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헬러(Thomas Charles Heller)
⊙ 1944년 美 필라델피아 출생.
⊙ 예일大·프린스턴大 졸업.
⊙ 前 칠레정부 법률자문역, 伊 유러피언대 교수, 美 예일大 교수, 홍콩大 방문교수,
現 유엔 사무국·세계경제포럼 자문역, 세계 기후변화 정부간기구 패널.
⊙ 저서: <권력 개혁의 정치경제학> <일반 지식을 넘어서: 법에 대한 경험적 접근>
<기후 변화: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등.
⊙ 1944년 美 필라델피아 출생.
⊙ 예일大·프린스턴大 졸업.
⊙ 前 칠레정부 법률자문역, 伊 유러피언대 교수, 美 예일大 교수, 홍콩大 방문교수,
現 유엔 사무국·세계경제포럼 자문역, 세계 기후변화 정부간기구 패널.
⊙ 저서: <권력 개혁의 정치경제학> <일반 지식을 넘어서: 법에 대한 경험적 접근>
<기후 변화: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등.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8월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Low carbon green growth)’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 것이며, 한국의 미래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 국제적인 전문가에게 그 중요성과 비전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문가인 美(미) 스탠퍼드大(대) 로스쿨의 토마스 헬러(64) 교수는 스탠퍼드대에서 기후·환경·에너지 관련 국제법을 강의하면서 유엔 및 각국 정부, 글로벌 기업들의 기후·에너지 자문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국, 남미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헬러 교수는 2008년 12월 초 고려대 국제학부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주제로 특별강의를 했으며, 국내 政·官·財界(정·관·재계) 인사들과 면담을 가졌다. 헬러 교수를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헬러 교수는 한국 정부가 지난 8월에 내놓은 ‘녹색 성장을 위한 국가기본계획’에 대해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산다”고 평가했다. “아직 몇 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며 “향후 몇 년 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전 세계, 각국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주제입니다. 아직 구체화된 것은 많지 않지만 그 필요성을 절감하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이를 성장동력으로 발표했듯이,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노력들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기후와 에너지는 세계적인 관심사
그 예로 북유럽의 국가들을 들었다.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이런 성장모델을 도입해서 성공을 거둔 예가 있습니다. 환경사업과 녹색기술, 신에너지 등 분야에서 수익을 올리기도 했고요. 예를 들면 아이슬란드는 地熱(지열)에너지를 적극 개발, 전체 난방에너지의 87%를 지열이 차지하고 있고 화석에너지 절감효과를 크게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예를 볼 때 녹색성장과 에너지사업은 향후 경제적인 가치가 매우 크다고 봅니다. 또 최근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를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녹색성장은 고용창출과 신기술 개발, 에너지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경기부양 효과가 있어요.”
그는 중국의 예도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중국은 화력발전 기술이 발달해 있어 같은 양과 질의 석탄을 사용해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적습니다. 기후 문제는 기본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원인이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중국 정부가 이 점을 빨리 파악했던 거죠.”
헬러 교수는 “한국 국민들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본질과 깊은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고 내면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 수치가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저탄소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헬러 교수는 한국이 세계 에너지산업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엄청난 경제 발전의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기술과 각종 자원과 고급인력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에너지산업의 성장동력化(화)라는 전 세계적 과제를 잘 이행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고속성장을 이뤄내는 등 산업발전의 ‘처음과 끝’을 빠른 시일 내에 경험한 국가이기 때문에, 에너지 문제와 관련한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실용적이면서 확고한 정책을 실현하고 정착시켜 다른 많은 국가에 귀감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헬러 교수는 또 한국은 G20(20개 주요 산업화 국가)의 2010년 의장국으로 예정돼 있어 리더 역할을 하기에 적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G20은 향후 세계경제 질서를 이끌어 나갈 조직입니다. 한국이 브라질, 영국에 이어 의장국 지위를 갖게 된 것은 한국의 위상이 국제적 인정을 받는 동시에 한국에 책임감이 주어지는 상황입니다. 한국은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그는 앞으로 G20이 G8을 대신할 것이라면서 “한국은 중국과 브라질, 멕시코와 더불어 성장의 새로운 부분을 개척할 수 있는 나라로서, 세계 경제의 많은 부분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에너지사업의 기술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좀 더 효율적인 에너지체계를 앞장서서 고안해 낼 필요가 있습니다. 화석원료(석탄, 석유 등)에서의 탈피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다른 에너지체계를 찾고 있는데, 한국은 제조업과 IT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이 해답을 제시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에너지산업에서는 에너지 채굴 및 관리체계의 정교화, 정보기술의 적용, 새로운 시장개척 등의 능력이 중요한데 한국은 이와 관련해 우수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요.”
그는 한국에서 1960~70년대는 건설업과 제조업, 1990년대 이후 IT산업이 국내산업을 이끌어왔듯 2010년 이후에는 에너지산업이 경제를 이끌 것이라 전망했다.
