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완수 창원시장.
朴完洙(박완수) 창원시장실에 들어섰을 때 ‘진실과 열정’이라고 적힌 액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박 시장이 말문을 열었다.
“저는 열정이라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도 자기 업무에 애정과 열정을 가지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열정 없이 이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죠. 인류 역사도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1955년 경남 통영시 도산면에서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는 논 여섯 마지기(한 마지기는 200평)로 농사를 지었으나, 당시 누구나 그러했듯 가난을 면치 못했다.
“집 근처 고성군에 있는 고성중에 합격했지만 등록금 5800원을 낼 돈이 없어 진학하지 못한 채 산에 나무하러 다녔습니다.”
그는 1972년 7월부터 76년 3월까지 채 4년이 못 되는 기간 동안 ‘박군’이라 불리며 동경전자 생산현장에서 일했다. 배움의 열망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방송통신대 행정과에 등록, 晝耕夜讀(주경야독)했다.
1976년 방송통신대를 마친 그는 경남대 행정학과 3학년에 편입하려다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4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반장으로 승진, 월급도 웬만큼 오른 터여서 “대학 졸업해도 그런 직장 다시 구하기 어렵다”며 말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퇴직금을 받아 등록금으로 납부했다. 경남대를 졸업하던 1979년 행정고시(23회)에 합격했다.
고시 합격 이후 공무원으로서의 그의 삶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경남도 공무원교육원 교관, 법무담당관, 지역경제과장, 감사담당관, 지방과장 등 주요 직책을 거쳐 1994년 합천군수로 일했다. 합천군수 재임 후에는 경남도 농정국장, 경제통상국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경남도 경제통상국장으로 만 3년 일하면서 농산물 수출, 기업투자유치 등의 공로로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그는 2004년 6월 5일 실시된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 창원시장에 당선됐고 2006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창원시가 세계 일류도시가 되기 위해 튼튼한 산업적 기반과 수준 높은 도시환경을 갖춰야 한다”며 “기업사랑운동과 ‘환경수도 창원’은 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사랑운동을 시작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30만개, 50만개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지만 정부가 만들 수는 없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인 경남도나 창원시가 일자리 몇 만개, 몇 천개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거죠. 그러나 反(반)기업정서 등으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지원해 줘야 합니다. 중앙정부가 하지 않으면 창원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의 설명은 계속된다.
“창원시는 그간 창원국가산업단지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국가산업단지여서 오히려 창원시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창원국가산업단지 없는 창원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市(시) 인구의 절반이 창원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고 있는데 창원공단이 망하면 창원시의 미래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창원공단을 활성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시청에 기업사랑課 신설
박 시장은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중소기업청 등의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공단 내 200여 업체를 방문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했다. 또 유관기관 실무자와의 연석회의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통해 기업 氣(기)살리기, 재정지원 등 7대 분야 78개 사업을 기업사랑운동 핵심전략으로 확정했다.
우선 기업 기살리기에 주력했다. 전국 처음으로 기업사랑課(과)를 만들었고, 제1회 기업사랑 시민축제가 열렸다. ‘기업사랑 및 기업활동촉진 등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 조례에 따라 창원컨벤션센터에 기업 명예의 전당을 건립했고, ‘올해의 최고 경영인·근로자’도 뽑았다. 한국지방자치학회는 지난해 우수조례 시상식에서 상 제정 이후 처음으로 창원시에 특별상을 줬다. 조례 내용이 우수하고, 여타 지방자치단체의 후속 조례 제정에 큰 영향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으로 확대된 기업사랑운동
뉴 마티즈가 출시된 2005년 3월 9일을 ‘GM대우의 날’로 선포하는 등 공장 신축, 신제품 출시일 등에 맞춰 기업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GM대우의 날’에는 마티즈 15대를 관용차량으로 구입하고, 경차 신규 등록자 장려금 지급과 주차요금 감면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경차 우대 조례까지 제정했다. 닉 라일리 사장에게는 명예 시민증을 주었다.
