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드로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 ‘도덕적 무능’ 결정적… 16개월 만에 탄핵
⊙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국책자금 불법 유용·전임 대통령 비자금 의혹 발목 잡아
⊙ 페르난도 루고 전 파라과이 대통령, 탄핵 몰리자 자진 사임
⊙ 도널드 트럼프 전 美 대통령, 헌정 사상 최초 2차례 하원 탄핵
⊙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국책자금 불법 유용·전임 대통령 비자금 의혹 발목 잡아
⊙ 페르난도 루고 전 파라과이 대통령, 탄핵 몰리자 자진 사임
⊙ 도널드 트럼프 전 美 대통령, 헌정 사상 최초 2차례 하원 탄핵
- 2022년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의 탄핵 가결을 환영하는 수도 리마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환호했다. 사진=AP/뉴시스
대통령과 방송통신위원장은 물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수사하던 검사까지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다.
탄핵의 본래 목적은 권력자의 위법한 행동을 제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탄핵이 당파적 이익만 좇아 남·오용되면 그 혼란은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된다. 정치적 난맥상에 몸살을 앓는 중남미가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에선 탄핵이 마치 정치적 이벤트처럼 반복된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통령과 측근의 각종 비리 의혹이지만, 당파적 이익 역시 탄핵의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그사이 대통령을 지지,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거나 후보를 향한 총격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벌어지곤 한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탄핵이 최근 우리 정치에 자주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우리 역시 중남미식 중우 정치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한편으론 윤석열 대통령 역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의 대통령 탄핵 사례를 보면 국민 여론은 탄핵론을 수면으로 끌어올린 동력이었다. 정치권에서 탄핵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윤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외 대통령을 탄핵하는 과정은 어떻게 전개됐을까? 2010년대 이후 대통령이 실제 최종 탄핵당한 사례, 탄핵에 몰리자 자진 사임한 사례, 탄핵안이 하원은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된 사례로 나눠 해외 대통령에 대한 주요 탄핵 시도를 살펴봤다.
2전 3기 끝에 대통령 탄핵
2021년 7월 취임한 페드로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은 취임 4개월 만에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같은 해 11월 25일 의회가 발의한 대통령 탄핵안이 개시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탄핵 사유는 대통령과 측근들의 불법적인 영향력 행사 의혹 등에 따른 ‘도덕적 무능’이었다. 페루 대통령은 사망 또는 의회에서 판단한 신체·도덕적 무능력 등을 이유로 의회 의결을 거쳐 해임할 수 있다. 반역 행위나 선거 방해 등 특정 범죄에 따른 처벌도 해임 사유다.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운 도덕적 무능력은 전적으로 의회 해석에 따른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깨끗한 좌파’임을 앞세워 대통령직에 올랐으나 그 이미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측근인 브루노 파체코 대통령 비서실장이 장성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여기에 대통령실 집무실에 숨겨둔 2만 달러어치 현금 뭉치가 발견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탄핵 개시 표결 결과 탄핵 절차 개시는 불발됐다.
위기를 넘긴 카스티요는 몇 차례 개각을 단행하며 국정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등용된 인물 대다수가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에 휩싸였고,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취임 8개월간 총리만 4번 바뀌는 등 정치 혼란도 이어졌다. 결국 2022년 3월 야당 의원들에 의해 2번째 탄핵 절차가 개시됐다.
카스티요는 이번에도 위기를 넘겼다. 이번엔 탄핵 표결이 이루어졌지만, 찬성 55표, 반대 54표, 기권 19표가 나와 부결된 것이다.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표는 정원 130명의 3분의 2인 87표 이상이었다.
