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다시 검토할 만한 아이디어”
⊙ 30대 초반에 뉴욕大 경제학과 교수, 40대 초반에 청와대 경제수석,
40대 후반에는 두 정권에 걸쳐 장관 지내
⊙ “국무총리 하고 싶은 사람은 많겠지만 나는 별로 관심 없어”
⊙ G7의 세계적 영향력 약해지고 G20 위상 높아져
⊙ “韓美 양국 정부에서 FTA 재협상 이야기 나온 적 없다”
⊙ 우리 경제, 세계경제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올 3분기쯤이면 서서히 회복
⊙ 영국 언론의 악의적 보도 우리 정부도 반성해야
⊙ 국회에 전기톱 등장 장면 해외 언론에 보도될 때 한국의 브랜드 가치 떨어져
사공일
⊙ 1940년 경북 군위 출생.
⊙ 경북중·고 졸업. 서울대 상대 졸업. 미국UCLA대 대학원 석사·박사.
⊙ 미국 뉴욕대 경제학 교수. 영국 셰필드대 초청 교수.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 산업연구원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 재무부장관.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고려대 석좌교수. 現(현)G20기획조정위원회위원장.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취재지원 : 李相雅 月刊朝鮮 인턴기자
⊙ 30대 초반에 뉴욕大 경제학과 교수, 40대 초반에 청와대 경제수석,
40대 후반에는 두 정권에 걸쳐 장관 지내
⊙ “국무총리 하고 싶은 사람은 많겠지만 나는 별로 관심 없어”
⊙ G7의 세계적 영향력 약해지고 G20 위상 높아져
⊙ “韓美 양국 정부에서 FTA 재협상 이야기 나온 적 없다”
⊙ 우리 경제, 세계경제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올 3분기쯤이면 서서히 회복
⊙ 영국 언론의 악의적 보도 우리 정부도 반성해야
⊙ 국회에 전기톱 등장 장면 해외 언론에 보도될 때 한국의 브랜드 가치 떨어져
사공일
⊙ 1940년 경북 군위 출생.
⊙ 경북중·고 졸업. 서울대 상대 졸업. 미국UCLA대 대학원 석사·박사.
⊙ 미국 뉴욕대 경제학 교수. 영국 셰필드대 초청 교수.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 산업연구원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 재무부장관.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고려대 석좌교수. 現(현)G20기획조정위원회위원장.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취재지원 : 李相雅 月刊朝鮮 인턴기자
司空壹(사공일). 그는 30대 초반에는 미국 뉴욕大(대) 경제학과 교수였고, 40대 초반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다. 40대 후반에는 두 정권에 걸쳐 장관을 지냈다. 1988년 12월 재무부장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떠난 후 그는 이렇다 할 공직을 맡지 않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입문 제의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런 제의를 외면했다.
대신 그는 1993년에 비영리 순수 민간법인인 세계경제연구원을 만들었다. 세계적인 석학, 재계·정계·언론계 지도자, 주요 국가의 국제기구 고위 정책 담당자를 초청해 특별강연회를 개최하고 경제 현안에 대한 대안도 연구했다.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 토머스 폴리 前(전) 미국 하원의장, 제임스 베이커 전 미국 국무장관, 도널드 존스톤 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사무총장에서 최근에는 지난 3월 강연을 한 碩學(석학)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학 교수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하는 특별강연의 연사로 참석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세계적인 人的(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 결과 그는 파스칼 라미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로런스 서머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스트라우스 칸 IMF(국제통화기금) 총재 등 세계 유수 경제기구의 首長(수장)들과 수시로 토론할 수 있는 반열에 올랐다. 그가 이끄는 세계경제연구원의 국제적 위상도 그만큼 올라갔다.
그런 그가 公職(공직)을 떠난 지 20여 년 만에 다시 공직자의 길로 들어섰다.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했던 그는 李明博(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때부터 그의 이름 앞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일요일 출근
현재 그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직을 유지하면서 지난 1월 신설된 G20 기획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G20이란 ‘Group of 20’의 약자로 미국,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전 세계 선진·신흥 경제국 20개국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들 20개국은 전 세계 GDP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는 多者間(다자간) 금융협력을 위해 결성돼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첫 회의가 열렸다. G20 기획조정위원회는 우리나라가 영국, 브라질과 함께 2011년까지 G20 의장국이 됨에 따라 향후 G20 정상회의의 합의안을 조정하고 새로운 의제와 협의안을 도출하는 등의 총괄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족한 기구다.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그는 해외출장, 영국 총리 특별자문역 존 컨리프 등 영국 현지 실무자들과의 국제화상회의 등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그런 그에게 또 하나의 무거운 직책이 맡겨져 있다. 지난 2월 24일, 6만5000여 무역업체를 회원으로 거느린 한국무역협회 제27대 회장직에 취임한 것이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12일 오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빌딩에 있는 무역협회장 집무실로 찾아갔다. 비서실 직원들도 출근해 있었다. 비서진들은 일요일인데도 전화로 그날 오후와 밤에 있을 사공 회장의 일정을 점검하고 있었다.
―휴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역협회에 온 지 얼마 안돼서 업무 파악도 하고 일들이 겹쳐서 요즘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G20 기획조정위원장의 일만으로도 벅찰 텐데 회원사만 6만5000여 개인 거대한 한국무역협회까지 이끌어가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던데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네요. 4월 초에 G20 정상회담이 끝났습니다만, G20 정상회담도 우리 무역협회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입니다. 나는 우리 임직원들에게 무역협회가 왜 있느냐에 대한 존재가치를 자문해 보라고 합니다. 무역협회는 무역업계에 종사하는 기업들과 기업인이 잘되게 하고 우리 국가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줘야 하는 곳입니다. G20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인한 데서 알 수 있듯이 G20 정상회의는 우리 무역협회와 무관할 수 없어요.”
“내가 ‘올드 패션’이라고?”
―올해 우리 나이로 70인데요. 나이 문제도 있겠지만, 워낙 공직을 떠난 지가 오래됐던 분이라서 그런지 회장님에 대해 ‘올드 패션’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깥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공부도 안 하고,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라면 젊어도 ‘올드 패션’이고 낡은 세대 아닌가요. 그 문제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굉장히 나쁘신가 보죠?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회적 편견을 갖고 누구를 평가한다는 것은 아주 나쁜 거예요. 세계경제연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내가 한 강연이나 쓴 글을 한 번이라도 보고 비판을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저 피상적인 인식으로 어떤 사람을 올드 패션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정말 좋지 못한 행위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사공 회장은 자신의 근무처가 있는 무역센터빌딩과는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무역센터 건립에 큰 역할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 경제수석을 할 때 이 센터 건립이 결정됐습니다. 그 당시 수입에 대한 일정비율의 부과금으로 모은 무역특계자금(수출입금액에서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기금)을 없애기로 결정되어 있었는데, 무역특계자금을 연장하여 무역센터를 건설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정부 내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고, 저도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입에 부과되던 액수가 적어 이것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면 부스러기 돈으로 없어질 것이니 이를 모아 무역센터를 지으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에 설득당했죠.”
