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大選 때 盧武鉉 후보와 단일화 안 했다면 李會昌 후보 당선됐을 것
⊙ 金大中의 李明博 대통령에 대한 ‘독재’ 운운 자체가 냉전적 사고
⊙ “어려울 때일수록 정치 지도자는 발언해야 한다. 朴槿惠 前 대표도 침묵을 깨야”
⊙ 국민의 생명보호 안된다면 개성공단 철수해야
⊙ 북한의 핵무기는 李明博 정부 때가 아니라, 金大中 盧武鉉 정부 내내 개발된 것
鄭夢準
⊙ 1951년 서울 출생.
⊙ 중앙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수료.
미국 MIT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미국 존스홉킨스대 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13, 14, 15, 16, 17, 18대 국회의원(6選). 대한축구협회장.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FIFA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이명박 대통령당선자 미국 특사단장.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 金大中의 李明博 대통령에 대한 ‘독재’ 운운 자체가 냉전적 사고
⊙ “어려울 때일수록 정치 지도자는 발언해야 한다. 朴槿惠 前 대표도 침묵을 깨야”
⊙ 국민의 생명보호 안된다면 개성공단 철수해야
⊙ 북한의 핵무기는 李明博 정부 때가 아니라, 金大中 盧武鉉 정부 내내 개발된 것
鄭夢準
⊙ 1951년 서울 출생.
⊙ 중앙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수료.
미국 MIT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미국 존스홉킨스대 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13, 14, 15, 16, 17, 18대 국회의원(6選). 대한축구협회장.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FIFA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이명박 대통령당선자 미국 특사단장.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서울 중앙고 출신들의 모임인 중앙고 교우회는 지난 5월 말 졸업생과 교사들의 회고담을 엮은 <중앙학교 100년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계동 일번지>를 펴냈다. 이 책에는 중앙고 출신인 鄭夢準(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싸움과 관련된 회고담도 실려 있다.
학창 시절 권투를 배웠던 정 최고위원이 母校(모교) 부근에 있는 삼청동 숲속에서 당시 중앙고 유도부 주장과 싸움을 벌였는데, 정신없이 서로 치고받다 보니 상대방이 완전히 뻗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사건 후 중앙고 재학생 정몽준은 1주일 동안 학교를 못 나갔다고 한다. 자신에게 녹다운당한 유도부 주장의 친구들이 복수를 노린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당시 정 최고위원은 권투 도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그곳 관장이 권투를 잘한다는 말을 들은 정 최고위원은 수업시간에 피곤해서 노트 필기도 못할 정도로 권투에 미쳐 있었다고 한다.
정 최고위원에게 “지금도 그 시절처럼 싸움을 잘하느냐”고 묻자 “운동을 좋아하는 편인데, 지금까지 운동을 하다가 다섯 차례나 골절상을 입었다”고 했다. 농구를 하다가 팔이 부러졌고,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스키장에서 스키 시합하다 어깨뼈가 부러졌다. 군대에서 축구하다가 무릎 뼈를 상하는 등 심한 부상을 여러 차례 당했다는 것이다.
지금 정 최고위원의 앞길은 어쩌면 다섯 차례나 골절상을 입은 지나온 삶보다 더 험난할지도 모른다. 그가 부인하든 그러지 않든 대다수 유권자들은 그의 행보 하나하나를 차기 大選(대선)과 관련지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鄭夢準
그가 “이제는 싸움을 못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물리적 충돌을 필요로 하는 싸움에 국한한 것이다. 북한 개성공단 폐쇄 발언, 조기전당대회 주장, 朴槿惠(박근혜) 前(전) 대표도 조기 전당대회에 나와야 한다는 발언 등 최근에 보여주는 그의 행보는 ‘전투’ 이상의 것을 연상케 한다.
그의 최근 행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념의 좌표를 과거보다 훨씬 오른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점과, 당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한나라당 최대 주주 중 한 사람인 박근혜 전 대표의 대척점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2월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정권교체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운동을 벌였던 徐貞甲(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 등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인사들에 대해 당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를 결정하자, 그는 “우리 정부의 PSI 참여 공식 선언은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옹호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적나라하게 대비되는 행보를 보여준 것은 지난 4·29 재·보선 때다. 박 전 대표가 지난 재·보선 과정에서 침묵으로 일관할 때,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울산으로 내려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했다.
지난 6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정책연구소 ‘해밀을 찾는 소망’에서 정 최고위원을 만났다. 이날 그는 아침 일찍 등산을 한 후 울산에서 열린 지역행사에 참석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해밀을 찾는 소망’은 지난 2월 개소했다. 정 최고위원의 大權(대권)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해밀’은 ‘비가 온 뒤 맑게 갠 하늘’이란 뜻으로 국가적 난제를 극복해 나가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해밀을 찾는 소망’의 어감이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직접 작명했습니까.
정 최고위원은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鄭光哲(정광철) 보좌관과 洪潤五(홍윤오) ‘해밀을 찾는 소망’ 정책기획실장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지었습니다. 제가 지을 실력은 못 되고요.”
―정 최고위원 보시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비가 오고 있습니까. 비가 개고 있습니까.
“점점 비구름이 몰려오는 상태라고 봅니다.”
분열, 증오, 선동, 反지성
―언제쯤 날이 활짝 갤까요.
