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과학자 중 노벨과학상에 가장 근접한 학자로 평가받아
⊙ 2010 KAIST 입시에서 일반고교 출신 150명을 학교장 추천 등으로 선발
⊙ “교육이란 스스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
⊙ “한국 시험의 문제는 무리하게 정답을 찾아내게 하는 것”
⊙ “온라인 전기자동차 등의 新성장동력 기술 대통령은 찬성하는데 공무원이 반대”
徐南杓 KAIST 총장
⊙ 1936년 경북 경주 출생.
⊙ 미국 MIT, MIT 대학원 졸업. 미국 카네기멜런대 공학 박사.
⊙ 미국 MIT 기계공학과 교수·학과장·석좌교수.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공학담당 부소장.
⊙ 新성장동력 기획단장.
취재 지원 : 李根平 月刊朝鮮 인턴기자
⊙ 2010 KAIST 입시에서 일반고교 출신 150명을 학교장 추천 등으로 선발
⊙ “교육이란 스스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
⊙ “한국 시험의 문제는 무리하게 정답을 찾아내게 하는 것”
⊙ “온라인 전기자동차 등의 新성장동력 기술 대통령은 찬성하는데 공무원이 반대”
徐南杓 KAIST 총장
⊙ 1936년 경북 경주 출생.
⊙ 미국 MIT, MIT 대학원 졸업. 미국 카네기멜런대 공학 박사.
⊙ 미국 MIT 기계공학과 교수·학과장·석좌교수.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공학담당 부소장.
⊙ 新성장동력 기획단장.
취재 지원 : 李根平 月刊朝鮮 인턴기자
徐南杓(서남표)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發(발) 대학개혁이 본격화했다. 2006년 7월 KAIST 총장에 취임한 후 그는 학생들에게는 성적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부과하고 교수들에게는 철저한 인센티브제를 적용하는 등 개혁을 주도했다.
그가 KAIST에서 일으킨 개혁 바람은 대학 사회 전체로 번졌다. 2007년에는 교수 15명을 테뉴어(tenure·정년 보장 교수직) 심사에서 탈락시켜 교수 사회 전체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교수직은 철밥통’이라는 대학 사회의 인식을 깨버린 것이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향한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면접 중심 신입생 선발 제도에 이어 이번에는 私(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도 KAIST에 입학할 수 있는 파격적인 입시안을 내놓은 것이다. 서 총장이 지난 3월 5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KAIST 2010년 입시안의 요지는 전국 1000개 일반 고교 학교장으로부터 1명씩 1000명을 추천 받아 이 가운데 입학사정관 조사로 300명을 뽑은 후 교수들 심층면접으로 정원의 16~18%인 150명을 뽑겠다는 것이다.
서 총장은 이날 입시용으로 변질된 수학·과학 경시대회 성적도 2010년 입시부터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다. 학생 선발을 위한 심층면접도 사교육으로 준비할 수 없는 방법으로 치르겠다는 게 서 총장의 생각이다. 사교육으로 점철된 한국 교육계에 메스를 댄 것이다.
효과는 빨랐다. KAIST의 2010년 입시안 발표 후 주요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 사교육 의존도가 높았던 입시전형 개혁에 나서고 있다. KAIST 2010년 입시안 발표 다음날인 3월 6일 오전 서 총장을 만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서 총장은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65년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로 학계에 첫발을 디뎠다. 그후 1970년부터 36년간 MIT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91년부터 학과장을 맡은 그는 10년간 교수의 40% 이상을 타 분야 전공자로 교체하는 등 혁신을 선도해 행정력도 인정받았다. 1988년에는 스웨덴 왕립공학회 외국인 회원으로 뽑히는 등 한국인 중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私교육 받지 않은 학생 선발
―어제 서 총장께서 발표한 KAIST의 2010년 입시안이 사교육 소멸의 출발점인 것 같습니다.
“옛날부터 했어야죠.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사교육은 큰 문제입니다. 교육시장에 들어가는 돈의 50%가 사교육비라는 것은 큰 문제죠.”
―사교육이 싫어서 자녀들을 외국으로 일찍 유학을 보내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제가 호주의 퀸즐랜드 대학에 갔는데 그 대학이 있는 도시는 비교적 작은 도시입니다. 그런데 그 도시에 유학을 온 한국 학생의 수가 카이스트 재학생 수와 같은 7000명이라는 거예요. 퀸즐랜드 대학은 학생의 20%가 외국 학생인데 그걸로 학교 수지를 맞추는 모양입니다. 외국 학생들 중 한국 학생이 제일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유학을 갔겠지만 한국에서 그런 돈을 잘 쓰면 교육환경이 향상될 텐데 말이죠. 이런 것을 고치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닙니다.”
―사교육을 없애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한국은 모든 걸 시험으로 결정짓는 조직체가 돼 있어요. 왜 조선시대에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때 시험이 과거라면 지금은 행정고시 같은 거죠. 대학교 졸업반일 때 고시에 붙는 사람이 많다고 그래요. 대학 다니면서 고시만 준비한 거죠. 고시 말고도 여러 가지 배울 게 많음에도 그래요. 앞으로 바뀌겠죠. 그래도 시간은 걸릴 겁니다.
현재의 시스템 때문에 덕 보는 사람도 물론 있겠죠. 궁극적으로 교육의 목적에 맞춰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제도나 시스템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따져봐야 합니다. 어제 우리가 말한 입학제도가 최선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10년 후, 20년 후에 세상이 달라지면 또 평가가 달라질 겁니다.”