그해 9월 국가사업을 특정 업체에 밀어주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예비조사를 받은 것을 비롯, 논문 표절 등 모두 6건의 범죄 가능성이 제기됐다. 카스티요는 의회 해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의회 탄압이라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부통령을 비롯한 내각마저 등을 돌리면서 그해 12월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결국 취임 16개월 만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페루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은 카스티요뿐만이 아니다. 2016년 취임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은 2018년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두고 사임했고,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도 2020년 11월 의회에서 탄핵했다. 페루는 정치인들의 부패가 만연하고 탄핵 절차가 비교적 쉬워 ‘비리 의혹-탄핵 표결-대통령 중도 낙마’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탄핵으로 물러난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역시 탄핵으로 물러났다. 호세프는 2014년 집권여당인 노동자당(PT)의 대선 후보로 나서 5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출마한 첫 선거였음에도 단번에 대통령직에 올랐다. 여기엔 전임 대통령 룰라의 공이 컸다. 퇴임 직전 지지율이 80%를 기록했던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의 발전과 안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임 직전인 2002년 2.7%에 머물렀던 경제성장률이 2010년 7.5%로 상승했다. 적극적인 분배 정책을 바탕으로 빈부 격차를 줄이고 중산층을 키운 것도 인기 요인이었다. 룰라는 호세프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아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룰라 퇴임 이후 불거진 집권 기간 비자금 조성 의혹이 호세프의 발목을 붙잡았다. 대통령 재임 당시 룰라가 브라질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브라스의 자금을 분식회계로 빼돌려 자신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었다. 당시 에너지 장관이었던 호세프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호세프도 대선을 앞두고 재정 적자를 감추기 위해 브라질 국책은행 자금을 불법 전용해 흑자인 것처럼 속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결국 2015년 10월 브라질연방회계법원이 호세프 대통령의 국책자금 불법 유용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하원 내 탄핵 특위가 꾸려졌다.
이듬해 3월 호세프 대통령은 전임인 룰라를 수석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으로 국난 돌파에 나섰다. 룰라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지지 세력을 결집할 수 있다는 노림수였다. 장관에 임명되면 면책특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룰라 재등장의 추진 배경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호세프가 룰라에게 수석장관 자리를 제의하는 통화 녹취록이 브라질 사법부에 의해 폭로되면서 여론의 역풍이 일었다.
2016년 4월 17일 하원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탄핵안은 상원으로 올라갔고 호세프의 권한은 정지됐다. 그해 8월 31일 브라질 상원은 탄핵안 표결을 진행했고, 탄핵은 확정됐다.
‘절차적 정당성’ 논란 빚은 파라과이 대통령 탄핵
가톨릭 사제 출신인 페르난도 루고 전 파라과이 대통령은 지난 2012년 6월 탄핵소추안이 상원을 통과하자 자진 사임했다. 루고 이전까지 파라과이에선 61년간 우파 성향 정당이 장기 집권해왔다. 큰 기대감 속에 좌파 정부가 출범했지만, 루고 취임 이후 극심한 정파 대립이 이어졌고, 경제난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에 루고 대통령이 가톨릭 성직자로 있으면서 여신도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혼외 자녀를 낳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적인 지탄을 받았다. 여기에 2012년 6월 15일 토지 압수 문제로 시위대와 경찰 사이 충돌이 일어나 농민과 경찰 포함 1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수당인 보수 정당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루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다. 탄핵소추안이 상·하원을 통과하자 루고는 사임을 발표했다. 중도우파 성향인 페데리코 프랑코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당시 좌파 정부 일색이었던 대다수 남미 국가들은 파라과이 새 정부 구성을 즉각 비난하고 외교 단절에 나섰다. 지우마 호세프 당시 브라질 대통령은 파라과이의 탄핵을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한 것”으로 규정하고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아르헨티나도 파라과이와 국교 단절을 선언하고 대사를 소환했다. 쿠바 정부는 “루고 대통령과 파라과이 국민에 대한 의회 쿠데타”라고 비난했고, 강경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당시 에콰도르 대통령 또한 “파라과이의 루고 대통령의 탄핵은 확실히 위법”이라고 말했다. 우파가 집권하고 있던 칠레도 탄핵의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했다.