“당분간은 검은 구름이 많이 오겠죠.”
―盧武鉉(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처음 무슨 생각이 들었습니까.
“처음에는 誤報(오보)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최소한 자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료사고이거나 다른 사고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든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 저는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때 대통령 후보를 단일화한 동지적 관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보셨을 텐데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인간 노무현은 어떤 사람이었다는 기억이 떠올랐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弔問政局(조문정국)이라고 할 수 있어 현 시점에서 이야기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12월 한나라당 秦聖昊(진성호) 의원의 <굿바이 노무현> 출판 기념회 때 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 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포퓰리즘, 분열과 증오, 선동과 反(반)지성’이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노 전 대통령이 사랑과 관용에 대해 좀 더 생각했으면 하는 느낌을 항상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증오를 표시할 때는 다들 자신 있게 하는데, 사랑에 대해서는 잘 표현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잖아요.”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언론, 특히 방송이 애도를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로 몰고 간 측면도 있어 보이는데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죠. 방송을 하는 분들은 자기들 방식으로 슬픈 감정을 표시한 것이라고 봅니다. 감정과 이성은 반대되는 감정이라 ‘과도하다 아니다’ 이렇게 쾌도난마 식으로 표현하기는 힘든 면이 있다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후 李明博(이명박) 정부의 대응방식은 바람직했다고 보시는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감정을 고려하고, 전직 대통령의 격에 맞는 장례식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봅니다.”
서울광장보다 국회 광장이 넓다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 ‘노무현과의 단절’을 주장하다가 그가 서거하자 장외투쟁까지 하면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민주당 사람들도 노 대통령이 자살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했겠죠. 그렇더라도 이 문제로 국회의원이 장외투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어느 분이 저에게 ‘국회가 제일 큰 광장인데, 그 크고 좋은 광장을 놔두고 국회의원들이 왜 길거리로 나서는가’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金大中(김대중) 前(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며 국민들이 들고일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말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내세우며 제일 강조했던 것이 냉전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현 정부의 對北(대북)정책이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독재’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냉전적 사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이 민주화 투쟁을 했기 때문에 자기와 의견이 다르면 ‘독재’나 ‘권위주의’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화 이후 시대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본인이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자고 해 놓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상대를 ‘독재’라고 몰아세우는 모습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좌파 단체나 일부 정치인들은 조문정국을 촛불정국으로 확대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호응은 별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분들(민주당)이 길거리로 나서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이용해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면서 자기들은 국민들의 감성에 파고들려는 전략이라는 게 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생활의 안정과 향상이지 길거리 투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어떻게든 연결시켜서 표를 얻어 보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결정적 시기에 항상 현명한 판단을 내려서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산업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봐야 합니다.”
변화 때문에 盧武鉉 선택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는 이념적 지향점이 달랐는데 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습니까.
“저는 당시 우리 국민들이 뭔가 새로운 변화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의 시대정신을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물론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는데, 당시 李會昌(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이런 변화를 이끌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자신이 없었습니다. 반면 노무현 후보는 인권변호사를 지내서 젊은이들에게 인기도 많았고, 특히 사회복지 정책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는 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외교안보 분야에서 저의 의견이 반영된다면 같이 일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당시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가 결국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당시 저와 노무현 후보의 단일화가 없었으면 당연히 이회창 후보가 당선됐겠죠. 그 점과 관련해서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저는 原罪(원죄)의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후보와 갈라서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우선 노무현 후보와 저는 기본 생각이 너무 달랐습니다.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며칠에 걸쳐 서로 정책협의를 하고 합의서도 썼습니다. 그런데 대선 마지막 날 유세에서 노무현 후보는 저와의 합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식의 말을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국민에게 저의 생각을 솔직히 표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의 그런 생각을 표현하는 시점이 그날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국민에게 정직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집에 들어가니 집사람이 ‘그래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집사람(金寧明·김영명)이 정치학을 전공해서 나보다 정치감각이 더 뛰어나요.”
2002년 대선운동 마지막 날인 12월 18일 노무현 후보의 종로 유세에서 노 후보는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라는 피켓을 본 뒤 “속도위반하지 말라. 여성 대권을 꿈꾸는 秋美愛(추미애) 의원이 있고, 내가 힘들 때 뒷받침해 준 鄭東泳(정동영) 의원도 있다“고 말했다.
부인이 정치적 조언
당시 정몽준 후보 측의 金杏(김행) 대변인이 밝힌 공식적인 노무현 지지 철회 이유는 노 후보가 명동 유세에서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는 말을 하는 등 양당 간에 합의된 정책공조 정신에 어긋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었다. 김행 대변인은 “우리 정치의 가장 나쁜 병폐인 배신과 변절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여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지금도 부인으로부터 정치적 조언을 많이 받겠네요.
“그렇죠.”
―2002년 대선 당시 혹시 정 최고위원 쪽으로 후보가 단일화돼서 執權(집권)에 성공했다면 국정을 어떻게 끌고 나갈 생각이었습니까.
“저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병폐 중의 하나가 지역감정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제가 집권했으면 지역감정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을 테고, 지금보다 더 많이 개선되도록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노무현 정권 시절이 유구한 우리의 역사 속에서 하나의 짧은 시대적 오류로 남게 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한 적이 있는데요.
