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세 때 미국 이민, 한국인 최초로 ‘천재 장학금’이라 불리는 맥아더 펠로상 수상
⊙ 어머니로부터 퇴계 이황,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삶 배워
⊙ 대학 재학 시절부터 빈민국 지원활동
⊙ 韓人들이여, 도전하는 세계인이 되라
金惠貞 在美 자유기고가
⊙ 어머니로부터 퇴계 이황,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삶 배워
⊙ 대학 재학 시절부터 빈민국 지원활동
⊙ 韓人들이여, 도전하는 세계인이 되라
金惠貞 在美 자유기고가
- 총장 수락 연설을 하고 있는 김용 신임 총장.
지난 3월 2일 미국 동부의 名門(명문)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학 재단이사회는 金墉(김용·49·미국명 Jim Yong Kim)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을 제17대 總長(총장)으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브라운대와 하버드대를 졸업한 김 신임 총장은 다트머스대와 전혀 인연이 없다. 그런 그가 지난 1년여 동안 400여 명의 후보와 함께 까다로운 심사를 받은 끝에 최종 낙점됐다는 데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다트머스대는 그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데 그가 그동안 학문에서 이룬 성과는 물론 의료 구호활동을 통해 인류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이날 학생, 교직원들과 함께한 모임에서 김 신임 총장의 선임을 발표한 다트머스대 에드 핼드먼 재단이사장은 “김 신임 총장은 다트머스대의 핵심 사명인 배움과 혁신, 봉사 등의 이념들을 스스로 실천한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밝혔다. 앨 멀리 주니어 선출위원장도 “김 신임 총장이 생각하고 있는 교육의 목표가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니라 시대의 난관을 극복하는 지도자 육성에 있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며 선임배경을 설명했다.
김 신임 총장은 올 7월 1일부터 짐 라이트 현 총장으로부터 자리를 이어받아 1769년 설립된 240년 역사의 다트머스대를 이끌게 된다.
400여 명 총장 후보자 제치고 선임
지난해 6월 다트머스 측은 총장선출위원회를 구성했고, 선출과정의 투명성과 비밀유지 등의 원칙을 세운 뒤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물색작업에 들어갔다.
그 뒤 총장선출위원회는 400여 명의 후보 중 최종적으로 대학 재단이사회에 김 후보자를 추천했다. 다트머스대 측은 그가 ‘일반적인 학자’가 아닌 후진국 질병퇴치를 위해 헌신하는 등 ‘실천하는 학자’인 것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메일을 통해 김 신임 총장과 인터뷰를 했다.
―먼저 세계적인 명문대학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학의 총장에 선출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선출소감과 앞으로의 학교운영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우선 韓人(한인)으로서 무척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다트머스대 관계자로부터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보여준 열정과 효율성이 다트머스대를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총장으로서 나의 일은 학생들에게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일들을 시도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다트머스의 학문적 위상을 지키면서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열린 학교’로 만들 계획입니다. 그밖에 빈곤층 학생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동문들의 기부를 활성화시키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빈민국 질병퇴치에 앞장
―김 신임 총장께서는 ‘행동하는 학자’로 불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고 계십니다. 어떤 이유로 그런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오랫동안 빈민들을 위한 구호활동을 해 와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파트너 인 헬스(Partner in Health)’라는 의료 자선단체를 운영하고, 페루에서 약품 耐性(내성)이 있는 결핵퇴치를 위한 치료활동을 벌였습니다.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에이즈국장을 맡아 질병퇴치 구호운동을 주도해 왔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지난 1987년 폴 파머 하버드대 의대 교수와 함께 ‘파트너 인 헬스’라는 의료 자선단체를 공동 창립한 김 총장은 아이티·페루·과테말라·르완다 등 세계 곳곳의 開途國(개도국)들을 돌며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 등 의료 구호활동을 벌여 왔다. 특히 그는 1990년 중반에 페루에서 약품 내성이 있는 결핵퇴치를 위한 대대적인 치료활동을 벌였다. 또 결핵치료 의약품 가격을 내리는 운동을 펼쳐 이 의약품 가격을 90% 이상 낮추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04년, 당시 李鐘郁(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의 자문관이었던 김 신임 총장은 WHO의 핵심요직인 에이즈국장에 올랐다. 김 총장과 이종욱 당시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1999년 다항생제 내성 결핵의 치료 모델 개발을 위한 실무그룹 창설 멤버로 처음 인연을 맺었었다. 그 후 WHO에서 결핵과 에이즈 등 주요 전염병 퇴치를 위해 새롭고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노력했다.