탄핵 위기 몰리자 의회 해산
중도우파 성향의 기예르모 라소 전 에콰도르 대통령은 2023년 5월 탄핵 위기에 몰리자 임기 2년 정도를 남기고 자진 사퇴했다. 그는 국영석유회사 페트로 에콰도르를 포함한 다수 공기업 계약 과정에서 국가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업 추진을 강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 고위 공직자 횡령에 가담하거나 용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기에 라소 전 대통령 가족이 마약 밀매에 가담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앞서 에콰도르 헌법재판소는 그해 3월 의회가 제출한 라소 대통령 탄핵 의향서를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통과시켰다. 의회 역시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안을 재석 125표 중 찬성 104표, 반대 18표, 기권 3표로 가결했다.
라소는 의회의 대통령 탄핵 절차가 정치적인 동기로 진행됐고,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회의 탄핵 시도를 “의회 쿠데타”라고 지칭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2022년 6월에도 극심한 물가 상승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영향을 받아 탄핵 위기에 놓였지만, 당시엔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탄핵 위기에 몰리자 라소는 자진 사임과 동시에 의회를 해산하는 권한을 발동했다. 에콰도르에서는 대통령이 자신의 잔여 임기를 포기하는 대신 대선과 총선 시행을 함께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그해 10월 열린 대선 결선에서 1987년생 다니엘 노보아가 새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야당 후보가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당해 숨지는 등 극심한 혼란이 발생했다.
언론 폭로와 하원 탄핵
제34·36대 칠레 대통령을 지낸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였던 2021년 11월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승인했다. 각국 정치인들과 부호들의 비밀 재산 정보를 담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판도라 페이퍼스’ 폭로가 결정적이었다. 부자 정치인인 피녜라 전 대통령의 아들이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만든 회사를 가족이 운영하는 광산 업체 매각에 이용한 게 드러난 것이다. 광산 매각이 최종 단계에 있던 2011년 칠레 정부가 이 광산이 있는 지역을 자연보호지역으로 선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의혹에 힘을 실었다. 피녜라는 지난 12년간 기업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업체 매각 과정에 대해서도 모른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상원 표결 결과 찬성 78표, 반대 67표, 기권 3표로 탄핵소추안이 부결되어 결국 탄핵되지 못했다. 2022년 3월까지 임기를 수행했다.
기업인 출신인 피녜라 전 대통령은 재벌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기도 했다. 칠레에선 1990년대 군부 종식 이후 등장한 첫 우파 대통령이었다. 견실한 경제 성장과 파격적인 육아휴직 정책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9년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불평등 항의’ 시위에서 7명이 사망하고, 3500여명이 신체부상[경찰이 쏜 고무총으로 다친 눈(안구) 피해자 6% 차지했다. 출처: 칠레 국가인권협회]을 입게 되는 등 무리한 경찰력 투입과 진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피녜라 전 대통령은 올해 2월 칠레 남쪽 랑코 호수를 통과하기 위해 자신의 전용 헬기를 몰다가 호수에 추락해 향년 7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중남미에서 20세기에는 ‘군부 쿠데타’로 정권이 비정상적으로 교체되었다면, 21세기 들어서는 ‘탄핵’을 빌미로 한 ‘의회 쿠데타’가 ‘군부 쿠데타’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의회 쿠데타’에 성공한 나라는 파라과이, 브라질, 페루, 온두라스, 에콰도르 등을 들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헌정 사상 하원에서 2차례 탄핵당한 대통령이다. 미국 연방 헌법은 대통령, 부통령, 공무원은 반역·뇌물 수수 또는 그 밖의 중범죄 및 비행으로 인한 탄핵과 유죄 확정으로 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어떤 행위가 ‘중대한 범죄’와 비행에 해당하는지는 명확히 성립돼 있지 않다. 미국 대통령의 탄핵 절차는 하원 상임위원회 조사를 거쳐 하원 전체 의석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며, 이후 상원으로 넘겨져 탄핵 재판이 진행되는 식으로 이뤄진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내란 선동 혐의
2019년 12월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유명한 권력 남용과 의회 업무 방해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트럼프가 2019년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2016년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이 아들 회사를 수사하려던 우크라이나 검찰 총장을 해임하라고 위협했다는 내용에 대해 수사할 것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2019년 탄핵소추안은 하원을 통과했다. 2020년 2월 상원은 이를 심리하는 탄핵 재판을 열었다. 상원은 공화당이 우세(100석 중 53석)여서 트럼프에 대한 탄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표결 결과 탄핵이 부결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기를 넘겼다.
