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까지 인원 20.3% 감축. 조직, 사람, 시스템, 서비스 현장, 재정과 기술 등 5개 분야에
걸쳐 총 78개의 혁신프로그램 추진.
⊙ 혁신 후 病暇 80% 줄고 대체근로 27분의 1로 줄어.
金相敦
⊙ 1950년 충남 천안 출생.
⊙ 천안공고, 한양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 행정고시 22회. 서울시 시정기획관, 서울시 보건복지국장·서울시 교통국장 역임.
걸쳐 총 78개의 혁신프로그램 추진.
⊙ 혁신 후 病暇 80% 줄고 대체근로 27분의 1로 줄어.
金相敦
⊙ 1950년 충남 천안 출생.
⊙ 천안공고, 한양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 행정고시 22회. 서울시 시정기획관, 서울시 보건복지국장·서울시 교통국장 역임.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제4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인력감축을 통한 경영효율화다.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같은 달 2일 국무회의에서 농촌공사의 인력 15% 감축 방안을 공기업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로 언급한 뒤 나온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선진화 계획은 우선 69개 공공기관에서 인력을 10% 이상 감축, 향후 3~4년 동안 1만9000명을 축소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계획 발표 후 성공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 발표 전부터 공기업 개혁에 착수해 성공한 공기업이 있다. 서울지하철공사의 後身(후신)인 서울메트로(金相敦 사장)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지하철공사는 한때 ‘파업철’로 불릴 정도로 강성노조가 드셌던 곳이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부터 조직, 사람, 시스템, 서비스 현장, 재정과 기술 등 5개 분야에 걸쳐 총 78개의 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2010년까지 전체 인원의 20.3%를 감축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당시 서울메트로의 인력은 1만284명이었다. 金相敦(김상돈) 사장은 강성 노조로 유명했던 서울메트로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고 지난해에만 11%의 인력을 감축했지만 노조의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2007년 1월 부임한 김 사장은 천안공고를 졸업하던 해에 부친이 사망하자 세 명의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었다.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韓電(한전)에 입사, 엔지니어로 10년을 근무했다. 고교를 졸업한 지 6년 만인 1975년, 대학에 입학했다. 직장은 야간 근무를 택하고 대학은 주간을 다녔으니 夜耕晝讀(야경주독)한 셈이다. 고교 때는 교과서나 교복을 한 번도 새것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김 사장은 그 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교통기획관 등 교통 관련 국장을 5차례 지낸 교통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인터뷰를 하면서 수치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그는 전자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소수점 이하의 숫자까지 답변했다.
서비스만족도 최하위 공기업
―교통전문가라고 하지만 서울시에서 근무하다 사장으로 부임하셨는데 노조가 낙하산이라고 반대하지 않았나요.
“당연히 반대했죠. 노조가 사흘 동안 비서실 등을 점거해서 아예 출근을 못했습니다. 노조에서는 제가 지하철 사정을 좀 많이 아는 낙하산이라 겁이 나서 그랬을 겁니다. 제가 사무관 때는 지하철공사를 직접 지도 감독하는 직책을 맡아 서울메트로의 예산심의 승인업무, 차관도입과 관리업무, 국고와 서울시 예산 지원업무 등을 담당했습니다. 1984년에는 당시 1호선을 운영하던 지하철 운영사업소와 2호선 건설본부, 그리고 공사 등 3개 기관을 통합하는 작업도 직접 했고요. 지하철공사의 중장기 재정대책도 직접 수립했거든요. 시정기획관으로 있던 2000년에 지하철 부채관리 종합대책도 직접 만들었고, 공사의 비상임이사도 1년 반이나 했고, 교통국장 때는 직접 공사를 지도·감독하고 비상임 이사도 했고 해서 공사 업무는 물론 웬만한 간부도 잘알고 있었습니다.”
―서울메트로 노조는 그동안 ‘강성노조’로 알려져 있었고, 매년 노사분규가 일어났는데 노조의 강력한 저항을 예상하면서도 혁신에 착수한 동기나 배경은 무엇입니까.
