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 사건으로 숨진 경찰관은 150만원,
경찰관을 숨지게 한 자들은 2500만원 보상 받아
⊙ “野黨 의원이 폭행당했으면 촛불시위 일어났을 것”
⊙ “MBC나 KBS는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도 없이 스스로 신뢰 잃어가고 있다”
⊙ “민주화운동보상위의 결정은 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
⊙ “김석기 前 경찰청장 내정자를 희생양 삼은 MB 정권은 비겁했다”
경찰관을 숨지게 한 자들은 2500만원 보상 받아
⊙ “野黨 의원이 폭행당했으면 촛불시위 일어났을 것”
⊙ “MBC나 KBS는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도 없이 스스로 신뢰 잃어가고 있다”
⊙ “민주화운동보상위의 결정은 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
⊙ “김석기 前 경찰청장 내정자를 희생양 삼은 MB 정권은 비겁했다”
- 전여옥 의원은 폭행당할 때 왼쪽 눈을 다쳐 아직도 정상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오후 두 시에 인터뷰를 하기로 했던 한나라당 田麗玉(전여옥) 의원의 비서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지금 의원님 댁 앞에 MBC 취재진이 몰려와 있어서요. 주변 커피숍 같은 데 잠깐 계시다가 제가 다시 전화하면 그때 오시겠습니까?”
전여옥 의원은 부산 동의대 사건 등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된 사건의 再審(재심)이 가능하도록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개정을 추진하다가 지난 2월 27일 국회 본청 건물 안에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 소속 회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에서 퇴원한 전 의원은 4월 4일 대전에서 열린 ‘전여옥을 지지하는 모임’(이하 전지모) 대전·충청지부 발대식에 모습을 보인 뒤 건강상의 이유로 외부활동을 자제해 왔다.
비서관이 가르쳐 준 주소를 들고도 엇비슷한 아파트 단지 사이에서 전 의원의 집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사이 MBC 취재진은 벌써 전 의원의 집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택에서 만난 전 의원은 왼쪽 눈에 안대를 한 채 필자를 맞았다. 봄 기운이 완연했지만 전 의원은 추위를 타는 듯 두툼한 빨간색 티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고 있었다. 수척해진 얼굴에 머리는 부스스했다. 거실에는 각계에서 보낸 화분이 가득했다.
전 의원은 사건 당시 폭행당한 왼쪽 눈의 上斜視(상사시·시신경 마비로 양쪽 눈 초점이 달라진 증세)로 전치 8주 진단을 받았는데, 아직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안대를 하고 있었다. 그는 몇 마디 말을 하는 것도 힘이 드는지 인터뷰 내내 물을 조금씩 마시며 숨을 골랐다.
“가해자 용서하라” 압력
―건강은 어떠십니까.
“외상은 많이 좋아졌지만 잠을 잘 못 자요. 제가 그렇게 예민한 편이 아닌데도 요즘은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어요. 눈은 많이 좋아졌지만 시력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까 거리감이 없어요.”
―MBC 취재진은 왜 왔나요.
“제게 (법원에) 가해자들의 선처를 부탁할 의향이 없느냐고 묻는 거예요. 제가 퇴원하는 날에도 기자들이 ‘선처를 부탁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분들(폭행 혐의로 구속된 민가협 회원)은 아직까지 제게 사과도 하지 않았어요. 밀쳤을 뿐 눈을 찌르거나 때린 적이 없다고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피해자인 제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선처’를 강요해요. 정치인이라고 해서 언제까지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화해와 용서만 해야 하나요.”
전 의원의 비서관인 장환일씨는 “MBC 아침방송 프로그램이라는 데서 어제(4월 7일)는 하루 종일 집 앞에서 기다리더니, 오늘 아침엔 의원회관으로 찾아왔다가 오후에 댁으로 왔다”고 했다. 4월 10일 열린 전 의원 폭행사건에 대한 2차 공판을 이틀 앞둔 상황이었다.
전 의원은 MBC 취재진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가해자에 대한 선처를 강요했다고 했다.
“MBC는 집요하게 제게 가해자들의 선처를 강요했어요. 방금 전에는 ‘꽃배달 왔다’면서 집에까지 올라왔어요. MBC에서 꽃을 보냈다든가 꽃집에서 온 것도 아니고 방송 관계자가 직접 꽃을 들고 ‘꽃배달 왔다’고 거짓말을 한 거예요. 거짓말까지 해 가면서 어떻게든지 제게 ‘불쌍한 할머니들이니 봐줘라’는 식으로 선처를 강요하고, 그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려고 했던 거죠.”
MBC는 이튿날인 4월 9일 오전 방송에서 전 의원의 근황을 전하며 “최근 가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분들도 많다. 국민을 위한 만큼이나 가해자를 배려해 주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민가협 전 상임의장인 조모(여·58)씨에 대해 법원이 7일 보석 결정을 내렸는데요.