“노 대통령이 집권 기간 동안 국민들 간에 평등을 실현해 보려고 애를 쓴 것만은 분명하지만 국민들의 실제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북한은 최근 개성공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3일자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이 지속돼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정 최고위원께서는 최근 ‘개성공단 철수’ 주장 등 정치인 중에서는 가장 강경한 발언을 해 오고 있는데요.
“저도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생각입니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知韓派(지한파) 인사입니다. 그분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최대한 유연하게 접근하라는 충고를 많이 합니다. 개성공단은 개인적으로 우리 집안에서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저도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우리 국민 철수시킬 각오해야
―그렇다면 ‘개성공단 철수’ 이야기는 왜 나온 겁니까.
“얼마 전 玄仁澤(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만약 우리 직원이 추가로 억류될 경우 어떤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현 장관은 ‘우리로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하더군요. 저는 ‘당신은 대한민국의 통일부 장관이고, 개성공단에 사업하러 간 사람은 북한 정부가 아니라 통일부 장관 말을 믿고 거기 간 것 아니냐, 통일부 장관이 아무 대책이 없다면 당연히 대통령에게 건의해서 개성공단 내의 우리 국민을 철수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개성공단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까요.
“개성공단이 잘되려면 먼저 북한이 남북 간에 맺은 합의를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 직원을 잡아간 후 접견조차 시켜 주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우리 국민이 추가로 억류되었는데 아무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면 통일부 장관은 당연히 우리 기업의 철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지난 60년간 남북 간의 구도는 군사적 대치 관계입니다. 이런 대치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대화와 교류를 하는 것이죠. 개성공단은 대화와 교류의 한 방편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인질이 된 상태에서 대화와 교류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입니다. 우리가 애당초 개성공단을 돈 벌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잖아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재’ 발언을 하는 자리에서 금강산 관광 중단의 원인이 마치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금강산 관광을 폐쇄했기 때문인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남북 간에는 그동안 맺어 온 여러 가지 합의서가 있습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1992년 한반도 非(비)핵화 공동선언서 등등이 그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에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실천하라는 압력을 자꾸 보내고 있는데, 이 두 선언만이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 정책을 대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7·4 남북공동선언부터 그동안 남과 북이 맺어 온 모든 합의서가 대화와 교류 정책의 결과로 탄생한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좌파들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책임자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실시하면서 3대 원칙을 발표했습니다. 무력도발은 안된다. 흡수통일도 안된다. 대북지원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햇볕정책 후 북한은 핵무기 실험까지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북한의 핵실험만큼 큰 군사적 도발이 있습니까? 이런 북한의 행태를 보고도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이 성공했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개발한 것이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내내 개발된 것입니다. 장거리 미사일도 6·15 남북 정상회담을 한 직후 바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사실은 눈감은 채 무조건 북한을 감싸면서 이명박 정부와 동맹국인 미국을 비판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은 저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이고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중국의 역할이 중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난 6월 12일 북한의 최근 핵실험과 관련해 2006년의 결의보다 훨씬 강력한 결의를 내놓았습니다. 이런 조치들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중국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북의 핵 보유를 지역의 불안정 요인으로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자신들에게 전략적인 이익이 있다고 판단할 것인지 하는 등의 판단을 할 텐데 그러한 중국의 판단이 북핵 문제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번에는 중국도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제재 결의에 참여했는데요.
“이는 기존의 중국 입장과는 상당히 달라진 점입니다. 북한의 핵실험 후 우리 정부가 PSI에 가입하겠다고 했을 때 북한은 이를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가결된 유엔 안보리의 제재는 PSI보다 10배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UN 안보리의 제재가 과거보다 북한에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할 거란 말씀이시군요.
“전 세계가 모두 참여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해상봉쇄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강력한 제재 때문에 역설적으로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과 대화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金正日(김정일)이 최근 26세의 김정운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북한의 3대 세습체제가 安着(안착)하리라고 보시는지요.
“이 문제도 결국 중국이 북한의 세습을 어떻게 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일종의 사회주의 국가인데 사실 사회주의 국가와 권력세습은 잘 맞지 않습니다. 김정일 입장에서는 10년 전에 후계세습 과정을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겁니다. 아마 지금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서 무척 서두르고 있을 겁니다.”
―북한 핵문제나 후계자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정 최고위원께서는 중국 쪽에 개인적인 외교 채널을 많이 갖고 계신지요.
“만나는 사람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의 對中(대중) 외교 채널입니다.”
소통 不在의 원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이 대통령은 여러 가지 여건이 어려운 때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북한이 우리와 군사적으로 대치되어 있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고, 앞으로 통일하자는 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입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갈 때는 현실을 잊어버려서는 안됩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남북관계는 현실감각을 상실해서 정상궤도를 이탈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그것을 다시 바로잡겠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반발과 어려움이 따르는 것입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의 방향은 제대로 잡고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이 된 것이라는 겁니다.”
―보수층은 정국을 제대로 주도하지 못하고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 ‘웰빙 정당’, ‘살찐 돼지’라는 야유를 보내고 있습니다. 정 최고위원께서도 지난 4월 재·보선 후에 한나라당에 대해 ‘엉성한 친목단체’라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한나라당에는 많은 지역구 의원이 있습니다. 따라서 당이 민심을 모른다고 하는 지적은 좀 어폐가 있고요. 아무래도 계파 간의 경쟁과 갈등이 존재하다 보니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비난을 받는 면이 있다고 봅니다.”
