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인터뷰] ‘골프계의 돌부처’ 신지애 선수 : 월간조선

IMF로 온 나라가 시름에 잠겨 있던 10년 전, 異域萬里(이역만리) 타향 땅에서 보여준 박세리 선수의 ‘맨발 투혼’은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의 상징이었다. 해저드(골프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어렵게 만드는 벙커나 바다, 못, 냇물, 나무, 수풀 등의 자연 장애물 구역을 통칭)에 빠진 공을 쳐 내기 위해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던 모습은 ‘어렵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당시 우리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덩달아 아이들에게 골프를 시키려는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박세리 키즈’라는 新造語(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나라 안팎이 또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박세리 선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사람이 여성 프로골퍼 신지애 선수다. 어린 시절 박세리 선수를 보며 꿈을 키운 대표적인 ‘박세리 키즈’(어린 시절 미국 LPGA에서 펼치는 박세리 선수의 맹활약에 영향을 받아 골프를 시작한 골프 선수들)인 신지애는 눈부신 활약으로 골프역사를 새로 작성하고 있다.

2008년에는 非(비)회원 자격으로 미국 LPGA 투어에 진출해 3개 대회 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었다.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2008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챔피언십’에서는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하면서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다.

국제무대뿐만 아니라 국내무대에서도 신지애 선수의 활약은 뜨거웠다. 신지애는 2008년 한 해에만 국내무대에서 7승을 기록했다. 2008년 12월 11일 진행된 ‘하이마트 한국 여자프로골프 대상’ 시상식은 신지애 선수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이 시상식에서 신지애 선수는 대상을 비롯해 KLPGA 상금왕(7억6518만원)과 KB스타투어 상금왕(5억원), 다승왕(7승), 최저타수상(70.24타)까지 거머쥐며 5관왕에 올랐다. 이로써 데뷔 첫해부터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고, 5개 부문 동시 수상도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다.

손바닥에 적은 수상소감

이날 시상식은 저녁 9시30분이 돼서야 끝났다. 신지애 선수는 시상식이 끝난 후 푸른색 드레스 차림으로 月刊朝鮮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4시간이 넘는 긴 행사시간과 기념촬영으로 인해 지쳐 있을 법도 했지만, 그녀는 골프경기 중 필드에서 보여주던 예의 그 웃음 띤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5관왕 수상소감부터 물었다. 대답은 짧고 미소는 길었다.

“올해는 상복이 많은 것 같아요.”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신지애 선수의 왼쪽 손바닥에는 깨알 같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수상 소감을 적은 건가요?

그녀는 왼손을 펴 보이며 “아, 이거요?” 하고는 웃으며 대답했다.

“수상 소감을 적은 거예요. 혹시 소감을 말하다가 긴장해서 잊어버릴까봐 걱정이 돼서요. 그런데 이걸 보지 않고도 잘했어요.”

드레스에 맞춰 단정하게 올린 머리, 안경을 벗고 곱게 화장한 모습은 타이틀이 걸린 골프경기에서 보여주던 강인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미소천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잘 웃는 모습은 여전했지만 솔직하고 재기발랄한 모습은 영락없는 스무살 대학생이었다. 현재 연세대 체육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그녀는 “학교생활이 정말 재미있다”며 즐거워했다.

“대회가 겹쳐서 수업에 빠지는 날이 많지만 최대한 충실히 학교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동안 너무 오랜 시간을 골프 한 가지에만 매달려 왔기 때문에 여러 과목을 한꺼번에 공부하는 게 솔직히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쁨이 커요.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말도 걸어 주고, 함께 어울리면서 지금은 친구도 많이 생겼어요.”

골프 외에도 다양한 경험 쌓고 싶다

―학교성적은 좋은가요.

“아뇨. 대회 일정상 학교에 자주 못 나가기 때문에 리포트나 과제를 주시는데 성적은 잘 안 나와요. 공부도 잘하고 싶고 졸업도 하고 싶어요.”

대회가 없는 날에는 모든 일정을 학교수업에 맞출 정도로 그는 학교생활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다. 신지애 선수는 ‘한 가지만 아는 편협한 삶을 살지 않겠다’며 독서, 영화 보기, 음악 듣기, 쇼핑 같은 취미생활을 즐긴다고 한다. “골프가 아닌 다른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얻게 되는 기분전환은 골프를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다.

