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뭔가 하겠다고 하면 기어코 해내는’ 저력을 보여줬어요. 과거 민족과 국가가 어려울 때 표출했던 에너지를 이제는 우리의 운명을 바꾸는 데 쏟을 때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朴晙瑩
⊙ 1946년 전남 영암 출생.
⊙ 성균관대 정치학과 졸업. 美 오하이오주립대 신문학 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중앙일보 뉴욕특파원ㆍ통일부장,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 국정홍보처장 역임.
⊙ 現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부회장, 동국대 겸임교수.
朴晙瑩
⊙ 1946년 전남 영암 출생.
⊙ 성균관대 정치학과 졸업. 美 오하이오주립대 신문학 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중앙일보 뉴욕특파원ㆍ통일부장,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 국정홍보처장 역임.
⊙ 現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부회장, 동국대 겸임교수.
박준영(朴晙瑩) 전남지사는 인터뷰 약속이 있던 날 휴무일임에도 전남 장흥과 보성에서 열린 행사에 잇달아 참석하느라 저녁 때가 다 되어서야 도청 뒤편 공관(전남 무안군 삼향면)으로 돌아왔다. 일요일인 다음날에는 국제기후회의에 참석, 2013년 국제기후회의 총회 전남 유치를 신청하기 위해 이른 아침 출국할 예정이라고 했다.
주말·휴일도 없이 전남의 구석구석과 서울, 해외 등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서도 그는 활력이 넘쳤고, 목소리에도 힘이 있었다.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에 월등히 앞선 것이나,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70.9%로 타 시도보다 높다는 결과를 설명하자 박 지사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전남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넓은 바다와 갯벌, 수많은 섬과 긴 해안선 등 비교우위 자원을 잘 활용하면 전남은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고,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선거유세 때 “전남의 운명을 바꾸자”고 호소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 반이 지났습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道民(도민) 70% 이상이 박 지사의 직무수행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했는데요, ‘전남의 운명 바꾸기’는 얼마나 성과가 있었습니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절반은 한 셈입니다. 시대는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변했지만, 전남은 아직 농경사회에 머물러 있습니다. 가장 살기 어려운 곳이죠. ‘좋은 것’ 순위에서는 전국 꼴찌, ‘나쁜 것’은 전국 1등을 밥 먹듯 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제 고민의 핵심입니다. 정부에 ‘균형발전을 위해 전남에 새로운 것(산업·인프라 등)을 배치해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공기나 햇볕에 이르기까지 전남이 가진 우수한 자원을 끊임없이 발굴하려 했어요.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작업이 이제 막 시작돼 뿌리를 내리고 있는 단계입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찾아야 합니다.
바다·섬·갯벌은 전남의 자산
갯벌공원을 만들고 천일염·해조류 등을 가공해 기능성 식품과 약으로 만들 겁니다. 전남은 다른 지역이 갖지 못한 독특한 자원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래 가능성은 매우 밝아요. 민선 3기를 포함해 재임 5년6개월(박 지사는 보궐선거로 당선, 첫 임기가 2년이었다-편집자 주)은 전남에 대해 나름 탐구하고 어떤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인지 탐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전남의 비교우위 자산인 해양 경영에 남다른 철학과 비전, 열정을 보여 오셨는데요.
“전남은 바다 면적이 전국에서 가장 넓습니다. 해안선도 6500㎞로 전국의 절반이나 되고, 섬은 전국 3000여 개 가운데 2000여 개를 갖고 있습니다. 갯벌 면적만 1000㎢에 달합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하늘이 준 전남의 자산입니다. 지금까지 바다 활용은 물류와 수산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전남은 이런 자산을 잘 활용하면, 해양리조트·별장·요트 등이 어우러진 환상의 휴양지가 될 수 있습니다. 갯벌은 엄청난 생태가치를 갖고 있으나 거의 방치된 상태입니다. 우리는 갯벌도립공원 2곳을 지정해 깨끗이 보존하고 있습니다. 해양은 영토적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에서도 엄청난 중요성을 갖고 있어요. 미래의 식품과 에너지도 바다에서 나올 겁니다.
고려시대 이후 왜적 침략을 받으면 섬을 비우는 ‘공도(空島)정책’을 썼습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도, 바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큰 손실입니다. 예부터 바다를 경영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어요. 해양 자원을 많이 가진 전남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바다 경영을 앞장서 이끌어나갈 것입니다.”
