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현재 공대를 네 개의 공학부로 나누고, 공대학장의 위상도 부총장급으로 승격했다. 연구예산도 공학부별로 업적을 평가해 성적이 높은 공학부는 인센티브를 준다.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논문이 실리면 1억원씩 성과급을 주는 등 대학 구성원 간에도
경쟁원리를 도입했다.
金鍾亮
⊙ 1950년 서울 출생.
⊙ 서울사대부고·연세대 교육학과 졸업, 美 뉴욕大 교육학 석사, 컬럼비아大 교육학 박사.
⊙ 한양대 사범대 교수·기획조정처장·부총장,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집행위원,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역임.
⊙ 몽골 건국 800주년 기념 대통령 훈장, 독일 십자공로훈장.
경쟁원리를 도입했다.
金鍾亮
⊙ 1950년 서울 출생.
⊙ 서울사대부고·연세대 교육학과 졸업, 美 뉴욕大 교육학 석사, 컬럼비아大 교육학 박사.
⊙ 한양대 사범대 교수·기획조정처장·부총장,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집행위원,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역임.
⊙ 몽골 건국 800주년 기념 대통령 훈장, 독일 십자공로훈장.
月刊朝鮮은 2005년 ‘한국의 성공집단’으로 한양工大(공대) 출신을 집중취재한 적이 있다. 한양공대 출신에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진학 실패가 한양공대생들에게 채찍이 되었다. 시작은 2등이었지만 사회에서는 1등이 되자는 신념으로 열심히 노력했다. 그들은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맞물려 사회에 진출하는 시대의 흐름을 잘 탔다. 한양공대생들은 철저한 현장교육으로 실용학풍을 몸으로 체득했다. 한양공대 졸업생의 수는 他(타)대학의 두 배 이상으로 많았다. 한양공대 출신은 현장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졌다. 그들은 책임감이 뛰어났고 한 우물만 팠으며, 파벌을 만들지 않았다. 한양공대 동문들은 경제발전과 더불어 기업 곳곳에 진출해 한국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대한민국의 근대화·산업화·정보화를 거치면서 공과대학에 집중투자한 한양대의 전략은 적중했다.
올해는 한양대가 학교 문을 연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한양대는 金連俊(김연준·2008년 1월 작고) 한양학원 이사장이 1939년 26세의 나이에 설립한 동아공과학원이 母胎(모태)다. 광복 후 건국기술학교로 변경됐다가 1948년 한양공대, 1959년 종합대로 승격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재학생 수는 2008년 10월 기준으로 3만4000여 명이다. 2008년도 졸업생의 취업률은 80%가 넘는다. 재정규모는 약 6300억원이다.
金鍾亮(김종량·58) 한양大 총장은 한양학원 설립자인 부친 白南(백남) 金連俊(김연준·2008년 1월 작고) 이사장의 뒤를 이은 ‘오너 총장’이다. 개교 70주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고 했다. “경기침체로 향후 학교운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금융위기에서 출발한 실물경제 침체로 학교 재정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고 등록금을 올릴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올해 등록금을 동결했는데 70주년 기념사업의 재원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돼요. 대학 관계자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지만 쉽지 않아요. 어쨌든 총장으로서 학교경영을 맡고 있는 제가 모든 문제를 책임져야죠.”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대기업과 손을 잡은 다른 대학교의 경우, 매년 300억원 이상을 지원 받습니다. 저희 학교는 학교재단으로부터 매년 200억원씩 지원 받기 때문에 턱없이 모자랍니다. 동문들의 도움이 절실한 때입니다. 대학경영은 한마디로 ‘재원확보’ 전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쓸 데는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기업과 대학의 시각 차 존재
―최근 들어 한양대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 말씀은 ‘우리 대학이 다른 대학의 발전 속도에 못 미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한양대가 이뤄온 성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겁니다.”
