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특집 / 돌아온 트럼프

경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트럼프 2기 경제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트럼프가 중국 세게 견제하면 우리는 시간 벌 수도”
⊙ 중국産 모든 상품에 60% 관세,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보편관세 10~20%
⊙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 커
⊙ “이전 무역 정책 핵심이 ‘중국 때리기’였다면, 이번에는 넓은 교역 상대국 대상으로 할 것”
⊙ “보편관세 등 관세 무기로 미국 내 투자 압박”
⊙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은 감세 정책과 관세를 통한 세수 정책 변화가 가장 유력
사진=AP/뉴시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지난 2022년 6월에 출간한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서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제국의 흥망성쇠 패턴을 ‘빅 사이클’이라고 정의했다. ‘빅 사이클’은 교육, 혁신, 경제력, 군사력, 기축통화 등 8가지 핵심 요소의 상호 작용으로 이뤄지며 약 250주년 주기로 순환한다. ‘빅 사이클’은 상승-절정-쇠퇴의 수순을 밟는다. 상승기에는 경제가 번영하고, 절정기에는 부(富)의 축적과 빈부격차, 사회 갈등이 심화하고, 쇠퇴기에는 경제 침체와 부채, 내부 갈등이 격화된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패권국에 자리를 내준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트럼프 다시 읽기〉 보고서에서 “미국의 패권의 역사는 80년을 이어왔고 그 힘의 우위를 부정할 수 없으나 쇠락의 단계에 접어들었음도 분명하다. 미국인 모두에 뿌리내린 두려움이다. 미국의 45대 대선이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썼다.
 
  이 결과는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한민국 경제에 득(得)이 될까, 실(失)이 될까.
 
 
  “트럼프는 예측 불가”
 
  배민근 LG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얘기다.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느닷없음이 보이고, 이 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全) 세계에 불안 요소로 작용합니다. 과거 트럼프 재임기에 느닷없이 새벽에 트위터에 어떤 얘기를 쓰면 참모들이 ‘오늘 부처 회의는 이거구나’라고 받아들였다는 얘기가 있지 않습니까.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 초반에 감세(減稅) 정책을 펴 미국 경기가 좋아졌음에도 2018년부터 중국을 본격적으로 때리기 시작해 많은 회사가 ‘중국에 투자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며 미국 눈치를 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의 다소 예측이 어려운 행태가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 트럼프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거군요.
 
  “큰 방향성은 얘기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해리스 후보가 국제적인 분업을 인정했지만 트럼프는 줄곧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웠기 때문에 국제 무역에서의 관계 변화가 분명히 일어날 것인데 역시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비슷한 의견이다.
 
  “세부 정책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나 해리스 후보, 트럼프 당선인이 얘기하는 것이 거의 비슷합니다. ‘미국을 최우선으로 하겠다’ ‘미국한테 위협되는 국가를 규제하겠다’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것입니다. 큰 그림에서 보자면 누가 됐든 큰 차이가 없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경우 불확실성이 커 한국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는 자유무역이 훨씬 유리한데 트럼프의 경우 보호무역주의를 펼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교역 측면에서 부담스러운 요인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요.”
 
 
  트럼프 불안감의 근원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칠 것인가를 논하기에 앞서 왜 트럼프는 중국과 앙숙이 됐으며,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속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리가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리포트다.
 
  〈미국은 자신의 압도적 경제, 군사 우위를 기반으로, 금본위제의 달러를 기축통화로, 국제 무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를 제시했다. 이후 레이거노믹스, 소비에트연방 붕괴, 플라자 합의, 중동 전쟁, 중국 WTO 가입,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거치며 변모해 왔다. 미국이 완성한 세계 경제 질서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한 국제 공급망(Global Value Chain·이하 GVC)과 국제 금융 시스템을 지칭한다. GVC에 참여한 모든 국가 간 상생(相生)과 공생(共生)이 가능했다. 기술 우위 국가의 중간재 기술 진보와 생산 우위 국가의 대규모 제조기지까지 구축됐다. 최소의 생산비용, 최적의 생산효율, 최상의 기술 우위가 결합한 국제 공급망이 지난 경제 질서의 기틀이다. 우리는 이를 세계화, 국제 분업, 신 자유주의로 정의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글로벌화(化)’다. 만약 미국이 여기에서 계속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패권국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했다면 오늘날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월가의 투자자 레이 달리오가 책에서 서술한 대로 미국은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할지 모르는 위기에 봉착한다.
 
