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총력특집·인도의 모든 것

인터뷰 | 아밋 쿠마르 인도 대사

“인도는 비동맹 외교 전통 지켜와… 미국과 인도는 전략적 경제적 동맹”

글 : 류종수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서울의과학연구소(SCL Healthcare Group) 고문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인도 경제의 큰 축복은 세계가 글로벌 공급망 다양화의 대안 국가로 선택한다는 사실”
⊙ “인구 세계 최고… 인도의 평균연령 약 29세, 인구 65%가 35세 미만”
⊙ “모디 총리의 ‘인도에서 생산한다(Make in India)와 디지털 대전환(Digital India)’ 정책, 먹혀들어”
⊙ 올 10월 G20 의장국으로 뉴델리에서 G20 행사 주관… 윤 대통령 참석 예정
⊙ “韓印 수교 50주년, 서로 사돈 맺은 불교 나눔 2000년의 인연”
⊙ “인도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개인 지능’과 ‘사회적 지능’이 함께 발달”

柳鐘守
1962년생. 연세대 보건학 박사 / 美뉴욕플러싱 YMCA 이사장, 뉴욕가톨릭재단 부총장, 유엔재단 새천년개발사업 고문, 現 바레인왕국 국가보건의료최고위원회 고문, 남미개발은행(IDB) 남미국가 진단검사역량 강화사업 수석책임역, 서울의과학연구소(SCL) 국제사업 고문, 연세대 보건대학원 초빙교수
사진=조준우
  한국과 인도가 오는 10월 10일이면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인도와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가 세상의 끝이었다. 중화 질서 속에서 살았던 우리에게 인도는 천년 이상 서역(西域)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머나먼 나라였다.
 
  통일신라 시절 승려 혜초는 부처님의 고향 인도를 찾아 구도행에 나섰다. 혜초에게 인도는 세계의 끝이었다. 1929년 일본을 방문한 타고르에게 《동아일보》 기자가 조선에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하자, 응하지 못함을 표하며 짤막한 시를 하나 써주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조선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업무량이 유독 많은 공관에서만 일한 거죠”
 
2018년 2월 27일 ‘제2회 한·인도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모디 총리와 한국 기업인들이 개회식에 앞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갖고 있다. 모디 총리가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조선DB
  한국전쟁이 끝난 후 남북의 전쟁포로들 가운데 일부는 중립국인 인도로 갔다. 1980년대 대학교 학번의 필독서인 최인훈의 장편소설 《광장》은 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반도의 남쪽에 사는 우리에게 인도는 이념적으로 서먹서먹한 나라였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비동맹 블록을 이끌었고, 대한민국 외교관에게 인도는 상대하기 버거운 국가 중 하나였다. 대한민국은 인도와 1973년 수교했다.
 
  타고르가 100년 전 축복한 대로 한국은 이제 동방의 밝은 등촉이 되었다. 그렇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나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만나본 적이 없다.
 
  이제 인도와 한국은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가까운 이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교 5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아밋 쿠마르(50) 주한 인도 대사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분주하게 뛰고 있다”고 한다. 대사를 수행하고 있는 정무 서기관이 전해준 말이다.
 
  아밋 대사는 인도의 칸푸르 공과대학에서 공부했다. 공학과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관이 된 후에는 주로 통상 분야, 미국과 동북아 지역에서 근무했다.
 
  주한 외교단 행사에서 아밋 대사를 여러 차례 만났고, 서울의 인도식당에서 가끔 식사를 함께 한 인연이 있다. 《월간조선》과의 인터뷰 요청을 전하자, 대사는 “인터뷰 질문지를 사전에 꼭 보내달라”고 청했다.
 
  인터뷰를 위해 준비한 답변지를 테이블 앞에 정리하면서 아밋 대사는 “외교관으로서 답변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는 답을 드리지 못하더라도 양해해달라”고 이해를 구했다.
 
