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현 시점에서 민주주의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도시경제를 활성화시키고 30년 뒤를 준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 누가 옳았는지는 나중에 역사가 평가할 것.”
사진 : 서경리
사진 : 서경리
吳世勳(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장 접견실에 마련된 의자에 털썩 안자마자 이 말부터 꺼냈다. 그는 서울광장을 가리키며 “도대체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서울광장에는 자칭 ‘6·10 범국민대회’를 하루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몰려와 서울시의 집회불허 방침에 항의하고 있었다.
오 시장은 ‘6·10 범국민대회’가 서울광장 사용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용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최근 불법시위의 ‘메카’로 변해버린 서울광장에 대한 얘기로 대화는 시작됐다.
“盧武鉉(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 기간에는 國民葬(국민장) 장의위원회의 결정을 따라야 했지만, 이제는 서울시 조례에 따라 광장 사용 목적에 어긋나는 행사는 원칙대로 불허할 생각입니다. 서울광장은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정치구호가 아니라 시민들의 담소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곳이 되어야 해요. 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광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지난 5월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때 불법시위대가 서울광장을 무단 점거해 행사 자체가 무산됐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시위 주동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했는데요.
“현재 경찰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사법처리 대상자가 정해지면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입니다.”
―세종로 거리에 광화문광장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곳도 불법시위대에 장악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서울시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군요. 광화문광장은 계획단계부터 불법시위를 막을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현행법만 제대로 지켜지면 광화문광장에서 불법집회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요. 지난 5월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불법시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서울광장처럼 광화문광장도 원칙대로 법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일로 승부하겠다”
―강력한 법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이 아닐까요.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역사, 문화, 축제의 광장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해요. 광화문 일대는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얼굴과도 같은 곳입니다.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공간이죠. 광장이 집단적 의사표현의 장소로만 사용된다면 서울의 브랜드가 떨어지고, 결국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큰 피해가 발생합니다.”
―月刊朝鮮과 리서치앤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시장께서는 업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일을 잘한다’가 64.8%, ‘못한다’가 27.3%로 아주 좋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취임 초기와 비교해 시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제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얘기가 많더군요. 그중에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이들이 훨씬 많아요. 주말이면 시간을 내 산에 올라가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도봉구 끝자락에 있는 창포원이라는 식물원에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만난 시민들이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좋게 말씀하시더군요. ‘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저의 뜻을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정치인 오세훈’이라기보다 ‘서울시장 오세훈’으로 보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군요.
“국회의원이든 자치단체장이든 일로 평가받는 풍토가 조성돼야 선진국이 될 수 있어요. 우리 사회가 워낙 정치적 격랑이 심하고 감성적으로 쏠림 현상이 강해 정치든 행정이든 일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워요. 작년 광우병 사태 때도 그랬고 이번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도 느낀 거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는 선출직 공무원이 일로 평가받는 날이 오겠죠. 그렇게 믿고 싶어요.”
서울시 직원들 신규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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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시장은 2009년 1월 한강 선유도에서 ‘한강르네상스’ 사업 2단계 조치인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을 했다. |
“서울시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조직의 체질을 바꿔 경쟁력을 키워 나가겠다는 시도를 지자체 중에서 최초로 시작했어요. 직원들의 마인드를 비롯해 서울시의 기본 시스템을 확 바꿨어요. 그랬더니 애초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직원들이 변하고 있어요. 지금 서울시 직원들은 새로운 일을 발굴하는 데 대단히 적극적이고 공격적입니다.
취재를 해 보면 아시겠지만,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이 각 부서에서 경쟁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이 모든 게 創意市政(창의시정)에서 출발한 겁니다.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새로운 일을 시도하자는 것이었죠.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어요. 수치가 이를 입증합니다. 제가 취임한 후 직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무려 15만 건에 달하고, 그중 실제로 집행에 옮겨진 것이 2000여 건에 이릅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 공무원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사업으로 120다산콜센터, 혁신적인 감사·인사 시스템 등을 꼽았다. 이 제도는 중앙정부는 물론 他(타) 지자체, 심지어 외국 유수의 도시 관계자들까지 서울시를 방문해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어느 조직의 長(장)이든 처음 임명되면 새로운 모토를 내걸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임기 말이 되면 흐지부지되곤 하죠. 그런데 서울시의 경우엔 색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창의시정을 시작한 이래 아이디어 제안 건수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다른 사례와 비교해 보면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봅니다.”