“그분들의 법적 처리 문제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봐요. 그분들이 ‘민주화 실천 가족’이라고 하는데 전 억울하게 희생된 경찰의 유족들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실천하며 살아온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유족들은 억울하고 분하지만 ‘惡法(악법)도 법’이라고 피눈물을 삼키면서 참고 살아왔잖아요. 억울하다고 해서 자신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시위 주동자나 민가협 회원들을 폭행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민가협 회원들은 제가 법안 개정을 추진한다고 절 폭행했어요.”
신뢰 상실한 방송
전 의원은 “그분들의 선처를 부탁할 생각은 없다”며 말을 이었다.
“제가 나서서 선처를 부탁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면 그들의 폭행을 합리화하는 게 돼요.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데, 저들은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고, ‘열사’라 稱(칭)하고, ‘민주화’로 포장해요.”
KBS 기자 출신인 전 의원은 이번 일을 겪으며 방송의 문제점을 절감했다고 했다.
“저도 방송기자 출신이지만 방송에 문제가 많다고 여겼어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기보단 애초에 어떤 의도를 갖고 사실을 왜곡해서, 자기들 입맛대로 편집하더군요.”
전 의원 폭행사건을 두고 일부 좌파진영과 매체에서는 전 의원이 여론을 의식해 일부러 심하게 맞은 것처럼 ‘과장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기 대상감’ ‘할리우드 쇼’ ‘자해’란 비아냥도 있었다. 전 의원은 “대체 자해할 시간이 어딨었느냐”며 말을 이었다.
“저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으며 머리채까지 잡혀서 정신없이 맞았어요. 울음이 나올 뻔했어요. 하지만 ‘여기서 우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울면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겠죠. 그래서 국회 경위가 뜯어말리자마자 흐트러진 머리부터 추슬렀어요. 경위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민가협 사람들인데 일단 피하고 보라’고 하더군요. 국회 경위의 부축을 받으며 의무실로 갔죠. 의무실에선 ‘여기선 안되겠으니 빨리 안과로 가라’고 했어요. 좌파 매체인 <민중의 소리>란 곳에서 그 과정을 다 카메라에 담았어요. 전 과정을 다 지켜본 그들이 진실을 더 잘 알 거예요.”
전 의원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방송이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MBC가 심각해요. 지난해 광우병 촛불시위는 말할 것도 없고요. KBS는 盧武鉉(노무현) 前(전) 대통령 탄핵 때 아예 ‘(탄핵반대 시위에) 날씨가 추우니까 옷을 잘 챙겨 입고 나가라’며 시위를 응원했어요. 저들은 비상식적 의리와 동지애로 똘똘 뭉쳐서 아무리 옳지 않은 행위더라도 자신들이 하면 정의요, 민주화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좌파정권이 역사 왜곡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 개정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번 용산참사를 보면서 동의대 사건을 생각했어요. 용산참사에서도 철거민뿐만 아니라 故(고) 김남훈 경사가 전철연이 던진 화염병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불에 타 숨졌습니다. 동의대 사건은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져 경찰관 7명이 불에 타 숨지게 한 사건이에요. 경찰들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정당하게 법을 집행하다 억울하게 숨졌는데, 정작 시위 주동자 등 46명은 민주화운동자로 둔갑했어요. 불법 폭력을 휘두르며 국가의 근간을 부정하고 뒤흔들었던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자로 둔갑한 것은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자기들 입맛대로 왜곡했던 결과예요. 민주화보상위는 대법원이 불법·폭력적인 친북 행위로 규정한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 등까지도 민주화운동으로 둔갑시켰어요. 불법 폭력적인 행위와 친북좌파적 행위를 민주화로 포장하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동의대 사건 재심 추진은 색깔론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색깔론이 아니라 지난 10년 좌파정권 동안 사회에 만연한 병폐를 바로잡기 위한 첫 시도일 뿐이에요. 진정한 민주화 운동과 폭력적인 친북좌파 행위를 분리해야 민주화 운동이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어요.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소급입법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법부의 판결을 뒤집은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은 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에요.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해요. 법적으로도 행정처분인 거죠. 행정처분은 위법·부당한 결정인 경우 당연히 시정돼야 합니다. 또 개정안이 과거의 결정을 무조건 뒤집는 것이 아니라, 민주화보상위의 재심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자는 것으로 소급입법이 아니에요. ”
가해자의 인권만 중요한가?
