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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인터뷰

30대 스타트업 CEO들의 눈에 비친 사우디아라비아

“서툴지만, 돈이 넘치고, 자부심 강해”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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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리더가 인구 70% 넘는 젊은이들에게 ‘국가 개조할 테니 따라와’”
⊙ “곳곳에서 공사 진행 중… 한국 1980년대 느낌”
⊙ “부모님의 피땀으로 일군 사우디 성과, 이제 MZ 세대가 이어받을 터”
⊙ “사우디의 30~40대 관료가 실질적인 의사 결정권자”
⊙ “사우디만 공략하는 건 위험… 중동의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 “‘기도 시각’ 되면, 입국심사도 비즈니스 미팅도 올스톱”
⊙ 늦은 의사 결정, 시간관념 희박, 외국인 하대, 높은 물가 등은 문제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2일(현지시각), 리야드 야마마궁 정원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금은 모래 먼지가 거리를 뒤덮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바뀔 것 같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온 30대 기업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사우디아라비아는 마침내 빗장이 열린, 기회의 땅이었다.
 
  제2차 중동 붐이 시작될 조짐이다.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은 올해 초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지난달에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까지 국빈 방문을 마치며 중동 ‘빅3’ 국가와의 정상 외교를 완성했다. 대통령 국빈 방문에는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139명의 경제사절단이 함께했다. 사절단 자격으로 UAE,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온 스타트업 회사인 H2O 호스피탈리티 이웅희 대표, 트립비토즈 정지하 대표, 앙트러리얼리티 이동윤 대표를 만나 그들의 눈에 비친 중동에 대해 들었다.
 
 
  영어 거의 못 하지만, 고위 관료들은 깨 있어
 
사우디의 미래도시 ‘네옴시티’. 7월 2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네옴시티 서울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웅희 H2O 호스피탈리티 대표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중동 방문 때 UAE 경제사절단으로 아랍에미리트를 다녀왔고, 지난 3월에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스타트업 박람회 ‘비반(BIBAN) 2023’에 연사로 나섰다. 이 대표가 상상했던 사우디는 엄숙하고, 종교경찰이 있고, ‘여성 인권은 높지 않은’ 부정적인 이미지의 나라였다. 하지만 직접 맞닥뜨린 사우디의 모습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수도 리야드는 사막 한복판에 있는데 주변에 여전히 공사 중인 곳이 많았지만, 호텔이나 관광지는 잘 정비된 모습이었습니다. 호텔 종업원들은 숙련된 편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인에게 호의적이고, 자신들이 먼저 다가가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스타트업 행사여서인진 모르겠지만, 현지인들이 외국인 여성들을 굉장히 존중했고 행사에 참석한 여성 중 절반은 히잡(머리 스카프)을 쓰지 않았습니다.”
 
  ― 직접 가보니 많이 달랐군요.
 
  “네. 의사소통은 많이 힘들었습니다. 올 초에 방문했던 UAE는 대부분의 사람이 영어가 능숙해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 없었는데, 사우디는 영어를 하는 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사업 파트너 자격으로 만났던 정부 기관 관계자, 투자사 관계자들은 해외 유학파 출신이 많아서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지만, 그 외에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 영어를 하지 못했습니다. 특이했던 점은 정부의 고위급 관리자, 디렉터들이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일 정도로 젊다는 점이었습니다.”
 

  ― 사우디는 35세 미만이 전(全) 국민의 75%라고 하던데 사실인가 보네요.
 
  “정부 고위 관계자 중에 공공 부문은 나이가 좀 있는 분들, 민간 부문은 젊은 분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만났던 젊은 고위 관료들은 실질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대화를 나눠보면 마인드도 상당히 깨 있고요.”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세트 3만원 정도
 