―최근 4~5년 새 전남은 친환경농업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풍년임에도 농민들의 표정은 어둡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아름다운 농어촌 행복마을 가꾸기’ 사업이 호감 가는 정책으로 꼽혔는데요. 여전히 농업 문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농업 문제는 단기적으로 쌀을 어떻게 할 것인지와 장기적으로 농업과 농촌을 어떻게 할 것인지로 나눠 볼 수 있어요. 쌀과 관련해 농민들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정책 때문입니다. 다른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쌀을 30만t 이상 수입합니다. 정부는 당연히 대책을 세웠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에 아쉬움이 많아요. 전남도는 독자적으로 쌀 재배 농가에 47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도 빨리 비상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박 지사는 “농업·농업인·농촌 등을 함께 보는 ‘3농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만 갖고 씨름하지 말고, 농업인과 농촌을 어떻게 할 것인지 동시에 고민해야 해요. 농업 문제는 무엇보다 저장·가공·유통을 함께해야 풀 수 있어요. 과잉생산 때는 저장했다가 적절한 시기에 출하하는 계획적인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농업인에게는 복지와 의료·교육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자치단체와 정부가 함께 지혜를 모으면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펼칠 수 있습니다. 교육은 농촌과 도시를 구분해 접근해야 합니다.
모든 국민은 교육받을 권리를 갖고 있어요. 벽지나 도서지역 학교에 학생 수가 적으니 문 닫으라고 하면 안됩니다. ‘순회교사’를 파견하는 등 현장에 맞는 시책이 필요해요.
우리 농촌은 불행하게도 과거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집을 모두 시멘트 벽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꿨어요. 건강에도 안 좋고, 냉·난방에도 부적절한 자재들입니다. 우리 道(도)는 그래서 ‘행복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한옥을 짓고, 경관을 가꿔서 농촌마을을 살고 싶은 행복마을로 만들자는 거죠. 이렇게 3농정책을 펼치면 농촌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신안 증도의 경우 2년 새 관광객 213% 늘어
―관광개발도 전남의 미래가 걸린 분야입니다. 섬 지역 관광개발은 얼마나 진척됐습니까.
“지난 2005년부터 테마별 섬 개발을 내용으로 하는 ‘갤럭시 아일랜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수·고흥권에는 생태의 섬, 역사·문화의 섬, 꽃 섬, 가족의 섬, 낚시의 섬 등이 조성됩니다. 완도권은 건강의 섬으로, 진도권은 전망·음악·꽃과 나비의 섬 등으로 가꿀 예정입니다. 또 신안·영광의 다이아몬드 제도권은 사랑의 섬, 동물의 섬 등으로 개발될 예정입니다.
최근 일부 섬에 들어선 리조트와 콘도는 예약이 힘들 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실제, 엘도라도 리조트가 들어선 신안 증도는 2년 만에 관광객이 213% 늘었습니다. 현재 16개 섬에서 호텔·콘도 등 민간투자가 이뤄져 행정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요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이미 목포항에 마리나를 만들었고, 함평 등에 중소형 마리나 6~7곳을 추가 조성할 계획입니다.”
―전남의 가장 큰 프로젝트인 여수엑스포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여수엑스포는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3개월 동안 열립니다. 100여 개 국가와 국제기구, 글로벌기업 등이 참가하고, 800만명이 관람할 세계적인 축제입니다. 이미 중국·일본 등 28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혀 왔어요. 174만㎡의 박람회장은 11월 중 부지공사에 들어갑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은 내년 2월, 주제관·한국관·국가관 등 주요 전시관은 내년 하반기에 착공합니다. 또 고급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전남개발공사가 여수경도해양관광단지를 개발 중입니다. 또 엑스포를 위해 14개 지구에 9조5095억원을 들여 SOC 확충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SOC가 계획대로 완공되면 수도권과 세 시간, 부산과 두 시간, 전남 서부와는 1시간30분대로 단축됩니다.”
―F1국제자동차대회 준비는 어디까지 왔습니까.
