李永熙 노동부 장관의 격정 토로 : 월간조선

李永熙(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노동법 전문가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에는 韓日(한일)회담 반대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가 제적당하기도 했다. 노동계와 경제계에서 그의 보폭은 넓다. 한국노총의 자문위원으로 일을 했는가 하면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의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학계(인하대 법정대 교수)에 있으면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상임집행위원장을 맡는 등 시민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1995년에는 한나라당의 정책 개발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된 여의도연구소의 초대 소장을 맡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사회활동을 해 온 것이다.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업문제 해결, 소위 ‘춘투’를 앞두고 바삐 서둘러야 할 勞使(노사) 대화합의 실현, 비정규직법 개정 등 이 장관 앞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정부과천청사 노동부 장관실에서 이 장관을 만났다. 흰 와이셔츠에 붉은색 계통의 넥타이가 강렬하게 들어왔다.

―李明博(이명박) 대통령이 농림수산식품부에겐 넥타이 매지 말고 양복도 입지 말라고 했는데 노동부 장관에게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봅니다.

“노동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성격이 다르니까요. 현장에 나갈 때는 작업복을 입든지 해야겠죠.”

―최근에 이 장관께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 너무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것으로 보도가 됐는데요.

勞使의 가교 역할

“제가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닌데, 다소 와전된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에서 비정규직법을 의원입법으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루기로 했는데 전혀 논의가 안되고, 또 당론이 완전히 모아지지 못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시급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는데 이야기가 와전된 것 같습니다.”

―한국노총 자문위원도 하셨고,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문위원도 하셨습니다. 노사문제와 관련 서로 상반되는 목소리를 내는 곳의 자문위원을 한 셈인데요.

“제가 한국노총 자문위원을 할 때는 노동계가 더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고, 노동조합 활동을 도와준다는 뜻에서 제가 자문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1987년 이후에는 노사관계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굉장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한국경영자협회에서 제게 자문위원을 의뢰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때부터는 안정적으로 노사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勞(노)든 使(사)든 그런 방향으로 가도록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점에서 경총 자문위원 제의를 수락했습니다. 크게 본다면 1980년대 노사관계 변화 속에 저의 생각도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저는 일관된 이야기를 양쪽에 했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노사 가교역할을 하셨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3년에 학술지 <법과 사회>에 기고한 글에서 “노동현장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는데요. 지금도 그런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까.

“노사관계는 노사 간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입니다. 선진국과 같은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가급적 정부는 개입을 하지 않고 노사 당사자 간에 해결해야 합니다. 물론 노사 양측이 조정을 의뢰한다고 할 때 그것까지 안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해결의 주체는 노사 당사자라는 것입니다.”

―노조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습니까.

“노동조합 자체는 정치를 지향하는 단체가 아니죠. 정치적 이념과 무관한 하나의 경제적 단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활동을 할 수는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속 조합원들의 정치적 자유입니다. 조합원도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가지고 있는데,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거나 무시하는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노조의 정치활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입니까.

“아니죠. 정치자금법, 선거법 등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맞습니다. 노동조합에서 일방적으로 결의를 해서 특정 정당에 지원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긴 흐름으로 볼 때 노동조합이 정치활동을 하다 보면 정치단체로부터 영향을 받기 쉽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독자성입니다. 독자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정치와 거리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정치적인 문제로 갈라진 노동계가 하나로 통일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9년 2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에서 열린 ‘제2차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노·사·정과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학계 대표자들이 합의문을 발표했다. 앞줄 왼쪽부터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김대모 노사정위원장, 이수영 한국경총 회장. 이영희 노동부 장관.

노동법의 원칙으로 돌아가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2009년 1월 19일 오전 과천 노동부 브리핑실에서 ‘일자리 지키기 추가 대책’을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관 취임 1년 됐는데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굳이 말한다면 언론과의 관계가 제일 어렵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이 그대 로 전달이 안되고 곡해되거나 또는 왜곡되는 경우가 없지 않아 노동계로부터 오해를 받게 되는 일도 있었는데, 그런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할 수 있죠.”

―이명박 대통령과는 어떤 인연이 있습니까.

