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어떻게, 얼마나 불편을 주는가를 한번 테스트해 보려고 장난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소식지에다 노조 파업이 즐겁다고 한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어.”
⊙ 노조의 파업 속내는 공기업 선진화 반대와 해고자 복직 요구
⊙ 철도노조 전임자는 정부 기준의 3배가 넘는 61명. 해고자가 강성 노조 주도
⊙ “기차가 멈추는 극단적인 상황이 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다짐
⊙ 노조의 ‘경고 파업’은 ‘억지 파업’으로, 준법투쟁은 ‘憑法怠業(빙법태업)’으로 용어 바꿔버려
許准榮
⊙ 1952년 대구 출생.
⊙ 경북고·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프랑스 국제행정대학원 수료.
명지대 대학원 산업공학 박사.
⊙ 제14회 외무고시 합격. 駐(주)프랑스 대사관 3등 서기관, 외무부 정보문화국 사무관,
경찰청 중앙경찰학교장, 강원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 역임.
취재지원 : 朴熙錫 月刊朝鮮 인턴기자
⊙ 노조의 파업 속내는 공기업 선진화 반대와 해고자 복직 요구
⊙ 철도노조 전임자는 정부 기준의 3배가 넘는 61명. 해고자가 강성 노조 주도
⊙ “기차가 멈추는 극단적인 상황이 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다짐
⊙ 노조의 ‘경고 파업’은 ‘억지 파업’으로, 준법투쟁은 ‘憑法怠業(빙법태업)’으로 용어 바꿔버려
許准榮
⊙ 1952년 대구 출생.
⊙ 경북고·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프랑스 국제행정대학원 수료.
명지대 대학원 산업공학 박사.
⊙ 제14회 외무고시 합격. 駐(주)프랑스 대사관 3등 서기관, 외무부 정보문화국 사무관,
경찰청 중앙경찰학교장, 강원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 역임.
취재지원 : 朴熙錫 月刊朝鮮 인턴기자
지난 2009년 12월 3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11월 26일부터 8일째 파업을 벌여오던 철도노조의 기자회견이었다. 이 자리에서 철도노조는 “우리는 피로와 피곤을 털어내고 부당하고 불법적인 정부와 철도공사에 당당히 맞서는 투쟁을 준비하기 위해 철도 현장으로 복귀한다”며 “철도공사는 성실하고 합리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날 ‘사랑하는 2만5000 철도조합원 동지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잠시 현장으로 돌아가 3차 파업을 준비하자는 명령을 내리고자 한다”며 파업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철도노조는 使側(사측)의 단체협약 일방 해지와 불성실교섭을 이유로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었다.
철도노조는 이날 “투쟁을 준비하기 위해 현장으로 복귀한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를 ‘白旗(백기) 투항’으로 보도했다. 철도노조가 8일간의 파업을 통해 사측으로부터 얻어낸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 철도노조의 파업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반발하며 철도·발전·가스 등 공공부문을 묶어 파업 투쟁을 벌여온 민주노총의 투쟁력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철도·발전·가스 등 공공부문 산하 노조들이 참여한 가운데 2009년 11월 6일 한시적 총파업을 벌였다. 그 핵심에 철도노조가 있었다. 철도노조의 성과 없는 파업으로 공공부문 총파업의 동력이 상실된 것이다.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를 이끌어 낸 것은 법과 원칙이었고, 그 중심에는 2009년 3월 한국철도공사 사장에 부임한 許准榮(허준영) 前(전) 경찰청장이 있었다. 허준영 사장은 “파업 기간 중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을 많이 흘렸더니 눈에 다래끼가 다 났다”고 말했다.
―뭐가 그렇게 안타까웠습니까.
“언론에서는 노조와 경영자 측이 싸우는 관계로만 생각하는데, 노조원들도 우리 직원입니다. 파업에 동참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파업에 참여하면 월급도 깎이게 될 텐데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었어요.”
―노조 파업이 끝나고 좀 쉬셨습니까.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노조문제는 일부에 불과해요. 여객과 화물 운송 서비스 문제, 역세권 개발 등 산적한 과제가 많습니다.”
남들이 일하는 날에도 계속 놀겠다는 노조
―단체협약 해지와 사측의 불성실 교섭 문제가 노조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파업 이유였는데요.
