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참가자의 의료비는 연간 평균 27만원으로 非참여자 56만원의 절반이하”
李康斗
⊙ 1937년 경남 거창 출생.
⊙ 마산고·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캐나다 윈저大 대학원 경제과 수료,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성균관대 행정대학원 박사. 러시아 국립하바로프스크대 명예정치학 박사.
⊙ 경제기획원 예산심의관 국장, 신한국당 제2정책조정위원장, 한나라당 총재 비서실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 역임. 14·15·16·17대 국회의원.
⊙ 저서: <세계화의 지평을 열면서> <21세기 농업에 도전한다>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길> 등 다수.
李康斗
⊙ 1937년 경남 거창 출생.
⊙ 마산고·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캐나다 윈저大 대학원 경제과 수료,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성균관대 행정대학원 박사. 러시아 국립하바로프스크대 명예정치학 박사.
⊙ 경제기획원 예산심의관 국장, 신한국당 제2정책조정위원장, 한나라당 총재 비서실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 역임. 14·15·16·17대 국회의원.
⊙ 저서: <세계화의 지평을 열면서> <21세기 농업에 도전한다>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길> 등 다수.
2008년 8월 13일,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이하 국체협) 대의원총회에서 李康斗(이강두·71) 前(전) 국회의원이 17대 국체협 회장에 당선됐다. 이 회장에겐 그날의 당선 감회가 남달랐다. 2년 전에 이미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지만 ‘정치적 중립 유지’를 이유로 盧武鉉(노무현) 정부의 문화관광부로부터 승인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강두 회장은 “한 개인이 아니라 생활체육동호인 전체를 무시한 행위였다”며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풀어냈다.
“저도 정치인이라 정부 측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됐습니다. 大選(대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1800만 생활체육 동호인의 대표를 야당 중진의원에게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겠죠. 나 개인의 일이었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생활체육 동호인 전체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판단돼 그냥 참고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 회장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승소했지만, 문화관광부의 항소로 결국 취임하지 못했다. 2년 동안 ‘취임하지 못한 국체협 회장’이란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녔다.
“재판 중 판사가 문화관광부 측에 물었어요. 체육분야 회장을 뽑을 때 정부가 간여하는 곳이 있느냐고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하나도 없다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당시 현직 의원 신분으로 국체협 회장에 출마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처음엔 출마할 생각이 없었어요. 몇몇 동호인들이 부탁을 해왔지만, 정치인이 하는 건 보기 안 좋다며 사양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여당 의원과 문화관광부 차관이 출마한다는 것이었어요. 동호인들이 다시 저를 찾아왔죠. ‘기왕 정치인이 하게 된 것, 국체협 사정을 잘 아는 이강두가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면서요. 그 간절한 뜻에 이끌려 출마한 겁니다.”
2008년 8월 국체협 회장 당선으로 2년 논란의 종지부를 찍은 이 회장은 곧바로 국가 체육단체 통폐합 작업에 나섰다. 업무가 중첩된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대한체육회를 분리·독립시키고, 국체협과 대한체육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 입장은 통합 쪽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 산하기관이 많은 데다 체육단체가 둘로 나눠져 있으니 부작용이 많았죠. 10여 년 동안 논란이 있었고 반대 의견도 있지만, IOC의 요구나 스포츠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분리·통합해야 합니다.”
“스포츠를 생활의 일부로 만들어야”
국체협은 현재 국민체육진흥법에 근거를 둔 법정 법인이 아니라 공공체육시설 사용, 지방비 지원 등 公的(공적) 체육 인프라 확보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체협은 활동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 차례 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대한체육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회장은 “2년 전 당선 未(미)승인 사태와 같이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선 먼저 법적으로 국체협의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며 국체협의 準(준)정부기관 승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국체협의 조직 기능과 체계를 개선해 ‘국민생활체육진흥원’이란 대통령 직속 특별기구로 재탄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991년 1월에 창립된 국체협은 현재 9만여 개의 클럽에서 300만명의 등록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체육이란 말에 비해 국체협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생소한 존재다. 그 이유를 묻자 이 회장은 “엘리트 체육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언론의 책임이 작지 않다”고 했다.
“세계 각국의 체육정책은 항상 언론이 주도를 해왔습니다. 최근 조선일보가 ‘학교체육, 교실로 돌아가자’란 기획보도를 했는데, 매우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합니다.”