“지난 2006년 F1 그랑프리를 유치했고, 내년 10월 첫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지난 9월 9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1980억원의 민자유치에 성공, 경주장 건설과 국내·외 투자유치에 탄력이 붙었어요. F1 지원법이 지난 10월 공포돼 정부와 國費(국비) 지원을 협의 중입니다. 공정률 60%를 보이고 있는 경주장은 그랜드스탠드 등 주요 건축물 윤곽이 드러나고 있어요.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입니다. 앞으로 조직위원회 설립, 교통·숙박대책 마련 등을 착실히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F1,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의 효과
―정부 등에서는 F1 대회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박 지사께서는 이 대회의 파급효과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F1 자동차 경주대회 추진 초기에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여야 합의로 F1 대회 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대부분 풀렸습니다. 지난 10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경주장 건설 현장을 방문, F1 대회에 대한 범정부적 지원을 약속했어요. F1 대회는 전 세계 6억명의 TV 시청자에게 광주·전남을 알리는 것은 물론, 지역 관광산업과 자동차 연관산업 발전, 모터스포츠 등 고부가가치 신산업 창출 등 기대효과가 엄청납니다. 1700억원 규모의 자동차 튜닝 부품단지 조성, 완성차 및 부품회사의 자동차 성능시험장 활용, 연구·디자인센터 유치 등 자동차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J프로젝트)도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일부 지구는 부지문제로 농림식품부와 이견이 큰 것 같습니다.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는 전남 영암·해남군 일원 84.5㎢ 부지에 사업비 3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지역을 삼호지구, 구성지구, 부동지구, 송촌지구 등 6개 지구로 나눠 개발합니다. 미국 트러스넷그룹(TrussNet Group)과 지난 2008년 7월 송촌지구에 45억 달러 투자협약을 맺었습니다. 농식품부가 외자유치 지역에 농업회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간척지 활용문제가 발생했으나 앞으로 농식품부와 협의해 인근 미분양 간척지로 위치 변경이나 대체부지 양도 등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이번 月刊朝鮮 여론조사에서, 道民(도민)들이 가장 불만을 느끼는 정책과제로 ‘일자리’ 분야를 꼽았습니다.
“전남의 인구는 5~6년 전까지만 해도 1년에 평균 3만6000명씩 줄었어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죠. 여수(여수산단)·광양(광양제철)·영암(현대삼호조선)을 빼면 일자리가 거의 없어요. 일자리가 없고, 교육환경이 안 좋으니 젊은층이 떠나는 겁니다. 이를 방치하면 전남은 사람이 살지 않는 땅으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우리 도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유치와 함께 지역 특산물 가공회사 설립을 추진해 왔어요. 지난 3년 간 1300여 개의 기업을 유치했고, 김치·미역 등 가공회사를 설립하면서 적잖은 일자리를 만들었어요. 덕분에 지난해에는 인구 감소가 1만800명으로 한창 때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잦아들었어요. 5년 후면 감소세가 멈출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직도 없애야 할 규제가 너무 많아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일하면서, 정부에 “이건 이렇게 하자”고 말씀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이명박 대통령께서 취임 직후 공무원들에게 현장에 많이 가 보라고 했는데, 이 말씀이 실천되기를 바랍니다. 農政(농정)도 현장에 가서 들어 봐야 해요. 주민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정부는 현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현장을 잘 아는 자치단체의 의견을 들어 봐야 해요. 없애야 할 규제가 지금도 많습니다. 현장에 가서 보면 문제가 보여요. 현장행정이 필요한 업무는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해야 합니다.”
―다음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박 지사께서는 다른 예비 후보자들보다 지지율이 두 배 이상 차이로 앞서 있습니다.
“현직 지사로서 우선은 도정에 충실하는 게 최선입니다. 저는 본래 정치를 하려던 사람이 아니었으나, 여기까지 왔어요. 도민들이 제가 지사를 더 맡는 게 좋다고 판단하시면 결심할 거고, 그렇지 않다면 미련 없이 놓을 겁니다. 하지만 누가 하더라도 전남의 미래를 고민하는 분이었으면 해요. 5년6개월 전 지사에 취임한 뒤 나름 전남의 장점과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분석했고, 이제 막 ‘전남 살리기’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누가 지사를 맡든 이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도민들이 희망과 꿈을 키울 수 있는 땅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전남의 장기발전 전략과 이를 위해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말씀해 주세요.