“속을 들여다보면 철도노조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선진화를 반대하고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안은 전 국민을 볼모로 할 절박한 상황이 아니잖아요? 추론컨대 우리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기 위한 목적이거나, 노조 집행부의 정치적 야심에 의해 촉발됐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파업을 하면 국민에게 어떻게, 얼마나 불편을 주는가를 한번 테스트해 보려고 장난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조 소식지에다 ‘파업이 즐겁다’고 한 것이나 파업 기간 중 등산을 가거나 리조트로, 찜질방으로 놀러다닌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 사장은 “노조의 파업은 명분도 없을 뿐 아니라 얻을 것도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직원들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월급이 깎이게 되고, 公社(공사) 입장에서는 대체인력에 하루 20만원씩 지급을 해야 합니다. 이 얼마나 큰 손해입니까.”
―2009년 3월에 사장에 취임한 후 벌써 세 번째 파업을 겪으셨습니다.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 직원들이 공무원 평균 임금보다 현저히 낮아서 먹고사는 문제로 고생한다면 제가 앞장서서 해결해 줄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그게 아닙니다.”
―노조 측에서는 허 사장께서 단체교섭에 불성실한 자세를 보였다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단체교섭에 임하시면서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현재 정부기준으로는 20명이어야 할 노조 전임자 수가 철도노조는 61명으로 정부기준의 세 배가 넘습니다. 이것을 줄이자고 하니까 노조는 작년 단체협약에서 64명으로 정했기 때문에 오히려 3명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헌절, 한글날, 노조창립기념일 등 남들이 일하는 날에 쉰다는 것은 협상할 문제도 아니에요.”
허 사장은 “지난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노조가 스스로 시정하고 나와야 하는데,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파업 때 일본에 출장 계획이 잡혀 있었습니다. ‘철도와 환경’이라는 주제로 발표도 하고 일본철도를 견학하기로 돼 있었는데 파업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1월 중순에 우리 철도의 글로벌사업 확장을 위해 리비아 출장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이것도 파업 때문에 연기했어요. 리비아 사람들이 자존심이 굉장히 센데 일정을 연기하자니까 불쾌해 하더군요. 철도공사로서는 큰 손해를 본 셈이죠.”
노조의 속내는 ‘해고자 복직’
―단체교섭의 주요쟁점은 무엇이었나요.
“‘해고자 복직’이었습니다. 노조 측을 비공식적으로 만나 얘기해 보면 결론은 ‘해고자 복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노조 구성을 봐도 요직에는 해고자들이 앉아 돈줄을 쥐고 있어요.”
―해고자들이 강성노조를 이끌고 있는 거군요.
“강성노조는 세 가지 유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첫째는 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무조건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해고자들입니다. 둘째는 과거 불법노동행위로 해고됐다가 복직된 사람들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복직된 것을 영웅시하며 다시 선동적인 노조활동을 일삼고 있습니다. 세 번째 부류는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철도공사에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이런 세 가지 유형의 강경세력으로 인해 철도노조가 순수한 노동조합에서 일탈해 정치세력화해 가고 있는 겁니다.”
―노조에서는 단체협약 해지 등을 통해 경영진이 파업을 유도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말하는 것은 노조의 흑색선전입니다. 철도노조의 전국 파업은 하루 이틀에 준비되는 것이 아닙니다. 파업을 하려면 필수요원을 지정해야 합니다. KTX, 새마을호 등에 50~60%대의 필수유지 요원이 있어야 하는데, 최소 5일 전에 우리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그 명단이 이미 와 있는 상태였습니다. 파업이 전제된 상태에서 대화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었지만, 사측은 끝까지 성실하게 대화에 임했습니다. 그래도 진전이 없으니까 24일 밤에 단체협약 해지를 선언한 겁니다. 파업은 그 이틀 후에 벌어졌잖습니까.”
―노조파업에 대응할 때 파업에 참가한 항공관제사들에게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경고한 후 1만1300명을 해고한 레이건 모델을 참고했습니까.