이 회장은 “학생선수는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임을 강조했다. 세계에 수많은 스포츠 선진국 중, 한국처럼 운동에만 매달리는 학생은 없다며, 학교는 선수들이 운동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설계를 하도록 도와줄 책무가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엘리트 체육 위주’의 방식이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됐겠죠. 이제 이런 방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생활체육의 토양 위에서 우수한 엘리트 선수가 배출될 수 있습니다. 한국 운동선수들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많이 따고 있지만, 국민건강지수는 세계 꼴찌 수준이잖아요.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고 어린이와 청소년은 비만증에 걸려 있죠. 나라의 장래가 걱정됩니다. 이런 문제를 생활체육 활성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생활체육 참여로 16조원 경제효과
국체협은 2005년부터 ‘스포츠 7330’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1주일에 3번, 하루 30분 운동하자’는 의미로, 운동주기와 지속시간, 운동강도를 제시한 일종의 생활체육 가이드라인이다. 국체협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스포츠 7330’의 가장 큰 의미는 ‘국가경제 발전’이라고 한다. 국민이 규칙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하면 1인당 연간 46만원의 경제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성인인구 전체로 계산하면 16조원이다. 체육관련 민간소비가 유발하는 생산 유발액은 연간 11조8548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4조8277억원이다.
의료비 절감 효과도 크다.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사람의 연간 의료비는 연 평균 약 27만원으로, 비참여자(약 56만원)보다 절반 이상 아낄 수 있다. 연간 생활체육참여율이 2% 증가하면 의료비가 최소 1644억원 절감되고, 건강보험 급여비는 1조8000억원 절감 효과를 불러온다. 이 회장은 경제 효과와 함께 사회적 순기능을 강조했다.
“유아 신체발달, 청소년 사회성 함양, 직장인 스트레스 해소, 노화 지연, 세대간 갈등해소, 지역공동체 의식 함양 등등 생활체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궁무진합니다.”
이 회장은 “생활체육 활동은 곧 사회생활 적응 훈련”이라고 했다. 경기에서 룰을 지키는 생활체육인들은 사회에서도 룰을 지키고 승부에 승복한다는 것이다.
“건전하게 생활체육 하는 사람 중에 거리에 나가서 고함 지르거나 돌 던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회적인 화합도 쉽게 이뤄지죠. 의원 시절 지역구가 경남 산청·거창·함양이었는데, 정치적으론 호남지역과 별다른 교류가 없었어요. 그런데 체육인들은 가족들 데리고 서로 왔다갔다하며 경기를 합니다. 생활체육이 정치보다 낫더군요.”
청소년의 생활체육 참여율 30%에 불과
이 회장은 생활체육을 “단순한 스포츠활동을 넘어 선진복지국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이며 생활체육은 곧 애국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생활체육은 선진국으로 가는 원인이자 결과입니다. 국가 선진화와 생활체육 성장은 항상 함께 이뤄져요. 선진국들은 한 개인의 신체조건에 맞는 생활체육을 적극 권장합니다. 장애가 있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 그에 맞는 운동처방을 내리는 식이죠. 핀란드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생활체육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돈으로 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고 하더군요.”
현재 한국의 국민생활체육 참여율은 44.1%으로, 미국(67%), 프랑스(73.7%), 일본(60%)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치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참여율이 약 30%로,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 채 되지 않는다.
이 회장은 한국이 ‘스포츠 강국’보다는 ‘스포츠 선진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체육 교육을 정상화하고 지역 곳곳에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는 것이 그 첫 발걸음이다.
“학교 체육교육부터 정상화돼야 합니다. 최근 국체협에서 전국 각 학교에 체육 선수 약 1000명을 배치했습니다. 학생 선수들은 수업시간에 운동시키고, 다른 학생들은 체육시간에 공부시키는 비정상적인 교육은 빨리 사라져야 돼요.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을 智德體(지덕체)가 겸비된 全(전)인격체로 키워야 할 책임이 있어요.”
