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정치에 몸담으면서 영향력이 큰 분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들이 행사하는 권력이나 영향력에 맞는, 지식이나 정보 도덕성 갖춘 사람 발견 못해”
⊙ “DJ의 햇볕정책과 나의 햇볕정책은 달랐다”
⊙ 1992년 大選 실패 후 정계 은퇴 선언한 DJ에 “영국 유학 후 정계복귀” 권유
⊙ 大選 2년 전 미 대사관 주최 만찬회에 盧武鉉 내외 동석시킨 자리에서 노무현을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라고 소개
⊙ 對北 방송시설 철거 반대, 북한 인권문제 적극 제기했어야
羅鍾一
⊙ 1940년 서울 출생.
⊙ 중앙고·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희대 대학원장, 한국유럽학회 초대 회장, 한국미래정치연구회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 국가안전기획부 1차장, 국가정보원 1차장, 駐영국 대사,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駐일본대사 역임.
취재지원 : 조은정 月刊朝鮮 인턴기자
⊙ “DJ의 햇볕정책과 나의 햇볕정책은 달랐다”
⊙ 1992년 大選 실패 후 정계 은퇴 선언한 DJ에 “영국 유학 후 정계복귀” 권유
⊙ 大選 2년 전 미 대사관 주최 만찬회에 盧武鉉 내외 동석시킨 자리에서 노무현을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라고 소개
⊙ 對北 방송시설 철거 반대, 북한 인권문제 적극 제기했어야
羅鍾一
⊙ 1940년 서울 출생.
⊙ 중앙고·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희대 대학원장, 한국유럽학회 초대 회장, 한국미래정치연구회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 국가안전기획부 1차장, 국가정보원 1차장, 駐영국 대사,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駐일본대사 역임.
취재지원 : 조은정 月刊朝鮮 인턴기자
羅鍾一(라종일) 우석대 총장은 국정원 차장,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駐英(주영)·駐日(주일)대사를 지냈다. 국정원 차장과 주영대사는 金大中(김대중) 정부 시절에,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주일대사는 盧武鉉(노무현) 정부 시절에 지냈다. 두 정권을 이어 가며 정권의 요직을 맡았던 것이다.
그는 김대중 前(전) 대통령이 1992년 大選(대선) 실패 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귀국한 후 1994년 초에 만든 아태평화재단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對北(대북) 정책인 ‘햇볕 정책’ 수립에도 참여했다.
라 총장은 최근 <세계의 발견>이라는 책을 냈다. 부제는 <라종일이 보고 겪은 한국현대사>다. 이 책에서 라 총장은 8·15 광복 이후 6·25 전쟁, 김대중-노무현 정권 참여 등 자신이 겪은 현대사를 담담하게 썼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도 소개하고 있다.
라 총장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에 대해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에 좋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과는 경희대 교수 시절에 만났습니까.
“네. 그전에도 어쩌다가 만났지만 의미 있게 만난 것은 1992년에 DJ가 대선에 실패한 후 정계은퇴 선언을 했을 때였어요. 나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그분의 자택으로 찾아갔어요. 찾아가서 한국의 일개 정당 지도자로서가 아니라 시야를 넓혀 민주화와 인권 분야에서 아시아의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아시아에는 국경을 넘는 지도자가 없어요. 아시아의 지도자로서 정치에 복귀할 것을 요청한 거죠.”
―DJ의 영국 유학을 권한 분이 라 총장이군요.
“네, 제가 그분에게 휴식과 충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케임브리지에 가서 일정한 시간 보내기를 권했죠. 그분은 그곳에 머무는 동안 햇볕정책을 구상했고, 나도 다른 사람들과 그 구상을 위한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하나회 해체 없었더라도 金大中은 대통령 됐을 것
라 총장은 1997년 대통령선거 날 김대중 대통령의 私邸(사저)로 호출됐다고 한다. 대통령 당선 연설문을 쓰기 위해서였다. 선거 당일 여론조사는 근소한 차로 김대중 진영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고 한다.
라 총장은 만일에 대비, 낙선할 경우 사용할 원고도 몰래 준비했다가 당선이 확정된 후 그 원고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고 한다. 라 총장은 “그때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 밤의 경험은 현실 정치에 참여한 이후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추억했다.
―金泳三(김영삼) 전 대통령이 하나회를 해체하지 않았다면 김대중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봅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하나회를 숙청한 것은 대단한 용기입니다. 금융실명제도 그분이 우리 사회에서 공헌한 부분이고요. 하지만 당시 우리 사회는 軍(군)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사회는 지나 있었죠. 저는 군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던 시기는 1980년대 말에 끝났다고 봅니다. 하나회를 청산한 것은 훌륭한 일이었지만, 하나회를 청산했기 때문에 군대가 정치적 영향을 접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대가 이미 군의 정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이 돼 있었으니까요.”
라 총장은 자신이 햇볕정책 수립에 참여했지만 자신이 생각한 햇볕정책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행한 햇볕정책은 개념이 약간 다르다고 설명했다.