  이웅희 H2O 대표는 미국·유럽을 먼저 공략하고 중동에 진출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방문 후 중동을 먼저 공략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중동이 관광 자원이 풍부하고, 국가 차원에서 관광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여서란다. 중동 지역은 항공편이 종전보다 많이 편성되고, 인구가 느는 반면에 아직 관광에 직접 뛰어들 플레이어들은 없는 편으로 보였단다.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자본의 흐름이 굉장히 중요한데 글로벌 자본들이 중동으로 모인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우디가 UAE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걷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우디가 UAE의 관광 인프라에 대한 열의, IT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을 벤치마킹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전(全) 세계의 럭셔리한 특급 호텔을 떠올리면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버즈칼리파, 아틀란티스 더 로열 등이잖아요. 이제 두바이뿐 아니라 UAE의 수도인 아부다비, 사우디의 리야드, 제다 등에 특급 호텔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저희와 같은 호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지만, 특급 호텔이 늘어나는 숫자를 보면 중동만 한 블루오션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웅희 대표가 말한 바로는 사우디의 물가는 상당히 비싼 편이다. 4성급 호텔의 1박 숙박비가 우리 돈으로 45만원 정도, 푸드코트에서 둘이 식사를 하면 10만원, 버거킹과 같은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세트는 3만원 정도란다.
 
 
  비즈니스 미팅에 한 시간 늦게 오는 경우도 많아
 
이웅희 H2O 호스피탈리티 대표이사
  이웅희 대표가 이끄는 H2O 호스피탈리티는 호텔과 관광 산업에서 예약·운영·관리 등 모든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해 업무 효율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이다. 한국과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총 19만 개 객실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이웅희 대표는 최고급 숙박 시설이 있는 중동이 낙후된 호텔 운영 체계를 갖고 있어서, H2O의 기술력으로 사우디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H2O 호스피탈리티는 지난 3월에 사우디 투자부와 사우디 진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2O는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글로벌 동향과 첨단 트렌드를 사우디 정부에 제공하고, 사우디에서 진행되는 콘퍼런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사우디 투자부가 국내 관광 관련 업체와 MOU를 체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이웅희 대표가 UAE를 방문했을 때 협업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으로 계약이 체결될 때까지는 몇 달이 걸렸다.
 
  “한국은 의사 결정은 분명하게, 소통 방식은 명확하게, 뭐든지 일사천리로 하잖습니까. 그런데 중동은 ‘신(神)의 뜻대로’가 우선이어서인지 모든 의사 결정이 늦습니다. 협업기로 했는데 한국으로 돌아와서 이메일을 아무리 보내도 답이 없는 거예요. 두 달, 석 달째 계속이요. 일본도 사업 파트너 차원에서 보면 피드백이 느린 편인데 ‘너희와 일을 하기는 할 텐데 이런 이유로 결정이 늦어진다’는 식(式)의 답은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 답변도 없고 계속 시간만 흘렀습니다. 계속 응답이 없기에 ‘우리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나 보다’라고 생각을 할 즈음에 ‘계약하자’며 연락이 왔습니다.”
 
  ―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니네요.
 
  “네. 그런데 그들의 느긋한 태도를 보다 보면 ‘우리가 무엇이든지 똑 부러지게 빨리하는 것이 맞나. 저들처럼 천천히 해도 괜찮은 거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웃음). 우리 기준에서 한두 달이면 해결될 일이 중동에서는 1년 정도 걸리는 경우가 숱할 겁니다.”
 
  ― 비즈니스 미팅 약속은 잘 지킵니까.
 
  “아니요, 약속 시각보다 한 시간 늦는 것은 보통이고 늦게 와도 미안하다는 말이 없고, 이유 없이 펑크 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처음에는 저도 너무 당황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휘둘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가 생각하는 신뢰와 그들이 생각하는 신뢰에는 분명히 괴리가 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다의 문제는 아니고, 확실히 다릅니다. 적어도 중동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은 이 부분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기업 역량 충분… 低자세 필요 없어”
 
  이웅희 대표는 “그럼에도 사우디는 꼭 진출해야 할 국가로 보인다. 빈살만 왕세자의 지시로 현재 3700만 명 수준인 사우디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국가를 개혁하겠다는 지도자의 의지가 강해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에 진출하는 해외 기업은 로컬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퍼센티지가 있어 현지인을 고용해야 하는데, 사우디의 경우 인건비가 상당히 높습니다. 또한 언어 소통의 문제, 우리와는 다른 사업 접근법 등 사업 추진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시장이라 생각합니다. 사우디가 한국을 긍정적인 사업 파트너로 생각한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가보면 그런 점이 느껴집니다. 특히 중동 지역에 퍼진 K-드라마, K-팝의 영향으로 과거보다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프렌들리해진 것을 느낍니다.”
 
