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0명인 영국 하원의원… 너무 많아 ‘특별’할 수 없어
⊙ 영국 경제는 한국보다 1.7배 큰데, 의원 연봉은 약 10% 적어
⊙ 의원 상당수가 전용 의원실·보좌진 없이 의정 활동
⊙ “의원 수 줄여 국민 부담 총액 줄이고 나서 ‘의원 보수 인상’ 논의 가능”
⊙ ‘부패의 온상’이란 불명예 안긴 ‘2009년 하원 공금 유용 사태’
⊙ “민주사회의 핵심은 ‘투명성’… 의원 세금 지출 내역 공개로 국민 권익 향상”
⊙ 각종 수당·보조금 부당 청구 의원 심판하는 ‘주민소환제(2015년)’ 도입
⊙ 現 국회사무처로는 국회의원 행태 감시 역부족… IPSA 같은 독립감시기구 운영해야
⊙ 영국 경제는 한국보다 1.7배 큰데, 의원 연봉은 약 10% 적어
⊙ 의원 상당수가 전용 의원실·보좌진 없이 의정 활동
⊙ “의원 수 줄여 국민 부담 총액 줄이고 나서 ‘의원 보수 인상’ 논의 가능”
⊙ ‘부패의 온상’이란 불명예 안긴 ‘2009년 하원 공금 유용 사태’
⊙ “민주사회의 핵심은 ‘투명성’… 의원 세금 지출 내역 공개로 국민 권익 향상”
⊙ 각종 수당·보조금 부당 청구 의원 심판하는 ‘주민소환제(2015년)’ 도입
⊙ 現 국회사무처로는 국회의원 행태 감시 역부족… IPSA 같은 독립감시기구 운영해야
- 웨스트민스터궁. 사진=월간조선
영국은 전 세계 의회민주주의의 본산이다. 국민이 자신을 대신할 대표자를 직접 선출하고, 국가 주요 사안을 결정하도록 위임하고, 집행권을 행사하는 행정부를 견제·비판·감시하도록 하는 정치제도를 ‘의회민주주의(대의민주주의)’라고 한다. 영국은 13세기 말 비상설 ‘신분제 의회(모범 의회)’에 이어 14세기에 지금과 같은 상원(귀족원)·하원(평민원) 의회를 구성했다. 영국 의회가 지금과 같은 위상과 권한을 갖게 된 때는 17세기 ‘명예혁명’ 이후 ‘권리장전’을 통해 ‘입헌군주제’를 정착시킨 이후다. 18세기 말 미국 독립과 프랑스 혁명의 여파로 각국이 근대적 입헌주의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영국의 ‘의회제’는 전 세계로 퍼졌다.
영국에서 비롯된 ‘의회민주주의’ 또는 ‘대의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도덕적 해이’란 ‘대리인 문제’를 내포한다. ‘도덕적 해이’란,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인이 대리인의 행동을 완전히 관찰할 수 없을 때, 주인에게 바람직하지 않은데도 대리인이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는 결국 주인의 ‘경제적 피해’로 귀결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의회민주주의’하에서는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리인(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이 이에 해당)’ 중 하나인 국회의원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골몰하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국회의원 특권·특혜’다.
‘의회민주주의’ 문제점 먼저 겪은 영국
2014년 5042억원에서 2023년 7306억원으로 국회 예산이 45% 증가할 때 ‘국민 권익’도 그만큼 확대됐는지 의문이다. 국회의원들이 1인당 국민총소득(4249만원)의 6.3배에 달하는 각종 수당·활동비·지원금을 받고, 스스로 그 금액을 늘린 것도 그렇다. 심지어 북한이 정전 이래 처음으로 우리 민간 시설을 공격해 군인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희생된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에도 세비를 5.1% 인상했는데, 과연 이런 행태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이 비례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어느새 9명에 달하는 국회의원 보좌 인력과 계속 증가하는 그들 인건비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과 같은 보좌진 구성을 위한 법률 개정안 처리는 2017년에 강행됐다. 보좌 인력 증원 사유, 그 사유의 타당성 검증 같은 건 ‘법률 개정권’을 휘두르는 국회의원들에게 무의미했다. 그렇게 또 늘린 보좌진 인건비는 국민 부담이다. 현재 인턴 포함 국회의원 보좌진 9명의 급여 명목으로 매년 5억4000만원이 국고에서 나간다.
과거부터 이런 식으로 보좌진을 늘려놓고서는, “사무실이 좁다”며 제2 의원회관을 신축하고, 기존 의원회관은 개축했다. 결과적으로 의원실 면적은 기존의 2배(45평)가 됐다. 보좌진이 늘고, 사무실 면적이 확대된 만큼 국민을 위한 정책 개발에 투입하는 시간·노력·정성이 배가됐는지는 불확실하다.