도로망 확충 등 인프라 구축과 제도적 지원도 빼놓지 않았다. 산업단지 내 도로에는 945개의 가로등을 설치했다. 출퇴근 근로자들을 위해 월림·창곡지구 4개 노선 10대의 공단 셔틀버스를 운행 중이며, 2009년 팔용·차룡지구 3개 노선에 6대를 추가 운행할 계획이다. 산업단지를 통과하는 남천 6.5㎞에 하이킹 존 산책로 등을 조성, 근로자들이 휴식공간으로 활용토록 했다
기업들도 화답하고 나섰다. 포스코특수강은 2010년까지 공장증설 등에 44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STX중공업은 창원시가 지원시설 부지인 신촌동 2만6000여평을 공장용지로 용도변경해 주고 진입로 보상까지 마무리해 주자 선박구조물을 생산하는 2공장을 신설, 가동에 들어갔다. 2공장 설립에는 500여 억원이 투자됐고, 500여 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박완수 시장은 “2004년 1604개이던 창원지역 제조업체 수가 2007년 말 2004개로 24.9%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고용인원은 7만4000여 명에서 8만여 명으로 8.1%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사랑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2002~2004년 제조업체 수는 13.8% 증가한 반면 고용인원은 1.2% 감소한 것과 큰 차이가 난다.
국내의 전반적인 제조업 일자리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창원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창원시의 기업사랑운동은 전국으로 확대됐다. 산업자원부가 창원시의 기업사랑운동을 모범사례로 제시하면서 2005년을 기업 기살리기 원년으로 선포했고, 박 시장은 기초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전경련 CEO 조찬클럽에 초청돼 강연을 했다.
박 시장에게 아침에 무엇을 타고 출근했는지 물어봤다.
“개인 자전거로 출근했습니다. 집에서 시청까지는 3㎞ 정도여서 15분 남짓 걸립니다. 폭우가 내리거나 행사 현장으로 곧장 가야 할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상쾌합니다. 여름·겨울철은 덥고 추워 자전거 출근이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는 겨울이면 양복 위에 점퍼를 입고, 귀마개까지 하고 자전거를 탄다. 그의 자전거 출근은 2007년 2월 말부터 시작됐다. 공무원 자전거 출·퇴근제 3월 시행을 앞두고 공무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직접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 창원시는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위해 시청이나 동사무소 반경 3㎞ 이내 거주 공무원에 대해 자전거 출·퇴근을 의무화했고, 3㎞ 바깥에 거주하는 공무원에겐 권장키로 했다. 그러나 마산·진해시 등 원거리 거주자나 몸이 불편한 공무원, 걸어서 출·퇴근하거나 대중교통 이용자는 제외했다.
자전거 타기 활성화는 그가 기업사랑운동과 함께 ‘창원을 대한민국 최고의 환경도시로 만들겠다’며 추진중인 ‘환경 수도 창원’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再選(재선) 5개월 후인 2006년 11월 창원시에서는 환경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경수도 창원’ 선포식이 열렸다. 창원공단과 함께 조성돼 ‘한국기계공업의 搖籃(요람)’으로 일컬어지는 ‘공업도시’ 창원이 2015년까지 환경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대한민국 환경수도로의 도약은 물론,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브라질의 쿠리티바 같은 세계적 환경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어 도시 전체를 생태도시로 만들어 2020년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인정받겠다는 플랜이다.
‘자전거 특별시’ 창원
박 시장은 창원을 ‘자전거 특별시’로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는 1640만대의 자동차가 등록돼 있습니다. 자동차 대당 주행거리는 우리나라가 54㎞, 일본 27㎞, 미국과 영국은 43㎞입니다. 경차 비율은 우리나라가 가장 낮습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데도 세계 아홉 번째 에너지 소비국가가 우리나라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자동차 문화를 바꾸고 자전거를 이용해야 합니다.”
단체장들이 한번쯤 사진 찍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는 1년8개월째 자전거 출근을 고집하고 있다. 자전거타기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책도 마련했다. 2007년 2월 전용도로 정비 등 인프라 확충과 지원근거 등을 담은 ‘자전거이용 활성화 조례’를 제정했다. 2008년 5월에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자전거정책과’를 신설, 과장을 포함해 12명을 배치했다. 공동주택 53개 단지에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하고, 공공기관 학교 등 15개소를 자전거타기 시범기관으로 지정, 1500만원씩 지원했다. 저소득층에게는 중고 자전거 2274대를 수리해 제공했다.