“특별한 인연은 없습니다. 제가 선진국민연대 공동선임의장을 할 때 대통령을 만나게 됐습니다. 노동부 장관에 내정됐을 때는 속으로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사전에 귀띔조차 없었고, 대통령과는 노동문제를 가지고 충분하고 진실한 대화를 깊이 나눠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이 대통령도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있고 장관께서도 취임 초기부터 법질서의 확립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노동현장에서 시급히 확립돼야 할 법질서는 어떤 겁니까.

“어떤 사회든 내부적인 질서가 제대로 존재해야 합니다. 노사관계에서는 경영권이 존중되고 노동권이 존중되는 것이 질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두 가지가 다소 조화되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이 있겠죠. 그점이 어려우나 근본적으로는 재산권과 노동권의 조화가 돼야 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노동법은 근로자를 보호하고 근로자의 노동권을 존중하게 하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 노동법이 말하는 원칙. 이것이 노사관계에서 지켜져야 합니다. 그것이 노사관계에 있어서 법질서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경제위기 때문에 올해는 과거와 같은 극렬하고 파괴적인 노사 대립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지난해 노사분규는 2007년보다 건수가 줄었습니다. 불합리한 분규의 발생이 줄고 있는 거죠. 어려운 경제상황도 분규 발생이 적어진 원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의 경우 임금인상을 위한 투쟁은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고용유지 차원에서 임금을 양보하는 양보교섭 패턴이 지배적일 수 있습니다. 올해는 분규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변수도 있습니다. 현재는 기업이 경제적인 위기 속에서도 고용을 유지하는 데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이 일어날 기업이 있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에 해고라든가 하는 문제들로 심각한 분규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봅니다.”

無노동 무임금 원칙 지켜져야

―無(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올해는 지켜질 것으로 보십니까.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은 아까 말씀드린 법질서에 당연히 전제되는 것입니다. 이제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무슨 장려금이다 뭐다 해서 사실상 임금을 보전해주었는데, 이 문제는 앞으로도 잘 확립되어 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어기는 기업에 대한 제재수단은 있습니까.

“형사적 제재를 가한다든가 하는 것은 없습니다. 기업이 스스로 경영권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일부 기업이 노사 간에 지켜야 할 원칙을 포기하고 잠깐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다 보니 다른 기업에도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지난 2월 23일 勞使民政(노사민정) 대타협이 이뤄졌는데 金大中(김대중) 정부 시절의 노사정 대타협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이번 노사민정 대타협은 정부가 주도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노동단체와 경영단체가 자발적으로 주도해서 시작했다는 점에 차이가 있죠. 또 다른 차이라면 과거엔 민노총이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민노총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한국노총만 참여를 했습니다. 또 과거에는 시민단체나 종교단체가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시민단체 등 ‘民(민)’이 참여했다는데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민노총을 노사민정 대타협에 참여시킬 복안은 있습니까.

“민노총이 참여하면 좋겠죠. 그런데 그동안 민노총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새 정부를 적대시하는 입장을 가져왔습니다. 새 정부를 친기업적이라고 매도하고 그렇게 단정해 버렸죠. 그런 상황에서는 대화가 될 수 없죠. 민노총은 정부가 대화를 안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달라요. 대화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를 적대적 관계로 두면서 어떤 대화가 되겠습니까. 자세변화를 촉구하고 기대하고 있는데 민노총이 그렇게 된다면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민노총의 자세가 변하지 않는다면 노사민정 대타협에 민노총을 끌어들일 생각이 없는 겁니까.