이게 바로 ‘의회민주주의가’ 갖는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다. 특히 민주주의 역사가 짧고, 이를 견제할 언론과 민간단체 활동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더욱더 심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오래전에 한계에 다다랐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의회민주주의의 본산’ 영국을 살필 필요가 있다. 영국은 ‘대리인 문제’를 다른 나라보다 일찍 겪었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도 먼저 느꼈다. 완벽하지 않지만, 대리인들의 ‘도덕적 해이’ ‘집단 이기주의’에 대응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주인’인 국민 위에 군림하며 온갖 특권·특혜를 ‘향유’하는 ‘대리인’ 국회의원들을 견제·감시할 수단을 찾기 위해 영국의 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
‘의원 갑질’은 상상 불가
우리 국회와 같은 권한을 갖고, 비슷한 역할을 하는 영국의 기관은 ‘하원’이다. 영국 하원은 의원 650명으로 구성된다. 우리 국회의원의 2배가 넘는다. 희소성이 약한 탓에 영국 하원의원은 ‘특별’할 수 없다. 스스로 ‘특권층’이라고 자처할 수 없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주권자인 국민을 향해 스스럼없이 해대는 ‘갑질’은 영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자신을 마중 나온 수행원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캐리어를 밀어 보내고, ‘탑승 지연’에 불만을 표한 대리기사를 향해 “너, 내가 누군 줄 알아!”라고 외치고, 정확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공항 직원에게 “이 새○들이 똑바로 근무 안 서네. 책임자 데려와”라고 소리 지르는 ‘갑질’은 용납될 수 없다.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여건상 영국 하원의원은 우리 국회의원과 같은 ‘특권·특혜’를 누릴 수도 없다. 지역구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부정적인 평판이 단번에 유권자 표심을 흔들 수 있다. 그 결과는 ‘낙선’이기 때문에 영국 하원의원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특권·특혜’와 거리를 둔다.
애초에 누릴 수 있는 권한, 특혜 자체가 없기도 하다. 일례로, 우리 국회의원들은 공무 국외 여행 시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고, 외국에 가서는 현지 재외공관의 ▲출영·환송 ▲공식 일정 주선 ▲숙소 예약 ▲차량 지원 또는 차량 임차 주선 ▲통역 주선 ▲국회의원을 위한 오·만찬 2회 주최 등 온갖 서비스를 받는다. 영국 하원의원들은 일반 승객과 같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공무 출장을 갈 때도 일반석에 탄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역시 현직 재임 당시 휴가 때 저가항공을 타고, 1박에 20만원 이하인 숙소에서 머물 정도였다.
우리 국회의원 또는 정치인이 직접 차를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은 대부분 ‘연출’이다. 영국 하원의원의 경우엔 거의 ‘일상생활’이다. 자가용을 운행하는 데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정치적 계산도 깔렸다. 출퇴근하며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그들의 얘기를 듣는 것 자체가 합법적인 ‘사전선거운동’이기 때문이다.
본회의장에 앉을 자리도 부족한 영국 하원
영국 하원의원이 수당과 활동비 등으로 받는 세비는 2023년 기준 연간 1억4100만원이다. 2022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영국의 경제 규모는 3억707만 달러다. 우리나라는 영국의 54%에 불과한 1억6733만 달러다. 바꿔 말하면, 우리 경제 규모는 영국의 절반 수준이란 얘기다. 하지만 의원 연봉은 우리나라가 훨씬 많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수당과 활동비로만 연간 1억5426만원을 받는다. 영국 하원의원보다 10% 더 받는다.
영국의 경제 규모는 한국 대비 1.7배 이상 큰데도, 하원의원에게 지원되는 보좌진 인건비 최고액은 우리의 ‘연간 5억3865만원’의 56%인 3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이를 다 쓰는 영국 하원의원은 드물다. 애초에 우리처럼 9명이 의원 1명을 보좌하지도 않는다. 당대표 또는 중진일 경우 1~2명을 쓸 뿐이다. 초·재선은 보좌 인력 자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의 정책 입법은 의회 지원 조직이 돕는다. 우리 국회도 영국 하원처럼 지원 조직이 있다. 각각 연간 예산 219억원, 183억원을 쓰는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입법조사처를 운영한다. 그런데도 의원별로 또 최다 9명씩 보좌 인력을 두고 있다.
영국 하원은 의회 공간도 협소하다. 우리로 치면 국회 본회의장과 같은 영국 하원 의사당 중앙홀에는 ▲단상을 내려다보는 의원별 지정석 ▲안락한 의자 ▲넓은 책상 ▲회의 도중 다른 짓을 할 수 있는 컴퓨터 ▲의원 명패가 없다. 좌석도 부족하다. 이곳에서 회의가 있을 때면 예배당 의자처럼 생긴 좌석에 의원들이 빽빽하게 껴앉는다. 이마저도 약 430명만 앉을 수 있고, 200여 명 이상은 서 있어야 한다.
