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 수출거래 중 37%가 수출보험공사 이용
수출기업에 자금 지원(수출보증), 수출하고도 못 받은 대금을 대신 지급해줘
柳昌茂
⊙ 1950년 충북 괴산 출생.
⊙ 성균관大 행정학과, 英 브루넬大 경영학 석사.
⊙ 통상산업부 자원정책심의관,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 중소기업청장,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사장,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역임.
수출기업에 자금 지원(수출보증), 수출하고도 못 받은 대금을 대신 지급해줘
柳昌茂
⊙ 1950년 충북 괴산 출생.
⊙ 성균관大 행정학과, 英 브루넬大 경영학 석사.
⊙ 통상산업부 자원정책심의관,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 중소기업청장,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사장,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역임.
최근 구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인 ‘공사’. 그중에서도 한국수출보험공사는 지난 3월 말 ‘2009 한국 최고의 직장상’을 받았다. 이 상은 2001년부터 미국의 인사관리컨설팅기업인 휴잇 어소시에이츠社(사)가 경영성과가 탁월한 한국의 주요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적자본관리내용을 조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최고 직장 베스트 10을 격년으로 발표, 수여하는 상이다. 국내에서 공기업이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수출보험공사가 처음이라고 한다.
수출보험공사의 직원들은 ‘神(신)의 직장’이라는 세평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야근이 잦아진 것은 물론, 주말 근무도 흔해졌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일이 더 많아져서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수출보험공사는 밤낮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침체에 따른 해외 바이어 신용위험의 증가로 인하여 수출보험에 가입해 안전하게 수출하려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고, 수출물품 제작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기 위해 수출보험공사의 신용보증을 요구하는 중소기업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만난 수출보험공사 柳昌茂(유창무·59) 사장은 활기차 보였다.
“몇 년 전보다 더 좋아 보이십니다” 하고 인사를 건넸더니 유 사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작년 가을에 여기 부임했는데, 일복이 터졌어요. 세계 금융위기가 터져서 모든 산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했는데 환율이 오르면서 다들 수출에 매달리니까 우리는 더 바빠진 거죠. 과거 산업자원부와 무역협회에 있으면서도 수출보험공사가 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지 몰랐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을 뒷받침하는 곳이 바로 수출보험공사더라고요.”
그는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 통상산업부와 산업자원부에서 계속 근무해 온 경제관료다. 중소기업청장을 거쳐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사장,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등 기업과 수출입 등의 업무에만 40여 년을 종사해 왔다.
유 사장은 경제위기 중에서도 우리 수출이 ‘善防(선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올 들어 수출이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정도 줄었어요. 하지만 수출 감소세가 차츰 둔화되는 것으로 봐서 하반기가 되면 조금 나아지리라 봅니다. 정부에서는 올해 수출이 전년대비 10% 정도 감소한 3650억 달러 정도로 전망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3700억 달러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고환율 덕분에 우리 제품이 해외시장에 나가면 가격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자제품, 자동차 등이 잘 팔리고 있어요. 특히 자동차는 우리 업체들이 중·소형차를 주로 생산하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불황의 충격을 덜 받고 있습니다.”
농수산물 수출 크게 늘어
특히 농수산물 분야에서 우리 농민과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유 사장은 밝혔다.
“최근 전 세계의 식품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식품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우리 농수산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산품 등 가공제품의 경우 원자재나 부품의 수입가격이 있기 때문에 환율 덕을 크게 보기 어렵지만, 농수산물의 경우 고환율의 덕을 톡톡히 볼 수 있어요. 다른 분야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농수산물 수출은 올 들어 1.5% 늘었습니다.”
“환율이 높을 때 수출에 ‘올 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유 사장은 “이제 환율하락에 대비하는 수출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에 들어가야 해요.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 수보(수출보험공사)를 찾는 수출기업들이 많이 늘었습니까.
“그럼요. 직원들이 매일같이 야근을 해야 할 정도로 바빠졌어요. 저희는 크게 분류하면 수출보험과 수출보증 두 가지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수출보험이란 우리 기업이 외국에 수출을 하고 대금을 회수하지 못했을 때 저희가 보험금을 지급하고 리스크를 맡아 주는 것입니다. 수출기업들이 마음 놓고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죠.
수출보증은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위해 원자재 구입대금이나 운영비 등 자금이 필요할 때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보증을 서 주는 것입니다. 수출을 할 때는 원금 회수가 빨리 되지 않거든요.”