  아밋 대사는 온화한 미소와 냉철한 눈빛에, 절제되고 정제된 화법을 구사하는 외교관이었다. 협상장에서 그를 만나 감성적으로 흔들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는데, 외교관이 된 계기가 있습니까.
 
  “무엇보다 넓은 세계를 경험하며 활동하고 싶었습니다. 인도를 대표하는 외교관으로 활동하는 것이 제 삶에 가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에서 세 번 근무했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일했습니다. 보람 있었고, 젊은 시절 제대로 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에 오기 전 임지가 미국이죠?
 
  “미국 시카고 주재 인도 총영사로 2년 6개월 근무를 마치고, 작년 9월에 한국에 부임했습니다. 한국 음식은 우리 가족의 ‘솔 푸드’입니다. 한국 음식은 오랫동안 즐겼는데, 한국을 방문한 것은 대사로 부임하고서 처음입니다. 토종 한국 음식을 먹게 된 기회가 온 것이지요.”
 
  ― 외교가에 ‘온탕 후 냉탕’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생활환경이 좋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번갈아 가면서 일하는 관행을 얘기하죠. 대사님은 미국, 일본, 중국, 대한민국 같은 A급 국가들에서만 계속 근무하고 있습니다. 비결이 있으신가요.
 
  “제가 업무량이 유독 많은 공관에서만 일했다, 이렇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업무를 맡으면 철저하게 해내는 성격입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면서, 경제학과 국제 통상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이공계 출신이라 수치에 밝은 편입니다. 그래서 제 부임지에서 늘 통상 관계 업무들을 주로 처리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들이고, 인도는 이들 나라와 통상교섭을 가장 잘 해야만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제가 파견된 것 아닐까요?”
 
 
  한국과 인도의 인연은 너무나 깊어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아밋 쿠마르 주한 인도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 가족들은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까.
 
  “아내와 딸은 저와 함께 살고 있고, 아들은 저의 직전 근무지였던 시카고에서 2시간 30분 거리인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캠퍼스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아들 얘기로는 학과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한국계나 인도계라고 하더군요. 인도와 한국이 IT 강국인 이유를 알 수 있지요. 서울에 있는 우리 가족은 한국 음식을 즐겨 먹고, 미국에 있는 제 아들도 한국 친구들과 한국 음식을 자주 먹는다고 합니다. 제 취미가 독서와 등산입니다. 한국에는 산이 많아서 좋습니다.”
 
  ― 어느 산에 가보셨습니까.
 
  “서울 남산만 겨우 몇 번 다녀왔습니다. 산에 오를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올해 수교 50주년 관련 행사들을 마무리하면 만사 제쳐두고 한국의 아름다운 산들을 오를 생각입니다. 《월간조선》 독자분들도 혹시 산에서 저를 만나면, 인사 건네주십시오.”
 
  ― 인도는 올해 10월 G20 의장국으로 뉴델리에서 G20 행사를 주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한-인도 수교 50주년 행사에서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까.
 
  “한국과 인도의 인연은 너무나 깊고 인상적입니다. 제가 소설가라면 MZ 세대의 감각에 맞는 매력적인 작품으로 만들고 싶을 만큼. 서기 1세기 때 인도 지역 한 왕국 아유타의 공주 허황옥이 한반도의 남쪽 김해에 위치한 가야국 김수로왕에게 시집을 왔습니다.
 
  허황옥은 10명의 자식을 낳고, 그중 2명은 자신의 가계를 잇는 김해 허씨 집안의 시조가 되었습니다. 공주와 함께 동행했던 오빠 왕자는 불교 승려로, 가야 불교의 시조가 되었습니다. 한반도에 불교문화의 씨앗을 뿌린 이가 인도의 왕자였습니다. 사돈 관계 2000년, 불교 나눔 2000년이란 이 긴 세월의 인연, 경축할 만한 일 아닌가요?”
 