이듬해 1월 트럼프는 임기를 일주일 남기고 하원에서 또다시 탄핵당했다. 탄핵 사유는 내란 선동 혐의였다. 자신의 지지자들이 의회를 점거하도록 선동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 민주당 소속 하원 의원 222명 전원과 공화당 의원 10명이 탄핵안에 찬성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에도 탄핵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 민주당이 트럼프의 재출마를 막기 위해 정치적 노림수를 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21년 2월 상원은 트럼프에 대한 탄핵 심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탄핵 심판 표결에서 유죄 57표, 무죄 43표를 받아 무죄 평결을 받았다. 공화당 소속 의원 일부가 유죄 표를 던졌으나, 탄핵을 위해서는 상원 의원 3분의 2를 넘는 67명 이상이 찬성해야 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치러질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게 됐다.⊙
탄핵의 본래 목적은 권력자의 위법한 행동을 제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탄핵이 당파적 이익만 좇아 남·오용되면 그 혼란은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된다. 정치적 난맥상에 몸살을 앓는 중남미가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에선 탄핵이 마치 정치적 이벤트처럼 반복된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통령과 측근의 각종 비리 의혹이지만, 당파적 이익 역시 탄핵의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그사이 대통령을 지지,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거나 후보를 향한 총격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벌어지곤 한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탄핵이 최근 우리 정치에 자주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우리 역시 중남미식 중우 정치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한편으론 윤석열 대통령 역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의 대통령 탄핵 사례를 보면 국민 여론은 탄핵론을 수면으로 끌어올린 동력이었다. 정치권에서 탄핵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윤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외 대통령을 탄핵하는 과정은 어떻게 전개됐을까? 2010년대 이후 대통령이 실제 최종 탄핵당한 사례, 탄핵에 몰리자 자진 사임한 사례, 탄핵안이 하원은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된 사례로 나눠 해외 대통령에 대한 주요 탄핵 시도를 살펴봤다.
2전 3기 끝에 대통령 탄핵
2021년 7월 취임한 페드로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은 취임 4개월 만에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같은 해 11월 25일 의회가 발의한 대통령 탄핵안이 개시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탄핵 사유는 대통령과 측근들의 불법적인 영향력 행사 의혹 등에 따른 ‘도덕적 무능’이었다. 페루 대통령은 사망 또는 의회에서 판단한 신체·도덕적 무능력 등을 이유로 의회 의결을 거쳐 해임할 수 있다. 반역 행위나 선거 방해 등 특정 범죄에 따른 처벌도 해임 사유다.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운 도덕적 무능력은 전적으로 의회 해석에 따른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깨끗한 좌파’임을 앞세워 대통령직에 올랐으나 그 이미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측근인 브루노 파체코 대통령 비서실장이 장성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여기에 대통령실 집무실에 숨겨둔 2만 달러어치 현금 뭉치가 발견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탄핵 개시 표결 결과 탄핵 절차 개시는 불발됐다.
위기를 넘긴 카스티요는 몇 차례 개각을 단행하며 국정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등용된 인물 대다수가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에 휩싸였고,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취임 8개월간 총리만 4번 바뀌는 등 정치 혼란도 이어졌다. 결국 2022년 3월 야당 의원들에 의해 2번째 탄핵 절차가 개시됐다.
카스티요는 이번에도 위기를 넘겼다. 이번엔 탄핵 표결이 이루어졌지만, 찬성 55표, 반대 54표, 기권 19표가 나와 부결된 것이다.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표는 정원 130명의 3분의 2인 87표 이상이었다.