  〈미국은 패권국이 갖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해 자신이 제시한 경제 질서를 자신이 재편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봉착했다. 구조적 한계란 제조기지 이전에 따른 누적된 재정 적자, 제조업이 부재한 경제에서 진행된 소비 주도, 막대한 군비 증강과 포퓰리즘 정책으로 재정수지 적자를 의미한다. 쌍둥이 적자 누적은 천문학적 부채 문제로 귀결됐다. 누적된 무역, 재정 적자로 미국 국가부채는 경제 규모 대비 100%를 상회한 지 오래고, 달러가 갖는 의심은 금과 가상화폐 랠리를 이끌었다. 신흥국의 저부가가치 제조업은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진화하고, 미국과 중국은 첨단 산업에서 공생이 아닌 경쟁 관계로 변질했다. 달러 리사이클도 영원할 수 없다. 중국의 미국향(向) 무역 흑자는 증가했지만, 중국은 되레 미국 채권을 팔고 위안화 기축통화 야욕을 본격화했다. 수년간 이어지는 금 가격 상승도 주요국 외환보유고에서의 금 매입과 직결됐고, 민간에서는 가상화폐 자산의 보유를 현재 질서 붕괴의 리스크 헤지(risk hedge)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기존의 경제 질서를 유지한다면, 시차의 문제일 뿐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깊이 인지하고 있다. 미국이 제시한 새로운 경제 질서는 ‘국제 분업’에서 ‘자국 우선주의’, ‘세계화’에서 ‘탈(脫)세계화’, ‘단일패권’에서 ‘다자간(多者間) 패권’으로 변화를 이끈다는 것이다.〉
 
 
  1970년대에도 ‘미국이 피해 봤다’는 생각 만연
 
배민근 LG 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배민근 LG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미국이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우리가 세계에 이바지한 것에 비해 우리가 입은 혜택은 턱없이 모자랐다, 오히려 손해를 입었다’는 생각은 자본주의의 황금기라는 1960년대 이후에 미국에 불어닥쳤습니다. 히피운동이 일어나고 오일쇼크가 오면서 미국 내에서 비슷한 인식이 있었죠.
 
  1970년대 미국은 만성적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양당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민주당은 미국의 산업 경쟁력 약화를, 공화당은 교역 상대국의 적정 가치 대비 낮은 환율을 추가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대도시가 지지 기반이었던 민주당은 산업 보조금을 통한 첨단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중소도시와 농촌이 기반인 공화당은 관세를 통한 농업 및 전통 제조업 보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환율 조작국을 지정하고, 플라자 합의 같은 급격한 환율 변경에는 공화당이 보다 적극적이었습니다. 이후 레이건은 더욱 강력한 친(親)시장, 신(新)자유주의 패러다임을 들고나왔고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미국이 피해를 봤다는 생각이 수그러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잠시 잊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이후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보호주의 정책 기조가 다시 고개를 들어 2016년에 트럼프가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리셋’의 필요성에 의문이 들면서 민주당이 집권했는데 돌고 돌아서 ‘먹고사니즘’을 해결할 후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트럼프가 재당선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트럼프의 임기가 4년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를 낼는지 의문이고, 그 과정에서 굉장한 무리수를 둘 수도 있습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고(高)기술 산업 영역에서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름 저임금의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보복 관세로 무역적자 없애겠다”
 
사진=삼정KPMG
  경제연구소와 리서치센터들의 보고서를 종합하자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우리에게 통상 압력과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수지 적자를 없애기 위해 과거 1기 대비 더욱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제재는 물론이며 자신들에게 높은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 중심 의회는 상호무역법 제정(Trump Reciprocal Trade Act)과 양자 간 무역협정 강화를 통해 무역적자 해소와 미국 일자리 보호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상호무역법은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에 동등한 보복 관세로 무역적자를 없애자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1기 때 이 같은 조처를 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월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고, 2019년 1월에 한미 FTA를 개정했다. 또 2020년 7월 나프타 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대체한 바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관측이다.
 