―어제 발표한 KAIST의 2010년 입시안이 꼭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변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말씀인가요.
“맞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변화가 오지 않으니까요. 각 고등학교에서 학생 하나를 추천하라는 것도 무리일 수 있죠. 학생이 두 배, 세 배 되는 학교는 더 많이 추천해야 하는 게 어떻게 생각하면 맞는 것 같고.”
―학교 간 수준차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런 것까지 고려하면 너무 복잡해집니다. 하여간 1000명을 추천 받아서 그중에서 150명을 추려내는 거니까 많은 사람에게 없던 기회가 생긴다고 볼 수 있죠. 옛날 같으면 생각도 못할 기회를 주는 거죠. 우리는 기회를 주지만 그 다음은 본인이 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기회는 사회에서 똑같이 줘야 하는 겁니다. 처음부터 기회를 주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여간 저는 시골 출신이거나,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것 등에 상관없이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별 데이터베이스 구축해 평가
―학교장 추천에 情實(정실)이 개입할 소지도 있잖습니까.
“세상 일은 장담 못합니다만 ‘한 번 속아도 두 번은 안 속는다’고 생각합니다. 교장선생님이 정말로 좋은 학생을 추천하지 않고 다른 이유로 추천한다면 우리 학교에 있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앞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우리는 현재도 어떤 과학고에서 온 학생이 성적이 좋고, 어떤 학교 출신이 공부를 안 하는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데이터베이스가 있으면 결정하기가 더 쉬운 거죠.”
―과학고 등 특목고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는 있어도 일반고에 대한 것은 아직 없지 않습니까.
“일반고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도 곧 생길 겁니다. 교장선생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그 학교 전체에 관한 데이터베이스죠. 선생님들에 대해서도 인터뷰를 하니까 그런 것들이 다 기록에 남는 거죠. 그런 분들이 추천을 했는데 입학해서 카이스트 수준을 못 따라간다면 다음에는 그 학교에서는 더 이상 추천을 못 받는 거죠. 그러나 일단 입학하면 제대로 공부시켜서 졸업시킬 겁니다.”
―“수학이나 과학 경시대회 수상경력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사실 그런 제도가 있음으로 해서 학생들에게 자극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보는데요.
“한국에서 과학고 교육 수준은 높습니다. 그런데 모든 시스템은 계속 같은 것만 밀고 나가면 언젠가 나쁜 데로 갑니다. 모든 시스템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이 단계에서 어떻게 하면 더 괜찮아질 것인지 보며, 갱신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하려는 입시제도도 언젠가는 갱신해야겠죠. 또 나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KAIST 총장으로서 원하는 인재상은 어떤 겁니까.
“사람들은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을 학교에서 모두 배운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지식은 계속 나오고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결국 교육이란 문제가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겁니다. 어떻게 학교 다닐 때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모르는 것은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목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서 총장의 말이다.
“우리 카이스트는 과학기술에서 제일 좋은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제일 좋은 사람이 제일 앞장서서 끌고 가면 뒤에서 따라오게 마련이죠. 우리는 그런 사람을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주입식 교육을 시키고, 선생님들이 하라는 대로 잘하는 사람은 두 번째로 서면 잘 따라 가는데 앞에는 서지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도자급은 될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도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문제를 제시하고 방향을 정해 주면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한국 교육 시스템에서는 제일 앞에 서서 문제를 파악하고 방향을 정해 주는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카이스트는 그런 사람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디자인은 필수 과목
―간략히 말하면 창의적 리더를 배출한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일반적으로 그런 사람은 수가 적습니다. 따라가는 사람은 많지만 말이죠. 카이스트에는 좋은 학생이 오고, 학교 시설도 좋고, 교수도 훌륭하기 때문에 창의적 리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교수를 채용할 때 이력서만 보면 금방 ‘이 사람 써야겠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습니다.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경력을 가진 사람이죠. 그런데 인터뷰를 해 보면 그 가운데는 ‘안되겠다’ 하는 사람도 나옵니다. 선생님이 시킨 것을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인 겁니다. 좋은 교수란 계속해서 창의적으로 지도할 수 있고,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교수를 뜻하는 거죠. 처음엔 그것도 쉽지 않았지만, 점점 그런 교수를 찾는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면접 중심 신입생 선발에서 단점이나 보완점이 발견된 것은 없습니까.
“첫째는 사흘 동안 세 명의 교수가 학생을 하루에 열네 시간 동안 봅니다. 한 40명, 50명을 보니까는 마지막 날 오후쯤 되면 굉장히 고단하답니다. 학생들의 수준이 워낙 좋으니까 결정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계선에 있습니다. 꼭 붙어야 할 사람 하고 꼭 떨어져야 할 사람은 분명한데, 나머지 중간은 판단하기 어렵다는 거죠. 중간 지대에 있는 사람은 이렇게 보면 좋고, 어떻게 보면 안 좋습니다. 불운하게 떨어질 수도 있겠죠. 이것은 아무리 시험을 달리 보더라도 해결책이 없습니다. 시험 점수를 매기다 보면, 제일 위에 쌓여 있는 시험지가 손해를 봅니다. 채점할 때는 채점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르쳤으니까 기대가 큽니다. 그러니까 처음엔 점수를 짜게 줍니다. 중간쯤 가다 보면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하면서 점수를 후하게 줍니다.”
―총장님도 그런 경험을 갖고 계십니까?