“서울시가 세계10대 도시경쟁력을 갖춘 국제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관건 중의 하나가 교통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일입니다. 서울지하철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시민이 막대한 세금을 부담하여 건설한 것입니다. 지금도 엄청난 부채와 운영적자를 시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어요. 그런데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고 비능률로 인한 부담까지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어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사장이 비능률의 구체적 예로 든 게 운영인력 문제다. 서울메트로의 운영인력은 영업연장 km당 76.2명이었는데, 이는 외국 지하철의 1.5~3.7배나 되고 국내의 다른 도시 지하철에 비해서도 1.4~2배나 많은 수치라고 한다. 역당 근무인원도 동종업종에 비해 1.3~1.8배에 달했다고 한다.
또 조직이나 일하는 방식, 업무 프로세스도 효율과는 거리가 멀어 승무 분야의 경우 病暇(병가) 사용이 도시철도공사의 1.6배, 인천지하철의 4.4배나 되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한다. 서비스 수준에서도 서울메트로는 매년 각급 조사기관이 실시하는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예외 없이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파업 예고시한 50분 남기고 타결
―2008년 초부터 본격적인 혁신을 선언했을 때 노조는 어떤 입장이었습니까.
“노조에 노사공동추진협의체 구성을 요청했는데, 노조는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혁신 프로그램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저는 지난해 5월 중순까지 총 68차례나 노조에 ‘성실하게 협의에 응하라’고 요청했습니다.”
―노조가 응하던가요.
“초기에는 일체 협의에 불응하다 5월 중순 이후부터 9차례 협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혁신을 하려면 기본 구상부터 협의하자고 물리적, 법적 투쟁을 벌이다 결국 작년 9월 26일자로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시 언론은 서울메트로 노조의 파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노조는 11월 20일 오전 4시를 파업 예고시한으로 정해 놓았다. 이 파업이 강행되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최초의 ‘합법적인 공공부문 파업’이 되는 셈이었다. 다행히 파업 예고시한 50분을 남기고 노사가 극적으로 타결,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노사합의에서 혁신 프로그램 백지화를 주장하던 노조는 그 당시까지 使側(사측)이 진행한 35개 혁신 프로그램을 존중하고, 앞으로 추진할 프로그램 중 필요한 사항에 대해 노사협의를 한다는데 합의했다. 김 사장은 이 협약을 맺으면서 “경영권은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지켜냈다.
―당시 노조의 투쟁이 예년보다 더 극렬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대단했습니다. 새 노조집행부가 출범한 것이 지난해 3월 18일인데 3월 25일부터 집단적 물리력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4월 21일부터는 25일간 사장 출근저지 투쟁이 계속돼 경찰기동대가 길을 열어줘야 겨우 출근할 수 있었어요. 제가 폭행도 당해 2주간 팔에 깁스도 했고요. 노조가 4월 중순부터 7월 말경까지 본사와 시청역 등에 텐트를 치고 점거 농성을 하고 사무실에 난입해 집기도 들어냈어요.
또 사측을 상대로 고소·고발·소송·진정·구제신청 등도 47건이나 제기해서 지금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벌써 3건이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2건은 기각, 1건은 각하 처분을 받았는데, 앞으로 또 어떤 처분을 받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것들이 서울메트로가 다시 태어나기 위한 진통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성 CEO의 등장
―2010년까지 정원의 20.3%로 줄이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셨는데 서울메트로에서 그것이 가능합니까.
“이미 작년에 전체 직원의 11%인 1134명을 줄였습니다. 방식은 직원을 강제 퇴출시키는 정리해고 방식이 아니라 사람과 업무를 함께 분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이라는 용어는 맞지 않고, 이를테면 구조 개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방식은 직원들에게는 정년 연장과 총액 보수가 늘어나고, 회사는 경비가 절감되는 윈-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올해 새로 들어서는 노조집행부가 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텐데요.
“조만간 새 집행부가 들어서겠지만, 작년 11월 20일 합의 타결한 노사협약에서 이러한 혁신방안에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노력을 해 나가기로 했기 때문에 원만하게 진행되리라 전망합니다.”