―동의대 사건 당시 숨진 경찰관들의 유족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가 각하됐습니다. 당시 소수의견을 냈던 宋寅準(송인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족이 아니라 부상을 입은 경찰관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불행 중 다행으로 다치기만 한 경찰은 그렇다 쳐도 숨진 경찰들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합니까. 동의대 사건 관련자들은 刑(형)을 다 살고 나오지도 않았어요. 시위 관련자 가족들과 학생들이 경찰 유족들을 찾아와서 ‘용서해 달라’‘탄원서를 써달라’고 계속해서 매달렸죠. 어떻게 가해자의 인권만 중요하고, 피해자의 인권은 생각하지 않나요.”
전 의원은 동의대 사건으로 숨진 경찰관의 유족들이 겪을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재심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의대 사건 관련자 46명은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돼 평균 25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죠. 그런데 경찰 유족들은 겨우 15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어요. 화염병을 던져 경찰을 불에 타 죽게 한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자면 숨진 경찰의 명예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억울하게 가족을 잃고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온 유족들을 위해서라도 동의대 사건은 반드시 재심이 필요합니다.”
민주화보상위가 지난 2월 24일 전여옥 의원실에 답변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된 자 709명에게 지급된 보상금(사망 및 상이 정도에 따른 보상)은 모두 373억원, 3363명에게 지급한 생활지원금(구금 또는 해직에 따른 보상)은 576억원에 이른다. 전여옥 의원실에 따르면 남민전 사건은 관련자 3명에게 총 1억5000만원의 보상금 및 생활지원금이 지급된 것으로 추정되고, 구국학생연맹(구학련) 사건은 간첩논란에 휩싸인 황인욱씨 등에게 5000만원, 사노맹 사건 관련자 4명에게 총액 1억60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환일 비서관은 “민주화보상위에 민주화운동자에게 지급된 보상금 내역 등을 요구했지만 위원회에서 공식 답변 자료를 주고 있지 않아 그 규모를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화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내리자
―당시 민주화운동 보상법을 통과시켰던 민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요.
“민주당도 ‘민주당’이란 이름에 걸맞게 이젠 변해야 해요. 민주화를 내세워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법안 개정안을 제출할 때 10여 명 의원님들의 동의를 얻어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만, 동의하는 분들이 더 많았는데 제가 다치는 바람에 우선 10여 분의 사인만 받아서 제출했어요. 옳은 방향이기 때문에 통과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전 의원은 지난 3월 2일 국회에 鄭夢準(정몽준)·孔星鎭(공성진) 의원 등 12명과 함께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與黨(여당) 간사인 權炅錫(권경석) 의원은 3월 5일 “민주화보상위 등 과거사 관련 17개 위원회의 경우 違法(위법)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시정이나 견제할 장치가 전무하다”며 安炅律(안경률) 의원 등 13명과 함께 이들 위원회의 설치근거가 되는 17개 법률 각각에 대한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10년의 좌파 정권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승리한 부끄러운 역사’로 규정하고 자기들 입맛대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했습니다. 전 의원께서 개정안을 발의하신 이유가 권력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하지만 과거의 권력이 그랬듯, 현재의 권력이 나서서 그 일을 한다면 그 역시 권력의 역사 개입이란 딜레마에 빠지지 않겠습니까.
“그건 역사가 아니에요. 사실이 아니죠. 국가체제를 뒤흔들었던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받는다면 그동안 진짜 민주화에 헌신한 분들에게 욕이 되는 거죠. 재심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자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그런 이유예요. 10년이면 정권이 두 번 바뀔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계속 집권할지, 정권이 바뀔지 모르는 일이에요. 정권에 따라 민주화에 대한 평가가 바뀌지 않도록 민주화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내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전 의원께서 생각하시는 민주화란 무엇입니까.
“공정한 법과 질서에 따라 많은 사람의 이익과 편의가 지켜지는 것이 민주화라고 봐요.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죠. 하지만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우리나라는 憲裁(헌재)가 도입되는 등 민주화가 상당히 진행됐어요. 민주주의는 목적과 결과보다 절차와 수단이 더 중요해요. 민주화란 이름 아래 행해진 불법과 폭력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희생양 내세우는 정권은 비겁한 정권”
―순천향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전철연 분들도 함께 계셨는데요.
“용산참사로 희생된 분들도 안타깝지만 전철연 분들이 거의 매일 밤 확성기로 ‘경찰이 오늘 밤 쳐들어온다’는 등의 방송을 했어요. 어떤 때는 새벽 1시에도 그랬어요. 병원엔 암 수술 받으신 분도 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할 분들이 많았는데도 말이죠.”
전 의원이 입원했던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에는 지난 1월 용산참사로 숨진 철거민 5명의 빈소가 마련돼 유족과 전철연 관계자들이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매일 오전 10시 장례식장 주차장에 모여 20분 동안 조회를 열고, 투쟁 구호를 외치며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전철연 지도부가 불시에 검거되지 않도록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뉘어 장례식장 로비와 빈소 입구, 계단을 삼중으로 지켰다.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철제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차량과 통행자들을 검문했다.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테러 위협은 없었나요.