“내가 생각한 햇볕정책은 脫(탈)정치였어요. DJ나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분들은 이솝우화를 주로 생각했어요.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라는 게 정치적인 아젠다가 되죠. 저는 남북통일 문제는 ‘휴먼 아젠다’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경 마태복음에 하나님은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를 막론하고 모든 이에게 햇볕을 비추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내가 생각하는 햇볕정책의 근본정신은 성경의 그 말씀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죠.”
―통일문제를 휴먼 아젠다로 풀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이념이나 체제와 상관없이 먹는 것, 의료혜택, 교육 등을 받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기본정신이죠. 이런 것으로 생활의 질과 도덕적 수준을 높이고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덜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햇볕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통일이란 게 민족에게 반드시 좋은 결과를 주지는 않아요. 19세기 말에 독일이 통일됐습니다. 그 통일은 완전히 정치적인 통일이었죠. 그 통일 후 독일 사람들은 과연 행복했나요? 두 차례나 큰 세계대전을 치렀어요. 통일의 목표를 강성대국으로 가져간 결과죠. 강성대국을 한 결과 자신들도 불행해지고 주변 나라도 불행해졌어요. 부국강병을 추구한 근대 일본도 같은 시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먹을거리, 교육, 의료혜택이 잘되는 복지수준을 높여주는 햇볕정책을 생각했었죠.”
그는 “만약 통일의 궁극적인 목표가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라도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면, 우리는 과거 역사에 일어났던 불행한 경험의 일부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화번영 정책’은 상상력 부족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햇볕정책과는 처음부터 생각이 달랐던 겁니까.
“처음에는 같이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햇볕정책이 한반도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보십니까.
“실질적으로 햇볕정책을 10년 한 셈이죠. 노무현 정부 때는 다소 상상력이 부족한 ‘평화번영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계승됐죠. 어떤 국가의 정책치고 평화번영 정책이 아닌 정책은 없는 것이니까요. 좋은 변화는 북한사람들에게 ‘남한이 잘살고 민주화된 나라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우리가 의존할 수 있겠구나.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하는 생각을 확산시킨 건 좋았습니다.”
―나빴던 점은 없습니까.
“좋지 않았던 점은 햇볕정책이 결국 정치적인 아젠다가 됐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이렇게 하면 김정일 체제가 무너질 것이다’ 하는 전략적 사고가 깔려 있었다는 거죠. 김대중 대통령 본인도 공개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공산주의 국가와 친하면 공산정권은 무너질 것이다’라고요. 왜 공식석상에서 연설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어요. 북한도 거기에 맞춰서 전략적인 대응을 했겠죠. 햇볕정책 역시 결국은 남한식의 통일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보였을 테고, 그런 것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래서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았나 봅니다.”
―북한에 체제보장을 해 주었다면 핵개발은 없었을 것이라는 말씀입니까.
“체제보장이라는 게 말로 해 준다고 되는 게 아니잖습니까? 마오쩌둥(毛澤東)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권력이란 수백만 수천만 사람들의 마음의 움직임에서 나온 것이지 누가 쉽게 조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짧은 시간에는 총구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권력을 총구로 움직일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소련 같은 나라가 비밀경찰이 없어서 무너진 게 아니잖습니까. 누가 ‘네 권력을 보장해 준다’고 해도 보장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 수천만의 생각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역사가 진행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햇볕정책이 휴먼 아젠다로 갔어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金大中의 ‘3단계 통일 방안’은 비현실적
―6·15 남북 頂上(정상)회담 대가로 현금 4억5000만 달러를 포함해 5억 달러가 북한에 제공됐는데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그 문제는 논평하기가 좀 이르군요.”
―6·15 선언 중 연방제 조항은 反(반)헌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당시 정부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무어라고 말하기 곤란하군요.”
―총장께서도 남북 정상회담에 관여했습니까.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어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당시 그는 국가정보원 차장직에서 물러나 경희대 교수로 복직한 후 당시 집권여당인 새천년민주당 외교안보담당 총재 특별보좌역으로 있었다.
―아태재단 시절 김대중 대통령이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이라는 3단계 통일방안을 마련할 때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토론에 참여했죠. 그런데 통일의 비전으로 그런 말을 내세울 수는 있겠지만, 현실의 진행이 그런 식으로 잘되겠습니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의 진행이라는 것이 그런 시나리오대로 된다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남북이 그런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이렇게 통일이 지연됐을까요.”
―李明博(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데 북한문제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엄밀히 말하면 지난 두 정권에서도 남북관계가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 정상회담 때도 우여곡절이 있었고, 두 번째도 순조롭지는 않았었죠. 지금 정부도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게 아니라 방법을 좀 달리하자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북관계를 보는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자기 식으로 하려 하고 남한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이젠 다른 방법으로 하자는 것이죠. 결과를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북핵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합니까.
“제가 지금 정부에 있지도 않고, 전 정부에서 안보보좌관도 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고 얘기하는 게 우스운 일 아닌가요.”
―북한은 왜 개혁 개방을 안 하려고 할까요.