―중소기업이 주로 이용합니까.
“수출보험은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지원합니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도 이용하고 있어요. 대기업의 해외진출이 활발하던 1980~1990년대에는 대기업 자체적으로 수출업무를 해 수보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많은 대기업이 수보를 이용합니다.”
―해외에도 이런 형태의 조직이 있습니까.
“선진국 대부분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ECA(Export Credit Agency)라고 해서 미국의 US EXIM, 일본의 NEXI 외에도 유럽과 캐나다, 호주 등에 공적 수출신용 지원제도와 운영기관이 있어요.”
―지방과 해외에도 지사가 많은데, 이들 지사가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국내 지사는 13개가 있습니다. 그 지역의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보증과 보험 등 금융지원을 하고 있죠. 제가 작년 가을에 취임한 이후 모든 지사를 다 돌아봤고, 수출보험을 이용하는 기업인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지방의 중소기업은 수출하는 데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아요. 그중 저희가 가능한 일은 많이 도와주려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는 지사와 주재원 등 14곳이 있다고 한다. 지사는 그 지역의 바이어에게 수출하는 기업의 의뢰를 받고 그 바이어에 대한 신용정보를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바이어가 수출대금을 갚지 않아 사고처리가 된 경우 우리는 보험금을 물어 주고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채권관리를 합니다. 중소기업이 현지에서 하기 힘든 일을 저희가 해 주는 것이지요.”
해외 개발 프로젝트도 참여
최근 자금회전이 어려워 무너지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지고,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거절한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업에 직접 자금을 대 주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과 기업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수보에 어려운 점은 없을까. 필자가 “금융기관이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대출을 옥죄고 있다던데 실제로 자금 회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고 묻자 유 사장은 “우리 업무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금융기관과 서로 협조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저희는 중소기업이 좀 더 편리하게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과 잇달아 MOU(업무협약)를 체결하고 있습니다. 신한·국민·외환은행 등은 물론이고 부산·경남·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들과도 체결했고요. 저희가 발행한 보증서를 가져가면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금리를 낮추고 절차상 편의를 봐 주자는 내용의 협약을 계속해서 맺고 있습니다.”
해외프로젝트의 ‘딜 메이커’ 역할 수행
세계 교역과 투자가 급감하여 우리나라 선박과 플랜트 산업이 수주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세계 5위의 브라질 국영석유회사가 자국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수출상담회를 개최하여 많은 관심을 끌었다. 국내 조선사의 대규모 수주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등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번 행사를 주도한 곳이 수출보험공사라기에 뜻밖이었다. 수보가 이처럼 대규모 수출상담회를 개최한 배경에 대해 궁금했다.
유 사장은 현재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 석유메이저사인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사가 브라질개발은행과 관련업계 관계자들을 이끌고 국내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수출상담회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히 놀랍고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수출상담회에 현대, 삼성, 대우 등 조선 빅 3를 포함해 200명이 넘게 참석하여 장사진을 이루고 신문과 방송사들의 열띤 취재경쟁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 같은 불황 속에 브라질의 대규모 투자계획은 우리 조선산업계에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죠. 1744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심해유전개발 사업인데다가 사업에 필요한 해저유전 시추선(드릴십)과 부유식 원유 생산ㆍ저장 설비인 FPSO 등 특수 선박은 대당 가격이 1조 원에 이르는 고부가가치선박이죠. 특히 이 분야에서는 우리 조선사가 세계적으로 월등한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수주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번 수출상담회를 통해 앞으로 우리 조선사들이 대규모 수주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예전 같았으면 세계 5위의 석유메이저사인 페트로브라스사가 독자적으로 손쉽게 사업자금을 조달하여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지만 최근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젠 세계 석유메이저사라 하더라도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수보의 금융조달 지원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작년 11월 이명박 대통령 남미순방을 계기로 수보와 페트로브라스사는 수보가 동사의 대규모 투자사업에 금융조달을 협조키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되었죠. 그 자리에서 저는 무엇보다도 우리 기업의 참여가 많이 이루어져야 수보도 금융을 지원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페트로브라스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설명회와 상담회를 개최한 것입니다.”