2008년 9월에는 창원시민을 피보험자로 한 ‘자전거 상해보험’을 LIG손해보험과 체결했다. 보험료 1억9309만원 전액은 창원시가 부담했으며, 기간은 2009년 9월 21일까지 1년간이다. 자전거 상해보험 도입은 창원시가 처음이다. 보험체결에 따라 창원시민이 자전거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후유장애가 발생하면 장애등급에 따라 최고 29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 또 자전거 운전 중 다른 사람을 사망케 한 경우 1인당 최고 2000만원의 형사 합의금을 지원한다.
자전거 운전 중 사고로 다른 사람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경우 최고 2000만원의 벌금을 내주고, 공소 제기 시 100만원 범위에서 변호사 선임료 등 방어 비용도 지원한다. 이밖에 사고로 4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진단을 받으면 1인당 40만원의 위로금이 지급된다.
무인대여 공영자전거 시스템 개발
창원시 두대동 창원경륜장 옥내 580㎡와 옥외 4000여 ㎡의 공간에는 자전거 문화센터가 들어섰다. 문화센터는 자전거 교육에서부터 정비, 대여, 전시, 홍보, 공영자전거 운영에 이르기까지 자전거와 관련된 거의 모든 시설이 망라된 국내 최초의 자전거 종합교육시설이다. 문화센터에는 첨단 영상장비와 비디오 교재를 활용, 관련 법규, 예절, 기초상식 등 이론교육을 위한 170㎡의 실내교육장과 주행 기본교육을 위한 50㎡의 옥외교육장이 있다.
또 경륜장 앞 3500㎡의 1주행교육장에는 364m의 주행연습로 등을 갖춘 松林(송림)황토코스와 소나무 조경을 이용한 S코스 등 다양한 곡선코스, 실제 자동차도로의 신호체계를 갖춘 교차로코스가 있어 기초 주행과 회전 능력을 익힐 수 있다. 이 과정을 마치면 경륜장 2층에 마련된 938m의 도로주행 연습장에서 기어변속 등 응용능력을 기른다.
센터에서는 전문교육 과정을 이수한 남녀 각 1명의 전문강사와 공단 소속 경륜선수들이 명예강사로 나서 각 2주 과정의 초·중급 과정, 청소년·직장인(주말반)을 위한 특별과정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66㎡의 정비소에서는 실비의 부품값만 받고 연중무휴 고장 난 자전거를 수리해 주며, 115㎡의 자전거 전시장에는 산악자전거 등 최신 자전거를 전시하고 있다.
창원시의 자전거 관련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이 2008년 9월 22일부터 운영에 들어간 무인대여 공영자전거 ‘누비자’의 개통이다. 창원시는 창원컨벤션센터와 시외버스터미널 등 20개 자전거 터미널에 430대를 비치했다. 누비자는 만 15세 이상 자전거 운전이 가능한 사람이면 이용할 수 있으며, 무인정보 검색시스템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면 된다. 관광객 등 비회원은 터미널의 무인정보 검색시스템에서 이용약관 동의 및 요금 결제 등의 절차를 거쳐 이용권 번호를 부여 받은 뒤 이용할 수 있다.
하루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누비자’는 연회원 2만원, 월회원 3000원, 주회원 2000원 등의 가입비를 납부해야 한다. 대여 후 1시간 이하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무료이용시간 초과 30분당 500원을 내야 한다. 한 번 빌리면 최대 2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누비자의 특징은 자전거 분실 등을 방지하기 위해 위치 추적이 가능한 GPS(위성항법장치)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2시간 이용 후 반납하지 않을 경우 누비자 운영센터에서 위치추적 시스템으로 자전거 위치를 파악한다. 위치 추적은 전국 어느 지역이든 가능하다.