우리 국회의원실은 45평… 영국은 2평 남짓
의원 전용 공간 여건도 우리 국회의원들보다 열악하다. 앞서 얘기했지만, 우리 국회는 “의원 사무실이 좁다”며 제2 의원회관을 신축했다. 1989년 기존 의원회관 신축 당시 의원별 보좌진 수는 4명이었는데, 9명으로 늘었으니 25평 규모 의원실을 더 넓혀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렇게 해서 신축된 제2 의원회관은 2012년에 개관했다. 의원실 면적은 기존 25평에서 45평으로 늘었다. 의원 전용 방은 기존 10.9평에서 12.3평으로 확장됐다. 보좌진 공간도 기존 10.7평에서 23.1평으로 커졌다. 기존 의원회관은 의원실 2개를 1개로 합쳐 면적을 2배로 넓히는 작업을 주로 하는 개조를 거쳐 제2 의원회관과 연결됐다. 의원회관 신축과 개조 공사에 들어간 비용만 2000억원이 넘는다. 당시는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외 경제가 불황일 때였다. 이 와중에 우리 국회의원들은 이런 ‘돈 잔치’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영국 하원의원들도 우리의 의원회관 같은 건물이 있기는 하지만, 공간 자체가 부족하고 협소하다. 현재 가치로 3900억원을 들여 2001년에 ‘포트컬리스 하우스’란 이름의 의원회관을 개관했지만, 수요를 채우는 데는 역부족이다. 해당 건물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하원의원 213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다선 중진 의원쯤 돼야 이곳에 단독 사무실을 가질 수 있다. 이 외 의원들은 사무실 한 곳을 칸막이로 나누고, 같이 쓴다. 1인당 점유 면적은 2~3평에 불과하다. 참고로, 국내 ‘지방자치단체 청사 면적 기준’에 따른 공무원 1인당 최소 사무 면적이 2~5평이다. 영국 하원의원이 이용할 수 있는 ‘의원 전용 편의시설’은 없다. ▲의원 전용 도서관 열람실 ▲무료로 이용하는 내과·치과의원과 한의원 ▲의원 전용 체력 단련 시설과 목욕 시설을 갖춘 우리 국회와는 차이가 크다.
“모든 지출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우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영국 하원의원 처우와 관련해서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영국 기후·에너지부 장관을 역임한 ‘6선 의원’, 에드 데이비 영국 자유민주당 대표에게 ‘한국 국회의원 특혜 현황’을 먼저 설명하고, 문답을 나눴다.
— 한국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혜가 행정부 견제·비판·감시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평가합니까.
“우리 속담에 ‘사과와 배를 비교하지 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의원 처우 수준을 비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각기 다른 정치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이죠. 단, 직무와 관련이 없는 소위 특혜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납세자가 국회의원에게 제공하는 재정적 지원은 항상 유권자와 국가를 위한 일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따른 모든 지출 내역은 항상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 영국 하원의원 대다수가 의회에 전용 사무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과거에는 의회에 자기 사무실이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새 건물(포트컬리스 하우스)이 들어선 이후 ‘사무 공간’ 측면에서는 적절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영국 하원의원으로서 충분한 보수를 받는다고 생각합니까.
“적정 보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보수를 받는 것은 불가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원 수가 너무 많습니다. ‘의원 수 감축’을 통해 납세자인 국민이 부담하는 총비용을 줄이고 나서야만 ‘보수 인상’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정가 뒤흔든 ‘보조금 유용 백태’
물론 데이비 의원의 말처럼 한국과 영국은 권력 구조와 정치 환경이 서로 다르다. 이런 까닭에 국내 기준에서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이유만으로 영국 하원의원들을 ‘청렴하다’는 식으로 치켜세우거나, 우리 국회의원들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 다만, 영국 하원이 2009년 ‘공금 유용 사태’를 겪은 후 ‘특권·특혜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 시각에 맞춰 자신들의 세금 지출 내역과 증빙서류를 전부 공개하는 감시제도를 도입·운영하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영국 하원의원들은 수당과 활동비 외에 사후청구·보전 방식으로 주택보조금 등 각종 보조금을 받는다. 이 중 대표적인 항목이 주택보조금이다. 지역구가 런던이 아닌 의원들은 지역구 집이나 런던의 임시 주택 가운데 1곳을 정해 연간 4800만원 한도 내에서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하원의원 상당수는 집세 또는 주택담보대출 이자, 주택 수선비와 공공요금에 더해 각종 잡비까지 청구해 보조금을 탔다.
그 보조금 지출의 타당성에 대한 국민적 불만과 불신은 팽배했다. 이에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009년 5월, 정부로부터 관련 내역을 전부 입수해 두 달 이상 관련 보도를 대대적으로 했다. 그 결과, 여야 불문하고 하원의원 수백 명이 허위로 비용을 청구해, 세금을 부당하게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하원의원들이 주택보조금 청구 기준의 모호성을 악용했고, 그들의 비용 청구 내역을 검증하는 하원 보조금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후 ‘의회민주주의의 본산’이라고 하는 영국 하원은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피아노 조율, 전구 교체도 ‘세금’으로
당시 보도에 따르면, 당시 집권당이던 노동당 출신 마틴 마이클 하원의장은 자신의 글래스고 소재 주택 보조 비용으로 6년 동안 1억4000만원을 받았다. 노동당 소속 마거릿 모런 의원은 지역구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자가(自家)를 ‘제2주택’으로 지정해 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았다. 배리 가디너 의원은 낡은 주택을 구매한 후 보조금으로 개조한 뒤 팔아 매도차익을 챙겼다. 부부 관계인 앤드루 매케이 보수당 의원과 같은 당 소속 줄리 커브라이드 의원은 각각 런던 주택과 지역구 주택을 ‘제2주택’으로 신고하고 보조금을 따로 챙겼다.