“많은 분들이 그 부분을 가장 많이 걱정해 주셨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어요.”
―폭행을 당하고도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가 뭔가요.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法治(법치)와 질서를 바로 세워 주길 바라고 있어요. 지난 大選(대선)에서 530만표 차이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데는 그런 국민들의 바람이 담겨 있어요. 두렵고 힘든 일이지만 누군가 책임을 지고 꼭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용산참사의 책임을 지고 金碩基(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가 사퇴했는데요.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정권은 비겁해요. 경찰은 사회 안녕과 질서를 위해 투입됐을 뿐이에요.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경찰은 화염병이 던져진 불길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김 청장이 진압을 지시한 것은 그의 본분을 다한 것뿐이에요.”
―이명박 정부가 비겁했단 뜻인가요.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 정부 못지않게 국가안보와 질서를 지키고자 했던 군인과 경찰의 명분을 지켜 주지 못했어요. 김대중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난 연평해전에 대해 대북관계를 우려해 추모식조차 제대로 치르지 않았어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에 응전하다 희생된 군인들에게 수모를 주고, 명분을 지켜 주지 못했죠.”
‘침묵하는 다수’ 위해 목소리 낼 것
전여옥 의원은 “집권 여당이 뼈를 깎는 자기 반성과 혁신을 통해 책임감 있는 여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주위 분들이 만일 민주당이나 야당 의원이 국회에서 폭행을 당했으면 촛불시위가 일어나는 등 나라가 뒤집어졌을 거라고 해요. 하지만 전 한나라당을 잘 알았기 때문에 그다지 실망하지 않았어요. 한나라당은 ‘책상물림’이라는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어요. 한나라당은 自力(자력)으로 정권을 창출한 것이 아니라 前(전) 정권의 失政(실정)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부분이 컸죠. 정권 창출을 위해 뙤약볕 아래서 궐기해 본 적이 있는지 반문하고, 혁신을 이뤄야 합니다.”
―최근 개인 홈페이지에 ‘앞으로 더 많은 용기를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전 전지모 모임에서는 ‘더 강해지고 단단해지겠다’고 하셨는데요.
“이번 일을 겪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많은 분들이 병문안을 오셔서 하는 말씀이 ‘이제 너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살라’는 것이었어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하지 못하는 일을 계속 하라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저는 침묵하는 다수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나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신 것은 평소 침묵하던 다수의 소리 없는 성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신념이 없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그만둘 겁니다.”⊙
▣ 부산 동의대 사건이란?
1989년 5월 3일 경찰이 동의대 도서관 7층으로 들어갔다가 시위대가 복도에 석유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지는 바람에 경찰관 7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 당시 동의대 학생들은 입시부정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고, 5월 2일에는 학생들이 전투경찰 5명을 납치해 중앙도서관에 감금했다. 다음날 새벽 납치된 전경들을 구출하기 위해 경찰 600여 명이 도서관 7층으로 진입했다가 학생들이 뿌린 석유와 시너에 화염병의 불이 옮겨 붙어 순식간에 최동문 경장 등 경찰관 7명이 목숨을 잃고 10여 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1990년 6월 대법원은 시위 주동자 31명에 대해 특수공무방해치사죄로 징역 2년에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金大中(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인 2002년 4월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민주화보상위)’는 찬성 5명, 반대 3명, 기권 1명의 다수결로 동의대 사건 관련자 46명을 민주화운동자로 인정했고, 이들에겐 평균 2500만원씩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보상위 9명의 위원 가운데 3명은 “대법원에서 放火致死罪(방화치사죄)로 유죄판결이 난 사건을 민주화운동자로 결정하는 데 휩쓸려 가고 싶지 않다”며 사퇴했다.
▣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주요 내용
전여옥 의원이 마련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화보상위가 관련자 및 그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금 등을 심의·결정했던 사건에 대해 중대한 변경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신청 사건의 심의가 완료된 뒤에도 1회에 한해 민주화보상위의 재량으로 직권 재심해 결정을 변경할 수 있다. 재심의 시효는 10년으로 한다.
현행법은 ‘민주화보상위 결정 이후 30일 이내에 관련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같은 기간 내에 위원회가 직권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로 재심 요건을 한정했다. 동의대 사건의 경우 2002년 4월 민주화보상위가 사건 관련자 46명을 민주화운동자로 인정했기 때문에 법을 바꾸지 않고는 재심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난 10년간 민주화보상위가 내린 모든 결정에 대해 재심이 가능하게 된다.