―최근의 수출입 동향은 어떻습니까. 또 앞으로 한국무역협회회장으로서 수출지원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지요.
“수출은 아직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감소 폭이 둔화되는 추셉니다. 일본, 중국, 대만 등에 비해서도 감소 폭이 작습니다. 중국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 유망한 상황입니다. 일본 쪽도 단기적으로 환율 요인을 활용하면서 일본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무역협회가 역할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G20 회의는 우리 외교사에 큰 획을 긋는 일
사공일 회장은 인터뷰 중 런던 G20 정상회의의 성과와 의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인터뷰는 시작된 지 얼마 안돼 G20 정상회의 이야기로 넘어갔다.
―G20 정상회의 한국 기획조정위원장으로서 런던 정상회의의 성과를 자평하신다면.
“G20 정상회의를 쉽게 얘기하면 지구촌의 有志(유지)모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유지그룹이 당면한 前代未聞(전대미문)의 금융위기와 세계경제 침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논의하기 위해 작년 11월 워싱턴에서 1차 회의가 있었고, 두 번째 회의를 이번에 런던에서 가진 겁니다. 우리나라가 이 유지그룹에 들어간 것만도 좋은 일이지만, 의장단의 일원으로서 주최국인 영국과 함께 이번 회의 준비 과정과 정상선언문 작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세계 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에서 찬성 쪽에 서느냐, 반대 쪽에 서느냐를 가지고 많은 고민을 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이번에 세계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국제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우리 외교사에서 큰 획을 긋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추상적인 말 잔치로 끝나는 G7(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서방 7개 선진국) 정상회의와는 달리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합의가 많이 도출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봅니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합의의 예로 어떤 것이 있습니까.
“세계경제가 어려울 때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신흥개도국과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1조1000억 달러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자금공급은 신흥경제국의 수요를 진작시켜 결국 세계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를 위해 IMF(국제통화기금), IBRD(세계은행)의 재원이 확충될 예정입니다. 금융 감독·규제 부문에서도 큰 진전이 있었고 앞으로 조세피난처, 헤지펀드, 신용평가사 등에 대한 건전한 규제도 강화됩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장한 것이지만 IMF, WTO(세계무역기구)를 활용해서 정상들이 합의한 거시경제정책 공조, 보호주의적 조치를 동결하는 스탠드스틸(Standstill·새로운 무역장벽 도입 금지) 등을 점검·분석해서 정규적으로 정상회의에 보고토록 했습니다.”
頂上 선언문 발표에 한국 입장 받아들여져
―스탠드스틸은 강제성이 없지 않나요?
“G20 정상회의 자체가 강제성 있는 기구가 아닙니다. 집행능력은 없지요. 그러나 지도자들이 모여 보호주의를 하지 말자고 합의하는 그 자체가 중요하고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WTO로 하여금 각국의 보호주의 조치를 모니터링해서 보고하고, 공표하게 함으로써 각국이 이런 조치를 자제토록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G20 회의 정상선언문 발표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항입니까.
“먼저, 의제 선정에 있어 유럽은 금융규제와 감독, 그리고 제도 개선에 주안점을 뒀고 국제공조를 통한 재정정책 확대나 보호주의 저지 쪽에는 소극적이었습니다. 작년 워싱턴회의 당시 우리는 런던회의가 열리는 4월이면 경제가 더욱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정상들이 모여 금융 감독과 규제만 얘기하면 실망을 줄 것이라고 봤습니다. 거시경제 공조와 보호무역 저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숫자와 시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을 우리가 주장해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둘째, IMF와 WTO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또 관철됐습니다. 세 번째로는 합의사항 이행점검과 필요한 추가조치에 대한 논의를 위해 제3차 회의가 열려야 한다는 우리의 의견도 관철됐어요. 특히 스탠드스틸에 대해 한 번 더 확인하고, 작년 11월 G20 워싱턴회의 이후에 보호주의 조치를 취한 것을 원상복구토록 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G20 3차 회의는 의장국인 우리 한국에서 열리는 겁니까.
“우리는 처음부터 G20 정상회의가 계속 개최돼 G20 정상회의 자체가 제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3차 회의 개최지는 우리나라가 의장단국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가 돼야 한다는 주장은 펴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3차 회의 개최를 희망했지만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G20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게 될 유엔총회 전후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봅니다.”
―런던회의를 계기로 세계 경제를 이끄는 그룹이 G7에서 G20으로 넘어왔다고 봐도 됩니까.
“G7만으로는 당면한 금융위기와 세계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해결이 어렵고, 지구촌 유지그룹으로서의 정치적 정당성도 약해졌습니다. 중국을 빼놓고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G7 회의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오는 7월 이탈리아에서 G7 회의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런던 정상회의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우리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능하겠느냐’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기회니까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의제설정, 정상선언문 작성 관련 설득과 조정과정에서 내 개인적인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와 일본 등을 방문, 이들 나라의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G20 정상회의 총책임자들과 파스칼 라미 WTO사무총장, 스트라우스 칸 IMF 총재 등과도 만났습니다. 그리고 로런스 서머스 미국 국가경제위원장도 만나 의견을 나누었어요. 이번 회의 준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은 영국 브라운 총리의 경제자문관인 존 컨리프가 했는데 화상회의, 전화통화, 이메일 교환 등으로 긴밀히 협조했습니다.”
국제관계도 결국은 사람관계
―세계경제연구원과 개인적인 차원에서 형성된 인맥이 도움이 됐겠습니다.
“국제관계도 결국은 사람관계입니다. 상호신뢰 관계를 쌓아둔 주요 인사들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런던 G20 회의가 열리기 직전 기고, 인터뷰 등을 통해 외신과 활발한 접촉을 벌였는데 이것은 누구 아이디어입니까.
“대통령께서 그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계셨습니다.”
―대통령의 해외매체 기고나 인터뷰가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고 보시는지요.
“대통령은 언론기고뿐만 아니라 주요 정상들과의 전화통화, 정상회의, 친서교환과 특사파견 등을 통해 일관된 주장을 내놓고 설득하여 호응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성공한 나라인데 우리나라 대통령이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더욱 설득력이 있죠. 1930년대 大恐慌(대공황) 때의 경쟁적 보호주의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과,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로서 당면한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거시경제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부실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창한 것도 정상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통령의 리더십 발휘는 곧 우리나라 위상 제고로 이어지게 마련이지요.”
역대 정부의 경제적 성과
―G20 런던회의를 앞두고 이 대통령은 <월 스트리트 저널>에 “세계는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를 해결한 한국의 경험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金大中(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긍정적으로 본 것인가요?
“과거 정부도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해야 합니다. 그 기고는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이 아니라 부실채권 정리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국가부도 위기를 맞아 긴급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불러들인 IMF의 강요가 있었고, 이해 당사자와 對(대)국민 설득이 비교적 쉬운 여건 속에서 신속하게 시책을 펼 수 있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겠죠.”