‘천재 장학금’(맥아더 펠로상) 수상
김 신임 총장은 2년간 세계보건기구의 에이즈 국장을 맡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적극적인 에이즈환자 치료활동을 펼쳐 큰 성과를 거뒀다. 당시 30만명 정도에 머물던 개도국의 에이즈 치료자 수를 130만명으로 확대시켜 ‘에이즈 퇴치 전도사’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 공로로 2005년가 선정한 ‘미국의 주요 지도자 25인’에, 2006년에는 <타임>지의 ‘세계를 변화시킨 100인’ 등에 선정됐다.
그는 한국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맥아더 재단이 수여하는 권위있는 펠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맥아더 펠로상은 재단 측이 1981년부터 창의적이고 미래의 잠재력이 큰 인물을 골라 매년 20여 명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이른바 ‘천재 장학금’으로 불리며, 상금도 50만 달러에 이른다.
최근에도 빈민층을 위한 의료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실행방안을 찾아내고 확산시키는 하버드대 주도의 ‘글로벌 헬스 딜리버리’를 이끌어 온 김 총장은 그동안의 구호활동의 성과를 인정받아 이달 초까지만 해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에이즈 조정관(대사 직급) 후보로 거론되면서 정치권 입성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뉴욕타임스>지는 전했다.
―브라운대학 졸업 후 1991년 하버드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M.D)를 받은 데 이어 1993년에는 인류학 박사학위(Ph.D)를 받으셨습니다.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습니까?
“아버님의 조언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대학 입학 당시 정치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절 부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우리는 이곳에서 이민자로 살고 있다. 나는 네가 전문직업을 가지기를 바란다. 우선 메디컬스쿨을 가서 의사가 된 후, 언제든지 네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의사가 먼저 된 것입니다. 그때의 조언에 대해 지금도 아버님께 감사 드립니다.”
―5세 때인 1964년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민하여 아이오와주 머스커틴이라는 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그곳을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현재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치과의사였던 아버님은 1960년대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상황에서 자식들인 우리들에게 좀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주고자 이민을 결심하셨습니다. 미국에서도 치과의사를 하고 싶으셨던 아버지는 미국 의사면허를 받기 위해 텍사스 오스틴에서 학교를 다니셨고, 졸업 후에 가족이 모두 아이오와주 머스커틴으로 이주했습니다. 그 당시 머스커틴市(시)를 통틀어 두 가족의 아시아인만 있었던 전형적인 백인 거주지역이었어요. 그곳에서 저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대학에 들어가 그곳을 떠날 때까지 살았습니다. 현재 가족은 보스턴 아동병원 소아과 의사인 아내(임연숙)와 8살 된 첫째 아들 토머스, 그리고 얼마 전에 새로 태어난 둘째 아들이 있습니다.”
5살 때 미국 이민
김용 신임 총장의 부친인 김낙희(별세)씨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유학 중 김옥숙씨와 만나 결혼했다.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齒科醫(치과의) 생활을 하던 그의 부모는 한국의 불안한 정치상황에 실망하여 미국행을 결심, 그가 5세 때인 1964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는 머스커틴 고교를 수석 졸업하고 동부의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인 브라운대학에 진학(1982년 우등 졸업)했고, 이후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1991년) 학위와 인류학박사 학위(1993년)를 연이어 받았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김 신임 총장은 어린 시절부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브라운대학 재학 시절부터 빈민국 지원 활동을 시작했으며, 하버드대학 재학 중에는 의료구호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질병퇴치를 위해 세계 각국의 빈민촌을 방문할 때마다 자신의 어린 아들을 직접 데리고 다닌다고 했다.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철학박사로서 자녀교육에 정성을 바쳤던 김 총장의 어머니도 그가 어렸을 때부터 退溪(퇴계) 李滉(이황)이나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이 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배우며 그들처럼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보라는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학부모들도 이제는 자녀들이 시야를 세계로 넓혀,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가며 살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7월부터 다트머스대학 총장으로 재임하게 되면 그동안 진행해 온 질병퇴치 활동에 영향이 있을 텐데,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는 나 자신이 몸소 세상의 문제에 부딪치며 해결에 나섰지만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내가 직접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것보다 그것들을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학생들을 많이 키워내는 일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나의 역할이 바뀐 것이죠. 총장 직을 맡아 제가 지금까지 해온 일을 이어받을 젊은이들 양성에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그는 학생들이 그들의 열정과 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지도하여, 그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도전적인 젊은이들로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맞서 싸울 수 없는 문제는 세상에 없다. 이제 젊은 韓人(한인)들도 개인적인 성취는 물론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도 손을 내밀 줄 알아야 한다”며 “세계인이 되라”고 당부했다. 세계의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이므로 한인들도 ‘세계적으로 보람 있는 일’을 좀 더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 다트머스대학
미국 뉴햄프셔주 하노버에 있으며 1769년 설립됐다. 미국이 독립하기 전에 설립된 미국 내 9개 대학 중의 하나다. 학부생 4100여 명을 비롯, 대학원생이 1600여 명, 교수가 600여 명에 달한다. 아시아계 학생 비율은 10%대 초반으로, 아이비리그 대학 중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목사인 엘리어자 휠록이 인디언을 교육하기 위해 세운 무어스 자선학교가 前身(전신). 대학 이름은 학교 설립을 후원한 영국 다트머스 출신의 윌리엄 레기 백작의 고향 이름에서 따왔다.
