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사카 총영사 부임하자마자 총영사관 전면에 대형 태극기 내걸어
⊙ “민주당이 2010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재일동포 참정권 주어질 것”
⊙ “재일동포 사회의 중심인 오사카에 한국대학교 分校 설립이 남은 목표”
吳榮煥
⊙ 1952년 출생.
⊙ 성동고, 서울대 농경제학과 졸업. 일본 와세다대 연수.
⊙ 駐 일본대사관 1등 서기관, 駐 EU대표부 참사관, 외교통상부 지역통상국 아태통상담당심의관,
駐 삿포로총영사관 총영사 역임.
⊙ “민주당이 2010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재일동포 참정권 주어질 것”
⊙ “재일동포 사회의 중심인 오사카에 한국대학교 分校 설립이 남은 목표”
吳榮煥
⊙ 1952년 출생.
⊙ 성동고, 서울대 농경제학과 졸업. 일본 와세다대 연수.
⊙ 駐 일본대사관 1등 서기관, 駐 EU대표부 참사관, 외교통상부 지역통상국 아태통상담당심의관,
駐 삿포로총영사관 총영사 역임.
2009년은 재일동포들에게 변혁의 해였다. 2009년 2월 우리 정부는 공직선거법을 개정, 19세 이상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주기로 했다. 재외국민은 대한민국 국적으로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현재 일본에서 귀화하지 않고 영주권을 얻어 사는 재일동포들이 여기에 속한다.
6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은 2009년 11월 9일 “在日(재일)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참정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이번 회기 안에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공명당도 긍정적이다.
일본 지방참정권 법안이 처리되면, 재일동포들의 숙원 사업 두 가지가 모두 처리된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는 모두 59만명. 이 가운데 24만명의 재일동포들이 모여 살고 있는 간사이(關西) 지역 교포사회는 여느 때보다 기대감과 희망으로 출렁대고 있다. 간사이 지역은 오사카府(부), 교토부 등 2부와 효고縣(현), 시가현, 와카야마현, 나라현 등 4현을 아우른다.
오사카 주오區(구) 미도스지(御堂筋)에 있는 오사카 총영사관에서 吳榮煥(오영환) 총영사를 만났다. 그는 일본 근무만 5차례, 총 12년 동안 일본 업무를 담당한 외교부 내의 일본통이다. 오 총영사에게 변화의 흐름 속에서 꿈틀대는 재일동포 사회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지방참정권 법안이 통과되면 韓日(한일) 관계와 재일동포들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며 “대한민국 民官(민관)이 힘을 합쳐 참정권 법안 통과에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영사관 정문에 나부끼는 대형 태극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사카의 심장에 해당하는 이곳에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설치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총영사관 정문에 있는 태극기와 태극기 아래 있는 동판은 사연이 많아요. 총영사관 건물은 1974년에 오사카 지역 재일동포들의 성금으로 지었습니다. 당시 재일민단(이하 민단)이 주축이 되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어요. 하지만 돈은 모았는데 땅을 살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오사카의 얼굴인 미도스지 땅을 조선 사람에게 팔 수 없다’고 거부한 거예요. 그래서 오사카 민단 韓綠春(한녹춘) 고문의 일본인 부인 이름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대한민국 정부에 헌납했어요. 동판에는 그분들의 이름과 피땀이 서려 있습니다.”
재일동포 참정권 문제
오영환 총영사가 부임하기 전까지 동판과 태극기는 총영사관 건물 9층에 있었다. 오 총영사는 “오사카를 찾는 한국 사람들이 재일동포들의 애국심을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사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재일동포사회는 이를 무척 반겼다. 洪性仁(홍성인) 前(전) 오사카 민단 단장은 “1974년 총영사관 건물이 완성됐을 때 동포들이 모두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며 “오영환 총영사가 몇십 년간 외로이 있던 태극기와 동판을 정문으로 옮겨주어 고맙다”고 했다. 다시 오 총영사와 나눈 얘기다.
―우리나라 광화문 한복판에 대형 일장기가 나부끼는 것과 비슷한데, 시비를 거는 일본 사람들은 없습니까.
“일본 우익들이 차를 몰고 와서 경적을 울리고, 확성기를 틀어대서 짜증은 좀 납니다. 하지만 일본 경찰들이 잘 지켜 주고 있어 문제는 없습니다.”