“골프는 체력만큼이나 심리상태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운동이에요. 경기를 치를 때마다 스트레스가 말도 못해요.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흐트러지기 쉽죠. 그래서 저는 스트레스들을 쌓아 두지 않고 곧바로 풀어요.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에요. 운동 외에 할 줄 아는 것이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다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모르게 되잖아요.”

여간해서는 경기 중에도 표정의 변화가 없고, 잘 웃는 그는 ‘정신력’을 골프선수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은 그가 가진 최대의 무기다. 백전노장인 캐리 웹 선수도 그와 함께 경기를 한 후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훌륭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결을 물었다.

“어려서부터 받은 부모님의 교육과 종교적인 믿음, 그리고 긍정적인 성격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프로데뷔 후부터 꾸준히 해 오고 있는 심리훈련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징크스는 마음먹기 나름

2008년 10월 18일 여주 블루헤런골프장에서 열린 제9회 하이트컵 여자프로골프챔피언십 경기에서 신지애 선수가 티샷을 하고 있다.

―골프 선수가 안 됐다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저는 생각을 안 해 봤어요. 그래도 꼭 집어서 하나만 얘기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화가라고 말하곤 하죠. 그런데 솔직히 저는 골프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징크스를 갖고 있는데 신지애 선수는 어떤 징크스를 갖고 있습니까.

“과거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과거에는 어떤 징크스를 갖고 있었나요?

“징크스라는 것도 다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는 징크스가 20가지도 넘었을 거예요. 경기할 때 아버지를 보면 안 되고, 물도 마시면 안 되고 등등 정말 많았죠. 그래서 대회 때 아버지도 못 오게 하고, 아무리 목이 말라도 물 한 모금 안 마시며 버텼어요. 그러다 언제까지 이렇게 징크스에 갇혀 살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어느 날 물을 마셨어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까 물을 먹었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더라고요. 징크스라는 게 심리적인 문제이지, 극복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올해 스무 살인 신지애 선수는 LPGA투어 非(비)멤버로 시즌 3승을 차지하며 미국무대에 직행했다. 그 뒤를 이어 ‘1000만 달러의 소녀’ 미셸 위도 2009년 LPGA투어 풀시드를 획득하며 정회원으로 합류했다. 미국 LPGA는 두 사람의 합류가 2009년 LPGA 투어에서 흥행돌풍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셸 위는 신지애 선수보다 한 살 아래인 만 19세다. 이런 이유 때문에 두 여성 골퍼의 이름이 요즘 언론에 나란히 등장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골프를 하면서 가장 두렵게 생각하는 선수는 없습니까.

신지애 선수는 이 질문에 단호하게 “없어요”라고 답했다.

―미셸 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제가 그 선수를 두려워하고, 또 라이벌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그 선수를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두렵다든가 라이벌이라든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미셸 위에게 라이벌 의식이 없다는 건가요, 자신의 라이벌이 못 된다는 건가요?

“경쟁하는 상대인 것만은 분명하죠. 하지만 제가 ‘저 선수가 무섭다, 경쟁상대다’ 그렇게 생각하면 제 부담만 커질 것 같아요. 미셸 위는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이지만 저도 그만큼 잘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경기장 들어서면 승부욕 발동

―필드에서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자신감이 있어 보이던데 평소에도 대담한 성격인가요.

“골프를 할 때만 그런 것 같아요. 골프장 밖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고 공부하는 학생일 뿐이죠. 골프장 밖에서는 정말 조용하고, 평범한 학생이라 주변사람들로부터 ‘어떻게 그렇게 달라질 수가 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골프장에만 들어서면 승부욕이 생기는군요.

“예, 이상하게 코스에 들어서면 저도 모르게 승부욕이 생겨요.”

―코스에 올라서면 승부욕이 그렇게 강해지는 사람이 왜 그렇게 코스에 들어서서도 웃음이 많습니까.

“저는 그냥 웃음이 나오는 대로 웃을 뿐이지 억지로 웃으려고 하지는 않아요. 억지로 웃으면 굉장히 부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솔직히 큰 경기를 할 때는 떨리기도 하지만 그럴 때도 그냥 웃음으로 넘기다 보면 저절로 편안해지더라고요.”

―결국은 그런 것들이 다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 같은데, 그런 자신감은 천성적인 건가요. 아니면 가정교육이나 학교교육 등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건가요.