김 총장은 최근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더 타임스>가 보도한 내용을 내놓았다. 기사에 따르면, 한양대는 <더 타임스>가 주관하는 ‘The-QS 세계 대학 평가’에서 세계 344위, 국내 6위에 올랐다. 김 총장은 “우리 학교는 2007년 프랑스의 ‘에콜 데 민 세계대학 평가’에서 세계 89위, 국내 3위를 차지했다”고 했다. ‘에콜 데 민 세계대학 평가’란 세계 500대 기업 CEO의 출신대학을 조사해 졸업생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김 총장은 “한양대가 2008년 100대 기업 CEO 출신대학 비율에서 4위, 코스닥 기업 CEO 출신대학 비율 2위, 30대 대기업 임원 수 3위 등을 차지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기업이 대학을 인수하는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대기업의 대학 인수는 문제가 있다고 봐요. 해외의 경우 대기업이 학교를 인수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미국의 카네기재단과 멜론대학이 ‘카네기멜론’이라는 IT대학을 만들었죠. 대학을 만드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만 일본의 도요타나 소니가 대학을 운영하지는 않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이 성균관대 의대에 투자하면서 삼성병원과의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어요. 기업의 이윤을 공익사업에 환원한다는 건 좋은 일이죠. 대학은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요.”
김 총장은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업은 대학을 ‘기업’의 일부로 보려는 경향이 있고, 대학 구성원들은 기업의 조직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대학에 거대한 자금을 투입한 기업은 대학에 높은 성과를 요구할 겁니다. 반대로 대학의 구성원들은 점진적인 발전을 원하겠죠. 그런 시각 차이로 불행한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결론적으로 기업문화와 대학문화 간의 격차를 어떻게 좁히는가가 관건입니다. 삼성의 성균관대 인수 성공사례를 본 후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했습니다. 중앙대는 2009학년도 입시에서 적지 않은 효과를 봤다고 들었어요. 학생들이 요즘처럼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에 중앙대를 졸업하면 두산에라도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기업의 대학 인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지금으로서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한양대도 기업으로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은 적이 없습니까.
“그런 제안이 있었지만 저는 대학 운영을 家業(가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요. 기업이 대학을 인수한다고 해서 특정 대학의 교육이념을 제대로 계승할지도 의문이고요. 예전에 삼성이 성균관대를 인수하려고 했을 때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어요. 학교 측은 삼성 측에 ‘돈만 내라, 운영은 우리가 할 테니 간섭하지 마라’고 했고, 삼성은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인수는 왜 하나’라며 충돌한 적이 있었습니다.”
―李明博(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大入(대입)업무를 맡은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은 “3不(불)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정책)을 없애는 쪽으로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3불 정책을 폐지하면 부작용이 나타나요. 특히 기여입학제는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고교등급제는 학교별, 지역별 격차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론화할 경우 수도권과 지방 간 큰 다툼이 일어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본고사는 변별력 확보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미 다른 대학의 경우 본고사와 유사한 문제를 출제하기도 합니다.”
수능 성적만으로 학생 뽑는 시대는 지났다
김 총장은 “3불 정책의 단점을 줄이고,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했다”고 했다.
“작년 하반기에 수 명의 입학사정관을 선발해 2009학년도 신입생을 뽑았어요. 우수한 학생을 유치할 수 있어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평가합니다. 합격자 중에는 수도권의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있는데, 고교 3년 내내 요리경시대회에 나가 많은 상을 받았어요.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더군요. 만약 수능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했다면 이 학생이 합격했을까요? 저는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는 학생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이끌 인재라고 봅니다. 한양대는 고교 성적과 상관없이 실용적인 분야에서 능력을 보이는 학생을 계속 뽑을 겁니다.”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아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70주년 기념행사의 주제는 ‘프라이드를 갖자’입니다. 저는 두 가지의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어요. 첫째는 ‘글로벌 하이터치’입니다. 모교의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을 예술적으로 승화하자는 말입니다. 둘째는 ‘글로벌 하이테크’입니다.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하자는 것이죠. 특히 우리 학교의 하이테크 수준은 세계 어느 대학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다고 자부합니다.
우리 학교는 잡음제거기술과 과학콘텐츠 기술을 개발해 대한민국 최초로 기술지주회사를 만들었어요. 현재 삼성, 팬택, 노키아 등과 구체적인 사업방안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 학교는 300억원을 투자해 ‘퓨전테크놀로지센터’도 만들었어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융합기술을 개발하는 겁니다.”