“제가 그쪽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네들도 개혁 개방을 안 하는 게 아니라 하려고 하는데 외부에서 못하게 한대요. 어느 정권이건 자기 정권의 이해관계와 상충되는 것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對北 지원하면서 인권문제 거론했어야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미국의 레온 시갈 박사가 지난 2007년 日本(일본)의 시사잡지인 <중앙공론>과의 인터뷰에서 “키신저 前(전) 미 국무장관이 2006년 10월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경유해 김정일에게 친서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친서의 내용은 미국과 북한 간의 평화조약 체결 등의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이라면 김정일이 먼저 부시에게 접근해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이 시작됐다는 말인데 들어본 적 있습니까.
“그 당시는 내가 일본에 있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모릅니다. 키신저가 후진타오를 통해서 김정일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한 사회에서 소위 ‘진보적’이라고 지칭되는 분들은 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침묵한다고 보십니까.
“원칙적으로 북한문제라고 해서, 통일이 걸려 있다고 해서, 인권 같은 기본적이고 도덕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는 없는 거죠. 북한 인권에 대해서 신중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북한과 교섭을 많이 해서 신뢰관계가 생긴 다음에 인권을 얘기해야 한다는 것과, 식량과 같은 기본적 인권이 우선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죠. 이런 주장은 자칫 잘못하면 권위주의 정부 때 인권보다 안보나 경제적 여유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내 생각에 인권문제는 무시하지 말고 쌍방이 합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라도 지속적으로 배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가 쌀 등을 북한에 지원하면서 현실적인 방법으로 인권을 챙기는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은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쌀뿐만 아니라 현금 등 각종 물자를 ‘퍼주기’라고 비난받으면서까지 지원하면서도 탈북자 문제, 국군포로 송환문제, 북한 내 인권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잖습니까.
“그 점이 아쉽습니다. 현실적으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지라도 각종 지원을 하면서 일방 그런 문제를 거론하고 제기했어야 하는데 너무 등한시했죠.”
―인간 김대중은 어떤 분이었습니까.
“성공한 정치가다운 영리함도 있고, 인간적인 따뜻한 면도 있는 분이었죠.”
―인간 노무현은요?
“영특한 분이고 남한테 모질게 못 하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제일 곤란한 게 무엇인지 여쭤본 적이 있는데 ‘명분 없이 남한테 공격을 받을 때’라고 하셨어요. 평소에 알려지기에는 모진 분으로 알려졌는데, 모진 분이 못 됐어요. 약한 면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盧武鉉에게 “反美하라” 충고?
―朴正熙(박정희) 시대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인권탄압 등 부정적인 면도 많았지만 우리나라 사회에 엄청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 시기죠. 헤겔의 변증법에 보면 그런 얘기가 있죠. ‘양적인 변화가 질적인 변화로 전환한다’. 그 시기의 물질적인 변화가 현재 우리 사회의 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라 총장은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있기 2년 전 미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만찬회에 노무현 내외를 동석시켰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라 총장은 노무현을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다른 참석자들은 농담으로 여겼다. 라 총장은 “그때 그 발언은 농담이 아니라 확신이었다”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처음 국회의원이 됐을 때 5공 청문회 활동 등에서 참신한 모습을 보여준 정치인이었기 때문이죠. 80, 90년대를 지나면서 정치학자로서 나는 일종의 사회 정치 지형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어요. 이 변화에 맞는 인물이 여야를 통틀어 노무현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노무현 본인도 그걸 인지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현재 누가 힘이 강한가’만 보지 시대적 변화에 맞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못 봐요. 만약 대통령 후보 경선을 당내에서만 했다면 노무현에게는 찬스가 없었겠지만 여론조사도 함께했기 때문에 그분에게 찬스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민심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당시 경쟁자 중에는 李仁濟(이인제) 의원도 있었고, 韓和甲(한화갑) 전 대표도 있었죠. 그분들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비해 얼마나 셌습니까.”
2002년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 중 “주영 대사가 反美(반미)주의는 나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벌어진 일이 있었다. 당시 주영 대사는 라 총장이었다.
―정말로 총장께서 노무현 후보에게 반미를 하라고 조언해 주었습니까.
“내가 한 조언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선거가 있기 2년 전 영국대사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노 대통령이 저녁식사에 나를 초대했어요. 걱정거리를 놓고 내게 자문을 구했는데 그게 미국 문제였어요. 당내에서 ‘미국이 반대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당신은 미국과 안 친하니까 포기하라’고 했대요. 그래서 내가 ‘미국은 한국의 선거에 개입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고, 만약 개입하는 정황이 포착되면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어요. 그 말씀을 듣고 안도의 표정을 짓더군요. 비공개 조언이었는데 그 말이 대통령 선거 중에 내가 ‘반미주의는 노 후보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조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던 거죠. 그래서 나는 ‘짐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면서 간부를 불러놓고 회의까지 했어요. 그런데 운 좋게 지나갔습니다.”
“노무현은 反美주의자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권도전 결심을 일찍 했군요.
“적어도 선거 2년 전에는 결심했다고 봐야죠.”
―혹시 라 총장께서는 반미주의자입니까.