“노사민정 대타협은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겁니다. 억지로 참여시켜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민노총 본부는 정부에 대해 대립적이고 부정적인 자세지만 제가 현장을 가보면 분위기가 다릅니다. 민노총 사업장 현장에서 위기극복에 동참하려는 자세를 제가 많이 목격했습니다. 실제로 민노총의 지도부와, 현장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제3의 노동운동

―민노총 사업장 가운데서도 강성으로 알려졌던 인천지하철노조와 서울메트로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노총도 자체 개혁 토론을 여는 등 위기감을 갖는 상황에서 지금과는 다른 제3의 길을 가는 노동운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장관께서는 노동문제 전문가이기도 한데 현 상황에서 제3 노동운동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노동운동은 역사적인 사회의 흐름 속에서 변모해가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노동조합은 서서히 도태하는 것이고,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노동운동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사실 제가 장관이 된 후 민노총 위원장과 처음 대면했을 때, ‘미래지향적인 노동운동으로 가야 한다. 지금 이렇게 반응하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고 하자 강한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민노총이 노동운동 속에서 자기 위치를 가지려면 변화하지 않고서는 절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가 없을 겁니다. 지금 민노총에서 균열이 일어나는 것은 그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3의 노동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노동운동이 노동자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사회적 요구에, 사회적 필요에 부응하지 못할 때 그런 새로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당연히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노총은 현재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그 구심체 역할을 한다고 보십니까.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은 서로가 서로에게 호의적이지 않아요. 두 조직 다 어느 한쪽으로 정부가 강제로 가입시킨 것도 아니고,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기 조직 속에서 지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양대 노총의 화해가 가능하겠습니까.

“두 개의 노동조합이 서로 대립적인 예는 다른 나라에도 있습니다. 정치적 이념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정치적인 이념대립이 큰 의미가 없다면 통합주의로 나가는 것이죠.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하나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그런 맥락에서 노사정위원회라는 기구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단 노가 전체를 대표해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습니다. 두 목소리가 나와서 서로 대립하면 우리가 어느 쪽과 상대를 해야 합니까. 그러한 점에서 서로 반성해야 할 것이 있으면 반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사정위원회는 지금도 기능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존재합니다. 정책이나 이런 것은 제대로 못하지만, 부문별로, 예를 들면 복수노동조합문제를 노사정위원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고, 비정규직 문제도 그곳에서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의제별 위원회라고 해서 가동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3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티 타임 도중 이영희 노동부 장관, 김경한 법무부 장관 등과 기아차와 알리안츠 등 노동계의 현안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얼마 전 한 조간신문에 실업급여를 수령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실업자들의 모습이 실려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저도 그 사진을 보면서 “언젠가는 내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하기도 했는데 실업 대책은 잘 진행되고 있는 겁니까.

“실업자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저희들의 예상숫자를 크게 넘어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실업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 왔습니다.”

―지난 2월 초 실업급여 확충 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 인식이 너무 낙관적이었다. 죄송하다”는 발언을 했는데요.

“제가 ‘죄송하다’고 한 것은 정부가 경제예측을 못했다던가 인식이 낙관적이었다고 해서 죄송하다고 한 것은 아니에요. 취업센터에 방문하는 분들을 장시간 대기하게 하고 상담도 제대로 해드리지 못한 우리 노동부의 행정에 대해 국민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 등으로 본격적인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일거리 찾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각 부처에서 인턴 채용 등 사회적 일자리를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가 하는 SOC 사업이라든가, 녹색뉴딜이라든가, 이런 사업들은 본격적인 추진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상당 부분 일자리가 창출돼야 할 텐데 아무래도 좀 더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런 사업들이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수립에서부터 업체선정 과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측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행정인턴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행정인턴제에 대해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 인턴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 것 잘 압니다. 사실 인턴이라고 하는 것은 임시적인 것이거든요. 영원히 인턴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일자리 창출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하는 것이죠. 그런데 기업이 일자리창출을 해주지 못하니까 우선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라도 임시로 일할 수 있는 행정인턴제를 만든 겁니다. 그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초기라 불만들이 있겠지만 행정인턴들은 ‘내가 좋은 직장세계를 경험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적 기업

2008년 3월 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노동부 회의실에서 이영희 노동부장관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만남을 가졌다. 이 만남에서 양측은 노동 현안에 대한 뚜렷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대기업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는데, 사회적 기업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사회적 기업은 학술적으로 ‘이것이다’라는 권위적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진, 공익을 창출하는 기업입니다. 단순한 이윤창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예를 들어 한 회사가 도우미를 두어서 간병서비스를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을 해서 이윤이 크게 창출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 자체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도움을 주죠.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은 외형적으로 보면 기업과 같은 형태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추구하는 바가 보다 더 공익,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기업과 다르다고 봅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 자체가 시장경제와는 맞지 않는 것 아닙니까.