앞으로 멕시코 국영석유회사인 페멕스 등 중남미 대형 자원개발 회사들과 공동 사업설명회를 추진하고 있는 수보는 최근의 금융환경 변화를 기회로 거대 발주자에 대한 마케팅에서부터 우리 수출기업이나 금융기관 등과의 컨소시엄 구성과 자금지원까지 총괄하는 ‘Deal maker'로서의 역할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세계적인 위기상황에서 도산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가운데 많은 기업이 수출을 해 놓고도 대금을 떼이는 등 수출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는데 수보는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신용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사고도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저희 공사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전반적으로 바이어들의 신용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저희가 지급하는 수출보험금 액수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유 사장은 구체적인 대책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수출보험 인수(계약체결금액) 규모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올해는 전년 대비 40조원 늘어난 170조원으로 늘렸고요. 또 해외 바이어 신용조사 서비스를 강화했습니다. 최근 기업들로부터 해외 바이어의 신용조사를 해달라는 의뢰가 폭증하고 있어요. 지난 4월 말까지 의뢰건수가 1만 6399건에 달했는데, 전년 동기에 비하면 51.2%나 늘었습니다. 이에 아웃소싱을 통해 신용조사 업무를 확대하고 신용정보를 선제공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유 사장은 휴대폰과 가전,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의 환경이 긍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박의 경우 향후 3년간의 수주물량이 확보돼 있는 만큼 올해 선박수출은 500억 달러 이상으로 지난해 43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휴대폰도 북미·아시아 휴대폰 시장의 꾸준한 성장 덕에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렇게 전망했다.
“지난 1월 이후 휴대폰 수출은 꾸준히 늘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국내공장 가동률도 100%입니다. 환율로 인한 가격경쟁력, 품질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계속 호조일 것으로 보입니다.”
가전제품의 경우 업체들의 해외 현지 마케팅 강화로 디지털 TV 수출이 늘고 있으며, 자동차도 신흥시장에서 국내 제품들이 善戰(선전)하고 있다고 유 사장은 분석했다. 또 반도체산업의 경우 독일·미국 업체들의 파산과 일본 업체들의 경영악화로 우리 업체의 글로벌 경쟁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 콘텐츠 수출지원도
“수출지원이 건설이나 제조업체에 치우쳐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유 사장은 “최근 문화 콘텐츠 산업 지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 콘텐츠 산업은 우리나라 미래 먹을거리로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커서 향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산업입니다. 수출 공헌도 면에서도 유망하죠. 또 문화 콘텐츠 수출은 외화 획득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를 제고시킬 수 있다는 부수적 효과가 막대합니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아시아 전역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큽니까.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문화산업의 수출산업화 수준이 미흡해요. 그래서 우리 공사는 지난 2007년 12월 영화수출을 지원하는 ‘문화수출보험’을 만들었습니다. 또 지난 4월 드라마, 게임, 공연 3개 산업을 문화수출보험에 포함시켜 문화산업을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문화수출보험은 그동안 영화 <순정만화> <쌍화점> <사요나라 이츠카> 등 총 8편에 141억 원을 지원했고, 심형래 감독의 차기작 <라스트 갓파더>를 지원할 계획이다. 수보 심사위원들이 <라스트 갓파더>의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미국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으며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영화계는 제도 금융권에서 자금조달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해서 개인 자산이나 사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제작사가 빚더미에 앉는 등 악순환이 이어졌죠. 이번 문화수출보험으로 제1금융권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제작자금과 흥행수익 등의 자금흐름을 은행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투명하고 안전한 투자환경을 조성해 충무로 영화제작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문화산업 수출규모는 엄청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문화분야 기업이 영세하고 관련 자본시장이 미성숙한 상태죠. 이런 구조를 바꿔야 문화산업이 살아난다고 봅니다.”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무역협회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만큼 유 사장은 취임 당시 “기업의 입장에서 수출보험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산자부·무역협회 출신의 전문가
“중소기업청과 무역협회의 경험은 업무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중소기업은 크게 네 가지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술난·인력난·자금난·판로난이죠. 그 중 우리 수보는 자금난과 판로난을 도와주고 있는 셈이지요.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금융권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수출보험으로 맘 놓고 해외시장에 수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는 전국의 중소기업 종사자들을 만나는 데도 열심이다. 취임 이후 업종별 중소기업 간담회를 수시로 여는 것은 물론, 전국 각지의 지방 중소기업 간담회를 열고 개별 기업방문 등을 통해 애로사항 해결에 나서고 있다.