“저는 경찰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뭐든지 바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 왔습니다. 제가 경찰청장 시절 전국의 가짜 무인단속 카메라를 없앴습니다. 전국에 무인단속 카메라가 5000대가 있었는데 그중 절반이 가짜였어요. 가짜가 값이 싸니까 우선 그거라도 달아서 운전속도를 줄이게 해 사고를 막자는 생각에서 달아놓은 것이죠. 저는 ‘그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꼭 필요하다면 진짜를 달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국민들에게 ‘철도노조 좀 말려 주십시오’라고 호소한 것도 ‘국민들이 이해를 해 주시면 기차가 운행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이 되더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번 파업은 심각한 범죄
―예전 경영진과 달리 강경하게 나가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철도노조의 파업은 일반 공장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이것은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 기차, 비행기를 멈춰 세우는 ‘교통방해죄’는 불특정다수의 국민에게 엄청난 불편을 끼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국민들께 ‘국민 여러분, 철도 노조 좀 말려 주십시오’라고 일러바쳤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자사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번 파업에서 노조의 백기 투항을 본 주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각 공사의 사장님, 기업인, 시민들이 많은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격려 전화가 많이 와서 휴대폰 배터리가 하루 3개도 모자랍니다. 어제 목욕탕에 갔더니 어찌나 많은 분이 인사를 하시는지…. 저는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고 하면 바로 고쳐주라고 합니다. 경영진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것을 노조가 챙겨주면 즐겁고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는데, 왜 항상 노조가 반목하고 발목 잡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지 안타깝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별칭이 ‘허철도’에서 ‘미스터 원칙’으로 바뀔 것 같은데요.
“기자들이 자꾸 ‘법과 원칙대로 할 거냐’고 물어보는데, 그건 당연한 것이지 특별한 각오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반응을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의 법과 원칙이 얼마나 흔들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憑法怠業(빙법태업), 억지파업 같은 강한 용어를 사용하던데 직접 용어를 만드신 건가요.
“2009년 9월 파업 때 노조에서 ‘경고파업’이라고 했는데, 공사에서도 노조의 말을 받아서 ‘0월 0일부터 경고파업한다’고 썼습니다. 그것은 사장에게 경고한다는 것인데, 제가 경고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용어를 선점한 그들의 선전술에 넘어가면 안됩니다. 이런 것은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억지파업’ ‘빙법태업’이라 命名(명명)했습니다. 저들이 준법투쟁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법을 빙자한 태업’이라고 바로잡은 것이죠.”
―단체협약 해지선언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단체협약을 바꾸지 않으면 철도선진화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습니다. 저는 프랑스, 미국, 홍콩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 있을 때는 ‘경찰노조’에 대한 강의도 듣고 관심도 가졌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노조에 대해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완장문화와 왕따문화 존재
―단체협약이 철도선진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먼저 노조는 매사에 브레이크를 겁니다. 업무지시, 인사명령이 순발력 있게 착착 진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현재 철도공사 노조에는 완장문화와 왕따문화라는 게 있어요. 현행 단체협약에 의하면 노조 중앙집행위원 200명, 각 지방의 130여 개 노조 지부에 각각 5명 등 모두 800여 명에 대한 인사를 하려면 노조와 상의해야 합니다. 타지역으로의 전출도 본인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고인 물’이 됩니다. 이들이 각 지방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조직을 장악해 버립니다. 노조 간부라고 말도 안 듣고, 상사의 지시도 안 따릅니다. 이게 완장문화입니다.”
―왕따문화는 어떤 겁니까.
“지역본부장, 역장, 소장들이 ‘고인 물’이 된 노조 간부들의 눈치를 보느라 人事(인사)를 제대로 못합니다. 역장과 노조지부장 간 힘겨루기 양상도 나타납니다. 그들이 행패를 부리고, 왕따를 시키기 때문입니다. 노조원은 매달 기본급의 2%를 조합비로 냅니다. 단체협약에는 우리가 걷어서 노조에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게 문제가 많습니다. 매달 약 9억원, 연간 110억원 이상 조합비를 거두고 있는데, 불법 집단행동에 사용하기 때문에 고쳐야 합니다. 또 직원 중 조합비를 내고 싶지 않은데 ‘울며 겨자먹기’로 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관인 없는 파업 찬반투표가 무슨 공정성이 있겠습니까. 파업을 할 때 왕따가 두려워 내몰리게 됩니다. 만약 왕따를 당하면 경조사 때 아무도 오지 않을까 봐 겁을 냅니다. 그들이 행패를 부리기 때문이죠. 제가 순직자들 문상을 갔을 때도 그런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직접 그런 장면을 목격하신 건가요.