공영자전거는 2013년까지 5000대로 늘려 시민 100명당 1대 꼴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5% 수준인 자전거의 수송분담률을 2015년까지 20%대로 끌어올리는 등 창원을 ‘자전거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창원시청 공무원들의 불평이 없느냐”고 묻자 “관리가 힘들면 백성이 편안하고, 관리가 편하면 백성이 힘들다”는 세종대왕 이야기로 답변을 대신했다. 마지막으로 박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마산수출자유지역에 다니다 경남대에 편입한 것, 김해부시장으로 재직하다 창원시장 출마를 위해 사표를 던진 것 등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두 번의 도전이 있었습니다. 공직생활을 마감하면 세 번째 도전에 나설 생각입니다. 사회봉사활동이 될지, 뭐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열정이라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도 자기 업무에 애정과 열정을 가지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열정 없이 이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죠. 인류 역사도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1955년 경남 통영시 도산면에서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는 논 여섯 마지기(한 마지기는 200평)로 농사를 지었으나, 당시 누구나 그러했듯 가난을 면치 못했다.
“집 근처 고성군에 있는 고성중에 합격했지만 등록금 5800원을 낼 돈이 없어 진학하지 못한 채 산에 나무하러 다녔습니다.”
그는 1972년 7월부터 76년 3월까지 채 4년이 못 되는 기간 동안 ‘박군’이라 불리며 동경전자 생산현장에서 일했다. 배움의 열망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방송통신대 행정과에 등록, 晝耕夜讀(주경야독)했다.
1976년 방송통신대를 마친 그는 경남대 행정학과 3학년에 편입하려다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4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반장으로 승진, 월급도 웬만큼 오른 터여서 “대학 졸업해도 그런 직장 다시 구하기 어렵다”며 말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퇴직금을 받아 등록금으로 납부했다. 경남대를 졸업하던 1979년 행정고시(23회)에 합격했다.
 |
| 박완수 창원시장(앞 오른쪽)이 2007년 3월 13일 오후 시민들의 민원을 듣기 위해 경남 창원시청에서 5km 가량 떨어진 명곡동 동사무소까지 자전거를 타고 출장가고 있다. |
그는 2004년 6월 5일 실시된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 창원시장에 당선됐고 2006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창원시가 세계 일류도시가 되기 위해 튼튼한 산업적 기반과 수준 높은 도시환경을 갖춰야 한다”며 “기업사랑운동과 ‘환경수도 창원’은 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사랑운동을 시작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30만개, 50만개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지만 정부가 만들 수는 없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인 경남도나 창원시가 일자리 몇 만개, 몇 천개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거죠. 그러나 反(반)기업정서 등으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지원해 줘야 합니다. 중앙정부가 하지 않으면 창원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의 설명은 계속된다.
“창원시는 그간 창원국가산업단지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국가산업단지여서 오히려 창원시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창원국가산업단지 없는 창원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市(시) 인구의 절반이 창원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고 있는데 창원공단이 망하면 창원시의 미래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창원공단을 활성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시청에 기업사랑課 신설
박 시장은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중소기업청 등의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공단 내 200여 업체를 방문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했다. 또 유관기관 실무자와의 연석회의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통해 기업 氣(기)살리기, 재정지원 등 7대 분야 78개 사업을 기업사랑운동 핵심전략으로 확정했다.
우선 기업 기살리기에 주력했다. 전국 처음으로 기업사랑課(과)를 만들었고, 제1회 기업사랑 시민축제가 열렸다. ‘기업사랑 및 기업활동촉진 등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 조례에 따라 창원컨벤션센터에 기업 명예의 전당을 건립했고, ‘올해의 최고 경영인·근로자’도 뽑았다. 한국지방자치학회는 지난해 우수조례 시상식에서 상 제정 이후 처음으로 창원시에 특별상을 줬다. 조례 내용이 우수하고, 여타 지방자치단체의 후속 조례 제정에 큰 영향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
| 2008년 5월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장, 군수, 구청장 초청 오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있다. 왼쪽부터 박완수 창원시장,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 노재동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대통령,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정종득 목포시장. |
전국으로 확대된 기업사랑운동
뉴 마티즈가 출시된 2005년 3월 9일을 ‘GM대우의 날’로 선포하는 등 공장 신축, 신제품 출시일 등에 맞춰 기업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GM대우의 날’에는 마티즈 15대를 관용차량으로 구입하고, 경차 신규 등록자 장려금 지급과 주차요금 감면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경차 우대 조례까지 제정했다. 닉 라일리 사장에게는 명예 시민증을 주었다.