―태극기 걸어 놓은 것만으로 시비를 거는 것이 일본 사회인데, 재일동포들에게 지방 참정권을 주겠습니까.
“재일동포들에게 참정권을 주는 문제는 자민당과 보수 진영이 반대를 하고 있어요. 현재 참정권을 주는 데 찬성하는 쪽이 6, 반대가 3 정도입니다. 정치하는 입장에서는 반대하는 3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 문제는 민주당 정권이 2010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해서 다수당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오영환 총영사는 “2009년 10월 오사카 민단에서 오사카부 중의원 당선자 간담회를 가졌는데 전체 21명 가운데 18명이 간담회에 왔다”며 “재일동포 사회에 대한 일본 政街(정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해 볼 만하다”고 했다.
―간사이 지역의 여론은 어떻습니까.
“간사이 지역은 재일동포 사회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호의적입니다. 지난 1993년 오사카부 기시와다(岸和田)시 의회에서 재일동포 지방참정권 인정을 결의했습니다. 간사이 지역의 2부 4현 의회 가운데 39개가 이를 채택했어요. 일본 전체 地自體(지자체)로 보면 52%, 인구 기준으로 89%가 찬성입니다.
제 관할인 2부 3현(효고현 제외) 가운데 와카야마현이 유일하게 반대입니다. 이 지역은 워낙 보수적이라서 지금까지는 반대했지만,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의원이 당선됐어요. 와카야마현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설 겁니다.”
참정권 해결되면 일본 귀화 줄어들 것
―재일동포들이 지방 참정권을 갖는 게 재일동포 사회에 긍정적인가요.
“저는 긍정적인 요소가 크다고 봅니다. 우선, 지역주민으로서 일본 사회와 共生(공생)하며 필요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어요. 이는 동포들의 권익향상에 기여할 거예요. 이렇게 되면 일본에 귀화하는 재일동포들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일본에서 살지만 우리나라 총선과 大選(대선)에 참여하고, 일본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데 굳이 귀화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런 단계가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순화되고 긍정적일 수 있어요. 새로운 한일협력 시대가 오는 거죠. 우리 정부가 1991년부터 지방 참정권 문제에 적극 대응해 왔습니다. 이제 마무리만 잘하면, 재일동포 사회의 70년 숙원이 풀리는 겁니다.”
―오사카 총영사관 규모가 크더군요.
“저희 오사카 총영사관에는 영사만 15명, 행정직원이 30명 있습니다. 규모로 따지면 세계에서 손을 꼽을 정도로 큰 영사관일 겁니다. 그만큼 업무가 많습니다. 오사카 총영사관 관할 지역에 살고 있는 동포들 수가 약 18만명입니다. 저희는 다른 영사관처럼 일반 영사 업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포들의 권익향상, 민단조직 활성화, 3~4세들에게 한국어 교육, 동포사회와 일본 주류사회와의 연결 등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2012년 대선부터 해외동포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선거는 어디서 어떻게 합니까.
“아직 완전히 결정된 건 아니지만, 오사카부뿐만 아니라 교토, 와카야마 등에 거주하는 동포들도 오사카 총영사관에 와서 투표를 해야 합니다.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기 위해 한 번, 투표하러 한 번 등 모두 두 번을 와야 하니 번거롭죠. 지역이 넓고 동포가 많은데 한 공간에서 투표를 할 수 없으니,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재일동포들이 해외 유권자 가운데 가장 많겠죠.
“현재 재미교포가 110만명, 재중동포가 41만명, 일본이 59만명이에요.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시민권자들을 제외하면 확 줄어들어요. 재일동포들은 귀화한 분들을 제외했기 때문에 유권자(만 19세 이상 영주권자)만 전체 59만명 가운데 80% 이상일 겁니다. 재일동포들이 다음 대선의 ‘태풍의 눈’입니다.”
―민단 전·현직 간부들을 만나면, 한국 선거 때문에 걱정이 많더군요. 재일동포 특히 민단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쳐야 하는데 벌써부터 ‘한나라당’ ‘민주당’ 등으로 분열 조짐이 있다는 겁니다.