“그럼요.”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교수생활을 했는데 한국의 시험제도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문제를 어렵게 낼수록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학생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보려고 문제를 냈으니까요. 한국의 시험은 무리하게 정답을 찾도록 합니다. 학생들에게 항상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죠.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에 간다고 했을 때, 정답이 하나가 아닙니다. 기차로 가는 게 좋은지, 자동차로 가는 게 좋은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꼭 기차만 타고 가는 게 정답이 아닙니다.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KAIST는 1학년 학생들에게 디자인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디자인 과목은 문제 정하는 것도 다양하고 푸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그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좋은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것을 학생들 스스로 정하도록 하는 것을 가르치는 거죠. 아마 전 세계에서 1학년 학생에게 디자인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는 학교는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
국토 개조도 디자인이다
―디자인 하면 으레 패션 같은 아름다움과 관련된 생각이 떠오르는데 KAIST가 가르치는 디자인은 어떤 개념입니까.
“예를 들어 제가 카이스트에 와서 여러 가지 개혁을 한 것이 디자인이에요. 제가 카이스트에 왔을 때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과학기술대학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9개가 나옵니다. 그 9개를 하기 위해서 또 방법을 정하죠. 그리고 동료들에게 책임을 나눠주고, 그 사람이 그 책임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보는 거죠. 내가 보는 것은 그 사람이 책임수행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또 그것을 맡은 사람은 자신의 목적에 맞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러면 전체 시스템이 나오지 않습니까. 신문도 마찬가지겠죠. 신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방법으로 누가 책임을 지느냐 정하는 것, 그것이 ‘시스템 디자인’이죠.”
―국가 개조사업 같은 것도 디자인으로 볼 수 있는 거군요.
“나라가 잘되려면 디자인이 잘돼야죠. 대통령도 디자인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며칠 전에 ICU(한국정보통신대학)와 KAIST의 통합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효과는 어떤 겁니까.
“두 학교 통합의 장점은 첫째로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어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모)가 된다는 것입니다. 규모가 어느 정도 돼야 경쟁할 수 있습니다. IT 계통의 학문을 예로 들면 우리가 경쟁하려고 하는 외국의 대학은 교수가 200명이 넘습니다. 우리 카이스트에는 교수가 90명 정도 있고 ICU에는 46명이 있어요. 둘이 합치면 150명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50명은 더 있어야 해요. 세계적으로 경쟁하려면 크리티컬 매스가 필요합니다. 가령 MIT 같은 경우는 생물과에 100명의 교수진이 있지만 우리는 스물 몇 명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옆에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게 같이 연구하자고 하니,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그랬습니다.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어요.”
학과장 중심 체제
―‘합치자’는 게 아니라 ‘함께 연구하자’는 거였습니까.
“처음에는 세 개의 조건을 제시했죠. ‘합치자, 같이 연구하자, 개인적으로 교류하자’였습니다. 그런데 여태까지는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안됐단 말이죠. 대덕단지에는 다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작은 연구소만 잔뜩 있어서 크리티컬 매스가 잘 안돼 있습니다. 또 대덕단지는 너무 전문화돼 있어서 한 분야 사람들끼리만 모여 있습니다. 한 분야의 사람들끼리만 모여 있으면 새롭고 큰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듭니다.
저는 수학자도 아니고 물리학자도 아니지만, 모든 분야에서 같은 것만 하는 사람들끼리 앉아 있으면 큰 아이디어가 안 나옵니다. 생물 하는 사람, 물리 하는 사람, 엔지니어링 하는 사람 다 힘을 합치고 융합을 해야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문화기술대학원도 설립하신 겁니까.
“그렇죠. 의도는 문화에 기술을 집어넣고, 기술에 문화를 집어넣자고 해서 만든 겁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문화에 기술을 넣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기술에 문화를 넣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로 긴장이 있습니다. 이것은 ‘창조적 긴장’이라 굉장히 좋은 겁니다. 그런 긴장이 있어야 새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모든 게 좋게만 보이면 발전이 없는 거죠.”
―그래도 결정은 총장께서 하는 것 아닙니까.
“그 프로세스에 참가는 하지만, 결정은 교수와 해당 과에서 합니다. 제가 전문가도 아니니까요. 저도 아이디어는 냅니다.”
―총장께서 주장하면 대부분 따라오지 않나요?
“저는 제 말에 바로 따라오는 건 좋지 않다고 봐요. 총장 이야기라고 다 따라하면 학교 일이 됩니까. 내 얘기는 참고로 듣고, 자기들이 생각을 해서 실행해야죠. 우리는 학과 중심으로 학교 운영을 합니다. 학과장이 정말 보스입니다. 이런 학과장 시스템을 도입하니까 어떤 사람은 30대인데도 테뉴어가 있고 어떤 사람은 50대인데도 테뉴어가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테뉴어 심사 때 교수 사회에서 불만이 상당히 많았죠?
“항상 있었죠. 그래도 테뉴어를 통과하면 이것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떨어진 사람은 제일 나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죠.”
―이번 KAIST 졸업식 때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했는데 두 분은 私的(사적)인 인연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대전에 오셨을 때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 과학투자와 관련해서 제가 대표로 얘기를 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해 저는 얘기를 못했습니다. 너무 압력이 많아서요. 당장 카이스트 예산이 왔다 갔다 할 때라 제 대신 부총장이 나갔습니다. 사실 대통령을 잘 모르고 국가과학위원회 통해서 몇 번 만났습니다. 얘기를 해 보면 그분 생각과 제 생각에 별 차이 없습니다. 전기자동차 만들고, 모바일 하버(mobile harbor·이동식 항구) 만드는 이야기 하면 금방 통하는데, 이 이야기를 정부 부처에 들어가서 하면 통하지 않습니다.”