그해 9월 국가사업을 특정 업체에 밀어주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예비조사를 받은 것을 비롯, 논문 표절 등 모두 6건의 범죄 가능성이 제기됐다. 카스티요는 의회 해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의회 탄압이라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부통령을 비롯한 내각마저 등을 돌리면서 그해 12월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결국 취임 16개월 만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페루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은 카스티요뿐만이 아니다. 2016년 취임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은 2018년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두고 사임했고,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도 2020년 11월 의회에서 탄핵했다. 페루는 정치인들의 부패가 만연하고 탄핵 절차가 비교적 쉬워 ‘비리 의혹-탄핵 표결-대통령 중도 낙마’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탄핵으로 물러난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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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브라질 하원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자 리우데자네이루의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호세프 대통령 인형을 불태우며 환호했다. 사진=AP/뉴시스 |
그러나 룰라 퇴임 이후 불거진 집권 기간 비자금 조성 의혹이 호세프의 발목을 붙잡았다. 대통령 재임 당시 룰라가 브라질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브라스의 자금을 분식회계로 빼돌려 자신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었다. 당시 에너지 장관이었던 호세프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호세프도 대선을 앞두고 재정 적자를 감추기 위해 브라질 국책은행 자금을 불법 전용해 흑자인 것처럼 속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결국 2015년 10월 브라질연방회계법원이 호세프 대통령의 국책자금 불법 유용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하원 내 탄핵 특위가 꾸려졌다.
이듬해 3월 호세프 대통령은 전임인 룰라를 수석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으로 국난 돌파에 나섰다. 룰라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지지 세력을 결집할 수 있다는 노림수였다. 장관에 임명되면 면책특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룰라 재등장의 추진 배경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호세프가 룰라에게 수석장관 자리를 제의하는 통화 녹취록이 브라질 사법부에 의해 폭로되면서 여론의 역풍이 일었다.
2016년 4월 17일 하원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탄핵안은 상원으로 올라갔고 호세프의 권한은 정지됐다. 그해 8월 31일 브라질 상원은 탄핵안 표결을 진행했고, 탄핵은 확정됐다.
‘절차적 정당성’ 논란 빚은 파라과이 대통령 탄핵
가톨릭 사제 출신인 페르난도 루고 전 파라과이 대통령은 지난 2012년 6월 탄핵소추안이 상원을 통과하자 자진 사임했다. 루고 이전까지 파라과이에선 61년간 우파 성향 정당이 장기 집권해왔다. 큰 기대감 속에 좌파 정부가 출범했지만, 루고 취임 이후 극심한 정파 대립이 이어졌고, 경제난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에 루고 대통령이 가톨릭 성직자로 있으면서 여신도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혼외 자녀를 낳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적인 지탄을 받았다. 여기에 2012년 6월 15일 토지 압수 문제로 시위대와 경찰 사이 충돌이 일어나 농민과 경찰 포함 1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수당인 보수 정당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루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다. 탄핵소추안이 상·하원을 통과하자 루고는 사임을 발표했다. 중도우파 성향인 페데리코 프랑코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당시 좌파 정부 일색이었던 대다수 남미 국가들은 파라과이 새 정부 구성을 즉각 비난하고 외교 단절에 나섰다. 지우마 호세프 당시 브라질 대통령은 파라과이의 탄핵을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한 것”으로 규정하고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아르헨티나도 파라과이와 국교 단절을 선언하고 대사를 소환했다. 쿠바 정부는 “루고 대통령과 파라과이 국민에 대한 의회 쿠데타”라고 비난했고, 강경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당시 에콰도르 대통령 또한 “파라과이의 루고 대통령의 탄핵은 확실히 위법”이라고 말했다. 우파가 집권하고 있던 칠레도 탄핵의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했다.
탄핵 위기 몰리자 의회 해산
중도우파 성향의 기예르모 라소 전 에콰도르 대통령은 2023년 5월 탄핵 위기에 몰리자 임기 2년 정도를 남기고 자진 사퇴했다. 그는 국영석유회사 페트로 에콰도르를 포함한 다수 공기업 계약 과정에서 국가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업 추진을 강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 고위 공직자 횡령에 가담하거나 용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기에 라소 전 대통령 가족이 마약 밀매에 가담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앞서 에콰도르 헌법재판소는 그해 3월 의회가 제출한 라소 대통령 탄핵 의향서를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통과시켰다. 의회 역시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안을 재석 125표 중 찬성 104표, 반대 18표, 기권 3표로 가결했다.