이 밖에 소소한 비용마저도 세금으로 보전받은 이들이 많았다. 마이클 의장은 부인이 장 볼 때 쓴 택시비를 청구했다. 더글러스 호그 보수당 의원은 자기 집 연못 청소비, 피아노 조율비, 쓰레기봉투 값을 청구했다. 같은 당 스튜어트 잭슨은 애완견 사료비를 청구해 받았다. 당시 내무부 장관이던, 재키 스미스 노동당 의원은 대형 TV, 욕조 물마개, 배우자가 시청한 성인영화 비용까지 타냈다. 국무부 장관을 역임한, 존 프레스콧 노동당 의원은 자기 집을 영국 상류층의 튜더식(헨리 7세에서 엘리자베스 1세에 이르는 튜더 왕조 시대 건물 양식) 가옥으로 외관을 변경하기 위한 목재 구입비와 변기 뚜껑 교체비를 세금으로 보전받았다. 크리스토퍼 프레이저 보수당 의원은 정원수 식재비, 같은 당 피터 비거스 의원은 자가 연못 오리 휴식처 조성비, 이안 맥커트니 노동당 의원은 와인잔 등 주방용품 구입비를 청구했다. 이 외 ▲가정부 급여 ▲정원 관리비 ▲전구 교체비 ▲택시비 ▲도넛 등 간식 구입비 등 공무와 무관한 소소한 비용을 청구해 받은 의원도 다수였다.
‘의회윤리법’ 제정과 ‘독립윤리국’ 신설
당시 ‘공금 유용 사태’에 연루된 의원은 당시 하원의원 현원 646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325명에 달했다. 여론은 폭발했다. 성인영화 시청료마저 청구해 받는 행태를 보인 스미스 내무부 장관을 비롯해 각료 4명이 사임했다. 마틴 마이클 의장도 중도 사퇴했다. ‘종신직’인 영국 하원의장이 도중에 그만둔 일은 3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원의원 46명도 사퇴했다. 관련자 중 142명은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공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영국 국민은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독립적인 기구를 신설해 의원들의 비용 청구 내역을 승인하는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영국 하원의회는 집세를 제외한 다른 비용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집세 청구 한도도 2800만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 ‘의회 독립윤리국(IPSA)’ 신설을 골자로 한 ‘의회윤리법’을 제정했다. 2015년에는 문제를 일으킨 하원의원을 지역구 유권자들이 직접 심판하는 ‘주민소환제’를 위해 ‘주민소환법’을 제정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의원 당선 후 영국 내에서 기소되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경우 ▲하원 윤리위원회 권고에 따라 하원 본회의에서 14일 이상 또는 업무일 기준 10일 이상 정직(출석정지) 처분을 내리는 경우 ▲의원 당선 후 의원수당과 보조금 부당청구를 목적으로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 ‘의회윤리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등이 소환 대상에 해당한다.
의원 세금 지출 공개 감시
2010년부터 설치·운영된 IPSA는 의원과 보좌진 급여액을 결정하고, 의원 청구 비용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의원들이 사용한 비용 내역을 두 달에 한 번씩 공개한다. IPSA 활동과 관련해서, ‘4선’인 앤디 슬로터 노동당 의원은 “하원의원 보수와 보좌 인력 급여, 기타 행정 업무를 위해 제공되는 비용은 IPSA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슬로터 의원의 설명처럼 IPSA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의원 성명을 검색하면, 각 의원의 구체적인 보조금 사용 실태와 보좌진 출장비 내역까지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슬로터 의원이 올해 3~4월에 사용한 보조금을 확인한 결과, 그는 ▲교통비 4만3000원 ▲사무실 비용 193만원을 썼다. IPSA 공개 내역에 따르면, 슬로터 의원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썼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슬로터 의원은 3월 23일 지역구에서 3회에 걸쳐 주차비 1만4400원을 냈다. 그 이튿날에도 지역구 방문 시 주차비로 1만1550원을 썼다. 4월 4일, 21일, 23일에도 같은 이유로 각각 5800원씩 지출했다. 슬로터 의원이 지출한 사무실 비용의 하위에는 ▲청소비 ▲집기 구입비 ▲통신비 ▲문구 구입·인쇄비 등의 세부 항목이 있다. 이에 따르면 슬로터 의원은 3월 23일 지역구 사무실 청소비로 18만원, 모니터 구입비로 40만원을 썼다.
IPSA는 “IPSA 운영 이후 영국 국민의 ‘권익’이 향상됐다”고 평가한다. 이와 관련해서, 매튜 럼비 IPSA 공보 담당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은 ‘투명성’입니다. 이를 위해 독립기관인 IPSA는 의원들의 무분별한 보조금 사용을 규제하고, 그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그 결과, 영국 국민의 ‘알 권리’가 향상됐고, 하원의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제고됐습니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국가별 회의를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의회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의원들의 세금 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들에 IPSA 시스템을 추천합니다.”