브라운대와 하버드대를 졸업한 김 신임 총장은 다트머스대와 전혀 인연이 없다. 그런 그가 지난 1년여 동안 400여 명의 후보와 함께 까다로운 심사를 받은 끝에 최종 낙점됐다는 데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다트머스대는 그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데 그가 그동안 학문에서 이룬 성과는 물론 의료 구호활동을 통해 인류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이날 학생, 교직원들과 함께한 모임에서 김 신임 총장의 선임을 발표한 다트머스대 에드 핼드먼 재단이사장은 “김 신임 총장은 다트머스대의 핵심 사명인 배움과 혁신, 봉사 등의 이념들을 스스로 실천한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밝혔다. 앨 멀리 주니어 선출위원장도 “김 신임 총장이 생각하고 있는 교육의 목표가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니라 시대의 난관을 극복하는 지도자 육성에 있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며 선임배경을 설명했다.
김 신임 총장은 올 7월 1일부터 짐 라이트 현 총장으로부터 자리를 이어받아 1769년 설립된 240년 역사의 다트머스대를 이끌게 된다.
400여 명 총장 후보자 제치고 선임
지난해 6월 다트머스 측은 총장선출위원회를 구성했고, 선출과정의 투명성과 비밀유지 등의 원칙을 세운 뒤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물색작업에 들어갔다.
그 뒤 총장선출위원회는 400여 명의 후보 중 최종적으로 대학 재단이사회에 김 후보자를 추천했다. 다트머스대 측은 그가 ‘일반적인 학자’가 아닌 후진국 질병퇴치를 위해 헌신하는 등 ‘실천하는 학자’인 것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메일을 통해 김 신임 총장과 인터뷰를 했다.
―먼저 세계적인 명문대학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학의 총장에 선출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선출소감과 앞으로의 학교운영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우선 韓人(한인)으로서 무척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다트머스대 관계자로부터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보여준 열정과 효율성이 다트머스대를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총장으로서 나의 일은 학생들에게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일들을 시도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다트머스의 학문적 위상을 지키면서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열린 학교’로 만들 계획입니다. 그밖에 빈곤층 학생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동문들의 기부를 활성화시키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빈민국 질병퇴치에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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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트머스대 학생들과 함께 학교 유니폼을 들고 있는 김용 신임 총장. |
“아마 오랫동안 빈민들을 위한 구호활동을 해 와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파트너 인 헬스(Partner in Health)’라는 의료 자선단체를 운영하고, 페루에서 약품 耐性(내성)이 있는 결핵퇴치를 위한 치료활동을 벌였습니다.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에이즈국장을 맡아 질병퇴치 구호운동을 주도해 왔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지난 1987년 폴 파머 하버드대 의대 교수와 함께 ‘파트너 인 헬스’라는 의료 자선단체를 공동 창립한 김 총장은 아이티·페루·과테말라·르완다 등 세계 곳곳의 開途國(개도국)들을 돌며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 등 의료 구호활동을 벌여 왔다. 특히 그는 1990년 중반에 페루에서 약품 내성이 있는 결핵퇴치를 위한 대대적인 치료활동을 벌였다. 또 결핵치료 의약품 가격을 내리는 운동을 펼쳐 이 의약품 가격을 90% 이상 낮추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04년, 당시 李鐘郁(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의 자문관이었던 김 신임 총장은 WHO의 핵심요직인 에이즈국장에 올랐다. 김 총장과 이종욱 당시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1999년 다항생제 내성 결핵의 치료 모델 개발을 위한 실무그룹 창설 멤버로 처음 인연을 맺었었다. 그 후 WHO에서 결핵과 에이즈 등 주요 전염병 퇴치를 위해 새롭고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노력했다.
‘천재 장학금’(맥아더 펠로상) 수상
김 신임 총장은 2년간 세계보건기구의 에이즈 국장을 맡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적극적인 에이즈환자 치료활동을 펼쳐 큰 성과를 거뒀다. 당시 30만명 정도에 머물던 개도국의 에이즈 치료자 수를 130만명으로 확대시켜 ‘에이즈 퇴치 전도사’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 공로로 2005년
그는 한국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맥아더 재단이 수여하는 권위있는 펠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맥아더 펠로상은 재단 측이 1981년부터 창의적이고 미래의 잠재력이 큰 인물을 골라 매년 20여 명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이른바 ‘천재 장학금’으로 불리며, 상금도 50만 달러에 이른다.
