 관련해서 당부한 말은 없었습니까.
“이명박 대통령께서 농지를 30%로 줄이고, 나머지 70%의 땅에 복합단지를 만들자고 결정했습니다. 인수위 때 그분과 새만금에 대해 토론하고 보고도 했는데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시간이 좀 걸려도 상관없지만 바로 치고 나갈 부분은 지체하지 말라’며 ‘산업기지 빨리 착공하시오, 방조제 주변 땅도 빨리 분양하시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이제 새만금은 물막이 공사가 끝났으니 토지 조성사업과 마스터플랜을 그리는 일이 남았다. 강 위원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새만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고 있는 황금의 땅”이다.
새만금은 갈등의 해소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라든가, 국가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등등 우리에게 큰 교훈을 던져주었다. 이런 교훈이 빛을 발하려면 물결 찰랑대는 담수호를 땅으로 바꾼 그곳에 한국의 미래를 견인하는 거대한 성장동력 콤비나트, 클러스터를 확고부동하게 건설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시대 지도층이 미래의 한국인에게 시간과 비용을 낭비한 죄, 갈등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죄에 대해 속죄하는 길이 될 것이다.
30년쯤 후 우리는 대한민국의 한쪽에 한국판 상하이 푸둥지구, 한국판 싱가포르 등을 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