 
  “인도, 글로벌 사우스의 디지털 발전 도울 것”
 
  ― 주한 인도 대사로서 G20 준비도 바쁘겠습니다.
 
  “올해는 세계사적으로 무척 중요한 변환기입니다. G20 멤버 국가들에 주재하는 인도 대사들은 G20 준비를 위해서, 수많은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수시로 보고서를 본국에 보내야 합니다. 모디 총리께서 세계사의 전환기에 적합한 G20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 인도는 G20 의장국으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습니까.
 
  “모디 총리는 세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몇 가지 주요 어젠다를 제안할 계획입니다.
 
  첫 번째는 디지털 혁신입니다. 모디 총리는 인도의 디지털 혁신 사업들의 성과를 소개하고, 데이터 거버넌스, 사이버 보안, 국가 간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을 촉구하려고 합니다. 모디 총리는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도 디지털 혁신의 수혜국이 되어야 한다, 글로벌 사우스의 디지털 기술 발전을 돕는 것이 인도의 역할’이라고 자주 얘기합니다.
 
  두 번째는 인도의 경제 성장과 투자 유치입니다. 모디 총리는 G20 플랫폼을 활용하여 외국 기업들의 직접 투자를 유치하고, 인도 경제의 성장과 발전 고용 증대를 꾀하려고 합니다.
 
  세 번째로 모디 총리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선진국들의 실천적인 협력, 기술 공여를 유도하려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를 당한 저소득 국가들을 돕기 위해 세계적인 기금을 만드는 방안도 제안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번째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공정한 무역 관행과 개혁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무역 장벽을 낮추고 국제 금융 기구를 개혁함으로써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글로벌 무역질서를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을 지키는 이유

 
박민식(오른쪽) 국가보훈부 장관이 1월 20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아밋 쿠마르 주한 인도 대사와 환담 후 6·25전쟁 당시 인도 제60야전 병원 지휘관으로 복무한 란가라지 육군 중령의 초상화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란가라지 중령은 국군과 유엔군 전상자들을 치료하는 데 큰 전공을 세웠다. 사진=뉴시스
  ― 인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 진영과 함께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데 대해 미국의 제재가 없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인도는 비동맹 외교 전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인도는 국제 갈등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평화적인 해결을 선호합니다. 인도의 비동맹 정책은 많은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인도의 에너지 수요는 매우 큽니다. 그리고 대부분 러시아 원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인도 경제의 성장은 세계 경제의 지속적 발전에 무척 중요합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과 인도는 전략적·경제적 동맹입니다. 인도는 경제적인 파트너로서 미국과의 무역 및 투자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양국 간의 경제 협력은 양측 모두의 경제적 번영에 중요합니다. 양국은 신뢰 관계를 발전시켜 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인도, 매력적인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
 
  ―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중국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들이 있습니다. 인도의 고도성장을 견인하는 요인은 무엇인가요.
 
  “모디 총리의 ‘인도에서 생산한다(Make in India)’와 ‘디지털 대전환(Digital India)’ 정책이 먹혀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발전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하나씩 결실을 거두면서 고도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외국 기업의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제 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의 투자는 인도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신기술 및 기술 이전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공급망의 위기가 초래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가 매력적인 초대형 생산기지가 됐고, 이와 함께 매력적인 소비 시장으로 등장했습니다. 인도는 정보기술, 제조업, 자동차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생산기지입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해서 높게 유지되는 일은 어려울 것입니다.”
 
  ― 인도는 인구수에 있어 이미 중국을 넘어섰습니다. 앞으로 국제 정치·경제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보십니까.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것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닙니다. 어떤 특징을 가진 인구인가를 잘 분석해야 합니다. 인도의 평균연령은 약 29세로, 인구의 약 65%가 35세 미만입니다. 이는 젊고 건강한 노동 인구에 따른 활발한 생산과 더불어 국내에서의 왕성한 소비와 경제 발전이 증폭할 것이라는 기대로 연결됩니다.
 