국체협은 1997년부터 아동복지시설을 비롯, 노인·장애인 시설, 사회복지관 등 매년 800곳에 1만8000여 점의 운동용품을 지원해 왔다. 2008년부터 군 격·오지와 교화시설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축구공, 농구공 등 구기종목 용품과 러닝머신, 벤치프레스 등 운동용품 2만여 점을 지난 11월부터 지원하고 있다.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 중입니다. 2007년엔 외국인을 위한 문화체육 축제를 주최했어요. 16개국 출신 근로자 5000여 명이 참가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2008년 9월엔 ‘전국 어르신 생활체육대회’를 수원에서 개최했습니다. 60세 이상이 참가 자격이었는데, 참가한 어르신들의 평균연령 72세였어요. 그분들이 땀 뻘뻘 흘리며 축구하는 걸 상상해 보세요. 진정한 생활체육의 현장이었죠.”
“落薦됐다고 黨命 어기는 건 正道 아니다”
국체협과 이 회장의 인연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3월, 이 회장은 당시 신한국당 재선의원 신분으로 국체협 산하 전국게이트볼연합회장을 맡게 된다. 그리고 10년 동안 재선을 통해 그 직을 이어 왔다.
“그때 게이트볼 조직이 전국에 3개 정도 있었어요. 서로 만날 싸우기만 하니까, 저한테 부탁이 들어왔던 겁니다. 그래서 통합된 조직의 회장이 됐죠.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회원수가 1만~2만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00만명에 육박합니다. 게이트볼 하면 보통 노인들의 스포츠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경기입니다. 청소년, 대학생, 가족단위를 대상으로 한 대회가 자주 열리고 있어요.”
이 회장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부분은 전천후 경기장이었다. 1998년부터 매년 2곳씩 건설을 추진했다. 그 후 게이트볼 붐이 조성돼 현재 전국에 약 300개의 전천후 경기장이 건설됐다.
“당시 현역 의원 직함이 어느 정도 작용하긴 했겠죠. 경기장 건설 외에도 여러 사업을 진행했는데, 생활체육 정책을 추진하는 중심단체인 국체협의 법적 지위가 너무 열악했습니다. 그때부터 법인화를 직접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계속 무산됐죠. 이제는 법안 개정의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이 회장은 1992년 경남 거창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내리 4選(선) 했다. 경제기획원에서 오랫동안 관료생활을 했고, 국회의원이 된 후에는 정책위 의장, 최고위원, 중앙위원회 의장 등 당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치현장을 떠난 후 아쉬움은 없었습니까.
“국체협 회장이 된 후 의원 시절보다 더 바쁩니다. 그래도 정치할 때같이 머리 아픈 일은 없어 기분이 더 좋아요. 물론 정치를 자의로 그만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겠죠.”
이 회장은 이른바 ‘親朴(친박)계’ 정치인으로, 2008년 4월 총선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후 무소속 출마 소문이 무성했지만, 白衣從軍(백의종군)을 외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무소속 출마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왜 불출마를 선언했습니까.
“실제 여론조사에서 제가 제일 앞섰던 것으로 압니다. 출마했으면 당선됐겠죠. 그런데 후배들에게 ‘당론을 따르라’고 외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공천 못 받았다고 黨命(당명)을 어기고 탈당하여 출마하는 것은 正道(정도)가 아니라고 봤어요.”
운동 마니아
이 회장은 정치보다 생활체육인들을 만나는 것이 더 즐겁다고 한다.
“정치를 할 땐 ‘아’라고 말해도 그 안에 ‘어’가 들어앉았고, ‘예스’라고 해도 그 안에 ‘노’가 있잖아요. 반면에 생활체육인들은 복잡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움직입니다. 마음이 순수한 이분들을 만나는 것이 제겐 큰 즐거움입니다.”
―정치권 밖에서 바라보는 요즘 한국 정치는 어떻습니까.
“黨利黨略(당리당략)에 얽매여 舊(구)세대 정치를 반복하고 있어요. 정치권 리더의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서 자책감이 듭니다. 정치의 기본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 회장은 국체협의 국제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06년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오세아니아 사회체육연맹 아스파총회(ASFAA)에 참석해 IOC 위원과 각국의 생활체육 대표들과 교류활동을 벌였고, ‘2008 부산 세계사회체육대회’를 유치·개최했다. 2008년 11월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IOC 세계생활체육총회에 참석해 지구촌 생활체육 이슈에 대한 토론 및 세미나를 가졌다.
“한국이 생활체육 분야 세계대회를 개최한 만큼, 이제 안목을 밖으로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사회체육연맹 임원들도 부산 세계사회체육대회의 독창성과 그 성과에 대해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국제교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북한과의 생활체육 교류 계획은 있습니까.