  ―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보입니다.
 
  “네. 하지만 저는 한국의 기업인들이 너무 저(低)자세로 중동 문을 두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우디가 오일머니라고 해서 돈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가 훨씬 잘살고, GDP도 압도적으로 높고, 훨씬 글로벌 마인드가 강한 선진국입니다. 사우디 사람들을 만나보니 과장이 대단히 심한 편인데 우리가 그들에게 일부러 자세를 낮춰서 비즈니스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허풍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의 역량을 믿고 사우디 시장을 노크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UAE와 사우디는 판이하게 달라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이사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도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다녀왔다. 이후 중동 진출을 목표로 삼은 정 대표는 지난 10월에는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정보기술 박람회인 ‘자이텍스-노스 스타(GITEX-North Star)’에 참가했다. 박람회는 매년 전 세계 70여 개국의 4500여 개 기업이 참가하는 대회인데 정지하 대표는 ‘여행 산업의 새로운 물결’이라는 주제로 10분간 발표했다. 트립비토즈는 호텔 예약부터 결제, 이용 후기를 앱과 인터넷 홈페이지로 제공하는 숙박 예약 플랫폼이다. 트립비토즈를 통해 호텔을 예약한 여행자들의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 일반인과 공유하는 것이 강점이다. 하루 평균 영상 800개, 지금까지 트립비토즈에 업로드된 영상은 52만 건이다.
 
  정지하 대표의 사우디에 대한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공항에서 내려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의 매너가 영 별로였기 때문이다.
 
  “UAE의 아부다비를 방문했을 때 굉장히 놀랐습니다. 길거리가 깨끗하고, 여성들이 밤늦도록 히잡을 쓰지 않고 돌아다니고, 신호등이 없는 거리에서도 사람들과 자동차가 질서정연했습니다. 시민의식이 굉장히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우디는 많이 달랐습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알아서 짐을 실으라며 트렁크 문만 열더군요. 제가 짐을 실었는데 트렁크 문을 세게 닫았다면서 아랍어로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제게 험한 말을 한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호텔에 도착해 중요 물품들은 소형 금고에 넣어뒀는데 아이팟 프로 이어폰은 그냥 밖에 뒀었어요. 설마 이런 걸 가져갈까 싶었는데 호텔을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 없어졌더라고요. UAE와 사우디는 전혀 다른 중동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지역적으로 붙어 있고 아랍어만 같이 쓸 뿐, 정치나 국민성이 판이하군요.
 
  “UAE는 앞으로 싱가포르를 대체하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한 게 느껴졌습니다. 도심 인프라가 발달했고, 이민 정책을 활발히 쓰고, 교육 수준이 높고, 시민의식이 높습니다. 기후 환경도 그렇게 건조하지 않고요. 사우디는 UAE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 방문에서는 사우디가 국가 개조 사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사우디 도심 곳곳이 건설 현장이었고, 서울의 3분의 1 규모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 푯말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문호가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툴지만, 돈이 넘치고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식으로 콧대가 높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경찰한테 귀싸대기 맞지 않도록 조심해”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에게 사우디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현대건설 출신으로 현대스틸산업 대표를 지낸 정옥균(鄭玉均) 전(前) 김포도시공사 사장의 차남이다. 정지하 대표가 태어난 1986년에 부친인 정옥균 사장은 사우디 제다 주택 건설 현장에 있었다. 그가 출장 전에 아버지께 “사우디로 출장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하자 부친은 아들에게 “경찰한테 귀싸대기 맞지 않도록 조심해”라고 했다. 정지하 대표의 얘기다.
 