“동포사회의 원로들이 뭘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간사이 지역 동포 사회는 경상도, 제주도민회가 있어요. 원로들은 지금까지 정치화되지 않은 ‘지역성’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하는 겁니다. 두 번째가 이념 문제예요. 이 지역은 친북적인 사람들, 조총련에서 전향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과연 어디로 갈 것이냐’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봅니까.
“선거관리를 잘하고 동포들에게 선거에 대한 교육을 잘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를 하다 보면, 어느 나라나 지역감정 문제 등이 있지 않습니까? 분열을 우려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다양성이거든요. 선거라는 게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 아닙니까? 선거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외교부와 저희 총영사관이 최선을 다해야죠.”
재일동포와 일본 주류사회 연결하는 게 임무
―오사카 총영사관이 다른 지역보다 해야 할 일이 많겠군요.
“제가 2007년 9월에 오사카 총영사로 부임하기 전, 도쿄 대사관에서 7년 반, 삿포로 총영사관에서 2년 반을 일했습니다. 10년 넘은 일본생활의 노하우를 오사카 재일동포 사회를 위해서 쏟으라고 본부에서 저를 오사카로 보냈을 겁니다. 제 외교관 생활을 가장 확실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오영환 총영사의 부지런함은 이곳 동포사회에 잘 알려져 있다. 金漢翊(김한익) 현 오사카 민단 단장은 오 총영사를 두고 “1주일 내내 2부 4현의 어떤 동포 행사에 가도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했고, 홍성인 전 단장은 “지금까지 부임한 총영사 가운데 가장 부지런하다”고 했다. 다시 오 총영사와 나눈 얘기.
―총영사관이 재일동포 사회를 위해서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일이 뭡니까.
“저는 동포사회가 일본에서 인정받고, 동포들이 일본 유력 인사들과 연결되는 게 중요합니다. 총영사 부임 이후, 총영사관 주최로 만찬을 하거나 간담회를 할 때 저는 민단과 재일동포 오사카 상공회의소 간부들을 항상 초대했습니다. 이분들이 그런 자리에서 간사이 지역의 일본인 지도자들과 인연을 맺는 게 얼마나 중요합니까? 지금까지 동포와 일본 주류사회의 네트워킹을 도와주는 데 다소 소홀했습니다.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오영환 총영사에 따르면, 2008년 재일동포 오사카 상공회의소 55주년 기념행사에 일본 오사카 상공회의소 회장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재일동포 상공회의소에서는 매년 일본 상공회의소 회장을 초대하고 싶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오 총영사는 “한국 정부의 대표인 총영사의 요청을 일본 사회 지도자들이 이제는 대놓고 ‘노(no)’라고 하지 않는다”며 “총영사로 있는 동안 동포와 일본 主流(주류) 사회를 끊임없이 연결시킬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 ‘우토로’ 지역 땅 매입
―몇 해 전 ‘우토로’(편집자 주: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5번지에 있는 재일동포 집단 거류지)가 곧 철거될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한국에서도 ‘우토로’ 철거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습니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우토로는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중 교토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일본 정부에 의해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약 1300명이 함바(노동자가 집단으로 합숙하던 가건물)를 만들어 생활하면서부터 만들어진 곳입니다. 토지 소유자인 닛산자동차에서 토지반환소송과 퇴거소송을 내서 최고재판소까지 모두 승소했습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을 위해 우리 정부가 대신 토지를 사기로 결정했어요. 2007년 제가 부임하자마자, 국회에서 30억원의 예산을 승인해 줬어요. 현재 정부 법인과 우토로 주민 법인 두 개를 만들어서 토지매입 절차를 밟고 있어요. 정부 법인은 제가 설립자로 돼 있습니다. 조만간 토지 매입이 완료되면 문제 없이 해결됩니다.”
오 총영사는 “광복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동포사회에서 받기만 해 왔다”며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동포들의 경제기반 마련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다.
“오사카 민단에서 복지관을 짓는 데 토지가 약 2600㎡(약 800평)가 필요합니다. 대략 약 3억 엔(40억원)이 필요해요. 예산이 없어 몇 년째 토지를 매입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총영사로 부임해서 그 얘기를 듣고 ‘지금까지 정부가 동포들을 위해 해준 게 없다. 동포들 돈 1엔도 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정부도 제 생각에 동의해 줬습니다.”