둘째,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에 의해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 받은 제3자가 결정에 영향을 미칠 공격 또는 방어방법을 제출하지 못한 때에는 이를 이유로 확정된 결정에 대해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현행법은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에 대한 재심 신청권자를 관련자 또는 그 유족으로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동의대 사건 관련자 46명이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됐을 때도 숨진 경찰의 유족들은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된 자들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제3자라는 이유로 재심 신청이 거부됐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동의대 사건으로 숨진 경찰관 유족들도 재심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의원님 댁 앞에 MBC 취재진이 몰려와 있어서요. 주변 커피숍 같은 데 잠깐 계시다가 제가 다시 전화하면 그때 오시겠습니까?”
전여옥 의원은 부산 동의대 사건 등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된 사건의 再審(재심)이 가능하도록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개정을 추진하다가 지난 2월 27일 국회 본청 건물 안에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 소속 회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에서 퇴원한 전 의원은 4월 4일 대전에서 열린 ‘전여옥을 지지하는 모임’(이하 전지모) 대전·충청지부 발대식에 모습을 보인 뒤 건강상의 이유로 외부활동을 자제해 왔다.
비서관이 가르쳐 준 주소를 들고도 엇비슷한 아파트 단지 사이에서 전 의원의 집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사이 MBC 취재진은 벌써 전 의원의 집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택에서 만난 전 의원은 왼쪽 눈에 안대를 한 채 필자를 맞았다. 봄 기운이 완연했지만 전 의원은 추위를 타는 듯 두툼한 빨간색 티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고 있었다. 수척해진 얼굴에 머리는 부스스했다. 거실에는 각계에서 보낸 화분이 가득했다.
전 의원은 사건 당시 폭행당한 왼쪽 눈의 上斜視(상사시·시신경 마비로 양쪽 눈 초점이 달라진 증세)로 전치 8주 진단을 받았는데, 아직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안대를 하고 있었다. 그는 몇 마디 말을 하는 것도 힘이 드는지 인터뷰 내내 물을 조금씩 마시며 숨을 골랐다.
“가해자 용서하라” 압력
―건강은 어떠십니까.
“외상은 많이 좋아졌지만 잠을 잘 못 자요. 제가 그렇게 예민한 편이 아닌데도 요즘은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어요. 눈은 많이 좋아졌지만 시력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까 거리감이 없어요.”
―MBC 취재진은 왜 왔나요.
“제게 (법원에) 가해자들의 선처를 부탁할 의향이 없느냐고 묻는 거예요. 제가 퇴원하는 날에도 기자들이 ‘선처를 부탁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분들(폭행 혐의로 구속된 민가협 회원)은 아직까지 제게 사과도 하지 않았어요. 밀쳤을 뿐 눈을 찌르거나 때린 적이 없다고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피해자인 제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선처’를 강요해요. 정치인이라고 해서 언제까지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화해와 용서만 해야 하나요.”
전 의원의 비서관인 장환일씨는 “MBC 아침방송 프로그램이라는 데서 어제(4월 7일)는 하루 종일 집 앞에서 기다리더니, 오늘 아침엔 의원회관으로 찾아왔다가 오후에 댁으로 왔다”고 했다. 4월 10일 열린 전 의원 폭행사건에 대한 2차 공판을 이틀 앞둔 상황이었다.
전 의원은 MBC 취재진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가해자에 대한 선처를 강요했다고 했다.
“MBC는 집요하게 제게 가해자들의 선처를 강요했어요. 방금 전에는 ‘꽃배달 왔다’면서 집에까지 올라왔어요. MBC에서 꽃을 보냈다든가 꽃집에서 온 것도 아니고 방송 관계자가 직접 꽃을 들고 ‘꽃배달 왔다’고 거짓말을 한 거예요. 거짓말까지 해 가면서 어떻게든지 제게 ‘불쌍한 할머니들이니 봐줘라’는 식으로 선처를 강요하고, 그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려고 했던 거죠.”
MBC는 이튿날인 4월 9일 오전 방송에서 전 의원의 근황을 전하며 “최근 가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분들도 많다. 국민을 위한 만큼이나 가해자를 배려해 주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민가협 전 상임의장인 조모(여·58)씨에 대해 법원이 7일 보석 결정을 내렸는데요.
“그분들의 법적 처리 문제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봐요. 그분들이 ‘민주화 실천 가족’이라고 하는데 전 억울하게 희생된 경찰의 유족들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실천하며 살아온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유족들은 억울하고 분하지만 ‘惡法(악법)도 법’이라고 피눈물을 삼키면서 참고 살아왔잖아요. 억울하다고 해서 자신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시위 주동자나 민가협 회원들을 폭행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민가협 회원들은 제가 법안 개정을 추진한다고 절 폭행했어요.”