모바일 하버와 온라인 전기자동차 개발
―新(신)성장동력 산업 기획단장을 맡게 된 것은 대통령의 권유가 있어서였습니까.
“지식경제부에서 부탁이 와서 맡았습니다. 일종의 퍼블릭 서비스(public service)인데 그걸 맡으면서 새로운 사람을 많이 사귀게 됐습니다.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가 거기 공헌을 한지는 모르겠지만 덕은 본 것 같아요.”
―21개의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에 KAIST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중요한 게 원천기술 개발입니다. 우리의 기술을 해외에 팔 수 있는 원천기술을 카이스트 같은 데서 개발해야 합니다. 모바일 하버니 온라인 전기자동차 같은 것을 우리가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바일 하버는 서 총장이 KAIST에 취임하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개념 기술이다. 기존의 선박과 항만의 관계를 뒤바꾼 역발상 항구로, 바닷물에 뜨는 항구가 대형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으로 이동, 컨테이너선이 항구까지 들어오지 않고도 신속하게 하역한 후 떠나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모바일 하버는 정부 지원을 받는 겁니까.
“지금 그걸 받으려는 중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밀어 주는 사람도 있고, 죽어라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왜 반대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온라인 전기자동차 개발에도 성공했는데요.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기름 문제도 해결하고 공해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상용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서울 같은 곳에서 사용하기에 아주 편리한 자동차인데 왜 반대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온라인 전기자동차 시승식에는 이 대통령도 참석해서 관심을 보였는데 그것도 지원이 안되나요.
“저는 이해 못합니다. 어떻게 대통령이 하라고 하는데 밑의 과장들이 ‘노’하면 그만이냐는 거죠. 왜 그 사람들이 ‘노’라고 하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들이 과학기술자도 아니고요. 기존의 전기자동차는 큰 배터리를 사용해야 하는데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전기자동차는 조그마한 배터리만으로도 가능하거든요. 기존의 전기자동차를 개발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좋지 않겠죠. 하지만 저는 ‘언제든 좋지 않은 것은 진다’고 확신합니다. 오늘 당장은 이길지 모르지만 말이죠. 긴 안목으로 보면 언제든 효율이 더 높은 기술이 결국 이깁니다.”
기부금 1조원 모금이 목표
―KAIST가 언제쯤 총장님이 몸담았던 MIT를 능가할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10년 안에는 될 겁니다. 가령, 이번에 우리는 해양시스템 학과를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MIT는 해양시스템 학과를 없앴습니다. 옛날부터 배 만드는 것만 가르치니까 학생도 안 오고 그래서 결국 기계과와 합쳤어요. 우리는 해양시스템학과에서 배 만드는 것을 가르치지만, 연구는 모바일 하버를 가지고 합니다. 우리의 모바일 하버 기술은 세계에서 제일 앞서 있습니다. 어느 분야는 더 해야 하지만 어느 분야는 앞서 있습니다. 10년 정도면 MIT를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기부금은 잘 모아지고 있습니까?
“더 모아야죠. 작년에 700억원 모았습니다. 총 1조원 정도 기부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조원은 곧 될 것 같습니다.”
―기부금 모으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겁니까.
“다 큰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돈 달라고 하는 거 쉽지 않습니다. 고생을 해서 번 돈을 달라는 게 할 짓이에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학교를 운영해야 하니까요.”
―한국인 과학자로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전 과학자가 아니라 기술자입니다. 그리고 노벨상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받을 때 되면 다 받는 거고요. 연구를 잘하고 사회에 공헌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죠. 상을 받겠다고 하는 연구는 의미 없는 겁니다.”
―한국에서도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곧 나오겠죠?
“나올 겁니다. 우리 젊은 교수들 가운데 좋은 교수들 많습니다. 재미있는 것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국제화를 해야 합니다. 남들이 알아줘야지 한국 내에서만 하면 안됩니다. 그런 점에서 국제화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세계에서 연구 잘한다는 사람들끼리 경쟁도 하고 교류도 많이 하고 그래야죠.”
―미국에서 오랫동안 교수생활을 했는데 한국과 미국의 교수 사회 풍토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제가 아는 유명한 교수들은 죽어라 하고 일을 합니다. 이것저것 한눈 팔면 훌륭한 학자가 될 수 없습니다. 죽어라고 일하는 사람이 많아야 학교가 발전합니다. 제가 동료들에게 하는 얘기인데, MIT 교수 중에서 유명한 교수 치고 골프 잘 치는 사람 없습니다. 골프 치는 시간이 아까워서요. 그런데 한국의 교수 가운데는 골프 잘 치는 사람이 많더군요.”
조국에 도움이 됐으면
―상호 협력하는 연구풍토는 어떻습니까.
“제가 이곳에 처음 와서 느낀 것이 교수들 간에 자신의 학문 이야기를 안 한다는 겁니다. 다른 이야기는 다 하는데 학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더군요. 미국에서는 서로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학생들이 배우기에도 좋은 겁니다. 우리가 학계에서 동료와 해야 할 것은 지식을 툭 터놓고 같이 얘기하는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안 나옵니다. 그런데 요새는 젊은 교수들이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KAIST 개혁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것입니까.