‘개혁 시늉’이라도 해야
이런 영국의 개혁 작업은 국회의원 처우와 관련해서 비판과 의심이 끊이지 않는 우리에게 유용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국회사무처가 IPSA처럼 국회의원별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의정 활동 지원금 ▲해외출장비 ▲의원연맹 등 각종 모임 지원금 등의 상세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전 국민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국회사무처로는 국회의원들의 세금 지출 행태를 제대로 감시하고, 바로잡는 걸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회라는 한 지붕 아래에서 사무처가 의원들의 부정 사용을 적발하고, 고발하기는 쉽지 않다. 공무상 국외 여행을 가면서 국회사무처를 통해 외교부에 협조 공문을 보낸 의원들 명단과 공문 사본마저 공개하길 거부하는 행태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월간조선》은 지난 9월, ‘국회의원 공무 국외 여행 관련 협조문 발송 내역’을 국회사무처에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비공개’였다. 국회사무처는 ‘비공개 사유’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2호(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여 비공개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회신했다.
2003년 1월, 대법원은 “정보에 대한 공개를 요구받은 공공기관은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를 공개해야 하고, 만일 이를 거부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어느 부분이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주장 입증해야 하고, 개괄적인 사유만을 들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2001두8827)했는데도, 국회사무처는 구체적인 입증 노력 없이 법률 조항을 들먹이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영국의 IPSA와 같은 독립감시기구를 따로 설치·운영할 필요가 있다. 독립감시기구가 ▲국회의원 수당과 활동비 결정 ▲의정 활동 지원금 지출 행태 감시·공개 ▲공무 국외 출장 외유성 검토·부정 사용 지원금 추심 등을 전담해야 한다는 제안은 새로운 요구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국회의원 주민소환제’도 도입해야 한다.
물론 우리 정치 환경, 정치인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이런 개혁 작업들이 추진될 가능성은 없다. 해외 선례 소개, 이런저런 제언 모두 ‘소귀에 경 읽기’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모든 게 다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지만, 국민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해야 한다”는 혹자의 말처럼, 개혁을 하겠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바로 선거 때만 되면 머리를 조아리고 다니는 자칭 ‘국민 일꾼’들의 최소한의 ‘의무’ 아닐까.⊙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영국에서 비롯된 ‘의회민주주의’ 또는 ‘대의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도덕적 해이’란 ‘대리인 문제’를 내포한다. ‘도덕적 해이’란,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인이 대리인의 행동을 완전히 관찰할 수 없을 때, 주인에게 바람직하지 않은데도 대리인이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는 결국 주인의 ‘경제적 피해’로 귀결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의회민주주의’하에서는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리인(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이 이에 해당)’ 중 하나인 국회의원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골몰하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국회의원 특권·특혜’다.
‘의회민주주의’ 문제점 먼저 겪은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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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보좌진 수 증가에 따른 사무 공간 축소, 내방객 접객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제2의원회관’을 개관하고, 기존 의원회관을 개축하면서 의원실 1개실 면적을 기존 25평에서 45평으로 확장했다. 사진=뉴시스 |
어느새 9명에 달하는 국회의원 보좌 인력과 계속 증가하는 그들 인건비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과 같은 보좌진 구성을 위한 법률 개정안 처리는 2017년에 강행됐다. 보좌 인력 증원 사유, 그 사유의 타당성 검증 같은 건 ‘법률 개정권’을 휘두르는 국회의원들에게 무의미했다. 그렇게 또 늘린 보좌진 인건비는 국민 부담이다. 현재 인턴 포함 국회의원 보좌진 9명의 급여 명목으로 매년 5억4000만원이 국고에서 나간다.
과거부터 이런 식으로 보좌진을 늘려놓고서는, “사무실이 좁다”며 제2 의원회관을 신축하고, 기존 의원회관은 개축했다. 결과적으로 의원실 면적은 기존의 2배(45평)가 됐다. 보좌진이 늘고, 사무실 면적이 확대된 만큼 국민을 위한 정책 개발에 투입하는 시간·노력·정성이 배가됐는지는 불확실하다.