최근에도 빈민층을 위한 의료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실행방안을 찾아내고 확산시키는 하버드대 주도의 ‘글로벌 헬스 딜리버리’를 이끌어 온 김 총장은 그동안의 구호활동의 성과를 인정받아 이달 초까지만 해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에이즈 조정관(대사 직급) 후보로 거론되면서 정치권 입성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뉴욕타임스>지는 전했다.
―브라운대학 졸업 후 1991년 하버드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M.D)를 받은 데 이어 1993년에는 인류학 박사학위(Ph.D)를 받으셨습니다.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습니까?
“아버님의 조언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대학 입학 당시 정치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절 부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우리는 이곳에서 이민자로 살고 있다. 나는 네가 전문직업을 가지기를 바란다. 우선 메디컬스쿨을 가서 의사가 된 후, 언제든지 네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의사가 먼저 된 것입니다. 그때의 조언에 대해 지금도 아버님께 감사 드립니다.”
―5세 때인 1964년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민하여 아이오와주 머스커틴이라는 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그곳을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현재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치과의사였던 아버님은 1960년대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상황에서 자식들인 우리들에게 좀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주고자 이민을 결심하셨습니다. 미국에서도 치과의사를 하고 싶으셨던 아버지는 미국 의사면허를 받기 위해 텍사스 오스틴에서 학교를 다니셨고, 졸업 후에 가족이 모두 아이오와주 머스커틴으로 이주했습니다. 그 당시 머스커틴市(시)를 통틀어 두 가족의 아시아인만 있었던 전형적인 백인 거주지역이었어요. 그곳에서 저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대학에 들어가 그곳을 떠날 때까지 살았습니다. 현재 가족은 보스턴 아동병원 소아과 의사인 아내(임연숙)와 8살 된 첫째 아들 토머스, 그리고 얼마 전에 새로 태어난 둘째 아들이 있습니다.”
5살 때 미국 이민
김용 신임 총장의 부친인 김낙희(별세)씨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유학 중 김옥숙씨와 만나 결혼했다.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齒科醫(치과의) 생활을 하던 그의 부모는 한국의 불안한 정치상황에 실망하여 미국행을 결심, 그가 5세 때인 1964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는 머스커틴 고교를 수석 졸업하고 동부의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인 브라운대학에 진학(1982년 우등 졸업)했고, 이후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1991년) 학위와 인류학박사 학위(1993년)를 연이어 받았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김 신임 총장은 어린 시절부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브라운대학 재학 시절부터 빈민국 지원 활동을 시작했으며, 하버드대학 재학 중에는 의료구호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질병퇴치를 위해 세계 각국의 빈민촌을 방문할 때마다 자신의 어린 아들을 직접 데리고 다닌다고 했다.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철학박사로서 자녀교육에 정성을 바쳤던 김 총장의 어머니도 그가 어렸을 때부터 退溪(퇴계) 李滉(이황)이나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이 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배우며 그들처럼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보라는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학부모들도 이제는 자녀들이 시야를 세계로 넓혀,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가며 살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7월부터 다트머스대학 총장으로 재임하게 되면 그동안 진행해 온 질병퇴치 활동에 영향이 있을 텐데,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는 나 자신이 몸소 세상의 문제에 부딪치며 해결에 나섰지만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내가 직접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것보다 그것들을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학생들을 많이 키워내는 일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나의 역할이 바뀐 것이죠. 총장 직을 맡아 제가 지금까지 해온 일을 이어받을 젊은이들 양성에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그는 학생들이 그들의 열정과 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지도하여, 그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도전적인 젊은이들로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맞서 싸울 수 없는 문제는 세상에 없다. 이제 젊은 韓人(한인)들도 개인적인 성취는 물론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도 손을 내밀 줄 알아야 한다”며 “세계인이 되라”고 당부했다. 세계의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이므로 한인들도 ‘세계적으로 보람 있는 일’을 좀 더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 다트머스대학
미국 뉴햄프셔주 하노버에 있으며 1769년 설립됐다. 미국이 독립하기 전에 설립된 미국 내 9개 대학 중의 하나다. 학부생 4100여 명을 비롯, 대학원생이 1600여 명, 교수가 600여 명에 달한다. 아시아계 학생 비율은 10%대 초반으로, 아이비리그 대학 중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목사인 엘리어자 휠록이 인디언을 교육하기 위해 세운 무어스 자선학교가 前身(전신). 대학 이름은 학교 설립을 후원한 영국 다트머스 출신의 윌리엄 레기 백작의 고향 이름에서 따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