“사람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목적을 설명하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렵죠. 노력을 많이 했지만, 교수님들을 다 설득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절반 정도는 예전 시스템이 좋다고 할 겁니다. 궁극적으로 보통 사람이 ‘이것이 좋다, 나쁘다’라고 평가하는 것의 기준은 자기가 피해를 받느냐, 안 받느냐에 따른다고 봅니다.”
―서울사대부고 2학년 재학 중에 이민을 갔는데, 한국으로 돌아올 결심을 할 때 주저하지는 않았습니까.
“보따리를 몽땅 싸가지고 온다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거기서도 할 일이 많았고요. 전에도 몇 번 올 기회가 있었는데 못 왔죠. 애들 문제도 있고, 교육 문제도 있어서요. 이번에는 각오하고 왔는데 잘 온 것 같습니다.”
―조국을 위한 봉사라고 생각하시고 오셨습니까.
“봉사는 너무 거창한 말이고요. 노력은 많이 하는데 조국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KAIST에서 일으킨 개혁 바람은 대학 사회 전체로 번졌다. 2007년에는 교수 15명을 테뉴어(tenure·정년 보장 교수직) 심사에서 탈락시켜 교수 사회 전체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교수직은 철밥통’이라는 대학 사회의 인식을 깨버린 것이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향한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면접 중심 신입생 선발 제도에 이어 이번에는 私(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도 KAIST에 입학할 수 있는 파격적인 입시안을 내놓은 것이다. 서 총장이 지난 3월 5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KAIST 2010년 입시안의 요지는 전국 1000개 일반 고교 학교장으로부터 1명씩 1000명을 추천 받아 이 가운데 입학사정관 조사로 300명을 뽑은 후 교수들 심층면접으로 정원의 16~18%인 150명을 뽑겠다는 것이다.
서 총장은 이날 입시용으로 변질된 수학·과학 경시대회 성적도 2010년 입시부터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다. 학생 선발을 위한 심층면접도 사교육으로 준비할 수 없는 방법으로 치르겠다는 게 서 총장의 생각이다. 사교육으로 점철된 한국 교육계에 메스를 댄 것이다.
효과는 빨랐다. KAIST의 2010년 입시안 발표 후 주요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 사교육 의존도가 높았던 입시전형 개혁에 나서고 있다. KAIST 2010년 입시안 발표 다음날인 3월 6일 오전 서 총장을 만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서 총장은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65년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로 학계에 첫발을 디뎠다. 그후 1970년부터 36년간 MIT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91년부터 학과장을 맡은 그는 10년간 교수의 40% 이상을 타 분야 전공자로 교체하는 등 혁신을 선도해 행정력도 인정받았다. 1988년에는 스웨덴 왕립공학회 외국인 회원으로 뽑히는 등 한국인 중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私교육 받지 않은 학생 선발
 |
| 대덕연구단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新성장동력 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명박 대통령. 대통령 왼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 서 총장이다. |
“옛날부터 했어야죠.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사교육은 큰 문제입니다. 교육시장에 들어가는 돈의 50%가 사교육비라는 것은 큰 문제죠.”
―사교육이 싫어서 자녀들을 외국으로 일찍 유학을 보내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제가 호주의 퀸즐랜드 대학에 갔는데 그 대학이 있는 도시는 비교적 작은 도시입니다. 그런데 그 도시에 유학을 온 한국 학생의 수가 카이스트 재학생 수와 같은 7000명이라는 거예요. 퀸즐랜드 대학은 학생의 20%가 외국 학생인데 그걸로 학교 수지를 맞추는 모양입니다. 외국 학생들 중 한국 학생이 제일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유학을 갔겠지만 한국에서 그런 돈을 잘 쓰면 교육환경이 향상될 텐데 말이죠. 이런 것을 고치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닙니다.”
―사교육을 없애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한국은 모든 걸 시험으로 결정짓는 조직체가 돼 있어요. 왜 조선시대에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때 시험이 과거라면 지금은 행정고시 같은 거죠. 대학교 졸업반일 때 고시에 붙는 사람이 많다고 그래요. 대학 다니면서 고시만 준비한 거죠. 고시 말고도 여러 가지 배울 게 많음에도 그래요. 앞으로 바뀌겠죠. 그래도 시간은 걸릴 겁니다.
현재의 시스템 때문에 덕 보는 사람도 물론 있겠죠. 궁극적으로 교육의 목적에 맞춰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제도나 시스템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따져봐야 합니다. 어제 우리가 말한 입학제도가 최선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10년 후, 20년 후에 세상이 달라지면 또 평가가 달라질 겁니다.”
―어제 발표한 KAIST의 2010년 입시안이 꼭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변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말씀인가요.
“맞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변화가 오지 않으니까요. 각 고등학교에서 학생 하나를 추천하라는 것도 무리일 수 있죠. 학생이 두 배, 세 배 되는 학교는 더 많이 추천해야 하는 게 어떻게 생각하면 맞는 것 같고.”
―학교 간 수준차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런 것까지 고려하면 너무 복잡해집니다. 하여간 1000명을 추천 받아서 그중에서 150명을 추려내는 거니까 많은 사람에게 없던 기회가 생긴다고 볼 수 있죠. 옛날 같으면 생각도 못할 기회를 주는 거죠. 우리는 기회를 주지만 그 다음은 본인이 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기회는 사회에서 똑같이 줘야 하는 겁니다. 처음부터 기회를 주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여간 저는 시골 출신이거나,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것 등에 상관없이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별 데이터베이스 구축해 평가
―학교장 추천에 情實(정실)이 개입할 소지도 있잖습니까.