도로망 확충 등 인프라 구축과 제도적 지원도 빼놓지 않았다. 산업단지 내 도로에는 945개의 가로등을 설치했다. 출퇴근 근로자들을 위해 월림·창곡지구 4개 노선 10대의 공단 셔틀버스를 운행 중이며, 2009년 팔용·차룡지구 3개 노선에 6대를 추가 운행할 계획이다. 산업단지를 통과하는 남천 6.5㎞에 하이킹 존 산책로 등을 조성, 근로자들이 휴식공간으로 활용토록 했다
기업들도 화답하고 나섰다. 포스코특수강은 2010년까지 공장증설 등에 44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STX중공업은 창원시가 지원시설 부지인 신촌동 2만6000여평을 공장용지로 용도변경해 주고 진입로 보상까지 마무리해 주자 선박구조물을 생산하는 2공장을 신설, 가동에 들어갔다. 2공장 설립에는 500여 억원이 투자됐고, 500여 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박완수 시장은 “2004년 1604개이던 창원지역 제조업체 수가 2007년 말 2004개로 24.9%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고용인원은 7만4000여 명에서 8만여 명으로 8.1%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사랑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2002~2004년 제조업체 수는 13.8% 증가한 반면 고용인원은 1.2% 감소한 것과 큰 차이가 난다.
국내의 전반적인 제조업 일자리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창원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창원시의 기업사랑운동은 전국으로 확대됐다. 산업자원부가 창원시의 기업사랑운동을 모범사례로 제시하면서 2005년을 기업 기살리기 원년으로 선포했고, 박 시장은 기초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전경련 CEO 조찬클럽에 초청돼 강연을 했다.
박 시장에게 아침에 무엇을 타고 출근했는지 물어봤다.
“개인 자전거로 출근했습니다. 집에서 시청까지는 3㎞ 정도여서 15분 남짓 걸립니다. 폭우가 내리거나 행사 현장으로 곧장 가야 할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상쾌합니다. 여름·겨울철은 덥고 추워 자전거 출근이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는 겨울이면 양복 위에 점퍼를 입고, 귀마개까지 하고 자전거를 탄다. 그의 자전거 출근은 2007년 2월 말부터 시작됐다. 공무원 자전거 출·퇴근제 3월 시행을 앞두고 공무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직접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 창원시는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위해 시청이나 동사무소 반경 3㎞ 이내 거주 공무원에 대해 자전거 출·퇴근을 의무화했고, 3㎞ 바깥에 거주하는 공무원에겐 권장키로 했다. 그러나 마산·진해시 등 원거리 거주자나 몸이 불편한 공무원, 걸어서 출·퇴근하거나 대중교통 이용자는 제외했다.
자전거 타기 활성화는 그가 기업사랑운동과 함께 ‘창원을 대한민국 최고의 환경도시로 만들겠다’며 추진중인 ‘환경 수도 창원’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再選(재선) 5개월 후인 2006년 11월 창원시에서는 환경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경수도 창원’ 선포식이 열렸다. 창원공단과 함께 조성돼 ‘한국기계공업의 搖籃(요람)’으로 일컬어지는 ‘공업도시’ 창원이 2015년까지 환경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대한민국 환경수도로의 도약은 물론,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브라질의 쿠리티바 같은 세계적 환경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어 도시 전체를 생태도시로 만들어 2020년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인정받겠다는 플랜이다.
‘자전거 특별시’ 창원
 |
| 2008년 6월 24일 경남 창원시 동읍 죽동리 옛 용산초등학교에서 박완수 창원시장을 비롯해 교육청, 시청 관계자,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남환경스쿨 개관식을 가졌다. |
“우리나라에는 1640만대의 자동차가 등록돼 있습니다. 자동차 대당 주행거리는 우리나라가 54㎞, 일본 27㎞, 미국과 영국은 43㎞입니다. 경차 비율은 우리나라가 가장 낮습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데도 세계 아홉 번째 에너지 소비국가가 우리나라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자동차 문화를 바꾸고 자전거를 이용해야 합니다.”
단체장들이 한번쯤 사진 찍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는 1년8개월째 자전거 출근을 고집하고 있다. 자전거타기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책도 마련했다. 2007년 2월 전용도로 정비 등 인프라 확충과 지원근거 등을 담은 ‘자전거이용 활성화 조례’를 제정했다. 2008년 5월에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자전거정책과’를 신설, 과장을 포함해 12명을 배치했다. 공동주택 53개 단지에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하고, 공공기관 학교 등 15개소를 자전거타기 시범기관으로 지정, 1500만원씩 지원했다. 저소득층에게는 중고 자전거 2274대를 수리해 제공했다.