  “그때는 아버지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몰랐죠. 그런데 도착 당일부터 택시기사에게 험한 소리를 듣다 보니 과연 아버지가 근무했던 1980년대 사우디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싶었습니다. 사우디가 현재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한다고 하지만, 상대방을 대할 때 여전히 폐쇄적이라는 것이 느껴졌으니까요. 아버지께 얘기를 들어보면 과거 사우디에 입국할 때 아무 이유도 없이 공항에 6~7시간을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붙잡혀 있는 일이 허다했다고 합니다. 현지 경찰들이 사우디로 일하러 온 외국인에게 어떻게 대했을지는 짐작이 갑니다.”
 
  ― 정말 감회가 남달랐겠습니다.
 
  “첫날부터 서울로 돌아오는 날까지 내내 먹먹했습니다. 제가 2023년에 사우디에 가면서도 이런 대접을 받았는데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1980년대에 그 척박한 땅에서 온갖 고초를 겪은 겁니다. 부모님 세대의 피땀, 눈물로 제가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좋은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 정말 선명하게 느껴져서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사우디 다녀온 이후 몸에서 수분이 빠진다 느껴”
 
  ― 사우디의 수도인 리야드가 사막 한가운데니까 정말 척박할 것 같은데….
 
  “UAE는 그렇게까지 건조하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사우디는 완전 다릅니다. 출장 다녀온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을 많이 마시고, 수분 로션을 하루에 10번씩 바르는데도 건조한 느낌이 계속…(웃음). 사우디가 종교 성지(聖地)다 보니, 땅이 사람의 기운을 많이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 사람 사는 데 기후나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정말요. 그런데 확실한 점은 사우디에서 ‘우리가 UAE를 따라잡자’는 문화 운동과 국가 개조 운동은 분명히 시작된 것 같습니다. 1985년생인 젊은 리더가 전면에 나서 전체 인구의 70%가 넘는다는 젊은이들에게 ‘내가 국가를 개조할 테니까, 다들 따라와’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나요.
 
  “UAE 경제사절단으로 갔을 때 아부다비 문화관광부에 제안한 프로젝트가 있고요, 사우디 최대 여행 기업인 알모세이퍼(Almosafer)와 중동 진출을 논의 중입니다. 트립비토즈의 앱을 이용해 중동을 관광하는 여행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가상인물(AI)이 관광 가이드를 해주는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종교의 메카로서 연간 관광객이 60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시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 인터넷망, IT 기술이 뒷받침돼야 할 텐데요.
 
  “서울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인터넷 속도가 느린 점이 아쉽습니다. 와이파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많이 느려요. 또 콘텐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낮습니다. 언어 소통이 안 돼서 불편한 점도 많습니다. 종교가 삶의 중심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좀 늦습니다. 흔히 아라비아 상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이 있고, 두뇌 회전이 빠를 텐데 막상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하다고 많이 느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바뀌고 있고 플랫폼 기업에 블루오션은 분명합니다. 이번 순방길에 함께했던 기업인들도 ‘중동이 세계에서 가장 큰 기회는 분명한데 어찌 공략할지는 각 기업의 몫이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제다 현장에 계셨다”
 
1976년 6월 현대건설이 시공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바일산업항. 사진=조선DB
  ― 여행업에 몸담고 계시니까 사우디의 금주(禁酒) 문화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요.
 
  “아주 많이요(웃음). 알음알음으로 술 마시기는 한다지만 공식적으로는 절대 금물입니다. 금주 원칙은 앞으로도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우디가 종교의 메카다 보니 자존심 때문에 풀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정지하 대표는 현지에서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국빈 순방 동행 경제인 만찬장에서 연사로 나섰다. 정 대표가 나름의 소회를 담은 건배사를 준비했는데 막상 자리에서는 원고 없이 말을 이어갔다고 했다. 그는 “저는 사우디와 인연이 있습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 제 아버지는 사우디 제다 건설 현장에 계셨습니다”로 말을 시작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한국이 1980년대에 건설, 중공업, 기계 위주로 일을 했다면 이제는 다음 세대인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감을 느꼈습니다. 트립비토즈는 단순히 앱에서 호텔 예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내에서 MZ 세대들이 놀 수 있는 공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서 이 비즈니스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 2023년도에 중동을 공략할 방법은 뭘까요.
 