“세상 일은 장담 못합니다만 ‘한 번 속아도 두 번은 안 속는다’고 생각합니다. 교장선생님이 정말로 좋은 학생을 추천하지 않고 다른 이유로 추천한다면 우리 학교에 있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앞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우리는 현재도 어떤 과학고에서 온 학생이 성적이 좋고, 어떤 학교 출신이 공부를 안 하는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데이터베이스가 있으면 결정하기가 더 쉬운 거죠.”
―과학고 등 특목고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는 있어도 일반고에 대한 것은 아직 없지 않습니까.
“일반고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도 곧 생길 겁니다. 교장선생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그 학교 전체에 관한 데이터베이스죠. 선생님들에 대해서도 인터뷰를 하니까 그런 것들이 다 기록에 남는 거죠. 그런 분들이 추천을 했는데 입학해서 카이스트 수준을 못 따라간다면 다음에는 그 학교에서는 더 이상 추천을 못 받는 거죠. 그러나 일단 입학하면 제대로 공부시켜서 졸업시킬 겁니다.”
―“수학이나 과학 경시대회 수상경력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사실 그런 제도가 있음으로 해서 학생들에게 자극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보는데요.
“한국에서 과학고 교육 수준은 높습니다. 그런데 모든 시스템은 계속 같은 것만 밀고 나가면 언젠가 나쁜 데로 갑니다. 모든 시스템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이 단계에서 어떻게 하면 더 괜찮아질 것인지 보며, 갱신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하려는 입시제도도 언젠가는 갱신해야겠죠. 또 나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KAIST 총장으로서 원하는 인재상은 어떤 겁니까.
“사람들은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을 학교에서 모두 배운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지식은 계속 나오고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결국 교육이란 문제가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겁니다. 어떻게 학교 다닐 때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모르는 것은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목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서 총장의 말이다.
“우리 카이스트는 과학기술에서 제일 좋은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제일 좋은 사람이 제일 앞장서서 끌고 가면 뒤에서 따라오게 마련이죠. 우리는 그런 사람을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주입식 교육을 시키고, 선생님들이 하라는 대로 잘하는 사람은 두 번째로 서면 잘 따라 가는데 앞에는 서지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도자급은 될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도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문제를 제시하고 방향을 정해 주면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한국 교육 시스템에서는 제일 앞에 서서 문제를 파악하고 방향을 정해 주는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카이스트는 그런 사람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디자인은 필수 과목
 |
|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국가과학기술위원 위촉장을 받고 있는 서 총장. |
“그렇죠. 일반적으로 그런 사람은 수가 적습니다. 따라가는 사람은 많지만 말이죠. 카이스트에는 좋은 학생이 오고, 학교 시설도 좋고, 교수도 훌륭하기 때문에 창의적 리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교수를 채용할 때 이력서만 보면 금방 ‘이 사람 써야겠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습니다.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경력을 가진 사람이죠. 그런데 인터뷰를 해 보면 그 가운데는 ‘안되겠다’ 하는 사람도 나옵니다. 선생님이 시킨 것을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인 겁니다. 좋은 교수란 계속해서 창의적으로 지도할 수 있고,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교수를 뜻하는 거죠. 처음엔 그것도 쉽지 않았지만, 점점 그런 교수를 찾는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면접 중심 신입생 선발에서 단점이나 보완점이 발견된 것은 없습니까.
“첫째는 사흘 동안 세 명의 교수가 학생을 하루에 열네 시간 동안 봅니다. 한 40명, 50명을 보니까는 마지막 날 오후쯤 되면 굉장히 고단하답니다. 학생들의 수준이 워낙 좋으니까 결정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계선에 있습니다. 꼭 붙어야 할 사람 하고 꼭 떨어져야 할 사람은 분명한데, 나머지 중간은 판단하기 어렵다는 거죠. 중간 지대에 있는 사람은 이렇게 보면 좋고, 어떻게 보면 안 좋습니다. 불운하게 떨어질 수도 있겠죠. 이것은 아무리 시험을 달리 보더라도 해결책이 없습니다. 시험 점수를 매기다 보면, 제일 위에 쌓여 있는 시험지가 손해를 봅니다. 채점할 때는 채점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르쳤으니까 기대가 큽니다. 그러니까 처음엔 점수를 짜게 줍니다. 중간쯤 가다 보면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하면서 점수를 후하게 줍니다.”
―총장님도 그런 경험을 갖고 계십니까?
“그럼요.”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교수생활을 했는데 한국의 시험제도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문제를 어렵게 낼수록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학생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보려고 문제를 냈으니까요. 한국의 시험은 무리하게 정답을 찾도록 합니다. 학생들에게 항상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죠.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에 간다고 했을 때, 정답이 하나가 아닙니다. 기차로 가는 게 좋은지, 자동차로 가는 게 좋은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꼭 기차만 타고 가는 게 정답이 아닙니다.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KAIST는 1학년 학생들에게 디자인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디자인 과목은 문제 정하는 것도 다양하고 푸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그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좋은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것을 학생들 스스로 정하도록 하는 것을 가르치는 거죠. 아마 전 세계에서 1학년 학생에게 디자인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는 학교는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
국토 개조도 디자인이다
 |
| 행사 참석차 서울 출장이 잦은 서 총장에게 승용차는 또 다른 집무실이다. |
“예를 들어 제가 카이스트에 와서 여러 가지 개혁을 한 것이 디자인이에요. 제가 카이스트에 왔을 때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과학기술대학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9개가 나옵니다. 그 9개를 하기 위해서 또 방법을 정하죠. 그리고 동료들에게 책임을 나눠주고, 그 사람이 그 책임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보는 거죠. 내가 보는 것은 그 사람이 책임수행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또 그것을 맡은 사람은 자신의 목적에 맞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러면 전체 시스템이 나오지 않습니까. 신문도 마찬가지겠죠. 신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방법으로 누가 책임을 지느냐 정하는 것, 그것이 ‘시스템 디자인’이죠.”