신뢰 상실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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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5월 3일 부산 동의대 사태 현장에서 시위 학생들이 던진 화염병으로 발생한 불에 타 숨진 경찰관의 시신을 동료 경찰들이 옮기고 있다. |
“제가 나서서 선처를 부탁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면 그들의 폭행을 합리화하는 게 돼요.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데, 저들은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고, ‘열사’라 稱(칭)하고, ‘민주화’로 포장해요.”
KBS 기자 출신인 전 의원은 이번 일을 겪으며 방송의 문제점을 절감했다고 했다.
“저도 방송기자 출신이지만 방송에 문제가 많다고 여겼어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기보단 애초에 어떤 의도를 갖고 사실을 왜곡해서, 자기들 입맛대로 편집하더군요.”
전 의원 폭행사건을 두고 일부 좌파진영과 매체에서는 전 의원이 여론을 의식해 일부러 심하게 맞은 것처럼 ‘과장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기 대상감’ ‘할리우드 쇼’ ‘자해’란 비아냥도 있었다. 전 의원은 “대체 자해할 시간이 어딨었느냐”며 말을 이었다.
“저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으며 머리채까지 잡혀서 정신없이 맞았어요. 울음이 나올 뻔했어요. 하지만 ‘여기서 우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울면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겠죠. 그래서 국회 경위가 뜯어말리자마자 흐트러진 머리부터 추슬렀어요. 경위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민가협 사람들인데 일단 피하고 보라’고 하더군요. 국회 경위의 부축을 받으며 의무실로 갔죠. 의무실에선 ‘여기선 안되겠으니 빨리 안과로 가라’고 했어요. 좌파 매체인 <민중의 소리>란 곳에서 그 과정을 다 카메라에 담았어요. 전 과정을 다 지켜본 그들이 진실을 더 잘 알 거예요.”
전 의원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방송이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MBC가 심각해요. 지난해 광우병 촛불시위는 말할 것도 없고요. KBS는 盧武鉉(노무현) 前(전) 대통령 탄핵 때 아예 ‘(탄핵반대 시위에) 날씨가 추우니까 옷을 잘 챙겨 입고 나가라’며 시위를 응원했어요. 저들은 비상식적 의리와 동지애로 똘똘 뭉쳐서 아무리 옳지 않은 행위더라도 자신들이 하면 정의요, 민주화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좌파정권이 역사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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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 2월 4일 남민전사건 첫 공판이 열렸다. 이들은 남조선 혁명 자금을 마련하겠다며 개인 집에 들어가 강도질을 벌이고, 예비군 훈련장에서 소총과 실탄을 훔쳤다. |
“이번 용산참사를 보면서 동의대 사건을 생각했어요. 용산참사에서도 철거민뿐만 아니라 故(고) 김남훈 경사가 전철연이 던진 화염병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불에 타 숨졌습니다. 동의대 사건은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져 경찰관 7명이 불에 타 숨지게 한 사건이에요. 경찰들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정당하게 법을 집행하다 억울하게 숨졌는데, 정작 시위 주동자 등 46명은 민주화운동자로 둔갑했어요. 불법 폭력을 휘두르며 국가의 근간을 부정하고 뒤흔들었던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자로 둔갑한 것은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자기들 입맛대로 왜곡했던 결과예요. 민주화보상위는 대법원이 불법·폭력적인 친북 행위로 규정한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 등까지도 민주화운동으로 둔갑시켰어요. 불법 폭력적인 행위와 친북좌파적 행위를 민주화로 포장하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동의대 사건 재심 추진은 색깔론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색깔론이 아니라 지난 10년 좌파정권 동안 사회에 만연한 병폐를 바로잡기 위한 첫 시도일 뿐이에요. 진정한 민주화 운동과 폭력적인 친북좌파 행위를 분리해야 민주화 운동이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어요.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소급입법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법부의 판결을 뒤집은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은 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에요.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해요. 법적으로도 행정처분인 거죠. 행정처분은 위법·부당한 결정인 경우 당연히 시정돼야 합니다. 또 개정안이 과거의 결정을 무조건 뒤집는 것이 아니라, 민주화보상위의 재심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자는 것으로 소급입법이 아니에요. ”
가해자의 인권만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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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철거민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산화한 故(고) 김남훈 경사의 영결식. |
“불행 중 다행으로 다치기만 한 경찰은 그렇다 쳐도 숨진 경찰들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합니까. 동의대 사건 관련자들은 刑(형)을 다 살고 나오지도 않았어요. 시위 관련자 가족들과 학생들이 경찰 유족들을 찾아와서 ‘용서해 달라’‘탄원서를 써달라’고 계속해서 매달렸죠. 어떻게 가해자의 인권만 중요하고, 피해자의 인권은 생각하지 않나요.”