“방금 얘기하신 그 모든 게 전부 다 포함돼요.”

―골프를 즐긴다고 생각하세요.

“골프를 즐기는 게 아니라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박세리 훈련방법 따라 해

활달하지는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신지애 선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목사인 아버지 신재섭씨의 손에 이끌려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 미국 LPGA에 진출해 승승장구하고 있던 박세리의 영향으로 많은 아이들이 골프채를 잡을 때였다. 그 역시 어린 시절 꿈은 ‘박세리 언니처럼 되는 것’이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집안의 아이들은 골프유학을 떠나기도 하고, 고액의 개인레슨을 받으면서 실력을 키워 나갔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했던 그는 언론에 소개된 박세리의 훈련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식으로 연습을 했다.

하체 근육을 단련시키기 위해 집 근처 아파트 계단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내렸고, 담력훈련을 위해 공동묘지에도 갔다(이와 관련해 나중에 프로가 된 후 박세리를 직접 만나 ‘공동묘지 훈련 이야기는 과장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두 사람 모두 박장대소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그렇게 지독하게 연습한 덕분에 신지애 선수는 골프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전라남도에서 주최한 주니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중학교 때도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을 휩쓸었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3년, 그에게 큰 슬픔이 찾아왔다. 교통사고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어머니와 함께 차에 타고 있던 두 동생마저 크게 다쳐 그는 근 1년간을 병원에서 두 동생과 함께 생활하며 간병을 도맡았다. 퇴원 후 경제적인 어려움은 더 커져 단칸방에서 아버지와 두 동생 등 네 식구가 살았다.

인터뷰 중 어머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신지애 선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 얘기는 지금까지 너무 많이 했고 더 이상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지난 3년 동안은 엄마의 죽음 등 어려움을 극복한 선수로 이야기돼 왔지만 앞으로는 발전해 나가는 선수로서 희망을 말하고 희망을 심어 주는 신지애가 되고 싶어요.”

가정적인 불행이 닥친 후에도 신지애 선수는 골프를 포기하지 않았다. 다행히 그의 열정과 재능을 높이 산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꿈을 이어갈 수 있었고, 그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오래지 않아 굵직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2005년 11월 KLPGA 투어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거둔 것이다. 이 대회를 계기로 신지애 선수는 ‘무서운 신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생계를 위해 아마추어 최고의 명예를 포기하고 프로의 길을 선택했다. 데뷔 첫해 시즌 3승을 거두며 돌풍을 일으킨 신지애 선수는 이듬해 18개의 국내대회에 출전해 9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에는 미국(3승), 일본(1승)을 합쳐 도합 11승을 기록했다.

<뉴욕타임스>의 찬사

2008년 6월 15일 한국여자골프 비씨카드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곰 인형을 안고 포즈를 취한 신지애 선수.

그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투어에 진출한다. 골프 女帝(여제)로 불리는 애니카 소렌스탐의 고별무대이기도 했던 ADT챔피언십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소렌스탐을 제치고 우승을 거둔 덕분에 미국에서는 신지애에 대한 관심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걸출한 스타 소렌스탐을 잃게 됐지만 스무 살의 신지애를 얻게 됐다’는 찬사를 했을 정도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너무 과분한 칭찬이죠. 올해(2008년) 성적이 좋기는 했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제가 소렌스탐 같은 큰 선수의 자리를 메울 수 있겠어요?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몇 년 후 실력을 더 끌어올리고 그때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닮고 싶은 선수, 혹은 존경하는 선수가 있다면?

“LPGA 진출하기 전에는 줄리 잉스터 선수와 박세리 선수를 닮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존경할 만한 선수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특히 소렌스탐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 선수였어요. 소렌스탐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기립박수가 쏟아져요. 그렇게 존경 받는 선수는 정말 처음 봤어요. 얼마나 멋있던지,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이번에 루키 오리엔테이션에서 낸시 로페즈도 만났는데, 저로서는 정말 만난다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선수였거든요. 그런데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영광이었죠. 로페즈에게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팬에 대한 배려, 서비스 같은 것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이제 겨우 스무 살이지만 신지애 선수는 ‘속이 꽉 찼다’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신중하고 사려 깊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고 있고, 목표도 확실하게 세웠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LPGA 신인왕을,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 명예의 전당 입성을 노리고 있다.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야심도 가지고 있다.