“IOC 세계생활체육총회에서 북한 IOC 위원을 만나 남북 생활체육 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북한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요. 이후 미국에서 추가 논의를 했고, 확인 작업 중입니다. 남북 생활체육 교류는 바람직한 시도 같아요. 개성에서 서울까지 마라톤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인터뷰를 진행하던 집무실 건너 방에 러닝머신 한 대가 보였다. “국체협 회장으로서 운동은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7330’이 아니라, ‘7660’을 한다”고 답했다.
“일주일에 6일, 하루에 한 시간씩 속보로 걷습니다. 16대 의원생활할 때까진 마라톤을 좋아해 8km씩 뛰었고요. 등산을 좋아해서 대한민국 높은 산은 다 올라봤습니다. 국회에선 축구부도 만들어서 활동했었고요. 운동은 다 좋아합니다.”⊙
이강두 회장은 “한 개인이 아니라 생활체육동호인 전체를 무시한 행위였다”며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풀어냈다.
“저도 정치인이라 정부 측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됐습니다. 大選(대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1800만 생활체육 동호인의 대표를 야당 중진의원에게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겠죠. 나 개인의 일이었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생활체육 동호인 전체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판단돼 그냥 참고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 회장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승소했지만, 문화관광부의 항소로 결국 취임하지 못했다. 2년 동안 ‘취임하지 못한 국체협 회장’이란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녔다.
“재판 중 판사가 문화관광부 측에 물었어요. 체육분야 회장을 뽑을 때 정부가 간여하는 곳이 있느냐고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하나도 없다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당시 현직 의원 신분으로 국체협 회장에 출마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처음엔 출마할 생각이 없었어요. 몇몇 동호인들이 부탁을 해왔지만, 정치인이 하는 건 보기 안 좋다며 사양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여당 의원과 문화관광부 차관이 출마한다는 것이었어요. 동호인들이 다시 저를 찾아왔죠. ‘기왕 정치인이 하게 된 것, 국체협 사정을 잘 아는 이강두가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면서요. 그 간절한 뜻에 이끌려 출마한 겁니다.”
2008년 8월 국체협 회장 당선으로 2년 논란의 종지부를 찍은 이 회장은 곧바로 국가 체육단체 통폐합 작업에 나섰다. 업무가 중첩된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대한체육회를 분리·독립시키고, 국체협과 대한체육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 입장은 통합 쪽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 산하기관이 많은 데다 체육단체가 둘로 나눠져 있으니 부작용이 많았죠. 10여 년 동안 논란이 있었고 반대 의견도 있지만, IOC의 요구나 스포츠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분리·통합해야 합니다.”
“스포츠를 생활의 일부로 만들어야”
국체협은 현재 국민체육진흥법에 근거를 둔 법정 법인이 아니라 공공체육시설 사용, 지방비 지원 등 公的(공적) 체육 인프라 확보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체협은 활동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 차례 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대한체육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회장은 “2년 전 당선 未(미)승인 사태와 같이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선 먼저 법적으로 국체협의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며 국체협의 準(준)정부기관 승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국체협의 조직 기능과 체계를 개선해 ‘국민생활체육진흥원’이란 대통령 직속 특별기구로 재탄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991년 1월에 창립된 국체협은 현재 9만여 개의 클럽에서 300만명의 등록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체육이란 말에 비해 국체협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생소한 존재다. 그 이유를 묻자 이 회장은 “엘리트 체육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언론의 책임이 작지 않다”고 했다.
“세계 각국의 체육정책은 항상 언론이 주도를 해왔습니다. 최근 조선일보가 ‘학교체육, 교실로 돌아가자’란 기획보도를 했는데, 매우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합니다.”
이 회장은 “학생선수는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임을 강조했다. 세계에 수많은 스포츠 선진국 중, 한국처럼 운동에만 매달리는 학생은 없다며, 학교는 선수들이 운동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설계를 하도록 도와줄 책무가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엘리트 체육 위주’의 방식이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됐겠죠. 이제 이런 방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생활체육의 토양 위에서 우수한 엘리트 선수가 배출될 수 있습니다. 한국 운동선수들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많이 따고 있지만, 국민건강지수는 세계 꼴찌 수준이잖아요.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고 어린이와 청소년은 비만증에 걸려 있죠. 나라의 장래가 걱정됩니다. 이런 문제를 생활체육 활성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생활체육 참여로 16조원 경제효과
국체협은 2005년부터 ‘스포츠 7330’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1주일에 3번, 하루 30분 운동하자’는 의미로, 운동주기와 지속시간, 운동강도를 제시한 일종의 생활체육 가이드라인이다. 국체협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스포츠 7330’의 가장 큰 의미는 ‘국가경제 발전’이라고 한다. 국민이 규칙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하면 1인당 연간 46만원의 경제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성인인구 전체로 계산하면 16조원이다. 체육관련 민간소비가 유발하는 생산 유발액은 연간 11조8548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4조8277억원이다.