전 의원은 동의대 사건으로 숨진 경찰관의 유족들이 겪을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재심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의대 사건 관련자 46명은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돼 평균 25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죠. 그런데 경찰 유족들은 겨우 15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어요. 화염병을 던져 경찰을 불에 타 죽게 한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자면 숨진 경찰의 명예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억울하게 가족을 잃고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온 유족들을 위해서라도 동의대 사건은 반드시 재심이 필요합니다.”
민주화보상위가 지난 2월 24일 전여옥 의원실에 답변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된 자 709명에게 지급된 보상금(사망 및 상이 정도에 따른 보상)은 모두 373억원, 3363명에게 지급한 생활지원금(구금 또는 해직에 따른 보상)은 576억원에 이른다. 전여옥 의원실에 따르면 남민전 사건은 관련자 3명에게 총 1억5000만원의 보상금 및 생활지원금이 지급된 것으로 추정되고, 구국학생연맹(구학련) 사건은 간첩논란에 휩싸인 황인욱씨 등에게 5000만원, 사노맹 사건 관련자 4명에게 총액 1억60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환일 비서관은 “민주화보상위에 민주화운동자에게 지급된 보상금 내역 등을 요구했지만 위원회에서 공식 답변 자료를 주고 있지 않아 그 규모를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화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내리자
―당시 민주화운동 보상법을 통과시켰던 민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요.
“민주당도 ‘민주당’이란 이름에 걸맞게 이젠 변해야 해요. 민주화를 내세워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법안 개정안을 제출할 때 10여 명 의원님들의 동의를 얻어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만, 동의하는 분들이 더 많았는데 제가 다치는 바람에 우선 10여 분의 사인만 받아서 제출했어요. 옳은 방향이기 때문에 통과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전 의원은 지난 3월 2일 국회에 鄭夢準(정몽준)·孔星鎭(공성진) 의원 등 12명과 함께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與黨(여당) 간사인 權炅錫(권경석) 의원은 3월 5일 “민주화보상위 등 과거사 관련 17개 위원회의 경우 違法(위법)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시정이나 견제할 장치가 전무하다”며 安炅律(안경률) 의원 등 13명과 함께 이들 위원회의 설치근거가 되는 17개 법률 각각에 대한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10년의 좌파 정권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승리한 부끄러운 역사’로 규정하고 자기들 입맛대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했습니다. 전 의원께서 개정안을 발의하신 이유가 권력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하지만 과거의 권력이 그랬듯, 현재의 권력이 나서서 그 일을 한다면 그 역시 권력의 역사 개입이란 딜레마에 빠지지 않겠습니까.
“그건 역사가 아니에요. 사실이 아니죠. 국가체제를 뒤흔들었던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받는다면 그동안 진짜 민주화에 헌신한 분들에게 욕이 되는 거죠. 재심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자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그런 이유예요. 10년이면 정권이 두 번 바뀔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계속 집권할지, 정권이 바뀔지 모르는 일이에요. 정권에 따라 민주화에 대한 평가가 바뀌지 않도록 민주화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내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전 의원께서 생각하시는 민주화란 무엇입니까.
“공정한 법과 질서에 따라 많은 사람의 이익과 편의가 지켜지는 것이 민주화라고 봐요.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죠. 하지만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우리나라는 憲裁(헌재)가 도입되는 등 민주화가 상당히 진행됐어요. 민주주의는 목적과 결과보다 절차와 수단이 더 중요해요. 민주화란 이름 아래 행해진 불법과 폭력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희생양 내세우는 정권은 비겁한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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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가 용산 철거민 진압작전 도중 순직한 고 김남훈 경사의 영결식에 참석해 경례를 하고 있다. |
“용산참사로 희생된 분들도 안타깝지만 전철연 분들이 거의 매일 밤 확성기로 ‘경찰이 오늘 밤 쳐들어온다’는 등의 방송을 했어요. 어떤 때는 새벽 1시에도 그랬어요. 병원엔 암 수술 받으신 분도 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할 분들이 많았는데도 말이죠.”
전 의원이 입원했던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에는 지난 1월 용산참사로 숨진 철거민 5명의 빈소가 마련돼 유족과 전철연 관계자들이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매일 오전 10시 장례식장 주차장에 모여 20분 동안 조회를 열고, 투쟁 구호를 외치며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전철연 지도부가 불시에 검거되지 않도록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뉘어 장례식장 로비와 빈소 입구, 계단을 삼중으로 지켰다.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철제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차량과 통행자들을 검문했다.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테러 위협은 없었나요.
“많은 분들이 그 부분을 가장 많이 걱정해 주셨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어요.”