한국 정부는 오사카 총영사관을 통해 복지관 토지·설립 자금 전부를 보냈다. 또 교토에 있는 ‘고향의 집’을 짓는 데도 3000만 엔(4억원)을 지원했다.
오 총영사는 오사카 지역에 있는 코리아 타운 활성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70년 넘은 재일동포 사회답지 않게 오사카 코리아 타운은 영세하고 낡았다.
“저희 총영사관에서 요코하마에 있는 차이나타운을 둘러보고 차이나타운이 활성화되는 원동력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동포사회의 기업인 몇 분과 함께 침체되고 낡은 코리아 타운을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할 일은 많은데 예산은 충분합니까.
“2008년 말부터 엔화가 강세라 예산이 30~40% 삭감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오사카에 한국 대학교 分校 설립
―예산이 부족해 가장 아쉬운 부분이 뭡니까.
“총영사관 주최로 1년에 한 번 연말에 리셉션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지금은 예산부족으로 매년 열지 못해요. 지금까지 사귄 일본의 정계, 재계, 언론계 인사들을 한자리에 초청해 한국과 재일동포 사회를 잘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또 하나는 재일동포들의 피땀, 애국심이 서려 있는 우리 총영사관 공관의 현대화 작업을 꼭 하고 싶어요. 공관은 1974년에 만든 건물이라 이제 너무 낡았어요. 위치나 규모 면에서 어느 나라 대사관, 총영사관보다 우리가 압도적입니다. 오사카 재일동포 사회의 상징인 이 건물을 그대로 방치하면 안된다고 봐요.”
지난 1980년 와세다대에서 연수를 하면서 일본과 인연을 맺은 오 총영사는 “현재 한국의 위상은 당시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는 수치가 하나 있습니다. 1980년 와세다대 유학 당시 한일 GDP 비율이 1 대 20이었습니다. ‘언제 이 나라를 쫓아가나’ 한숨만 나오더군요. 그런데 지금은 1 대 5입니다. 이렇게 성장한 대한민국이 일본에 대학교 하나, 아니 한국 주요 대학교의 分校(분교) 하나를 못 만들었습니다. 오사카에 민족고등학교가 3곳 있지만, 정원을 반도 못 채우고 있어요. 이 학교를 나오면 일본 대학교 진학이 어렵기 때문이죠.
민족의식을 가지고 한국어 일본어를 모두 할 수 있는 교포 자녀들이 모두 일본 대학교로 진학해 일본인이 돼 가고 있습니다. 한국 대학교가 설립되면 그 과정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어요. 재일동포 1세대 1.5세대가 돌아가기 전에, 오사카에 한국의 대학교를 세우는 게 동포사회와 저의 큰 꿈이자 과제입니다.”⊙
6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은 2009년 11월 9일 “在日(재일)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참정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이번 회기 안에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공명당도 긍정적이다.
일본 지방참정권 법안이 처리되면, 재일동포들의 숙원 사업 두 가지가 모두 처리된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는 모두 59만명. 이 가운데 24만명의 재일동포들이 모여 살고 있는 간사이(關西) 지역 교포사회는 여느 때보다 기대감과 희망으로 출렁대고 있다. 간사이 지역은 오사카府(부), 교토부 등 2부와 효고縣(현), 시가현, 와카야마현, 나라현 등 4현을 아우른다.
오사카 주오區(구) 미도스지(御堂筋)에 있는 오사카 총영사관에서 吳榮煥(오영환) 총영사를 만났다. 그는 일본 근무만 5차례, 총 12년 동안 일본 업무를 담당한 외교부 내의 일본통이다. 오 총영사에게 변화의 흐름 속에서 꿈틀대는 재일동포 사회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지방참정권 법안이 통과되면 韓日(한일) 관계와 재일동포들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며 “대한민국 民官(민관)이 힘을 합쳐 참정권 법안 통과에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영사관 정문에 나부끼는 대형 태극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사카의 심장에 해당하는 이곳에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설치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총영사관 정문에 있는 태극기와 태극기 아래 있는 동판은 사연이 많아요. 총영사관 건물은 1974년에 오사카 지역 재일동포들의 성금으로 지었습니다. 당시 재일민단(이하 민단)이 주축이 되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어요. 하지만 돈은 모았는데 땅을 살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오사카의 얼굴인 미도스지 땅을 조선 사람에게 팔 수 없다’고 거부한 거예요. 그래서 오사카 민단 韓綠春(한녹춘) 고문의 일본인 부인 이름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대한민국 정부에 헌납했어요. 동판에는 그분들의 이름과 피땀이 서려 있습니다.”