“천만에요. 그렇다고 親美(친미)도 아니지만요. 친미니, 반미니 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반미라는 게 정확하게 뭘 의미하는지 일종의 추상적 개념입니다.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미국은 전 세계에 많은 기여를 했어요. 우리가 8·15 광복을 경축하면서 미국을 폄하할 수는 없어요. 일본이 주도한 파시즘, 한때 파시즘이 주도한 세계를 꺾은 것은 미국이에요. 미국의 문화 중에는 천박함과 상업주의적인 면도 있지만 ‘사람 해방’도 있죠. 미국에는 이런 양면이 있어요.”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했는데, 노무현 정부 당시 韓美(한미)동맹이 와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죠. 겉으로 드러나는 레토릭(수사)의 세계와 현실정치의 세계로 볼 수 있죠. 레토릭의 세계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난무했어요. 對美(대미) 관계와 관련, 자립 자존 이런 언어들이 많이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노 대통령은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미국 방문하셨을 때 기자가 물었죠. ‘6ㆍ25가 터졌을 때 미국이 참전 안 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됐을까?’라고 물었더니 ‘그럼 난 정치범 수용소에 갔을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노 대통령은 “반미면 어떠냐”라는 말도 했는데요.
“노 대통령은 미국과 합의를 통해 이라크 파병을 두 차례나 했어요. 아프간에도 물론이고요. 그분의 레토릭이 미국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도 있을 수 있지만, 난 노무현 대통령이 반미주의자라고 생각 안 해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합쳐 ‘좌파정권 10년’이라고 부르는 데 동의합니까.
“사람들이 여러 가지 명칭을 만들어서 부르는데, 현실하고는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좌파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입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통제경제를 주장했습니까. 그분은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고, 미국의 영향력이나 미국하고 잘지내야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좌파정권이면 이라크 파병을 했겠습니까. 그렇지만 사람들이 이름을 만들어서 불러야 하니까 좌파정권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죠.”
對北 방송시설 철거 반대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 5년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노무현 정권은 대한민국 정통성 확립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의 건국은 상당히 좁은 정통성 위에서 시작됐어요. 정부 수립 당시 좌파는 반대였고, 우파도 김구, 이승만으로 나뉘었죠. 반대한 측은 지속적으로 자손들까지 억압을 받았고요.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 기반이 넓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억압 받았던 사람들이 체제 내에서 정권을 잡았고, 대한민국을 5년 동안 유지했어요. 정통성이 상당히 넓어짐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안정에 기여를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할 때 비무장지대에 설치된 대북 방송용 시설 철거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내가 6·25 전쟁을 겪을 때 제일 괴로웠던 것 중 하나가 책을 구하는 것이었어요. 얼마나 어려웠는지 몰라요. 그래서 정서적인, 혹은 知的(지적)인 박탈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알고 있어요. 음악을 못 듣게 한다면 참기 힘든 일이죠. 당시 대북 방송이라는 게 정치선전은 일절 하지 않았어요. 인민군도 방송을 통해 스포츠 소식 등 정서적인 얘기는 들을 권리가 있어요. 그걸 없애자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갔어요. 그래서 대통령께 긴 편지를 써서 드렸죠. ‘그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정서적인 문제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아시지 않느냐’고 반대하는 편지를 보냈지요. 지금도 그 편지 갖고 있습니다. 나중에 제가 일본 대사로 간 다음에 대북 방송시설을 없앴다고 하더군요. 아쉬웠습니다.”
―누가 없애자고 했습니까. 청와대 내 386들입니까.
“그걸 말할 수는 없죠.”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국가정보원으로 改稱(개칭)된 시기가 총장께서 차장으로 재직할 때였는데, 이름 바꾸는 작업을 주도했습니까.
“정부기관 이름을 자주 바꾸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정권 바뀌면 계속 중요기관 이름을 바꾸는데 저는 찬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 명칭을 바꾼 것은 지시 때문이었을 겁니다.”
북한 공작원 유해 돌려보내
―국정원 차장 재직 시절 북한 공작원의 유해를 그대로 돌려보낼 것을 지시했다고 했는데, 실제 그런 일들이 많았습니까.
“잠수정이 침투하다가 그물에 걸리는 일도 있었고요. 그들은 자신이 체포될 상황이 되면 때때로 자살하거나, 자살을 거부하다 타살당한 시신도 있었죠. 내가 6·25를 겪으면서 절절하게 체험한 것 중의 하나가 죽은 가족의 시체를 찾는 일이었어요. 시체를 못 찾으면 어딘가에 살아 있을 거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갖게 되지요. 몇 년도 아니고 몇십 년 동안 그렇게 삽니다. 그건 악몽이에요. 유해를 잘 보존해서 보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유족들이 평생 악몽에 시달릴 거예요. 그래서 잘 보존해서 돌려주도록 했죠.”
라 총장이 국정원 차장 재임 시절 발생한 북한 공작원 침투 사건은 1998년 6월 22일 강원도 속초해안 동쪽 해상에서 잠수정에 무장간첩 9명이 타고 표류하다 어망에 걸려 공작원 9명이 집단 자살한 사건과 그해 12월 18일 북한 半(반)잠수정 1척이 여수 앞바다에 침투했다가 격침당한 사건 등이다.
―국정원 차장, 안보보좌관, 외국 대사 등 다양한 公職(공직)을 맡았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공직은 어떤 겁니까.