―경제 전문가로서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외환위기는 IMF의 강요와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빨리 극복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IMF 졸업’에 너무 급급한 나머지 무리한 시책을 추진한 후유증을 남겼어요. 예를 들면 신용카드 남발을 조장하여 가계부채를 급격히 늘렸고, 금융부실을 막기 위해 브레이크를 걸어야 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경기가 다시 나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경제전문가로서 경제적 측면에서 역대정부의 功過(공과)를 평가해 주시죠.
“功(공)만 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朴正熙(박정희) 시절을 돌이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最貧國(최빈국)을 빠른 시일 내에 세계가 주목하는 신흥공업국으로 만들었습니다. 1960년 초반 우리나라의 5대 수출상품은 철광석, 텅스텐, 생사, 무연탄, 오징어였는데 비해 지금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를 수출하는 나라로 발전하는 기반을 마련,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경제 관료로서 직접 참여했던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정부의 경제적 성과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전두환 정부는 소위 개발연대에 만성화되어 있던 인플레를 잡았어요.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긴축정책을 통해 안정성장의 기반을 마련했고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대외경쟁, 개방을 허용했습니다. 정부 주도적 경제운영에서 민간주도로 전환하는 시발점이 됐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정부에서도 경제운영 전환과 금리자유화 등의 노력이 지속됐습니다.”
한미 FTA, 재협상 얘기 없었다
―金泳三(김영삼) 정부는요.
“김영삼 정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으나 금융실명제를 도입했고, OECD 가입도 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대중·盧武鉉(노무현) 정부의 공도 있습니까.
“김대중 정부는 환란 극복, 노무현 정부는 韓美(한미) FTA 체결을 비롯해서 EU(유럽연합) 등과 FTA를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한 것은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한미 FTA는 아직 비준이 되지 않고 있잖습니까.
“우리 국회와 미국의 의회가 움직여야 합니다. 4월 런던에서 한미 정상회의가 열렸는데 양국 대통령께서 한미 FTA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며, 빠른 시일 내에 우리 국회라도 비준동의를 먼저 해야 합니다.”
―한미 양국에서 재협상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양국 정부 어느 쪽에서도 재협상이란 말을 쓴 적이 없어요. 그러나 자동차 등에서 일부 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나 재협상과는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세계경제에 위기가 올 것 같다는 느낌은 언제 받았습니까.
“솔직히 작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함께 악화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몰고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문제의 근본요인으로 볼 수 있는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은 많이 제기됐고, 나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패키지를 내놓을 때도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 것이 사실입니다.”
―세계경제 위기를 불러온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앞으로 수많은 박사학위 논문이 나올 만한 복잡한 문제입니다. 그 원인은 하나가 아니고 복합적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요인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빌려서 버는 것 이상으로 소비하고,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벌어서 지나치게 저축하는 것에 따른 글로벌 불균형을 들 수 있습니다. 금융에 대한 감독이 미진한 가운데 시장의 자율규제 능력을 과신한 것도 화근입니다.”
―어떻게 보면 세계화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확산시켰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고 세계화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세계화의 이점을 잘 활용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를 가져야 해요. 사실 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세계화를 외면해온 북한은 큰 걱정을 안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굶고 있잖아요. 이에 반해 중국은 세계화의 부작용을 모를 리가 없지만 WTO에 가입하기 위해 10년 이상 노력했고, 세계화의 이점을 적극 활용해서 크게 성공하고 있잖습니까.”
정부는 항상 시장에 개입해 왔다
―이번 세계적 경제위기의 원인이 ‘미국식 자본주의’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식 자본주의’도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왔습니다. 특히 1980년대 레이건 시대부터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큰 영향을 미쳤고 ‘작은 정부’가 더욱 강조됐습니다. 그 결과 금융부문까지 필요한 감독과 규제를 시장에 맡겨두는 愚(우)를 범하게 됐습니다. 시장의 자율규제 기능을 과신한 것이죠.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다시 정부의 역할이 커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큰 정부의 비효율성이 문제되면 언젠가는 또 변화할 겁니다.”
―세계 경제위기는 각국 정부의 시장개입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의미의 자유시장 시대의 종언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동의하시는지요.
“동서고금을 통해 완전한 자유방임을 한 나라는 없었습니다. 강약과 대소의 차이는 있지만 정부는 항상 시장에 개입해 왔습니다. 이번 위기극복 과정에서 정부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러나 이것도 시대가 흐르면 변할 것이 분명합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쳐올 때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까.
“세계경제를 비행기에 비유하면 과거에는 主(주) 엔진 역할을 하던 미국에 문제가 있을 때 유럽, 일본 등의 보조 엔진이 작동해서 비행기 속도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이 탄탄한 보조 엔진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 엔진과 모든 보조 엔진에 동시에 문제가 생겨 세계경제가 성장속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더욱 어렵게 된 것이지요.
이렇게 대외 여건이 어려운 때일수록 규제개혁과 비능률 요소 제거에 더욱 박차를 가해 국내 투자 여건을 개선해야 하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계경제는 언제쯤 회복될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미국경제가 아직 어려운 상황이지만, 세계경제 전체로 보면 내년 상반기쯤 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봅니다. 그러나 경기하강의 골이 너무 깊었기 때문에 세계경제의 회복을 피부로 느끼는 것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우리 경제, 3분기에 회복세
―우리 경제는요.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IMF도 그렇게 예상합니다. 올 3분기쯤이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구조가 비교적 견실하고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합니다. 또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어느 나라보다 신속하고 과감하게 펼쳐왔어요. 그 결과 우리 경제는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나 그 속도는 상당히 완만하고 피부로 느끼기에 상당기간 미흡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금융위기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작년 10월 위기설, 지난 3월의 위기설이 모두 허황한 것으로 판명 나지 않았습니까.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쪽에서 돈을 빼간다더라’식의 풍문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에게는 불과 10년 전에 환란이라는 강한 충격을 받아, 불에 덴 사람은 불 가까이 가지 않고도 지레 겁내는 현상이 있어 이것을 외신에서 과장되게 보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영국 언론에서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납니다.
“우리 정부에서도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고 봅니다. 외국 언론에 정확한 정보와 통계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고 주요 정책 담당자들은 외국 언론을 피해서는 안됩니다. 정책 당국자들과 접촉이 불가능하면 일부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부정적 보도를 하고, 이를 국내 언론이 다시 받는 악순환이 생기게 됩니다. 정부에서 영문 웹사이트를 잘 만드는 것으로도 좋은 효과가 있을 터인데 그런 노력이 부족합니다.”
―한국의 미래 주축산업은 어떤 분야가 될 것 같습니까.
“앞으로도 상당기간 IT와 융합된 자동차, 조선, 통신기기 등의 제조업이 주축산업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환경관련 녹색산업이 새로운 주축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들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의료·보건, 교육, 금융, 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개방과 자율경쟁을 통해 주축산업으로 발전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가의 창의력 존중해야
―미래 주축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정부는 무슨 일을 해야 합니까.