―국가 개조사업 같은 것도 디자인으로 볼 수 있는 거군요.
“나라가 잘되려면 디자인이 잘돼야죠. 대통령도 디자인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며칠 전에 ICU(한국정보통신대학)와 KAIST의 통합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효과는 어떤 겁니까.
“두 학교 통합의 장점은 첫째로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어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모)가 된다는 것입니다. 규모가 어느 정도 돼야 경쟁할 수 있습니다. IT 계통의 학문을 예로 들면 우리가 경쟁하려고 하는 외국의 대학은 교수가 200명이 넘습니다. 우리 카이스트에는 교수가 90명 정도 있고 ICU에는 46명이 있어요. 둘이 합치면 150명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50명은 더 있어야 해요. 세계적으로 경쟁하려면 크리티컬 매스가 필요합니다. 가령 MIT 같은 경우는 생물과에 100명의 교수진이 있지만 우리는 스물 몇 명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옆에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게 같이 연구하자고 하니,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그랬습니다.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어요.”
학과장 중심 체제
 |
| 총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들에게 그동안의 성과와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서 총장. |
“처음에는 세 개의 조건을 제시했죠. ‘합치자, 같이 연구하자, 개인적으로 교류하자’였습니다. 그런데 여태까지는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안됐단 말이죠. 대덕단지에는 다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작은 연구소만 잔뜩 있어서 크리티컬 매스가 잘 안돼 있습니다. 또 대덕단지는 너무 전문화돼 있어서 한 분야 사람들끼리만 모여 있습니다. 한 분야의 사람들끼리만 모여 있으면 새롭고 큰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듭니다.
저는 수학자도 아니고 물리학자도 아니지만, 모든 분야에서 같은 것만 하는 사람들끼리 앉아 있으면 큰 아이디어가 안 나옵니다. 생물 하는 사람, 물리 하는 사람, 엔지니어링 하는 사람 다 힘을 합치고 융합을 해야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문화기술대학원도 설립하신 겁니까.
“그렇죠. 의도는 문화에 기술을 집어넣고, 기술에 문화를 집어넣자고 해서 만든 겁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문화에 기술을 넣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기술에 문화를 넣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로 긴장이 있습니다. 이것은 ‘창조적 긴장’이라 굉장히 좋은 겁니다. 그런 긴장이 있어야 새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모든 게 좋게만 보이면 발전이 없는 거죠.”
―그래도 결정은 총장께서 하는 것 아닙니까.
“그 프로세스에 참가는 하지만, 결정은 교수와 해당 과에서 합니다. 제가 전문가도 아니니까요. 저도 아이디어는 냅니다.”
―총장께서 주장하면 대부분 따라오지 않나요?
“저는 제 말에 바로 따라오는 건 좋지 않다고 봐요. 총장 이야기라고 다 따라하면 학교 일이 됩니까. 내 얘기는 참고로 듣고, 자기들이 생각을 해서 실행해야죠. 우리는 학과 중심으로 학교 운영을 합니다. 학과장이 정말 보스입니다. 이런 학과장 시스템을 도입하니까 어떤 사람은 30대인데도 테뉴어가 있고 어떤 사람은 50대인데도 테뉴어가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테뉴어 심사 때 교수 사회에서 불만이 상당히 많았죠?
“항상 있었죠. 그래도 테뉴어를 통과하면 이것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떨어진 사람은 제일 나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죠.”
―이번 KAIST 졸업식 때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했는데 두 분은 私的(사적)인 인연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대전에 오셨을 때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 과학투자와 관련해서 제가 대표로 얘기를 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해 저는 얘기를 못했습니다. 너무 압력이 많아서요. 당장 카이스트 예산이 왔다 갔다 할 때라 제 대신 부총장이 나갔습니다. 사실 대통령을 잘 모르고 국가과학위원회 통해서 몇 번 만났습니다. 얘기를 해 보면 그분 생각과 제 생각에 별 차이 없습니다. 전기자동차 만들고, 모바일 하버(mobile harbor·이동식 항구) 만드는 이야기 하면 금방 통하는데, 이 이야기를 정부 부처에 들어가서 하면 통하지 않습니다.”
모바일 하버와 온라인 전기자동차 개발
 |
| 2006년 7월 13일 열린 KAIST 총장 이·취임식장에서 서 총장이 건넨 조크에 러플린 전 총장(오른쪽)이 파안대소하고 있다. |
“지식경제부에서 부탁이 와서 맡았습니다. 일종의 퍼블릭 서비스(public service)인데 그걸 맡으면서 새로운 사람을 많이 사귀게 됐습니다.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가 거기 공헌을 한지는 모르겠지만 덕은 본 것 같아요.”