재일동포 참정권 문제
 |
| 오사카 심장부인 미도스지에 펄럭이는 태극기. 이 거리에 자국 국기를 걸어놓은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
재일동포사회는 이를 무척 반겼다. 洪性仁(홍성인) 前(전) 오사카 민단 단장은 “1974년 총영사관 건물이 완성됐을 때 동포들이 모두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며 “오영환 총영사가 몇십 년간 외로이 있던 태극기와 동판을 정문으로 옮겨주어 고맙다”고 했다. 다시 오 총영사와 나눈 얘기다.
―우리나라 광화문 한복판에 대형 일장기가 나부끼는 것과 비슷한데, 시비를 거는 일본 사람들은 없습니까.
“일본 우익들이 차를 몰고 와서 경적을 울리고, 확성기를 틀어대서 짜증은 좀 납니다. 하지만 일본 경찰들이 잘 지켜 주고 있어 문제는 없습니다.”
―태극기 걸어 놓은 것만으로 시비를 거는 것이 일본 사회인데, 재일동포들에게 지방 참정권을 주겠습니까.
“재일동포들에게 참정권을 주는 문제는 자민당과 보수 진영이 반대를 하고 있어요. 현재 참정권을 주는 데 찬성하는 쪽이 6, 반대가 3 정도입니다. 정치하는 입장에서는 반대하는 3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 문제는 민주당 정권이 2010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해서 다수당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오영환 총영사는 “2009년 10월 오사카 민단에서 오사카부 중의원 당선자 간담회를 가졌는데 전체 21명 가운데 18명이 간담회에 왔다”며 “재일동포 사회에 대한 일본 政街(정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해 볼 만하다”고 했다.
―간사이 지역의 여론은 어떻습니까.
“간사이 지역은 재일동포 사회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호의적입니다. 지난 1993년 오사카부 기시와다(岸和田)시 의회에서 재일동포 지방참정권 인정을 결의했습니다. 간사이 지역의 2부 4현 의회 가운데 39개가 이를 채택했어요. 일본 전체 地自體(지자체)로 보면 52%, 인구 기준으로 89%가 찬성입니다.
제 관할인 2부 3현(효고현 제외) 가운데 와카야마현이 유일하게 반대입니다. 이 지역은 워낙 보수적이라서 지금까지는 반대했지만,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의원이 당선됐어요. 와카야마현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설 겁니다.”
참정권 해결되면 일본 귀화 줄어들 것
―재일동포들이 지방 참정권을 갖는 게 재일동포 사회에 긍정적인가요. “저는 긍정적인 요소가 크다고 봅니다. 우선, 지역주민으로서 일본 사회와 共生(공생)하며 필요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어요. 이는 동포들의 권익향상에 기여할 거예요. 이렇게 되면 일본에 귀화하는 재일동포들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일본에서 살지만 우리나라 총선과 大選(대선)에 참여하고, 일본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데 굳이 귀화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런 단계가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순화되고 긍정적일 수 있어요. 새로운 한일협력 시대가 오는 거죠. 우리 정부가 1991년부터 지방 참정권 문제에 적극 대응해 왔습니다. 이제 마무리만 잘하면, 재일동포 사회의 70년 숙원이 풀리는 겁니다.”
―오사카 총영사관 규모가 크더군요.
“저희 오사카 총영사관에는 영사만 15명, 행정직원이 30명 있습니다. 규모로 따지면 세계에서 손을 꼽을 정도로 큰 영사관일 겁니다. 그만큼 업무가 많습니다. 오사카 총영사관 관할 지역에 살고 있는 동포들 수가 약 18만명입니다. 저희는 다른 영사관처럼 일반 영사 업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포들의 권익향상, 민단조직 활성화, 3~4세들에게 한국어 교육, 동포사회와 일본 주류사회와의 연결 등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2012년 대선부터 해외동포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선거는 어디서 어떻게 합니까.