  “한국이 다시 한 번 중동 붐의 수혜를 입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어요. 저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은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 소통 창구를 열어주는 거죠. 170만 명이 우리 앱을 이용해 숙소를 예약하고 콘텐츠를 올립니다. 가령 도쿄 호텔을 예약하면 예약 시점부터 실제 도쿄에 투숙할 때까지 도쿄 여행자들의 공동 채팅방이 열립니다. 여행 중에 유모차 같은 물품이 필요한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는 여행자끼리의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겁니다. 저는 제가 경험한 것들이 중동 지역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 세대의 피땀으로 오늘날 사업을 하는데, 사우디 진출은 제게는 숙명과도 같습니다. 제가 바로 사우디로 인한 수혜를 입은 산증인이니까요.”
 
 
  ‘기도 방송’ 나오자 입국 심사 올 스톱
 
  이동윤 앙트러리얼리티 대표 역시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2021년 10월 론칭한 앙트러리얼리티는 카이스트, 서울대, 카카오 출신 연구진으로 꾸려진 가상현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회사다. 앙트러리얼리티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시청각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디지털 휴먼을 연구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생성형 AI 서비스 ‘트위닛’을 선보였다. 사람이 AI 채팅창에서 가상의 캐릭터와 1대 1로 대화하는 서비스다. 앙트러리얼리티는 지난해 11월에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관광, 물류 커머스 회사인 IMS와 계약을 체결해 UAE 최초로 메타버스 커머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들만이 가진 고유한 기술인 인공지능 솔루션을 솔루션을 중동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이동윤 대표는 UAE를 방문했을 때 인연을 맺은 사우디 관계자가 사우디 방문을 요청해, 당일 비자를 받아 사우디를 방문했다. 하루 만에 비자를 받기 위해서 그는 60만원 정도를 지불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심사를 받을 때 그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사우디에 도착해 입국 심사라인에 서 있는데 마침 기도 시각이었던 모양이에요. 공항에서 방송이 나오더니 입국 심사대의 PC가 꺼졌습니다. 외국인들은 입국 심사라인에 그냥 서 있었고, 사우디 사람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었어요. 15~20분 정도를 그냥 대기했습니다.”
 
  ― 황당했겠네요.
 
  “공항에서 내려서 택시를 잡았어요. 그때 사우디 타다울(Tadawul) 상장기업 2P라는 회사와 미팅이 있었거든요. 공항 앞에 택시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는데 저는 ‘택시 캡’ 푯말을 붙인 차를 탔습니다. 그게 사우디의 공식 택시 회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택시 캡을 붙인 차와 그냥 일반차 운전자로 보이는 사람끼리 마구 싸우더라고요. ‘내 고객을 왜 네가 뺏어가느냐’는 얘기 같았습니다. 때마침 휴대폰 배터리가 거의 없어서 영어를 못 하는 택시기사와 겨우 얘기해 2P 본사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에서 황무지, 모래 먼지 천지인 길을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대낮이었는데도 ‘내가 지금 납치당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동영상으로 밖의 풍경을 찍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5분 거리를 한 시간 걸려 도착했더라고요.”
 
 
  “사우디, 중동 국가 중 가장 무슬림 전통 철저한 듯”
 
  ― 고생을 정말 많이 했네요. 사우디의 첫인상이 좋을 리 없겠어요.
 
  “2P라는 회사는 정말 모래사막 한가운데에 세워진, 직원이 5000명이나 되는 큰 회사였습니다. 사우디 입국 심사 때의 경험은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계속됐습니다. 그들은 사업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건물에서 소리가 나오면 ‘기도 시간’이라며 다들 사라집니다. 그러고 15~20분 뒤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들 되돌아옵니다.”
 

  ― 사우디가 유독 그랬네요.
 
  “사우디가 무슬림의 맹주(盟主)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슬림 전통을 가장 철저히 따른다고 할까요. 그러면서 문득 의문도 들더라고요. 만일 월드컵과 같은 운동을 하다가 기도 시간이 되면 중단해야 하나 싶은 생각 있죠(웃음). 사우디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기 위해서는 지도자와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겠지요. 저는 중동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사우디만을 공략하기에는 사업적으로 위험 요소가 분명히 있고, 사우디를 중동의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사우디 사람들 키가 많이 크죠?
 