유 사장은 중소기업 지원의 일환으로 특화한 수출보험·보증상품도 잇달아 만들어냈다. 최근 내놓은 상품만 세 가지다. ‘중소기업 플러스보험’은 수출실적이 적은 영세 수출기업을 위해 수입자 신용조사와 수출 통지 등 이용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것이다. 자동차보험처럼 1년에 한 번만 계약을 체결하면 1년 동안 거래하는 모든 바이어와의 거래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수출 네고(NEGO) 보증’은 수출 중소기업이 수출 후 은행과 네고(수출업자가 은행에 신용장과 수출환어음 등의 선적서류를 제시하고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절차) 시 담보 부족 등으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거래에 대한 보증을 해 주는 것이다. ‘농수산물 수출 패키지 보험’은 다른 수출품목과 달리 수입국 검역 위험이나 클레임 등이 많아 수출이 어려웠던 농수산물에 대한 보험으로, 농수산물 수출관련 위험 보장을 하나의 계약으로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 출연금 100억 원을 3000억 원으로 늘려
취임 8개월 만에 많은 성과를 냈지만, 모든 일이 잘 풀려 나갔던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국회와 은행에서 도움을 요청하며 보낸 시간이 적지 않았다.
“작년에 취임했을 때 정부 출연금이 100억원 잡혀 있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부족한 겁니다. 정부와 국회와 여당을 발이 닳도록 찾아다니면서 추가 예산을 요청했어요. 결국 올해 출연예산을 3000억원 확보했습니다. 이번 추경예산에서도 2000억원을 추가로 받게 되었습니다. 저 혼자 한 일은 아니고 전 직원이 목숨 걸고 뛰었습니다. 요즘 수출보험공사에 대해 고마워하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그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수보는 구직자들에게도 인기 직장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수보는 공기업 중에서도 창의력이 풍부하고 도전의식이 있는 인재가 필요한 곳입니다. 수출보험이라는, 주어진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계속 개척해야 하거든요. 성적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유 사장은 “위기는 곧 기회”임을 강조했다.
“제가 어느 기업 사장님한테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지방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분인데, 작년까지 늘 주문이 밀려서 공장을 돌리기에 바빴다고 해요.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주문이 줄더니 공장 가동률이 60%를 넘지 못하더랍니다. 40%는 놀고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 시간 여유가 생겨서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생긴 거죠. 공장도 돌아보고 회사 운영 상황도 다시 한 번 살펴보니까 문제가 많이 발견되더라는 겁니다. 그때 충격을 받고 이를 개선하면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답니다. 지금도 주문이 많지 않아 공장 일부가 놀고 있지만, 이 틈을 타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내실을 다지고 나면 경제위기가 끝나고 경기가 회복될 때면 엄청나게 발전할 여지가 있는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 생존전략을 만들면 경제위기가 끝난 후 더 큰 역할을 시장에서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저희 수보가 적극 지원할 예정입니다.”⊙
수출보험공사의 직원들은 ‘神(신)의 직장’이라는 세평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야근이 잦아진 것은 물론, 주말 근무도 흔해졌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일이 더 많아져서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수출보험공사는 밤낮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침체에 따른 해외 바이어 신용위험의 증가로 인하여 수출보험에 가입해 안전하게 수출하려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고, 수출물품 제작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기 위해 수출보험공사의 신용보증을 요구하는 중소기업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만난 수출보험공사 柳昌茂(유창무·59) 사장은 활기차 보였다.
“몇 년 전보다 더 좋아 보이십니다” 하고 인사를 건넸더니 유 사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작년 가을에 여기 부임했는데, 일복이 터졌어요. 세계 금융위기가 터져서 모든 산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했는데 환율이 오르면서 다들 수출에 매달리니까 우리는 더 바빠진 거죠. 과거 산업자원부와 무역협회에 있으면서도 수출보험공사가 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지 몰랐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을 뒷받침하는 곳이 바로 수출보험공사더라고요.”
그는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 통상산업부와 산업자원부에서 계속 근무해 온 경제관료다. 중소기업청장을 거쳐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사장,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등 기업과 수출입 등의 업무에만 40여 년을 종사해 왔다.