라소는 의회의 대통령 탄핵 절차가 정치적인 동기로 진행됐고,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회의 탄핵 시도를 “의회 쿠데타”라고 지칭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2022년 6월에도 극심한 물가 상승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영향을 받아 탄핵 위기에 놓였지만, 당시엔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탄핵 위기에 몰리자 라소는 자진 사임과 동시에 의회를 해산하는 권한을 발동했다. 에콰도르에서는 대통령이 자신의 잔여 임기를 포기하는 대신 대선과 총선 시행을 함께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그해 10월 열린 대선 결선에서 1987년생 다니엘 노보아가 새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야당 후보가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당해 숨지는 등 극심한 혼란이 발생했다.
언론 폭로와 하원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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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탄핵 요구 대규모 반정부 시위 발발 2주년을 맞아 시위가 열렸다. 시위가 열린 사이 사람들이 슈퍼마켓을 약탈했고, 경찰이 이들을 뒤쫓았다. 사진=AP/뉴시스 |
기업인 출신인 피녜라 전 대통령은 재벌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기도 했다. 칠레에선 1990년대 군부 종식 이후 등장한 첫 우파 대통령이었다. 견실한 경제 성장과 파격적인 육아휴직 정책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9년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불평등 항의’ 시위에서 7명이 사망하고, 3500여명이 신체부상[경찰이 쏜 고무총으로 다친 눈(안구) 피해자 6% 차지했다. 출처: 칠레 국가인권협회]을 입게 되는 등 무리한 경찰력 투입과 진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피녜라 전 대통령은 올해 2월 칠레 남쪽 랑코 호수를 통과하기 위해 자신의 전용 헬기를 몰다가 호수에 추락해 향년 7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중남미에서 20세기에는 ‘군부 쿠데타’로 정권이 비정상적으로 교체되었다면, 21세기 들어서는 ‘탄핵’을 빌미로 한 ‘의회 쿠데타’가 ‘군부 쿠데타’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의회 쿠데타’에 성공한 나라는 파라과이, 브라질, 페루, 온두라스, 에콰도르 등을 들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헌정 사상 하원에서 2차례 탄핵당한 대통령이다. 미국 연방 헌법은 대통령, 부통령, 공무원은 반역·뇌물 수수 또는 그 밖의 중범죄 및 비행으로 인한 탄핵과 유죄 확정으로 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어떤 행위가 ‘중대한 범죄’와 비행에 해당하는지는 명확히 성립돼 있지 않다. 미국 대통령의 탄핵 절차는 하원 상임위원회 조사를 거쳐 하원 전체 의석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며, 이후 상원으로 넘겨져 탄핵 재판이 진행되는 식으로 이뤄진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내란 선동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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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촉구 자동차 집회가 열렸다. 한 참가 차량에 “트럼프 탄핵”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사진=AP/뉴시스 |
2019년 탄핵소추안은 하원을 통과했다. 2020년 2월 상원은 이를 심리하는 탄핵 재판을 열었다. 상원은 공화당이 우세(100석 중 53석)여서 트럼프에 대한 탄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표결 결과 탄핵이 부결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기를 넘겼다.
이듬해 1월 트럼프는 임기를 일주일 남기고 하원에서 또다시 탄핵당했다. 탄핵 사유는 내란 선동 혐의였다. 자신의 지지자들이 의회를 점거하도록 선동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 민주당 소속 하원 의원 222명 전원과 공화당 의원 10명이 탄핵안에 찬성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에도 탄핵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 민주당이 트럼프의 재출마를 막기 위해 정치적 노림수를 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21년 2월 상원은 트럼프에 대한 탄핵 심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탄핵 심판 표결에서 유죄 57표, 무죄 43표를 받아 무죄 평결을 받았다. 공화당 소속 의원 일부가 유죄 표를 던졌으나, 탄핵을 위해서는 상원 의원 3분의 2를 넘는 67명 이상이 찬성해야 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치러질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