“부임한 지 얼마 안돼 순직자가 생겨 문상을 갔더니 노조가 행패를 부리더군요. 그래서 제가 ‘喪門(상문) 예절이 가장 엄한 예절인데 어디서 행패를 부리느냐? 내가 공무원 생활하면서 순직자 문상을 많이 다녀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면서 돌아 나왔습니다. 이렇게 두세 번을 했더니, 그 다음에는 유족이 노조에 ‘우리는 사장님이 문상하는 것을 원한다. 그런데 너희 때문에 문상을 못하지 않느냐’고 항의하더군요.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변해 문상 오는 것을 대단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철도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2012년까지 5115명을 감원해야 하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철도공사의 누적 적자가 2조원이 넘습니다.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면 5115명의 인력을 감축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2012년까지 유예기간을 줬습니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 등 신규 사업에 기존 인력을 활용하고,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 인력을 감안하면 강제퇴직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철도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요.”
3만명 직원 가운데 연봉 7000만원 이상이 8700명
―이번 노조파업으로 ‘한국철도공사의 경영이 방만했음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근무 체계가 일률적으로 3조 2교대로 돼 있어 일이 많을 때 인력이 부족하고, 일이 적을 땐 인력이 넘칩니다. 직원 3만명 가운데 연봉 7000만원 이상을 받는 직원이 8700명에 달합니다. 결국 노조가 국민들에게 매맞을 짓을 한 거죠.”
―노조는 “현장 복귀 후 새로운 투쟁을 하겠다”고 했는데요.
“노조 집행부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3차 파업을 준비하자’고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파업 기간에 소풍 가고, 술 마시고 놀았는데 무슨 피로가 쌓였겠습니까. 파업기간 중에 우리 집사람은 고등학교 동창회가 있었습니다. 집사람은 ‘국민들이 철도노조파업으로 저렇게 걱정하는데 동창회 가서 노닥거릴 기분이 나느냐’며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조차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자기 직장을….”
―또 파업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할 작정입니까.
“다시 파업한다고요? 법과 원칙을 적용해 이번 파업보다 더욱 엄중하게 대처할 겁니다.”
―노조가 갑자기 백기 투항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대부분의 노조원은 처음에는 노조 집행부 선전에 현혹돼 명분 없는 파업에 참여했어요. 얻는 것이 없자, ‘이러다 직장을 잃겠구나’라는 위기감을 느꼈을 겁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노조원들의 동요가 심해지고 대량이탈 조짐을 보이자 더 이상 명분 없는 파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물러선 것입니다.”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철도노조 파업 때 한국철도공사 비상상황실을 방문해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하라”고 했습니다.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예전에 경찰에 있을 당시 청와대는 보탬이 안됐습니다. 운동권 세력들이 청와대에 많이 있으니까 저와는 생각이 많이 다르더군요. 이번에는 대통령께서 제가 법과 원칙을 세우려고 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해 주시니까 아주 큰 보탬이 됐죠.”
“파업 주동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 물을 것”
―이번 파업의 피해가 상당히 컸습니다. 노조원 개개인에게 피해보상 청구를 하실 생각입니까.
“그게 원칙인데, 노조원 중에는 집행부에 끌려다니면서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도 피해자입니다. 노조에 끌려다녔지만 잘못을 뉘우친 사람들보다는 파업 주동자들에게 민·형사책임을 물을 생각입니다.”
―과거에도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일이 있는데 집행은 됐습니까.
“노조원 개인이 아니라 노조에 청구한 일이 있습니다. 2006년 파업 때 발생한 피해가 이자까지 합하면 90억원 정도 됩니다. 1, 2심에서 우리가 승소했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확정 판결이 나는 대로 집행할 계획입니다. 연간 노조비가 110억원 걷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게 되면 노조도 타격이 클 겁니다. 불법에는 당연히 응당한 책임을 져야죠.”
―노조와 단체교섭은 언제쯤 재개할 계획입니까.
“대화는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노조 집행부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어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도 노조는 밖으로 선전하는 것과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 다릅니다. 그런 태도를 보면 대화를 할 만한 진정성을 느낄 수 없습니다.”
―기관사 면허 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예, 이번 파업을 계기로 시작했습니다. 노조 파업시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기관사 면허 공부를 권하고 있습니다. 홍보실, 비서실 직원들도 다 교육에 참여합니다. 대체인력이 3000명 정도 있어야 파업에 단호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대통령께서 대체인력 확보에 신경을 쓰라고 해서 인력교육 예산 50억원이 국회에 상정됐습니다.”