“한때 우리나라 주종 수출품이던 가발이나 합판, 그리고 지금 수출의 주종 품목이 된 반도체는 공무원의 책상머리에서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기업인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입니다. 정부는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이 최대한 기업가정신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경제 회생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할 민생 법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모든 법이 민생과 관련 있는 법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추경안부터 빨리 처리해야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국가경쟁력위원회가 관련해 국회에 이미 상정돼 있거나, 상정을 기다리는 법안이 600개가 넘습니다. 그중에는 창업을 하는데 필요한 자본금을 5000만원에서 100원으로 줄이는 상법개정안도 있습니다.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법안입니다.”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된 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현재 외국인근로자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우리나라 근로자와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국내 근로자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현행 법은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숙식비도 국내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에 합산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비용도 부담이 됩니다. 기업이 부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숙식비도 최저임금에 합산하자는 것도 의원입법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정치적 여건 때문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경제는 정치, 사회, 문화 등 제반 여건 속에서 영위됩니다. 1960년대 오징어가 주종 수출품목의 하나였던 나라가 이제 자동차, 조선, 반도체를 주종 수출 품목이 된 천지개벽을 이루었는데 우리 정치는 아직 낡은 모습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작년 말에도 예산처리가 지연되고, 서민과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법안 처리도 지연됐어요. 정부가 국가브랜드를 높이겠다며 노력하는데, 국회에 전기톱이 등장하는 장면이 해외 언론에 크게 보도될 때 그나마 쌓은 한국의 브랜드 가치조차 사라집니다.”
모든 나라가 다 중요하다
―우리 경제에 가장 영향을 주는 국가는 어느 나라라고 보시는지요.
“우리나라 수출의 22%가 중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의 투자도 중국에 제일 많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일단 중국을 손꼽을 수 있는데, 기술이나 경영기법의 전수 등 측면에서 미국은 계속 중요한 나라입니다. 우리 경제는 세계 각국과 교역을 골고루 한다는 장점이 있어요. 중동, 동유럽, 중남미를 비롯하여 전 세계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변방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셨는데요.
“중국은 저력이 대단한 나라입니다. 지난 2000년 동안 중국은 계속해서 경제 초강대국이었습니다. 청나라 중기부터 마오쩌둥(毛澤東) 공산혁명 후 덩샤오핑(鄧小平) 개혁에 이르기 전까지 140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세계 GDP의 20% 이상을 생산한 수퍼파워였죠. 연간 성장률이 10% 수준이라고 치면 7년이면 덩치가 두 배로 커집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중국보다 앞서야 하는데, 그러자면 유럽의 强小國(강소국)처럼 보다 개방적이며 외국인투자 친화적으로 가야해요. 포천 500대 기업의 대부분이 중국에 진출했고, 이들 기업이 기술과 노하우, 마케팅 채널, 경영기법을 중국에 전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인터뷰는 어느새 두 시간을 넘어서고 있었다. 목소리 톤은 시작할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70세라는 그의 육체적 나이는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열정 앞에 무력했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인터뷰가 계속됐다.
―2002년에 한 중앙 일간지에 기고한 ‘長壽(장수) 장관이 없다’는 칼럼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 중심제의 장점은 각료를 임명해서 임기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관이 자주 바뀌면 정부 부처의 국·과장도 자주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정책의 일관성이나 전문성 축적에 도움이 안됩니다. 또 장관들이 국제회의에 나가서도 한국 장관들은 자주 바뀌게 되니 외국에 나가 말발이 서질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이면서도 그 장점을 포기하고 내각제의 단점만 답습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제발 언론도 임명된 지 1년밖에 안된 장관을 ‘장수 장관’이라고 쓰지 말아 주십시오.”
이명박 대통령 자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은 자주 만나시는지요.
“지금까지는 비교적 자주 만나는 편이었습니다.”
―경제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이 대통령은 경제에 밝은 분인가요.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기업활동을 하면서 습득한 현장경험과 이론가 못지않은 예리한 분석력을 가지고 있어 구체적인 정책대안 제시에 뛰어난 분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단기적으로 보면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에 대응하여 경기회복을 빨리 할 수 있도록 정책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거 10년간 많이 훼손된 성장잠재력을 배양하기 위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등을 통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그 성과가 가시화될 것입니다.”
―주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라고 하는데 두 분은 어떤 인연이 있는지요.
“저를 ‘대통령의 멘토’라고 하는 것은 남들이 과장되게 말하는 것입니다. 1980년대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업계에서 활약하셨고 저는 정부와 학계에서 주로 일했기 때문에 개인적 친교를 맺을 기회는 없었습니다. 1980년대 경제수석시절에 鄭周永(정주영) 회장과 함께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과 공무로 만나게 될 기회가 종종 있었고, 그 후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서 활동하실 때도 간간이 만나게 되었지요. 2007년 大選(대선) 과정에서 2線(선)에서 조언을 하다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경제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주로 하시는지요.
“국가경제 전반에 관해 필요한 정책건의와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자주 거명되시는데요.
“그 자리 하고 싶은 사람이 많겠지만 나는 별 관심이 없어요. 지난 얘기지만 과거 여러 정권으로부터 입각이나 국회의원 출마 제의도 많이 받았지만 나는 내 길을 걸어왔습니다.”
―지난해 柳佑益(류우익)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갈등설이 있었는데요.
“갈등이 있을 게 뭐 있나요. 그런 이야기가 언론에 나와서 내 스스로 창피하고…. 말이 안되잖아요. 내가 그 사람하고 경쟁관계에 있지도 않았는데.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 자리라고 생각했지, 감투로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지금 자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柳佑益 실장과의 갈등설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무산됐는데 이명박 정부 탄생에 관여했고 지금도 관여하고 있는 분으로서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지금도 다시 검토할 만한 아이디어입니다. 그러나 국민들과 의사소통 과정이 미흡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처음에 물류보다 홍수조절, 수질개선 등 친환경적인 주요 강물 잇기의 개념으로 접근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가 한반도 대운하의 변형 아닌가요.
“4대강 살리기야말로 친환경, 녹색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지요. 지금 한강도 강바닥을 준설해서 만들어낸 것인데 과거에 비하면 잘된 것 아닙니까. 홍수조절, 수질개선, 관광자원개발 등의 효과가 커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가 클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가능한 일인지요.
“중국은 땅덩어리가 크고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제도를 도입했어요. 우리나라는 나라 전체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화 시대의 특징은 기업활동에 국경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업환경이 나쁘면 기업은 활동하기 편한 곳으로 떠납니다.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 나가는 것이죠. 일부 지역에 한정해서 자유구역을 만드는 것은 차선책이라고 봐야 합니다.”
―수도권 규제도 풀어야 합니까.
“수도권 규제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수도권에서 기업을 억지로 밀어내면 지방으로 가는 게 아니라 중국이나 외국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별명은 ‘사백일’, ‘포제로원’
―존경하는 경제학자는 어떤 분인지요.