2008년 9월에는 창원시민을 피보험자로 한 ‘자전거 상해보험’을 LIG손해보험과 체결했다. 보험료 1억9309만원 전액은 창원시가 부담했으며, 기간은 2009년 9월 21일까지 1년간이다. 자전거 상해보험 도입은 창원시가 처음이다. 보험체결에 따라 창원시민이 자전거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후유장애가 발생하면 장애등급에 따라 최고 29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 또 자전거 운전 중 다른 사람을 사망케 한 경우 1인당 최고 2000만원의 형사 합의금을 지원한다.
자전거 운전 중 사고로 다른 사람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경우 최고 2000만원의 벌금을 내주고, 공소 제기 시 100만원 범위에서 변호사 선임료 등 방어 비용도 지원한다. 이밖에 사고로 4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진단을 받으면 1인당 40만원의 위로금이 지급된다.
무인대여 공영자전거 시스템 개발
 |
| 창원 전국평생학습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국제교육도시연합회(IAEC) 필라 피겨러스 사무총장과 박완수 창원시장. |
또 경륜장 앞 3500㎡의 1주행교육장에는 364m의 주행연습로 등을 갖춘 松林(송림)황토코스와 소나무 조경을 이용한 S코스 등 다양한 곡선코스, 실제 자동차도로의 신호체계를 갖춘 교차로코스가 있어 기초 주행과 회전 능력을 익힐 수 있다. 이 과정을 마치면 경륜장 2층에 마련된 938m의 도로주행 연습장에서 기어변속 등 응용능력을 기른다.
센터에서는 전문교육 과정을 이수한 남녀 각 1명의 전문강사와 공단 소속 경륜선수들이 명예강사로 나서 각 2주 과정의 초·중급 과정, 청소년·직장인(주말반)을 위한 특별과정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66㎡의 정비소에서는 실비의 부품값만 받고 연중무휴 고장 난 자전거를 수리해 주며, 115㎡의 자전거 전시장에는 산악자전거 등 최신 자전거를 전시하고 있다.
창원시의 자전거 관련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이 2008년 9월 22일부터 운영에 들어간 무인대여 공영자전거 ‘누비자’의 개통이다. 창원시는 창원컨벤션센터와 시외버스터미널 등 20개 자전거 터미널에 430대를 비치했다. 누비자는 만 15세 이상 자전거 운전이 가능한 사람이면 이용할 수 있으며, 무인정보 검색시스템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면 된다. 관광객 등 비회원은 터미널의 무인정보 검색시스템에서 이용약관 동의 및 요금 결제 등의 절차를 거쳐 이용권 번호를 부여 받은 뒤 이용할 수 있다.
하루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누비자’는 연회원 2만원, 월회원 3000원, 주회원 2000원 등의 가입비를 납부해야 한다. 대여 후 1시간 이하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무료이용시간 초과 30분당 500원을 내야 한다. 한 번 빌리면 최대 2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누비자의 특징은 자전거 분실 등을 방지하기 위해 위치 추적이 가능한 GPS(위성항법장치)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2시간 이용 후 반납하지 않을 경우 누비자 운영센터에서 위치추적 시스템으로 자전거 위치를 파악한다. 위치 추적은 전국 어느 지역이든 가능하다.
공영자전거는 2013년까지 5000대로 늘려 시민 100명당 1대 꼴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5% 수준인 자전거의 수송분담률을 2015년까지 20%대로 끌어올리는 등 창원을 ‘자전거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창원시청 공무원들의 불평이 없느냐”고 묻자 “관리가 힘들면 백성이 편안하고, 관리가 편하면 백성이 힘들다”는 세종대왕 이야기로 답변을 대신했다. 마지막으로 박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마산수출자유지역에 다니다 경남대에 편입한 것, 김해부시장으로 재직하다 창원시장 출마를 위해 사표를 던진 것 등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두 번의 도전이 있었습니다. 공직생활을 마감하면 세 번째 도전에 나설 생각입니다. 사회봉사활동이 될지, 뭐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