“공직에 큰 감회가 없었어요. 공직에 가면 굉장히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안 그랬습니다. 공직에서 일을 할 때는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고,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지식, 정보를 챙기는 능력, 아젠다를 정의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협동을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정치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 국장이나 과장 혹은 말단 공무원이라도 사람 일생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참 큽니다. 불편하게 할 수도 있고 괴롭게 할 수도 있죠.”
―현실 정치에 몸담으면서 만난 분들 중 가장 인상적인 분은 누구였습니까.
“나는 현실 정치에 몸담고 있으면서 후세에 이름이 남을 영향력이 큰 분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들이 행사하는 권력이나 영향력에 맞는, 지식이나 정보 그리고 도덕성을 갖춘 사람은 본 일이 없습니다. 그만큼 정치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대통령이나 대사, 수상 등을 많이 만나 보았지만 저를 포함해서 ‘저 사람이 자신이 맡은 자리에 알맞은 자격을 갖추었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 : 서경리
그는 김대중 前(전) 대통령이 1992년 大選(대선) 실패 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귀국한 후 1994년 초에 만든 아태평화재단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對北(대북) 정책인 ‘햇볕 정책’ 수립에도 참여했다.
라 총장은 최근 <세계의 발견>이라는 책을 냈다. 부제는 <라종일이 보고 겪은 한국현대사>다. 이 책에서 라 총장은 8·15 광복 이후 6·25 전쟁, 김대중-노무현 정권 참여 등 자신이 겪은 현대사를 담담하게 썼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도 소개하고 있다.
라 총장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에 대해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에 좋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과는 경희대 교수 시절에 만났습니까.
“네. 그전에도 어쩌다가 만났지만 의미 있게 만난 것은 1992년에 DJ가 대선에 실패한 후 정계은퇴 선언을 했을 때였어요. 나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그분의 자택으로 찾아갔어요. 찾아가서 한국의 일개 정당 지도자로서가 아니라 시야를 넓혀 민주화와 인권 분야에서 아시아의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아시아에는 국경을 넘는 지도자가 없어요. 아시아의 지도자로서 정치에 복귀할 것을 요청한 거죠.”
―DJ의 영국 유학을 권한 분이 라 총장이군요.
“네, 제가 그분에게 휴식과 충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케임브리지에 가서 일정한 시간 보내기를 권했죠. 그분은 그곳에 머무는 동안 햇볕정책을 구상했고, 나도 다른 사람들과 그 구상을 위한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하나회 해체 없었더라도 金大中은 대통령 됐을 것
라 총장은 1997년 대통령선거 날 김대중 대통령의 私邸(사저)로 호출됐다고 한다. 대통령 당선 연설문을 쓰기 위해서였다. 선거 당일 여론조사는 근소한 차로 김대중 진영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고 한다.
라 총장은 만일에 대비, 낙선할 경우 사용할 원고도 몰래 준비했다가 당선이 확정된 후 그 원고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고 한다. 라 총장은 “그때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 밤의 경험은 현실 정치에 참여한 이후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추억했다.
―金泳三(김영삼) 전 대통령이 하나회를 해체하지 않았다면 김대중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봅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하나회를 숙청한 것은 대단한 용기입니다. 금융실명제도 그분이 우리 사회에서 공헌한 부분이고요. 하지만 당시 우리 사회는 軍(군)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사회는 지나 있었죠. 저는 군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던 시기는 1980년대 말에 끝났다고 봅니다. 하나회를 청산한 것은 훌륭한 일이었지만, 하나회를 청산했기 때문에 군대가 정치적 영향을 접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대가 이미 군의 정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이 돼 있었으니까요.”
라 총장은 자신이 햇볕정책 수립에 참여했지만 자신이 생각한 햇볕정책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행한 햇볕정책은 개념이 약간 다르다고 설명했다.
“내가 생각한 햇볕정책은 脫(탈)정치였어요. DJ나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분들은 이솝우화를 주로 생각했어요.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라는 게 정치적인 아젠다가 되죠. 저는 남북통일 문제는 ‘휴먼 아젠다’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경 마태복음에 하나님은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를 막론하고 모든 이에게 햇볕을 비추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내가 생각하는 햇볕정책의 근본정신은 성경의 그 말씀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죠.”
―통일문제를 휴먼 아젠다로 풀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이념이나 체제와 상관없이 먹는 것, 의료혜택, 교육 등을 받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기본정신이죠. 이런 것으로 생활의 질과 도덕적 수준을 높이고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덜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햇볕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통일이란 게 민족에게 반드시 좋은 결과를 주지는 않아요. 19세기 말에 독일이 통일됐습니다. 그 통일은 완전히 정치적인 통일이었죠. 그 통일 후 독일 사람들은 과연 행복했나요? 두 차례나 큰 세계대전을 치렀어요. 통일의 목표를 강성대국으로 가져간 결과죠. 강성대국을 한 결과 자신들도 불행해지고 주변 나라도 불행해졌어요. 부국강병을 추구한 근대 일본도 같은 시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먹을거리, 교육, 의료혜택이 잘되는 복지수준을 높여주는 햇볕정책을 생각했었죠.”