“도민들께서 시급한 문제로 일자리 부족을 지적하셨는데, 이것은 기업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민들 모두가 기업이 오는 것을 환영해 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 혼자서는 어렵기 때문에 힘을 모아 함께 가야 해요. 농업인들도 분야별로 회사를 만들면 판매·경영에도 힘이 생기고, 광역 경작으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어요. 전라도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뭔가 하겠다고 하면 기어코 해내는’ 저력을 보여줬어요. 과거 민족과 국가가 어려울 때 표출했던 에너지를 이제는 우리의 운명을 바꾸는 데 쏟을 때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주말·휴일도 없이 전남의 구석구석과 서울, 해외 등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서도 그는 활력이 넘쳤고, 목소리에도 힘이 있었다.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에 월등히 앞선 것이나,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70.9%로 타 시도보다 높다는 결과를 설명하자 박 지사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전남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넓은 바다와 갯벌, 수많은 섬과 긴 해안선 등 비교우위 자원을 잘 활용하면 전남은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고,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선거유세 때 “전남의 운명을 바꾸자”고 호소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 반이 지났습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道民(도민) 70% 이상이 박 지사의 직무수행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했는데요, ‘전남의 운명 바꾸기’는 얼마나 성과가 있었습니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절반은 한 셈입니다. 시대는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변했지만, 전남은 아직 농경사회에 머물러 있습니다. 가장 살기 어려운 곳이죠. ‘좋은 것’ 순위에서는 전국 꼴찌, ‘나쁜 것’은 전국 1등을 밥 먹듯 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제 고민의 핵심입니다. 정부에 ‘균형발전을 위해 전남에 새로운 것(산업·인프라 등)을 배치해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공기나 햇볕에 이르기까지 전남이 가진 우수한 자원을 끊임없이 발굴하려 했어요.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작업이 이제 막 시작돼 뿌리를 내리고 있는 단계입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찾아야 합니다.
바다·섬·갯벌은 전남의 자산
갯벌공원을 만들고 천일염·해조류 등을 가공해 기능성 식품과 약으로 만들 겁니다. 전남은 다른 지역이 갖지 못한 독특한 자원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래 가능성은 매우 밝아요. 민선 3기를 포함해 재임 5년6개월(박 지사는 보궐선거로 당선, 첫 임기가 2년이었다-편집자 주)은 전남에 대해 나름 탐구하고 어떤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인지 탐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평소 전남의 비교우위 자산인 해양 경영에 남다른 철학과 비전, 열정을 보여 오셨는데요.
“전남은 바다 면적이 전국에서 가장 넓습니다. 해안선도 6500㎞로 전국의 절반이나 되고, 섬은 전국 3000여 개 가운데 2000여 개를 갖고 있습니다. 갯벌 면적만 1000㎢에 달합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하늘이 준 전남의 자산입니다. 지금까지 바다 활용은 물류와 수산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전남은 이런 자산을 잘 활용하면, 해양리조트·별장·요트 등이 어우러진 환상의 휴양지가 될 수 있습니다. 갯벌은 엄청난 생태가치를 갖고 있으나 거의 방치된 상태입니다. 우리는 갯벌도립공원 2곳을 지정해 깨끗이 보존하고 있습니다. 해양은 영토적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에서도 엄청난 중요성을 갖고 있어요. 미래의 식품과 에너지도 바다에서 나올 겁니다.
고려시대 이후 왜적 침략을 받으면 섬을 비우는 ‘공도(空島)정책’을 썼습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도, 바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큰 손실입니다. 예부터 바다를 경영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어요. 해양 자원을 많이 가진 전남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바다 경영을 앞장서 이끌어나갈 것입니다.”