―50억원으로 대체인력 3000명 양성이 가능합니까.
“그 돈은 외부에서 1000명을 양성하는 용도로 쓰일 것입니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이 염출하고 재원을 마련해 2000명의 대체인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철도노조의 파업은 연례행사였는데, 이번이 마지막이 되는 겁니까.
“마지막이 돼야 합니다. 워낙 오랫동안 쌓인 것이니까, 그 문화를 바꾸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입니다. 철도의 연간 매출액은 3조6000억원인데 그 가운데 인건비로 2조1000억원이 지출되고 있습니다. 총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58%죠. 개인 기업은 40%를 넘으면 망한다고 합니다. 연간 적자도 7000억원 가까이 됩니다. 우리 직원들은 그런 문제에 대해 통렬한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해야 합니다.”
―사장 취임 9개월이 됐는데 所懷(소회)는 어떻습니까.
“우리가 일만 잘하면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선진국을 보면 경찰이나 철도는 모두 존경받는 직업인데 한국은 그렇지 못합니다. 철도를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사진 : 조준우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날 ‘사랑하는 2만5000 철도조합원 동지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잠시 현장으로 돌아가 3차 파업을 준비하자는 명령을 내리고자 한다”며 파업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철도노조는 使側(사측)의 단체협약 일방 해지와 불성실교섭을 이유로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었다.
철도노조는 이날 “투쟁을 준비하기 위해 현장으로 복귀한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를 ‘白旗(백기) 투항’으로 보도했다. 철도노조가 8일간의 파업을 통해 사측으로부터 얻어낸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 철도노조의 파업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반발하며 철도·발전·가스 등 공공부문을 묶어 파업 투쟁을 벌여온 민주노총의 투쟁력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철도·발전·가스 등 공공부문 산하 노조들이 참여한 가운데 2009년 11월 6일 한시적 총파업을 벌였다. 그 핵심에 철도노조가 있었다. 철도노조의 성과 없는 파업으로 공공부문 총파업의 동력이 상실된 것이다.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를 이끌어 낸 것은 법과 원칙이었고, 그 중심에는 2009년 3월 한국철도공사 사장에 부임한 許准榮(허준영) 前(전) 경찰청장이 있었다. 허준영 사장은 “파업 기간 중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을 많이 흘렸더니 눈에 다래끼가 다 났다”고 말했다.
―뭐가 그렇게 안타까웠습니까.
“언론에서는 노조와 경영자 측이 싸우는 관계로만 생각하는데, 노조원들도 우리 직원입니다. 파업에 동참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파업에 참여하면 월급도 깎이게 될 텐데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었어요.”
―노조 파업이 끝나고 좀 쉬셨습니까.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노조문제는 일부에 불과해요. 여객과 화물 운송 서비스 문제, 역세권 개발 등 산적한 과제가 많습니다.”
 |
| 노조 파업이 진행되자 철도공사는 대체기관사 양성을 위한 교육을 시작했다. 이날 교육에는 허준영 사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등 2급 이상 간부 70명이 참석했다. |
남들이 일하는 날에도 계속 놀겠다는 노조
―단체협약 해지와 사측의 불성실 교섭 문제가 노조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파업 이유였는데요.
“속을 들여다보면 철도노조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선진화를 반대하고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안은 전 국민을 볼모로 할 절박한 상황이 아니잖아요? 추론컨대 우리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기 위한 목적이거나, 노조 집행부의 정치적 야심에 의해 촉발됐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파업을 하면 국민에게 어떻게, 얼마나 불편을 주는가를 한번 테스트해 보려고 장난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조 소식지에다 ‘파업이 즐겁다’고 한 것이나 파업 기간 중 등산을 가거나 리조트로, 찜질방으로 놀러다닌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 사장은 “노조의 파업은 명분도 없을 뿐 아니라 얻을 것도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직원들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월급이 깎이게 되고, 公社(공사) 입장에서는 대체인력에 하루 20만원씩 지급을 해야 합니다. 이 얼마나 큰 손해입니까.”
―2009년 3월에 사장에 취임한 후 벌써 세 번째 파업을 겪으셨습니다.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 직원들이 공무원 평균 임금보다 현저히 낮아서 먹고사는 문제로 고생한다면 제가 앞장서서 해결해 줄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그게 아닙니다.”