“존경한다기보다는 현재 위기에 처한 세계경제를 보며 케인스를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케인스는 거시경제 분석의 기본 틀을 제시했고 오늘날 우리 모두는 케인스적 기본 틀에서 거시경제를 보는 시각을 가집니다. 지난 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그랬지만 케인스적 틀 위에 정책대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분을 지닌 지인으로는 누가 있습니까. 그들에게 불리는 호칭이나 별명이 있는지요.
“일을 떠나 자주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친구는 金秉柱(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徐榮澤(서영택) 전 건설부 장관, 徐泰植(서태식) 전 삼일회계법인 회장, 全在琪(전재기) 변호사, 서학진 전 코오롱 부회장, 崔翔默(최상묵) 전 서울치과대 병원장, 鄭城鎭(정성진) 전 법무부장관 등이 있습니다.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면 재무장관 시절에 과천 재무부 청사의 401호 방을 쓰게 되어 화제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사백일’, ‘포제로원’이 별명이었지요.”
―친구분들의 직책에 대부분 前(전) 字(자)가 붙는데요?
“거듭 말하지만 육체적 나이만 보지 말아요. 웬만한 젊은이들보다 더 젊은 사고를 하는 친구들이에요.”⊙
대신 그는 1993년에 비영리 순수 민간법인인 세계경제연구원을 만들었다. 세계적인 석학, 재계·정계·언론계 지도자, 주요 국가의 국제기구 고위 정책 담당자를 초청해 특별강연회를 개최하고 경제 현안에 대한 대안도 연구했다.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 토머스 폴리 前(전) 미국 하원의장, 제임스 베이커 전 미국 국무장관, 도널드 존스톤 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사무총장에서 최근에는 지난 3월 강연을 한 碩學(석학)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학 교수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하는 특별강연의 연사로 참석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세계적인 人的(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 결과 그는 파스칼 라미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로런스 서머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스트라우스 칸 IMF(국제통화기금) 총재 등 세계 유수 경제기구의 首長(수장)들과 수시로 토론할 수 있는 반열에 올랐다. 그가 이끄는 세계경제연구원의 국제적 위상도 그만큼 올라갔다.
그런 그가 公職(공직)을 떠난 지 20여 년 만에 다시 공직자의 길로 들어섰다.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했던 그는 李明博(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때부터 그의 이름 앞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일요일 출근
현재 그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직을 유지하면서 지난 1월 신설된 G20 기획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G20이란 ‘Group of 20’의 약자로 미국,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전 세계 선진·신흥 경제국 20개국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들 20개국은 전 세계 GDP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는 多者間(다자간) 금융협력을 위해 결성돼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첫 회의가 열렸다. G20 기획조정위원회는 우리나라가 영국, 브라질과 함께 2011년까지 G20 의장국이 됨에 따라 향후 G20 정상회의의 합의안을 조정하고 새로운 의제와 협의안을 도출하는 등의 총괄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족한 기구다.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그는 해외출장, 영국 총리 특별자문역 존 컨리프 등 영국 현지 실무자들과의 국제화상회의 등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그런 그에게 또 하나의 무거운 직책이 맡겨져 있다. 지난 2월 24일, 6만5000여 무역업체를 회원으로 거느린 한국무역협회 제27대 회장직에 취임한 것이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12일 오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빌딩에 있는 무역협회장 집무실로 찾아갔다. 비서실 직원들도 출근해 있었다. 비서진들은 일요일인데도 전화로 그날 오후와 밤에 있을 사공 회장의 일정을 점검하고 있었다.
―휴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역협회에 온 지 얼마 안돼서 업무 파악도 하고 일들이 겹쳐서 요즘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G20 기획조정위원장의 일만으로도 벅찰 텐데 회원사만 6만5000여 개인 거대한 한국무역협회까지 이끌어가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던데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네요. 4월 초에 G20 정상회담이 끝났습니다만, G20 정상회담도 우리 무역협회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입니다. 나는 우리 임직원들에게 무역협회가 왜 있느냐에 대한 존재가치를 자문해 보라고 합니다. 무역협회는 무역업계에 종사하는 기업들과 기업인이 잘되게 하고 우리 국가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줘야 하는 곳입니다. G20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인한 데서 알 수 있듯이 G20 정상회의는 우리 무역협회와 무관할 수 없어요.”
“내가 ‘올드 패션’이라고?”
―올해 우리 나이로 70인데요. 나이 문제도 있겠지만, 워낙 공직을 떠난 지가 오래됐던 분이라서 그런지 회장님에 대해 ‘올드 패션’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바깥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공부도 안 하고,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라면 젊어도 ‘올드 패션’이고 낡은 세대 아닌가요. 그 문제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굉장히 나쁘신가 보죠?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회적 편견을 갖고 누구를 평가한다는 것은 아주 나쁜 거예요. 세계경제연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내가 한 강연이나 쓴 글을 한 번이라도 보고 비판을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저 피상적인 인식으로 어떤 사람을 올드 패션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정말 좋지 못한 행위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사공 회장은 자신의 근무처가 있는 무역센터빌딩과는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무역센터 건립에 큰 역할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 경제수석을 할 때 이 센터 건립이 결정됐습니다. 그 당시 수입에 대한 일정비율의 부과금으로 모은 무역특계자금(수출입금액에서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기금)을 없애기로 결정되어 있었는데, 무역특계자금을 연장하여 무역센터를 건설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정부 내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고, 저도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입에 부과되던 액수가 적어 이것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면 부스러기 돈으로 없어질 것이니 이를 모아 무역센터를 지으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에 설득당했죠.”
―최근의 수출입 동향은 어떻습니까. 또 앞으로 한국무역협회회장으로서 수출지원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지요.
“수출은 아직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감소 폭이 둔화되는 추셉니다. 일본, 중국, 대만 등에 비해서도 감소 폭이 작습니다. 중국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 유망한 상황입니다. 일본 쪽도 단기적으로 환율 요인을 활용하면서 일본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무역협회가 역할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G20 회의는 우리 외교사에 큰 획을 긋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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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4월 7일 오전 주요 경제단체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G20 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공일 무역협회장. |
―G20 정상회의 한국 기획조정위원장으로서 런던 정상회의의 성과를 자평하신다면.
“G20 정상회의를 쉽게 얘기하면 지구촌의 有志(유지)모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유지그룹이 당면한 前代未聞(전대미문)의 금융위기와 세계경제 침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논의하기 위해 작년 11월 워싱턴에서 1차 회의가 있었고, 두 번째 회의를 이번에 런던에서 가진 겁니다. 우리나라가 이 유지그룹에 들어간 것만도 좋은 일이지만, 의장단의 일원으로서 주최국인 영국과 함께 이번 회의 준비 과정과 정상선언문 작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세계 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에서 찬성 쪽에 서느냐, 반대 쪽에 서느냐를 가지고 많은 고민을 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이번에 세계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국제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우리 외교사에서 큰 획을 긋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추상적인 말 잔치로 끝나는 G7(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서방 7개 선진국) 정상회의와는 달리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합의가 많이 도출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봅니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합의의 예로 어떤 것이 있습니까.