―키가 작아(155cm) 장신의 외국선수들을 상대할 때 부담스럽지는 않은지요?

“많은 분들이 제 키를 단점으로 꼽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 키가 작다고 느낀 적도 없고요. 키는 골프를 하는 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어려울 때 받았으니 베푸는 것은 당연

신지애 선수가 2007년 11월 이석형 함평군수로부터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최다우승을 축하하는 도자기를 선물로 받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글쎄요, 수입이 늘었다는 것 정도? 마지막 대회에서 큰 상금을 받아 갑자기 액수가 껑충 뛰었잖요. 다른 변화는 없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수입에 대해서도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아직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상금보다는 우승과 실력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모교인 함평골프고등학교에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내놓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기부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어려운 환경에서 골프를 하느라 프로로 데뷔하기 전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는 저도 다른 사람을 도울 만큼 여유가 좀 생겼으니 당연히 해야죠.”

―골프를 그만두고 싶을 때는 없었나요.

“한 번도 없었어요. 정말 좋아했고, 또 골프를 하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틈틈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무리한 스윙으로 허리를 크게 다치는 부상을 한 번 입었는데 그때 ‘골프를 다시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적은 있어요.”

―평소 부상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요.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부상에 신경 쓰지 않는 선수는 없어요. 제가 우리나라, 미국, 일본 투어를 다 다니면서 봤더니 일본 선수들이 부상이 눈에 띄게 적어요. 자세히 보니까 그 선수들은 스트레칭을 정말 열심히 해요. 그래서 저도 요즘은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바둑의 이창호 프로와 신지애 선수가 道(도)를 닦은 듯한 느낌이 비슷하다고 하던데요.

“아빠가 바둑을 좋아하셔서 가끔 같이 바둑 프로그램을 보는데 아빠도 이창호 프로와 비교하는 말씀을 제게 해주세요.”

―뭐라고 비교하시나요.

“‘과거 이창호 선수는 바둑 외에는 거의 하는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너는 골프에만 빠지지 말고 쇼핑도 하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다양한 분야를 접해봐라’고 하시죠. 실제 저는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하면 기분전환에도 좋아요.”

―기분전환이 골프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나요.

“골프는 스트레스가 많은 운동이기 때문에 기분전환이 많은 도움을 주죠.”

―골프 외에 다른 계획이 있나요.

“아주 많아요.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하면 ‘코스 디자이너’를 하고 싶어요. 저는 골프 말고도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살고 싶어요. 먹는 것을 좋아하니까 디저트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것도 해 보고 싶고요. 계획이 너무 많죠? 아직 20년밖에 살지 않았지만 그동안 골프만 하면서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요.”

골프는 나를 완성시켜 주는 존재

인터뷰를 마치며 신지애 선수에게 골프란 무엇인지 물었다. 그녀는 “전에는 ‘늘 나와 함께 숨쉬는 공기 같은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좀 달라졌다”며, “골프는 나를 완성시켜 주는 존재”라고 답했다.

“골프를 하기 전에는 무척 내성적이라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했어요. 활발한 성격은 속에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걸 표현하지 못해 다가가지 못했던 거죠. 지금은 정반대가 돼서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그 안에서 많은 것을 얻으며 살고 있어요. 골프는 그 자체로도 좋지만 제 인생을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고, 완성시켜 준다는 점에서 정말 고마운 존재죠.”

10년 전 박세리 선수가 그랬듯, 요즘 신지애 선수를 보며 용기와 희망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에 그는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을 보며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려운 시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는 부탁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는 긴장을 할수록 오히려 웃으면서 그 부담감을 털어내는 편이에요. 제 경기를 보시는 다른 분들도 그렇게 같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웃으면 확실히 상황이 더 나아지는 것 같이 느껴지거든요. 지금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렇게 어려운 시기가 있으면 분명 좋을 때도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정말 어렵게 시작했고,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골프를 그만두어야 했던 적도 있지만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잖아요. 저를 보면서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어요. LPGA투어에 가서 웃을 수 있는 소식을 많이 전해 드릴게요.”

신지애 선수와 인터뷰를 끝낸 후 헤어지고 난 다음에 필자의 머릿속에 남은 잔상은 “마음도 예쁘지만 말도 예쁘게 잘한다”였다.⊙

<정리·崔善姬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