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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돌아온 트럼프

트럼프와 딜(deal)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 미북 빅딜 시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해야

글 : 김승영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국제공생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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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주한미군은 정말 철수시키고 싶은 것이 본심”… 종전선언에 집착
⊙ 트럼프, 한국 안보 취약해지더라도 미국에 대한 북핵 위협 억제하는 데 초점 둘 가능성
⊙ 한국,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 복원, 서방과의 방산 협력 등으로 동맹으로서의 가치 입증
⊙ “트럼프가 일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틀림없다”(전 주미 일본 대사)

金昇泳
1960년생. 서울대 불어교육과 졸업, 美컬럼비아대 석사(국제안보정책), 터프스대 플레처외교법률대학원 박사(국제관계) / 《조선일보》 외교·통일 담당 기자·뉴욕특파원, 영국 애버딘대 정치학과 조교수, 셰필드대 동아시아학과 부교수 역임. 現 일본 간사이외국어대학 국제공생학부 교수(20세기 미국·동아시아 국제정치사)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당시 트럼프와 김정은. 사진=AP/연합뉴스
  일본 정·재계와 언론들은 오래전부터 트럼프가 재선될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 왔다. 하지만 정말로 트럼프가 《뉴욕타임스》 제목처럼 ‘폭풍처럼 돌아오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앞으로 미일(美日) 관계의 전개 방향들을 전망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무엇보다 8년 전 아베 신조(安倍晉三) 당시 총리가 트럼프의 당선 직후 20분간이나 통화를 나눈 후 그다음 주에 트럼프와 최초의 회담을 가진 외국 지도자가 됐던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비해 트럼프 재선 직후 겨우 5분 동안 전화 통화를 나눈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아베처럼 트럼프 당선자와 ‘케미’가 맞을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이시바 총리 측은 11월 중순 남미 순방길에 미국에 들러 트럼프 당선자와 첫 회담을 시도하기로 하고, 아베 총리 시절 트럼프 통역을 맡았던 외교관을 동행하기로 한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전한다. 그러면서 과연 최근 총선 패배로 국내 정치 기반이 취약해진 이시바 총리가 아베 정권 당시처럼 트럼프 2기 정권과 어느 정도 협력 무드를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외교 현안들은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다. 트럼프의 안보 비용 분담 요구에 대응하면서 미일동맹을 유지해 가고, 관세폭탄 등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미중(美中) 갈등에 대응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일본의 존재감을 美도 인정”
 
아베 전 일본 총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절친한 관계를 맺었다. 사진=아베 트위터
  하지만 트럼프가 미일동맹의 가치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이 없는 상황이라 우리나라에 비해 초조감은 덜한 편이다.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晉輔) 전 주미 일본 대사는 11월 8일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일본 측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미국 지도자들은 우방으로서 일본의 존재감(가치)을 인정한다”며 “트럼프가 일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베 전 총리 당시부터 일본은 자위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부족한 군사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아왔다. 기존 평화헌법의 한계 안에서 인·태 지역에서 자위대가 최대한 대미(對美) 군사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 온 것이다. 2015년 미군을 도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입법조치를 통과시킨 데 이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앞으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의 조치들을 취해 왔다. 아베 퇴임 이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두 전직 총리들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군사조치에 미국과 함께 대응하겠다고 거듭 확인해 왔다. 이 같은 조치들은 인·태 지역 방어에 힘이 부치고 있는 미국의 군사 및 예산 부담을 줄여주고 있어, 트럼프 측에서도 불만을 제기할 상황이 아니다.
 
 
  볼턴, “트럼프 2기, 고립주의 가능성 높아”
 
  트럼프 집권 2기 동안 안보 측면에서 한미 관계의 최대 현안은 북핵(北核) 문제에 대한 대응과 한미 두 나라 사이의 방위비 분담이 될 것이다. 유세기간 중 트럼프 본인이 해온 발언 등으로 볼 때, 이 과정에서 트럼프 특유의 접근방식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언론들 역시 트럼프 집권 2기 동안에는 과거 집권 1기 내내 외교·국방 현안들에서 트럼프의 충동적 선택들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던 ‘어른스런 참모’들의 역할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측해 왔다. 권력에서 밀려나 있던 지난 4년 동안 트럼프는 여러 차례 “외교·안보 문제에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 때문에 소신껏 외교를 주도하지 못했다”며 집권 2기에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대외정책도 실행하겠다”고 다짐해 왔다. 《요미우리신문》 11월 9일자는 “트럼프 2기 미국 외교는 고립주의적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는 볼턴 전 보좌관의 인터뷰를 실었다.
 