―최근 4~5년 새 전남은 친환경농업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풍년임에도 농민들의 표정은 어둡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아름다운 농어촌 행복마을 가꾸기’ 사업이 호감 가는 정책으로 꼽혔는데요. 여전히 농업 문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농업 문제는 단기적으로 쌀을 어떻게 할 것인지와 장기적으로 농업과 농촌을 어떻게 할 것인지로 나눠 볼 수 있어요. 쌀과 관련해 농민들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정책 때문입니다. 다른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쌀을 30만t 이상 수입합니다. 정부는 당연히 대책을 세웠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에 아쉬움이 많아요. 전남도는 독자적으로 쌀 재배 농가에 47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도 빨리 비상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박 지사는 “농업·농업인·농촌 등을 함께 보는 ‘3농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만 갖고 씨름하지 말고, 농업인과 농촌을 어떻게 할 것인지 동시에 고민해야 해요. 농업 문제는 무엇보다 저장·가공·유통을 함께해야 풀 수 있어요. 과잉생산 때는 저장했다가 적절한 시기에 출하하는 계획적인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농업인에게는 복지와 의료·교육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자치단체와 정부가 함께 지혜를 모으면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펼칠 수 있습니다. 교육은 농촌과 도시를 구분해 접근해야 합니다.
모든 국민은 교육받을 권리를 갖고 있어요. 벽지나 도서지역 학교에 학생 수가 적으니 문 닫으라고 하면 안됩니다. ‘순회교사’를 파견하는 등 현장에 맞는 시책이 필요해요.
우리 농촌은 불행하게도 과거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집을 모두 시멘트 벽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꿨어요. 건강에도 안 좋고, 냉·난방에도 부적절한 자재들입니다. 우리 道(도)는 그래서 ‘행복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한옥을 짓고, 경관을 가꿔서 농촌마을을 살고 싶은 행복마을로 만들자는 거죠. 이렇게 3농정책을 펼치면 농촌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신안 증도의 경우 2년 새 관광객 213% 늘어
―관광개발도 전남의 미래가 걸린 분야입니다. 섬 지역 관광개발은 얼마나 진척됐습니까.
“지난 2005년부터 테마별 섬 개발을 내용으로 하는 ‘갤럭시 아일랜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수·고흥권에는 생태의 섬, 역사·문화의 섬, 꽃 섬, 가족의 섬, 낚시의 섬 등이 조성됩니다. 완도권은 건강의 섬으로, 진도권은 전망·음악·꽃과 나비의 섬 등으로 가꿀 예정입니다. 또 신안·영광의 다이아몬드 제도권은 사랑의 섬, 동물의 섬 등으로 개발될 예정입니다.
최근 일부 섬에 들어선 리조트와 콘도는 예약이 힘들 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실제, 엘도라도 리조트가 들어선 신안 증도는 2년 만에 관광객이 213% 늘었습니다. 현재 16개 섬에서 호텔·콘도 등 민간투자가 이뤄져 행정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요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이미 목포항에 마리나를 만들었고, 함평 등에 중소형 마리나 6~7곳을 추가 조성할 계획입니다.”
―전남의 가장 큰 프로젝트인 여수엑스포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여수엑스포는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3개월 동안 열립니다. 100여 개 국가와 국제기구, 글로벌기업 등이 참가하고, 800만명이 관람할 세계적인 축제입니다. 이미 중국·일본 등 28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혀 왔어요. 174만㎡의 박람회장은 11월 중 부지공사에 들어갑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은 내년 2월, 주제관·한국관·국가관 등 주요 전시관은 내년 하반기에 착공합니다. 또 고급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전남개발공사가 여수경도해양관광단지를 개발 중입니다. 또 엑스포를 위해 14개 지구에 9조5095억원을 들여 SOC 확충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SOC가 계획대로 완공되면 수도권과 세 시간, 부산과 두 시간, 전남 서부와는 1시간30분대로 단축됩니다.”
―F1국제자동차대회 준비는 어디까지 왔습니까.