이게 바로 ‘의회민주주의가’ 갖는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다. 특히 민주주의 역사가 짧고, 이를 견제할 언론과 민간단체 활동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더욱더 심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오래전에 한계에 다다랐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의회민주주의의 본산’ 영국을 살필 필요가 있다. 영국은 ‘대리인 문제’를 다른 나라보다 일찍 겪었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도 먼저 느꼈다. 완벽하지 않지만, 대리인들의 ‘도덕적 해이’ ‘집단 이기주의’에 대응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주인’인 국민 위에 군림하며 온갖 특권·특혜를 ‘향유’하는 ‘대리인’ 국회의원들을 견제·감시할 수단을 찾기 위해 영국의 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
‘의원 갑질’은 상상 불가
우리 국회와 같은 권한을 갖고, 비슷한 역할을 하는 영국의 기관은 ‘하원’이다. 영국 하원은 의원 650명으로 구성된다. 우리 국회의원의 2배가 넘는다. 희소성이 약한 탓에 영국 하원의원은 ‘특별’할 수 없다. 스스로 ‘특권층’이라고 자처할 수 없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주권자인 국민을 향해 스스럼없이 해대는 ‘갑질’은 영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자신을 마중 나온 수행원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캐리어를 밀어 보내고, ‘탑승 지연’에 불만을 표한 대리기사를 향해 “너, 내가 누군 줄 알아!”라고 외치고, 정확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공항 직원에게 “이 새○들이 똑바로 근무 안 서네. 책임자 데려와”라고 소리 지르는 ‘갑질’은 용납될 수 없다.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여건상 영국 하원의원은 우리 국회의원과 같은 ‘특권·특혜’를 누릴 수도 없다. 지역구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부정적인 평판이 단번에 유권자 표심을 흔들 수 있다. 그 결과는 ‘낙선’이기 때문에 영국 하원의원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특권·특혜’와 거리를 둔다.
애초에 누릴 수 있는 권한, 특혜 자체가 없기도 하다. 일례로, 우리 국회의원들은 공무 국외 여행 시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고, 외국에 가서는 현지 재외공관의 ▲출영·환송 ▲공식 일정 주선 ▲숙소 예약 ▲차량 지원 또는 차량 임차 주선 ▲통역 주선 ▲국회의원을 위한 오·만찬 2회 주최 등 온갖 서비스를 받는다. 영국 하원의원들은 일반 승객과 같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공무 출장을 갈 때도 일반석에 탄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역시 현직 재임 당시 휴가 때 저가항공을 타고, 1박에 20만원 이하인 숙소에서 머물 정도였다.
우리 국회의원 또는 정치인이 직접 차를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은 대부분 ‘연출’이다. 영국 하원의원의 경우엔 거의 ‘일상생활’이다. 자가용을 운행하는 데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정치적 계산도 깔렸다. 출퇴근하며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그들의 얘기를 듣는 것 자체가 합법적인 ‘사전선거운동’이기 때문이다.
본회의장에 앉을 자리도 부족한 영국 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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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의회 본회의장은 앉을 자리가 부족해 전원 참석일에는 200명 이상이 서 있어야 한다. 사진=뉴시스 |
영국의 경제 규모는 한국 대비 1.7배 이상 큰데도, 하원의원에게 지원되는 보좌진 인건비 최고액은 우리의 ‘연간 5억3865만원’의 56%인 3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이를 다 쓰는 영국 하원의원은 드물다. 애초에 우리처럼 9명이 의원 1명을 보좌하지도 않는다. 당대표 또는 중진일 경우 1~2명을 쓸 뿐이다. 초·재선은 보좌 인력 자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의 정책 입법은 의회 지원 조직이 돕는다. 우리 국회도 영국 하원처럼 지원 조직이 있다. 각각 연간 예산 219억원, 183억원을 쓰는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입법조사처를 운영한다. 그런데도 의원별로 또 최다 9명씩 보좌 인력을 두고 있다.
영국 하원은 의회 공간도 협소하다. 우리로 치면 국회 본회의장과 같은 영국 하원 의사당 중앙홀에는 ▲단상을 내려다보는 의원별 지정석 ▲안락한 의자 ▲넓은 책상 ▲회의 도중 다른 짓을 할 수 있는 컴퓨터 ▲의원 명패가 없다. 좌석도 부족하다. 이곳에서 회의가 있을 때면 예배당 의자처럼 생긴 좌석에 의원들이 빽빽하게 껴앉는다. 이마저도 약 430명만 앉을 수 있고, 200여 명 이상은 서 있어야 한다.
의원 전용 공간 여건도 우리 국회의원들보다 열악하다. 앞서 얘기했지만, 우리 국회는 “의원 사무실이 좁다”며 제2 의원회관을 신축했다. 1989년 기존 의원회관 신축 당시 의원별 보좌진 수는 4명이었는데, 9명으로 늘었으니 25평 규모 의원실을 더 넓혀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렇게 해서 신축된 제2 의원회관은 2012년에 개관했다. 의원실 면적은 기존 25평에서 45평으로 늘었다. 의원 전용 방은 기존 10.9평에서 12.3평으로 확장됐다. 보좌진 공간도 기존 10.7평에서 23.1평으로 커졌다. 기존 의원회관은 의원실 2개를 1개로 합쳐 면적을 2배로 넓히는 작업을 주로 하는 개조를 거쳐 제2 의원회관과 연결됐다. 의원회관 신축과 개조 공사에 들어간 비용만 2000억원이 넘는다. 당시는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외 경제가 불황일 때였다. 이 와중에 우리 국회의원들은 이런 ‘돈 잔치’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영국 하원의원들도 우리의 의원회관 같은 건물이 있기는 하지만, 공간 자체가 부족하고 협소하다. 현재 가치로 3900억원을 들여 2001년에 ‘포트컬리스 하우스’란 이름의 의원회관을 개관했지만, 수요를 채우는 데는 역부족이다. 해당 건물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하원의원 213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다선 중진 의원쯤 돼야 이곳에 단독 사무실을 가질 수 있다. 이 외 의원들은 사무실 한 곳을 칸막이로 나누고, 같이 쓴다. 1인당 점유 면적은 2~3평에 불과하다. 참고로, 국내 ‘지방자치단체 청사 면적 기준’에 따른 공무원 1인당 최소 사무 면적이 2~5평이다. 영국 하원의원이 이용할 수 있는 ‘의원 전용 편의시설’은 없다. ▲의원 전용 도서관 열람실 ▲무료로 이용하는 내과·치과의원과 한의원 ▲의원 전용 체력 단련 시설과 목욕 시설을 갖춘 우리 국회와는 차이가 크다.