  〈미국이 멕시코, 캐나다와 무관세협정(USMCA)을 맺었지만, 중국이 멕시코를 우회 수출 통로로 사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이미 USMCA 재협상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의 주요 적자국인 한국과 체결한 한미 FTA 역시 재협상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보편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 도입으로 미국의 노동자·생산자 보호와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상품(2023년 기준 3조 달러 이상)에 10~20%의 보편관세를 추가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모든 중국 상품에 60%의 관세 부과 의지를 표명했고, 중국산 필수품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지할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인상 빨라지면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 힘들어”(KDI)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은 불가피하다. 다만 2025년부터인지, 2026년부터인지가 남아 있을 뿐이다.
 
  국책연구소인 KDI는 지난 11월 12일 우리나라 2025년 경제성장률을 2%대로 예상하면서, 트럼프의 관세 장벽이 2025년에는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기본 시나리오를 전제했다. KDI 측은 “관세 인상이 진행되더라도 2026년부터로 보고 있다. 우리 생각보다 관세 인상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크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인 2%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방정부 수입에서 개인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9% (2023년 말 기준)다. 하지만 과세로 인한 수입은 1.8%에 불과하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보편적 기본 관세를 시행할 경우 2026년에서 2035년 회계 연도 기간 중 약 2조5000만 달러의 세수(稅收) 증가가 예상된다.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이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의 핵심이 ‘중국 때리기’였다면 이번에는 좀 더 넓은 범위의 교역 상대국과 품목을 대상으로 무역 정책이 시행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교역 상대국에 매기는 것보다 해당 국가가 미국에 더 높은 관세를 매길 경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똑같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배민근 LG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얘기다.
 
  “트럼프는 1기에 인상한 기존 관세에 더해 대중(對中) 특별 관세, 보편관세 등 관세를 ‘무기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보편관세는 신규 입법(立法)이 필요해 의회가 나뉠 경우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비상경제명령에 의거해 별도의 입법 없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 법적 분쟁이 이어질 수 있고, 관세를 무기 삼아 해외 기업의 미국 내(內) 투자 확대를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편관세가 얼마나 유효할지에 대해서도 미지수입니다. 과거 닉슨 대통령이 1971년 8~12월에 보편관세를 6개월간 시행했는데 성공적이지 못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닉슨은 후에 ‘이건 협상용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보편관세를 매기면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느끼는 체감 사정 역시 나빠지기 때문에 무작정 보편관세를 매긴다는 것은 현실성이 높지 않다. ‘우리 말 안 들으면 관세로 너희를 누를 수 있다’는 식(式)의 협상용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은 여전히 트럼프의 제1 타깃
 
  대다수의 국가에 불똥이 튀지만, 트럼프가 가장 타깃으로 삼는 것은 중국이다.
 
  삼정KPMG 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1기였던 2018년 중반부터 미국은 대(對)중국 수입 관세를 인상하기 시작해 현재 평균 관세율이 약 19.3% 정도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품 중 약 66%가 고관세 부과 대상 품목이다. 대중국 최고 관세율 25%가 부과되는 품목은 활성 의약품 원료, 친환경 에너지 발전용 기계 및 장비, 반도체 및 통신 장비 등이다. 트럼프 재집권 시 대중국 무역 강경책 고수를 천명했는데 이는 중국의 무역 부정행위 단속, 우회 수출 차단 등이다.
 