“최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 고속성장의 주역이 돼 왔던 한국 기업들이 에너지산업에 집중하면 또 한번의 고속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금융위기는 또 다른 기회
“지금처럼 세계적인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친 가운데 에너지산업이 발전할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에 헬러 교수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벗어날 경기부양책이 바로 기후변화 및 에너지 관련사업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의 금융위기는 시스템 정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적인 신용경색 때문에 정부나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아 자본시장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니 새로운 에너지원 창출에 대한 열정도 식을 수밖에 없지요. 각국의 새로운 에너지개발과 에너지확보 프로젝트 등이 상당수 동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油價(유가) 등 에너지가격이 내려가질 않습니다. 이 같은 금융위기는 정부가 시장경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따라서 정부는 에너지 관련사업에 적극 관여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는 미국의 새 정부와 G20 등 국제사회가 새 금융질서를 논의 중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 에너지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높습니다. 에너지 생산비용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투자 등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도 더 강화하겠다고 했고요.”
그는 오바마 당선자가 에너지장관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 로런스 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소장을 임명하고 백악관 내 에너지·환경·기후 문제 총괄담당職(직)을 신설하여 캐럴 브라우너 전 환경보호청(EPA) 청장을 임명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규제,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을 주장하는 인사들을 중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헬러 교수는 “오바마의 정책이 친환경·녹색성장을 중시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도 이 같은 미국의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녹색성장이 국가의 주도만으로는 진행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기업이 기후와 에너지 문제를 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세금만으로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므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데, 기업만이 해법을 내놓을 수 있어요.”
기업의 적극적 참여는 필수
그렇다면 이윤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을 어떻게 녹색성장에 끌어들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헬러 교수의 답변이다.
“정부는 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 주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합니다. 기후와 에너지산업은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아 한 나라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기후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또 기업이 스스로 녹색성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 해도 정부의 정책에 대한 확신 없이는 움직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간의 유대와 신뢰가 중요합니다. 정부는 미래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기업이 지금 기후와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회사의 존립이 힘들 것이란 사실을 주지시켜야 합니다.”
헬러 교수의 訪韓(방한)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그는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이 기후와 에너지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며 “아직 멀고 고생스러운 길이며 정치적으로 복잡한 과정이 따를 수 있지만, 희망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헬러 교수는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한다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과 수소경제(석유 고갈 후 수소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미래경제) 대비와 녹색기술 개발을 위해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한국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8월 24일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했다.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성장이며, 녹색 기술과 청정 에너지로 新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녹색성장 구현을 위한 에너지 마스터 플랜인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고유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 경제사회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 에너지 자립 및 脫(탈)석유사회 실현을 위해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이며,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안보를 위해 현재 5% 수준의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임기 중에 18%, 2050년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에너지 독립국의 꿈을 실현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2030년 11% 이상, 2050년 20%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녹색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임기 중 두 배 이상 확대해 2020년에는 3000조원에 달할 녹색기술시장 선도국이 되는 것이 목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문가인 美(미) 스탠퍼드大(대) 로스쿨의 토마스 헬러(64) 교수는 스탠퍼드대에서 기후·환경·에너지 관련 국제법을 강의하면서 유엔 및 각국 정부, 글로벌 기업들의 기후·에너지 자문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국, 남미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헬러 교수는 2008년 12월 초 고려대 국제학부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주제로 특별강의를 했으며, 국내 政·官·財界(정·관·재계) 인사들과 면담을 가졌다. 헬러 교수를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헬러 교수는 한국 정부가 지난 8월에 내놓은 ‘녹색 성장을 위한 국가기본계획’에 대해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산다”고 평가했다. “아직 몇 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며 “향후 몇 년 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전 세계, 각국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주제입니다. 아직 구체화된 것은 많지 않지만 그 필요성을 절감하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이를 성장동력으로 발표했듯이,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노력들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기후와 에너지는 세계적인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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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저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자전거 출퇴근이 장려되고 있다. 2008년 8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 250명이 자전거 타기를 홍보하기 위해 연구소를 나서고 있다. |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이런 성장모델을 도입해서 성공을 거둔 예가 있습니다. 환경사업과 녹색기술, 신에너지 등 분야에서 수익을 올리기도 했고요. 예를 들면 아이슬란드는 地熱(지열)에너지를 적극 개발, 전체 난방에너지의 87%를 지열이 차지하고 있고 화석에너지 절감효과를 크게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예를 볼 때 녹색성장과 에너지사업은 향후 경제적인 가치가 매우 크다고 봅니다. 또 최근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를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녹색성장은 고용창출과 신기술 개발, 에너지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경기부양 효과가 있어요.”
그는 중국의 예도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중국은 화력발전 기술이 발달해 있어 같은 양과 질의 석탄을 사용해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적습니다. 기후 문제는 기본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원인이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중국 정부가 이 점을 빨리 파악했던 거죠.”