“모든 지출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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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 의원’인 에드 데이비 영국 자유민주당 대표는 “납세자가 국회의원에게 제공하는 재정 지원은 항상 공무와 관련이 있어야 하며, 그 지출 내역은 항상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 한국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혜가 행정부 견제·비판·감시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평가합니까.
“우리 속담에 ‘사과와 배를 비교하지 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의원 처우 수준을 비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각기 다른 정치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이죠. 단, 직무와 관련이 없는 소위 특혜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납세자가 국회의원에게 제공하는 재정적 지원은 항상 유권자와 국가를 위한 일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따른 모든 지출 내역은 항상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 영국 하원의원 대다수가 의회에 전용 사무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과거에는 의회에 자기 사무실이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새 건물(포트컬리스 하우스)이 들어선 이후 ‘사무 공간’ 측면에서는 적절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영국 하원의원으로서 충분한 보수를 받는다고 생각합니까.
“적정 보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보수를 받는 것은 불가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원 수가 너무 많습니다. ‘의원 수 감축’을 통해 납세자인 국민이 부담하는 총비용을 줄이고 나서야만 ‘보수 인상’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정가 뒤흔든 ‘보조금 유용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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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원들에 대한 수당과 활동비, 주택보조금을 비롯한 각종 지원금 지급 기준 등을 담은 소위 ‘그린북’이다. 사진=영국 의회 독립윤리국 |
영국 하원의원들은 수당과 활동비 외에 사후청구·보전 방식으로 주택보조금 등 각종 보조금을 받는다. 이 중 대표적인 항목이 주택보조금이다. 지역구가 런던이 아닌 의원들은 지역구 집이나 런던의 임시 주택 가운데 1곳을 정해 연간 4800만원 한도 내에서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하원의원 상당수는 집세 또는 주택담보대출 이자, 주택 수선비와 공공요금에 더해 각종 잡비까지 청구해 보조금을 탔다.
그 보조금 지출의 타당성에 대한 국민적 불만과 불신은 팽배했다. 이에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009년 5월, 정부로부터 관련 내역을 전부 입수해 두 달 이상 관련 보도를 대대적으로 했다. 그 결과, 여야 불문하고 하원의원 수백 명이 허위로 비용을 청구해, 세금을 부당하게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하원의원들이 주택보조금 청구 기준의 모호성을 악용했고, 그들의 비용 청구 내역을 검증하는 하원 보조금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후 ‘의회민주주의의 본산’이라고 하는 영국 하원은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피아노 조율, 전구 교체도 ‘세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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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영국 하원을 강타한 ‘하원의원 공금 유용 사태’의 진상 조사 결과를 담은 소위 ‘레그 보고서’다. 출처=영국 하원의회 |
이 밖에 소소한 비용마저도 세금으로 보전받은 이들이 많았다. 마이클 의장은 부인이 장 볼 때 쓴 택시비를 청구했다. 더글러스 호그 보수당 의원은 자기 집 연못 청소비, 피아노 조율비, 쓰레기봉투 값을 청구했다. 같은 당 스튜어트 잭슨은 애완견 사료비를 청구해 받았다. 당시 내무부 장관이던, 재키 스미스 노동당 의원은 대형 TV, 욕조 물마개, 배우자가 시청한 성인영화 비용까지 타냈다. 국무부 장관을 역임한, 존 프레스콧 노동당 의원은 자기 집을 영국 상류층의 튜더식(헨리 7세에서 엘리자베스 1세에 이르는 튜더 왕조 시대 건물 양식) 가옥으로 외관을 변경하기 위한 목재 구입비와 변기 뚜껑 교체비를 세금으로 보전받았다. 크리스토퍼 프레이저 보수당 의원은 정원수 식재비, 같은 당 피터 비거스 의원은 자가 연못 오리 휴식처 조성비, 이안 맥커트니 노동당 의원은 와인잔 등 주방용품 구입비를 청구했다. 이 외 ▲가정부 급여 ▲정원 관리비 ▲전구 교체비 ▲택시비 ▲도넛 등 간식 구입비 등 공무와 무관한 소소한 비용을 청구해 받은 의원도 다수였다.