유 사장은 경제위기 중에서도 우리 수출이 ‘善防(선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올 들어 수출이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정도 줄었어요. 하지만 수출 감소세가 차츰 둔화되는 것으로 봐서 하반기가 되면 조금 나아지리라 봅니다. 정부에서는 올해 수출이 전년대비 10% 정도 감소한 3650억 달러 정도로 전망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3700억 달러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고환율 덕분에 우리 제품이 해외시장에 나가면 가격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자제품, 자동차 등이 잘 팔리고 있어요. 특히 자동차는 우리 업체들이 중·소형차를 주로 생산하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불황의 충격을 덜 받고 있습니다.”
농수산물 수출 크게 늘어
특히 농수산물 분야에서 우리 농민과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유 사장은 밝혔다. “최근 전 세계의 식품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식품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우리 농수산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산품 등 가공제품의 경우 원자재나 부품의 수입가격이 있기 때문에 환율 덕을 크게 보기 어렵지만, 농수산물의 경우 고환율의 덕을 톡톡히 볼 수 있어요. 다른 분야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농수산물 수출은 올 들어 1.5% 늘었습니다.”
“환율이 높을 때 수출에 ‘올 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유 사장은 “이제 환율하락에 대비하는 수출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에 들어가야 해요.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 수보(수출보험공사)를 찾는 수출기업들이 많이 늘었습니까.
“그럼요. 직원들이 매일같이 야근을 해야 할 정도로 바빠졌어요. 저희는 크게 분류하면 수출보험과 수출보증 두 가지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수출보험이란 우리 기업이 외국에 수출을 하고 대금을 회수하지 못했을 때 저희가 보험금을 지급하고 리스크를 맡아 주는 것입니다. 수출기업들이 마음 놓고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죠.
수출보증은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위해 원자재 구입대금이나 운영비 등 자금이 필요할 때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보증을 서 주는 것입니다. 수출을 할 때는 원금 회수가 빨리 되지 않거든요.”
―중소기업이 주로 이용합니까.
“수출보험은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지원합니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도 이용하고 있어요. 대기업의 해외진출이 활발하던 1980~1990년대에는 대기업 자체적으로 수출업무를 해 수보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많은 대기업이 수보를 이용합니다.”
―해외에도 이런 형태의 조직이 있습니까.
“선진국 대부분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ECA(Export Credit Agency)라고 해서 미국의 US EXIM, 일본의 NEXI 외에도 유럽과 캐나다, 호주 등에 공적 수출신용 지원제도와 운영기관이 있어요.”
―지방과 해외에도 지사가 많은데, 이들 지사가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국내 지사는 13개가 있습니다. 그 지역의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보증과 보험 등 금융지원을 하고 있죠. 제가 작년 가을에 취임한 이후 모든 지사를 다 돌아봤고, 수출보험을 이용하는 기업인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지방의 중소기업은 수출하는 데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아요. 그중 저희가 가능한 일은 많이 도와주려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는 지사와 주재원 등 14곳이 있다고 한다. 지사는 그 지역의 바이어에게 수출하는 기업의 의뢰를 받고 그 바이어에 대한 신용정보를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바이어가 수출대금을 갚지 않아 사고처리가 된 경우 우리는 보험금을 물어 주고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채권관리를 합니다. 중소기업이 현지에서 하기 힘든 일을 저희가 해 주는 것이지요.”
해외 개발 프로젝트도 참여
최근 자금회전이 어려워 무너지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지고,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거절한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업에 직접 자금을 대 주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과 기업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수보에 어려운 점은 없을까. 필자가 “금융기관이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대출을 옥죄고 있다던데 실제로 자금 회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고 묻자 유 사장은 “우리 업무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금융기관과 서로 협조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저희는 중소기업이 좀 더 편리하게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과 잇달아 MOU(업무협약)를 체결하고 있습니다. 신한·국민·외환은행 등은 물론이고 부산·경남·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들과도 체결했고요. 저희가 발행한 보증서를 가져가면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금리를 낮추고 절차상 편의를 봐 주자는 내용의 협약을 계속해서 맺고 있습니다.”
해외프로젝트의 ‘딜 메이커’ 역할 수행
세계 교역과 투자가 급감하여 우리나라 선박과 플랜트 산업이 수주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세계 5위의 브라질 국영석유회사가 자국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수출상담회를 개최하여 많은 관심을 끌었다. 국내 조선사의 대규모 수주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등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번 행사를 주도한 곳이 수출보험공사라기에 뜻밖이었다. 수보가 이처럼 대규모 수출상담회를 개최한 배경에 대해 궁금했다.