“시장경제와 모순된다고 할 수는 없고요. 사회적 기업은 시장원리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간이 꺼리는 부분에 참여하기 때문에 보완적 관계라고 말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에서는 어떤 기업이 사회적 기업입니까.

“정부가 사회적 기업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정부의 인정을 받으면 稅制(세제) 등 혜택이 따릅니다. 현재 노동부에서 인정하고 있는 곳이 218개입니다. 2012년까지 1000개 정도를 인정하려고 합니다. 현재 218개의 사회적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8600명입니다. 포스코 같은 경우에는 포스위드라는 자회사형 사회적 기업이 있습니다. 장애인을 고용해 작업복을 세탁하는 일을 합니다. SK는 행복도시락이라는 도시락 회사를 만들어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도시락을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의 경우 다솜이재단을 만들어 간병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사회적 기업입니다. 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자생적으로 하는 조그마한 사회적 기업도 많습니다.”

비정규직법 우리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2008년 3월 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방문, 장석춘 위원장과 함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비정규직 보호법과 관련, “다른 나라의 노동법과 비교해 최첨단의 보호 수준이지만 그 정도의 법을 갖추기에는 경제력이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왜 개정해야 하는 겁니까.

“우리 비정규직법은 기간제 고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2년 이내에서만 고용하게 돼 있는데 2년을 초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돼 있어요. 비정규직이 지금 545만명입니다. 그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가 236만명입니다. 이분들은 1년짜리 계약이 많아요. 기간제 근로자를 작년 8월에 조사를 했을 때는 260만명 정도 됐었는데 그 가운데 2년이 이미 지난 사람이 97만명이나 됐습니다. 그분들이 그대로 있다면 올해에는 3년이 되는 사람들이고. 그때 1년이 지난 사람까지 합치면 2년이 다 돼가는 기간제 근로자가 140만명 정도에 이르게 될 겁니다. 이들과 계약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올 7월 이전에 그분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내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법이 7월 이전에 개정돼야 합니다.”

―왜 하필 7월입니까.

“올 7월부터 비정규직법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게 돼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린 이때에 기업으로서도 이분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게 되면 법 규정상 기간제 근로자들을 내보내야만 합니다. 법 규정을 그렇게 해놓으면 정규직으로 쓰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 것 같은데, 현실에 맞지 않은 기대를 한 것이에요. 어떻게 보면 이전에는 비정규직 신고를 해서 3년이든 5년이든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2년으로 규제해놓으니 해고를 당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곳이 주로 중소기업입니다. 종업원 300명 이하 기업에 기간제 근로자 94%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100명 이하 기업이 87%입니다. 중소기업에서는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왜 2년에서 4년으로 개정돼야 하는 겁니까.

“우리가 4년으로 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평균 고용률을 조사해보니까 5년 이상 한 회사에 있지를 않습니다. 정규직으로 전환할 확률이 4년4개월 됐을 때 60%가 넘었습니다. 4년 정도 일했을 때 그 근로자는 상당한 숙련공이 돼버립니다. 4년 정도 됐으면 기업에서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되는 충분한 기간이에요. 기업으로 하여금 정규직 전환을 하게 하는데 오히려 더욱 합리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부 단체에서 전교조 교사의 담임을 거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동문제 전문가로서 볼 때 그런 행위는 합법적인 것입니까, 불법적인 것입니까.

“합법과 불법을 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교육 받을 권리가 있고 교육을 잘 받을, 선택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학교도 선택하고 선생도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 대학에서도 학생들 스스로 듣고 싶은 강의를 듣잖아요. 선택권이라는 차원에서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교육을 전적으로 그렇게만 볼 수는 없겠죠. 그런 행위를 합법, 불법으로 재단할 차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다른 교육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 생각합니다.”⊙

사진 : 이오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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李永熙 노동부 장관의 격정 토로

“민노총, 지금처럼 하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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