  중국은 인구의 20% 이상이 60세 이상으로 고령화에 접어들었습니다. 전체 인구의 평균연령이 40세로 인도보다 11세나 높습니다. 고령 인구의 증가는 노동력 부족과 국내 소비의 감소, 정부가 감당해야 하는 복지 프로그램과 의료비 지출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경제 성장이 완만하게 바뀌고, 국가 세수의 감소로 이어질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인도인들이 활약하는 이유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아밋 쿠마르 주한 인도 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미국과 중국의 갈등, 그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다양화 추세가 인도에 주는 경제적 혜택을 좀 설명해주시죠.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정치 갈등으로 많은 미국 기업이 생산기지나 판매 시장을 인도에서 찾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문제점을 깨닫게 했습니다. 특정 국가나 지역에만 의존하는 공급망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인도를 글로벌 공급망 다양화의 대안 국가로 선택하고 있는 것은 인도 경제에 있어 큰 축복입니다.”
 
  ―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 다양화의 대안으로 떠오른 요인은 뭔가요.
 
  “인도는 과학, 엔지니어링, IT 등 다양한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약, 섬유 및 의류, 철강, 화학 및 석유 제품 등의 분야에서 저렴한 생산 비용으로 차별화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매우 큰 내수 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로 진출하면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미 한국의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은 이런 인도의 장점을 인지해, 인도에 투자하고 인도와의 협업을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 인도인들이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경영 CEO와 임원으로 탁월한 성과를 내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인도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다양한 문화와 언어들을 체험합니다. 다양성에 적응하면서 성장합니다. 인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인도어가 22개이고 지역 방언은 수천 개나 됩니다. 우리 인도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다양성에 노출되면서 ‘개인 지능’과 ‘사회적 지능’이 함께 발달된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인들이 글로벌 기업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힘은 여기에서 길러진 것 아니겠습니까?
 
  인도인들은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합니다. 탁월한 IT 기술만으로는 CEO가 되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아우를 수 있고, 다양한 문화권과 융합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글로벌 기업에서 리더가 될 수 있는 자질이 됩니다.”
 
 
  뉴델리 인력거꾼까지 디지털로 금융거래
 
  ―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는 모디 총리의 주요 국정 목표 중 하나입니다. 이 정책이 만들어낸 성과는 어떤 게 있습니까.
 
  “‘디지털 인디아’의 대표작은 모든 서민이 사용할 수 있는 인도의 통합 결제 인터페이스(UPI·Unified Payments Interface) 시스템입니다. UPI를 간단히 설명드리면, 사용자들이 하나의 스마트폰 앱에서 여러 은행 계좌를 연결하고, 복잡한 코드나 계좌번호를 입력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안전하게 자금을 이체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입니다.
 
  UPI에는 현재 350개 이상의 은행, 신용카드 회사 및 기타 결제 게이트웨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거리에 좌판을 깔고 장사하는 노점상들과 길거리의 일일 노동자들까지 현금 없이 디지털로 경제활동과 금융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 14억 인구가 하나의 인터넷 시스템으로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IT 강국 한국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2022년 UPI가 1조5000억 달러 상당의 거래를 처리했습니다. 이 액수는 한국 GDP의 84%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UPI는 사용자들의 편의와 편리성을 최우선으로 해서 만들어졌기에 대부분의 인도인이 애용합니다. 뉴델리에서 릭샤를 끌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스마트폰으로 UPI를 사용해 손님들에게서 인력거 운임을 받습니다. 이 플랫폼은 인도 정부와 기업들 사이의 협력 틀인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를 통해 저렴하게 개발되었습니다. 우리는 최근 UPI 시스템을 싱가포르의 결제 게이트웨이와 연결하여 UPI 앱을 통한 실시간 국제 자금 이체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거리에서 현금거래가 사라진 인도를 보면서, 저는 국가 리더가 가진 비전의 힘을 느낍니다. 이제 인도의 최빈곤층도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UPI 플랫폼을 무상으로 네팔 등 주변 개발도상국들에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인도에서 만들자(Make in India)’는 모디 총리가 제조업의 육성을 위해 제시한 정책입니다. 성과를 설명해주세요.
 