―청와대가 여의도 정치와 너무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시는 말씀이신지요.
“그게 아니라 우리 한나라당이 정치적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엎어진 놈이 자빠진 놈 일으킬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자기 실력을 먼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의견 중에 채택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청와대가 왜 듣지 않겠습니까. 정당의 두 가지 중요 기능이 정책수립과 교육기능인데, 우리 정당은 이 두 가지가 너무 취약합니다.”
정치인을 달라지게 하는 것은 선거
―정 최고위원께서는 일관되게 계파정치에 대한 비판을 해 오셨습니다. 최근 李在五(이재오) 전 의원 측도 귀국 후 세력이 결집되는 것 같고, 親朴(친박)계는 여전히 굳건한 결속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가면 한나라당 내의 계파정치는 점점 강화되는 것 아닌가요.
“우리 당 의원들은 대부분이 계파에 속해 있기 때문에 계파가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잘되는 조직은 개방돼야 합니다. 조직이 개방되지 않고, 갇혀 있으면 발전할 수가 없어요.”
―早期(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계신데요.
“어느 시기를 기준으로 조기인지 아닌지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를 보면 73.7%의 당원이 전당대회를 하자는 쪽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도부를 바꾸자는 의견인 것이죠. 저는 朴熺太(박희태) 대표가 잘했다, 못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은 당과 나라 안팎의 상황이 1년 전과 너무나 달라졌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남북관계인데 지금 북핵문제 등 남북관계가 시급하게 돌아가고 있고, 국내 정치상황도 모두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전당대회를 할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죠. 정치는 언론에서 아무리 야단을 쳐도 달라지는 게 거의 없습니다. 정치인을 달라지게 하는 것은 선거입니다. 어느 야당 원로를 만났더니 30여 년 동안 매년 전당대회를 치렀는데, 정치는 선거를 하면서 달라진다고 하더군요.”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면서 박근혜 대표도 나와야 한다고 했는데요.
“누구든 당을 제일 잘 운영할 사람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당을 운영하는데 계파의 대리인을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주주총회를 하려면 대주주들이 좀 나서 줘야죠. 지금은 국가의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올 사람 나왔으면 하는 겁니다.”
―조기 전당대회가 열리면 黨權(당권)에 도전할 생각입니까.
“특별히 다른 일 없으면 나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계파별로 생각이 닫혀 있다고 하셨는데요.
“닫혀 있다면 그분들이 싫어할 테고, 제가 볼 때 많이 개방되어 있지는 않다고 보죠.”
朴槿惠 침묵의 결과는?
―당을 통합할 수 있는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어떤 것일까요.
“당에서 경쟁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경쟁자를 너무 기분 나쁘게 하지 않고, 당의 분열을 막을 수 있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서로 모르는 남녀가 만나 살면서 부부싸움도 하지만, 그 싸움이 잘살기 위한 부부싸움이 돼야지 헤어지기 위한 싸움이 되어서는 안되잖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가 정치·사회적 현안에 오랜 기간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하. (박근혜 대표에게 내가) 한마디했다가 박 대표에게 야단맞으면 어떻게 해요?”
―정치지도자는 당내는 물론 국가사회의 현안에 대해 그때그때 발언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국민들은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충분히 생각해서 이야기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앞으로 박근혜 대표도 현안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시겠죠.”
―당이든 국가든 危難(위난)에 처해 있을 때는 국민통합과 당의 통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나서는 것이 지도자다운 모습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하셔야 하고, 하시겠죠.”
―이명박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정치적 과제가 있다면.
“개헌논의가 상당히 늦어지고 있습니다. 개헌문제는 아무리 활발한 논의를 해도 권력구조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국정의 중요한 과제를 개방적인 자세로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5년 단임제는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군사정권을 문민정부로 이양하는 과정에서 나온 과도기적인 제도라고 보는데요. 개인적으로 어떤 권력구조를 생각하고 있습니까.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당장 헌법을 개정하자는 게 아니고 논의를 하자는 겁니다. 문제는 개헌논의든, 경제 살리기 논의든 정치권이 무엇을 논의할지 논제를 정해서 앞서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아젠다 선점 역할이 없으니 정치권은 생산적이지 못하고 항상 정부나 여론에 끌려 다니게 된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외교도 다 사람이 하는 것이라 정상들 간의 화학적 반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까지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외국 정상들과 그런 면에서 잘 통하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 시절 최대 공약사업 중 하나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너무 쉽게 포기한 것 아닙니까.
“포기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반대하면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당시 교수들이 운하반대 성명을 내자 이 대통령께서 ‘전문가들 사이에 충분한 공감대 없으면 운하를 시작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저도 공감이 가는 주장입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그 부분은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검토하고 서두르지 말자는 의견에는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가 한반도 운하를 위한 우회전략 아닌가 하며, 의심하는 눈길이 많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국민들의 대다수가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정권홍보 차원에서 서두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는 차분하게 일을 추진하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그 나머지는 다음 정부가 잘 이어 받아서 마무리하면 별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정권교체 후 2012년에 계획된 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요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 잘못된 사인을 자꾸 보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6·25전쟁도 북한의 오판에 의해 발생한 것이거든요. 북한이 오판할 수 있는 사인을 자꾸 보내면 안되죠.”