  실제로 유세기간 중 트럼프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들은 종종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수준이었다. 유세 도중 트럼프는 “한국은 부유한 나라로 미국이 요구만 하면 돈을 내주는 ‘현금지급기’ 같은 입장인데, 역대 정부들이 방위비 분담 요구를 하지 않아왔다”는 비판을 계속 했다.
 
 
  트럼프, “문재인, 너무 평화만 바라고 있다”
 
  2018년 4월 트럼프와 만난 아베 총리가 문재인 정권 내 일부 인사들이 주한미군 규모를 감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우려를 표시하자, 트럼프는 “주한미군은 정말 철수시키고 싶은 것이 본심이지만, 미국이 약하게 보이게 되기 때문에 실행 못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의 국제담당 대기자였던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의 신간 《아베정권의 기록》(문예춘추사)에 따르면, 김정은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당시 트럼프는 “문재인은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불쾌감을 표시하고 “그는 너무 평화만 바라고 있다”며 웃었다고 한다. 자신은 강온(强穩) 양면술을 구사하며 북한에 대응해 왔지만 “문재인은 여자들처럼 부드러운 대응만 좋아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 북한과의 ‘종전(終戰)선언’ 채택을 놓고 아베 총리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에 듣기에는 좋지 않냐”며 상당한 집착을 보였다고 한다.
 
  북핵 문제에 대해 트럼프는 올해 유세기간 중 “핵무기를 많이 가진 나라와 잘 지내는 것이 미국에 도움이 된다”면서 “김정은도 나와의 회담 재개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늘 푸틴이나 시진핑(習近平) 등 권위주의적 지도자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려는 트럼프는 김정은과도 정상회담을 다시 열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당시 볼턴 등 보좌진의 만류로 결행하지 못했던 북핵 문제에 ‘빅딜’을 시도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트럼프 2기의 각료나 백악관 참모들 임명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loyalty)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각료 인선을 맡고 있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밝히고 있다. 따라서 집권 2기에는 즉흥적이고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 방식의 해결을 선호하는 트럼프 본인의 협상 방식이 더욱 여과 없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동맹관계도 거래나 흥정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파트너의 양보를 유도하기 위해 먼저 엄청난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부동산 거래식’의 외교가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국, 국방비 3.5%까지 올려야”
 
오브라이언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
  하지만 전 세계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미국 외교의 특성상 집권 2기의 미국 대외(對外)정책 전반이 트럼프 대통령의 원맨쇼로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본인을 포함한 공화당 진영 전반이 미국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기는 해도 고립주의 노선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는 유세기간 중 자신을 비판해 온 볼턴 전 보좌관이나 리즈 체니 전 공화당 의원 등을 ‘전쟁광’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같은 비판은 대외정책에서 매파적 성향이 강한 그들(네오콘)의 건의에 휘둘리다 보면 불필요한 해외 전쟁에 말려들어 결국에는 미국의 재정과 군사력까지도 고갈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기초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2기에도 중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19~21년 재임)은 ‘힘의 우위에 기초해 평화 회복을 추진’했던 집권 1기 당시의 대외전략이 2기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는 지난 6월 외교 전문 계간지 《포린 어페어》에 기고한 글을 통해 “트럼프의 대외전략은 미국우선주의를 기조로 하면서도 협력국들과 함께하는 세계전략(America First is not America Alone)”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등 군사적 핵심 위협국에 대해서는 강력한 군사적 대비태세를 유지하되 최대한 해외에서의 군사 개입을 자제하고, 동맹국들의 기여와 안보비용 분담을 높여 미국의 부담은 줄이는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노선이다.
 