의료비 절감 효과도 크다.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사람의 연간 의료비는 연 평균 약 27만원으로, 비참여자(약 56만원)보다 절반 이상 아낄 수 있다. 연간 생활체육참여율이 2% 증가하면 의료비가 최소 1644억원 절감되고, 건강보험 급여비는 1조8000억원 절감 효과를 불러온다. 이 회장은 경제 효과와 함께 사회적 순기능을 강조했다.
“유아 신체발달, 청소년 사회성 함양, 직장인 스트레스 해소, 노화 지연, 세대간 갈등해소, 지역공동체 의식 함양 등등 생활체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궁무진합니다.”
이 회장은 “생활체육 활동은 곧 사회생활 적응 훈련”이라고 했다. 경기에서 룰을 지키는 생활체육인들은 사회에서도 룰을 지키고 승부에 승복한다는 것이다.
“건전하게 생활체육 하는 사람 중에 거리에 나가서 고함 지르거나 돌 던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회적인 화합도 쉽게 이뤄지죠. 의원 시절 지역구가 경남 산청·거창·함양이었는데, 정치적으론 호남지역과 별다른 교류가 없었어요. 그런데 체육인들은 가족들 데리고 서로 왔다갔다하며 경기를 합니다. 생활체육이 정치보다 낫더군요.”
청소년의 생활체육 참여율 30%에 불과
이 회장은 생활체육을 “단순한 스포츠활동을 넘어 선진복지국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이며 생활체육은 곧 애국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생활체육은 선진국으로 가는 원인이자 결과입니다. 국가 선진화와 생활체육 성장은 항상 함께 이뤄져요. 선진국들은 한 개인의 신체조건에 맞는 생활체육을 적극 권장합니다. 장애가 있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 그에 맞는 운동처방을 내리는 식이죠. 핀란드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생활체육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돈으로 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고 하더군요.”
현재 한국의 국민생활체육 참여율은 44.1%으로, 미국(67%), 프랑스(73.7%), 일본(60%)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치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참여율이 약 30%로,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 채 되지 않는다.
이 회장은 한국이 ‘스포츠 강국’보다는 ‘스포츠 선진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체육 교육을 정상화하고 지역 곳곳에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는 것이 그 첫 발걸음이다.
“학교 체육교육부터 정상화돼야 합니다. 최근 국체협에서 전국 각 학교에 체육 선수 약 1000명을 배치했습니다. 학생 선수들은 수업시간에 운동시키고, 다른 학생들은 체육시간에 공부시키는 비정상적인 교육은 빨리 사라져야 돼요.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을 智德體(지덕체)가 겸비된 全(전)인격체로 키워야 할 책임이 있어요.”
국체협은 1997년부터 아동복지시설을 비롯, 노인·장애인 시설, 사회복지관 등 매년 800곳에 1만8000여 점의 운동용품을 지원해 왔다. 2008년부터 군 격·오지와 교화시설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축구공, 농구공 등 구기종목 용품과 러닝머신, 벤치프레스 등 운동용품 2만여 점을 지난 11월부터 지원하고 있다.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 중입니다. 2007년엔 외국인을 위한 문화체육 축제를 주최했어요. 16개국 출신 근로자 5000여 명이 참가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2008년 9월엔 ‘전국 어르신 생활체육대회’를 수원에서 개최했습니다. 60세 이상이 참가 자격이었는데, 참가한 어르신들의 평균연령 72세였어요. 그분들이 땀 뻘뻘 흘리며 축구하는 걸 상상해 보세요. 진정한 생활체육의 현장이었죠.”