―李明博(이명박) 전임 시장은 재임 당시 ‘불도저’ 이미지가 강했는데 오세훈 시장은 조용히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공무원을 퇴출시키는 제도처럼 단체장으로서는 시행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시청 직원들이 잘 따릅니까.
“일을 잘하는 사람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거부감을 나타내요. 이를 바꾸려면 뭔가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해요. 저의 경험으로는 사람을 움직이는 데 인센티브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요. 시청 공무원의 경우,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한 직급 올라가는 데 7~10년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제가 취임한 후 승진 시스템을 확 바꿨습니다. 최소 승진연한인 3년만 지나면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진급이 가능하도록 했어요.”
“하드시티가 소프트시티로 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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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5층에 마련된 '서울 일자리플러스센터'. 전문상담사가 구직자들에게 일대일 상담을 하고 있다. |
“전후·좌우·상하를 막론하고 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드레프트, 헤드헌팅 시스템을 도입해 상급자가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했어요. 이런 식으로 몇 차례 인사를 해 보니 마지막까지 어느 부서에서도 함께 일하자고 권유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10% 가량 생깁디다. 사실 그런 사람은 사기업이라면 바로 사표 쓰고 나가야 할 대상이죠.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다 보니 그냥 남아 있을 수밖에요. 당사자들에게는 대단히 충격적일 겁니다. 공무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열정적으로 일하다 보니 서울시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어요.”
―일 잘하는 스타 공무원도 많이 생겼겠군요.
“물론입니다. 반포대교의 낙하분수 제안자가 그런 경우입니다. 아이디어를 낸 윤석빈씨는 곧바로 1계급 특진했어요. 서울시는 해마다 창의왕을 뽑아 해외 연수를 보내 줍니다. 한 달에 두세 번씩 창의시정 보고회를 여는데, 이 자리에서 정말 훌륭한 보석 같은 아이디어가 수십 개씩 나와요. 보고회는 칭찬하고 자랑하는 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한 번 와 보면 실감이 날 거예요.”
―이명박 시장 시절과 비교할 때 지금의 서울시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입니까.
“기술과 효능 중심으로 움직였던 하드시티가 소프트시티로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기능과 개발, 하드웨어,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서 문화와 예술, 디자인, 소프트웨어 그리고 사람 중심의 도시로 변하고 있어요. 난잡하게 늘어서 있는 간판이나 노점상, 거리 공공시설물에 디자인이 입혀지고 있습니다. 또 길거리 곳곳에서 아름다운 시를 읽고 품격 있는 문화공연도 즐길 수 있지요. 서울을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게 저의 희망입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서울시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응답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결국 서민 입장에서 보자면 디자인 서울이나 한강 르네상스보다는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할 텐데요.
“다행히도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위기를 겪는 나라 중에서 경제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합니다. 아직 완전히 회복기로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여러 지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으니 천만다행이죠.”
청년 100명 뽑아 창업 자금과 사무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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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8년 2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디자인서울 간판전시회에서 우수간판으로 선정된 간판사진들을 설명하고 있다. |
“지난 3년 동안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어요. 지자체 최초로 ‘서울시 경제살리기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별훈령’을 만들었죠.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추경예산을 예년에 비해 4개월 앞당겨 시행했습니다. 경제위기로 흑자 도산하는 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중소기업 지원자금으로 1조4000억원을 확보해 놨어요. 지난 5개월간 4만여 업체에 경영안전자금과 시설자금으로 1조852억원을 지원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살리기 사업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민은 일자리 창출과 물가 그리고 부동산·주거 정책이 미흡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임기 반환점을 돌 때부터 새로운 시정 방침을 내놓았어요. 일자리, 물가, 부동산처럼 시민들의 생활에 직결되는 이른바 ‘生活市政(생활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서울시의 노력과는 별개로 지난해 9월 미국發(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생활이 갑작스럽게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일자리 분야에서 시민들이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일자리 물량보다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서울시가 목표로 하고 있는 27만6000개의 일자리 중 2009년 5월말 현재 19만4000개를 만들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 일자리 플러스센터가 이런 한계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고 했다. 일자리플러스센터에는 23명의 전문상담사가 구직자에게 일대일 맞춤상담을 해 주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곳을 통해 취업한 인원이 18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오 시장은 특히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2030 청년창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요. 괜찮은 사업 아이템을 갖고 있는 20~30대 청년 1000명을 선정해 창업을 지원해 주는 거죠. 창업아이템 개발비를 대주고 집기가 딸린 사무실도 무상으로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 100억원가량의 예산을 이미 마련해 뒀습니다.”