―인원 감축 목표를 10%, 20%도 아니고 20.3%라는 소수점 이하 자리까지 정한 이유는 뭡니까.
“혁신 프로그램에 따라 효율적 인원 배치를 했을 때 그 결과로 나오는 수치입니다. 인력조정을 몇 % 하겠다고 미리 정해놓고 한 것은 아니죠. 만약에 그렇게 수치를 미리 정해놓고 인력조정을 한다면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가 20.3%라고 한 것은 우리 기관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경영이 효율화되지 않겠나, 이렇게 판단했던 거죠. 한 예로 작년 5월 조직 통폐합을 할 때 인력을 감축하면서도 안전이나 환경, 기술연구 같은 분야는 오히려 인원을 늘렸어요.”
―지난해 11월 노사협상 타결 후 “서울메트로에는 강성 노조가 사라지고 대신 강성 CEO가 남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김 사장이 외부에 강하게 비쳐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그런 얘기는 지금 처음 듣는데요. 저는 노사관계를 대립 구도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조는 약자이고 회사는 강자라는 인식도 잘못된 것입니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기업은 고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어요. 노사의 상위개념이 고객입니다. 공공부문의 경우는 운영 목적이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 비중이 훨씬 강조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점이 간과되고 노사관계만 강조하다 보니 적당히 타협하는 관행이라든가, 심지어 노조에 끌려다니는 사례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서울메트로도 이제는 고객개념이라든가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과 접근이 달라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조직 내에 큰 변화 일고 있다”
김 사장은 인력감축 외에도 역 유실물센터 운영, 차량기지 구내 운전 등 5개 분야 업무를 조건부 민간위탁(분사)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78개의 혁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척이 되고 있나요.
“작년 말 현재 조직 통폐합, 인사제도 개선 등 40개 프로그램이 완료됐고, 나머지 프로그램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혁신 추진 후 어떤 점이 달라졌습니까.
“승무 분야의 경우 병가가 80%나 줄어들고 역무 분야 대체근로는 27분의 1로 줄어서 다른 지하철보다 훨씬 양호한 수준으로 바뀌었습니다. 조건부 민간위탁 업무의 경우 종전 직영할 때와 비교해 34~47%나 비용이 절감됐고 아웃소싱한 업무도 직영할 때와 비교해 25~75%나 비용을 줄였습니다. 직원들의 創意(창의) 제안 건수도 1만6900건이 넘어 재작년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자발적인 연구모임도 작년 12개에서 144개로 대폭 늘었습니다. 이런 점이 큰 변화죠.”
서울지하철공사가 서울메트로로 회사명을 바꾼 해는 2005년이다. 현재 서울에서 운영 중인 지하철은 1호선부터 8호선까지다. 이 가운데 1~4호선은 서울메트로가, 5~8호선은 도시철도공사가 운영을 맡고 있다. 오는 7월 개통되는 9호선은 민간회사가 운영을 맡게 된다.
현재 서울메트로의 수송인원은 평일 기준으로 450만명, 도시철도공사가 251만명, 철도공사 수도권 전철 구간이 247만명이다. 2007년 기준으로 서울, 부산을 비롯한 우리나라 6대 도시의 연간 총 수송인원은 26억7400만명으로, 그 가운데 서울메트로가 39.7%인 10억6200만명을 수송했다. 수도권 수송인원도 서울메트로의 수송인원이 절반 가까운 47.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국내 최고·최대의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부채다. 김 사장이 취임 후 혁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이유도 부채 때문이다.
―2008년 현재 서울메트로의 운영부채가 1조5700억원에 달하고, 또 매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의 재무구조는 원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건설 당시 건설비의 73.6%를 부채로 충당했습니다. 다른 지하철은 건설부채 비중이 19.1~29.4%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서울메트로 소속 지하철은 건설한 지 24~35년이 지났기 때문에 본격적인 재투자 시기가 도래했어요. 驛舍(역사) 냉방화라든가 엘리베이터 같은 편의시설도 건설 당시에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엄청난 재정소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무임수송비용 연간 1300억원
―구조적 요인이기 때문에 해결이 어렵다는 겁니까.