―전작권 전환시기를 좀 늦춰야 한다는 말씀이신지요.
“그것도 한 방법이고요.”
2022년 월드컵 한국에서 개최되어야
―2022년 월드컵 유치 활동을 하고 계신데, 진짜 유치가 가능하리라고 봅니까.
“쉽지 않겠지만 가능은 합니다. 2018년 대회를 유럽에서 가져간다고 볼 때 우리가 신청한 2022년 대회는 미국과 멕시코, 일본, 호주, 카타르, 인도네시아 등과 경쟁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권 도전의 전 단계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해 보실 생각은 없는지요.
“그게 좋은 방법이 되나요? 그렇다면 생각해 보죠.”
―FIFA 회장에는 도전하시지 않습니까.
“그것도 중요한 자리지만 국내정치와 FIFA 회장 두 가지를 다 할 수는 없잖아요?”⊙
학창 시절 권투를 배웠던 정 최고위원이 母校(모교) 부근에 있는 삼청동 숲속에서 당시 중앙고 유도부 주장과 싸움을 벌였는데, 정신없이 서로 치고받다 보니 상대방이 완전히 뻗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사건 후 중앙고 재학생 정몽준은 1주일 동안 학교를 못 나갔다고 한다. 자신에게 녹다운당한 유도부 주장의 친구들이 복수를 노린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당시 정 최고위원은 권투 도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그곳 관장이 권투를 잘한다는 말을 들은 정 최고위원은 수업시간에 피곤해서 노트 필기도 못할 정도로 권투에 미쳐 있었다고 한다.
정 최고위원에게 “지금도 그 시절처럼 싸움을 잘하느냐”고 묻자 “운동을 좋아하는 편인데, 지금까지 운동을 하다가 다섯 차례나 골절상을 입었다”고 했다. 농구를 하다가 팔이 부러졌고,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스키장에서 스키 시합하다 어깨뼈가 부러졌다. 군대에서 축구하다가 무릎 뼈를 상하는 등 심한 부상을 여러 차례 당했다는 것이다.
지금 정 최고위원의 앞길은 어쩌면 다섯 차례나 골절상을 입은 지나온 삶보다 더 험난할지도 모른다. 그가 부인하든 그러지 않든 대다수 유권자들은 그의 행보 하나하나를 차기 大選(대선)과 관련지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鄭夢準
그가 “이제는 싸움을 못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물리적 충돌을 필요로 하는 싸움에 국한한 것이다. 북한 개성공단 폐쇄 발언, 조기전당대회 주장, 朴槿惠(박근혜) 前(전) 대표도 조기 전당대회에 나와야 한다는 발언 등 최근에 보여주는 그의 행보는 ‘전투’ 이상의 것을 연상케 한다.
그의 최근 행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념의 좌표를 과거보다 훨씬 오른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점과, 당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한나라당 최대 주주 중 한 사람인 박근혜 전 대표의 대척점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2월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정권교체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운동을 벌였던 徐貞甲(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 등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인사들에 대해 당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를 결정하자, 그는 “우리 정부의 PSI 참여 공식 선언은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옹호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적나라하게 대비되는 행보를 보여준 것은 지난 4·29 재·보선 때다. 박 전 대표가 지난 재·보선 과정에서 침묵으로 일관할 때,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울산으로 내려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했다.
지난 6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정책연구소 ‘해밀을 찾는 소망’에서 정 최고위원을 만났다. 이날 그는 아침 일찍 등산을 한 후 울산에서 열린 지역행사에 참석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해밀을 찾는 소망’은 지난 2월 개소했다. 정 최고위원의 大權(대권)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해밀’은 ‘비가 온 뒤 맑게 갠 하늘’이란 뜻으로 국가적 난제를 극복해 나가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해밀을 찾는 소망’의 어감이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직접 작명했습니까.
정 최고위원은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鄭光哲(정광철) 보좌관과 洪潤五(홍윤오) ‘해밀을 찾는 소망’ 정책기획실장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지었습니다. 제가 지을 실력은 못 되고요.”
―정 최고위원 보시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비가 오고 있습니까. 비가 개고 있습니까.
“점점 비구름이 몰려오는 상태라고 봅니다.”
분열, 증오, 선동, 反지성
―언제쯤 날이 활짝 갤까요.“당분간은 검은 구름이 많이 오겠죠.”
―盧武鉉(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처음 무슨 생각이 들었습니까.