유 사장은 현재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 석유메이저사인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사가 브라질개발은행과 관련업계 관계자들을 이끌고 국내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수출상담회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히 놀랍고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수출상담회에 현대, 삼성, 대우 등 조선 빅 3를 포함해 200명이 넘게 참석하여 장사진을 이루고 신문과 방송사들의 열띤 취재경쟁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 같은 불황 속에 브라질의 대규모 투자계획은 우리 조선산업계에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죠. 1744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심해유전개발 사업인데다가 사업에 필요한 해저유전 시추선(드릴십)과 부유식 원유 생산ㆍ저장 설비인 FPSO 등 특수 선박은 대당 가격이 1조 원에 이르는 고부가가치선박이죠. 특히 이 분야에서는 우리 조선사가 세계적으로 월등한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수주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번 수출상담회를 통해 앞으로 우리 조선사들이 대규모 수주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예전 같았으면 세계 5위의 석유메이저사인 페트로브라스사가 독자적으로 손쉽게 사업자금을 조달하여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지만 최근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젠 세계 석유메이저사라 하더라도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수보의 금융조달 지원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작년 11월 이명박 대통령 남미순방을 계기로 수보와 페트로브라스사는 수보가 동사의 대규모 투자사업에 금융조달을 협조키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되었죠. 그 자리에서 저는 무엇보다도 우리 기업의 참여가 많이 이루어져야 수보도 금융을 지원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페트로브라스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설명회와 상담회를 개최한 것입니다.”
앞으로 멕시코 국영석유회사인 페멕스 등 중남미 대형 자원개발 회사들과 공동 사업설명회를 추진하고 있는 수보는 최근의 금융환경 변화를 기회로 거대 발주자에 대한 마케팅에서부터 우리 수출기업이나 금융기관 등과의 컨소시엄 구성과 자금지원까지 총괄하는 ‘Deal maker'로서의 역할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세계적인 위기상황에서 도산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가운데 많은 기업이 수출을 해 놓고도 대금을 떼이는 등 수출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는데 수보는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신용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사고도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저희 공사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전반적으로 바이어들의 신용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저희가 지급하는 수출보험금 액수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유 사장은 구체적인 대책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수출보험 인수(계약체결금액) 규모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올해는 전년 대비 40조원 늘어난 170조원으로 늘렸고요. 또 해외 바이어 신용조사 서비스를 강화했습니다. 최근 기업들로부터 해외 바이어의 신용조사를 해달라는 의뢰가 폭증하고 있어요. 지난 4월 말까지 의뢰건수가 1만 6399건에 달했는데, 전년 동기에 비하면 51.2%나 늘었습니다. 이에 아웃소싱을 통해 신용조사 업무를 확대하고 신용정보를 선제공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유 사장은 휴대폰과 가전,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의 환경이 긍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박의 경우 향후 3년간의 수주물량이 확보돼 있는 만큼 올해 선박수출은 500억 달러 이상으로 지난해 43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휴대폰도 북미·아시아 휴대폰 시장의 꾸준한 성장 덕에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렇게 전망했다.
“지난 1월 이후 휴대폰 수출은 꾸준히 늘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국내공장 가동률도 100%입니다. 환율로 인한 가격경쟁력, 품질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계속 호조일 것으로 보입니다.”