“그렇다고 문제를 그대로 둘 수는 없죠. 우선 비용 측면에서는 경상비의 15%, 투자비의 10% 이상을 의무적으로 절감하고 있고, 운임에만 의존하던 수익체계를 다변화하기 위해 상가개발과 광고수입 증대, 역세권 개발, 차량기지 복합화 사업, 국내외 철도사업 진출 등을 시작했어요. 민자유치 사업도 여러 가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全(전) 세계적으로 철도와 도시철도의 신규 시장 규모는 연간 16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 시장의 절반을 소위 ‘빅 3’라고 하는 독일의 지멘스, 프랑스의 알스톰, 캐나다의 봄바르디에가 점유하고 있고 시장 규모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또 철도와 도시철도는 건설은 물론 유지관리와 운영 등 각 단계에서 계속적으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사업이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혁신 프로그램의 하나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철도사업단과 신사업개발단을 발족시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지하철 건설 분야와 운영 부문의 노하우와 경험을 활용해 국내외 철도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무임수송 비용도 서울메트로의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노인, 장애인 등의 무임수송 비용은 정부로부터 보조 받고 있습니까.
“법령에 의한 무임수송이기 때문에 우리는 정부 보조를 원하지만 아직까지 보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임수송 비용은 연간 얼마나 됩니까.
“연간 1300억원을 넘습니다. 환승 할인에 따른 손실도 연간 약 1100억원에 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조도 서울시에 건의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메트로의 매출액은 9060억원인데, 무임수송과 환승 할인으로 인한 손실이 2400억원에 달하니 회사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고 한다.
―1~4호선은 타 전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설비가 노후화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그동안의 각종 안전사고를 분석해보니까 80% 정도가 人的(인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시설, 장비, 시스템을 매뉴얼화해서 반복점검하고 사례별로 교육을 시키는 등 안전과 관련된 투자는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요. 그 결과 운행 장애 건수가 2006년 13건에서 재작년에는 8건으로 그리고 작년에는 5건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올해는 이것을 제로화하려고 합니다. 또 지하철에서 투신으로 지난해 19명의 생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요. 다행히 올해 안에 117개 모든 驛舍(역사)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하철에서의 투신 소식은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될 겁니다.”
공감대 형성돼야 혁신 가능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본격 추진되면서 혹시 다른 공기업에서 서울메트로를 벤치마킹하러 오는 경우는 없습니까.
“철도공사가 우리 혁신 프로그램을 활용하겠다고 가져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혁신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공감대가 형성되어 조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야만 진정한 혁신이 이루어지는데, 처음에 우리 조직 내에 공감대라든가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힘들었습니다. 혁신 실행 과정에서는 노조나 일반 직원들은 물론 간부들도 일탈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그걸 바로잡아주는 일이 힘들었죠.”
―남은 임기 1년 동안 혁신을 마무리할 자신이 있습니까.
“지난 1년 동안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은 실행했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게다가 시민들의 지지라는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은 100%라고 자신합니다.”
강성으로 알려진 서울메트로 노조의 반발을 잠재운 김 사장의 강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마지막으로 그에게 인생철학을 물었다.
“특별히 철학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무엇이든 하는 일에 푹 빠져보자는 것입니다. 사람은 재미를 느끼고 즐길 때 그 일에 자기 혼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것이고, 훌륭한 성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어에서도 知之者(지지자)는 不如好之者(불여호지자)요 好之者(호지자)는 不如樂之者(불여락지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서울메트로가 추진 중인 국내외 철도사업
서울메트로는 2007년 철도기술연구원, 2008년에는 프랑스의 파리교통공사(RATP), 비올리아, 시스트라 그리고 홍콩지하철공사(MTR) 등과 파트너 협약을 체결, 철도사업에 대한 기반과 역량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7년 6월에는 의정부 경전철을, 작년 3월에는 부산~김해 경전철의 O&M(운영 및 정비) 컨설팅 사업을 수주했다. 또 난곡의 새로운 교통수단인 GRT(Guided Rapid Transit·유도고속차량)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해외사업은 2007년 10월 태국 대중교통공사와 방콕지하철 건설, 2008년 5월에는 베트남 정부와 하노이 지하철 5호선 건설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베트남 철도 현대화 사업에도 참여해 지난해 7월에는 시범노선 운행차량으로 전동차를 수출했다. 또 말레이시아 철도개량 사업도 계약단계라고 한다.