“처음에는 誤報(오보)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최소한 자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료사고이거나 다른 사고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든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 저는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때 대통령 후보를 단일화한 동지적 관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보셨을 텐데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인간 노무현은 어떤 사람이었다는 기억이 떠올랐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弔問政局(조문정국)이라고 할 수 있어 현 시점에서 이야기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12월 한나라당 秦聖昊(진성호) 의원의 <굿바이 노무현> 출판 기념회 때 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 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포퓰리즘, 분열과 증오, 선동과 反(반)지성’이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노 전 대통령이 사랑과 관용에 대해 좀 더 생각했으면 하는 느낌을 항상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증오를 표시할 때는 다들 자신 있게 하는데, 사랑에 대해서는 잘 표현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잖아요.”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언론, 특히 방송이 애도를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로 몰고 간 측면도 있어 보이는데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죠. 방송을 하는 분들은 자기들 방식으로 슬픈 감정을 표시한 것이라고 봅니다. 감정과 이성은 반대되는 감정이라 ‘과도하다 아니다’ 이렇게 쾌도난마 식으로 표현하기는 힘든 면이 있다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후 李明博(이명박) 정부의 대응방식은 바람직했다고 보시는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감정을 고려하고, 전직 대통령의 격에 맞는 장례식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봅니다.”
서울광장보다 국회 광장이 넓다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 ‘노무현과의 단절’을 주장하다가 그가 서거하자 장외투쟁까지 하면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민주당 사람들도 노 대통령이 자살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했겠죠. 그렇더라도 이 문제로 국회의원이 장외투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어느 분이 저에게 ‘국회가 제일 큰 광장인데, 그 크고 좋은 광장을 놔두고 국회의원들이 왜 길거리로 나서는가’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金大中(김대중) 前(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며 국민들이 들고일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말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내세우며 제일 강조했던 것이 냉전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현 정부의 對北(대북)정책이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독재’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냉전적 사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이 민주화 투쟁을 했기 때문에 자기와 의견이 다르면 ‘독재’나 ‘권위주의’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화 이후 시대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본인이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자고 해 놓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상대를 ‘독재’라고 몰아세우는 모습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좌파 단체나 일부 정치인들은 조문정국을 촛불정국으로 확대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호응은 별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분들(민주당)이 길거리로 나서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이용해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면서 자기들은 국민들의 감성에 파고들려는 전략이라는 게 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생활의 안정과 향상이지 길거리 투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어떻게든 연결시켜서 표를 얻어 보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결정적 시기에 항상 현명한 판단을 내려서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산업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봐야 합니다.”
변화 때문에 盧武鉉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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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 2009년 6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당 쇄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저는 당시 우리 국민들이 뭔가 새로운 변화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의 시대정신을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물론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는데, 당시 李會昌(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이런 변화를 이끌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자신이 없었습니다. 반면 노무현 후보는 인권변호사를 지내서 젊은이들에게 인기도 많았고, 특히 사회복지 정책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는 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외교안보 분야에서 저의 의견이 반영된다면 같이 일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당시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가 결국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당시 저와 노무현 후보의 단일화가 없었으면 당연히 이회창 후보가 당선됐겠죠. 그 점과 관련해서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저는 原罪(원죄)의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후보와 갈라서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우선 노무현 후보와 저는 기본 생각이 너무 달랐습니다.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며칠에 걸쳐 서로 정책협의를 하고 합의서도 썼습니다. 그런데 대선 마지막 날 유세에서 노무현 후보는 저와의 합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식의 말을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국민에게 저의 생각을 솔직히 표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의 그런 생각을 표현하는 시점이 그날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국민에게 정직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집에 들어가니 집사람이 ‘그래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집사람(金寧明·김영명)이 정치학을 전공해서 나보다 정치감각이 더 뛰어나요.”
2002년 대선운동 마지막 날인 12월 18일 노무현 후보의 종로 유세에서 노 후보는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라는 피켓을 본 뒤 “속도위반하지 말라. 여성 대권을 꿈꾸는 秋美愛(추미애) 의원이 있고, 내가 힘들 때 뒷받침해 준 鄭東泳(정동영) 의원도 있다“고 말했다.
부인이 정치적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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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2월 18일 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가 명동유세를 하고 있다. 이 둘은 대선 바로 전 날인 이날 유세를 마지막으로 결별했다. |
―지금도 부인으로부터 정치적 조언을 많이 받겠네요.
“그렇죠.”
―2002년 대선 당시 혹시 정 최고위원 쪽으로 후보가 단일화돼서 執權(집권)에 성공했다면 국정을 어떻게 끌고 나갈 생각이었습니까.
“저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병폐 중의 하나가 지역감정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제가 집권했으면 지역감정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을 테고, 지금보다 더 많이 개선되도록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노무현 정권 시절이 유구한 우리의 역사 속에서 하나의 짧은 시대적 오류로 남게 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한 적이 있는데요.
“노 대통령이 집권 기간 동안 국민들 간에 평등을 실현해 보려고 애를 쓴 것만은 분명하지만 국민들의 실제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북한은 최근 개성공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3일자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이 지속돼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정 최고위원께서는 최근 ‘개성공단 철수’ 주장 등 정치인 중에서는 가장 강경한 발언을 해 오고 있는데요.
“저도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생각입니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知韓派(지한파) 인사입니다. 그분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최대한 유연하게 접근하라는 충고를 많이 합니다. 개성공단은 개인적으로 우리 집안에서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저도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우리 국민 철수시킬 각오해야
―그렇다면 ‘개성공단 철수’ 이야기는 왜 나온 겁니까.
“얼마 전 玄仁澤(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만약 우리 직원이 추가로 억류될 경우 어떤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현 장관은 ‘우리로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하더군요. 저는 ‘당신은 대한민국의 통일부 장관이고, 개성공단에 사업하러 간 사람은 북한 정부가 아니라 통일부 장관 말을 믿고 거기 간 것 아니냐, 통일부 장관이 아무 대책이 없다면 당연히 대통령에게 건의해서 개성공단 내의 우리 국민을 철수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개성공단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까요.