  다만 북핵 문제에 대해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강력한 군사적 대응과 외교적인 접근을 병행함으로써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중지하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과의 마찰을 기억해서인지, 트럼프 1기 당시 강화시킨 동맹 파트너들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일본, 이스라엘, 아랍 걸프 제국(諸國)은 언급하면서도 한미동맹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올해 9월 27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현재 GDP 대비 2.7% 수준인 국방비를 3~3.5%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측 전략가들은 일본도 2022년 12월 기시다 정권 당시 결정한 GDP 2% 수준보다 높게 국방비를 책정해야 하며, 특히 대만의 경우 미국의 보호를 계속 받으려면 현재보다 훨씬 국방비를 높여가야 한다고 말해 왔다.
 
 
  “중국에 대응할 에너지를 유럽에서 소진”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부차관보.
  트럼프 진영의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인·태 지역의 안보와 관련해서는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한다. 이 점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과 별 차이가 없다. 실제로 안보 및 반도체동맹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현재 진행되는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정책은 트럼프 1기 때 시작된 것이다. 오브라이언 등 트럼프의 측근들은 내년 1월 말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對中) 봉쇄망의 강도를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고 밝혀왔다.
 
  2018년 미 국방부에서 대중 봉쇄전략을 입안했던 엘브리지 콜비 전 전략·전력개발담당 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올인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경쟁에 대응할 에너지를 유럽에서 소진했다”는 인식을 밝혀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및 무기 지원에 제동을 걸어온 공화당 의원들도 콜비식 논리를 상당 부분 수용해 왔다. 한마디로 바이든 행정부의 과도한 우크라이나 지원이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을 가로막고, 독일·프랑스 등 유능한 나토 강국들이 스스로 유럽 방어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끔 만들었다는 시각이다. 그 결과 사활적(死活的)인 인·태 지역에서 미국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이나 무기체계를 갖추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은 한일 양국이나 필리핀 등 대중 봉쇄를 실현하는 데 긴요한 기존의 인·태 지역 동맹국들과의 관계는 공고히 유지하되, 방위비 분담 압력을 가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와 가까운 공화당 측의 전략가들은 한미 마찰이 끊이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 당시에 비해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의 군사협력 관계를 복원해 온 사실을 평가해 왔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때마다 한반도로 배치되어 온 전략자산의 전개 등을 위해서는 한국 측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결국 한국의 안보비용 분담을 끌어내려 할 것이다.
 
 
  미·북 빅딜 가능성
 
  미일 양국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미북(美北) 협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레바논 전투가 연계된 중동 사태에 밀려 트럼프 집권 후 제1순위 외교과제는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참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간접적으로 한반도 문제와 연계되어 있고, 북한도 ‘대미(對美) 억지력’ 확보를 위해서라며 대륙간탄도탄(ICBM) 실험을 계속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한반도 관련 현안이 트럼프 외교의 전면에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북한 입장에선 김정은-트럼프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많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선 파병을 기화로 러시아의 군사기술 이전을 앞당겨 ICBM 기술을 우선 확보한 후 유리한 입지에서 트럼프와 협상에 나서려 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지난 5월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의 입장도 배려해야 한다. 따라서 우·러 간 휴전 방안의 윤곽이 미·러 간 협의 등을 통해 드러나야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 적극성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게 될 경우, 북한 측은 ‘이제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한다는 기초 위에서 핵군축협상을 하자’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미사일이나 핵탄두 개발을 제한하는 대신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조치 등에 제한을 가하자는 방식에 합의해 줄 가능성이 있다. 또 한국을 타격 목표로 하는 북한의 단거리 핵미사일은 애매한 합의로 보유를 허용해 줄 우려도 있다.
 