“落薦됐다고 黨命 어기는 건 正道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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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체협이 주최한 ‘전국 어르신 생활체육대회’. |
“그때 게이트볼 조직이 전국에 3개 정도 있었어요. 서로 만날 싸우기만 하니까, 저한테 부탁이 들어왔던 겁니다. 그래서 통합된 조직의 회장이 됐죠.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회원수가 1만~2만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00만명에 육박합니다. 게이트볼 하면 보통 노인들의 스포츠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경기입니다. 청소년, 대학생, 가족단위를 대상으로 한 대회가 자주 열리고 있어요.”
이 회장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부분은 전천후 경기장이었다. 1998년부터 매년 2곳씩 건설을 추진했다. 그 후 게이트볼 붐이 조성돼 현재 전국에 약 300개의 전천후 경기장이 건설됐다.
“당시 현역 의원 직함이 어느 정도 작용하긴 했겠죠. 경기장 건설 외에도 여러 사업을 진행했는데, 생활체육 정책을 추진하는 중심단체인 국체협의 법적 지위가 너무 열악했습니다. 그때부터 법인화를 직접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계속 무산됐죠. 이제는 법안 개정의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이 회장은 1992년 경남 거창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내리 4選(선) 했다. 경제기획원에서 오랫동안 관료생활을 했고, 국회의원이 된 후에는 정책위 의장, 최고위원, 중앙위원회 의장 등 당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치현장을 떠난 후 아쉬움은 없었습니까.
“국체협 회장이 된 후 의원 시절보다 더 바쁩니다. 그래도 정치할 때같이 머리 아픈 일은 없어 기분이 더 좋아요. 물론 정치를 자의로 그만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겠죠.”
이 회장은 이른바 ‘親朴(친박)계’ 정치인으로, 2008년 4월 총선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후 무소속 출마 소문이 무성했지만, 白衣從軍(백의종군)을 외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무소속 출마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왜 불출마를 선언했습니까.
“실제 여론조사에서 제가 제일 앞섰던 것으로 압니다. 출마했으면 당선됐겠죠. 그런데 후배들에게 ‘당론을 따르라’고 외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공천 못 받았다고 黨命(당명)을 어기고 탈당하여 출마하는 것은 正道(정도)가 아니라고 봤어요.”
운동 마니아
이 회장은 정치보다 생활체육인들을 만나는 것이 더 즐겁다고 한다.
“정치를 할 땐 ‘아’라고 말해도 그 안에 ‘어’가 들어앉았고, ‘예스’라고 해도 그 안에 ‘노’가 있잖아요. 반면에 생활체육인들은 복잡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움직입니다. 마음이 순수한 이분들을 만나는 것이 제겐 큰 즐거움입니다.”
―정치권 밖에서 바라보는 요즘 한국 정치는 어떻습니까.
“黨利黨略(당리당략)에 얽매여 舊(구)세대 정치를 반복하고 있어요. 정치권 리더의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서 자책감이 듭니다. 정치의 기본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 회장은 국체협의 국제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06년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오세아니아 사회체육연맹 아스파총회(ASFAA)에 참석해 IOC 위원과 각국의 생활체육 대표들과 교류활동을 벌였고, ‘2008 부산 세계사회체육대회’를 유치·개최했다. 2008년 11월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IOC 세계생활체육총회에 참석해 지구촌 생활체육 이슈에 대한 토론 및 세미나를 가졌다.
“한국이 생활체육 분야 세계대회를 개최한 만큼, 이제 안목을 밖으로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사회체육연맹 임원들도 부산 세계사회체육대회의 독창성과 그 성과에 대해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국제교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북한과의 생활체육 교류 계획은 있습니까.
“IOC 세계생활체육총회에서 북한 IOC 위원을 만나 남북 생활체육 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북한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요. 이후 미국에서 추가 논의를 했고, 확인 작업 중입니다. 남북 생활체육 교류는 바람직한 시도 같아요. 개성에서 서울까지 마라톤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인터뷰를 진행하던 집무실 건너 방에 러닝머신 한 대가 보였다. “국체협 회장으로서 운동은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7330’이 아니라, ‘7660’을 한다”고 답했다.
“일주일에 6일, 하루에 한 시간씩 속보로 걷습니다. 16대 의원생활할 때까진 마라톤을 좋아해 8km씩 뛰었고요. 등산을 좋아해서 대한민국 높은 산은 다 올라봤습니다. 국회에선 축구부도 만들어서 활동했었고요. 운동은 다 좋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