그는 “만약 통일의 궁극적인 목표가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라도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면, 우리는 과거 역사에 일어났던 불행한 경험의 일부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화번영 정책’은 상상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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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라종일(왼쪽) 국가안보보좌관과 이종석 NSC 사무차장(2004년 1월 5일). |
“처음에는 같이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햇볕정책이 한반도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보십니까.
“실질적으로 햇볕정책을 10년 한 셈이죠. 노무현 정부 때는 다소 상상력이 부족한 ‘평화번영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계승됐죠. 어떤 국가의 정책치고 평화번영 정책이 아닌 정책은 없는 것이니까요. 좋은 변화는 북한사람들에게 ‘남한이 잘살고 민주화된 나라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우리가 의존할 수 있겠구나.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하는 생각을 확산시킨 건 좋았습니다.”
―나빴던 점은 없습니까.
“좋지 않았던 점은 햇볕정책이 결국 정치적인 아젠다가 됐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이렇게 하면 김정일 체제가 무너질 것이다’ 하는 전략적 사고가 깔려 있었다는 거죠. 김대중 대통령 본인도 공개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공산주의 국가와 친하면 공산정권은 무너질 것이다’라고요. 왜 공식석상에서 연설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어요. 북한도 거기에 맞춰서 전략적인 대응을 했겠죠. 햇볕정책 역시 결국은 남한식의 통일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보였을 테고, 그런 것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래서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았나 봅니다.”
―북한에 체제보장을 해 주었다면 핵개발은 없었을 것이라는 말씀입니까.
“체제보장이라는 게 말로 해 준다고 되는 게 아니잖습니까? 마오쩌둥(毛澤東)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권력이란 수백만 수천만 사람들의 마음의 움직임에서 나온 것이지 누가 쉽게 조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짧은 시간에는 총구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권력을 총구로 움직일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소련 같은 나라가 비밀경찰이 없어서 무너진 게 아니잖습니까. 누가 ‘네 권력을 보장해 준다’고 해도 보장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 수천만의 생각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역사가 진행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햇볕정책이 휴먼 아젠다로 갔어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金大中의 ‘3단계 통일 방안’은 비현실적
―6·15 남북 頂上(정상)회담 대가로 현금 4억5000만 달러를 포함해 5억 달러가 북한에 제공됐는데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그 문제는 논평하기가 좀 이르군요.”
―6·15 선언 중 연방제 조항은 反(반)헌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당시 정부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무어라고 말하기 곤란하군요.”
―총장께서도 남북 정상회담에 관여했습니까.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어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당시 그는 국가정보원 차장직에서 물러나 경희대 교수로 복직한 후 당시 집권여당인 새천년민주당 외교안보담당 총재 특별보좌역으로 있었다.
―아태재단 시절 김대중 대통령이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이라는 3단계 통일방안을 마련할 때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토론에 참여했죠. 그런데 통일의 비전으로 그런 말을 내세울 수는 있겠지만, 현실의 진행이 그런 식으로 잘되겠습니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의 진행이라는 것이 그런 시나리오대로 된다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남북이 그런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이렇게 통일이 지연됐을까요.”
―李明博(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데 북한문제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엄밀히 말하면 지난 두 정권에서도 남북관계가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 정상회담 때도 우여곡절이 있었고, 두 번째도 순조롭지는 않았었죠. 지금 정부도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게 아니라 방법을 좀 달리하자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북관계를 보는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자기 식으로 하려 하고 남한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이젠 다른 방법으로 하자는 것이죠. 결과를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북핵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합니까.
“제가 지금 정부에 있지도 않고, 전 정부에서 안보보좌관도 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고 얘기하는 게 우스운 일 아닌가요.”
―북한은 왜 개혁 개방을 안 하려고 할까요.
“제가 그쪽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네들도 개혁 개방을 안 하는 게 아니라 하려고 하는데 외부에서 못하게 한대요. 어느 정권이건 자기 정권의 이해관계와 상충되는 것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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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 라 총장 왼쪽은 당시 정세현 통일부장관이고 오른쪽은 당시 고영구 국정원장. |
對北 지원하면서 인권문제 거론했어야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미국의 레온 시갈 박사가 지난 2007년 日本(일본)의 시사잡지인 <중앙공론>과의 인터뷰에서 “키신저 前(전) 미 국무장관이 2006년 10월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경유해 김정일에게 친서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친서의 내용은 미국과 북한 간의 평화조약 체결 등의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이라면 김정일이 먼저 부시에게 접근해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이 시작됐다는 말인데 들어본 적 있습니까.
“그 당시는 내가 일본에 있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모릅니다. 키신저가 후진타오를 통해서 김정일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한 사회에서 소위 ‘진보적’이라고 지칭되는 분들은 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침묵한다고 보십니까.
“원칙적으로 북한문제라고 해서, 통일이 걸려 있다고 해서, 인권 같은 기본적이고 도덕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는 없는 거죠. 북한 인권에 대해서 신중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북한과 교섭을 많이 해서 신뢰관계가 생긴 다음에 인권을 얘기해야 한다는 것과, 식량과 같은 기본적 인권이 우선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죠. 이런 주장은 자칫 잘못하면 권위주의 정부 때 인권보다 안보나 경제적 여유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내 생각에 인권문제는 무시하지 말고 쌍방이 합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라도 지속적으로 배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가 쌀 등을 북한에 지원하면서 현실적인 방법으로 인권을 챙기는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은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쌀뿐만 아니라 현금 등 각종 물자를 ‘퍼주기’라고 비난받으면서까지 지원하면서도 탈북자 문제, 국군포로 송환문제, 북한 내 인권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잖습니까.