“세계경제가 어려울 때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신흥개도국과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1조1000억 달러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자금공급은 신흥경제국의 수요를 진작시켜 결국 세계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를 위해 IMF(국제통화기금), IBRD(세계은행)의 재원이 확충될 예정입니다. 금융 감독·규제 부문에서도 큰 진전이 있었고 앞으로 조세피난처, 헤지펀드, 신용평가사 등에 대한 건전한 규제도 강화됩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장한 것이지만 IMF, WTO(세계무역기구)를 활용해서 정상들이 합의한 거시경제정책 공조, 보호주의적 조치를 동결하는 스탠드스틸(Standstill·새로운 무역장벽 도입 금지) 등을 점검·분석해서 정규적으로 정상회의에 보고토록 했습니다.”
頂上 선언문 발표에 한국 입장 받아들여져
―스탠드스틸은 강제성이 없지 않나요?“G20 정상회의 자체가 강제성 있는 기구가 아닙니다. 집행능력은 없지요. 그러나 지도자들이 모여 보호주의를 하지 말자고 합의하는 그 자체가 중요하고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WTO로 하여금 각국의 보호주의 조치를 모니터링해서 보고하고, 공표하게 함으로써 각국이 이런 조치를 자제토록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G20 회의 정상선언문 발표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항입니까.
“먼저, 의제 선정에 있어 유럽은 금융규제와 감독, 그리고 제도 개선에 주안점을 뒀고 국제공조를 통한 재정정책 확대나 보호주의 저지 쪽에는 소극적이었습니다. 작년 워싱턴회의 당시 우리는 런던회의가 열리는 4월이면 경제가 더욱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정상들이 모여 금융 감독과 규제만 얘기하면 실망을 줄 것이라고 봤습니다. 거시경제 공조와 보호무역 저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숫자와 시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을 우리가 주장해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둘째, IMF와 WTO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또 관철됐습니다. 세 번째로는 합의사항 이행점검과 필요한 추가조치에 대한 논의를 위해 제3차 회의가 열려야 한다는 우리의 의견도 관철됐어요. 특히 스탠드스틸에 대해 한 번 더 확인하고, 작년 11월 G20 워싱턴회의 이후에 보호주의 조치를 취한 것을 원상복구토록 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G20 3차 회의는 의장국인 우리 한국에서 열리는 겁니까.
“우리는 처음부터 G20 정상회의가 계속 개최돼 G20 정상회의 자체가 제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3차 회의 개최지는 우리나라가 의장단국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가 돼야 한다는 주장은 펴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3차 회의 개최를 희망했지만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G20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게 될 유엔총회 전후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봅니다.”
―런던회의를 계기로 세계 경제를 이끄는 그룹이 G7에서 G20으로 넘어왔다고 봐도 됩니까.
“G7만으로는 당면한 금융위기와 세계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해결이 어렵고, 지구촌 유지그룹으로서의 정치적 정당성도 약해졌습니다. 중국을 빼놓고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G7 회의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오는 7월 이탈리아에서 G7 회의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런던 정상회의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우리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능하겠느냐’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기회니까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의제설정, 정상선언문 작성 관련 설득과 조정과정에서 내 개인적인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와 일본 등을 방문, 이들 나라의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G20 정상회의 총책임자들과 파스칼 라미 WTO사무총장, 스트라우스 칸 IMF 총재 등과도 만났습니다. 그리고 로런스 서머스 미국 국가경제위원장도 만나 의견을 나누었어요. 이번 회의 준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은 영국 브라운 총리의 경제자문관인 존 컨리프가 했는데 화상회의, 전화통화, 이메일 교환 등으로 긴밀히 협조했습니다.”
국제관계도 결국은 사람관계
―세계경제연구원과 개인적인 차원에서 형성된 인맥이 도움이 됐겠습니다.
“국제관계도 결국은 사람관계입니다. 상호신뢰 관계를 쌓아둔 주요 인사들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런던 G20 회의가 열리기 직전 기고, 인터뷰 등을 통해 외신과 활발한 접촉을 벌였는데 이것은 누구 아이디어입니까.
“대통령께서 그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계셨습니다.”
―대통령의 해외매체 기고나 인터뷰가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고 보시는지요.
“대통령은 언론기고뿐만 아니라 주요 정상들과의 전화통화, 정상회의, 친서교환과 특사파견 등을 통해 일관된 주장을 내놓고 설득하여 호응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성공한 나라인데 우리나라 대통령이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더욱 설득력이 있죠. 1930년대 大恐慌(대공황) 때의 경쟁적 보호주의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과,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로서 당면한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거시경제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부실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창한 것도 정상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통령의 리더십 발휘는 곧 우리나라 위상 제고로 이어지게 마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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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4월 2일(영국 현지시각) 오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韓美 정상회담을 갖기 전 대기 중인 한국 각료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좌측부터 사공일 무역협회장, 오바마 대통령,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
역대 정부의 경제적 성과
―G20 런던회의를 앞두고 이 대통령은 <월 스트리트 저널>에 “세계는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를 해결한 한국의 경험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金大中(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긍정적으로 본 것인가요?
“과거 정부도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해야 합니다. 그 기고는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이 아니라 부실채권 정리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국가부도 위기를 맞아 긴급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불러들인 IMF의 강요가 있었고, 이해 당사자와 對(대)국민 설득이 비교적 쉬운 여건 속에서 신속하게 시책을 펼 수 있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겠죠.”
―경제 전문가로서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외환위기는 IMF의 강요와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빨리 극복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IMF 졸업’에 너무 급급한 나머지 무리한 시책을 추진한 후유증을 남겼어요. 예를 들면 신용카드 남발을 조장하여 가계부채를 급격히 늘렸고, 금융부실을 막기 위해 브레이크를 걸어야 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경기가 다시 나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경제전문가로서 경제적 측면에서 역대정부의 功過(공과)를 평가해 주시죠.
“功(공)만 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朴正熙(박정희) 시절을 돌이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最貧國(최빈국)을 빠른 시일 내에 세계가 주목하는 신흥공업국으로 만들었습니다. 1960년 초반 우리나라의 5대 수출상품은 철광석, 텅스텐, 생사, 무연탄, 오징어였는데 비해 지금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를 수출하는 나라로 발전하는 기반을 마련,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경제 관료로서 직접 참여했던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정부의 경제적 성과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전두환 정부는 소위 개발연대에 만성화되어 있던 인플레를 잡았어요.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긴축정책을 통해 안정성장의 기반을 마련했고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대외경쟁, 개방을 허용했습니다. 정부 주도적 경제운영에서 민간주도로 전환하는 시발점이 됐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정부에서도 경제운영 전환과 금리자유화 등의 노력이 지속됐습니다.”