이 계획 발표 후 성공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 발표 전부터 공기업 개혁에 착수해 성공한 공기업이 있다. 서울지하철공사의 後身(후신)인 서울메트로(金相敦 사장)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지하철공사는 한때 ‘파업철’로 불릴 정도로 강성노조가 드셌던 곳이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부터 조직, 사람, 시스템, 서비스 현장, 재정과 기술 등 5개 분야에 걸쳐 총 78개의 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2010년까지 전체 인원의 20.3%를 감축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당시 서울메트로의 인력은 1만284명이었다. 金相敦(김상돈) 사장은 강성 노조로 유명했던 서울메트로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고 지난해에만 11%의 인력을 감축했지만 노조의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2007년 1월 부임한 김 사장은 천안공고를 졸업하던 해에 부친이 사망하자 세 명의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었다.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韓電(한전)에 입사, 엔지니어로 10년을 근무했다. 고교를 졸업한 지 6년 만인 1975년, 대학에 입학했다. 직장은 야간 근무를 택하고 대학은 주간을 다녔으니 夜耕晝讀(야경주독)한 셈이다. 고교 때는 교과서나 교복을 한 번도 새것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김 사장은 그 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교통기획관 등 교통 관련 국장을 5차례 지낸 교통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인터뷰를 하면서 수치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그는 전자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소수점 이하의 숫자까지 답변했다.
서비스만족도 최하위 공기업
―교통전문가라고 하지만 서울시에서 근무하다 사장으로 부임하셨는데 노조가 낙하산이라고 반대하지 않았나요.
“당연히 반대했죠. 노조가 사흘 동안 비서실 등을 점거해서 아예 출근을 못했습니다. 노조에서는 제가 지하철 사정을 좀 많이 아는 낙하산이라 겁이 나서 그랬을 겁니다. 제가 사무관 때는 지하철공사를 직접 지도 감독하는 직책을 맡아 서울메트로의 예산심의 승인업무, 차관도입과 관리업무, 국고와 서울시 예산 지원업무 등을 담당했습니다. 1984년에는 당시 1호선을 운영하던 지하철 운영사업소와 2호선 건설본부, 그리고 공사 등 3개 기관을 통합하는 작업도 직접 했고요. 지하철공사의 중장기 재정대책도 직접 수립했거든요. 시정기획관으로 있던 2000년에 지하철 부채관리 종합대책도 직접 만들었고, 공사의 비상임이사도 1년 반이나 했고, 교통국장 때는 직접 공사를 지도·감독하고 비상임 이사도 했고 해서 공사 업무는 물론 웬만한 간부도 잘알고 있었습니다.”
―서울메트로 노조는 그동안 ‘강성노조’로 알려져 있었고, 매년 노사분규가 일어났는데 노조의 강력한 저항을 예상하면서도 혁신에 착수한 동기나 배경은 무엇입니까.
“서울시가 세계10대 도시경쟁력을 갖춘 국제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관건 중의 하나가 교통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일입니다. 서울지하철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시민이 막대한 세금을 부담하여 건설한 것입니다. 지금도 엄청난 부채와 운영적자를 시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어요. 그런데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고 비능률로 인한 부담까지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어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사장이 비능률의 구체적 예로 든 게 운영인력 문제다. 서울메트로의 운영인력은 영업연장 km당 76.2명이었는데, 이는 외국 지하철의 1.5~3.7배나 되고 국내의 다른 도시 지하철에 비해서도 1.4~2배나 많은 수치라고 한다. 역당 근무인원도 동종업종에 비해 1.3~1.8배에 달했다고 한다.