―노조 측에서는 허 사장께서 단체교섭에 불성실한 자세를 보였다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단체교섭에 임하시면서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현재 정부기준으로는 20명이어야 할 노조 전임자 수가 철도노조는 61명으로 정부기준의 세 배가 넘습니다. 이것을 줄이자고 하니까 노조는 작년 단체협약에서 64명으로 정했기 때문에 오히려 3명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헌절, 한글날, 노조창립기념일 등 남들이 일하는 날에 쉰다는 것은 협상할 문제도 아니에요.”
허 사장은 “지난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노조가 스스로 시정하고 나와야 하는데,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파업 때 일본에 출장 계획이 잡혀 있었습니다. ‘철도와 환경’이라는 주제로 발표도 하고 일본철도를 견학하기로 돼 있었는데 파업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1월 중순에 우리 철도의 글로벌사업 확장을 위해 리비아 출장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이것도 파업 때문에 연기했어요. 리비아 사람들이 자존심이 굉장히 센데 일정을 연기하자니까 불쾌해 하더군요. 철도공사로서는 큰 손해를 본 셈이죠.”
노조의 속내는 ‘해고자 복직’
―단체교섭의 주요쟁점은 무엇이었나요.“‘해고자 복직’이었습니다. 노조 측을 비공식적으로 만나 얘기해 보면 결론은 ‘해고자 복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노조 구성을 봐도 요직에는 해고자들이 앉아 돈줄을 쥐고 있어요.”
―해고자들이 강성노조를 이끌고 있는 거군요.
“강성노조는 세 가지 유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첫째는 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무조건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해고자들입니다. 둘째는 과거 불법노동행위로 해고됐다가 복직된 사람들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복직된 것을 영웅시하며 다시 선동적인 노조활동을 일삼고 있습니다. 세 번째 부류는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철도공사에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이런 세 가지 유형의 강경세력으로 인해 철도노조가 순수한 노동조합에서 일탈해 정치세력화해 가고 있는 겁니다.”
―노조에서는 단체협약 해지 등을 통해 경영진이 파업을 유도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말하는 것은 노조의 흑색선전입니다. 철도노조의 전국 파업은 하루 이틀에 준비되는 것이 아닙니다. 파업을 하려면 필수요원을 지정해야 합니다. KTX, 새마을호 등에 50~60%대의 필수유지 요원이 있어야 하는데, 최소 5일 전에 우리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그 명단이 이미 와 있는 상태였습니다. 파업이 전제된 상태에서 대화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었지만, 사측은 끝까지 성실하게 대화에 임했습니다. 그래도 진전이 없으니까 24일 밤에 단체협약 해지를 선언한 겁니다. 파업은 그 이틀 후에 벌어졌잖습니까.”
―노조파업에 대응할 때 파업에 참가한 항공관제사들에게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경고한 후 1만1300명을 해고한 레이건 모델을 참고했습니까.
“저는 경찰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뭐든지 바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 왔습니다. 제가 경찰청장 시절 전국의 가짜 무인단속 카메라를 없앴습니다. 전국에 무인단속 카메라가 5000대가 있었는데 그중 절반이 가짜였어요. 가짜가 값이 싸니까 우선 그거라도 달아서 운전속도를 줄이게 해 사고를 막자는 생각에서 달아놓은 것이죠. 저는 ‘그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꼭 필요하다면 진짜를 달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국민들에게 ‘철도노조 좀 말려 주십시오’라고 호소한 것도 ‘국민들이 이해를 해 주시면 기차가 운행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이 되더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번 파업은 심각한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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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이 파업 철회를 선언하고 있다. |
“철도노조의 파업은 일반 공장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이것은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 기차, 비행기를 멈춰 세우는 ‘교통방해죄’는 불특정다수의 국민에게 엄청난 불편을 끼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국민들께 ‘국민 여러분, 철도 노조 좀 말려 주십시오’라고 일러바쳤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자사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번 파업에서 노조의 백기 투항을 본 주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각 공사의 사장님, 기업인, 시민들이 많은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격려 전화가 많이 와서 휴대폰 배터리가 하루 3개도 모자랍니다. 어제 목욕탕에 갔더니 어찌나 많은 분이 인사를 하시는지…. 저는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고 하면 바로 고쳐주라고 합니다. 경영진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것을 노조가 챙겨주면 즐겁고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는데, 왜 항상 노조가 반목하고 발목 잡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지 안타깝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별칭이 ‘허철도’에서 ‘미스터 원칙’으로 바뀔 것 같은데요.