“그 점이 아쉽습니다. 현실적으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지라도 각종 지원을 하면서 일방 그런 문제를 거론하고 제기했어야 하는데 너무 등한시했죠.”
―인간 김대중은 어떤 분이었습니까.
“성공한 정치가다운 영리함도 있고, 인간적인 따뜻한 면도 있는 분이었죠.”
―인간 노무현은요?
“영특한 분이고 남한테 모질게 못 하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제일 곤란한 게 무엇인지 여쭤본 적이 있는데 ‘명분 없이 남한테 공격을 받을 때’라고 하셨어요. 평소에 알려지기에는 모진 분으로 알려졌는데, 모진 분이 못 됐어요. 약한 면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盧武鉉에게 “反美하라” 충고?
―朴正熙(박정희) 시대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인권탄압 등 부정적인 면도 많았지만 우리나라 사회에 엄청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 시기죠. 헤겔의 변증법에 보면 그런 얘기가 있죠. ‘양적인 변화가 질적인 변화로 전환한다’. 그 시기의 물질적인 변화가 현재 우리 사회의 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라 총장은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있기 2년 전 미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만찬회에 노무현 내외를 동석시켰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라 총장은 노무현을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다른 참석자들은 농담으로 여겼다. 라 총장은 “그때 그 발언은 농담이 아니라 확신이었다”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처음 국회의원이 됐을 때 5공 청문회 활동 등에서 참신한 모습을 보여준 정치인이었기 때문이죠. 80, 90년대를 지나면서 정치학자로서 나는 일종의 사회 정치 지형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어요. 이 변화에 맞는 인물이 여야를 통틀어 노무현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노무현 본인도 그걸 인지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현재 누가 힘이 강한가’만 보지 시대적 변화에 맞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못 봐요. 만약 대통령 후보 경선을 당내에서만 했다면 노무현에게는 찬스가 없었겠지만 여론조사도 함께했기 때문에 그분에게 찬스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민심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당시 경쟁자 중에는 李仁濟(이인제) 의원도 있었고, 韓和甲(한화갑) 전 대표도 있었죠. 그분들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비해 얼마나 셌습니까.”
2002년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 중 “주영 대사가 反美(반미)주의는 나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벌어진 일이 있었다. 당시 주영 대사는 라 총장이었다.
―정말로 총장께서 노무현 후보에게 반미를 하라고 조언해 주었습니까.
“내가 한 조언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선거가 있기 2년 전 영국대사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노 대통령이 저녁식사에 나를 초대했어요. 걱정거리를 놓고 내게 자문을 구했는데 그게 미국 문제였어요. 당내에서 ‘미국이 반대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당신은 미국과 안 친하니까 포기하라’고 했대요. 그래서 내가 ‘미국은 한국의 선거에 개입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고, 만약 개입하는 정황이 포착되면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어요. 그 말씀을 듣고 안도의 표정을 짓더군요. 비공개 조언이었는데 그 말이 대통령 선거 중에 내가 ‘반미주의는 노 후보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조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던 거죠. 그래서 나는 ‘짐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면서 간부를 불러놓고 회의까지 했어요. 그런데 운 좋게 지나갔습니다.”
“노무현은 反美주의자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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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6월 20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참석한 한국 측 배석자들. 왼쪽에서 두 번째가 당시 주일대사였던 라종일 총장. |
“적어도 선거 2년 전에는 결심했다고 봐야죠.”
―혹시 라 총장께서는 반미주의자입니까.
“천만에요. 그렇다고 親美(친미)도 아니지만요. 친미니, 반미니 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반미라는 게 정확하게 뭘 의미하는지 일종의 추상적 개념입니다.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미국은 전 세계에 많은 기여를 했어요. 우리가 8·15 광복을 경축하면서 미국을 폄하할 수는 없어요. 일본이 주도한 파시즘, 한때 파시즘이 주도한 세계를 꺾은 것은 미국이에요. 미국의 문화 중에는 천박함과 상업주의적인 면도 있지만 ‘사람 해방’도 있죠. 미국에는 이런 양면이 있어요.”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했는데, 노무현 정부 당시 韓美(한미)동맹이 와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죠. 겉으로 드러나는 레토릭(수사)의 세계와 현실정치의 세계로 볼 수 있죠. 레토릭의 세계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난무했어요. 對美(대미) 관계와 관련, 자립 자존 이런 언어들이 많이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노 대통령은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미국 방문하셨을 때 기자가 물었죠. ‘6ㆍ25가 터졌을 때 미국이 참전 안 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됐을까?’라고 물었더니 ‘그럼 난 정치범 수용소에 갔을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노 대통령은 “반미면 어떠냐”라는 말도 했는데요.