‘의회윤리법’ 제정과 ‘독립윤리국’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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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의 공금 지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영국 의회 독립윤리국(IPSA)의 홍보 영상이다. 사진=IPSA |
이에 따라 영국 하원의회는 집세를 제외한 다른 비용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집세 청구 한도도 2800만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 ‘의회 독립윤리국(IPSA)’ 신설을 골자로 한 ‘의회윤리법’을 제정했다. 2015년에는 문제를 일으킨 하원의원을 지역구 유권자들이 직접 심판하는 ‘주민소환제’를 위해 ‘주민소환법’을 제정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의원 당선 후 영국 내에서 기소되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경우 ▲하원 윤리위원회 권고에 따라 하원 본회의에서 14일 이상 또는 업무일 기준 10일 이상 정직(출석정지) 처분을 내리는 경우 ▲의원 당선 후 의원수당과 보조금 부당청구를 목적으로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 ‘의회윤리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등이 소환 대상에 해당한다.
의원 세금 지출 공개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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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인 앤디 슬로터 노동당 의원은 “하원의원 보수와 보좌 인력 급여, 기타 행정 업무를 위해 제공되는 비용은 IPSA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
이를 통해 슬로터 의원이 올해 3~4월에 사용한 보조금을 확인한 결과, 그는 ▲교통비 4만3000원 ▲사무실 비용 193만원을 썼다. IPSA 공개 내역에 따르면, 슬로터 의원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썼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슬로터 의원은 3월 23일 지역구에서 3회에 걸쳐 주차비 1만4400원을 냈다. 그 이튿날에도 지역구 방문 시 주차비로 1만1550원을 썼다. 4월 4일, 21일, 23일에도 같은 이유로 각각 5800원씩 지출했다. 슬로터 의원이 지출한 사무실 비용의 하위에는 ▲청소비 ▲집기 구입비 ▲통신비 ▲문구 구입·인쇄비 등의 세부 항목이 있다. 이에 따르면 슬로터 의원은 3월 23일 지역구 사무실 청소비로 18만원, 모니터 구입비로 40만원을 썼다.
IPSA는 “IPSA 운영 이후 영국 국민의 ‘권익’이 향상됐다”고 평가한다. 이와 관련해서, 매튜 럼비 IPSA 공보 담당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은 ‘투명성’입니다. 이를 위해 독립기관인 IPSA는 의원들의 무분별한 보조금 사용을 규제하고, 그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그 결과, 영국 국민의 ‘알 권리’가 향상됐고, 하원의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제고됐습니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국가별 회의를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의회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의원들의 세금 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들에 IPSA 시스템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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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데이비(왼쪽), 앤디 슬로터 의원의 2023년 3~4월 보조금 지출 내역이다. IPSA는 의원은 물론 보좌진이 사용한 비용 내역을 두 달에 한 번씩 공개한다. 사진=IPSA |
‘개혁 시늉’이라도 해야
이런 영국의 개혁 작업은 국회의원 처우와 관련해서 비판과 의심이 끊이지 않는 우리에게 유용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국회사무처가 IPSA처럼 국회의원별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의정 활동 지원금 ▲해외출장비 ▲의원연맹 등 각종 모임 지원금 등의 상세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전 국민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국회사무처로는 국회의원들의 세금 지출 행태를 제대로 감시하고, 바로잡는 걸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회라는 한 지붕 아래에서 사무처가 의원들의 부정 사용을 적발하고, 고발하기는 쉽지 않다. 공무상 국외 여행을 가면서 국회사무처를 통해 외교부에 협조 공문을 보낸 의원들 명단과 공문 사본마저 공개하길 거부하는 행태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월간조선》은 지난 9월, ‘국회의원 공무 국외 여행 관련 협조문 발송 내역’을 국회사무처에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비공개’였다. 국회사무처는 ‘비공개 사유’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2호(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여 비공개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회신했다.
2003년 1월, 대법원은 “정보에 대한 공개를 요구받은 공공기관은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를 공개해야 하고, 만일 이를 거부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어느 부분이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주장 입증해야 하고, 개괄적인 사유만을 들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2001두8827)했는데도, 국회사무처는 구체적인 입증 노력 없이 법률 조항을 들먹이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영국의 IPSA와 같은 독립감시기구를 따로 설치·운영할 필요가 있다. 독립감시기구가 ▲국회의원 수당과 활동비 결정 ▲의정 활동 지원금 지출 행태 감시·공개 ▲공무 국외 출장 외유성 검토·부정 사용 지원금 추심 등을 전담해야 한다는 제안은 새로운 요구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국회의원 주민소환제’도 도입해야 한다.
물론 우리 정치 환경, 정치인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이런 개혁 작업들이 추진될 가능성은 없다. 해외 선례 소개, 이런저런 제언 모두 ‘소귀에 경 읽기’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모든 게 다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지만, 국민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해야 한다”는 혹자의 말처럼, 개혁을 하겠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바로 선거 때만 되면 머리를 조아리고 다니는 자칭 ‘국민 일꾼’들의 최소한의 ‘의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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