“기자들이 자꾸 ‘법과 원칙대로 할 거냐’고 물어보는데, 그건 당연한 것이지 특별한 각오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반응을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의 법과 원칙이 얼마나 흔들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憑法怠業(빙법태업), 억지파업 같은 강한 용어를 사용하던데 직접 용어를 만드신 건가요.
“2009년 9월 파업 때 노조에서 ‘경고파업’이라고 했는데, 공사에서도 노조의 말을 받아서 ‘0월 0일부터 경고파업한다’고 썼습니다. 그것은 사장에게 경고한다는 것인데, 제가 경고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용어를 선점한 그들의 선전술에 넘어가면 안됩니다. 이런 것은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억지파업’ ‘빙법태업’이라 命名(명명)했습니다. 저들이 준법투쟁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법을 빙자한 태업’이라고 바로잡은 것이죠.”
―단체협약 해지선언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단체협약을 바꾸지 않으면 철도선진화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습니다. 저는 프랑스, 미국, 홍콩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 있을 때는 ‘경찰노조’에 대한 강의도 듣고 관심도 가졌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노조에 대해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완장문화와 왕따문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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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노조원 4000여 명이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노조탄압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먼저 노조는 매사에 브레이크를 겁니다. 업무지시, 인사명령이 순발력 있게 착착 진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현재 철도공사 노조에는 완장문화와 왕따문화라는 게 있어요. 현행 단체협약에 의하면 노조 중앙집행위원 200명, 각 지방의 130여 개 노조 지부에 각각 5명 등 모두 800여 명에 대한 인사를 하려면 노조와 상의해야 합니다. 타지역으로의 전출도 본인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고인 물’이 됩니다. 이들이 각 지방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조직을 장악해 버립니다. 노조 간부라고 말도 안 듣고, 상사의 지시도 안 따릅니다. 이게 완장문화입니다.”
―왕따문화는 어떤 겁니까.
“지역본부장, 역장, 소장들이 ‘고인 물’이 된 노조 간부들의 눈치를 보느라 人事(인사)를 제대로 못합니다. 역장과 노조지부장 간 힘겨루기 양상도 나타납니다. 그들이 행패를 부리고, 왕따를 시키기 때문입니다. 노조원은 매달 기본급의 2%를 조합비로 냅니다. 단체협약에는 우리가 걷어서 노조에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게 문제가 많습니다. 매달 약 9억원, 연간 110억원 이상 조합비를 거두고 있는데, 불법 집단행동에 사용하기 때문에 고쳐야 합니다. 또 직원 중 조합비를 내고 싶지 않은데 ‘울며 겨자먹기’로 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관인 없는 파업 찬반투표가 무슨 공정성이 있겠습니까. 파업을 할 때 왕따가 두려워 내몰리게 됩니다. 만약 왕따를 당하면 경조사 때 아무도 오지 않을까 봐 겁을 냅니다. 그들이 행패를 부리기 때문이죠. 제가 순직자들 문상을 갔을 때도 그런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직접 그런 장면을 목격하신 건가요.
“부임한 지 얼마 안돼 순직자가 생겨 문상을 갔더니 노조가 행패를 부리더군요. 그래서 제가 ‘喪門(상문) 예절이 가장 엄한 예절인데 어디서 행패를 부리느냐? 내가 공무원 생활하면서 순직자 문상을 많이 다녀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면서 돌아 나왔습니다. 이렇게 두세 번을 했더니, 그 다음에는 유족이 노조에 ‘우리는 사장님이 문상하는 것을 원한다. 그런데 너희 때문에 문상을 못하지 않느냐’고 항의하더군요.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변해 문상 오는 것을 대단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철도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2012년까지 5115명을 감원해야 하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철도공사의 누적 적자가 2조원이 넘습니다.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면 5115명의 인력을 감축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2012년까지 유예기간을 줬습니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 등 신규 사업에 기존 인력을 활용하고,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 인력을 감안하면 강제퇴직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철도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요.”
3만명 직원 가운데 연봉 7000만원 이상이 87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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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정부과천청사에서 철도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담화문을 읽고 있다. 왼쪽은 임태희 노동부 장관 오른쪽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
“근무 체계가 일률적으로 3조 2교대로 돼 있어 일이 많을 때 인력이 부족하고, 일이 적을 땐 인력이 넘칩니다. 직원 3만명 가운데 연봉 7000만원 이상을 받는 직원이 8700명에 달합니다. 결국 노조가 국민들에게 매맞을 짓을 한 거죠.”