  스스로 ‘거래의 달인’이라 자부하는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호텔 건설 등 대규모 투자와 함께 종전선언, 국교(國交) 수립 등의 카드를 내세우며 모종의 빅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까지 선거 유세 중이나 집권 1기 당시 싱가포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트럼트 본인이 해온 발언들에 비춰보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한국이 가진 카드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우리 정부와 국회도 지금부터 면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물론 우리 측도 미국과의 반도체 기술동맹 등 대중 봉쇄에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이 중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인 해군 함정 정비나 보수를 올여름부터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협상 카드들을 갖고 있다. 실제로 미 해군대학의 조너선 캐벌리 교수가 “차라리 대만을 포기하고 미국의 군사력을 보존하는 편이 낫다”는 기고문을 지난 8월 《포린 어페어》지에 게재할 정도로 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군력의 쇠퇴는 심각한 상황이다.
 
  미중 경쟁 시대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동맹으로서 한국이 보여온 협력은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측도 무시할 수 없는 기여였다. 트럼프 1기 당시 한미 마찰의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대북 유화(宥和)정책, 한일관계 파탄, 과도한 중국 눈치보기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비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한일관계를 복원시켰고, 방산(防産) 협력을 통해 폴란드·호주 등 서방 진영 국가들의 안보에 기여해 왔다. 계산을 중시하는 트럼프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동맹다운 동맹’으로 입지와 역량을 보여온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대북 빅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게 할 수 있는 지렛대들을 우리도 어느 정도는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맹국의 안전보다는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이니 만큼, 장기적으로 한국의 안보가 취약해지더라도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위협을 줄이는 데 최대한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해야 한다.
 
 
  일본, 기회 있을 때마다 핵 관련 양보 얻어내
 
2015년 4월 22일 박노벽(오른쪽) 외교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 전담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한미원자력협정 가서명본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때문에 북미 간 빅딜이 진행될 경우, 우리 외교당국은 반드시 대응조치로서 미국 전술핵의 한국 내 재배치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보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잠재적 핵능력을 확보하는 데도 필요하지만, 국내 원전(原電)에서 나오는 방사능 폐기물 관리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기술이다. 특히 국내 원전 가동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은 전량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태로, 국제 공급선의 대부분을 러시아와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불안한 현실을 지적해서 미국의 지지를 받아내야 할 것이다.
 
  일본은 1967년 이래 ‘비핵(非核) 3원칙’을 천명하는 한편, 1985년 ‘플라자 합의’ 등 미국이 무리한 경제적 요구들을 해올 때마다 그 대가로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등을 허용하게끔 외교력을 발휘해 왔다. 1988년 미일원자력협정 개정이 그런 성과다. 우리나라도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북한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게 되는 부담을 안았을 때나 이라크 파병처럼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계기에 일본처럼 원자력 외교를 실행했어야 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핵 비확산을 거의 종교적인 신념처럼 중시한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트럼프 진영의 공화당 전략가들은 한국이 처한 특수한 안보환경 등을 고려해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시사(示唆)해 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지난 5월 22일 아시안리더십회의(ALC) 참석 당시 “제2기 트럼프 행정부 때 한국에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한미원자력협정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왜 안되겠는가(Why not)”라고 답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도 2021년 출간한 저서 등을 통해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과 북한이 동시에 미국에 핵위협을 가하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우방인 한일 양국의 핵무장을 우호적으로 허용해 주는 것을 고려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5월 ALC회의나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토론에서 사실상 한국의 핵무장 허용이나 전술핵 도입 등 모든 방안을 선택지로 검토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일 협력 긴요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려면 정부·여당의 노력뿐 아니라 현재 국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야당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에 올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는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구상이다. 전시(戰時)작전권 회수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전의 민주당 정권들이 주장해 온 ‘독자적인 안보주권’을 확보해 가기 위해서도 일본 수준의 잠재적 핵무장 능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그들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제2기 트럼프 정권 출범에 대응해 가기 위해서도 한일 양국 간에 안보·경제 현안 등에서 실용적인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긴요해졌다. 트럼프 측근 인사들도 작년 8월 바이든 행정부가 캠프데이비드 협상을 계기로 출범시킨 한미일 정상급 협의 체제에 대해 ‘미국 외교에 도움이 되는 조치’라고 평가해 왔다. 지도자 간 1대1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가 얼마나 성의를 보일지는 미지수이지만, 한미일 3국 간 고위급 협의 체제는 트럼프의 다소 성급한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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