  “지난 5~6년간, 구체적으론 2018~ 2019년부터 올해까지 인도는 3710억 달러(약 419조원)의 외국 기업 직접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 성과는 인도가 더욱 신뢰받는 글로벌 공급망의 주역으로 성장하게 할 것입니다.
 
  현대차, 기아차,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같은 한국 기업들도 인도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작년에 이전과 비교하여 전례 없는 40%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배터리와 충전 인프라를 포함한 전기차 분야에 24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LG와 삼성전자는 올해 인도에서 더욱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 확대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칩 제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지난 6월 22일 ‘인도에 새로운 칩 조립 및 테스트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총 27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영원무역 텔랑가나주에 36만 평 공장 건설
 

  아밋 대사는 ‘인도에서 생산하자(Make in India)’의 성공 사례로 한국의 한 제조업체를 소개했다.
 
  “글로벌 스포츠 의류 브랜드 제조 회사인 한국의 영원무역은 텔랑가나주 와랑갈에 있는 ‘카카티야 메가 텍스타일 파크(Kakatiya Mega Textile Park·이하 KMTP)’의 약 36만 평이 넘는 공장 부지를 2억 9700만 루피(약 46억 6000만원)로 매입해, 여러 개의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영원무역은 KMTP 내에 1단계로 5개 공장, 2단계로 3개 공장을 건설하며 총 8개의 생산 시설을 건립할 계획입니다. 영원무역 관계자들을 만나보니, 텔랑가나주와 인도 연방 정부가 모든 인허가 절차를 간소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주어서 인상 깊었다고 하더군요.”
 
  ― 영원무역은 이미 방글라데시에서 종업원 약 7만 명의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의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 & Play)’ 프로그램이 외국 기업들의 인도 유입에 큰 매력이 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설명 부탁드립니다.
 
  “예전에는 인도에 공장을 건설하려는 외국 회사들이 지방정부의 느린 토지 사용 승인 절차, 지방정부와 연방정부의 효율적인 협업 결여로 인도 진출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플러그 & 플레이’ 프로그램은 지방정부와 연방정부가 미리 협의해 산업기지의 법적 인허가를 선제적으로 해주고, 전력 및 수도와 산업도로 건설을 완료해 두는 것을 말합니다. 전기를 꽂으면 바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듯이 말이죠. 한국의 영원무역도 이러한 신속한 서비스를 받으며 좋은 조건에서 공장 가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한국 기업들도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인도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으면 합니다.”
 
  ― 재임 중 한국에서 하고 싶은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외교협력, 경제협력, 투자 유치 활동은 대사가 통상적으로 해내야 하는 업무입니다. 저는 문화교류 활동에 좀 더 집중하려 합니다.
 
  영화산업은 인도 영화인들과 한국 영화인들이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로 보입니다. 올해는 여러 편의 인도 영화가 아카데미상 수상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 〈기생충〉은 2020년 아카데미상 4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인도와 한국의 영화, 드라마들이 국제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제작에서 두 나라가 협력할 여지가 많습니다. 저는 올해 인도 영화제를 서울에서 성대하게 개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한국과 인도 국교 수립 50주년 기념 영화제로, 두 나라의 유명 영화·드라마 제작자, 배우들이 함께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영화, 드라마 제작 등에서 협력 여지 많아”
 
  아밋 대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명석함과 기억력, 절제된 대화 능력에 매료됐다. 2030년이 되기 전에 인도를 세계 3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모디 총리와 인도인들의 열정을 내게 설득력 있게 풀어놓았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우리의 경제 관료들, 기업인들이 아밋 대사 같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대단한 외교관과의 유쾌한 인터뷰였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Loading...