교통혁명 진행 중
―가계수입은 떨어지는데 물가는 계속 올라 생활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상·하수도, 지하철,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동결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최근 택시와 도시가스 요금을 5% 가량 올렸는데 지난 3~4년 동안 요금인상이 전혀 없었던 사실을 감안해 줬으면 합니다.”
―서울시의 교통환경에 대한 불만이 아주 많습니다.
“저는 서울시장 취임 초기부터 교통의 우선순위를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지금까지 교통정책이 승용차,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자 순이었다면, 앞으로는 보행자, 자전거, 대중교통, 승용차 순으로 바뀔 겁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편리하다는 걸 체험하도록 할 겁니다.”
―좁은 도로에 버스중앙차로제를 시행하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심각해지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버스중앙차로제는 서울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전임 시장께서 도입한 버스중앙차로제를 현재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어요. 자전거 관련 실무작업을 전담하는 ‘자전거교통추진반’을 만들었어요.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자전거 전용도로 207㎞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시내와 외곽에 서클형 자전거도로 88㎞를 추가하는 계획까지 내놓았어요. 이를 실행하는 동안 서울시민의 불만은 한동안 계속될 겁니다.”
오 시장은 “최근 들어 암스테르담·상하이·이스탄불·싱가포르·토론토·상파울루의 도로정책 관계자들이 서울을 방문해 교통 시스템을 배워 가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외국 도시의 시장들과 교통 관계자들이 서울 교통체계를 보고 다들 ‘A클래스’라고 평가해요. 환승 시스템, 버스중앙차로, 대중교통 시스템 모두 훌륭하다는 겁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서울의 교통비용도 저렴해요. 영국 런던의 경우 한 번 환승하는 데 우리나라 돈으로 8000원이 듭니다. 우리는 1000원으로 다 해결하잖아요.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많지만 다른 나라 도시와 비교하면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인기 없어도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것이 리더의 책무
―서울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디자인 서울과 한강 르네상스에 대해 서울시민의 호감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서울시민의 표로 당선된 정치인입니다. 선거를 의식했다면 이 프로젝트를 절대 추진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평가가 나올 것이라는 걸 왜 몰랐겠습니까? 그러나 인기가 없어도 욕 먹을 각오하고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었기에 실행에 옮긴 겁니다. 서울시가 먹고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운명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 서울과 한강 르네상스는 문화경제 차원에서 시작된 겁니다. ‘컬처노믹스’라고 부를 만하죠.”
오 시장은 “정치인은 현안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년 뒤를 내다본 비전을 설정하고 공감대를 얻기 위해 유권자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단기간의 정책만 고집하는 리더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반드시 디자인 중심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목이 쉬고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관계자들에게 설득하고 다녔습니다. 디자인 서울은 10년, 20년, 30년 후 그 다음 세대를 먹여살릴 밑천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디자인산업을 기반에 두고 관광산업·디지털콘텐츠 사업과 같은 신성장동력 산업을 추진해야 해요. 서울광장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현 시점에서 민주주의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도시경제를 활성화시키고 30년 뒤를 준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옳았는지는 나중에 역사가 평가하겠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서울시의 稅收(세수)도 많이 줄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시가 내놓은 정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필요한데 재정에는 별 문제가 없습니까.
“지금의 경제회복 속도라면 내년쯤이면 경기가 정상화될 것으로 봐요. 그렇게 된다면 재정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올해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적자재정을 편성할 수밖에 없었어요. 물론 내년 지방선거 때 이를 놓고 상대 후보가 물고 늘어질 겁니다. 지금의 경제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적자재정에 대해 서울시민들이 이해하리라 생각해요.”
“서울은 초식동물, 지방은 육식동물”
―서울시의 주요 사업 중 치매 종합복지 서비스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가 서울시장에 취임하면서 강조한 게 있어요. ‘임기 내에 치매문제만큼은 확실하게 해결하겠다’고 했지요. 치매는 단순히 노인 한 분의 고통으로 끝나는 질병이 아닙니다. 지금 서울시내에 7만여 명의 치매노인이 있는데, 실제로는 7만여 가정이 치매로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죠. 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치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집중해 왔는데, 이번 조사에 그런 노력이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해요. 2010년까지 모든 자치구에 치매지원센터를 둘 계획입니다. 노인요양센터인 ‘데이케어센터’도 2010년까지 250개소로 늘릴 생각입니다.”