한양대는 설립자인 김연준 이사장의 교육이념인 ‘技術保國(기술보국)’을 설립 초창기 때부터 강조해 왔다. 이런 신념은 ‘사회에 힘이 되는 대학’ ‘쓰임새 큰 인재’와 같은 실용학풍으로 이어졌다. 김연준 이사장이 남긴 자서전에 이런 대목이 있다.
“전부 한양대학 판이구먼”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서 한양대 출신의 산업 역군들이 기여한 몫이 작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기틀이 된 것 중 하나가 ‘쟁이’를 천시하던 선조들의 의식에서 탈피해 부강한 나라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쟁이’가 필요하다고 본 나의 판단이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이에 대해 손가락질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조선왕조가 몰락한 이유를 ‘기술 천시 풍조’로 본 김연준 이사장은 “기술만이 살길이다. 나라가 잘살아야 부자가 되고 강대국이 될 수 있다”며 대학을 설립했던 것이다.
김연준 이사장의 꿈은 대한민국 근대화 과정에서 실현되기 시작했다. 김연준 이사장은 생전에 月刊朝鮮(1999년)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1970년대 어느 날,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이 지방 순시를 하다가 건설현장에 들러 현장감독 등 몇 사람을 붙잡고 ‘자네 어느 학교 나왔는가?’하고 물어보았는데 한양대학 나왔다는 사람이 많았답니다. 박 대통령은 ‘전부 한양대학 판이구먼’이라며 농담을 던졌다고 해요. 1970년대 중반에는 중동 시찰을 갔던 與野(여야) 국회의원들이 한 토건회사를 방문했는데 일렬로 서서 환영해 주는 사원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니까 대부분 한양대 출신이었던 모양이에요. 그들이 돌아와서 박정희 대통령에게 그 얘기를 전했더니 박 대통령이 이렇게 답했답니다. ‘이제서야 그것을 알고 놀랍니까? 사실 김연준씨는 애국자입니다’라고 했다더군요.”
한양대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현재 공대를 네 개의 공학부로 나누고, 공대학장의 위상도 부총장급으로 승격했다. 연구예산도 공학부별로 업적을 평가해 성적이 높은 공학부는 인센티브를 준다.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논문이 실리면 1억원씩 성과급을 주는 등 대학 구성원 간에도 경쟁원리를 도입했다고 한다. 김종량 총장의 설명이다.
“예일대의 레빈 총장이 언젠가 ‘이제 대학도 거대한 경쟁시장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경쟁을 하지 않으면 대학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구성원들 간의 善意(선의)의 경쟁은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연구에 도움을 주기도 해요. 그 시너지가 한데 모여 학교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양대는 대학 설립 70주년을 맞아 ‘한양 엔지니어링 엑스포 2009’를 기획하고 있다. 70년 동안 한양 공대가 개발한 70가지 기술을 선정해 한양대의 업적을 알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과는 충전기능을 8배로 높인 리듐이차전지(조재필 교수), 사람의 팔과 다리에 착용해 근력을 강화시키는 헥사 로봇(한창수 교수), 에이즈바이러스 억제 신물질(이상경 교수), 스마트 안테나(최승원 교수), 광자결정 물질(강영종 교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가져온 新(신)플라스틱 소재(이영무 교수) 등이다.
“교육은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
김종량 총장의 말이다.
“한양대의 교육이념은 ‘근면·정직·겸손·봉사’입니다. 대학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인재육성과 사회에 대한 봉사이지요. 우리 학교의 구성원들은 일년에 4~5건씩 봉사활동을 합니다. 얼마 전 교직원 800여 명이 학교 인근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탄 3만2000장을 배달해 줬어요. 무료급식도 하고요. 어려운 이웃들, 소외된 이웃을 보살펴 주고 배려해 주는 건 사람이 해야 할 도리입니다.”
―대학에 있으면서 체득한 교육철학은 무엇입니까.
“인간은 미완성으로 태어났습니다. 교육은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교육자이지요.”