―폭행을 당하고도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가 뭔가요.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法治(법치)와 질서를 바로 세워 주길 바라고 있어요. 지난 大選(대선)에서 530만표 차이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데는 그런 국민들의 바람이 담겨 있어요. 두렵고 힘든 일이지만 누군가 책임을 지고 꼭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용산참사의 책임을 지고 金碩基(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가 사퇴했는데요.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정권은 비겁해요. 경찰은 사회 안녕과 질서를 위해 투입됐을 뿐이에요.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경찰은 화염병이 던져진 불길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김 청장이 진압을 지시한 것은 그의 본분을 다한 것뿐이에요.”
―이명박 정부가 비겁했단 뜻인가요.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 정부 못지않게 국가안보와 질서를 지키고자 했던 군인과 경찰의 명분을 지켜 주지 못했어요. 김대중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난 연평해전에 대해 대북관계를 우려해 추모식조차 제대로 치르지 않았어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에 응전하다 희생된 군인들에게 수모를 주고, 명분을 지켜 주지 못했죠.”
‘침묵하는 다수’ 위해 목소리 낼 것
전여옥 의원은 “집권 여당이 뼈를 깎는 자기 반성과 혁신을 통해 책임감 있는 여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주위 분들이 만일 민주당이나 야당 의원이 국회에서 폭행을 당했으면 촛불시위가 일어나는 등 나라가 뒤집어졌을 거라고 해요. 하지만 전 한나라당을 잘 알았기 때문에 그다지 실망하지 않았어요. 한나라당은 ‘책상물림’이라는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어요. 한나라당은 自力(자력)으로 정권을 창출한 것이 아니라 前(전) 정권의 失政(실정)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부분이 컸죠. 정권 창출을 위해 뙤약볕 아래서 궐기해 본 적이 있는지 반문하고, 혁신을 이뤄야 합니다.”
―최근 개인 홈페이지에 ‘앞으로 더 많은 용기를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전 전지모 모임에서는 ‘더 강해지고 단단해지겠다’고 하셨는데요.
“이번 일을 겪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많은 분들이 병문안을 오셔서 하는 말씀이 ‘이제 너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살라’는 것이었어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하지 못하는 일을 계속 하라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저는 침묵하는 다수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나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신 것은 평소 침묵하던 다수의 소리 없는 성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신념이 없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그만둘 겁니다.”⊙
▣ 부산 동의대 사건이란?
1989년 5월 3일 경찰이 동의대 도서관 7층으로 들어갔다가 시위대가 복도에 석유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지는 바람에 경찰관 7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 당시 동의대 학생들은 입시부정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고, 5월 2일에는 학생들이 전투경찰 5명을 납치해 중앙도서관에 감금했다. 다음날 새벽 납치된 전경들을 구출하기 위해 경찰 600여 명이 도서관 7층으로 진입했다가 학생들이 뿌린 석유와 시너에 화염병의 불이 옮겨 붙어 순식간에 최동문 경장 등 경찰관 7명이 목숨을 잃고 10여 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1990년 6월 대법원은 시위 주동자 31명에 대해 특수공무방해치사죄로 징역 2년에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金大中(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인 2002년 4월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민주화보상위)’는 찬성 5명, 반대 3명, 기권 1명의 다수결로 동의대 사건 관련자 46명을 민주화운동자로 인정했고, 이들에겐 평균 2500만원씩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보상위 9명의 위원 가운데 3명은 “대법원에서 放火致死罪(방화치사죄)로 유죄판결이 난 사건을 민주화운동자로 결정하는 데 휩쓸려 가고 싶지 않다”며 사퇴했다.
▣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주요 내용
전여옥 의원이 마련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화보상위가 관련자 및 그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금 등을 심의·결정했던 사건에 대해 중대한 변경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신청 사건의 심의가 완료된 뒤에도 1회에 한해 민주화보상위의 재량으로 직권 재심해 결정을 변경할 수 있다. 재심의 시효는 10년으로 한다.
현행법은 ‘민주화보상위 결정 이후 30일 이내에 관련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같은 기간 내에 위원회가 직권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로 재심 요건을 한정했다. 동의대 사건의 경우 2002년 4월 민주화보상위가 사건 관련자 46명을 민주화운동자로 인정했기 때문에 법을 바꾸지 않고는 재심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난 10년간 민주화보상위가 내린 모든 결정에 대해 재심이 가능하게 된다.
둘째,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에 의해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 받은 제3자가 결정에 영향을 미칠 공격 또는 방어방법을 제출하지 못한 때에는 이를 이유로 확정된 결정에 대해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현행법은 민주화보상위의 결정에 대한 재심 신청권자를 관련자 또는 그 유족으로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동의대 사건 관련자 46명이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됐을 때도 숨진 경찰의 유족들은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된 자들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제3자라는 이유로 재심 신청이 거부됐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동의대 사건으로 숨진 경찰관 유족들도 재심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