또 조직이나 일하는 방식, 업무 프로세스도 효율과는 거리가 멀어 승무 분야의 경우 病暇(병가) 사용이 도시철도공사의 1.6배, 인천지하철의 4.4배나 되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한다. 서비스 수준에서도 서울메트로는 매년 각급 조사기관이 실시하는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예외 없이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파업 예고시한 50분 남기고 타결
―2008년 초부터 본격적인 혁신을 선언했을 때 노조는 어떤 입장이었습니까.
“노조에 노사공동추진협의체 구성을 요청했는데, 노조는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혁신 프로그램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저는 지난해 5월 중순까지 총 68차례나 노조에 ‘성실하게 협의에 응하라’고 요청했습니다.”
―노조가 응하던가요.
“초기에는 일체 협의에 불응하다 5월 중순 이후부터 9차례 협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혁신을 하려면 기본 구상부터 협의하자고 물리적, 법적 투쟁을 벌이다 결국 작년 9월 26일자로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시 언론은 서울메트로 노조의 파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노조는 11월 20일 오전 4시를 파업 예고시한으로 정해 놓았다. 이 파업이 강행되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최초의 ‘합법적인 공공부문 파업’이 되는 셈이었다. 다행히 파업 예고시한 50분을 남기고 노사가 극적으로 타결,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노사합의에서 혁신 프로그램 백지화를 주장하던 노조는 그 당시까지 使側(사측)이 진행한 35개 혁신 프로그램을 존중하고, 앞으로 추진할 프로그램 중 필요한 사항에 대해 노사협의를 한다는데 합의했다. 김 사장은 이 협약을 맺으면서 “경영권은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지켜냈다.
―당시 노조의 투쟁이 예년보다 더 극렬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대단했습니다. 새 노조집행부가 출범한 것이 지난해 3월 18일인데 3월 25일부터 집단적 물리력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4월 21일부터는 25일간 사장 출근저지 투쟁이 계속돼 경찰기동대가 길을 열어줘야 겨우 출근할 수 있었어요. 제가 폭행도 당해 2주간 팔에 깁스도 했고요. 노조가 4월 중순부터 7월 말경까지 본사와 시청역 등에 텐트를 치고 점거 농성을 하고 사무실에 난입해 집기도 들어냈어요.
또 사측을 상대로 고소·고발·소송·진정·구제신청 등도 47건이나 제기해서 지금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벌써 3건이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2건은 기각, 1건은 각하 처분을 받았는데, 앞으로 또 어떤 처분을 받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것들이 서울메트로가 다시 태어나기 위한 진통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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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1월 19일 밤 서울 성동구 군자차량기지에서 열린 서울메트로 노조 파업전야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노조원들. |
강성 CEO의 등장
―2010년까지 정원의 20.3%로 줄이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셨는데 서울메트로에서 그것이 가능합니까.
“이미 작년에 전체 직원의 11%인 1134명을 줄였습니다. 방식은 직원을 강제 퇴출시키는 정리해고 방식이 아니라 사람과 업무를 함께 분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이라는 용어는 맞지 않고, 이를테면 구조 개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방식은 직원들에게는 정년 연장과 총액 보수가 늘어나고, 회사는 경비가 절감되는 윈-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올해 새로 들어서는 노조집행부가 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텐데요.
“조만간 새 집행부가 들어서겠지만, 작년 11월 20일 합의 타결한 노사협약에서 이러한 혁신방안에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노력을 해 나가기로 했기 때문에 원만하게 진행되리라 전망합니다.”
―인원 감축 목표를 10%, 20%도 아니고 20.3%라는 소수점 이하 자리까지 정한 이유는 뭡니까.
“혁신 프로그램에 따라 효율적 인원 배치를 했을 때 그 결과로 나오는 수치입니다. 인력조정을 몇 % 하겠다고 미리 정해놓고 한 것은 아니죠. 만약에 그렇게 수치를 미리 정해놓고 인력조정을 한다면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가 20.3%라고 한 것은 우리 기관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경영이 효율화되지 않겠나, 이렇게 판단했던 거죠. 한 예로 작년 5월 조직 통폐합을 할 때 인력을 감축하면서도 안전이나 환경, 기술연구 같은 분야는 오히려 인원을 늘렸어요.”