“개성공단이 잘되려면 먼저 북한이 남북 간에 맺은 합의를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 직원을 잡아간 후 접견조차 시켜 주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우리 국민이 추가로 억류되었는데 아무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면 통일부 장관은 당연히 우리 기업의 철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지난 60년간 남북 간의 구도는 군사적 대치 관계입니다. 이런 대치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대화와 교류를 하는 것이죠. 개성공단은 대화와 교류의 한 방편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인질이 된 상태에서 대화와 교류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입니다. 우리가 애당초 개성공단을 돈 벌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잖아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재’ 발언을 하는 자리에서 금강산 관광 중단의 원인이 마치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금강산 관광을 폐쇄했기 때문인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남북 간에는 그동안 맺어 온 여러 가지 합의서가 있습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1992년 한반도 非(비)핵화 공동선언서 등등이 그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에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실천하라는 압력을 자꾸 보내고 있는데, 이 두 선언만이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 정책을 대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7·4 남북공동선언부터 그동안 남과 북이 맺어 온 모든 합의서가 대화와 교류 정책의 결과로 탄생한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좌파들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책임자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실시하면서 3대 원칙을 발표했습니다. 무력도발은 안된다. 흡수통일도 안된다. 대북지원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햇볕정책 후 북한은 핵무기 실험까지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북한의 핵실험만큼 큰 군사적 도발이 있습니까? 이런 북한의 행태를 보고도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이 성공했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개발한 것이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내내 개발된 것입니다. 장거리 미사일도 6·15 남북 정상회담을 한 직후 바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사실은 눈감은 채 무조건 북한을 감싸면서 이명박 정부와 동맹국인 미국을 비판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은 저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이고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중국의 역할이 중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난 6월 12일 북한의 최근 핵실험과 관련해 2006년의 결의보다 훨씬 강력한 결의를 내놓았습니다. 이런 조치들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중국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북의 핵 보유를 지역의 불안정 요인으로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자신들에게 전략적인 이익이 있다고 판단할 것인지 하는 등의 판단을 할 텐데 그러한 중국의 판단이 북핵 문제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번에는 중국도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제재 결의에 참여했는데요.
“이는 기존의 중국 입장과는 상당히 달라진 점입니다. 북한의 핵실험 후 우리 정부가 PSI에 가입하겠다고 했을 때 북한은 이를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가결된 유엔 안보리의 제재는 PSI보다 10배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UN 안보리의 제재가 과거보다 북한에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할 거란 말씀이시군요.
“전 세계가 모두 참여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해상봉쇄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강력한 제재 때문에 역설적으로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과 대화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金正日(김정일)이 최근 26세의 김정운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북한의 3대 세습체제가 安着(안착)하리라고 보시는지요.
“이 문제도 결국 중국이 북한의 세습을 어떻게 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일종의 사회주의 국가인데 사실 사회주의 국가와 권력세습은 잘 맞지 않습니다. 김정일 입장에서는 10년 전에 후계세습 과정을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겁니다. 아마 지금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서 무척 서두르고 있을 겁니다.”
―북한 핵문제나 후계자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정 최고위원께서는 중국 쪽에 개인적인 외교 채널을 많이 갖고 계신지요.
“만나는 사람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의 對中(대중) 외교 채널입니다.”
소통 不在의 원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이 대통령은 여러 가지 여건이 어려운 때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북한이 우리와 군사적으로 대치되어 있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고, 앞으로 통일하자는 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입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갈 때는 현실을 잊어버려서는 안됩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남북관계는 현실감각을 상실해서 정상궤도를 이탈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그것을 다시 바로잡겠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반발과 어려움이 따르는 것입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의 방향은 제대로 잡고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이 된 것이라는 겁니다.”
―보수층은 정국을 제대로 주도하지 못하고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 ‘웰빙 정당’, ‘살찐 돼지’라는 야유를 보내고 있습니다. 정 최고위원께서도 지난 4월 재·보선 후에 한나라당에 대해 ‘엉성한 친목단체’라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한나라당에는 많은 지역구 의원이 있습니다. 따라서 당이 민심을 모른다고 하는 지적은 좀 어폐가 있고요. 아무래도 계파 간의 경쟁과 갈등이 존재하다 보니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비난을 받는 면이 있다고 봅니다.”
―청와대가 여의도 정치와 너무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시는 말씀이신지요.
“그게 아니라 우리 한나라당이 정치적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엎어진 놈이 자빠진 놈 일으킬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자기 실력을 먼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의견 중에 채택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청와대가 왜 듣지 않겠습니까. 정당의 두 가지 중요 기능이 정책수립과 교육기능인데, 우리 정당은 이 두 가지가 너무 취약합니다.”
정치인을 달라지게 하는 것은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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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9월 8일 오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4대 종단 성직자 축구대회 개막식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시축을 하고 있다. 뒤쪽에 원불교 문화부장 김대성 교무, 조계종 사회부장 세영스님, 천주교 김희중 주교, 개신교 구세군 박종덕 사관(왼쪽부터). |
“우리 당 의원들은 대부분이 계파에 속해 있기 때문에 계파가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잘되는 조직은 개방돼야 합니다. 조직이 개방되지 않고, 갇혀 있으면 발전할 수가 없어요.”