“노 대통령은 미국과 합의를 통해 이라크 파병을 두 차례나 했어요. 아프간에도 물론이고요. 그분의 레토릭이 미국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도 있을 수 있지만, 난 노무현 대통령이 반미주의자라고 생각 안 해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합쳐 ‘좌파정권 10년’이라고 부르는 데 동의합니까.
“사람들이 여러 가지 명칭을 만들어서 부르는데, 현실하고는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좌파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입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통제경제를 주장했습니까. 그분은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고, 미국의 영향력이나 미국하고 잘지내야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좌파정권이면 이라크 파병을 했겠습니까. 그렇지만 사람들이 이름을 만들어서 불러야 하니까 좌파정권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죠.”
對北 방송시설 철거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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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통상부 재외공관장 회의 개막식. 사진 맨 오른쪽이 당시 한승주 주미대사, 그 옆이 라종일 당시 주일대사. |
“노무현 정권은 대한민국 정통성 확립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의 건국은 상당히 좁은 정통성 위에서 시작됐어요. 정부 수립 당시 좌파는 반대였고, 우파도 김구, 이승만으로 나뉘었죠. 반대한 측은 지속적으로 자손들까지 억압을 받았고요.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 기반이 넓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억압 받았던 사람들이 체제 내에서 정권을 잡았고, 대한민국을 5년 동안 유지했어요. 정통성이 상당히 넓어짐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안정에 기여를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할 때 비무장지대에 설치된 대북 방송용 시설 철거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내가 6·25 전쟁을 겪을 때 제일 괴로웠던 것 중 하나가 책을 구하는 것이었어요. 얼마나 어려웠는지 몰라요. 그래서 정서적인, 혹은 知的(지적)인 박탈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알고 있어요. 음악을 못 듣게 한다면 참기 힘든 일이죠. 당시 대북 방송이라는 게 정치선전은 일절 하지 않았어요. 인민군도 방송을 통해 스포츠 소식 등 정서적인 얘기는 들을 권리가 있어요. 그걸 없애자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갔어요. 그래서 대통령께 긴 편지를 써서 드렸죠. ‘그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정서적인 문제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아시지 않느냐’고 반대하는 편지를 보냈지요. 지금도 그 편지 갖고 있습니다. 나중에 제가 일본 대사로 간 다음에 대북 방송시설을 없앴다고 하더군요. 아쉬웠습니다.”
―누가 없애자고 했습니까. 청와대 내 386들입니까.
“그걸 말할 수는 없죠.”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국가정보원으로 改稱(개칭)된 시기가 총장께서 차장으로 재직할 때였는데, 이름 바꾸는 작업을 주도했습니까.
“정부기관 이름을 자주 바꾸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정권 바뀌면 계속 중요기관 이름을 바꾸는데 저는 찬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 명칭을 바꾼 것은 지시 때문이었을 겁니다.”
북한 공작원 유해 돌려보내
―국정원 차장 재직 시절 북한 공작원의 유해를 그대로 돌려보낼 것을 지시했다고 했는데, 실제 그런 일들이 많았습니까.
“잠수정이 침투하다가 그물에 걸리는 일도 있었고요. 그들은 자신이 체포될 상황이 되면 때때로 자살하거나, 자살을 거부하다 타살당한 시신도 있었죠. 내가 6·25를 겪으면서 절절하게 체험한 것 중의 하나가 죽은 가족의 시체를 찾는 일이었어요. 시체를 못 찾으면 어딘가에 살아 있을 거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갖게 되지요. 몇 년도 아니고 몇십 년 동안 그렇게 삽니다. 그건 악몽이에요. 유해를 잘 보존해서 보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유족들이 평생 악몽에 시달릴 거예요. 그래서 잘 보존해서 돌려주도록 했죠.”
라 총장이 국정원 차장 재임 시절 발생한 북한 공작원 침투 사건은 1998년 6월 22일 강원도 속초해안 동쪽 해상에서 잠수정에 무장간첩 9명이 타고 표류하다 어망에 걸려 공작원 9명이 집단 자살한 사건과 그해 12월 18일 북한 半(반)잠수정 1척이 여수 앞바다에 침투했다가 격침당한 사건 등이다.
―국정원 차장, 안보보좌관, 외국 대사 등 다양한 公職(공직)을 맡았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공직은 어떤 겁니까.
“공직에 큰 감회가 없었어요. 공직에 가면 굉장히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안 그랬습니다. 공직에서 일을 할 때는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고,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지식, 정보를 챙기는 능력, 아젠다를 정의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협동을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정치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 국장이나 과장 혹은 말단 공무원이라도 사람 일생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참 큽니다. 불편하게 할 수도 있고 괴롭게 할 수도 있죠.”
―현실 정치에 몸담으면서 만난 분들 중 가장 인상적인 분은 누구였습니까.
“나는 현실 정치에 몸담고 있으면서 후세에 이름이 남을 영향력이 큰 분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들이 행사하는 권력이나 영향력에 맞는, 지식이나 정보 그리고 도덕성을 갖춘 사람은 본 일이 없습니다. 그만큼 정치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대통령이나 대사, 수상 등을 많이 만나 보았지만 저를 포함해서 ‘저 사람이 자신이 맡은 자리에 알맞은 자격을 갖추었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 : 서경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