“아직 완전히 결정된 건 아니지만, 오사카부뿐만 아니라 교토, 와카야마 등에 거주하는 동포들도 오사카 총영사관에 와서 투표를 해야 합니다.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기 위해 한 번, 투표하러 한 번 등 모두 두 번을 와야 하니 번거롭죠. 지역이 넓고 동포가 많은데 한 공간에서 투표를 할 수 없으니,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재일동포들이 해외 유권자 가운데 가장 많겠죠.
“현재 재미교포가 110만명, 재중동포가 41만명, 일본이 59만명이에요.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시민권자들을 제외하면 확 줄어들어요. 재일동포들은 귀화한 분들을 제외했기 때문에 유권자(만 19세 이상 영주권자)만 전체 59만명 가운데 80% 이상일 겁니다. 재일동포들이 다음 대선의 ‘태풍의 눈’입니다.”
―민단 전·현직 간부들을 만나면, 한국 선거 때문에 걱정이 많더군요. 재일동포 특히 민단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쳐야 하는데 벌써부터 ‘한나라당’ ‘민주당’ 등으로 분열 조짐이 있다는 겁니다.
“동포사회의 원로들이 뭘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간사이 지역 동포 사회는 경상도, 제주도민회가 있어요. 원로들은 지금까지 정치화되지 않은 ‘지역성’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하는 겁니다. 두 번째가 이념 문제예요. 이 지역은 친북적인 사람들, 조총련에서 전향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과연 어디로 갈 것이냐’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봅니까.
“선거관리를 잘하고 동포들에게 선거에 대한 교육을 잘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를 하다 보면, 어느 나라나 지역감정 문제 등이 있지 않습니까? 분열을 우려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다양성이거든요. 선거라는 게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 아닙니까? 선거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외교부와 저희 총영사관이 최선을 다해야죠.”
재일동포와 일본 주류사회 연결하는 게 임무
 |
| 2008년 4월 오영환 총영사가 히라마츠 구니오(平松邦夫) 전 오사카부 지사(좌측 첫 번째), 김한익 오사카 민단단장(좌측 세 번째)과 새로 단장한 총영사관 민원실을 둘러보고 있다. |
“제가 2007년 9월에 오사카 총영사로 부임하기 전, 도쿄 대사관에서 7년 반, 삿포로 총영사관에서 2년 반을 일했습니다. 10년 넘은 일본생활의 노하우를 오사카 재일동포 사회를 위해서 쏟으라고 본부에서 저를 오사카로 보냈을 겁니다. 제 외교관 생활을 가장 확실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오영환 총영사의 부지런함은 이곳 동포사회에 잘 알려져 있다. 金漢翊(김한익) 현 오사카 민단 단장은 오 총영사를 두고 “1주일 내내 2부 4현의 어떤 동포 행사에 가도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했고, 홍성인 전 단장은 “지금까지 부임한 총영사 가운데 가장 부지런하다”고 했다. 다시 오 총영사와 나눈 얘기.
―총영사관이 재일동포 사회를 위해서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일이 뭡니까.
“저는 동포사회가 일본에서 인정받고, 동포들이 일본 유력 인사들과 연결되는 게 중요합니다. 총영사 부임 이후, 총영사관 주최로 만찬을 하거나 간담회를 할 때 저는 민단과 재일동포 오사카 상공회의소 간부들을 항상 초대했습니다. 이분들이 그런 자리에서 간사이 지역의 일본인 지도자들과 인연을 맺는 게 얼마나 중요합니까? 지금까지 동포와 일본 주류사회의 네트워킹을 도와주는 데 다소 소홀했습니다.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오영환 총영사에 따르면, 2008년 재일동포 오사카 상공회의소 55주년 기념행사에 일본 오사카 상공회의소 회장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재일동포 상공회의소에서는 매년 일본 상공회의소 회장을 초대하고 싶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오 총영사는 “한국 정부의 대표인 총영사의 요청을 일본 사회 지도자들이 이제는 대놓고 ‘노(no)’라고 하지 않는다”며 “총영사로 있는 동안 동포와 일본 主流(주류) 사회를 끊임없이 연결시킬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 ‘우토로’ 지역 땅 매입
―몇 해 전 ‘우토로’(편집자 주: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5번지에 있는 재일동포 집단 거류지)가 곧 철거될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한국에서도 ‘우토로’ 철거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습니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우토로는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중 교토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일본 정부에 의해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약 1300명이 함바(노동자가 집단으로 합숙하던 가건물)를 만들어 생활하면서부터 만들어진 곳입니다. 토지 소유자인 닛산자동차에서 토지반환소송과 퇴거소송을 내서 최고재판소까지 모두 승소했습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을 위해 우리 정부가 대신 토지를 사기로 결정했어요. 2007년 제가 부임하자마자, 국회에서 30억원의 예산을 승인해 줬어요. 현재 정부 법인과 우토로 주민 법인 두 개를 만들어서 토지매입 절차를 밟고 있어요. 정부 법인은 제가 설립자로 돼 있습니다. 조만간 토지 매입이 완료되면 문제 없이 해결됩니다.”