―지난해 11월 노사협상 타결 후 “서울메트로에는 강성 노조가 사라지고 대신 강성 CEO가 남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김 사장이 외부에 강하게 비쳐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그런 얘기는 지금 처음 듣는데요. 저는 노사관계를 대립 구도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조는 약자이고 회사는 강자라는 인식도 잘못된 것입니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기업은 고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어요. 노사의 상위개념이 고객입니다. 공공부문의 경우는 운영 목적이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 비중이 훨씬 강조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점이 간과되고 노사관계만 강조하다 보니 적당히 타협하는 관행이라든가, 심지어 노조에 끌려다니는 사례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서울메트로도 이제는 고객개념이라든가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과 접근이 달라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조직 내에 큰 변화 일고 있다”
김 사장은 인력감축 외에도 역 유실물센터 운영, 차량기지 구내 운전 등 5개 분야 업무를 조건부 민간위탁(분사)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78개의 혁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척이 되고 있나요.
“작년 말 현재 조직 통폐합, 인사제도 개선 등 40개 프로그램이 완료됐고, 나머지 프로그램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혁신 추진 후 어떤 점이 달라졌습니까.
“승무 분야의 경우 병가가 80%나 줄어들고 역무 분야 대체근로는 27분의 1로 줄어서 다른 지하철보다 훨씬 양호한 수준으로 바뀌었습니다. 조건부 민간위탁 업무의 경우 종전 직영할 때와 비교해 34~47%나 비용이 절감됐고 아웃소싱한 업무도 직영할 때와 비교해 25~75%나 비용을 줄였습니다. 직원들의 創意(창의) 제안 건수도 1만6900건이 넘어 재작년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자발적인 연구모임도 작년 12개에서 144개로 대폭 늘었습니다. 이런 점이 큰 변화죠.”
서울지하철공사가 서울메트로로 회사명을 바꾼 해는 2005년이다. 현재 서울에서 운영 중인 지하철은 1호선부터 8호선까지다. 이 가운데 1~4호선은 서울메트로가, 5~8호선은 도시철도공사가 운영을 맡고 있다. 오는 7월 개통되는 9호선은 민간회사가 운영을 맡게 된다.
현재 서울메트로의 수송인원은 평일 기준으로 450만명, 도시철도공사가 251만명, 철도공사 수도권 전철 구간이 247만명이다. 2007년 기준으로 서울, 부산을 비롯한 우리나라 6대 도시의 연간 총 수송인원은 26억7400만명으로, 그 가운데 서울메트로가 39.7%인 10억6200만명을 수송했다. 수도권 수송인원도 서울메트로의 수송인원이 절반 가까운 47.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국내 최고·최대의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부채다. 김 사장이 취임 후 혁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이유도 부채 때문이다.
―2008년 현재 서울메트로의 운영부채가 1조5700억원에 달하고, 또 매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의 재무구조는 원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건설 당시 건설비의 73.6%를 부채로 충당했습니다. 다른 지하철은 건설부채 비중이 19.1~29.4%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서울메트로 소속 지하철은 건설한 지 24~35년이 지났기 때문에 본격적인 재투자 시기가 도래했어요. 驛舍(역사) 냉방화라든가 엘리베이터 같은 편의시설도 건설 당시에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엄청난 재정소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무임수송비용 연간 13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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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15일 임직원 610여 명과 함께 서대문구 일대를 방문, 무의탁 노인 및 지역 내 저소득 가구에 사랑의 연탄을 나누고 있는 김상돈 사장. |
“그렇다고 문제를 그대로 둘 수는 없죠. 우선 비용 측면에서는 경상비의 15%, 투자비의 10% 이상을 의무적으로 절감하고 있고, 운임에만 의존하던 수익체계를 다변화하기 위해 상가개발과 광고수입 증대, 역세권 개발, 차량기지 복합화 사업, 국내외 철도사업 진출 등을 시작했어요. 민자유치 사업도 여러 가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全(전) 세계적으로 철도와 도시철도의 신규 시장 규모는 연간 16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 시장의 절반을 소위 ‘빅 3’라고 하는 독일의 지멘스, 프랑스의 알스톰, 캐나다의 봄바르디에가 점유하고 있고 시장 규모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또 철도와 도시철도는 건설은 물론 유지관리와 운영 등 각 단계에서 계속적으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사업이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혁신 프로그램의 하나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철도사업단과 신사업개발단을 발족시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지하철 건설 분야와 운영 부문의 노하우와 경험을 활용해 국내외 철도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무임수송 비용도 서울메트로의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노인, 장애인 등의 무임수송 비용은 정부로부터 보조 받고 있습니까.