한미 FTA, 재협상 얘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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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2월 23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09 개막식에 참석한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개막연설을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루빈 전 장관,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장,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
“김영삼 정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으나 금융실명제를 도입했고, OECD 가입도 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대중·盧武鉉(노무현) 정부의 공도 있습니까.
“김대중 정부는 환란 극복, 노무현 정부는 韓美(한미) FTA 체결을 비롯해서 EU(유럽연합) 등과 FTA를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한 것은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한미 FTA는 아직 비준이 되지 않고 있잖습니까.
“우리 국회와 미국의 의회가 움직여야 합니다. 4월 런던에서 한미 정상회의가 열렸는데 양국 대통령께서 한미 FTA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며, 빠른 시일 내에 우리 국회라도 비준동의를 먼저 해야 합니다.”
―한미 양국에서 재협상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양국 정부 어느 쪽에서도 재협상이란 말을 쓴 적이 없어요. 그러나 자동차 등에서 일부 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나 재협상과는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세계경제에 위기가 올 것 같다는 느낌은 언제 받았습니까.
“솔직히 작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함께 악화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몰고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문제의 근본요인으로 볼 수 있는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은 많이 제기됐고, 나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패키지를 내놓을 때도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 것이 사실입니다.”
―세계경제 위기를 불러온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앞으로 수많은 박사학위 논문이 나올 만한 복잡한 문제입니다. 그 원인은 하나가 아니고 복합적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요인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빌려서 버는 것 이상으로 소비하고,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벌어서 지나치게 저축하는 것에 따른 글로벌 불균형을 들 수 있습니다. 금융에 대한 감독이 미진한 가운데 시장의 자율규제 능력을 과신한 것도 화근입니다.”
―어떻게 보면 세계화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확산시켰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고 세계화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세계화의 이점을 잘 활용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를 가져야 해요. 사실 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세계화를 외면해온 북한은 큰 걱정을 안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굶고 있잖아요. 이에 반해 중국은 세계화의 부작용을 모를 리가 없지만 WTO에 가입하기 위해 10년 이상 노력했고, 세계화의 이점을 적극 활용해서 크게 성공하고 있잖습니까.”
정부는 항상 시장에 개입해 왔다
―이번 세계적 경제위기의 원인이 ‘미국식 자본주의’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식 자본주의’도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왔습니다. 특히 1980년대 레이건 시대부터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큰 영향을 미쳤고 ‘작은 정부’가 더욱 강조됐습니다. 그 결과 금융부문까지 필요한 감독과 규제를 시장에 맡겨두는 愚(우)를 범하게 됐습니다. 시장의 자율규제 기능을 과신한 것이죠.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다시 정부의 역할이 커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큰 정부의 비효율성이 문제되면 언젠가는 또 변화할 겁니다.”
―세계 경제위기는 각국 정부의 시장개입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의미의 자유시장 시대의 종언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동의하시는지요.
“동서고금을 통해 완전한 자유방임을 한 나라는 없었습니다. 강약과 대소의 차이는 있지만 정부는 항상 시장에 개입해 왔습니다. 이번 위기극복 과정에서 정부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러나 이것도 시대가 흐르면 변할 것이 분명합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쳐올 때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까.
“세계경제를 비행기에 비유하면 과거에는 主(주) 엔진 역할을 하던 미국에 문제가 있을 때 유럽, 일본 등의 보조 엔진이 작동해서 비행기 속도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이 탄탄한 보조 엔진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 엔진과 모든 보조 엔진에 동시에 문제가 생겨 세계경제가 성장속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더욱 어렵게 된 것이지요.
이렇게 대외 여건이 어려운 때일수록 규제개혁과 비능률 요소 제거에 더욱 박차를 가해 국내 투자 여건을 개선해야 하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계경제는 언제쯤 회복될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미국경제가 아직 어려운 상황이지만, 세계경제 전체로 보면 내년 상반기쯤 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봅니다. 그러나 경기하강의 골이 너무 깊었기 때문에 세계경제의 회복을 피부로 느끼는 것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우리 경제, 3분기에 회복세
―우리 경제는요.“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IMF도 그렇게 예상합니다. 올 3분기쯤이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구조가 비교적 견실하고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합니다. 또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어느 나라보다 신속하고 과감하게 펼쳐왔어요. 그 결과 우리 경제는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나 그 속도는 상당히 완만하고 피부로 느끼기에 상당기간 미흡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금융위기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작년 10월 위기설, 지난 3월의 위기설이 모두 허황한 것으로 판명 나지 않았습니까.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쪽에서 돈을 빼간다더라’식의 풍문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에게는 불과 10년 전에 환란이라는 강한 충격을 받아, 불에 덴 사람은 불 가까이 가지 않고도 지레 겁내는 현상이 있어 이것을 외신에서 과장되게 보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영국 언론에서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납니다.
“우리 정부에서도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고 봅니다. 외국 언론에 정확한 정보와 통계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고 주요 정책 담당자들은 외국 언론을 피해서는 안됩니다. 정책 당국자들과 접촉이 불가능하면 일부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부정적 보도를 하고, 이를 국내 언론이 다시 받는 악순환이 생기게 됩니다. 정부에서 영문 웹사이트를 잘 만드는 것으로도 좋은 효과가 있을 터인데 그런 노력이 부족합니다.”
―한국의 미래 주축산업은 어떤 분야가 될 것 같습니까.
“앞으로도 상당기간 IT와 융합된 자동차, 조선, 통신기기 등의 제조업이 주축산업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환경관련 녹색산업이 새로운 주축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들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의료·보건, 교육, 금융, 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개방과 자율경쟁을 통해 주축산업으로 발전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가의 창의력 존중해야
―미래 주축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정부는 무슨 일을 해야 합니까.
“한때 우리나라 주종 수출품이던 가발이나 합판, 그리고 지금 수출의 주종 품목이 된 반도체는 공무원의 책상머리에서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기업인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입니다. 정부는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이 최대한 기업가정신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경제 회생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할 민생 법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모든 법이 민생과 관련 있는 법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추경안부터 빨리 처리해야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국가경쟁력위원회가 관련해 국회에 이미 상정돼 있거나, 상정을 기다리는 법안이 600개가 넘습니다. 그중에는 창업을 하는데 필요한 자본금을 5000만원에서 100원으로 줄이는 상법개정안도 있습니다.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법안입니다.”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된 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현재 외국인근로자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우리나라 근로자와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국내 근로자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현행 법은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숙식비도 국내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에 합산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비용도 부담이 됩니다. 기업이 부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숙식비도 최저임금에 합산하자는 것도 의원입법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정치적 여건 때문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경제는 정치, 사회, 문화 등 제반 여건 속에서 영위됩니다. 1960년대 오징어가 주종 수출품목의 하나였던 나라가 이제 자동차, 조선, 반도체를 주종 수출 품목이 된 천지개벽을 이루었는데 우리 정치는 아직 낡은 모습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작년 말에도 예산처리가 지연되고, 서민과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법안 처리도 지연됐어요. 정부가 국가브랜드를 높이겠다며 노력하는데, 국회에 전기톱이 등장하는 장면이 해외 언론에 크게 보도될 때 그나마 쌓은 한국의 브랜드 가치조차 사라집니다.”