오 총영사는 “광복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동포사회에서 받기만 해 왔다”며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동포들의 경제기반 마련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다.
“오사카 민단에서 복지관을 짓는 데 토지가 약 2600㎡(약 800평)가 필요합니다. 대략 약 3억 엔(40억원)이 필요해요. 예산이 없어 몇 년째 토지를 매입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총영사로 부임해서 그 얘기를 듣고 ‘지금까지 정부가 동포들을 위해 해준 게 없다. 동포들 돈 1엔도 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정부도 제 생각에 동의해 줬습니다.”
한국 정부는 오사카 총영사관을 통해 복지관 토지·설립 자금 전부를 보냈다. 또 교토에 있는 ‘고향의 집’을 짓는 데도 3000만 엔(4억원)을 지원했다.
오 총영사는 오사카 지역에 있는 코리아 타운 활성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70년 넘은 재일동포 사회답지 않게 오사카 코리아 타운은 영세하고 낡았다.
“저희 총영사관에서 요코하마에 있는 차이나타운을 둘러보고 차이나타운이 활성화되는 원동력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동포사회의 기업인 몇 분과 함께 침체되고 낡은 코리아 타운을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할 일은 많은데 예산은 충분합니까.
“2008년 말부터 엔화가 강세라 예산이 30~40% 삭감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오사카에 한국 대학교 分校 설립
―예산이 부족해 가장 아쉬운 부분이 뭡니까.
“총영사관 주최로 1년에 한 번 연말에 리셉션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지금은 예산부족으로 매년 열지 못해요. 지금까지 사귄 일본의 정계, 재계, 언론계 인사들을 한자리에 초청해 한국과 재일동포 사회를 잘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또 하나는 재일동포들의 피땀, 애국심이 서려 있는 우리 총영사관 공관의 현대화 작업을 꼭 하고 싶어요. 공관은 1974년에 만든 건물이라 이제 너무 낡았어요. 위치나 규모 면에서 어느 나라 대사관, 총영사관보다 우리가 압도적입니다. 오사카 재일동포 사회의 상징인 이 건물을 그대로 방치하면 안된다고 봐요.”
지난 1980년 와세다대에서 연수를 하면서 일본과 인연을 맺은 오 총영사는 “현재 한국의 위상은 당시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는 수치가 하나 있습니다. 1980년 와세다대 유학 당시 한일 GDP 비율이 1 대 20이었습니다. ‘언제 이 나라를 쫓아가나’ 한숨만 나오더군요. 그런데 지금은 1 대 5입니다. 이렇게 성장한 대한민국이 일본에 대학교 하나, 아니 한국 주요 대학교의 分校(분교) 하나를 못 만들었습니다. 오사카에 민족고등학교가 3곳 있지만, 정원을 반도 못 채우고 있어요. 이 학교를 나오면 일본 대학교 진학이 어렵기 때문이죠.
민족의식을 가지고 한국어 일본어를 모두 할 수 있는 교포 자녀들이 모두 일본 대학교로 진학해 일본인이 돼 가고 있습니다. 한국 대학교가 설립되면 그 과정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어요. 재일동포 1세대 1.5세대가 돌아가기 전에, 오사카에 한국의 대학교를 세우는 게 동포사회와 저의 큰 꿈이자 과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