―김 총장께서는 대학스포츠위원회·대한야구위원회·국제대학스포츠연맹 등에서 책임 있는 자리를 지냈습니다.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학생의 경우, 학업과 체육을 병행하기 어려운 게 국내 현실입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의 운동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수업을 전폐하고 운동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하면 대학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요. 외국의 경우는 운동선수도 일반 학생처럼 똑같이 수업을 받아요. 성적이 저조하면 운동선수로 뛸 수가 없습니다. 현재 우리 학교에는 체육부 학생들에게 특별히 개발한 교양과목을 가르쳐요. 대학생으로서 꼭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운동선수들에게 ‘수업시간에 잠을 자더라도 수업에 반드시 참여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젊은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라는 말을 자주 해요. 암기식으로 축적된 지식은 필요 없어요. 인터넷을 보면 다 나오니까요. 축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동원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거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창조적 리더가 되라’ ‘글로벌 리더가 되라’는 말도 자주 합니다. 이제는 全(전) 세계의 젊은이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해요. 이를 위해 ‘리더십센터’를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리더가 되라’고 합니다. 한국을 짊어질 젊은이라면 스스로 학습하고 미래를 디자인하는 독립적 주체가 되어야겠지요.”⊙
“서울대 진학 실패가 한양공대생들에게 채찍이 되었다. 시작은 2등이었지만 사회에서는 1등이 되자는 신념으로 열심히 노력했다. 그들은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맞물려 사회에 진출하는 시대의 흐름을 잘 탔다. 한양공대생들은 철저한 현장교육으로 실용학풍을 몸으로 체득했다. 한양공대 졸업생의 수는 他(타)대학의 두 배 이상으로 많았다. 한양공대 출신은 현장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졌다. 그들은 책임감이 뛰어났고 한 우물만 팠으며, 파벌을 만들지 않았다. 한양공대 동문들은 경제발전과 더불어 기업 곳곳에 진출해 한국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대한민국의 근대화·산업화·정보화를 거치면서 공과대학에 집중투자한 한양대의 전략은 적중했다.
올해는 한양대가 학교 문을 연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한양대는 金連俊(김연준·2008년 1월 작고) 한양학원 이사장이 1939년 26세의 나이에 설립한 동아공과학원이 母胎(모태)다. 광복 후 건국기술학교로 변경됐다가 1948년 한양공대, 1959년 종합대로 승격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재학생 수는 2008년 10월 기준으로 3만4000여 명이다. 2008년도 졸업생의 취업률은 80%가 넘는다. 재정규모는 약 6300억원이다.
金鍾亮(김종량·58) 한양大 총장은 한양학원 설립자인 부친 白南(백남) 金連俊(김연준·2008년 1월 작고) 이사장의 뒤를 이은 ‘오너 총장’이다. 개교 70주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고 했다. “경기침체로 향후 학교운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금융위기에서 출발한 실물경제 침체로 학교 재정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고 등록금을 올릴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올해 등록금을 동결했는데 70주년 기념사업의 재원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돼요. 대학 관계자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지만 쉽지 않아요. 어쨌든 총장으로서 학교경영을 맡고 있는 제가 모든 문제를 책임져야죠.”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대기업과 손을 잡은 다른 대학교의 경우, 매년 300억원 이상을 지원 받습니다. 저희 학교는 학교재단으로부터 매년 200억원씩 지원 받기 때문에 턱없이 모자랍니다. 동문들의 도움이 절실한 때입니다. 대학경영은 한마디로 ‘재원확보’ 전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쓸 데는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기업과 대학의 시각 차 존재
―최근 들어 한양대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그 말씀은 ‘우리 대학이 다른 대학의 발전 속도에 못 미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한양대가 이뤄온 성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겁니다.”
김 총장은 최근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더 타임스>가 보도한 내용을 내놓았다. 기사에 따르면, 한양대는 <더 타임스>가 주관하는 ‘The-QS 세계 대학 평가’에서 세계 344위, 국내 6위에 올랐다. 김 총장은 “우리 학교는 2007년 프랑스의 ‘에콜 데 민 세계대학 평가’에서 세계 89위, 국내 3위를 차지했다”고 했다. ‘에콜 데 민 세계대학 평가’란 세계 500대 기업 CEO의 출신대학을 조사해 졸업생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김 총장은 “한양대가 2008년 100대 기업 CEO 출신대학 비율에서 4위, 코스닥 기업 CEO 출신대학 비율 2위, 30대 대기업 임원 수 3위 등을 차지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기업이 대학을 인수하는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대기업의 대학 인수는 문제가 있다고 봐요. 해외의 경우 대기업이 학교를 인수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미국의 카네기재단과 멜론대학이 ‘카네기멜론’이라는 IT대학을 만들었죠. 대학을 만드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만 일본의 도요타나 소니가 대학을 운영하지는 않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이 성균관대 의대에 투자하면서 삼성병원과의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어요. 기업의 이윤을 공익사업에 환원한다는 건 좋은 일이죠. 대학은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요.”