  삼정KPMG 연구원은 “특히 필수품의 수입 금지와 관련해 4개년 계획을 시행할 것이며, 대중 관세를 단계별로 인상해 최대 60% 부과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중국 60% 관세 인상’을 넘어 중국 자체를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트럼프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신념이 있다. 중국을 공급망에서 아예 분리하는 디커플링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와 필수품 수입의 단계적 폐지 등을 말한다. 중국의 최혜국(MFN·여러 나라와 통상 조약을 맺은 나라 가운데 가장 유리한 대우를 받는 것) 지위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에 미국은 다른 나라 제품보다 중국 제품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단 이는 의회 지지에 따른 법안 통과가 필요하며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반사이익 볼 수도”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비중 추이.
  미국의 보편관세로 인해 우리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한 가운데, 우리의 상황이 트럼프 1기 때와 많이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유안타증권은 보고서에서 “한국 수출의 현주소는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할 때 대미(對美) 수출 비중을 높이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중국과의 관계는 경쟁 강도가 심화하고 있고,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합도(해당 국가 간 주요 수출 품목을 비교한 지표)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수출 구조가 점점 유사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고로 지난 미·중 무역 갈등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방식이었다면 다음 미·중 무역 갈등은 눈치싸움을 통해 높아진 중국과 경쟁 강도를 낮출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멕시코, 태국, 베트남, 한국은 2018~2019년에 수출이 개선됐다. 그 이유는 2016~2017년에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일부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수출 품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반도체, 자동차, 2차 전지다.
 
  삼정KPMG 연구원은 “트럼프로 인해 반도체 보호무역주의가 전반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 대한 더욱 직접적이고 확대된 범위의 규제를 내세우며, 첨단 반도체 기술 패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반도체 지원법 일부 수정 또는 축소 가능성이 있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라며 “한국은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수입하는 3대 국가 중 하나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전후방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가 심화함에 따라 일부 반사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의 얘기다.
 
  “중국이 미국한테서 돈을 제일 많이 벌어가는 국가이고, 무역적자를 제일 많이 주는 국가이기 때문에 여전히 핵심 타깃은 중국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제조업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강력한 정책들을 쓰면 한국이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길 겁니다. 물론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규제를 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전제입니다.”
 
  ― 한국에 득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거군요.
 
  “트럼프가 우리를 위협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대대적 관세 부과를 예고했지만, 사실은 트럼프냐 해리스냐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이 빨리 우리를 따라오는 속도에 비해 우리의 대응이 뒤처진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차라리 트럼프가 중국을 세게 견제하면 우리는 시간을 버는 것이고, 꼭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 축소할 듯
 
  대다수의 연구소와 증권 리서치센터는 미국향 완성차 수출에 대한 관세 인상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 축소 가능성이 커 전기차를 포함한 완성차의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조항까지 축소될 경우 한국 2차전지 기업의 수익성이 현저히 저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의 설명이다.
 
  “미국 제조업이 부흥한다면 CHIPS 법안(미국 내에서 반도체 연구, 개발, 제조를 강화하기 위한 지원책), IRA 변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IRA는 트럼프의 공약처럼 폐지하기보다는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1기에 의회까지 공화당이 장악했지만 오바마케어(ACA)를 폐지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SK 하이닉스도 CHIPS의 지원을 받아 미국 내 생산 시설 확대를 발표했습니다. 미국 내 제조업의 부흥에 대한 지원이 축소되더라도, 감세나 세액 공제 같은 방안을 통해 미국 내 생산 유도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IRA는 행정부 권한 행사를 통한 지원 규모 축소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집권 시 환경 정책의 후퇴로 EV 전환은 늦춰지겠으나 하이브리드 등은 경쟁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로 인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에너지 기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IRA로 대표되는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는 반대 방향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 기업에 타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의 보고서다.
 
  〈트럼프는 에너지 정책을 안보적으로 접근한다. ‘미국 최우선 에너지 정책’이다. 트럼프의 보수 싱크 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기존 에너지부(DOE)를 ‘에너지 안보 및 첨단 과학부(DESAS)’로 개편할 것을 권고했다. 에너지 자급자족을 위해 미국 내 화석 에너지 인프라(발전소·송유관·송전망·항만·정유시설·해운터미널 등) 건설 투자를 확대하고, 고비용 친환경 대신 화석 연료를 이용해 전 세계 최저가 전략 공급으로 산업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 주가에 트럼프 효과 이미 반영”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는 이같이 말했다.
 
  “기본적으로 미국 대선은 미국이 더 잘살기 위한 미국인들의 선택이었고 한국 입장에서는 수출에 대한 영향 파악이 급선무입니다. 한국 증시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트럼프 리스크가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증시 및 삼성전자의 추세 반전(하락)은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7월 13일) 전후에 일어났습니다. 단순한 피격 이후 지지율 상승이 아니라, 피격 이후 각국 정상의 메시지 및 성명, 전화통화 등 마치 트럼프 2기가 시작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배민근 LG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얘기다.
 