“법령에 의한 무임수송이기 때문에 우리는 정부 보조를 원하지만 아직까지 보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임수송 비용은 연간 얼마나 됩니까.
“연간 1300억원을 넘습니다. 환승 할인에 따른 손실도 연간 약 1100억원에 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조도 서울시에 건의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메트로의 매출액은 9060억원인데, 무임수송과 환승 할인으로 인한 손실이 2400억원에 달하니 회사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고 한다.
―1~4호선은 타 전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설비가 노후화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그동안의 각종 안전사고를 분석해보니까 80% 정도가 人的(인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시설, 장비, 시스템을 매뉴얼화해서 반복점검하고 사례별로 교육을 시키는 등 안전과 관련된 투자는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요. 그 결과 운행 장애 건수가 2006년 13건에서 재작년에는 8건으로 그리고 작년에는 5건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올해는 이것을 제로화하려고 합니다. 또 지하철에서 투신으로 지난해 19명의 생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요. 다행히 올해 안에 117개 모든 驛舍(역사)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하철에서의 투신 소식은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될 겁니다.”
공감대 형성돼야 혁신 가능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본격 추진되면서 혹시 다른 공기업에서 서울메트로를 벤치마킹하러 오는 경우는 없습니까.
“철도공사가 우리 혁신 프로그램을 활용하겠다고 가져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혁신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공감대가 형성되어 조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야만 진정한 혁신이 이루어지는데, 처음에 우리 조직 내에 공감대라든가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힘들었습니다. 혁신 실행 과정에서는 노조나 일반 직원들은 물론 간부들도 일탈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그걸 바로잡아주는 일이 힘들었죠.”
―남은 임기 1년 동안 혁신을 마무리할 자신이 있습니까.
“지난 1년 동안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은 실행했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게다가 시민들의 지지라는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은 100%라고 자신합니다.”
강성으로 알려진 서울메트로 노조의 반발을 잠재운 김 사장의 강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마지막으로 그에게 인생철학을 물었다.
“특별히 철학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무엇이든 하는 일에 푹 빠져보자는 것입니다. 사람은 재미를 느끼고 즐길 때 그 일에 자기 혼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것이고, 훌륭한 성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어에서도 知之者(지지자)는 不如好之者(불여호지자)요 好之者(호지자)는 不如樂之者(불여락지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서울메트로가 추진 중인 국내외 철도사업
서울메트로는 2007년 철도기술연구원, 2008년에는 프랑스의 파리교통공사(RATP), 비올리아, 시스트라 그리고 홍콩지하철공사(MTR) 등과 파트너 협약을 체결, 철도사업에 대한 기반과 역량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7년 6월에는 의정부 경전철을, 작년 3월에는 부산~김해 경전철의 O&M(운영 및 정비) 컨설팅 사업을 수주했다. 또 난곡의 새로운 교통수단인 GRT(Guided Rapid Transit·유도고속차량)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해외사업은 2007년 10월 태국 대중교통공사와 방콕지하철 건설, 2008년 5월에는 베트남 정부와 하노이 지하철 5호선 건설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베트남 철도 현대화 사업에도 참여해 지난해 7월에는 시범노선 운행차량으로 전동차를 수출했다. 또 말레이시아 철도개량 사업도 계약단계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