헬러 교수는 “한국 국민들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본질과 깊은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고 내면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 수치가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저탄소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헬러 교수는 한국이 세계 에너지산업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엄청난 경제 발전의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기술과 각종 자원과 고급인력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에너지산업의 성장동력化(화)라는 전 세계적 과제를 잘 이행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고속성장을 이뤄내는 등 산업발전의 ‘처음과 끝’을 빠른 시일 내에 경험한 국가이기 때문에, 에너지 문제와 관련한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실용적이면서 확고한 정책을 실현하고 정착시켜 다른 많은 국가에 귀감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헬러 교수는 또 한국은 G20(20개 주요 산업화 국가)의 2010년 의장국으로 예정돼 있어 리더 역할을 하기에 적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G20은 향후 세계경제 질서를 이끌어 나갈 조직입니다. 한국이 브라질, 영국에 이어 의장국 지위를 갖게 된 것은 한국의 위상이 국제적 인정을 받는 동시에 한국에 책임감이 주어지는 상황입니다. 한국은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그는 앞으로 G20이 G8을 대신할 것이라면서 “한국은 중국과 브라질, 멕시코와 더불어 성장의 새로운 부분을 개척할 수 있는 나라로서, 세계 경제의 많은 부분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에너지사업의 기술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좀 더 효율적인 에너지체계를 앞장서서 고안해 낼 필요가 있습니다. 화석원료(석탄, 석유 등)에서의 탈피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다른 에너지체계를 찾고 있는데, 한국은 제조업과 IT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이 해답을 제시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에너지산업에서는 에너지 채굴 및 관리체계의 정교화, 정보기술의 적용, 새로운 시장개척 등의 능력이 중요한데 한국은 이와 관련해 우수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요.”
그는 한국에서 1960~70년대는 건설업과 제조업, 1990년대 이후 IT산업이 국내산업을 이끌어왔듯 2010년 이후에는 에너지산업이 경제를 이끌 것이라 전망했다.
“최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 고속성장의 주역이 돼 왔던 한국 기업들이 에너지산업에 집중하면 또 한번의 고속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금융위기는 또 다른 기회
“지금처럼 세계적인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친 가운데 에너지산업이 발전할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에 헬러 교수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벗어날 경기부양책이 바로 기후변화 및 에너지 관련사업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의 금융위기는 시스템 정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적인 신용경색 때문에 정부나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아 자본시장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니 새로운 에너지원 창출에 대한 열정도 식을 수밖에 없지요. 각국의 새로운 에너지개발과 에너지확보 프로젝트 등이 상당수 동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油價(유가) 등 에너지가격이 내려가질 않습니다. 이 같은 금융위기는 정부가 시장경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따라서 정부는 에너지 관련사업에 적극 관여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는 미국의 새 정부와 G20 등 국제사회가 새 금융질서를 논의 중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 에너지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높습니다. 에너지 생산비용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투자 등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도 더 강화하겠다고 했고요.”
그는 오바마 당선자가 에너지장관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 로런스 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소장을 임명하고 백악관 내 에너지·환경·기후 문제 총괄담당職(직)을 신설하여 캐럴 브라우너 전 환경보호청(EPA) 청장을 임명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규제,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을 주장하는 인사들을 중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헬러 교수는 “오바마의 정책이 친환경·녹색성장을 중시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도 이 같은 미국의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녹색성장이 국가의 주도만으로는 진행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기업이 기후와 에너지 문제를 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세금만으로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므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데, 기업만이 해법을 내놓을 수 있어요.”
기업의 적극적 참여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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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시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시내에 지은 견본주택. |
“정부는 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 주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합니다. 기후와 에너지산업은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아 한 나라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기후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또 기업이 스스로 녹색성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 해도 정부의 정책에 대한 확신 없이는 움직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간의 유대와 신뢰가 중요합니다. 정부는 미래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기업이 지금 기후와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회사의 존립이 힘들 것이란 사실을 주지시켜야 합니다.”
헬러 교수의 訪韓(방한)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그는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이 기후와 에너지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며 “아직 멀고 고생스러운 길이며 정치적으로 복잡한 과정이 따를 수 있지만, 희망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헬러 교수는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한다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과 수소경제(석유 고갈 후 수소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미래경제) 대비와 녹색기술 개발을 위해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한국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8월 24일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했다.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성장이며, 녹색 기술과 청정 에너지로 新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녹색성장 구현을 위한 에너지 마스터 플랜인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고유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 경제사회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 에너지 자립 및 脫(탈)석유사회 실현을 위해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이며,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안보를 위해 현재 5% 수준의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임기 중에 18%, 2050년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에너지 독립국의 꿈을 실현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2030년 11% 이상, 2050년 20%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녹색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임기 중 두 배 이상 확대해 2020년에는 3000조원에 달할 녹색기술시장 선도국이 되는 것이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