  “미국이 탈산업화가 되고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잃었던 것은 그들 스스로가 고비용 경제체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식 표현대로라면 주변국에 뺏겼던 제조 강국으로서의 위치를 테크 산업, 금융 산업에서 되찾아오겠다는 겁니다. 미국이 저소득층, 이민자 계층 등이 있지만 이들의 임금은 여전히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 비교하면 높기 때문에 생산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가 희망하는 것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있으면,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는 약할 것이고 뜻대로 제조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 트럼프의 의도대로 될 가능성이 낮고, 할 수 있는 범위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거군요.
 
  “트럼프는 바이든이 이뤄놓은 업적들에 대해 강하게 훼손하거나 전면 수정을 하고는 싶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울 겁니다. 기후대응 정책에 대해서도 민주당을 비판해 왔지만, 자신이 확 바꿀 수 있을까요? 상징적으로 눈에 보이는 연비규제를 완화하고, 전기차 판매에 따른 보조금을 까다롭게 한다든지 적당히 타협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 소비라는 것이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고,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를 겁니다.”
 
 
  미국 제조업 육성 정책, 효과 보지 못해
 
  실제로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통화 정책과 관련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와 정면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에도 노골적으로 인준의 독립성을 침해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파월 의장은 공화당원이지만, 바이든 정부 및 앨런 미 재무부 장관과 사이가 좋았다. 파월은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노선이 다르다고 해도) 중간에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즉 파월의 임기가 만료되는 2026년 5월까지는 현재 수준의 제한적 금리 인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준 이사회 의장의 해임은 법적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파월의 재연임 없이 친 트럼프 성향 인사를 후임으로 지명할 경우 2026년 5월 이후에는 트럼프의 의도 수준까지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하려는 모든 조치는 기본적으로 미국 중심의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포석이다. 2023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1인당 소득은 8만 달러다. 중국의 5배, 아세안 국가의 20배가 넘는다. 미국의 제조업 육성은 비단 트럼프 정부뿐 아니라 오바마 정부 때부터 치밀하게 계획돼 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의 보고서다.
 
  〈미국의 제조업 육성은 오바마의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회귀), 트럼프의 니어 쇼어링(near shoring·가까운 곳에서 생산해 비용을 줄인다), 바이든의 프렌드 쇼어링(friend shoring·믿을 수 있는 친구와 함께 공급망 구축)으로 구체화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리쇼어링을 위한 제도적 정비와 셰일가스 중심 1차산업 근간을 완성했다. 트럼프는 무역 분쟁을 통한 중국 중심 공급망을 파괴했고, 바이든은 동맹을 통한 중국 고립과 천문학적 재정을 활용한 제조기지를 구축했다. 미국이 제시한 새로운 경제 질서는 기존 동맹의 해체와 재결합 과정에서 지정학적 위험을 야기했고, 이는 글로벌 공급 대란과 40년 만의 가장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30년 만의 가장 강도 높은 긴축으로 귀결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행보가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트럼프가 전 세계 공급 과잉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신한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장기적 시각의 글로벌 경제 경로는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과 AI 중심 기술 혁신이 주도한 투자 확대 사이클이다. 하지만 우려가 있다. 투자 확대는 천문학적 선진국 정부 재정 투자와 빅테크 주도의 우호적 현금 흐름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중국 중심의 기존 공급망을 대체하기보다 중복 투자로 진행돼 순차적 공급 과잉에 진입하고 있다. 즉 미국 설비 투자로 직접적 생산 단계에서의 공급 과잉 우려가 가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업황 부진과 더불어 가격 하락, 기업 실적 훼손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제연구원과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결국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은 감세 정책과 관세를 통한 세수 정책 변화가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를 통한 무역적자 해소, 법인세 인하를 통한 기업 경영 환경 개선은 이미 검증된 효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리스크를 ‘불확실성’으로 꼽는 만큼, 우리 정부와 기업이 미국을 향해 정교한 레이더망을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