가전제품의 경우 업체들의 해외 현지 마케팅 강화로 디지털 TV 수출이 늘고 있으며, 자동차도 신흥시장에서 국내 제품들이 善戰(선전)하고 있다고 유 사장은 분석했다. 또 반도체산업의 경우 독일·미국 업체들의 파산과 일본 업체들의 경영악화로 우리 업체의 글로벌 경쟁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 콘텐츠 수출지원도
“수출지원이 건설이나 제조업체에 치우쳐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유 사장은 “최근 문화 콘텐츠 산업 지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 콘텐츠 산업은 우리나라 미래 먹을거리로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커서 향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산업입니다. 수출 공헌도 면에서도 유망하죠. 또 문화 콘텐츠 수출은 외화 획득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를 제고시킬 수 있다는 부수적 효과가 막대합니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아시아 전역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큽니까.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문화산업의 수출산업화 수준이 미흡해요. 그래서 우리 공사는 지난 2007년 12월 영화수출을 지원하는 ‘문화수출보험’을 만들었습니다. 또 지난 4월 드라마, 게임, 공연 3개 산업을 문화수출보험에 포함시켜 문화산업을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문화수출보험은 그동안 영화 <순정만화> <쌍화점> <사요나라 이츠카> 등 총 8편에 141억 원을 지원했고, 심형래 감독의 차기작 <라스트 갓파더>를 지원할 계획이다. 수보 심사위원들이 <라스트 갓파더>의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미국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으며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영화계는 제도 금융권에서 자금조달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해서 개인 자산이나 사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제작사가 빚더미에 앉는 등 악순환이 이어졌죠. 이번 문화수출보험으로 제1금융권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제작자금과 흥행수익 등의 자금흐름을 은행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투명하고 안전한 투자환경을 조성해 충무로 영화제작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문화산업 수출규모는 엄청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문화분야 기업이 영세하고 관련 자본시장이 미성숙한 상태죠. 이런 구조를 바꿔야 문화산업이 살아난다고 봅니다.”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무역협회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만큼 유 사장은 취임 당시 “기업의 입장에서 수출보험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산자부·무역협회 출신의 전문가
“중소기업청과 무역협회의 경험은 업무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중소기업은 크게 네 가지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술난·인력난·자금난·판로난이죠. 그 중 우리 수보는 자금난과 판로난을 도와주고 있는 셈이지요.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금융권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수출보험으로 맘 놓고 해외시장에 수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는 전국의 중소기업 종사자들을 만나는 데도 열심이다. 취임 이후 업종별 중소기업 간담회를 수시로 여는 것은 물론, 전국 각지의 지방 중소기업 간담회를 열고 개별 기업방문 등을 통해 애로사항 해결에 나서고 있다.
유 사장은 중소기업 지원의 일환으로 특화한 수출보험·보증상품도 잇달아 만들어냈다. 최근 내놓은 상품만 세 가지다. ‘중소기업 플러스보험’은 수출실적이 적은 영세 수출기업을 위해 수입자 신용조사와 수출 통지 등 이용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것이다. 자동차보험처럼 1년에 한 번만 계약을 체결하면 1년 동안 거래하는 모든 바이어와의 거래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수출 네고(NEGO) 보증’은 수출 중소기업이 수출 후 은행과 네고(수출업자가 은행에 신용장과 수출환어음 등의 선적서류를 제시하고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절차) 시 담보 부족 등으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거래에 대한 보증을 해 주는 것이다. ‘농수산물 수출 패키지 보험’은 다른 수출품목과 달리 수입국 검역 위험이나 클레임 등이 많아 수출이 어려웠던 농수산물에 대한 보험으로, 농수산물 수출관련 위험 보장을 하나의 계약으로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 출연금 100억 원을 3000억 원으로 늘려
취임 8개월 만에 많은 성과를 냈지만, 모든 일이 잘 풀려 나갔던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국회와 은행에서 도움을 요청하며 보낸 시간이 적지 않았다.
“작년에 취임했을 때 정부 출연금이 100억원 잡혀 있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부족한 겁니다. 정부와 국회와 여당을 발이 닳도록 찾아다니면서 추가 예산을 요청했어요. 결국 올해 출연예산을 3000억원 확보했습니다. 이번 추경예산에서도 2000억원을 추가로 받게 되었습니다. 저 혼자 한 일은 아니고 전 직원이 목숨 걸고 뛰었습니다. 요즘 수출보험공사에 대해 고마워하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그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수보는 구직자들에게도 인기 직장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수보는 공기업 중에서도 창의력이 풍부하고 도전의식이 있는 인재가 필요한 곳입니다. 수출보험이라는, 주어진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계속 개척해야 하거든요. 성적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유 사장은 “위기는 곧 기회”임을 강조했다.
“제가 어느 기업 사장님한테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지방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분인데, 작년까지 늘 주문이 밀려서 공장을 돌리기에 바빴다고 해요.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주문이 줄더니 공장 가동률이 60%를 넘지 못하더랍니다. 40%는 놀고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 시간 여유가 생겨서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생긴 거죠. 공장도 돌아보고 회사 운영 상황도 다시 한 번 살펴보니까 문제가 많이 발견되더라는 겁니다. 그때 충격을 받고 이를 개선하면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답니다. 지금도 주문이 많지 않아 공장 일부가 놀고 있지만, 이 틈을 타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내실을 다지고 나면 경제위기가 끝나고 경기가 회복될 때면 엄청나게 발전할 여지가 있는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 생존전략을 만들면 경제위기가 끝난 후 더 큰 역할을 시장에서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저희 수보가 적극 지원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