김 총장은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업은 대학을 ‘기업’의 일부로 보려는 경향이 있고, 대학 구성원들은 기업의 조직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대학에 거대한 자금을 투입한 기업은 대학에 높은 성과를 요구할 겁니다. 반대로 대학의 구성원들은 점진적인 발전을 원하겠죠. 그런 시각 차이로 불행한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결론적으로 기업문화와 대학문화 간의 격차를 어떻게 좁히는가가 관건입니다. 삼성의 성균관대 인수 성공사례를 본 후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했습니다. 중앙대는 2009학년도 입시에서 적지 않은 효과를 봤다고 들었어요. 학생들이 요즘처럼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에 중앙대를 졸업하면 두산에라도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기업의 대학 인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지금으로서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한양대도 기업으로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은 적이 없습니까.
“그런 제안이 있었지만 저는 대학 운영을 家業(가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요. 기업이 대학을 인수한다고 해서 특정 대학의 교육이념을 제대로 계승할지도 의문이고요. 예전에 삼성이 성균관대를 인수하려고 했을 때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어요. 학교 측은 삼성 측에 ‘돈만 내라, 운영은 우리가 할 테니 간섭하지 마라’고 했고, 삼성은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인수는 왜 하나’라며 충돌한 적이 있었습니다.”
―李明博(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大入(대입)업무를 맡은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은 “3不(불)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정책)을 없애는 쪽으로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3불 정책을 폐지하면 부작용이 나타나요. 특히 기여입학제는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고교등급제는 학교별, 지역별 격차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론화할 경우 수도권과 지방 간 큰 다툼이 일어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본고사는 변별력 확보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미 다른 대학의 경우 본고사와 유사한 문제를 출제하기도 합니다.”
수능 성적만으로 학생 뽑는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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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 설립자 故 김연준 이사장. |
“작년 하반기에 수 명의 입학사정관을 선발해 2009학년도 신입생을 뽑았어요. 우수한 학생을 유치할 수 있어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평가합니다. 합격자 중에는 수도권의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있는데, 고교 3년 내내 요리경시대회에 나가 많은 상을 받았어요.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더군요. 만약 수능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했다면 이 학생이 합격했을까요? 저는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는 학생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이끌 인재라고 봅니다. 한양대는 고교 성적과 상관없이 실용적인 분야에서 능력을 보이는 학생을 계속 뽑을 겁니다.”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아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70주년 기념행사의 주제는 ‘프라이드를 갖자’입니다. 저는 두 가지의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어요. 첫째는 ‘글로벌 하이터치’입니다. 모교의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을 예술적으로 승화하자는 말입니다. 둘째는 ‘글로벌 하이테크’입니다.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하자는 것이죠. 특히 우리 학교의 하이테크 수준은 세계 어느 대학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다고 자부합니다.
우리 학교는 잡음제거기술과 과학콘텐츠 기술을 개발해 대한민국 최초로 기술지주회사를 만들었어요. 현재 삼성, 팬택, 노키아 등과 구체적인 사업방안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 학교는 300억원을 투자해 ‘퓨전테크놀로지센터’도 만들었어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융합기술을 개발하는 겁니다.”
한양대는 설립자인 김연준 이사장의 교육이념인 ‘技術保國(기술보국)’을 설립 초창기 때부터 강조해 왔다. 이런 신념은 ‘사회에 힘이 되는 대학’ ‘쓰임새 큰 인재’와 같은 실용학풍으로 이어졌다. 김연준 이사장이 남긴 자서전에 이런 대목이 있다.
“전부 한양대학 판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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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팔과 다리에 착용해 근력을 강화시키는 헥사 로봇. |
조선왕조가 몰락한 이유를 ‘기술 천시 풍조’로 본 김연준 이사장은 “기술만이 살길이다. 나라가 잘살아야 부자가 되고 강대국이 될 수 있다”며 대학을 설립했던 것이다.