―서울과 지방 광역자치단체의 균형발전을 위해 단체장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서울과 지방은 라이벌 관계가 아닙니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우 경쟁관계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존 상생의 관계에 있어요. 서울은 제조업 비중이 13%밖에 안돼요. 87%가 서비스 업종이지요. 서울시는 무형의 가치를 팔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디자인, 관광, 컨벤션, R&D, 비즈니스 서비스 업종은 타 지방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것들입니다. 간단히 말해 서울에 외국 관광객이 많이 들어와야 강원도, 경상도, 제주도에도 관광객이 늘어납니다. 일부 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서울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지방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업종을 분석해 보면 서울과 지방이 라이벌 관계에 있는 건 거의 없어요. 서울이 초식동물이면, 지방은 육식동물입니다. 풀을 뜯어 먹는 사슴이 살쪄야 사자도 배가 부릅니다. 서울이 발전하면 그 혜택은 지방으로 이전됩니다.”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까.
“그동안 벌여 놓은 사업들이 대부분 5~10년짜리 중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다급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임기 내에 완공할 수 있는 사업들을 꼼꼼히 마무리할 겁니다.”
“아직 임기 1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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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7월 완공되는 서울 광화문광장. 불법집회 장소로 사용될 우려가 적지 않다. |
“서울시장은 일하는 자리 아닙니까. 아직 1년이 남았으니 나중에는 판도가 변할 겁니다.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는 지난 4년간 서울생활이 얼마나 편리해졌는가, 환경이 얼마나 쾌적해졌는가, 서울시민으로서 자부심이 얼마나 큰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서울시장을 뽑을 것이라 봅니다.”
―작년 총선 때 한나라당 의원들과 뉴타운 사업을 놓고 갈등을 빚었습니다. 이 때문에 내년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어쩔 수 없죠. 현재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관계는 좋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제 자신이죠. 긴장을 풀지 말고 끝까지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는 다짐을 매일 합니다.”
―3년 동안 서울시장을 하면서 위기는 없었습니까.
“육체적으로 힘들기는 했지만 특별히 어려운 때는 없었어요. 직원들이 저의 생각을 이해하고 잘 따라 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한나라당 구성원으로서 현재 한나라당이 여당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까.
“당이 親李(친이)·親朴(친박)으로 나눠진 것으로 보이지만 여당 역할은 적절히 하고 있다고 봐요. 다만 친이·친박 논란으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낮아진 측면은 분명히 있지요. 분열된 모습이 많은 시민에게 실망감을 주고, 그것이 정권의 지지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을 근본적으로 바꾼 혁명적 시장”이 꿈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일로 도와드려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께서 워낙 뚝심이 강한 분이니까 잘해 나갈 것으로 봐요.”
―2007년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재 3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뭐가 문제라고 생각합니까.
“취임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거둔 성과는 결코 적지 않아요. 경제도 점차 나아지고 있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이미지도 좋아요. 한미관계도 거의 복원됐고요. 자원외교도 잘되고 있어요. 그런데도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은 것은 국민과의 소통과 홍보가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봐요.”
―최근 金炯旿(김형오) 국회의장이 조만간 개헌 논의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습니다. 권력구조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5년 단임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4년 중임제에 동의합니다. 시장을 해 보니까 그런 생각이 더욱 절실하게 들더군요. 4년 안에 서울이라는 거대도시를 탈바꿈시키는 데는 시간적인 한계가 있어요. 하물며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겠지요.”
―변호사와 국회의원을 거쳐 현재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어느 자리가 가장 마음에 듭니까.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좋아요. 짧은 시간에 결과물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죠. 취임 첫해에 女幸(여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게 1년 만에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피드백이 빨라 묘한 매력을 느낍니다. 일하는 재미, 그게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자리에 도전할 생각은 없습니까.
“아직까지 그런 생각은 없어요. 저는 지금 서울을 확 바꾸는 데 미쳐 있습니다. 역대 어느 시장보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서울시에는 170여 개 과장급 자리가 있는데 문화, 복지, 환경, 주거, 교통, 도시디자인 등 새로운 시도를 안 한 부서가 없어요. 이 작업을 제 손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서울시장에 한 번 더 도전해서 8년 만에 서울시의 근본을 확 바꾼 혁명적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