―노조는 “현장 복귀 후 새로운 투쟁을 하겠다”고 했는데요.
“노조 집행부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3차 파업을 준비하자’고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파업 기간에 소풍 가고, 술 마시고 놀았는데 무슨 피로가 쌓였겠습니까. 파업기간 중에 우리 집사람은 고등학교 동창회가 있었습니다. 집사람은 ‘국민들이 철도노조파업으로 저렇게 걱정하는데 동창회 가서 노닥거릴 기분이 나느냐’며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조차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자기 직장을….”
―또 파업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할 작정입니까.
“다시 파업한다고요? 법과 원칙을 적용해 이번 파업보다 더욱 엄중하게 대처할 겁니다.”
―노조가 갑자기 백기 투항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대부분의 노조원은 처음에는 노조 집행부 선전에 현혹돼 명분 없는 파업에 참여했어요. 얻는 것이 없자, ‘이러다 직장을 잃겠구나’라는 위기감을 느꼈을 겁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노조원들의 동요가 심해지고 대량이탈 조짐을 보이자 더 이상 명분 없는 파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물러선 것입니다.”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철도노조 파업 때 한국철도공사 비상상황실을 방문해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하라”고 했습니다.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예전에 경찰에 있을 당시 청와대는 보탬이 안됐습니다. 운동권 세력들이 청와대에 많이 있으니까 저와는 생각이 많이 다르더군요. 이번에는 대통령께서 제가 법과 원칙을 세우려고 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해 주시니까 아주 큰 보탬이 됐죠.”
“파업 주동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 물을 것”
―이번 파업의 피해가 상당히 컸습니다. 노조원 개개인에게 피해보상 청구를 하실 생각입니까.
“그게 원칙인데, 노조원 중에는 집행부에 끌려다니면서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도 피해자입니다. 노조에 끌려다녔지만 잘못을 뉘우친 사람들보다는 파업 주동자들에게 민·형사책임을 물을 생각입니다.”
―과거에도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일이 있는데 집행은 됐습니까.
“노조원 개인이 아니라 노조에 청구한 일이 있습니다. 2006년 파업 때 발생한 피해가 이자까지 합하면 90억원 정도 됩니다. 1, 2심에서 우리가 승소했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확정 판결이 나는 대로 집행할 계획입니다. 연간 노조비가 110억원 걷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게 되면 노조도 타격이 클 겁니다. 불법에는 당연히 응당한 책임을 져야죠.”
―노조와 단체교섭은 언제쯤 재개할 계획입니까.
“대화는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노조 집행부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어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도 노조는 밖으로 선전하는 것과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 다릅니다. 그런 태도를 보면 대화를 할 만한 진정성을 느낄 수 없습니다.”
―기관사 면허 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예, 이번 파업을 계기로 시작했습니다. 노조 파업시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기관사 면허 공부를 권하고 있습니다. 홍보실, 비서실 직원들도 다 교육에 참여합니다. 대체인력이 3000명 정도 있어야 파업에 단호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대통령께서 대체인력 확보에 신경을 쓰라고 해서 인력교육 예산 50억원이 국회에 상정됐습니다.”
―50억원으로 대체인력 3000명 양성이 가능합니까.
“그 돈은 외부에서 1000명을 양성하는 용도로 쓰일 것입니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이 염출하고 재원을 마련해 2000명의 대체인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철도노조의 파업은 연례행사였는데, 이번이 마지막이 되는 겁니까.
“마지막이 돼야 합니다. 워낙 오랫동안 쌓인 것이니까, 그 문화를 바꾸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입니다. 철도의 연간 매출액은 3조6000억원인데 그 가운데 인건비로 2조1000억원이 지출되고 있습니다. 총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58%죠. 개인 기업은 40%를 넘으면 망한다고 합니다. 연간 적자도 7000억원 가까이 됩니다. 우리 직원들은 그런 문제에 대해 통렬한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해야 합니다.”
―사장 취임 9개월이 됐는데 所懷(소회)는 어떻습니까.
“우리가 일만 잘하면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선진국을 보면 경찰이나 철도는 모두 존경받는 직업인데 한국은 그렇지 못합니다. 철도를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사진 : 조준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