김연준 이사장의 꿈은 대한민국 근대화 과정에서 실현되기 시작했다. 김연준 이사장은 생전에 月刊朝鮮(1999년)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1970년대 어느 날,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이 지방 순시를 하다가 건설현장에 들러 현장감독 등 몇 사람을 붙잡고 ‘자네 어느 학교 나왔는가?’하고 물어보았는데 한양대학 나왔다는 사람이 많았답니다. 박 대통령은 ‘전부 한양대학 판이구먼’이라며 농담을 던졌다고 해요. 1970년대 중반에는 중동 시찰을 갔던 與野(여야) 국회의원들이 한 토건회사를 방문했는데 일렬로 서서 환영해 주는 사원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니까 대부분 한양대 출신이었던 모양이에요. 그들이 돌아와서 박정희 대통령에게 그 얘기를 전했더니 박 대통령이 이렇게 답했답니다. ‘이제서야 그것을 알고 놀랍니까? 사실 김연준씨는 애국자입니다’라고 했다더군요.”
한양대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현재 공대를 네 개의 공학부로 나누고, 공대학장의 위상도 부총장급으로 승격했다. 연구예산도 공학부별로 업적을 평가해 성적이 높은 공학부는 인센티브를 준다.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논문이 실리면 1억원씩 성과급을 주는 등 대학 구성원 간에도 경쟁원리를 도입했다고 한다. 김종량 총장의 설명이다.
“예일대의 레빈 총장이 언젠가 ‘이제 대학도 거대한 경쟁시장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경쟁을 하지 않으면 대학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구성원들 간의 善意(선의)의 경쟁은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연구에 도움을 주기도 해요. 그 시너지가 한데 모여 학교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양대는 대학 설립 70주년을 맞아 ‘한양 엔지니어링 엑스포 2009’를 기획하고 있다. 70년 동안 한양 공대가 개발한 70가지 기술을 선정해 한양대의 업적을 알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과는 충전기능을 8배로 높인 리듐이차전지(조재필 교수), 사람의 팔과 다리에 착용해 근력을 강화시키는 헥사 로봇(한창수 교수), 에이즈바이러스 억제 신물질(이상경 교수), 스마트 안테나(최승원 교수), 광자결정 물질(강영종 교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가져온 新(신)플라스틱 소재(이영무 교수) 등이다.
“교육은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
김종량 총장의 말이다.
“한양대의 교육이념은 ‘근면·정직·겸손·봉사’입니다. 대학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인재육성과 사회에 대한 봉사이지요. 우리 학교의 구성원들은 일년에 4~5건씩 봉사활동을 합니다. 얼마 전 교직원 800여 명이 학교 인근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탄 3만2000장을 배달해 줬어요. 무료급식도 하고요. 어려운 이웃들, 소외된 이웃을 보살펴 주고 배려해 주는 건 사람이 해야 할 도리입니다.”
―대학에 있으면서 체득한 교육철학은 무엇입니까.
“인간은 미완성으로 태어났습니다. 교육은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교육자이지요.”
―김 총장께서는 대학스포츠위원회·대한야구위원회·국제대학스포츠연맹 등에서 책임 있는 자리를 지냈습니다.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학생의 경우, 학업과 체육을 병행하기 어려운 게 국내 현실입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의 운동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수업을 전폐하고 운동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하면 대학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요. 외국의 경우는 운동선수도 일반 학생처럼 똑같이 수업을 받아요. 성적이 저조하면 운동선수로 뛸 수가 없습니다. 현재 우리 학교에는 체육부 학생들에게 특별히 개발한 교양과목을 가르쳐요. 대학생으로서 꼭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운동선수들에게 ‘수업시간에 잠을 자더라도 수업에 반드시 참여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젊은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라는 말을 자주 해요. 암기식으로 축적된 지식은 필요 없어요. 인터넷을 보면 다 나오니까요. 축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동원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거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창조적 리더가 되라’ ‘글로벌 리더가 되라’는 말도 자주 합니다. 이제는 全(전) 세계의 젊은이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해요. 이를 위해 ‘리더십센터’를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리더가 되라’고 합니다. 한국을 짊어질 젊은이라면 스스로 학습하고 미래를 디자인하는 독립적 주체가 되어야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