―早期(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계신데요.
“어느 시기를 기준으로 조기인지 아닌지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를 보면 73.7%의 당원이 전당대회를 하자는 쪽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도부를 바꾸자는 의견인 것이죠. 저는 朴熺太(박희태) 대표가 잘했다, 못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은 당과 나라 안팎의 상황이 1년 전과 너무나 달라졌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남북관계인데 지금 북핵문제 등 남북관계가 시급하게 돌아가고 있고, 국내 정치상황도 모두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전당대회를 할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죠. 정치는 언론에서 아무리 야단을 쳐도 달라지는 게 거의 없습니다. 정치인을 달라지게 하는 것은 선거입니다. 어느 야당 원로를 만났더니 30여 년 동안 매년 전당대회를 치렀는데, 정치는 선거를 하면서 달라진다고 하더군요.”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면서 박근혜 대표도 나와야 한다고 했는데요.
“누구든 당을 제일 잘 운영할 사람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당을 운영하는데 계파의 대리인을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주주총회를 하려면 대주주들이 좀 나서 줘야죠. 지금은 국가의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올 사람 나왔으면 하는 겁니다.”
―조기 전당대회가 열리면 黨權(당권)에 도전할 생각입니까.
“특별히 다른 일 없으면 나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계파별로 생각이 닫혀 있다고 하셨는데요.
“닫혀 있다면 그분들이 싫어할 테고, 제가 볼 때 많이 개방되어 있지는 않다고 보죠.”
朴槿惠 침묵의 결과는?
―당을 통합할 수 있는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어떤 것일까요.
“당에서 경쟁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경쟁자를 너무 기분 나쁘게 하지 않고, 당의 분열을 막을 수 있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서로 모르는 남녀가 만나 살면서 부부싸움도 하지만, 그 싸움이 잘살기 위한 부부싸움이 돼야지 헤어지기 위한 싸움이 되어서는 안되잖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가 정치·사회적 현안에 오랜 기간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하. (박근혜 대표에게 내가) 한마디했다가 박 대표에게 야단맞으면 어떻게 해요?”
―정치지도자는 당내는 물론 국가사회의 현안에 대해 그때그때 발언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국민들은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충분히 생각해서 이야기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앞으로 박근혜 대표도 현안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시겠죠.”
―당이든 국가든 危難(위난)에 처해 있을 때는 국민통합과 당의 통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나서는 것이 지도자다운 모습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하셔야 하고, 하시겠죠.”
―이명박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정치적 과제가 있다면.
“개헌논의가 상당히 늦어지고 있습니다. 개헌문제는 아무리 활발한 논의를 해도 권력구조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국정의 중요한 과제를 개방적인 자세로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5년 단임제는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군사정권을 문민정부로 이양하는 과정에서 나온 과도기적인 제도라고 보는데요. 개인적으로 어떤 권력구조를 생각하고 있습니까.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당장 헌법을 개정하자는 게 아니고 논의를 하자는 겁니다. 문제는 개헌논의든, 경제 살리기 논의든 정치권이 무엇을 논의할지 논제를 정해서 앞서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아젠다 선점 역할이 없으니 정치권은 생산적이지 못하고 항상 정부나 여론에 끌려 다니게 된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외교도 다 사람이 하는 것이라 정상들 간의 화학적 반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까지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외국 정상들과 그런 면에서 잘 통하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 시절 최대 공약사업 중 하나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너무 쉽게 포기한 것 아닙니까.
“포기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반대하면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당시 교수들이 운하반대 성명을 내자 이 대통령께서 ‘전문가들 사이에 충분한 공감대 없으면 운하를 시작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저도 공감이 가는 주장입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그 부분은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검토하고 서두르지 말자는 의견에는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가 한반도 운하를 위한 우회전략 아닌가 하며, 의심하는 눈길이 많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국민들의 대다수가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정권홍보 차원에서 서두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는 차분하게 일을 추진하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그 나머지는 다음 정부가 잘 이어 받아서 마무리하면 별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정권교체 후 2012년에 계획된 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요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 잘못된 사인을 자꾸 보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6·25전쟁도 북한의 오판에 의해 발생한 것이거든요. 북한이 오판할 수 있는 사인을 자꾸 보내면 안되죠.”
―전작권 전환시기를 좀 늦춰야 한다는 말씀이신지요.
“그것도 한 방법이고요.”
2022년 월드컵 한국에서 개최되어야
―2022년 월드컵 유치 활동을 하고 계신데, 진짜 유치가 가능하리라고 봅니까.
“쉽지 않겠지만 가능은 합니다. 2018년 대회를 유럽에서 가져간다고 볼 때 우리가 신청한 2022년 대회는 미국과 멕시코, 일본, 호주, 카타르, 인도네시아 등과 경쟁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권 도전의 전 단계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해 보실 생각은 없는지요.
“그게 좋은 방법이 되나요? 그렇다면 생각해 보죠.”
―FIFA 회장에는 도전하시지 않습니까.
“그것도 중요한 자리지만 국내정치와 FIFA 회장 두 가지를 다 할 수는 없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