“지난 2006년 F1 그랑프리를 유치했고, 내년 10월 첫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지난 9월 9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1980억원의 민자유치에 성공, 경주장 건설과 국내·외 투자유치에 탄력이 붙었어요. F1 지원법이 지난 10월 공포돼 정부와 國費(국비) 지원을 협의 중입니다. 공정률 60%를 보이고 있는 경주장은 그랜드스탠드 등 주요 건축물 윤곽이 드러나고 있어요.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입니다. 앞으로 조직위원회 설립, 교통·숙박대책 마련 등을 착실히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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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영 전남지사(가운데)가 F1 국제자동차대회 유치에 성공, 조인식을 갖고 있다. |
F1,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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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나주시 산포면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장을 찾은 박준영 지사. |
“F1 자동차 경주대회 추진 초기에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여야 합의로 F1 대회 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대부분 풀렸습니다. 지난 10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경주장 건설 현장을 방문, F1 대회에 대한 범정부적 지원을 약속했어요. F1 대회는 전 세계 6억명의 TV 시청자에게 광주·전남을 알리는 것은 물론, 지역 관광산업과 자동차 연관산업 발전, 모터스포츠 등 고부가가치 신산업 창출 등 기대효과가 엄청납니다. 1700억원 규모의 자동차 튜닝 부품단지 조성, 완성차 및 부품회사의 자동차 성능시험장 활용, 연구·디자인센터 유치 등 자동차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J프로젝트)도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일부 지구는 부지문제로 농림식품부와 이견이 큰 것 같습니다.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는 전남 영암·해남군 일원 84.5㎢ 부지에 사업비 3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지역을 삼호지구, 구성지구, 부동지구, 송촌지구 등 6개 지구로 나눠 개발합니다. 미국 트러스넷그룹(TrussNet Group)과 지난 2008년 7월 송촌지구에 45억 달러 투자협약을 맺었습니다. 농식품부가 외자유치 지역에 농업회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간척지 활용문제가 발생했으나 앞으로 농식품부와 협의해 인근 미분양 간척지로 위치 변경이나 대체부지 양도 등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이번 月刊朝鮮 여론조사에서, 道民(도민)들이 가장 불만을 느끼는 정책과제로 ‘일자리’ 분야를 꼽았습니다.
“전남의 인구는 5~6년 전까지만 해도 1년에 평균 3만6000명씩 줄었어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죠. 여수(여수산단)·광양(광양제철)·영암(현대삼호조선)을 빼면 일자리가 거의 없어요. 일자리가 없고, 교육환경이 안 좋으니 젊은층이 떠나는 겁니다. 이를 방치하면 전남은 사람이 살지 않는 땅으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우리 도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유치와 함께 지역 특산물 가공회사 설립을 추진해 왔어요. 지난 3년 간 1300여 개의 기업을 유치했고, 김치·미역 등 가공회사를 설립하면서 적잖은 일자리를 만들었어요. 덕분에 지난해에는 인구 감소가 1만800명으로 한창 때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잦아들었어요. 5년 후면 감소세가 멈출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직도 없애야 할 규제가 너무 많아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일하면서, 정부에 “이건 이렇게 하자”고 말씀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이명박 대통령께서 취임 직후 공무원들에게 현장에 많이 가 보라고 했는데, 이 말씀이 실천되기를 바랍니다. 農政(농정)도 현장에 가서 들어 봐야 해요. 주민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정부는 현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현장을 잘 아는 자치단체의 의견을 들어 봐야 해요. 없애야 할 규제가 지금도 많습니다. 현장에 가서 보면 문제가 보여요. 현장행정이 필요한 업무는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해야 합니다.”
―다음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박 지사께서는 다른 예비 후보자들보다 지지율이 두 배 이상 차이로 앞서 있습니다.
“현직 지사로서 우선은 도정에 충실하는 게 최선입니다. 저는 본래 정치를 하려던 사람이 아니었으나, 여기까지 왔어요. 도민들이 제가 지사를 더 맡는 게 좋다고 판단하시면 결심할 거고, 그렇지 않다면 미련 없이 놓을 겁니다. 하지만 누가 하더라도 전남의 미래를 고민하는 분이었으면 해요. 5년6개월 전 지사에 취임한 뒤 나름 전남의 장점과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분석했고, 이제 막 ‘전남 살리기’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누가 지사를 맡든 이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도민들이 희망과 꿈을 키울 수 있는 땅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전남의 장기발전 전략과 이를 위해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말씀해 주세요.
“도민들께서 시급한 문제로 일자리 부족을 지적하셨는데, 이것은 기업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민들 모두가 기업이 오는 것을 환영해 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 혼자서는 어렵기 때문에 힘을 모아 함께 가야 해요. 농업인들도 분야별로 회사를 만들면 판매·경영에도 힘이 생기고, 광역 경작으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어요. 전라도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뭔가 하겠다고 하면 기어코 해내는’ 저력을 보여줬어요. 과거 민족과 국가가 어려울 때 표출했던 에너지를 이제는 우리의 운명을 바꾸는 데 쏟을 때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