  “아뇨. 키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크지 않은데 허리둘레가 대부분 넓다고 할까요? 사우디의 전통 의상에 가려져 있지만 식습관 때문에 내장 비만형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의료계, 헬스케어 분야도 사우디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랍어가 어려워서 문자 메시지보다 음성 메시지 선호”
 
이동윤 앙트러리얼리티 대표이사
  대학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던 이동윤 대표는 알고 지낸 선배가 중동 지역에서 작은 성과를 낸 모습을 보고, 이 지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무작정 찾아간 중동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우리와 사뭇 달랐다. 우리는 문자 메시지 등 텍스트형 메시지를 주로 사용하지만, 중동 사람들은 음성 메시지를 즐겨 썼다. 전화 통화가 아니라 음성으로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나중에 상대방이 음성으로 답을 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선호했다. 이동윤 대표의 얘기다.
 
  “중동 사람들에게도 아랍어 글자 치는 게 어렵다고 하더군요. 글자 자체가 어렵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형식이다 보니 중동 사람들조차 글자 쓰는 것보다는 음성 메시지 전송을 선호했습니다. 아랍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6억 명에 달한다는데, 이 언어권에서 우리가 가진 IT 기술을 접목하면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UAE는 석유 기반의 경제에서 지식 기반 경제로 전환을 선언하면서 지난해 7월에 메타버스를 국가 중점 사업으로 내세웠습니다. 2030년까지 세계 10대 메타버스 강국으로 진입하겠다고 발표하고, 9월에 메타버스 경제부 본부를 개설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국가 어젠다로 메타버스를 선정했네요.
 
  “저희가 보유한 3차원 복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중동 지역에서 메타버스 이커머스 사업을 진행키로 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그들이 원하는 생성형 AI 기술을 납품할 수 있는데, 중동 지역에 우리의 서비스를 구현시킬 수 있는 클라우드 등의 인프라가 충분하기 않아 아쉽습니다.”
 
 
  “중동 공략, 이제 개별 기업의 몫”
 
  이동윤 대표는 올 초,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웹캠 1대로 별도의 모션캡처 장비 없이 인체의 모션을 추정해 아바타에 동기화하는 메타버스 기술을 선보였다. 이 대표는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그는 “저희가 보유한 대화형 AI 접목 디지털 휴먼 기술력은 저희 외에 할 수 있는 회사가 없고, 나날이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특히 K 팝 팬덤을 시작으로 언어가 다른 다양한 문화권의 유저들이 교류할 수 있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까지 AI 아바타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동윤 대표의 얘기를 듣자면 우리는 이미 준비가 됐고, 그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중동 지역의 인프라에 달렸다는 소리다.
 
  “아직 사우디는 준비가 덜 됐습니다. 통신망뿐 아니라 근처의 쇼핑몰에 가봐도 건물은 근사한데 정작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외지인은 더더욱 없고요. UAE는 현지인 비중이 10% 정도로 보이고 나머지는 관광객이었는데, 사우디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사람이 몰리고, 기술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기초 작업이 이뤄지고 나서야 본격적인 사업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 파트너로서 사우디 사람은 어떤가요.
 
  “듣던 대로 허세 많고, 공짜 좋아하고, 왕가나 정부 사람들이 아직 외부인을 하대(下待)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사우디에 허드렛일을 하러 오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렇다 보니 사우디 사람들은 철저하게 우대하면서 외국인은 낮춰 보는 문화는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사업 파트너 자격으로 만나게 되면 깍듯합니다. 제가 UAE에서 갑자기 사우디 2P 회사를 방문했을 때도 미팅 장소에 부사장 등 고위급 임원들이 모두 참석했고요. 저뿐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 회사가 중동과 연이어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을 보면, 중동이 한국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해외 시장으로 나가면서 중소기업벤처부, 코트라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우리 같은 스타트업 회사에 기회를 주기 위해 애쓰는 것은 사실입니다. 중동이라는 큰 시장이 열렸는데 이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는 이제 각자 기업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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