모든 나라가 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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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0월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韓美재계회의에 참석한 윌리엄 로즈 시티은행장(가운데)과 사공일(좌) 당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
“우리나라 수출의 22%가 중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의 투자도 중국에 제일 많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일단 중국을 손꼽을 수 있는데, 기술이나 경영기법의 전수 등 측면에서 미국은 계속 중요한 나라입니다. 우리 경제는 세계 각국과 교역을 골고루 한다는 장점이 있어요. 중동, 동유럽, 중남미를 비롯하여 전 세계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변방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셨는데요.
“중국은 저력이 대단한 나라입니다. 지난 2000년 동안 중국은 계속해서 경제 초강대국이었습니다. 청나라 중기부터 마오쩌둥(毛澤東) 공산혁명 후 덩샤오핑(鄧小平) 개혁에 이르기 전까지 140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세계 GDP의 20% 이상을 생산한 수퍼파워였죠. 연간 성장률이 10% 수준이라고 치면 7년이면 덩치가 두 배로 커집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중국보다 앞서야 하는데, 그러자면 유럽의 强小國(강소국)처럼 보다 개방적이며 외국인투자 친화적으로 가야해요. 포천 500대 기업의 대부분이 중국에 진출했고, 이들 기업이 기술과 노하우, 마케팅 채널, 경영기법을 중국에 전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인터뷰는 어느새 두 시간을 넘어서고 있었다. 목소리 톤은 시작할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70세라는 그의 육체적 나이는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열정 앞에 무력했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인터뷰가 계속됐다.
―2002년에 한 중앙 일간지에 기고한 ‘長壽(장수) 장관이 없다’는 칼럼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 중심제의 장점은 각료를 임명해서 임기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관이 자주 바뀌면 정부 부처의 국·과장도 자주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정책의 일관성이나 전문성 축적에 도움이 안됩니다. 또 장관들이 국제회의에 나가서도 한국 장관들은 자주 바뀌게 되니 외국에 나가 말발이 서질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이면서도 그 장점을 포기하고 내각제의 단점만 답습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제발 언론도 임명된 지 1년밖에 안된 장관을 ‘장수 장관’이라고 쓰지 말아 주십시오.”
이명박 대통령 자주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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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4월 17일 저녁(현지시각) 워싱턴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라운드 테이블에서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조석래 전경련회장, 사공일 회장 등이 미국 측 인사와 이명박 대통령이 입장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
“지금까지는 비교적 자주 만나는 편이었습니다.”
―경제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이 대통령은 경제에 밝은 분인가요.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기업활동을 하면서 습득한 현장경험과 이론가 못지않은 예리한 분석력을 가지고 있어 구체적인 정책대안 제시에 뛰어난 분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단기적으로 보면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에 대응하여 경기회복을 빨리 할 수 있도록 정책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거 10년간 많이 훼손된 성장잠재력을 배양하기 위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등을 통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그 성과가 가시화될 것입니다.”
―주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라고 하는데 두 분은 어떤 인연이 있는지요.
“저를 ‘대통령의 멘토’라고 하는 것은 남들이 과장되게 말하는 것입니다. 1980년대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업계에서 활약하셨고 저는 정부와 학계에서 주로 일했기 때문에 개인적 친교를 맺을 기회는 없었습니다. 1980년대 경제수석시절에 鄭周永(정주영) 회장과 함께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과 공무로 만나게 될 기회가 종종 있었고, 그 후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서 활동하실 때도 간간이 만나게 되었지요. 2007년 大選(대선) 과정에서 2線(선)에서 조언을 하다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경제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주로 하시는지요.
“국가경제 전반에 관해 필요한 정책건의와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자주 거명되시는데요.
“그 자리 하고 싶은 사람이 많겠지만 나는 별 관심이 없어요. 지난 얘기지만 과거 여러 정권으로부터 입각이나 국회의원 출마 제의도 많이 받았지만 나는 내 길을 걸어왔습니다.”
―지난해 柳佑益(류우익)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갈등설이 있었는데요.
“갈등이 있을 게 뭐 있나요. 그런 이야기가 언론에 나와서 내 스스로 창피하고…. 말이 안되잖아요. 내가 그 사람하고 경쟁관계에 있지도 않았는데.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 자리라고 생각했지, 감투로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지금 자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柳佑益 실장과의 갈등설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무산됐는데 이명박 정부 탄생에 관여했고 지금도 관여하고 있는 분으로서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지금도 다시 검토할 만한 아이디어입니다. 그러나 국민들과 의사소통 과정이 미흡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처음에 물류보다 홍수조절, 수질개선 등 친환경적인 주요 강물 잇기의 개념으로 접근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가 한반도 대운하의 변형 아닌가요.
“4대강 살리기야말로 친환경, 녹색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지요. 지금 한강도 강바닥을 준설해서 만들어낸 것인데 과거에 비하면 잘된 것 아닙니까. 홍수조절, 수질개선, 관광자원개발 등의 효과가 커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가 클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가능한 일인지요.
“중국은 땅덩어리가 크고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제도를 도입했어요. 우리나라는 나라 전체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화 시대의 특징은 기업활동에 국경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업환경이 나쁘면 기업은 활동하기 편한 곳으로 떠납니다.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 나가는 것이죠. 일부 지역에 한정해서 자유구역을 만드는 것은 차선책이라고 봐야 합니다.”
―수도권 규제도 풀어야 합니까.
“수도권 규제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수도권에서 기업을 억지로 밀어내면 지방으로 가는 게 아니라 중국이나 외국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별명은 ‘사백일’, ‘포제로원’
―존경하는 경제학자는 어떤 분인지요.
“존경한다기보다는 현재 위기에 처한 세계경제를 보며 케인스를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케인스는 거시경제 분석의 기본 틀을 제시했고 오늘날 우리 모두는 케인스적 기본 틀에서 거시경제를 보는 시각을 가집니다. 지난 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그랬지만 케인스적 틀 위에 정책대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분을 지닌 지인으로는 누가 있습니까. 그들에게 불리는 호칭이나 별명이 있는지요.
“일을 떠나 자주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친구는 金秉柱(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徐榮澤(서영택) 전 건설부 장관, 徐泰植(서태식) 전 삼일회계법인 회장, 全在琪(전재기) 변호사, 서학진 전 코오롱 부회장, 崔翔默(최상묵) 전 서울치과대 병원장, 鄭城鎭(정성진) 전 법무부장관 등이 있습니다.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면 재무장관 시절에 과천 재무부 청사의 401호 방을 쓰게 되어 화제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사백일’, ‘포제로원’이 별명이었지요.”
―친구분들의 직책에 대부분 前(전) 字(자)가 붙는데요?
“거듭 말하지만 육체적 나이만 보지 말아요. 웬만한 젊은이들보다 더 젊은 사고를 하는 친구들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