―21개의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에 KAIST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중요한 게 원천기술 개발입니다. 우리의 기술을 해외에 팔 수 있는 원천기술을 카이스트 같은 데서 개발해야 합니다. 모바일 하버니 온라인 전기자동차 같은 것을 우리가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바일 하버는 서 총장이 KAIST에 취임하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개념 기술이다. 기존의 선박과 항만의 관계를 뒤바꾼 역발상 항구로, 바닷물에 뜨는 항구가 대형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으로 이동, 컨테이너선이 항구까지 들어오지 않고도 신속하게 하역한 후 떠나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모바일 하버는 정부 지원을 받는 겁니까.
“지금 그걸 받으려는 중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밀어 주는 사람도 있고, 죽어라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왜 반대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온라인 전기자동차 개발에도 성공했는데요.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기름 문제도 해결하고 공해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상용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서울 같은 곳에서 사용하기에 아주 편리한 자동차인데 왜 반대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온라인 전기자동차 시승식에는 이 대통령도 참석해서 관심을 보였는데 그것도 지원이 안되나요.
“저는 이해 못합니다. 어떻게 대통령이 하라고 하는데 밑의 과장들이 ‘노’하면 그만이냐는 거죠. 왜 그 사람들이 ‘노’라고 하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들이 과학기술자도 아니고요. 기존의 전기자동차는 큰 배터리를 사용해야 하는데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전기자동차는 조그마한 배터리만으로도 가능하거든요. 기존의 전기자동차를 개발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좋지 않겠죠. 하지만 저는 ‘언제든 좋지 않은 것은 진다’고 확신합니다. 오늘 당장은 이길지 모르지만 말이죠. 긴 안목으로 보면 언제든 효율이 더 높은 기술이 결국 이깁니다.”
기부금 1조원 모금이 목표
―KAIST가 언제쯤 총장님이 몸담았던 MIT를 능가할 수 있을까요?“제가 보기에는 10년 안에는 될 겁니다. 가령, 이번에 우리는 해양시스템 학과를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MIT는 해양시스템 학과를 없앴습니다. 옛날부터 배 만드는 것만 가르치니까 학생도 안 오고 그래서 결국 기계과와 합쳤어요. 우리는 해양시스템학과에서 배 만드는 것을 가르치지만, 연구는 모바일 하버를 가지고 합니다. 우리의 모바일 하버 기술은 세계에서 제일 앞서 있습니다. 어느 분야는 더 해야 하지만 어느 분야는 앞서 있습니다. 10년 정도면 MIT를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기부금은 잘 모아지고 있습니까?
“더 모아야죠. 작년에 700억원 모았습니다. 총 1조원 정도 기부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조원은 곧 될 것 같습니다.”
―기부금 모으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겁니까.
“다 큰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돈 달라고 하는 거 쉽지 않습니다. 고생을 해서 번 돈을 달라는 게 할 짓이에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학교를 운영해야 하니까요.”
―한국인 과학자로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전 과학자가 아니라 기술자입니다. 그리고 노벨상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받을 때 되면 다 받는 거고요. 연구를 잘하고 사회에 공헌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죠. 상을 받겠다고 하는 연구는 의미 없는 겁니다.”
―한국에서도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곧 나오겠죠?
“나올 겁니다. 우리 젊은 교수들 가운데 좋은 교수들 많습니다. 재미있는 것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국제화를 해야 합니다. 남들이 알아줘야지 한국 내에서만 하면 안됩니다. 그런 점에서 국제화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세계에서 연구 잘한다는 사람들끼리 경쟁도 하고 교류도 많이 하고 그래야죠.”
―미국에서 오랫동안 교수생활을 했는데 한국과 미국의 교수 사회 풍토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제가 아는 유명한 교수들은 죽어라 하고 일을 합니다. 이것저것 한눈 팔면 훌륭한 학자가 될 수 없습니다. 죽어라고 일하는 사람이 많아야 학교가 발전합니다. 제가 동료들에게 하는 얘기인데, MIT 교수 중에서 유명한 교수 치고 골프 잘 치는 사람 없습니다. 골프 치는 시간이 아까워서요. 그런데 한국의 교수 가운데는 골프 잘 치는 사람이 많더군요.”
조국에 도움이 됐으면
―상호 협력하는 연구풍토는 어떻습니까.
“제가 이곳에 처음 와서 느낀 것이 교수들 간에 자신의 학문 이야기를 안 한다는 겁니다. 다른 이야기는 다 하는데 학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더군요. 미국에서는 서로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학생들이 배우기에도 좋은 겁니다. 우리가 학계에서 동료와 해야 할 것은 지식을 툭 터놓고 같이 얘기하는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안 나옵니다. 그런데 요새는 젊은 교수들이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KAIST 개혁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것입니까.
“사람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목적을 설명하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렵죠. 노력을 많이 했지만, 교수님들을 다 설득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절반 정도는 예전 시스템이 좋다고 할 겁니다. 궁극적으로 보통 사람이 ‘이것이 좋다, 나쁘다’라고 평가하는 것의 기준은 자기가 피해를 받느냐, 안 받느냐에 따른다고 봅니다.”
―서울사대부고 2학년 재학 중에 이민을 갔는데, 한국으로 돌아올 결심을 할 때 주저하지는 않았습니까.
“보따리를 몽땅 싸가지고 온다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거기서도 할 일이 많았고요. 전에도 몇 번 올 기회가 있었는데 못 왔죠. 애들 문제도 있고, 교육 문제도 있어서요. 이번에는 각오하고 왔는데 잘 온 것 같습니다.”
―조국을 위한 봉사라고 생각하시고 오셨습니까.
“봉사는 너무 거창한 말이고요. 노력은 많이 하는데 조국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